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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 - 2000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만교 지음 / 민음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작정을 하고 수다를 떠는 사람의 말같이 이 소설은 거침없는 빠른 템포로 말을 한다. 마치 녹취록을 옮긴 것 같이 저마다의 말을 던지고 빠지는 게릴라의 속도전 같은 형상이고 이중 유독 말많은 이는 단연 인텔리의 주인공 정도이다.
이 소설은 두 가지의 구조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구조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구조가 그것이다. 이런식으로 보면 <결혼은 미친짓이다>라고 크게 눈길을 끌게 하는 남녀의 관계는 실은 이야기의 진도용일 뿐이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봐는 처음주터 끈질기게 외치는 <현실의 가짜>라는 구조이다.
주인공의 가정풍경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텔레비전에 매달려 살고 있다. 어머니는 드라마를 통해 비로서 진지하게 되면서 울거나 비판적 생각이나 말을 한다. 동생과 형수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온갖 물품과 남성상에 자신의 미래와 행복을 찾거나 중산층을 흉내낼 뿐이다.아버지가 어머니대신 텔레비전앞에서 골아떨어지는 장면은 텔레비전이 웬만한 사람의 기능 이상을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카는 구별되지 못하는 똑같은 거북이를 계속 기르고 만나는 여자도 매체에서 본 것을 욕망한다. 주인공과 여자가 입에 달고 있는 말은 <대사> <등장인물> <장면>등이다. <앵무새>처럼 중얼거리는 이것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말인데 그들은 자신의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드라마나 영화의 한장면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듯 어디서 본듯한, 영화의 한장면과 같은 압도적인 이미지와 행동패턴들이 지금을 대체한다.
이런 현실을 왜곡하고 대신하는 행태는 사회구조와 관련이 있어보인다. 그럴수밖에 없는 구조... 그것은 현실을 대신하는 욕망과 그욕망을 해소할수 있는 협소한 한국, 그리고 뻔히 보이는 삶의 장면들을 통틀어 바라보는데서 생기는 결론이다. 주인공은 두고보라고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끝임없이 냉소한다.
전형적인 현대인의 한 상이 여기서 나타나는데 그것은 매체를 모델로 삼는 욕망하는 인간, 그리고 스스로 고백하는 <죄책감>이 없는 인간이다. 죄책감이 없는 인간은 기존의 도덕적 체계에 반응도 없으며 그것 또한 이미지라고 주장하고 지금의 사회적 담론을 머리에 담고 산다.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며 도덕은 필요없으며 섹스는 좋은 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비판없이 살고 있고, 자유와 독립이 필요한데 전 세대보단 지금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말이다...
하지만 전작 주인공부터 이런 <세상에는 새로운 것이 없는>뻔한 삶과 구조에서 결혼이라는 또하나의 또라이짓을 거부할 뿐이지 그 규정성을 넘어서는 의미가 없다는듯이 떠벌리는 건 우습다고 보였다. 왜냐하면 그가 알고 있는 종교,신, 사람, 심지어 자신 마저도 실은 <이미지>일뿐이고 경험하지 못한 들은 말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책과 드라마와 영화를 대비시켜 책을 숭배하는 듯한 모습을 계속보이는데 그것은 비판의 기능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책도 광고처럼 세상을 보는 색안경노릇만 하지 전작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선 주인공에 대해 허무 이상은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주인공이 후회한 그 지점에서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모험하지 못한 <소심>이었다. 소설에서는 여자의 두살림 이라는 대비되는 것으로 공존하지만 실은 그는 모험이라는 것에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이미지, 구조로 굳어진 세상과 자신의 전망에서 그는 자신을 구원하고 뿌리가 되는 것이 없는 <반응>의 사람으로 <선택>을 바라보고 있다. 주인공이 이미지일 뿐이라고 주장한 <판단과 전망>말고 그것을 넘는 의미와 자신의 고유의 것은 무엇일까? 정말 구조화되고 이미지된 사회와 대조되는 사회와 자신은 없을까?.. 이런 질문이 책을 덮으며 드는 의문이었다.
자문하기는 그것은 아마 사람들에게는 이미지였지만 실은 <현실>이고 그것을 또한 넘어서는 <희망>이자 <의미>라고 생각하며 잠시 묵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