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한세상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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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이 소설집의 특징을 몇가지 나열해 보자.

우선 등장인물들은 거의 모두가 가난하다. <그것은 인생>의 부모없이 방치되어 있는 아이부터 나머지 10개의 단편들은 면면은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가정이 예외없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비정상적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말한 정상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 가족에서 중요한 부분이 훼손됐고 부재되고, 상처가 있는 가정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에서는 부모가 없는 아이가 나오고 <홀로어멈>은 자식만 있는 유부녀가 나오고 여타 다른 단편에서도 부모의 부재, 남편의 부재, 사랑의 부재가 이 소설집을 계속 관통하고 있다. 부재중인 인물들은 고단한 현실로 인해 죽기도하고 아니면 그것을 피해 도망가기도 한다. 특히 눈에 보이는 것은 남편의 부재와 무관심, 무능력이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의 남편은 자존심과 권위가 강하고 함께함이 없는 인물로 나온다. <고적>에서도 남편들의 모습은 쉽게 절망하고 나약하며 무책임하다.

이와 반대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자들의 관계인데 유독 '언니'와 동생의 관계가 자주나오고 엄마와 자식의 관계도 자주나온다. 하지만 각 단편들의 주인공인 여자의 어머니세대와 지금세대가 공감하는 부분이 같지는 않다. 공감적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삶이 고단하고 그에 따른 애환과 말못할 상처, 순수함이 잃어가는 과정등이 같지만 주인공의 어머니들은 역시 아들을 선호하고 편애적이고 어딘가 갇혀진 사람들이다.

시간이 지나 현시점으로 오면 그들이 소통할수 있는 사람은, 그리고 의사소통이 비록 수다처럼 별 볼일 없는 매체로 이어지지만 여자들, 특히 어머니가 견디고 있는 가족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것에 주목할수 있다.

이런 특징들이 여러 단편들의 똑같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 녹아들고 있다. 여자와 남자의 대결구도라기 보다는 작가는 이렇게 고단한 삶을 가족의 틀속에서 말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작가의 문장은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말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래서 마치 가족한 구성원인 누나나 언니가 말해주는 것처럼 말하고 있고 주제나 말하고 싶은 부분이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바로바로 말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과할수 없는 부분은 이 사회의 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일 것이다.<관가행차>나<홀로어멈>에서 말하는 부분은 가난이나 애달픔이 각 개인과 가족사의 한부분이나 넋두리가 아님을 말한다.

내가 남자라서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생각하는 변화해할 남성상의 방향도 단편중에 은연중 나타났으면 좋았을 텐데 마땅히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사랑이 <이 한장의 흑백사진>처럼 한정되게 과거의 한장면으로 나온것밖에 기억이 없다. 유독 생활설계사가 많이 나오고 남편이 부재하고 형제간에 어려움이 등장하는 것을 볼때 지금의 현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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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겨울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0
김주영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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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의 소설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는 겉으론 치열한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으면서 약간만 옆으로 눈을 돌리면 그런 현실을 간과하지 않는점을 들수 있다. 또 사람을 바라보는 점이 따뜻하면서도 사람의 여러일면을 깊이 보여주는 점이고 이런 점은 그의 재미있고 재치있고 유려한 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빛이나고 사람을 웃긴다. 그리고 웃음이 생각으로 변한다.

이 책은 여러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 제목인 <아들의 겨울>은 단편보다는 중편에 가까운 작품이다.

주인공인 꼬마는 아빠가 없다. 온갖 말썽과 문제아로 자라지만 그 꼬마의 주의의 어른에서 하나씩 들어나는 모습은 흥미롭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하는 전형적인 사람이 아니라 바람을 구성지게? 피우는 사람이고 학교의 여선생도 그런 면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동네 총각과 정사를 하는 장면을 보는 주인공이 갖는 생각이 지금까지 기억이 되는데...주인공을 위하는 척 하는 선생의 진실이라면 왠지 저 총각의 자리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주인공의 성적인 환상이라고 보기엔 너무하고 어떤 사람의중심에도 없는 주인공의 독백이 아닐까 싶어 한동안 생각에 빠져있었다. 주인공인 늘 그렇게 뒤전에 있다.그리고 이런 선생의 정사장면을 보는, 어머니의 정사장면, 어른의 각각의 장면 을 보는 주인공은 그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거침없이 말한다.

소설이니까 우회적으로 아님 풍자적으로 돌리겠지 하는 생각은 여지없이 깨어진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그런 면에서 참 상징적이다. 모두의 중심에도 없는 것을 확인한 주인공. 그런 주인공을 버린 사람중 한사람인 선생의 애인. 이 애인은 선생에게 모든학생과 가르치는것이 소용없고 의미없다는 것을 사랑의 고백으로 들은 사람이다. 마을 떠나는 버스에 같이 타고 떠나는 모습이 마을과 밖의 진실까지 말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소설의 각 등장인물은 어머니와 선생님이라는 이름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좋아하는 동네 여자아이와 비교해도 재미있는 대조가 될것 같다.

왠만한 소설의 두권분량이라 해도 좋을 만큼 양적으로도 푸짐하고 내용적으로도 맛나고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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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땅 낮은 이야기
복거일 / 문학과지성사 / 198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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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과 군대시절이야기를 소설로 보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유쾌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펴는 순간 펼쳐질 삭막한 위계질서와 부조리가 악귀처럼 달려들것 같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예전의 군대시절의 이야기라면 얼마나 살벌할까 라는 생각에 주저함이 당연하기도 하고...

복거일의 이 책은 그러나 군대의 살벌한 질서나 계급 폭력등을 신랄하게 고발하는 책이 아니다.

관측장교가 전하는 이야기는 말도 안되는 사건과 사고가 당시 있었다는 것을 왠지 따스하게 전해준다. 서서히 알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개성과 남북대치로 잃거나 다치는 모습을 세월이 흐르는 것 처럼 풀어준다.

이상하게도 이 책에서는 군대내의 위계질서나 폭력이 전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관측장교는 마치 군생활을 지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군대생활을 이미 알고 있고 그 아까운 젊음이 죽을걸 알고 있고 비록 몸을 파는 여자이지만 슬픈 사연의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고 다시는 못볼 잠시 스쳐갈 사람들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처럼 담담히 말해간다.

이 책의 미덕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군대말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지난 옛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당시 사람의 목숨이 순식간에 앗아가는 현실를 전해주므로 당시 사람들의 순박함과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은 분화되고 전문화되고 여러가지것들이 덧붙여진 지금의 현대인이전에 자연과 목숨이 위협받는 단순한 장소에서 사람들을 대면할때 생기는 따스함이다.

그래서 이책을 읽은 동안 있을 것 같은, 그리고 잊었지만 그리운 사람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수많은 사건과 만남과 아련함이 분단때문에 생기는 일이라 생각되어지는 순간 그래도 왠지 통일이란 거창한 주제를 생각할수 있음이 그 동안 수많이 그 땅을 스쳐간 사람들과 스쳐갈 사람들을 염두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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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자서전
류영국 지음 / 실천문학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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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등장인물은 문둥병(나병, 한센씨병)이 걸린 사람이다.

작가는 장편이란 틀위에 추리의 옷을 입혀 독자에게 주의와 집중을 계속요구하고 있다.

당신들의 천국이 주로 소록도에서 일어난 일을 그린 작품이라면 이 책은 그 병이 걸린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당시의 한 개인사를 추적하며 그려내고 있다.

멀쩡한 육신에서 피어나는 병은 마음과 영혼을 좀먹고 가족관계, 사회와 국가안에서 새로운 종족으로 만들어 버린다.

작가는 독자들에게도 멀쩡한 몸이 사람들이 저주하는 병으로 물들었을때를 생생하게 가상체험시켜준다. 병에 걸린 사람의 변화의 과정을 치밀하고 또한 마음가짐과영혼까지 변화하는 과정을 놓치지 않고 소상히 말해준다.

이 책의 주인공은 복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나병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사람, 즉 저주받은 병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변화되는, 인간아닌 어떤 존재인 면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사랑과 온갖 시련, 어려움을 갖는 사람일수밖에 없는 모습,,그리고 이 모든 것이 아직은 정체도 누구의 자식인지도, 누구의 아버지인지도 모르는 유령같은 모습일수밖에 없는 모습이 그것이다.

단편적으로 볼때는 나병이란 환자에 대해, 그리고 억압하고 폭거를 가한 시대를 고발한 내용일수도 있지만 몸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이고 무슨 의미를 갖고 어떤한 것이 연관되어 있는가하는 화두를 던지는 소설이기 하다.

몸에 기생하고 기반하고 연관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 이런 나병환자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읽은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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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1
김신용 지음 / 미학사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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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라니 이게 무슨뜻이지요? 책 표지에 제목옆에 작은 글씨로 쓰여진 글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작가는 독자보다 더 독하고 아니면 더 순수하고 초연하다.

읽는 내내 책에서 눈을 거두다 말다를 반복했다. 눈길을거두면 읽는 것들이 마음속에서 생생히 그림을 그리고 소리를 내고 사람들이 걸어다녔다.

주인공 나는 부랑아로 범죄자로 표현못할 온갖 인생 밑바닥의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시부랑탕이란 아이다.

피를 팔아 먹을것을 사먹는 주인공은 한없이 스스로에게 타인이지만 타인이 되는 주인공은 한없이 순수한 모습으로 남루하게 서있다.

더이상은 무슨일이 더 이어지고 일어날까라는 순간에도 작가는 그 질긴 사람의 목숨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만 한다.

작가의 말처럼 노래처럼 풀어가는 무수한 사건들은 가장 힘없고 보잘것 없는자가, 그래서 가장 순수한자가 말한 것임에 틀림없다.  인간이라니 이게 무슨뜻이지요? 라고 말이다.

인간과 삶 이런 거창한 말을 하며, 삶의 희노애락을 고민했더라고 생각한 나는  이 책을 읽은후   적어도 사람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누구 보다 더 바보스레 순수하게 믿고 따라보고 그리고 짓밝히는 비참함이 없으면 잘 모르는 것라고 느껴졌다. 무슨뜻도 모르채 사람행세를 한 바보된 느낌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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