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주말은 모두 바쁘다고 아무도 나와 놀아주지 않는다. ㅠ.ㅠ

그래서 이번 등산은 동네 뒷산으로.....

그런데 이런 봄 날에 동네 뒷산을 찾은 건 처음인데 너무 예쁘고 울창해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늘 겨울에만 왔던 거 같네.....







진짜 이 산은 해발 고도 256m밖에 안되는 진짜 낮은 산인데 넓이가 넓어서 둘레길을 열심히 걸으면 1시간 30분 정도라 걸을만하다.

그건데 걷다가 사진을 찍으니 무슨 심산유곡에 와 있는 줄..... 

나중에 어디 가서 여기 지리산이라고 우겨볼까? ㅋㅋ




토요일에 앉아서 이 책을 보는데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봤다.

아 물론 이 책은 정말 호불호가 딱 나뉠 듯 한게 이 책을 사랑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무수히 등장하는 술 먹고 진상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선 술에 대한 애정이 먼저인 것이다.


내가 같이 자주 술을 마시는 그룹은 둘인데(물론 두 그룹만하고 술을 마시는건 아니지만.....) 이 두 그룹의 성격이 매우 다르다.

하나는 대학 때부터 모여온 오래된 그룹 - 이 그룹은 남녀가 섞여 있고 나이도 다들 많아 도대체가 술 문화에 변화와 발전이 없다. 

술문화에 있어서 만큼은 아주 보수적이라 늘 먹는 술 - 소주와 맥주- 과 늘 먹는 안주 스타일 - 고기와 회를 고수하는.... 

그나마도 다들 늙어서 이제 많이 먹지도 못하고 점차 쇠락하는 술모임이랄까? 


다른 하나는 약 5년 전부터 알게 되어 의기투합하게 된 여자 6명의 모임.

이 모임에서 나는 가장 나이가 많은 관계로 무엇이든 하자는 대로 따라 한다. 

무엇을 먹어도, 무엇을 해도 내가 선택하는 것보다 모두 낫기 때문에...... ㅎㅎ

오직 맘 놓고 술을 마시기 위해 1박 할 숙소를 찾는 것도 이 친구들 덕분이고, 

매번 새로운 술집, 새로운 술과 안주를 찾아내며 즐길수 있는 것도 이 친구들 덕분.

사실 이 책 읽으면서는 내내 이 6명이 여자들 모임을 떠올렸다.

이 책에서는 3명의 여성이 내내 함께 술을 마시는데 거의 비슷한 패턴이랄까? 

다만 책 속에는 30대의 아직 싱싱한 간을 가진 여성들인지라 거의 매일 음주를 실천하지만 우리는 그렇게는 못한다.

그러면 간이 나가기 전에 직장에서 쫒겨날지도....

숙취로 출근 못하는 날이 생길 것이므로...

그래서 우리의 술 자리는 항상 금요일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꼰대같지만 그래도 저 만화 속 여성 동지들에게 꼭 한마디 해주고 싶다.


야! 너네들 그렇게 술을 마시면 나중에 50대가 되면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는 날이 온단다. 그거 얼마나 슬픈지는 당해봐야 알아!


아 그리고 또 하나 

나의 두 개의 술모임은 구성원의 성격과 술 마시는 스타일 모든 것이 너무 너무 다르지만 그래도 술자리는 사람이 좋아지는 곳이라는 공통점. 

가끔 생각하는데 나는 술을 좋아하는 것일까? 술자리의 인간들을 사랑하는 것일까? 

나도 잘 모름. 



오늘 읽고 있는 책.

아직 3분의 1쯤 읽어서 딱히 어떻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런데 도서관에 대한 너무 멋진 문장이 등장한다.

내가 사랑하는 곳을 이다지도 아름답게 묘사해주다니.... 너무 멋진 작가 아닌가?


바깥세상에서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이 특별한 밤, 종이와 가죽을 벽돌처럼 쌓아올린 이 땅에서는 언제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다. 잘 들어보면, 개마저 귀를 막을 만큼 날카로운 소리로 일만 군중이 내지르는 비명이 들렸다. 백만 부대가 대포를 나르는 소리와, 단두대 날을 예리하게 가는 소리, 중국인들이 사열종대로 끝없이 행진하는 소리도 들렸다.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지만, 짐과 윌은 말뿐 아니라 눈과 코의 감각도 타고났다. 도서관은 머나먼 나라에서 온 향신료의 정제 공장이자, 외국의 사막이 편히 잠든 곳이었다.     -25쪽





이 책의 작가인 레이 브래드버리는 어렸을 때 그의 고향 워키건(찾아보니 시카고 근처 미시간호에 딱 붙어 있는 소도시이다.)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후 로스엔젤레스에 정착하여 로스엔젤레스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교차로 모퉁이에서 신문을 파는 일을 했다. 이 기간에도 그는 도서관에서 독학으로 공부를 하며 계속 글을 썼다. 그런 저자의 경험이 이 아름다운 도서관에 대한 묘사에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이 문장이 이토록 내게 다가오는 것도 다 내가 도서관을 사랑하기 때문이니 결국 사랑이 중요하다.

술이든 도서관이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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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09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다 읽기도 전에 좋아서 일단 좋아요 누르고 마저 읽었습니다. 저는 지금 월남쌈에 화이트와인 중이거든요 껄껄
저는 술도 좋도 취기도 좋고 함께 술 마시며 즐거운 친구들도 좋아요!!
(지금은 엄마랑 먹고있어요!!)

바람돌이 2023-04-09 22:22   좋아요 0 | URL
월남쌈에 화이트 와인.... 꼴깍!!! 😍😍😍😍😍
엄마랑 먹는 와인이라니 더 부럽습니다. ㅎㅎ
저는 아직은 맘껏 술을 먹을 수 없는 처지라 술자리 갈때마다 한잔 받아놓고 아껴가며 먹고 있습니다. 슬퍼요. ㅠ.ㅠ

난티나무 2023-04-09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나무들이 진짜 멋지네요!!!! @@ 😍

바람돌이 2023-04-09 22:22   좋아요 0 | URL
저것이 동네 뒷산의 위엄. 아 저도 진짜 너무 멋져서 깜짝 놀랐어요. ^^

새파랑 2023-04-10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동네의 뒷산은 저리 울창하군요 ㅋ 술꾼 도시 처녀들 재미있을거 같아요~!!
전 술자리보다는 술을 더 좋아하는거 같아요 ㅋ 역시 중요한건 사랑입니다~!!

바람돌이 2023-04-10 10:41   좋아요 1 | URL
갈수록 우리동네가 좋아집니다. ㅎㅎ 그래서 나이 들수록 살던 동네를 못떠나는거겠지요.
전 혼술을 안하는거 보면 술자리를 더 좋아하는거 같아요
어쨌든 뭐가 중요하겠어요. 그버 같이 하는 사람이 좋을뿐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3-04-10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어제 저희 집 뒷산을 올랐어요. 진짜 낮은 산이라 그냥 산책 삼아 다니는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안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래도 2주 연속 다녀왔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나무들이 신기해요!ㅎㅎㅎ
저는 술을 좀 더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말씀하신대로 간이 점점 퇴화하는 관계로 알아서 줄고 있습니다^^;

바람돌이 2023-04-11 11:03   좋아요 0 | URL
운동이든 산책이든 등산이든 하여튼 제일 어려운건 신발 신고 현관을 나서는거죠. 일단 나서면 나머지는 그냥 자동으로...... ㅎㅎ 그래도 2주 연속 다녀오셨으니 일단 성공한겁니다. 저도 이번 주말에도 다시 또 도전할래요. 집앞 공원을 걷는 것도 좋지만 작은 산이라도 이렇게 다녀오니까 기분이 더 좋아지는거 같아요. ^^
우리의 간은 왜 자꾸 퇴화하는 것인가? 뭐 간만 퇴화하는게 아니긴 하지만요. 안타까워요.

페넬로페 2023-04-10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보는 드라마
‘신성한, 이혼‘에서 세 친구들의 찐우정과 술자리가 넘 좋아요^^

바람돌이 2023-04-11 11:05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 드라마는 제가 안봐서..... 저도 친구들과 술을 짠하는 그 자리가 더 좋은거 같아요. ^^ 이 책에서도 여자 3명의 우정이 더 좋아서 그들이 마시는 술도 더 좋아보였던것도 같네요. ^^

책읽는나무 2023-04-11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술을 잘 못마시지만 술자리의 화기애애함을 좋아하는 걸 보면(언성이 커지고 싸움질하는 건 별로지만요.)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기분좋게 하하호호 하는 그런 술자리!
술도녀는 드라마보다 원작 만화가 훨씬 재밌고, 캐릭터들도 더 사랑스러운 것 같아요.
저도 넘 몰입해 읽어서 얘들~얘들~ 간이 괜찮으래나? 걱정까지 하면서 읽어지더라는...그러다가 나 지금 넘 몰입했군! 정신 차리고 읽다가, 또 걱정되고...ㅋㅋㅋ

도서관 풍경 묘사가 바람님 뒷동산 풍경만큼 아름답군요^^

바람돌이 2023-04-11 11:08   좋아요 1 | URL
술자리에서 언성 커지고 싸움질 매우 매우 싫어합니다. 그런 사람하고는 다음에 같이 술 안마심요. ㅎㅎ
그래도 취해서 헛소리하는 것까지는 괜찮습니다. 인간들이 매우 귀여워지는 순간이므로.... ㅎㅎ
저는 드라마는 안봤는데 나무님 글 읽고 이 책 막 관심가서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그러고는 그냥 하루만에 순싹!!

아 그리고 레이 브래드버리의 저 책은 지금 3분의 2쯤 읽었는데 도서관에 대한 묘사가 기가 막혔고요. 그러나 책은 지금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3분의 2를 읽었으니 다 읽긴 할건데 아 쫌 이러면서 읽고 있어요. ㅠ.ㅠ

희선 2023-04-13 0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낮은 뒷산이어도 멋지네요 나무가 있으니 자주 걸어도 괜찮겠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아서 좋지 않을까 싶네요 도서관을 말하는 글 멋지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3-04-13 11:22   좋아요 1 | URL
봄날이 되니 더 멋있어지는거 같아요. 날이 좋으면 더 걷고싶기도 하고요. 이번 주말은 좀 바빠서 못걸을것 같아 벌써부터 아쉽네요. ^^

그레이스 2023-04-14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진으로만 보면 심산유곡일것 같네요^^
멋진 도서관이 있다는 건 축복이죠~♡
 
술꾼도시처녀들 완전판 (양장)
미깡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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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무한 공감을 던질수 밖에 없는 책. 언젠가 저런 기억들 다 있지 않나요? 그녀들의 유쾌한 음주기를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술잔을 찾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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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 길 비가 약간 왔지만 뭐 이정도면 괜찮다 싶어서 오늘 도 걸어서 출근

그런데 비오는 날의 풍경은 새롭고 또 예쁜데 사람은 거의 없네....

뭔가 좀 낭만적인 느낌의 출근길이다. (도착하니 오늘 지각자 속출, 차 엄청 막히는..... ㅎㅎ)




아무도 안 밟은듯한 저 벚꽃잎들을 사뿐히는 안되고(몸무게 때문에) 어쨌든 즈려밟으며 걷는 기쁨. ㅎㅎ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을 어제 다 읽었는데 동일한 주제아래 여러 필진들이 글이 모인 책이다.

그러다보니 글마다 편차가 좀 많은건 흠이지만 또 좋아하는 이라영샘과 정희진샘의 글은 역시 너무 좋았다.

특히 이런 구절들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이다. 다시 말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이다. 다양한 시선이 경합하지 않고 하나의 시선이 지배할 때 우리의 인식은 축소되어 편협함을 벗어나기 어렵다. (6쪽, 이라영)


소수자들의 다시 읽기와 다시 쓰기는 해석하는 위치를 점령한 주류 서사에 균열을 내는 저항 행위다. (16쪽, 이라영)


작품의 내용은 네 가지 측면에서 진부하다. 첫째, 인간의 조건인 '일상의 노동'과 '초월성'을 대립시킨다. 초월성은 노동을 부정하는 부정의이자 젠더화된 언설의 대표적 관념이다. 둘째, 초월적 인간이 되려는 강력한 동기가 경제력을 가진 여성에 대한 분노와 '일하는 여성=구차한 현실'이라는 성차별에서 나온다. 셋째, 여성의 도구화로 이를 재현한다. 마지막은 일제시대라는 배경을 강조하며 <날개>를 '지식인의 고뇌'로 읽는 천편일률적 독해다. 읽기의 진부함이다. 식민지 시대에는 지식인 남성만 고통스러우가? 게다가 <날개>의 남성 주인공이 살아가는 방식과 목소리는 어느 시공간에나 존재한다. - 186쪽, 정희진 -



내가 갖고 싶은건 세상을 제대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언어이고, 그 언어를 이분들이 내게 준다.

그래서 나는 내게로 오는 말이 얼버무리거나 우회하지 않고 용감하게 직진해오기를 바란다. 

그 직진 또한 엄청난 용기임을 안다. 

언어가 분명할 수록 그것은 그 만큼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이 용감한 언어와 문장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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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4-05 1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아침 일찍 나왔는데
결국 7분 지각했네요.

비는 또 어찌나 오는지 점심 먹
으러 갔다가 홀딱 젖어서 복귀
했네요 ㅠㅠ

이번 비가 그치고 나면 벚꽃은
안냥 ~~~ 하게 될 것 같네요.
아수버라.

바람돌이 2023-04-09 22:49   좋아요 0 | URL
위쪽 동네도 벚꽃은 다 졌겠군요. 여기는 이제 유채꽃 노랑이 너무 예쁜 길인데 이게 제 출근길과 딱 반대 방향이라 ㅎㅎ 내일은 좀 일찍 나가서 반대방향으로 좀 걸어보다가 가볼까 싶기도 해요.
저날 아침에 저 길을 우산 쓰고 살랑거리고 갔다가 오후에 어찌나 비가 많이 오는지 퇴근하는 남편한테 데릴러 오라 그랬네요. ㅎㅎ

공쟝쟝 2023-04-05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위험한 사상을 가지신 바람…돌이님💕 얼마 전부터 바람돌이님이 보시기에 제가 이 책을 빌려온 것은 안비밀입니다!ㅋㅋㅋ 지도해주신대로 좋아하는 분들 대목만 읽도록 하겠습니다!
저도요. 더는 몸과 불화하지 않는 언어들에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으려고요. 우리 용감하게💪

바람돌이 2023-04-09 22:52   좋아요 1 | URL
앗 저 책에서 저는 김용언씨의 레이먼드 챈들러편도 좋았습니다. ^^ 좋았던 글이 3개입니다. ㅎㅎ
혹시 벌써 다 읽으시고 반납하셨나요? 그럼 뭐 어쩔수 없고요. ^^

건수하 2023-04-05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한 지라 참고 있었는데.... 바람돌이님 읽으시고 글도 올라오니 더 이상 참기가 힘드네요.
공쟝쟝님은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데 왜 우리동네 도서관들에는 한 권도 없는가 (그리고 왜 안 사주는가)

제가 사서 읽고 기증해야겠습니다.... (사고나면 기증하기 싫어질 것 같은데)

바람돌이 2023-04-09 22:55   좋아요 0 | URL
희망도서 신청하면 보통 3주정도 걸리지 않나요? 저는 뭐 매주 진짜 열심히 희망도서 신청을 하는지라 기다리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더라구요. 오히려 희망도서 신처에 실패한 책들은 순서 기다리기 진짜 힘들어요. 그런데 요즘 우리 동네 도서관에도 드디어 예약신청 기능이 생겨서 그것도 유용하게 사용중입니다. ^^
그리고 도서관에 책 기증안해도 돼요. 우리나라 도서관 다 세금으로 운영인데 우리보다 훨씬 부자입니다. ^^

stella.K 2023-04-05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 꽃잎들... 이번 비로 다 떨어질 것 같아요. 아까워라.
꽃은 일찍 피고 날씨는 요동치고. 봄꽃만 수난이네요.ㅠ

바람돌이 2023-04-09 22:56   좋아요 1 | URL
저날 비 많이 오고 그 후로 다시 쨍쨍한 날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봄꽃을 좀 오래 즐겼네요.
이렇게 봄이 가고 또 여름이 오고 뭐 그런거죠. ㅎㅎ 그래도 작년부터 너무 가뭄이 심해서 비는 좀 더 와야겠다싶어요.

cyrus 2023-04-05 2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전 읽기 모임을 하면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다시 읽었어요. 이 두 권의 책은 훌륭한 고전임을 인정하지만, 여성뿐만 아니라 이방인을 모욕하는 내용이 몇 개 보였어요. 저를 포함해서 고전 읽기 모임에 참석하는 고정 회원이 일곱 명인데(남자는 저 혼자뿐이에요), 다 같이 오디세우스의 언행에 분노하면서 읽고 있어요. 오디세우스가 아니라 ‘오디새끼’에요.. ㅎㅎㅎ

바람돌이 2023-04-09 22:58   좋아요 0 | URL
오디새끼에서 진짜 빵 터졌어요. ㅎㅎㅎ
고전 읽기 모임도 하시고 서점순례도 열심히 하시는 모습 항상 너무 좋네요. 존경의 눈빛을 막 보냅니다. ^^

희선 2023-04-06 0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가 오는 길이어도 사람이 별로 없으면 괜찮겠습니다 오랜만에 비가 왔네요 비에 꽃잎이 떨어졌다 해도 비가 와서 다행입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4-09 22:59   좋아요 1 | URL
그쵸. 오랫만에 비가 와서 좋고 아침 비오는 길이니까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고.....
저녁에는 쏟아지는 비때문에 난감했습니다. ㅎㅎ
 

사회의 윤리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자신을 증명하면 된다는 것. 영감을 주고, 욕구를 해소할 수 있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여성을 필요로 하는 남성의 행태가 착취가 아닌 사랑으로 일컬어진다는 것, 《달과 6펜스》가 그린 남성예술가의 모습은 아주 최근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발견할수 있지 않았나. 특히나 폴란스키의 수상 그리고 그를 ‘작품‘만으로 평가하자며 두둔했던 프랑스 아카데미의 태도는 《달과 6펜스》가 과연 옛날이야기인지 의심케 만든다. 나는 《달과 6펜스》가 일종의 ‘헤게모니‘로 작용한다고 본다.  - P50

서머싯 몸이 《달과 6펜스》를 출간하기 직전인 1918년, 영국에서는서프러제트 운동으로 비로소 삼십 세 이상의 여성이 참정권을 얻었다. 이렇듯 《달과 6펜스》가 유럽 여성이 자기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던 시기에 쓰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나‘가 티아레와아타의 종속적 태도를 어떠한 분석이나 비판 없이 서술하는 데는일종의 의도가 담겼다고밖에 볼 수 없다.  - P55

참전 용사들은 일하는 여성, 타인 앞에 나서서 매력과 능력을수줍음 없이 과시하는 여성, 남성과 대등하게 맞서거나 심지어대적하려는 여성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여성을 맞닥뜨리고 당혹스러워했다. 그리고 돈과 힘을 직접 갖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점점 분노하기 시작했다. 하드보일드 작가들은 이 젊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대립과 긴장관계를 재빠르게 포착했다. - P71

 결백하지 못한 아름다운 여성들은 ‘팜므 파탈femme fatale‘이라 명명되었다. 탐정이 일단 ‘그 여자‘를 찾아내면, 이 죄 많은 팜므 파탈들을 어떻게든 퇴치하거나 순응시킬 방법부터 찾아내야만 한다. 사건은 이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해결된다. ‘그 여자를 찾아라, 그다음 그 여자를퇴치하라‘의 구조를 취하는 것이다. - P72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누아르 작가로 꼽히는 메건 애벗은
"만약 당신이 유해한 백인 남성성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누아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라고 썼다. "미국의 백인 남성들이 누리던 삶은 처음에는 대공황 때문에, 그다음에는 전쟁때문에, 그다음에는 그들이 나가서 싸우는 동안 자신들의 자리를대체한 여성들 때문에 파괴되었다. 누아르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만개했다. 탐정, 형사, 짭새 등 백인 이성애자 남자들의 이야기는자신들이 적법한 권력의 자리에서 축출되었고 여성에게 근본적으로 위협당한다면서 여성을 전능한 위치에 올려둔다. 그런 다음, 이 백인 이성애자 남자들이 저질렀던 온갖 악행의 원인을 여성들에게 돌린다. 누군가를 죽이고 은행을 털었던 모든 것이 팜 - P72

므 파탈이 조종했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누아르 소설들은 침입에 대한 격분과 여성의 힘을 저지하겠다는 분노로 끓어오른다.  - P73

하드보일드 작가들이 포착했던 동시대 참전 용사들의 분노, 특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했거나 혹은 자신이 더는 구애하기 힘든 위치로 가버려 자신의 사랑과 욕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는 여성들을 향한 젊은 남성들의 분노와 경멸이, 헬렌을 향한 말로의 복잡한 시선에 투영된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제길, 이 나라에서 남자들이 할 수 있는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니까. 항상 여자들이 끼어들게 마련이죠." - P85

《자》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여자를 ‘수수께끼‘로 보는 시각을 매우 잘 대변한다. 나자만이 아니라 이 작품에서 언급되는여성들은 대체로 수수께끼 같은 모습이다. 그들은 그야말로 ‘발작적‘으로 나타나 홀연히 사라지고, 미래를 예언하는 듯 묘한 말을 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적당히 신비스럽고 적당히 흐트러진 이 여자들은 과연 실체가 있는인물인가. - P145

남성 예술가의 무의식에 따라 서술되고 재현된 ‘초현실적 여성‘과 달리 초현실주의 예술에 직접 참여한 여성 예술가는 적극적으로 배제되었다. 많은 여성이 남성의 작품 속에 박제되었지만, 그 여성들의 창작물은 소외된다. 초현실주의 예술가였던 다른 여성들보다, 갈라가 ‘막스 에른스트의 연인, 폴 엘뤼아르의 아내, 살바도르 달리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다. - P157

 브르통이 여성 작가들을 익명으로 소비하며 사랑의 매개로만 다룬 점은여성 창작자를 바라보는 남성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 P158

 이로써 그는 분리된 육신과 정신이라는 ‘영원한 적대자‘를 화해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육신과 정신을 화해시키지 못한다. 그가설정한 ‘육신의 현현‘인 조르바가 순전히 왜곡된 남성성이라는판타지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거칠 것 없이 페니스를 휘두르며 자유인이라 주장하는 상상 속 남성성, 평생 책상 앞에서 ‘나‘
가 했다는 공부와 성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 P175

‘나‘는 페니스가 ‘천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라고 생각하는 조르바와 함께 ‘신도 없고 악마도 없고 오직 자유로운 인간만 있는수도원‘을 꿈꾸었다. 종교의 경계를 헐어 신과 악마가 양면적인하나의 존재라는 점을 볼 줄 알았으며 이성의 한계를 꿰뚫어 보았고 조국이라는 허상도 깰 수 있었지만, 젠더 위계와 불평등은끝까지 알아챌 수조차 없었던 그들의 상상 속 수도원은 얼마나행복한 곳일까? - P181

 작품의 내용은 네 가지 측면에서 진부하다. 첫째,
인간의 조건인 ‘일상의 노동‘과 ‘초월성‘을 대립시킨다. 초월성은노동을 부정하는 부정의이자 젠더화된 언설의 대표적 관념이다.
둘째, 초월적 인간이 되려는 강력한 동기가 경제력을 가진 여성에 대한 분노와 ‘일하는 여성 = 구차한 현실‘이라는 성차별에서 나온다. 셋째, 어성의 도구화로 이를 재현한다. 마지막은 일제시대라는 배경을 강조하며 <날개>를 ‘지식인의 고뇌‘로 읽는 천편일률적 독해다. 읽기의 진부함이다. 식민지 시대에는 지식인 남성만 고통스러운가? 게다가 <날개>의 남성 주인공이 살아가는 방식과 목소리는 어느 시공간에나 존재한다. - P186

성매매와 섹슈얼리티는 한국 사회 그 자체고, 여성의 삶. 젠더 문제의 핵심 이슈인데 성매매 언설은 남성이 독점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스톡홀름 증후군‘을앓고 있다는, 그들의 행위성을 완전히 박탈하는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발언이 가능한 사회다. 여성들이 말할 수 있는 영역은 ‘성폭력으로서 성매매‘와 이 구조 때문에 발생한 피해에 국한되어 있다. - P202

‘나(이상)‘는 혼나는 아이다. 이러한 관계는 남성이 공사 영역에서 이중 노동을 하며 힘겹게 사는 아내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고 살면서도, 자신이 아이처럼 취약한 존재라며 피해자 정체성을 주장할 수 있게끔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전도displacement와 부정의가 의심 없이 수용된다. 이것이 미소지니다.
<날개>에서는 여성의 직업이 성 판매일 때 자연스레 발생하는 미소지니에 지식인 남편을 혼내고 통제하는 강력한 여성에게 가해지는 미소지니가 더해진다. - P205

종속적인 위치의 남성들은 약자와 연대하기보다 패권적 남성의 자리를 욕망하거나 그들에게 ‘자신의 여자‘를상납한다.  - P206

문제는 거래 대상인 물건 (여성)이 행위성을 발휘하거나 지배계급 남성이 자신을 실제로 구원해주지 않을 때 발생하는 피지배계급 남성의 좌절감이다.
그런 피지배계급 남성의 목소리가 바로 <날개>다. <날개>는치욕의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남성 심리의 원형이다. 자신이 존재가치가 없는 남성임을 깨달은 남성 지식인이 현실에 대처하는방식은 자기 조작 making이다. ‘가난한 천재‘가 대표적이다.  - P207

미소지니가 근본적인 폭력인 이유는 임의성 때문이다. 임의적 재현은 혐오든 숭배든 ‘나는 너희들을 안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신을 세상을 규정하는 위치에 두고 세계를 창조하는것이다. 남성 문화가 여성을 ‘창녀‘가 아닌 어머니로 숭배한다고해서 여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여성은 어머니나 창녀로 환원되지 않는 개인이다. 어머니나 창녀는 사회가 부여한 성역할이지, 본질적으로 ‘그런 여성‘은 없다. - P213

나는 한국 문학사에서 이상이 이룬 문학적 성취에 동의한다.
내가 불편한 점은 콘텍스트 context, 즉 그의 작품에 대한 변화 없는해석이다. 그의 문학은 한국 사회에 갇혔다. 그런 의미에서 <날개>는 죄가 없다. 지금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해 다시 읽기가 필요할 뿐이다. - P214

메데이아의 매력은 그 성격의 복합성에서 나온다. 그녀는 뛰어난 능력과 진취적, 적극적 성격을 함께 갖춘 여성 영웅으로 여성해방의 상징인 동시에, 남편의 배신으로 생긴 가족 질서의 위기를 본인이 주체가 되어 심판하여 해결하는 가족의 수호자다.
여기에 더해 그녀는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의 피해자로서 서구 사회의 배타성과 야만성을 드러내는 이방인 타자이고, 복수의 의미와 폭력의 정당성을 깊게 성찰하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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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가가 나서 임신한 신체를 규율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여성혐오에 근간한 사회적 통제이다. 그 통제의 결과를 가장 심각하게 체감하는 이들은 가장 취약한 여성들일 것이다. 이 책에서 그 점은 변명의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 P150

1970년대의 낙태 반대 운동은 낙태에 대한 공격이 (태아의 생명을 중단시켜서가 아니라) 전통적 성역할을 붕괴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로 촉발된 것임을 보여준다.  - P161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시스젠더 여성이든 트랜스젠더 여성이든 관계없이 모든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고 감시하고 지배할 권리를 갖는다는 의식은 이 극적인 사례만큼 만연하게퍼져 있다. 그 때문에 여성혐오적 감시의 피해자들이 (바로 이들이야말로 끔찍하리만큼 고통받는 존재임에도 오히려 도덕적 괴물로 비난받는 일이 발생한다. - P175

많은 여성들이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남성 파트너가 갖고 있는 부당한 특권의식, 즉 여성의 노동과 남성의 여가 시간에 대해 갖고 있는부당한 특권의식을 반복해서 읊거나 정당화한다.  - P194

맨스플레인은 남성 특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남성 특권이란 지식과 신념, 그리고 정보 소유와 관련된 다양한 인식적 활동을 전유하는 남성의 특권을 말한다. - P202

우리는 이미 이에 대해 살펴보았다. 여성 정치인에게 연대의식은 강력한 이중구속이다. 다시 말해 여성 정치인은 자신이특별할 정도로 연대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희망을 줘야 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 시각, 공약의 어떤 지점에 불가피하게 실망하게 될 때 그들의 지지가 사그러질 가능성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를 지나치게 연대의식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홍보해서도 안 된다. 그럴 경우 클로부차나 질리브랜드처럼 선거 유세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을 감수하게 될 것이다."
- P253

신뢰받는 남성의 인식적, 도덕적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은 해당 남성과 다른 모든 면에서 동등해도 부도덕하거나 오류를 범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 P257

마찬가지로 이전 세대의 백인 여성들이 해온 것처럼 유색인여성들의 감정노동과 물질노동을 착취해선 안 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특권을 지니고 태어날 사람으로서R항상 자신이 무엇을 행동하고, 말하고, 기댈 권리가 없는지 배우며 부당한 특권의식을 억제해야 할 것이다. - P267

나는 내 딸이 (육체적 통증이든 정신적 고통이든) 고통을 느낄 권리가 있고, 따라서 도움을 청할 권리가 있으며, 돌봄과 위로,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 P267

나는 딸아이가 인간이 여러 가지 형태의 성정체성을 갖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즉 자신이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등이 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좀더 자랐을 때, 스스로 자신을 무엇으로 정체화하든 일말의 수치심이나 낙인에 대한 염려 없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충분히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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