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2004.12.13 10:00 )

 
바쁜 주말이었다. 계획상으로 토요일 가족모임(동생 시집보내기), 일요일 회갑잔치 및 결혼식 참석......
역시 해아의 힘은 대단했다. 모든걸 무위로...
툐요일 할머니 집에 가서 잘 놀다 해아가 기침을 시하게 하더니 웩 하고 토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웩', 아빠가 방심한 틈에 이어진 공격, 옷을 다 벗어야 했다. 그래도 애들과 잘 놀아서 괜찮으려니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웩, 물만 먹어도 웩
혹시 장염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증세가 차이가 있어서 일단 재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아를 보는데, 힘이 좀 없을 뿐이지(힘이 있으면 이상하지) 괜찮아 보였다.
근데 또 '물' 해서 물을 줬더니 또 웩한다. 안되겠다 싶어 일단 해아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엄마는 예린이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오라고 하고....
광혜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해아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여럿 누워있다. 해아가 불안한지 나를 꼭 안고 떨어지지 않는다. 체온을 재고, 사진을 찍고, 일단 탈수증에 대비해서(워낙에 웩을 많이 해서) 수액을 맞기로 했다.
아기에게 수액을 맞히는게 부모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간호사들은 알까? 발버둥 치는 해아를 꼭 잡고 그 작은 손에 수액 주사기를 넣는데....ㅠㅠ. 근데, 간호사 왈. "잘못 찔렀네요" 하며 다른 손을 찾는다. 애는 아프고 무서워 발버둥 치는데 곧바로 다른 손을 찾는 간호사를 막으며 "애가 잠시 진정된 뒤에 하죠"라고 말했다. 이 간호사 분명 처녀일꺼야.
수액을 맞히는 동안 해아는 두려움으로(생전 처음이니까) 계속 울며 내 품만 파고든다.
한동안 보채던 해아가 잠이 든 틈에, 가게로 뛰어가서 기저귀와 물티슈를 사서 장기전에 준비했다.
근데.... 엄마는 왜이리 늦는거지? 아침 점심을 굶은 채로 4시가 되어가는데. 하긴 예린이 챙겨서 나오려면...
드디어 왔다. 엄마와 예린이가. 때에 맞춰 해아도 눈을 뜬다. 예린이를 데리고 작은아버지 회갑연에 갈려고 하니, 해아가 울기 시작한다. 제 엄마한테는 갈려고도 않고 아빠만 찾는다.
뿌듯하다.^^.
할 수 없이 응급실에 남았다. 배가 고파 예린이를 데리고 나가서 근처 분식점에서 라면을 먹었다. 예린이를 좀 주고 나니, 왜이리 양이 적은거야?
라면을 먹고 들어가다, 예린이를 병원 문안에 있으라 하고 담배를 한대 폈다. 그리고 응급실에 예린이를 들여놓고 화장실에 들렀다 들어가니, 엄마왈, 예린이가 들어오면서 "아빠 밖에서 또 담배폈어요"하고 큰소리로 외쳐 응급실에 있던 사람들을 웃겼단다. ^^;
오후 7시반쯤 해아도 어느정도 진정이 되어서, 수액을 뽑고, 집으로 데려왔다. 외할머니네로 가니 이제야 해아가 힘이 솟기 시작한다. 수액의 힘인지, 할머니의 힘인지.
해아를 두고 가라는 할머니 말에 마음에 걸리면서도 예린이만 데리고 집으로 와서 잘려는데, 예린이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놀아줘 아빠', 하긴 그 재미없는 병원에서 죽치면서도 징징거리지 않고 잘 버텼는데. 엄마아빠 놀이터를 한번 해주고, 예린이와 즐겁게 놀다가 10시쯤 잠이 들었다.
아침에 전화해보니, 다행히 해아는 멀쩡하다. 잠도 잘 자고, 먹기도 잘먹고, 전화로 '아빠'하며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다. 근데, 해아와 뽀뽀를 많이해서 그런지 내 속도 좋지 않다 ㅡㅡ; 
 

응급실에서2  (2004.12.17 09:26 )
 
 
저녁에 처가로 가니 예린이는 잠들어 있고,
해아가 갖은 재롱을 부리고 있다. 에그 귀여운 것
해아와 노는 동안 여전히 예린이는 꿈나라. 한번 잠들면 좀처럼 깨지않는 잠 습관을 가진 예린이
저녁을 먹고, 잠시 쉬려는데, "아빠 예린이 울어요"하는 엄마의 말.
엄마는 아직 식사중.
뛰어가니..... 이런 예린이가 토하고 울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예린이를 안고, 편하게 토할 수 있도록 했더니
오늘 뭐를 먹었는지 아빠보고 확인하라는 듯, 모두.... ㅠㅠ
머리를 만져보니 열도 있고, 이건 장염증세다.
예린이 잘 가는 소아과에 갔더니 간발의 차로 끝났단다.
할 수 없이 해아가 갔던 광혜병원 응급실로.
당직의사 하는 말, '이녀석 며칠전에 오지 않았나?'
"그때는 동생이 아파 놀러왔죠"
이래저래 검사를 하고 나서 의사의 진단
"목에 염증이 심한데, 이것이 장염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 것 같네요. 그래서 목 점막을 계속 자극하면서 토한 것 같습니다. 장염은 아닌 것 같네요"
휴~~~
주사한대 맞고(우리 예린이가 주사를 맞으면서도 울지도 않고 잘 참는다. 눈에 눈물만 맺히면서, 근데 이것이 참 맘이 아프다. 병원에 익숙해진 예린이가) 약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째 이녀석들은 병에 관해서는 이렇게 사이가 좋은지 모르겠다.
한놈이 걸리면 꼭 자기도 걸려야 한다.
어쨋든 가볍게 넘어가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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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응급실 한번 데리고 가고 생색은......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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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0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바람돌이 2006-02-09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애들 아플때 전 왠만만 하면 담담한 반면에 울집 서방은 좀 호들갑입니다. 아마도 그게 저는 늘 병원에 애들 데리고 다니면서 좀 단련이 된게 아닌가 싶은데.... ^^

세실 2006-02-0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그러고보면 딸기아빠님들이 참 가정적이예요~~
바람돌이님 부근은 더욱 그러하신듯 ^*^ 그저 부러울뿐입니다. 어흑.....

바람돌이 2006-02-10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성격문제인듯.... 원래가 저보다는 훨씬 다정다감한 성격이라 걱정도 저보다 많다죠. ^^

조선인 2006-02-1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응급실까지 가고! 정말 놀라셨겠어요. ㅠ.ㅠ

바람돌이 2006-02-1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그 응급실이 엄청 급해서 간거라기 보다는 시간이 늦어서 문을 연 병원이 없다보니.... ^^;;
 

방학 딱 3일 남았다. 이것 저것 책은 봣는데 못한게 만화보는거..... 며칠 전부터 <너는 펫> <수라의 각> 다보고 나니 날개님이 <오늘부터 우리는>재밌다고 재밌다고.....

원래 부화뇌동에 능한 나는 결국 다본 만화들 갖다주면서 결국은 빌려왔다.

  날개님이 38권인가가 완결이랬는데 책방에 갔더니 애장판이 나와있다. 애장판은 보통 2권 분량을 합치니까 19권이 끝이다. 일단 그림체는 별로 맘에 안드는데.....

 

 

내가 만화를 빌리니까 같이 간 서방 덩달아 또 만화를 고른다. 근데 별로 보고 싶은게 없는지 옛날에 이미 다 본 아다치 미츠루의 <H2>를 다시 몽땅 빌리고 있다. 뭐 덩달아 신나는건 나다. 요거 나올때만 해도 그림이 별로 맘에 안들어서  < H2 >는 안봤었다. 근데 터치 이후에 아다치 미츠루에게 홀딱 반하긴 했지만....

  34권짜리다. 들고 오는데 무거워 죽겠더만..... 내일 아침 일찍 일이 있는지라 오늘 오랫만에 아이들을 할머니 집에 맡겼고.... 이제부터 만화속에 폭 빠져야겠다. 신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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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2-09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 저걸 다 빌리셨습니까! ^^ 팔 빠졌겠다~ ㅋㅋ
<오늘부터 우리는>이 첨 한두권은 맘에 안드실지도 모르지만, 일단 보십쇼~
제가 왜 재밌다고 했는지 아실겁니다....ㅎㅎ

BRINY 2006-02-0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내일 개학이여요. 흑흑

물만두 2006-02-0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우리는이랑 상남이인존가 전 별로였는데 모두 재밌다고 하더군요...

바람돌이 2006-02-0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날개님 일단 5권까지는 무조건 보겠슴다. 정 맘에 안 들면 할수 없지만 다들 재밌다니까... 특히 날개님이 재밌다는데야 뭐.... ^^
브리니님/전 월요일이예요. 윽 다음주 월요일 개학하면 정말 일주일간은 눈코뜰새없이 바쁠텐데.... 지금 마지막 게으름의 몸부림이랄까? ^^
만두님/만두님 취향은 아니었다고요. 제 취향과 비슷한지 어떤지 보고 말씀드릴게요. ^^

서연사랑 2006-02-09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하하, 저도 월요일에 개학....^^
전에 찜질방에서 '서양골동과자점' 빌려서 보는데 일본만화, 그거, 재밌더라고요. 저는 진짜 일본 만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 바람돌이님이 먼저 답사해 보시고 추천 해주세요^^

아영엄마 2006-02-09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계속 만화 보는 자랑하실거예요~. 나두 간만에 남편이랑 만화나 빌려 봤으면...ㅡㅜ

바람돌이 2006-02-10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뭐니 뭐니해도 만화의 고수는 아마 날개님이 아닐까 싶은데.... ^^ 일본만화는 워낙에 다양해서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어떤 만화에 관심이 가시나요? 스포츠, 순정, 액션, 프로의 세계(거의 전분야가 있다고 할까요), 일상의 평화 등등..... ^^
아영엄마님/뭐 빌려보세요. 사는 것 보단 훨씬 돈이 적게 드니까..... 게다가 단골이면 깎아주기도 하고, 연체료 살짝 탕감해주기도 하고.... 헤헤~~~ ^^
하여튼 저는 지금 오랫만에 다시보는 아다치 미츠루에 폭 빠져 있습니다. 너무 너무 재밌어요.

클리오 2006-02-1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H2를 참 좋아하더라구요. 저희 집에도 신랑이 결혼전에 사놓은 것이 왕창... ^^ 근데 어째 제게는 안맞는듯한...

바람돌이 2006-02-1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아다치 미츠루 만화가 처음에 그림만 보면 영 썰렁한 것이.... 근데 이게 보면 볼수록 끌어당기는 매력이 상당해요. 전형적인 스포츠 만화인 것 같은데 또 많이 다르거든요. 읽다보면 작가의 그 썰렁한 유머도 진짜 웃겨요. 저는 이미 이 작가 팬인데요. ^^
 

어제부터 만화를 쌓아놓으니 어찌나 뿌듯한지....밤 10시에 아이들 재워놓고 서방이랑 둘이서 배깔고 누워 만화삼매경에 빠집니다. 어찌나 집이 조용한지....딱 한 번 누가 커피를 끓일 것인가를 가지고 투닥거린거 빼고는 쥐죽은 듯이 둘다 만화에.....(커피는 결국 제가 이겨서 얻어먹었다지요... ^^)

  날개님이 가르쳐 주신 <너는 펫1-14> 완결입니다. 오랫만에 보는 사랑얘기에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며 즐겁게 읽었다는.... 초반에 꽤 흥미롭고 중반에 조금 지겨워지더니 12권부터 급진전.....

가끔은 이런 사랑얘기가 엄청 고플때가 있는데 요즘이 그런때였나봐요. 너무 너무 재밌었어요. 이 만화를 알려준 날개님께 감사를..... ^^

또 하나. 어제와 오늘밤에 걸쳐서 보고 있는 만화.

 <수라의 각 1- 14> 이건 서방이 빌린건데 <해황기>그린 작가의 책인데.... 역시 해황기도 나는 별로 재미없더만 요것도 그저 그렇다.

근데 워낙에 시대를 맘대로 넘나들면서 일본 역사의 유명한 장면이나 인물들을 내보이니 자꾸 손이가게 된다. 어쨋든 다 읽긴 하겠네....

 

만화에 빠지니까 알라딘도 등한시 하게 된다. 언제는 알라딘 때문에 책을 등한시 한다더니.... 역시 만화의 힘은 대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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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2-09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펫..전 드라마만 조금 보았는데 ^^;;
남주인공이 귀여웠어요 ^^

파란여우 2006-02-0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이틀간 만화에 푹 빠져 지내시죠?
전 이틀간 님이 지난해 주셨던 <열하일기>땜시롱 푹 빠져 있답니다.^^

바람돌이 2006-02-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만화의 남자 주인공도 무지 귀여워요. ^^
여우님/아 열하일기!!! 이거 만화보다 더 재미있는 책이었는데... 저는요. ^^

날개 2006-02-0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너는펫>에 빠져계시는 동안 저는 <오늘부터 우리는>을 읽으며 키들거리고 있었습니다...ㅎㅎ 38권짜리라 아직도 읽는중이지만 이거 되게 재밌군요...^^

바람돌이 2006-02-0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우리는 재밌다고요. 악! 38권....ㅠ.ㅠ
이거 완결인지 아닌지가 중요한데.... 지금 수라의 각까지 거의 다봤으니까 다시 이걸 빌려봐야 할려나.... ^^

날개 2006-02-0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결난거예요...^^
일족의 학원물인데.. 주인공의 그 비겁한 행동에 저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리게 되는...
책 읽으면서 키들거린다고 눈총 되게 많이 받습니다....흐흐~

클리오 2006-02-0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아이를 낳고나면 신랑이랑 둘이서 배깔고 만화보는 일은 끝일거라 생각했는데... 부러워요, 흑흑...

바람돌이 2006-02-09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주인공의 비겁한 행동 갑자기 기대기대..... 눈망울 초롱초롱.... ^^
클리오님/한동안은 힘드실거구요. 좀 크면.... 근데 중요한건 밤시간밖에 안된다는거예요. ^^
 

 

알라딘이 이벤트 중인가보다. 뭐 할인 쿠폰에 추첨 이벤트 같은데....

근데 저기 이벤트 해당도서 두권에 내 닉네임이 올라있다. "바람돌이님의 추천"이라고....

      요 두권인데 근데 나는 이 두권다 리뷰를 썼을 뿐이지 20대에 꼭 읽어야 한다고 추천한 적은 없는데.... 뭐 책 좋다고 쓴걸 그냥 추천이라고 유추해서 생각한거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게다가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그렇다 쳐도 내가 생각하기에 저 빨간 표지의 <루비레드>는 별로 20대에 추천할만 한거 아닌것 같은데.... 나라면 30대 후반 이후 아줌마들에게 권할 것 같다. 같이 읽고 우리도 우리 자신을 함 사랑해보자고....

어차피 공개공간에 글을 올리는 것이니 알라딘 측에서 내 리뷰나 페이퍼를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다고 보지만, 또 오히려 언젠가 독자추천이라고 알라딘 이메일에 내 글이 올라있는걸 보고는 기분이 무지 좋았던 적도 있지만...... 그런 글을 그냥 인용하는 것 하고 이 책들을 내가 구체적으로 20대에게 추천했다는 것 하고는 좀 다르지 않나?  

뭐 기분이 엄청 나쁠것 까지야 아니고, 항의해서 빼달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 이름이 이런식으로 올라가 있는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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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2-0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이건 항의성 발언을 좀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책을 추천하는 것과, 구체적인 대상에게 추천하는 것은 다른거쟎아요!

바람돌이 2006-02-0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이정도면 항의성 발언이 안될까요? 뭐 그리 크게 정색을 하고 따질 정도는 아닌것 같고 그냥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때는 그에 대한 배려를 알라딘측이 좀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정도입니다. 근데 치카님 이름도 있던데요. 대한민국사에요. 찾아보세요. ^^
 

긴 하루 지나고...... (2004.12.06 02:17 )

 
1.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7시 30분 해아의 공격이 시작됐다. 철옹성인 제 엄마를 건드리다, 훨씬 약한 나를 찍었다. 각종 톤의 '아빠'를 연발하며 10분을 괴롭힌다. 결국 일어났다. 기다렸다는 듯 예린이가 벌떡 일어나 반긴다. 혹시 저것의 사주가 아닐까? 부질없는 일인줄 알면서도 잠시 엄마를 깨웠다. 못듣는지 인내력이 강한지 버틴다. 할 수 없이 혼자 둘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2. 하나둘 셋 유치원
애들과 이것 저것 하며 놀아주다가, "얘들아 볼풀 가서 놀까" 역시 폭발적인 반응. 볼풀에 가니 이놈들의 과격한 본성이 살아 펄펄 뛴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여기에 같은 반응 보여주면 내 체력은 바닥난다. 벌써 해아와 예린이는 침대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볼풀로 다이빙 한다. "아빠도 들어와", 그러나 오늘은 강적(^^)이 기다리는 관계로 참기로 했다.

3. 엄마의 일상이 시작되다.
2시간 30분쯤 애들과 놀고나니,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엄마를 깨우기 시작했다. '밥줘'. 역시 강적이다. 1시간 걸렸다. 그것도 예린이와 해아에게 엄마 깨울 것을 사주하고 나서야.(요것도 힘들었다. 배고프지 얘들아를 10번쯤 해서 세뇌해야 가능하다)
엄마는 일어나서 예린이에게 "오늘 카레 해줄까?"하고 묻는다. 답은 이미 정해진 것이지만 예린이에게만은 확인을 받는다. 물론 나는 하등 참고사항이 안된다.
늦은 아침식사가 시작된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딩동", 드디어 강적의 등장이다.

4. 김유신 장군(해아의 사촌, 유빈이 동생, 5개월로 접어듬) 등장하다.
갈길 바쁜 처제는 애기를 주고는 바로 갔다. 먹던 밥은 계속먹어야 한다는 본능으로 유신이를 큰 방에 눕혔는데, 어라? 요놈이 울지를 않네.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저 밥을 먹는데, 아뿔사! 해아. 유신이를 무지 좋아하는 해아가 유신이가 온 것을 보고는 큰 방으로 뛰어가 쪽 하고 뽀뽀를 했고, 유신이의 진가는 이때부터 드러났다.

5. 장군답게 폭신한 침대보다는 돌침대를 선호한 유신이
보기만해도 폭신한 이모를 마다하고, 왜? 이 딱딱한 이모부를 선택하느냐고? 그것도 일정한 자세가 유지되지 않으면 패악을 부리며. 예린이와 해아를 합쳐 보는 것 보다 훨씬 더한 노동강도에 내 허리가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제에게 순간적으로 연민의 정이....
4시에 온다던 처제는 5시가 되어서야 왔다. 그래도 해방의 기쁨...*^^*

6. 잠시 동안의 평온함
유신이가 가고, 엄마와 아빠는 엉망진창인 거실의 조그마한 틈에 잠시 누웠다. 예린이는 기특하게도 해아를 데리고 거실로 가서 그곳이 어린이집이라고 하면서 논다. 이불과 쿠션을 가지고 가서 아주 즐겁다. 해아는 모아둔 폐지들을 모두 흩어놓으면서 논다. 그 동안 잠시 쉬었다.

7. 청소기계 아빠
잠시 쉰 후 엄마는 밥 준비를 하고, 아빠는 청소를 했다. 엉망진창인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하는데 걸린 시간 15분. 내 스스로 대견해하는데, 엄마의 격려 "와 이제 아빠는 내보다 청소 더 잘하네". 순간 뿌듯한 아빠의 가슴. 여자들은 남자들이 격려에 약하다는걸 아는가 몰라. 아마도 알거야 저 여자는. 일부러 나를 더욱 청소에 매진시키기 위해서...

8. 불쌍한 예린이
지칠대로 지쳐 밥을 준비해서 먹는데, 해아는 갑자기 과자만 찾고, 예린이는 아까 하던 어린이집 놀이의 연장 속에 있다. 드디어 엄마, 아빠의 하루동안의 인내가 끝났다. 이럴 경우 메멘토인 해아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엄마 아빠의 협박에 저항하는 예린이가 타켓이 된다.
이런 저런 실랑이 속에서 예린이의 슬픈 울음이 터진다. 참아야 된다는 일념으로 보다 강공으로 나갔다. 예린이 밥을 해아에게 준 것이다. 결국 예린이의 울음보가 터지고, 엄마 아빠의 외면 작전에 혼자서 울던 예린이......얼마 뒤 소리가 없어 가보니 졸고 있다. 이 때가 가장 맘이 아프다. 어쩔 수 없이 예린이를 안고가서 엄마가 재웠다. 그리고 해아도 비틀비틀, 잠오는 모양이다. 오늘은 얘들이 일찍 잠들려나?

9. 불났습니다.
해아도 목욕시켜 재울려고 옷을 다 벗긴 순간. 관리실에서 뭐라고 방송이 나왔는데, 무심코 지나쳤다. 엄마가 "뭐해요 불났다잖아요?" 하며 다급해진다.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불타는 냄새가 느껴진다. 황급히 해아의 옷을 다시 입히고, 엄마는 예린이를 깨워서 안았다. 아이들 파카를 입히고, 우리도 대충 옷을 챙겨입고, 빨리 나왔다. 준비성 좋은 엄마는 연기가 채일 경우를 대비해서 수건도 들고 나간다. 애들을 데리고 비상구로 내려가는데(불이날 경우에는 엘리베이터 이용은 금물이다.), 이놈의 비상구에 왜 이리 잡동사니들이 많냐. 정리좀 해야겠다. 내려가는데, 소방차가 들어오고, 불구경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벌써 꽉찼다. 다행히 불은 소방차가 오기도 전에 꺼졌고(담뱃불이 복도의 폐지에 옮겨붙은거란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예린이와 해아는 완전히 잠이 깼다.

10. 역시 형제인가보다
잠이 깬 예린이. 배고프단다. 예린이 밥을 먹이고, 다시 놀고 있는데, 해아가 잠이 들었다. 해아를 방에 누이고, 예린이는 거실에 있고, 잠시 틈을 내서 담배피러 작은방 베란다에 있는데, 엄마의 다급한 소리에 뛰어가 보니, 해아가 자다가 기침이 심해서 토했다. 해아의 옷을 벗기고, 입을 닦고, 약을 먹이고 하는데 예린이가 들어와서 보고 있다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해아가 가여워"서란다. "해아한테 뽀뽀해줘"하니 조심스레 뽀뽀를 하곤 지켜본다.
해아를 달래고, 예린이까지 재우고 나니 시계가 벌써 11시20분을 가리킨다.

정말. 정말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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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긴 하루였다. 특히 마지막의 불났습니다는 정말 아찔....

그나저나 여기에는 나의 적나라한 모습이 너무 많이 나와 어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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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02-0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가 육아일기를 쓰신다니 무척 부럽네요.
그리고 아침 7시30분 공격 시작은 우리집과 같아요^^ 정말 길고도 다사다난한 하루였네요.

바람돌이 2006-02-0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때 울집 서방이 조금 시간여유가 있었더랬죠.... 뭐 몇번 안남았습니다. 작년 한해는 단 한번도 못썼었으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 정말 힘들어요. 근데 요즘은 요것들이 저를 닮아 점점 늦잠을 자기 시작해요. 한편으로는 편해서 좋은데 슬슬 걱정이.... ^^

조선인 2006-02-06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났습니다라니... 정말 긴 하루였겠어요.
그나저나 돌침대를 선호하는 유신 장군, 호호호호.

바람돌이 2006-02-07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둘 데리고 내려가는 아파트 계단이 왜 그리 길던지요. 참고로 저희집 12층입니다. 뭐 20층보다 낫기는 하지만.... ^^ 요즘은 저 김유신 장군도 사실은 이모부보다는 이모를 더 좋아한다는.... ^^

세실 2006-02-0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빠의 생생한 육아일기 재미있습니다. 어쩜 이리도 책임감이 강하신지요.
바람돌이님도 강하십니다. 낮 2시30분 기상 맞으시지요, 3시30분 기상인가요?

바람돌이 2006-02-0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세실님 낮 2시 30분이라니요. 2시간 30분이 지나고니까 아침 10시라고요. 잉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