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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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사랑하다.

그리고 사랑을 잃고 아프다.

또는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고 또한 누구나 아프다.....

 

고통은 각각이 자신의 무게를 가진다.

누구도 누구보다 덜 아프지 않다.

책을 읽다 문득 드는 생각은 고통은 견디는 것, 또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고통속을 각자의 방법으로 통과할 뿐.....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가후쿠는 아내의 외도의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거야"라고 읆조릴 수 밖에 없다.

 

<예스터데이>의 이십대 청춘은 상실을 겁내지 않는척한다.

젊음의 호기로움일까?

하지만 아픈건 누구에게나 아픔이다. 나라고 아프지 않을리가 없는데 젊음은 자주 눈을 가린다.

이별의 예감은 기타루의 오랜 여자친구의 꿈으로 표현되어있다.

"달은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으로 만들어졌어. 아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고....... 그래서 아침이 와서 해가 뜨면 녹아버려.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동안 잘 봐두는게 좋아."

이렇게'함께'바라볼 수 없는 순간이 언제든 올테니까......

 

<독립기관>의 도카이는 중년의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사랑을 만난다. 가벼운 만남을 누구보다 즐기던 그에게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래서 지금 내가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건지 인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면역성 없는 사랑에의 중독은 그를 파괴한다. 상처에 면역성이 전혀 없는 도카이에게 이 한번의 사랑은 치명적이 돼버린다.

"그녀를 만나지 않을 때, 만날 수 없을 때, 내 안에서 그런 분노가 고조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게 무엇에 대한 분노인지 스스로도 잘 파악이 안돼요."  

"그녀의 마음이 움직이면 내 마음도 따라서 당겨집니다. 로프로 이어진 두 척의 보트처럼. 줄을 끊으려 해도 그걸 끊어낼 칼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어요."

 

<세에라자드>의 그녀는 어떤 이유인지 집에 갇혀있는 나에게 세상으로의 유일한 소통경로이다.

언제 끊어질지 알수 없는 유일한 얇디 얇은 끈.....

빨판으로 돌에 달라붙은 채 수초사이에 숨어 하늘 하늘 흔들리며 지나가는 송어를 노리는 칠성장어의 모습이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지면 그의 꿈이 보인다. 세에라자드와 함께 칠성장어가 되리....

그러나 송어는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기에 그 꿈이 백일몽임을 안다. 세에라자드는 그와 함께 꿈꾸지 않는다.

 

때로 어떤 사람들은 <기노>처럼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처받았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쿨하고 싶은 욕망 또는 무너지는 걸 보여주기 싫은 자존심 무엇으로 표현하든 "상처받아야 할 때 충분히 상처받지 않은" 척 자신을 속이는건 결국 회피에 불과하다.

상처는 결국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나를 휘감으면서 몸집만 점점 더 불리고 있는 고통은 어느 순간이 되면 나를 잡아먹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내겐 이 <기노>의 아픔이 가장 공감이 되었다.

상처를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어느 날 새벽 오래 전 연인의 자살 소식을 그녀의 남편으로 부터 전해듣게 되는 이야기 <여자 없는 남자들>은 앞의 이야기들의 마무리격의 역할을 한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그건 여자 없는 남자들이 아니고는 이해하지 못한다. 근사한 서풍을 잃는 것. 열네 살을 영원히 빼앗겨버리는 것....."

어떤 이유든지 결국 상실은 고통이고 아픔이다. 후회에서 무기력, 죽음까지 고통이 나타나는 방식은 달라도 고통의 크기를 비교할 수 는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 인생의 가장 근사한 시절을 잃었다는 것은 같으므로.....

 

하루키의 글은 뭔가 심심한듯하면서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

이게 뭐 하면서 보는데 어느덧 하루키가 펼쳐놓은 세상에 덩그러니 올려진 내가 보인다고나 할까....

 

아 그리고 카프카에 대한 오마주 <사랑하는 잠자>

이건 정말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이야기.

하루키가 이걸 장편으로 만들어주면 어떨까?

하루키식 벌레의 인간되기, 왠지 근사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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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4-11-0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세요? 저는 아직도 경주 여행 정리를 못 했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14-11-08 13:29   좋아요 0 | URL
네. 조선인님도 잘 지내시죠?
마로랑 해람이 많이 컸겠네요. ^^
뭐 흘러간건 흘러간대로 둬야죠. 저도 정리 못한 것들 이제는 감당도 안됩니다. ^^
 
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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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추리소설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구나.....

 

책의 뒷날개에 줄거리를 요약한 간단한 책소개가 있다.

 

14년전 미제로 끝난 소녀 유괴살해사건, 일명 '64'. 새로 취임한 경찰청장이 시효 만료 1년을 앞둔 지금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나서지만 유족은 청장의 방문을 거절한다. 경찰 홍보실의 미카미는 유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64'의 담당 형사들을 찾아가고, 사건 후 퇴직하거나 은둔형 외톨이가 된 동료를 보면서 그들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러던 중 '64'를 모방한 유괴사건이 일어나는데.....,

 

이렇게 줄거리를 요약해버리면 딱 추리소설이다.

어찌된 일일까? 과연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하지만 저 줄거리야말로 정말 독자를 낚기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경찰이 숨기고 있는 사실은 뭔가 엄청난 반전같은 게 아니라 충분히 예측가능한 것이었고, 모방 유괴사건 역시 허를 찔린 면은 있었으나 절묘하다 말하기에는 심심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저 그런 허접한 추리소설인가?

만약 이 책이 추리소설이었다면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가 풀어가는 이야기는 사건을 쫒아가고 추리를 해보자는데 있지 않다.

 

주인공인 경찰 홍보실의 미카미를 통해 작가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복잡한 관계의 망을 관통하고자 한다.

내부자와 외부자의 입장의 차이, 내부에서 외부를 바로보기, 외부에서 내부를 바라보기

복잡한 관계망들의 중첩속에서 차이를 넘은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결국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라 현대 조직사회 속에서 인간의 소통의 문제를 진지하게 던지는 사회소설이라고 하는게 나을 듯하다.

아 그러고 보니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을 사회파 추리소설이라고 했던것 같기도 하다.

 

내부고발자라는 말이 있다.

어느 사회던지 내부고발자는 참으로 어렵다.

실제로 내부고발자는 발생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생했을 경우에도 이후 상당히 어려운 처지가 되기 십상이다.
(아! 오해 마시라! 그렇다고 이 책이 내부고발자에 대한 책은 아니니까....)

내부고발자의 발생이 어려운 이유는 무조건 제식구 감싸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훨씬 복잡다단하다.

어떤 조직이나 사건의 내부자라는 것은 그 자체가 아주 사소하고 섬세한 무수한 사건과 상황, 입장들의  연결의 고리망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는걸 알고 있으나 그것이 생기게 된 무수히 많은 상황과 힘들과 입장들, 그리고 바꾸고자 할 경우에 감당하거나 피해를 입어야 하는 각자의 사정과 처지들.... 결국 이런 것들이 내부고발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뿐만 아니라 또 한편으로는 숲 안에 있음으로 해서 숲을 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외부자의 시선이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것일까?

외부자의 시선은 훨씬 단호해 질 수 있다.

옳고 그름을 명확히 구별하며 대안도 명확하게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지 흑백의 시선과 결단으로 해결되어지는 것은 절대로 없다.

어떤 조직이든 어떤 일이든 무수히 많은 섬세한 배려와 관계의 망을 통과할때만이 그것은 진정한 객관성과 올바름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명쾌함이 얼핏 멋져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그렇게 보일 뿐인 것이다.

단순명쾌함만으로 해결되는 인간사는 없는 것이다.

 

경찰청 홍보 담당자 미카미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내부자도 아닌 외부자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

이러한 미카미의 위치는 정말 어느 날 갑자기 폭력적으로 주어졌다.

이런 위치는 미카미로 하여금 끊임없이 고뇌하게 하고, 자신의 존재를 회의하게 하는 무수히 많은 상황에 부딪히게 한다.

늘 결단을 내려야 하나 내가 생각하던 나의 모습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존재 자체가 괴로워지는 상황들의 연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끊임없이 번민하는 미카미의 생각을 쫒아가는 것이 거의 소설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이 과정을 함께 하는 건 독자 입장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미카미의 고민이 지나치게 공감되어버려 그의 괴로움이 마치 나의 고민인것처럼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던 것이다.

"아! 나 사는 것도 괴로워 죽겠는데, 책 읽으면서까지 이런 고민을 해야 하냐고"라고 절규라도 하고싶었달까?

 

그러나 결국 대답은 존재한다.
결국 이 소설은 미카미가 그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조직과 인간의 문제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결국 그것은 내부도 아니고 외부도 아닌 그 경계를 넘은 어떤 한 지점이다.
경찰과 기자단 사이의 대립, 경찰조직 내의 주도권 다툼, 경찰의 부정, 가정에서의 가족간의 위치

이 모든 것들의 해법은 우리가 내부와 외부를 모두 포함한, 그러면서도 그것의 경계를 뛰어넘을때 찾아지게 된다.
14년전 유괴사건의 범인은 경찰이 찾아내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숲속에 있다. 트라우마를 안은 채로....

결국 범인을 찾아내는 것은 피해자의 집념과 내부에서 외부로 강제퇴출당한 이의 협력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감당할 이 역시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비로소 인지하게 되는 미카미의 몫이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미카미라는 장년의 인간의 성장기라고 해도 되겠다.

 

모든 사건과 조직의 해법은 역설적이게도 결국은 단순명쾌함에 의해 해결된다.

그러나 그것은 외부자의 시선에 머물때의 단순명쾌함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그것은 오히려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

내부의 섬세한 관계망을 고려하며 외부의 단호함의 형식을 끌어들이는 것에서 새로운 단순명쾌한 원칙이 드러나는 것이다.

미카미는 새롭게 출발하는 자리에서 이제 자신의 자리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까

소설은 희망을 보여주며 맺는다.

 

미카미의 고뇌를 따라가며 내가 있는 숲속을 생각한다.

나는 숲을 보고 있는가?

 

뱀꼬리 - 나이가 드니 손목관절이 안좋다. (어디 손목뿐이랴만은....)
691페이지 책 들고 읽다가 손목 부러지는 줄 알았다.

이 정도 페이지면 두 권짜리다. 하지만 두권으로 분권해서 내면 당연히 책값이 비싸진다.

그렇다면 한 권의 책으로 내면서 안에 간지 같은 걸 넣어 두권으로 쭉 찢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요즘 애들 참고서 보면 그런 식으로 많이 내는데.....

하여튼 691페이지 한 권 짜리 책은 나같은 사람에겐 손목 테러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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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는 내게 늘 아쉬움의 땅이다.

몇년 전 패키지로 여행을 가면서 공부도 별로 못했었고, 여러가지 일들로 짜증도 많이 났었고.....

언젠가 제대로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있었다.

올 겨울 다시 앙코르와트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이드북부터 착실하게 챙겨본다.

 

내가 참고한 가이드북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것으로 3권

 

 

 

 

 

 

 

 

 

 

 

 

 

 

 

 

 

먼저 <앙코르와트 내비게이션> - 일정을 짜는데 가장 도움이 많이 됐던 책이다.

나처럼 씨엠립만을 둘러볼 계획이라면 단연코 가이드북은 이 책을 추천한다.

씨엠립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간략한 캄보디아의 역사와 유적들을 보는 tip에서 유적외의 관광자원들, 그리고 쇼핑, 쉴곳등 가이드북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 모두 들어있지만 그 내용들이 읽기 좋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했던 건 다른 책에 비해서 훨씬 좋은 가독성! 활자 크기, 사진의 크기가 시원시원해서 보기에 편하다. 

또한 각 유적지마다 맨 첫장에는 어떻게 동선을 짜고 어느 시간대를 이용하는 것이 좋은지까지 꼼꼼하게 보기 편하게 정리되어 있다.

단점 - 유일한 단점인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

          씨엠립 유적지는 어차피 툭툭이나 택시를 하루씩 대절해서 움직이니 유적지 지도야 이렇게 간략한 지도로

          괜찮지만 씨엠립 시내의 지도는 좀 더 상세한 지도가 붙었으면 했는데 지나치게 간략한 지도라 거의 도움이

          안된다.

 

두번째 <프렌즈 베트남 앙코르왓>

베트남과 씨엠립을 묶어서 여행하는 이라면 이 책이 좋을 듯하다.

하지만 씨엠립만을 여행한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책의 중심이 베트남 여행인지라 앙코르왓은 그냥 섭섭해서 살짝 끼워넣은 듯한 분위기다.

씨엠립에 대해서는 정말 가이드북으로서의 기본만 있을 뿐 자유여행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는 거의 생략되어있다.
앙코르왓이 끼워넣기 상품이라니....

솔직히 말한다면 이런 식으로 책을 만들거라면 베트남만 따로 떼어서 만드는게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번째 <론리 플래닛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북부>

론리 플래닛의 여행서들은 정말 내용을 떠나서 가독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 깨알 같은 글자들과 깨알같은 지도와 너무 엄청난 정보들.....

정보도 너무 많으면 도대체 뭘 어떻게 선택하라는거야 헤매게 된다.

물론 이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어떤 여행을 할것인가에 따라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건 결국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각자의 취향과 여행스타일에 달린 것, 각자 판단할 문제다.

그리고 지나치게 저렴한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 여행지에서 비싸진 않더라 적당한 가격의 호텔과 적당한 돈을 들여서 즐길 것을 찾는 여행자라면 론리 플래닛은 현명한 선택이 되기 힘들듯....

바꿔 말하면 적은 돈으로 고생을 하더라고 정말 빡빡한 여행을 하고 싶고 체력이 받쳐준다면 이 책은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여행자의 스타일이 가이드북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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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11-1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겨울 제가 다 기대되네요

바람돌이 2013-11-12 00:27   좋아요 0 | URL
싼 항공권이 나왔길래 냅다 질러놓고 희희낙락하고 있어요. ^^;;
 
모래그릇 2 (반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9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병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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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선>으로 마쓰모토 세이초를 처음 만났다.

한 마디로 굉장한 책이었다.
철도역의 기차시간표를 활용한 트릭의 절묘함이라니!

1958년에 나온 책이니 오래 된 책 특유의 고전적인 분위기와 함께 사건의 전개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정통 추리소설의 재미를 한껏 누렸다고나 할까?

어릴때 셜록홈즈를 처음 읽을때의 두근거림을 다시 느끼는 행운을 누렸다.

 

한껏 기대감을 고양시킨 상태에서 나에게 선택된 세이초의 두번째 책은 가장 최근에 출판된 <모래그릇> 1961년작이다.

소설의 분위기는 <점과 선>의 분위기와 거의 비슷하다.

세이초라는 작가가 당대 일본 현실을 그대로 배경으로 가져오는 것이니 당시 사회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지 않는 이상 기본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는게 당연하겠다.

주인공은 다르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경찰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도쿄 새벽 기차역에서 처참하게 죽은 시체가 발견된다.

전 날 근처 작은 술집에서 죽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이와 어떤 사람이 술을 마셨고, 죽은 쪽 사람의 지방사투리가 심했다는 것 외에는 어떤 단서도 없다.

죽은 이의 신원도 알 수 없고, 목격자도 없으며 증거가 될만한 그 무엇도 없다.

 

이제 어떻게 할까?
현실에서는 미결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대부분일테고, 이 책에서도 역시 미결사건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베테랑 형사인 이마니시는 이 사건에 계속 끌리게 되고 수사본부가 해산하고 난 뒤에도 끝까지 이 사건을 물고 늘어진다.

<점과 선>에서도 그러했고 이 책 <모래그릇>에서도 마찬가지인건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주인공 경찰들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의 전통 장인정신의 체현자들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 두 작품에 나오는 경찰들은 모두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1950년대쯤이 배경이 되는 일본 드라마 같은 걸 보면 흔히 나올 전형적인 가장이자 직장인의 모습이랄까?

다만 이들이 특별한 지점은 아주 끈질기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이 맞는 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본끝까지라도 몸을 움직이고 범인의 생각을 짐작하기 위해 범인이 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코스를 직접 체험하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몸에의 체득과 함께 이루어진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겠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생각의 틈사이에는 번뜩이는 한 순간이 준비되어 있다.

그 순간을 대면하는건 그야말로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지만......

장인의 경지를 보이는 주인공 경찰들을 보다보면 작가인 마쓰모토 세이초가 이렇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가 평생 쓴 작품의 숫자는 너무 엄청나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평생을 무언가 하나에 자신의 모든 혼을 쏟아넣는 장인의 반열에 작가 자신이 올라 있으리라....

 

그러나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모래그릇>은 결론적으로 <점과 선>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흥미로웠고 끝까지 독자를 데리고 가는 몰입도도 있었지만 그것의 강도는 그리 크지 않았다.

틈사이 번뜩이는 순간을 내놓기에는 조금은 뜬금없거나 너무 많거나....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은 철저하게 논리와 논리를 연결짓고 유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이 절묘한 어느 한 지점에 신의 한 순간이 결합함으로써 전체 논리가 완성되어 지는 것이다.

결국 모래그릇이 모자란 부분은 바로 이 지점, 논리의 연결부분이다.

지나치게 자주 그 부분을 번뜩이는 깨달음으로 메꾸는 것은 억지스럽다고 얘기할 수 밖에 없게된다.

 

이제 내게 마쓰모토 세이초는 양쪽 두 지점을 선보였다.

다시 만나기 어려운 뛰어난 작가와 그냥저냥 괜찮은 추리소설 작가

이후 내가 다시 만나게 될 마쓰모토 세이초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내가 바라는 것은 다만 <점과 선>이 작가의 최고작이 아니기를 빈다는 것이다.

어떤 작가의 책 중에서 가장 처음 읽은 것보다 더 좋은 책을 발견하지 못하는 건 정말 안타까움이다.

특히 나처럼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을 경우 그 작가의 책에 흥미가 떨어질때까지는 전작주의를 추구하는 독서 스타일을 가진 이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아 안타깝다는 표현보다는 예전에 유행하던 안습이다라는 표현이 이럴 때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 드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내게도 그런 작가가 몇몇있다.

예를 들면 로맹가리의 책을 이것저것 읽었지만 제일 먼저 읽었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필적하는 책을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던지, 주제 사라마구의 책 역시 가장 먼저 읽은 <눈먼자들의 도시>가 가장 좋았다던지....

아!  미야베 미유키도 처음 읽었던 <모방범>이 가장 좋았다.

 

이 경우 문제는 가장 훌륭한 책을 요령없이 제일 먼저 읽어버린 내가 문제일수도 있구나.....

아직은 마쓰모토 세이초를 손에서 놓지는 않을 것이다.

<점과 선>과 <모래그릇>중간의 어느 지점정도라면 이 작가는 여전히 내게 매력적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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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1-07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오랜만에 뵈어요. 두 공주님도 잘 있겠지요?
저도 최근에 이 책을 읽었거든요. 마쓰모토 세이초와의 첫 만남이었는데 제가 일본문학 작품을 읽고 푹 빠져본 경험이 없어서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한게 아니었는데 역시 기대만큼이 아니어서 좀 실망했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논리적인 추리에 의해서 사건이 하나 하나 해결되어 나간다기 보다 우연히 떠오르는 무엇에 의한 부분이 너무 많고 갑자기 등장하는 실마리가 좀 엉뚱했고요. 모래그릇이라는 제목을 무엇을 의미했을까, 그것도 명쾌하게 저에게 와닿지 않아서 읽고나서 뿌듯함이 적었어요.

바람돌이 2013-11-08 10:14   좋아요 0 | URL
hnine님도 잘 지내셨죠? 예전처럼 알라딘에 들어오는게 열심 모드가 되지는 않네요. ㅎㅎ
이렇게 가끔 와도 인사 건네주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 책은 그저 그랬는데 이 작가의 <점과 선>은 정말 좋았어요. 아마 앞으로 한 2권 정도 더 읽어보고 계속 이 작가를 읽든지 그만두든지 하겠죠. ^^
그래도 늘 읽고싶은 작가가 넘쳐나서 행복하기도 해요.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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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왠만한 사람은 다 읽었는데 나는 안 읽은 책

내게는 하루키의 책들이 그렇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얼마나 굉장한 유행을 일으켰는가말이다.

그런데 왜 안읽었냐고?

그냥 별로 안땡겨서라는 말 외에는 이유도 없다.

살짝 유행에 편승해본다.

1권짜리인데다 내용도 뭐 그리 무거울것 같지도 않고.....첫 책으로 고르기에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 책이다.

 

하루키에 대한 첫 느낌은?
뭔가 있을듯한 묘한 분위기로 독자를 현혹시키는데 아주 재능이 있는 작가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심심할 정도로 단순하다.

그럼에도 책이 심심하지 않다 느껴지는 것은 추리소설의 기법들을 절묘하게 배치한 덕분인듯...

완벽한 공감의 공동체를 만들었던 고등학교 친구들의 느닷없는 절교

공감의 능력을 잃어버리고 철저하게 자기안에 갇힌 다자키에게 어느날 다가온 하이다라는 청년

그리고 하이다가 말해주는 사람들의 색채를 볼 수 있는 신비한 사람의 이야기와 어느날 사라져버린 하이다

다자키로 하여금 순례를 시작하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사라의 등장, 하지만 사라 역시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닌 뭔가 비밀을 간직한 여인이다.

거기에 알 수없는 이유로 자살한 시로까지 명확한 인물은 누구도 없다.

어쩌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라는 명명이 보여주듯 다자키 자체가 모호한 인물이다.

이런 모호함들이 은근히 이야기의 힘을 만들어내고 독자를 유혹한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하루키는 인물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의 힘이 아니라 인물과 인물간의 디테일함이 독서를 이끌어가고 있으니말이다.

 

다자키 쓰쿠루는 자신만이 색채가 없다 생각하지만 하나의 색채로 명명될 수 있는 인간이 어디 있을까?

어떤 색채를 가지는가는 결국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의 소통에서 이루어지는 것.

그러므로 인간의 색채는 언제든지 다양하게 변모할 수 있는 것일게다.

다자키가 순례를 통해 자신에게 다른 색을 입혀나갔듯이......

 

처음 만난 하루키,

와! 하는 함성은 없지만 그래그래 고개를 끄덕여본다.

거꾸로 그의 책을 거슬러 올라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 순례가 끝까지 거슬러올라갈지 중도에 벗어던질지는 가봐야 아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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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1-0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반가워요~~~~~ 얼마만이어요^^
전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쉬우면서도 친구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도 만들어주었고^^
다자키...평범하면서도 참 매력적인 인물이었지요.

바람돌이 2013-11-05 16:25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안녕하시죠? 이젠 글도 좀 써고 자주 와야지 했는데 맘만큼 안되네요. ㅠ.ㅠ
다자키라는 인물이 본인은 아무런 특색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존재만으로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이들 꼭 친구들 중에 하나쯤 있잖아요. ^^ 인물은 매력적이고, 하지만 왜 그렇게 열광하는가까지는 잘 모르겠고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