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르네상스 시기는 달랐다. 정치적·경제적 힘이 커진 시민이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인간의 재발견이다. 이에 따라 인간의고유한 능력으로서 언어에 대한 새로운 관념이 나타난다. 언어가더는 절대적 진리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들의 상호작용을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수단으로 재발견된다. ‘인간의 발견‘에 이어 인간의 언어가 전과 다른 의미를 부여받았다. 인문주의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 P28

모든 사람은 똑같은 시작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동등하게 장구하며 자연에 의해 한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빌거벗으면 우리 모두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옷을 입고 그들이 우리의 옷을 입는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는 고귀하게 그들은 비천하게 보일 것입니다. 왜냐하면오로지 가난과 부만이 우리들을 다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 P48

피렌체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낸 두오모는 화려한 외부와 달리 내부 모습은 검소하고, 피렌체의 다른 성당들과 달리 도시의 유력자에게 영면할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두오모는 피렌체 시민 모두의 예배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피렌체의 유력자들은 자기 가문의 예배당을 짓거나 후원하고, 죽은 뒤 그곳에 잠들었다. 메디치가의 무덤만 해도 메디치궁의 뒤쪽에 있는 산로렌초성당에 마련되었다.
- P55

코시모가 대표하는 메디치가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후원 활동을 펼치면서 사람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능력 또한 탁월했다. 공화국을 유지하는 공적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메디치가의 사적인 지배가 중심이 된 피렌체에서는 평능한 관계가 사라지고 지배와 복종, 추종 관계만 남게 되었다. 메디치가가 몇 차례 겪은 추방은명목상 공화국이 사실상 군주국으로 운영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긴장을 보여주는 셈이다.
- P66

 피렌체는 영웅이나 천재 몇 명만 사는 나라가 아니기때문이다. 그러나 메디치가의 코시모나 로렌초가 확인시킨 것쳐럼힘 있는 가문과 개인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같은 시민이라도 모든 조건이 똑같을 수는 없다. 오늘날에는 이를 대중과 엘리트,
일반 시민과 지도자 또는 팔로워와 리더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마키아벨리가 고민한 지점이 생각보다우리와 멀지 않다.
- P83

공화정을 옹호하는 현실주의자 마키아벨리는 피렌체가 직면한 메디치가의 군주적 권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메디치가의 권력이 피렌체를 더 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방법으로 비판적 지지를 택했다. 바로 이것이 마키아벨리를 군주제의 옹호자로 보이게 했다. 그러나 그는 군주제를 옹호하지 않았다. 자유를 누려온 피렌체에는 공화정이 더어울린다는 생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군주제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메디치 군주 가문이 이미 장악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기를바라서 『군주론』을 썼다.
- P94

사적인 방법은 다양한 개인들에게 사사롭게 돈을 빌려주고, 그들의딸을 결혼시키며, 행정관들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고, 그 밖에도 사적으로 유사한 호의와 은혜를 베푸는 것이다. 이것들은 사람들을시혜자의 파당으로 만들고, 그들이 따르는 사람에게 공공을 썩게하고 법을 어겨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
- P108

다시 말해, 마키아벨리는 노예적 삶이 아닌 자유로운 삶을 강한국가의 근간으로 보았다. 자유로운 삶이 도덕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공동체 내에서 시민 개개인이 역량을 발휘할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는 시민들에게 닥친 노예적 삶을 극복하고 공공성을 회복해 조국에 활력을 되찾아주려고 했다.
- P110

저는 신분이 낮고 비천한 지위에 있는 자가 감히 군주의 통치를 논하고 그것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무례한 소행으로 여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국가의 지도를 그리는 자들은 산이나 다른 높은 곳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래로 내려가고 낮은 곳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산 위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민의 성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주가 될필요가 있고, 군주의 성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인민이될 필요가 있습니다.
- P148

그는 『군주론』에서 운명과 역량을 주요 개념으로 쓴다. 그에 따르면, 역량은 자신의 힘이고 운명은 타인의 힘이다. 운명은 내 의지와무관하기 때문에 역량에 기반을 둬야 한다. 인간의 의지 영역이 넓어질수록 운명의 영역은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아르노강 범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둑을 쌓아야 한다는 말과일맥상통한다. 『군주론』 25장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운명은 자신에게 저항할 역량이 전혀 갖취지지 않은 데서 그 위력을떨치며, 자신을 제지하기 위한 둑이 마련되지 않은 곳을 덮칩니다.
- P164

여기에 마키아벨리의 유명한 조언이 등장한다. 운명은 여성이니,
그녀를 거칠게 다루고 과감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지금 보기에는무모하고 무식한 비유일 수 있지만, 속뜻에 주목하자. 어차피 알 수없는 미래라면, 운명에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말이다.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결과가 좋을 수 있다. 물론 안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운명보다는 자기 자신을 믿으라!
- P165

선덕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도덕주의 정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근대성은 바로 이렇게 도덕주의 정치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 P200

마키아벨리는 시민 문화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공화제를 옹호했다.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해 자기 목소리를 내며자유롭고 공정한 법이 지배하는 나라가 좋다고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좋다는 것은 ‘힘의 관점‘에 기초한다. 그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윤리나 도덕이 아닌 정치의 관점에서 먼저 생각했다. 즉 옳은 정치가 좋은 것은 그것이 선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힘을 가져오기때문이다. - P202

『로마사 논고』에서도 마키아벨리는 폭력의 한시적 사용을 인정한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익이 아닌 공공선이다. 지도자가 나라를위해 어쩔 수 없이 비윤리적으로 행동한다면, 그것은 용납되어야한다는 말이다. 즉 적극적인 인정이 아니라 불가피성에 대한 인정이다. 사익과 대비되는 공공선은 마키아벨리가 자유와 더불어 국가의 핵심 가치로 꼽는 것이다.
- P208

결국 마키아벨리가 바라본 피렌체의 문제는 국가의 총체적 부실에 있었다. 그 부실의 핵심 원인은 국가 공동체를 구성한 시민들이무력해진 데 있다. 그리고 시민들이 무력해진 것은 소수 귀족들이권력을 독점하고 공권력과 국가기관을 사사화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의 고질병으로 지적한 분열과 대립은 시민의 연대와 유대를 사라지게 했다. 국가가 나를 보호해주지 않고, 내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않을 때 국가에 대한 믿음도 사라졌다. 자유로운 삶에 대한 시민들의 희망이 사라지면 국가의 활력도 없어진다. 활력이 없어지는 것은 마키아벨리가 진심으로 걱정하며 올바른 정치를 통해 극복하려고 한 난관이다.
- P224

위기 속에서 국가의 미래를 고민한 마키아벨리는 고대의 목적론적이고 윤리적인 공화주의관을 극복하고 현실주의적 공화주의관을 발전시켰다. 그가 저작에서 보인 가식 없는 서술 때문에 갖가지 오해가 난무하지만, 그는 분명히 시민의 덕성에 기초해 당대 이탈리아의 요구에 부합하는 정치철학과 방법론을 제시하며 서양 공화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의 공화주의는 현대의 공화주의자들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공선과 시민적 덕성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 P227

마키아벨리는 이행기 인물의 특징을 보인다. 그를 흔히 근대 서양 정치사상의 시조로 말하는 것은 근거가 있다. 그는 정지 이론을주장하는 데 종교의 논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정치 현상을 인간의 이성과 욕망에 기초해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가 "인간이란 어버이의 죽음은 쉽게 잊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못한다"는 말로 인간의 욕망을 지나치다 싶을 만큼 냉정하게 평가한 것이 대표적 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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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치과 가는 길에(네 저 지금 치과 치료중입니다. 아파요. 그리고 치과 무서워요. ㅠ.ㅠ)

신호대기하고 있는데 앞의 트럭이 심상치 않습니다.






트럭 뒷면에 박노해의 시라뇨?

너무 멋지지 않나요?

덕분에 치과치료의 두려움을 싹 날려버리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길이 되었습니다.

저 지도표 성경김 예전에 도시락반찬으로 많이 먹다가 요새는 안 먹게 되었는데,

다음 슈퍼 갈때는 저 김을 사서 먹으리 하고 씩씩하게 치과로 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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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1-22 17:39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치과 가야합니다ㅋㅋㅋㅋ
쓰라릴지라도...😳
안갈수가 없으셨겠네요!*^^*

바람돌이 2022-01-22 18:30   좋아요 6 | URL
치과가는 저에게 보내는 시 맞죠?
가야하는데 가기가 싫어요. 그래도 가야하죠. 인생은 고해 맞아요. ㅠ.ㅠ

단발머리 2022-01-22 18: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박노해 시 너무 좋네요. 성경김도 사먹어야겠고요.
저도 2년 전에 치과 치료 받으면서 새파란 의사에게 많이도 혼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치과 가시는 길목마다 좋은 시 계속 나타나기를^^

바람돌이 2022-01-22 18:32   좋아요 4 | URL
뭐 저런 행운이 또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알 수 없지만 저 시를 자기가 보려고 쓰지는 않았을거잖아요. 차 뒤통수를 보고 다니는 건 아니니.... 신호받고 서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른 트럭들도 저런 생각을 하면 더 좋을거 같아요. ^^ 다행히 제가 다니는 치과는 저보다 나이 많으신 여자 의사 선생님! 혀만 차시고 혼내지는 않으십니다. ^^

햇살과함께 2022-01-22 18: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런 차 길에서 만나면 기분 좋겠어요^^

바람돌이 2022-01-22 18:33   좋아요 5 | URL
네 오늘 아침 기분 좋았어요. 작은 생각이나 작은 배려가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거 잊지 말아야겠어요. ^^

페넬로페 2022-01-22 18: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삶은 가는 것입니다^^
시에 대해 잘 몰라 박노해시인의 시 처럼 직접 와 닿는 시가 저는 좋아요~~
트럭과 트럭을 운전하는 분의 낭만, 넘 멋지네요.
이상하게 저는 지도표 성경김을 보면 반갑더라고요 ㅎㅎ

바람돌이 2022-01-22 18:35   좋아요 6 | URL
박노해시인의 시는 정말 확 와닿죠. 쉬운 언어로 쉽게 가슴을 파고 드는..... 아주 오래전에 노동의 새벽을 읽는데 이불을 꿰매면서를 읽으며 느꼈던 충격이 아직 기억나요. ^^
저 성경김 도시락 반찬 주요 메뉴잖아요. 약간 추억담긴 물건이라고 할까요? ^^

새파랑 2022-01-22 18:5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이 시 너무 좋네요~!! 삶은 가는것입니다~!

이제부터 김은 성경김입니다~~!!

바람돌이 2022-01-23 01:00   좋아요 4 | URL
ㅎㅎ 아침에 만나는 시로 정말 좋았어요. 오늘도 아침에 김이랑 된장찌게 먹었는데 역시 김을 바꿔봐야겠어요. 제게 이런 기쁨을 준 성경김이니 말입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2-01-22 19: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기사님 멋있으시네요!
길에서 이런 장면 만날때 너무 설레죠!~♡

바람돌이 2022-01-23 01:01   좋아요 3 | URL
저게 기사님의 안배인지 회사의 방침인지 뭐 알수는 없지만 중요한건 제가 이런 장면을 보고 기뻤다는 거겠죠. 의외의 기쁨은 항상 그 기쁨이 배가 되는거 같아요. ^^

mini74 2022-01-22 20: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태일평전 읽었다고 자른 회사랑 차원이 다르군요 ㅎㅎ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참 좋네요. 치과는 나이가 들어도 무서워요

Falstaff 2022-01-22 20:31   좋아요 7 | URL
ㅎㅎㅎㅎ 제 생각은요, 저 박노해가 노동의 새벽 시절의 박노해가 아니잖아요.
저도 정말 모르는데, 요새 박노해가 찐 운동권에서는 좀 따를 당하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신경써서 요즘 쓴 걸 좀 읽어보니까 글쎄요, 노골노골해졌달까, 보들보들해졌달까, 하여튼 그렇더라고요.
저 트럭에 쓴 시도 예전 같았으면, 불영계곡의 직선으로 죽 뻗은 금강송이 좋다, 이렇게 나가지 기껐해야 선산이나 지킬 굽은 소나무가 좋다고 했겠습니까.
ㅋㅋㅋㅋ 그냥 제 생각에 그렇다, 하는 겁니다.
저도 상실 이 많아요. 2월 초에 임플란트 또 두 개 박으러 갑니다. 흑흑흑....

stella.K 2022-01-22 20:44   좋아요 5 | URL
시대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요?
어제 ebs 초대석에 작년에 초대된 함세웅 신부편을 봤는데
옛날에 정의사회구현 사제단인가? 정말 멋있겠더라구요.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는군요. 예전만 같지는 않지만.
사회가 정말 노골노골해졌어요. 뭐 항상 서슬시퍼러면 것도 좀 그렇긴 하겠죠.^^

Falstaff 2022-01-22 20:48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
정의사회구현 사제단 X
정의구현 사제단 O

정의사회는 전두환이 부르짖던 구호라서 정당 이름도 민주정의당으로 했습죠. ㅋㅋㅋㅋ
제 친구 가운데 하나가 정의구현 사제단 중 한 명이라 ^^;;

stella.K 2022-01-22 20:55   좋아요 5 | URL
ㅎㅎㅎㅎ 뭐 척하면 착 알아 듣는 뭐 그런 거죠.ㅋㅋㅋ

와, 근데 정말요?
골드문트님께 그런 친구분이 계시다니.
두 분 멋짐입니다!!!
지금도 계속 일하고 계시겠죠?^^

Falstaff 2022-01-22 21:11   좋아요 6 | URL
근데 그 신부가 제 아이 장가 가는데 오지도 않고 (일요일이니까 당연히 미사 때문에 못 왔겠지만) 부조도 안 했어요!! ㅋㅋㅋㅋ
지금은 신학대학 교수로 있더군요. 라틴어 교수일 거 같은데 뭐 이젠 성속이 차이가 나서 못 보고 사나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2-01-23 01:09   좋아요 3 | URL
요즘 이마트 스타벅스 손절하는데 그 회사가 그 회사죠. ㅎㅎ 시간이 지나도 안 변하는 건 안 변하네요. ㅎㅎ
박노해가 노동의 새벽 시절의 박노해는 당연히 아니죠. 그 시절 그대로 있는게 더 이상하다는.... 글쎄요. 저는 요즘의 박노해씨도 좋아요. 그 사람이 달라진게 아니라 활동하는 방식이 달라졌고, 관심이 가는 지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저 시처럼 말이죠. 30년 전의 박노해씨가 이루려고 했던 꿈이 바뀐거라는 생각은 안드네요. ^^
정의구현사제단의 친구분은 흠.... 뭐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관계는 변하는법이니.... ㅎㅎ

psyche 2022-01-23 0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성경김 맛있다는 말 들어서 한국 마켓가면 찾아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울 동네에도 들어와 있으려나...

바람돌이 2022-01-23 16:19   좋아요 3 | URL
여기가 중소기업이래서 그곳까지 있을지는 저도 잘.... ㅠ.ㅠ

희선 2022-01-24 0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치과는 가기 싫은 곳이죠 안 가면 더 안 좋아지니 가야죠 저 시를 보고 치과 가는 게 덜 무섭게 생각해서 다행이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1-24 01:11   좋아요 3 | URL
내일도 치과 가야 하는데 아 정말 싫어요. 내일도 저런 행운이 저에게 올까요? ^^

세실 2022-03-08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반가워요^^
오홋 성경김 맛있는데, 박노해 시라니~ 더 정이 갑니다.

바람돌이 2022-03-11 00:36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그래서 요즘 성경김 사먹고 있는데 맛있긴한데 제 입에는 좀 짜요. ㅠ.ㅠ 그래서 번갈아가면서 먹고 있다는..... ㅎㅎ 오랫만에 세실님 댓글 만나니 너무 좋네요. ^^
 
















이것은 동시대 사람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자기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전기를 쓰는 한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아주 재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어떻게 쓰는가가 문제다. 비타는 올랜도라는 젊은 귀족 남성이 돼야 한다. 리튼도 써야 한다. 사실 그대로. 그러나 환상적이어야 한다. (울프 일기 195쪽)


이 짤막한 일기 글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의 시작을 알 수 있다.

걸작 <등대로>를 쓰고 난 이후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고자 약간 장난스런 기분으로 쉬는 마음으로 시작한 소설이 바로 <올랜도>다. 그녀의 연인이었던 비타 색빌웨스트를 주인공의 모델로 하면서 연대기를 쓰듯 또는 연애편지처럼 가볍게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책의 시작은 다른 버지니아 울프의 책처럼 어렵지 않다.


16세기 끄트머리 이제 열일곱살이 된 올랜도는 세상 두려울 것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아름다운 귀족 소년이다.

얼마나 귀족이냐고?

그의 집에 엘라자베스 1세가 방문할 정도로.....

그 여왕의 방문의 날 그는 여왕을 만나러 가는 길에 식탁옆에서 종이와 맥주를 마주한 뚱뚱하고 초라해보이는 남자를 스쳐지나가는데 그는 바로 세익스피어.

그 때 느꼈던 기묘한 감각은 문학에 대한 올랜도 평생의 희구를 암시한다.


여왕은 그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여 그를 궁정으로 불러 궁정귀족의 지위를 주고 그는 귀족청년으로서 승승장구한다.

그가 러시아의 공주 사샤를 만나기 전까지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사샤에게 빠져드는 올랜도, 첫사랑은 너무도 강력하여 그의 눈과 정신 모두를 멀게 하고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걸 버릴 수 있는 청년으로 만든다.

세상에 어려움이라고는 모르는 이 광기야말로 젊음의 특권인것을 어쩌겠는가?

하지만 사샤는 사랑 하나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많은 것이 복잡해보이는 여인이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주인공은 올랜도이므로.....

모든 것을 버리고 둘이서 떠나자고 약속한날 그녀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고, 그날 내린 비로 런던의 얼음이 모두 녹아 런던은 대홍수에 휩싸인다. 

사나운 흙탕물이 쏟아지는 광경 속 수많은 집들과 사람들이 하염없이 떠내려가면서 보이는 온갖 광경의 묘사는 압권이다. 

떠내려 가는 얼음조각들 위에서 무릎을 꿇은 사람,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이, 성경을 읽는 사람, 개과천선을 맹세하며 기도하는 사람, 멍한 사람, 허세를 부리며 노래하는 사람, 아일랜드인에게 이 재해의 책임을 돌리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사람, 자신의 은주전자 같은 보물들이 가라앉는걸 차마 보지 못해 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 한 페이지의 묘사에 온갖 인간의 모습이 모두 자리잡은듯 하다.

이전 <등대로>에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던 버지니아 울프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장면이다.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 결국 올랜도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러시아로 떠나는 사샤의 배다.

첫사랑의 배신 앞에 놓인 올랜도에게 다다른건 부서진 옹기 하나와 지푸라기 하나(59쪽)다.

그의 젊음의 한 때가 끝났다. 


나는 <올랜도>를 반쯤 장난스런 문체로, 사람들이 단어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 매우 분명하고 평이하게 쓰고 있다. 그러나 진실과 환상은 주의깊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울프 일기 201쪽)


아직은 그래 아직은 괜찮다. 읽을만하다. 버지니아 울프가 일기에서 얘기하듯 분명하고 평이하게 쓰고 있다지 않은가말이다.

실연 후 올랜도는 궁정에서 쫒겨나다시피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잠에 빠진다. 

이번의 첫 잠은 그리 길지 않다. 일주일.

첫사랑의 아픔이란 격렬할 뿐 그리 깊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의 생활은 고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이 고독해지는 순간 자기 내면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고, 올랜도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필생의 작업이 될 그의 단 하나의 작품 <참나무>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쓰야할지 모른다.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묘사들은 어쩌면 울프 자신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올랜도는 그래서 도움을 줄 사람을 구하기로 하고, 이 때 등장하는 인물이 니콜라스 그린이라는 작가다.

하지만 이 작가는 그야말로 뻔뻔한 사기꾼에 가까운 이로 올랜도의 글에는 관심이 없다.

자만에 가까운 자의식에 가득찬 이 인물은 자신이 필생의 역작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줄 후원자가 필요했을 뿐.....

니콜라스 그린과의 관계 역시 당연하게 인간에 대한 환멸과 배신으로 끝난다.

올랜도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나 확신 없이 누군가에 기대 삶의 기쁨을 찾거나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것은 그저 허상일 뿐이라는 것을 그린과의 관계가 보여준다. 여인이든 시인이든 관계의 끝이 허망한 것은 똑같다.

2장에서 올랜도의 삶은 고독을 지나 이제 다른 인생의 기쁨을 찾기 위한 온갖 시도로 점철되어 있다.

파티, 집장식, 전원생활 등등등....

그러나 그가 진정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그의 조용한 방에서 <참나무, 한수의 시>를 쓰고 또 쓸 때이다.

지워지는 것이 많아 늘 처음 시작점과 쓰여진 양은 달라지지 않지만....

그러나 그의 글은 현란함은 다듬어지고, 그의 장광설은 억제되었으며, 산문의 시대가 따뜻한 샘을 얼어붙게하고 있었다. (101쪽)

이런 올랜도에게 다시 자칭 루마니아의 대공부인 해리엇 그리젤다라고 하는 여인이 찾아온다.

올랜도의 초상화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며 올랜도의 집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는 매일 찾아오는 이 여인의 존재는 수상쩍다.

그 수상쩍음이 무엇이었는가는 책의 뒤편에 다시 등장한다.

기대하시라...... 입이 딱 벌어진다. 

어쨌든 이 여인의 구애는 올랜도를 곤혹스럽게 하고 도피하고싶게 만든다.

올랜도는 이제 터키 대사가 되어 터키로 떠난다.


<올랜도>, 이것이 이번 가을의 중심 과제다. 평론을 쓰고 있을 때는 하루나 이틀 아침을 제외하고는 결코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없다. 오늘 아침에 제3장을 시작했다. 여기서 나는 뭔가 배울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농담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런 평이한 문장이 좋다. 그리고 기분 전환으로 시도해본 양식도 마음에 든다. 물론 깊이가 너무 없다. 캔버스 위에 물감을 튀겨놓은듯. (울프 일기 202쪽)


깊이가 없다뇨. 

버지니아 언니 책 중에 이정도로라도 책장이 넘어가 주는 책은 이 책밖에 없었다고요.

그리고 이걸 평이하다고 하다뇨. 그저 등대로나 델러웨이 부인에 비해서 읽기가 좀 나은건 맞지만 이걸 평이하다고 하면 언니의 정신세계는 도대체 어디쯤에 위치해있는건가요?

그럼에도 언니의 문장은 여전히 사람을 혹 빨아들이니 그냥 계속 깊이가 없는 채로 가주시는건 어떨지요라고 막막 주장하고 싶은데..... 인생이 어디 뜻대로 되는게 있던가? 책도 내가 작가가 아니니 뜻대로 안 될게 뻔하고말이다.


터키대사로 콘스탄티노플로 간 올랜도는 매일 아무 의미없는 형식적인 외교적인 절차를 되풀이한 덕분에 공을 인정받아 공작도 되고 출세한다.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는 어디서나 화제 만발이고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하지만, 그의 내면은 공허하다.

그리고 공작의 관을 쓰던 날 올랜도는 다시 깊은 잠에 빠진다.

그의 꿈속에 순결, 정절, 겸손의 여신들이 들어와 올랜도에게 저주인지 축복인지 모를 말들을 쏟아붓고, 진실을 외치는 고함들속에서 올랜드는 깨어난다.

이제 그는 여자가 되었다. 

이제 올랜도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집시와의 방랑이라는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다가 이제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다. 여인으로서....

여성으로서의 경험에 대한 올랜도의 생각은 "여성들은 타고나기를 순종적이지 않으며, 순결하거나 향기롭거나 세련된 차림을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 없이는 인생의 즐거움 어느 하나 향락할 수 없는, 이 미덕들을 지겨운 훈련을 통해 얻을 뿐이다"(139쪽)라는 말에 집약되어 있다.

남성으로서의 올랜도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이 이제 올랜도에게 다가온다.

자유롭게 살던 남성 올랜도는 여성적 미덕들로 추앙받는 것들이 그저 참고 견디는 훈련을 통해 강제된 것일 뿐이며, 남성일 때는 중요하지 않던 옷이 여성일 때는 다른 사람의 존중과 친절을 얻어 낼 때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심지어는 이제 여성이 된 그녀는 남성이 없이는 자신의 재산을 소유할 수도 없게 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인간 올랜도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여성 올랜도는 남성 올랜도와 완전히 다르다고 인식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전에 올랜도를 터키로 가게 했던 지겨운 루마니아 대공부인 해리엇이 다시 등장한다.

심지어 남자로.... 그는 해리엇 대공부인이 아니라 해리 대공이었던 것이다.

올랜도처럼 성별이 바뀐 것은 아니고 같은 성별인 올랜도의 초상을 보고 한눈에 반한 그가 여장을 하고 올랜도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의 집 근처로 왔던 것.

이제는 올랜도가 여자가 되었으니 그는 여장을 멈추고 남성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인다.

아 이정도면 찐사랑인가?

올랜도가 남자이든 여자이든 상관없이 올랜도만을 바라고, 그는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다.

하지만 여기서도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이 돋보인다.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므로 올랜도는 그런 맹목적인 구애에 당혹해하고 벗어나고싶을 뿐이다.

사실 이게 현실이지. 그리고 올랜도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타인의 맹목적인 사랑에 기대어서는 불가능한 도전이다.

올랜도는 올랜도 자신이 무엇인지를 여전히 고민하고 찾고 있다.

그녀의 내면에는 남자와 여자가 혼재해 있어, 하나의 성이 전면에 나서는가 하면 다음에는 다른 성이 우위에 서고(167쪽) 있는 중이다.


<올랜도>는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쩌다 그처럼 그 자체로 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일까! 마치 태어나기 위해 주위의 모든 것을 밀쳐낸 듯하다..... 정신은 풍자적이고, 구조는 환상적이다. 정확히 그렇다. (울프 일기 206쪽)

이 책은 다른 어떤 책보다도 빨리 썼다. 이 책은 전체가 농담이다. 그러나 즐겁게 빨리 읽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울프 일기 212쪽)

다루고 있는 소재가 더 재미있으며, 인생에 더 애착이 있으며, 더 폭이 넓다고. 사실을 말하자면, 장난삼아 시작했던 일이 뒤에 가서는 진지해진 것이다. 그래서 통일성이 부족해졌다. (울프 일기 218쪽)


<올랜도>에서 시간은 순차적인 흐름을 보이지 않는다.

300년을 산 올랜도가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잠이 들고 어느 지점에서 훅 시간이 지났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100년전의 사람이 그대로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맹목적으로 올랜도에게 구애하는 루마니아 대공이 그런 인물이다.

그러므로 300년의 시간을 선형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미리 포기하고 읽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듯이 이 책은 환상에 그 구조를 두고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말이 되냐고 하는 질문은 살짝 접어두어야 한다.

5장에 이르면 이제 19세기다. 

5장의 시작은 19세기 영국 사회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영국의 기후 변화와 그것이 인간의 심성에 끼치는 영향, 남녀의 성차가 오히려 강화되어 가고 있는 사회현실등을 묘사하는데서는 그녀가 얼마나 민감하게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내면을 응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신 내에서 자아를 완성해가는 올랜도는 자신이 찾고 싶은 것을 "인생! 연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생! 남편!"이 아니라...

그러나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시대정신은 여성에게 철저하게 억압적이었고, 이전의 보다 느슨한 사회를 살아왔던 올랜도에게는 구속과 패배로 느껴진다.(여기서 영국인인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 나라의 각 시대에 대한 평가도 엿볼수 있다.특히 여성의 위치에 입각한면에서.)

빅토리아 시대를 상징하는 복장이 크리놀린 드레스라면 올랜도에게 이 드레스는 자유로운 삶을 구속하는 억압에 다름 아니다.(크리놀린 드레스는 옷 자체로 여성억압을 상징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 드레스를 입기 위해 허리를 극단적으로 조이는 모습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리의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이 드레스는 이후 어떤 저택에 화재가 났는데 남자들은 다 무사히 탈출했는데 크리놀린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작은 문을 통과하지 못해 대부분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고, 이후 엉덩이 부분만 부풀린 버슬 드레스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영화 올란도의 한 장면>


소설 <올랜도>에서는 이처럼 곳곳에서 복장을 매개로 한 여성 억압과 사회적 편견을 보여주는 곳이 등장한다.

20세기 초반을 살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예리한 시선이 미치지 않은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잠시 올랜도는 시대정신에 굴복해 결혼을 열망하지만 이 열망은 진정한 열망이 아니라 시대에 어떻게든 편승해보려고 결혼을 열망하는 듯이 자신을 속여보기도 하고, 몰래 결혼반지로 유행하는 스타일의 금반지를 사서 손가락에 끼워보기도 한다. 

또한 점차 자신을 잃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맞춰지는 자신의 행동양식, 마음의 변화에도 당황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묘사하는 것은 정말 버지니아 울프만이 할 수 있는 서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자연과 주인공의 마음을 교차시키면서 온갖 비유들을 모두 주인공의 심리변화에 복속시키는 길고 긴 서술이 장황하지 않게 주인공의 마음에 독자가 깊이 감정입하도록 고조시키는 글쓰기의 힘은 박력 그 자체다.

이러니 어떻게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 빨려들지 않을 수 있을까?


어쨌든 모두가 예상하듯이 올랜도는 자랑스럽게 이런 굴복에서 벗어난다.

올랜도가 누구인가?

300년의 시간을 살아오면서 온갖 삶의 과정과 심지어 여성과 남성의 삶까지 모두 섭렵한 인물이 아닌가?

이런 인물이 비인간적인 시대적 억압에 굴복한다면 이 소설은 살아남지 못하지 않았을까?


자신을 잃어간다는 초초감속에서 헤매이는 순간 올랜도에게 진짜 사랑이 나타난다. 

그들은 만난지 몇 분만에 약혼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쉘, 당신은 여자예요!" 그녀가 외쳤다.

"당신은 남자예요, 올랜도!" 그가 외쳤다.(221쪽)

어느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이 남자에게도 올랜도에게도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다.

그들은 둘 다 남자일수도 여자일수도 있는 그저 자존감과 자신의 고유성과 삶을 가진 인간으로 묘사된다.

올랜도와 달리 이 남자에게는 어떤 구체성도 부여되지 않는다.

그는 올랜도를 사랑하고, 결혼하고, 그리고 바람이 불면 항해를 위해 떠난다.

사랑과 결혼이 서로의 삶의 형태를 간섭하지도 바꾸지도 않는다.

각자 자기의 삶을 살고 그리고 사랑한다.

이제 올랜도는 자신의 필생의 과업인 <참나무>시를 완성할 수 있다. 


그녀는 자기 시대와 싸울 필요도 없고, 그것에 굴복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바로 그 시대에 속하면서도 자기 자신으로 남아있었다. 그런고로 이제 그녀는 글을 쓸 수 있었고, 실제로 글을 썼다. 그녀는 쓰고, 쓰고, 또 썼다.(234쪽)


올랜도는 이제 마음껏 "신난다. 신난다."를 외칠 수 있는 인간, 세상이 바뀌어도  불변하는 것이 있음을 자각하고 누릴 수 있는 인간, 삶의 기쁨으로 충만한 인간으로 드디어 태어난다.


그러나 <올랜도>는 확실하고 분명하고 압도적인 충동이 가져다준 결과물이다. 나는 장난을 하고 싶었다. 나는 공상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리고 이것은 중요한 사실인데) 사물에 만화적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다. 이 기분은 아직도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울프일기 232쪽)


확실히 <올랜도>는 이전에 읽은 <댈러웨이 부인>이나 <등대로>와는 많이 다른 책이다.

아마도 맘껏 상상하고 환상을 창조하고 싶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이 반영된 탓일테다.

그럼에도 이 책은 누가 봐도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라는 것을 조금만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온갖 사물과 상황과 정경들을 주인공의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탁월한 서술이 버지니아 울프의 것이 아니라면 누구의 것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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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1-19 00:3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랜도를 울프 일기와 함께 읽었어요.
그래서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웠고 너무 무겁게 접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버지니아 울프가 아니면 이 소설을 누가 쓸 수 있을까요!
그냥 올랜도가 버지니아 같았어요^^

바람돌이 2022-01-19 00:57   좋아요 7 | URL
작년에 이어 버지니아 울프 전작 읽기에 계속 도전 중입니다. 읽다보니 올랜도가 처음과 뒷부분이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좀 고전햇어요. 그래서 좀 더 이해해 보려고 사두었던 울프일기를 펼쳐 읽었는데 이게 의외로 도움이 되더라구요. 버지니아는 이 책을 비타에게 헌정하고 그녀를 모델로 했다지만 저도 오히려 버지니아 그녀 자신으로 읽히더라구요.

새파랑 2022-01-19 00:36   좋아요 1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은 <올랜도>를 재미있게 읽으셨군요 ^^ 저는 울프 책중 이 책이 제일 어려웠어요 ㅎㅎ 시대와 공간이 급하게 변하다 보니 못따라가겠더라구요 ㅋ

<울프 일기>와 함께 읽으셔서 더 좋았을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2-01-19 00:59   좋아요 7 | URL
이 책이 초반에 좀 읽기 쉬워서 오 버지니아 울프 언니 고마워요 읽다가, 뒷쪽에서 뒤통수 확 후려치는.... ㅎㅎ
그래서 저는 울프일기도 같이 읽었지만, 이 글 쓰면서 거의 책을 다시 보다시피 했어요. 어떤 면에서는 등대로보다 더 어렵다는 느낌 이해가 가기도 해요. 뒷부분 읽으면서는 저도 막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

희선 2022-01-19 02:0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올랜도는 삼백년이나 살았군요 시간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다니... 버지니아 울프는 이 소설을 즐겁게 쓴 것 같네요 자신도 올랜도처럼 되고 싶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결혼도 그때와는 많이 달랐겠습니다 이것도 버지니아 울프가 바라는 거였겠네요


희선

Falstaff 2022-01-19 06:23   좋아요 7 | URL
올랜도, 아직 살아 있어요. 어제 신도림역 3번 출구에서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민 온 건 아니고 잠깐 다니러 왔다고 BBC에서 얘기했던 게 기억나기도 하고요. 영어방송이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stella.K 2022-01-19 15:51   좋아요 4 | URL
골드문트님 또 취기가 오르셨나 봅니다. ㅋㅋ

희선 2022-01-21 00:02   좋아요 2 | URL
올랜도가 아직 살아 있군요 지금은 여성일지 남성일지... 여성으로 여성이 살기에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1-22 16:22   좋아요 1 | URL
??? ㅎㅎ

바람돌이 2022-01-22 16:25   좋아요 3 | URL
여성이든 남성이든 한 인간으로서 소중하고, 결혼이든 뭐든 그 자신의 고유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하는데 삶의 기쁨이 깃들수 있다는 점에서 올랜도는 지금의 모든 인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골드문트님이 비록 취기에 하신 말씀이지만 바로 이런 뜻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죠? ㅎㅎ

다락방 2022-01-19 08:2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오, 울프 일기와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된다니, 좋은 팁 얻어갑니다. 일단 그러면 울프 일기를 사야겠네요. 이런 참...

바람돌이 2022-01-22 16:12   좋아요 3 | URL
올랜도를 읽을 때 너무 심각해지지 않도록 어느정도 지침을 주더라구요. 이번에 저도 처음 시도해봤는데 앞으로 울프 책 읽을 때마다 울프 일기와 함께 읽어야기 생각하게 되었어요. 울프 일기가 또 벽돌책이라 한꺼번에 읽기에는 또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또 일기다 보니까 특정한 흐름이 없어서 리듬을 타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읽으니 울프 책도 이해가 잘되고, 울프 일기도 잘 읽어지고 1석2조라죠. ^^

책읽는나무 2022-01-19 08:52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저도 꿀팁이에요^^
예전에 울프 책 읽다가 어려워 포기했었는데 전작하려고 일단 조금씩 책 사다 놓기만 하고 있거든요. 올랜도 책 보니까 솔 책인 것 같아 반가웠어요. 저도 솔 출판사로 깔맞춤 결정 내려 현재 두 권 모셔 놓았습니다ㅋㅋㅋ
그런데 울프 일기도 미리 읽어야 하는군요??
아........

바람돌이 2022-01-22 16:15   좋아요 4 | URL
아 나무님 울프일기 사신 페이퍼 봤어요. 죄송해요. 벽돌책이건 얘기 안해서....ㅠ.ㅠ
울프일기는 한번에 완독은 못하겠더라구요. 울프 연구자도 아닌 우리가 그냥 쭉 읽어내려가기에는 재미가 없어서... 어쨌든 일기잖아요. ㅎㅎ 울프 책과 함게 그 책이 출간된 연도 찾아 전후로 읽어주는 방법으로 읽으려고 하고 있어요. ^^ 아 그리고 제 경우엔 울프 일기를 미리 읽는 것 보다는 책을 읽고 후에 읽는게 더 좋았던거 같아요.
저도 솔출판사 깔맞춤으로 사고 있는데 지금 6권 샀어요. 다음에 출항 읽으려고 준비 중.... 여기서 고민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등대로를 사서 시리즈를 완성하느냐 마느냐라죠. 물론 등대로에서 울프에게 혹 반한 저이니 아마 사겠죠? ㅎㅎ

청아 2022-01-19 09:39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저 울프일기는 조금 읽다 말았는데 이렇게 도움이 되는 줄 알았으면 <올랜도>읽을 때 같이 볼껄 그랬어요! 바람돌이님 이 글, <올랜도>를 앞으로 읽을 분들에게 훌륭한 안내자가 되어줄 듯 합니다. 다시 감동이 살아나면서 한 번 더 읽은 기분이예요 ^^ <올랜도>도 재독하고 싶어졌어요!!

바람돌이 2022-01-22 16:17   좋아요 3 | URL
울프 책은 계속 재독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요. 저는 댈러웨이 부인이랑 자기만의 방은 리뷰를 못썼는데 그 이유가 다시 읽어야 뭔가 울프를 제대로 읽은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막 들더라구요. ㅎㅎ 나중에 울프 다른 작품들 다 읽고 나면 저 책들도 다시 읽고 울프 일기랑도 같이 읽고 리뷰에 도전할래요. ^^

단발머리 2022-01-19 11: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울프 전집읽기 계획 세우고 딱 두 권 읽었거든요. 아.... <올랜도> 읽을 때 일기도 같이 읽었어야 하는 것을.
바람돌이님 계속 읽으신다고 하시니 저도 슬쩍 다시 계획세워볼까 합니다.

바람돌이 2022-01-22 16:18   좋아요 4 | URL
저도 작년에 전집읽기 계획 세웠지만 몇권 못읽었습니다. 뭐 그러면 어때요. 올해 또 도전하면 되죠. 그쵸? ㅎㅎ
단발머리님의 올랜도 리뷰 마음 설레며 기다리겠습니다. ^^

stella.K 2022-01-19 15: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옷 때문에 불타죽다니! 그런 일이 있었군요.
까마득히 오래 전에 <댈러웨이 부인> 읽다 포기한 적이 있는데
<올랜도>는 정말 흥미롭네요. 울프의 상상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영화도 함 봐야겠군요.^^

바람돌이 2022-01-22 16:20   좋아요 4 | URL
저 드레스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싶습니다. 치마를 너무 부풀리다보니 안에 들어가는 심이 장난 아니게 강한 거라서 말이죠. ㅎㅎ 댈러웨이 부인보다는 저는 올랜도가 읽기 좀 나았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인물이 좀 댈러웨이 부인보다는 흥미롭다고 할까요? 저도 댈러웨이 부인 보면서는 부인이 너무나도 맹숭맹숭하여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그레이스 2022-01-19 19: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환타지같은 이야기 !
21년에 읽었는데 굉장히 오래된것 같은 건 소설내용때문일까요?

바람돌이 2022-01-22 16:22   좋아요 3 | URL
진짜 환타지인데 또 앞뒤 선후관계나 개연성 같은건 거의 밥말아먹은 것 같아서 논리에 익숙한 저같은 사람에겐 좀 그게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럼으로써 환타지성은 더 강화된 것 같다는 생가도 들고요. 작년에 읽었는데 오래 된 것 같은 이유는 저는 지금 막 읽었으므로 내년에 답해드릴게요. ^^

mini74 2022-02-10 1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잘 쓰셔서 부러웠던 글 ㅠㅠ 2관왕 축하드려요 *^^*

바람돌이 2022-02-12 01:04   좋아요 1 | URL
오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2-02-10 18: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2관왕 울프네요 ㅋ 축하드립니다. 방학은 아직 안 끝났습니다~!!

바람돌이 2022-02-12 01:0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2월 개학했다가 이제 다시 방학입니다. 한동안 엄청나게 바빴습니다. ㅎㅎ 문제는 다음주는 또 출근이라는.... 하지만 학생이 없는 학교 출근은 천국입니다. ^^

그레이스 2022-02-10 1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2관왕~~!

바람돌이 2022-02-12 01:0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울프여사가 참 저에게 많은 것을 주네요. ^^

희선 2022-02-12 0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즐겁게 보시고 쓰신 글이어서 기쁘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2-12 01:06   좋아요 1 | URL
버지니아 울프,김초엽 둘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라 더 기쁜게 맞는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2-12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바람돌이님 축하드려요^^
스콧님의 사울 레이터 책이랑 이어 바람돌이님의 요 페이퍼를 읽고 구매한 울프 일기였었는데....
역시 나의 안목!!ㅋㅋㅋ
제 구매로 이어지게 만든 페이퍼가 당선되니 기쁩니다^^

바람돌이 2022-02-13 16:2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스콧님이 소개한 사울 레이터 책은 저도 이번달에 구매하려고 대기중이에요. 사진이 아무리 봐도 진짜 멋지더라구요. 나무님의 안목이야 항상 옳습니다. ^^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상황에 맞는 정치를 주장했을 뿐이다. 악한 사람들 앞에서 몰락하지 않으려면 선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한다는 그의 제안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마키아벨리가 의도한 정치사상이 마키아벨리즘은 아니다.
- P274

공화주의적 애국심은 언어, 혈통 등에 기반을 두고 타민족에 대한 우월감을 표현하는 배타적 애국심과 다르다. 공화주의적 애국심은 공화정의 자유 헌정 체제에 대한 사랑이다.
마키아벨리는 고대 로마 시민들의 공화정에 대한 사랑이 자유를 지키고 공공선을 추구하는 시민적 덕성으로 표현된 것을 밝힌다. 로마의 이런 공화주의적 애국심은 공화정의 자유를 찾아 이민한 외국인들에 대한 포용으로 나타났다. 포용으로 인구가 늘어났고, 늘어난인구는 시민군에 편입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화정에 대한 애국심이 충만하고 규율을잘 지킨 로마 군대가 로마를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즉 공화주의적 애국심은 적대와 배제가아닌 포용과 화합을 가져오는 것이다.
- P275

공공선은 시민적 덕성의 기반이 되는 개념이다. 시민적 덕성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시민의 자질이자 덕목이다. 공공선의 가치를 높이 사는 이들은, 사익을 추구하는 욕망을 제어하고 공공선을 지향하면 시민들의 연대를 통해 공존하는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공공선을 지나치게 강요해 서구 사회에서 비극적 결과를 가져온 적이 있다. 파시즘과 나치즘이 공공선을 적극적으로 규정하고 획일적으로 적용해 폭압적으로 악용했다. 따라서 공공선은 사익을 추구하는 이기적 경향은 제어하되 개인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연대와 공존을 지향해야 한다.
- P276

마키아벨리는 저술에서 포르투나의 이런 상징과 의미를 모두사용했다. 그리고 포르투나를 대하는 인간의바람직한 태도와 행동을 강조한다. 그것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지혜, 다른 하나는제도다. 즉 『군주론』에서는 뛰어난 지도자의 선견지명이나 능력을 통한 대처를, 『로마사 논고』에서는 군대나 공화국의 제도를 통한 대처를강조한다.
- P277

마키아벨리의 비르투는 특히 다른 무엇보다도 포르투나에 대항하는 인간의 능력으로 강조된다.
고난으로 나타나는 포르투나를 극복하는 비르투가 지도자 개인의 탁월한 능력일 때도 있지만, 협력과 연대 속에 드러나는 시민의 집단적 힘이기도 한 것이다.
- P278

마키아벨리는 메디치가를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비록 『군주론』과 피렌체사를 메디치가에 바치고 그 밑에서 공무를 맡으려고 했지만, 그는 피렌체공화국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피렌체사에는 코시모가 사적인 방식으로 정치를 수행해 파당을 형성하고 권력을 잡은 것에 대한 비판이 있다.
마키아벨리가 공화주의를 지지하면서도 메디치가에 손을 내민 이유는 위기에 빠진 피렌체의 몰락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메디치 군주국의 강화가 아니라 피렌체의정치 및 군사 제도의 보완을 위한 방법과 대책을 제안했다.
- P278

마키아벨리는 귀족을 인민과 더불어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세력으로 본다. 귀족은 소수이며 지배욕이 있다. 자유롭게 살려고 하는 인민을 억압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글을 읽을 줄 알고 무기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국가에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마키아벨리는 기본적으로 귀족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그들의 능력을 바르게 쓰며 공존해야한다고 보았다.
- P280

마키아벨리는 인민을 두 가지 의미로 쓴다. 하나는 공동체 구성원 전체고, 다른 하나는 귀족과 대비되는 계층적 의미에서 일반 시민 또는 평민이다. 마키아벨리는 두 번째 인민 개념에 좀 더 관심을 쏟는다. 인민이 귀족과 더불어 국가 구성의 핵심 세력이기 때문이다. 다.
수를 이루는 인민은 귀족과 달리 자유롭게 사는 데 만족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에서
"인민의 목포는 귀족의 목표보다 더 명예롭다"고 말한다. 그는 인민에 기반을 둔 나라를만들어야 한다고 보았다. 『로마사 논고, 초반부에서 말하듯 자유의 수호자가 바로 인민이기 때문이다. 자국군을 채우는 인력 또한 인민이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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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키라 2022-01-19 0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보고 궁금해 책을 검색해 봤더니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였네요 여기 시리즈의 책도 재미있을것 같아요 구매해봐야 겠어요^^ 덕분에 좋은 책 소개받은 느낌이네요

바람돌이 2022-01-27 02:48   좋아요 1 | URL
클래식 클라우드 같은 기획시리즈는 저자에 따라서 책의 완성도가 차이가 좀 있는 편이에요. 하지만 일단 기획이 참신하고요. 전체적으로 각 책들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섭외해서 만든지라 퀄리티가 좋은 편이에요. 저는 한 군씩 열심히 보고 있는데 대체로 다 만족하는 편입니다. 별점 4개에서 5개사이에 다 분포해 있더라구요. ^^

키라키라 2022-01-27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권씩 사 볼려구요 요즘은 알라딘 배송이 안되어 주문자체가 불가능해서 넘 슬프네요
 

 죽음은 결코 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닫는다. 이곳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들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한다. 내가 목격해온 폐허의 적막과고요는 어디까지나 살아서 그것을 목격하는 이들의 것이었다. 적어도 죽어가는 이들의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다.
- P30

나는 지금도 가끔 눈을 감으면 셀을 만난다. 그는 무너져 내리는 도시를 지키며 소리 내어 웃고 있다. 파편들이셀의 위로 떨어진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지만 그 풍경 속에는, 내가 아닌 라이오니가 있다. 죽어가는 셀의 곁에서 라이오니는 셀의 손을 잡는다. 둘은 멸망을 맞이하고 있지만 불행하지 않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나의 원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최후이자 유일한 존재였던 라이오니의 모습을,
- P53

"이상하지 않아요. 보통은 플루이드를 우연히 경험한사람들, 모그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전환을 고민해요. 플루이드는 모그가 된다는 게 결핍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요. 변화인 거죠. 어쩌면 진보일 수도 있어요."
- P85

 그럴 때 움직임은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내재된것이었다. 근육 속에, 피부의 표면 아래, 혈관 속에. 마리와춤을 출 때 나는 구체성의 세계로부터 자유로웠다.
- P86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어떤 선택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치료를 받지 않은 채 계속 모그로 살아가기를 선택했다. 그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했고, 사회적인 비난과 조소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분명히 그런 선택을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다시 시각을 회복했지만, 이제야 모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논쟁적인 선택은 모그에 관한 다른 논쟁들을 이끌어냈다.
사람들은 모그들의 존재를 갑작스레 알아차렸고, 그 사실에 놀랐다. 어느 쪽이든, 사람들은 그 사건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 P94

봐, 지금도 그 팔이 너를 만지고 있는 것 같아. 우리가포옹할 때 나는 세 번째 손을 이용해서 네 뺨을 쓰다듬어.
그런데 그게 사실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내가 어떤 틈새에 낀 존재 같다고 느껴, 진, 네 감정에 대해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냐. 내가 너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고도 생각했어."
- P118

눈이 마주쳤을 때, 로라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씩 웃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여전히 로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동시에제가 앞으로도, 어쩌면 영원히 로라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것도요.
하지만 그걸 깨닫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 P126

숨그림자의 사람들은 조안을 결코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조안도 그것을 느낄까.
아마도 말과 말 사이에 벽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단회는 생각했다. 조안과 숨그림자의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기위해서는 이중 통역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했다. 조안과의대화는 매우 느렸다. 효율적이지도 않았다.  - P169

"사람들이 나를 위해 대화를 멈춘 적 있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들을 서로 주고받는 걸 중단한 적이 있어?
공기가 침묵으로 가득 찬 적이 한 번이라도 있어? 그런 적이 없다면, 나는 여기 속한 적이 없는 거야."
- P174

우리의 긴 삶에 비하면 너희의 삶은 아주 짧은 순간이지. 그러니까우리가 행성의 시간을 나누어 줄게.
그리고 그들은 오랜 잠에 빠져들었어요.
- P223

"그렇게 말하지만, 너도 이 순간을 잊게 될걸."
"어째서?"
"공동 지식에 비하면 지금 우리의 감정과 생각나 일상은 시시하고 단조로워. 기억할 가치조차 없을 거야. 우린 더위대한 세계를 만나게 될 거야."
- P237

그 이후로 나는 이브를 피했다. 공동 지식에 자신의 뇌를 넘기지 않겠다는 그 애의 말을 생각할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만약 이브의 말을 인정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헌신해온 이 공간의 의미는 무엇이 되는 것일까? 이브는 몇 번이고 나를 설득하기 위해 내 집 앞에 찾아왔으나, 도저히 이브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 P262

한동안 이브는 격자 구조물의 어딘가에 남아 있겠지만, 나중에는 그 위에 새로운 정보가 덧씌워질 것이다. 모든 기억은 낡아가고,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 가치를 시험당하며, 남을 가치가 없는 기억은 지워진다.
- P264

인지 공간이 모든 지식을 제공하는데 왜 개별적인 인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별들을 기억하기에 하나의 인지 공간은 너무 작거든.
그래서 우린 그 기억들을 나눠 가져야 해.
- P266

불변하는 진리는 모두의 인지 속에서 동일해야 한다고사람들은 여전히 믿는다. 하지만 스피어가 정말로 분열일까? 스피어를 갖게 된 우리는 정말로 같은 격자를 보고도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공동 인지 공간을 거닐면서도각자의 스피어를 통해 진리에 대한 다른 해석을 하게 될지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은 분열이 아니라, 더 많은 종류의 진실을 만들어내는 다른 방법일 수도 있다.
만약 이 인지 공간이 우리의 확장된 사고라면, 그 사고가 우리의 개별적인 영혼에 깃들지 못할 이유는 어디 있을까?
- P268

우리는 다르게 보고 듣고 인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말로각자 다른 인지적 세계를 살고 있다. 그 다른 세계들이 어떻게잠시나마 겹칠 수 있을까, 그 세계 사이에 어떻게 접촉면 혹은 선이나 점, 공유되는 공간이 생겨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지난 몇 년간 소설을 쓰며 내가 고심해온 주제였다. 그 세계들은 결코 완전히 포개어질 수 없고 공유될 수도 없다. 우리는 광막한 우주 속을 영원토록 홀로 떠돈다.
- P322

하지만 안녕, 하고 여기서 손을 흔들 때 저쪽에서 안녕, 인사가 되돌아오는 몇 안 되는 순간들, 그럼으로써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되돌아보게 하고 때로는 살아가게 하는 교차점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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