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치일까? (리커버 개정판) - 그 누구도 아닌 나로 살기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양지하 옮김 / 현실문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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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치일까? 설마 그럴리가!

저자인 벨 훅스는 모든 사랑의 출발은 자기애라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옳은 말이다.

내가 나를 긍정하고, 나의 힘과 희망을 믿고 나자신을 아끼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사랑한다 말하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규정에 누구라도 심정적으로는 동의하겠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이런 자기애를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나 여성이 자신이 여성임에 자부심을 가지기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여성의 자기애에 가장 커다란 적은 역시 가부장제이다. 

가부장제가 여성들을 어떤 식으로 억압해왔는가를 얘기하자면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만 모아도 3박4일은 얘기하고도 모자랄 것이다. 

책에서는 페미니즘의 역사에서 이런 가부장제의 억압을 뚫고 자기 성취를 이루느라 너무나도 힘들어 아예 사랑에 대해 포기해버렸던 1세대 페미니즘에서부터, 이성간에는 사랑이 불가능하다고 냉소하는 레즈비언 여성 페미니스틀까지 아우르며 여성이 자기에 대한 애정을 바로 가진다면 어떤 사랑도 포기할 이유가 없음을 얘기한다.

동시에 사랑은 섹슈얼리티를 동반한 이성애, 섹슈얼리티를 동반하지 않은 이성애, 동성애, 자매애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결국 그런 사랑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것,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 하나는 섹스를 동반한 사랑에 있어 서로의 동의와 함께 무엇보다 중요하게 견지되어야 할 것은 거부권이다.

많은 여성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섹스, 또는 섹스취향을 강요받는다면 그것 역시 억압이지 사랑이 될 수 없음이다.

여기까지 작가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결국 인정욕구의 충족이다.

나라는 존재의 유의미성, 내가 하는 노동과 수고에 대한 감사와 인정, 나의 성취에 대한 격려

내게 필요한 것들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당연히 나 스스로 자신에 대한 인정에서부터 출발해, 내 주변의 가족, 친구, 연인, 배우자 이런 사람들이 나의 모습을 인정해준다면 아마도 나의 삶은 풍요롭고 만족스럽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나도 간단해보이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음은 세상을 조금만 살다보면 누구나가 느낀다.

현실은 이론보다 훨씬 버라이어티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사람은 뜬금없게도 나의 시어머님이었다.

안동권씨 집안에 8대 장손 며느리로 지지지도 가난한 집안을 꾸려왔고,

그토록 가난함에도 평생 시부모님 봉양에, 시아버님의 9남매 뒷건사를 해오셨던 분, 철철이 끊이지 않는 제사를 수고롭게 수행해온 분이다.

거기다 집안 분위기는 당연히 얼마나 가부장적인지 전혀 그렇지 않은 집에서 시집간 내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 투성이였었다.

(이 얘기도 늘어놓자면 3박 4일도 모자라겠지만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니 비켜간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시어머님의 삶에 대해 가만히 살펴보면 못배우고 가난하고 희생만 해왔던 삶에서 어머니 나름으로 만들어낸 자신의 자리가 있다.

드라마같은 것에서 보듯 모진 시집살이와 희생을 했던 여성이 자신이 시어머니가 되면서 권력을 휘두른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보통 시집살이 모질게 한 여성이 며느리 시집살이 시킨다고 하는데, 우리 시어머니 같은 경우 예외다. 자신은 진짜 옛날 드라마에 나오는듯 모진 시집살이를 했기 때문에 결혼초에 나는 며느리 시집살이 안시킬거다라고 하셨는데 그걸 정말 실천하시는 분이다.)

집안의 큰 행사나 명절, 제사 등등의 행사는 시어머님에게는 자신이 이루어놓은 자리를 확인하는 자리다.

어떻게 보면 시어머님의 사회적 성취라고나 할까?

그게 보인다. 

나는 제사가 너무 싫지만 차마 그걸 바꾸자고 하지 못한다.

평생을 희생하고 살아오신 시어머님의 그 자존감이 충족되는 자리를 자식인 내가 함부로 깰 수 없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라면 우리 시어머님의 저 자기애는 잘못된 기반위에 있다.

그러나 그분의 삶을 생각하면 저 자기애를 비난할 오만이 내게는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걸 동의하면서도 그럼에도 그 사이 틈새를 파고드는 아쉬움.

그것은 이 책에서 예로 드는 성취를 이룬 대부분의 여성이 어느정도 교육받은, 자기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중년에 이르러서 가부장제와 결혼이라는 제도의 굴레를 깨고 학위를 받고 강단에 서는 여성, 자신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는 남자를 버리고 전문직으로서의 자기 자리를 찾는 여성.

다 좋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런 성취를 이루기 힘든 여성들이 훨씬 더 많다.

세상에는 공부를 잘하는 여성보다 못하는 여성이 더 많고, 이런 에세이를 읽어내기도 어려운 여성들이 더 많다.

최소한의 경제적 보장이 없어 하루종일을 힘겨운 노동에 허덕이는 여성들은 더 많다.

내가 도대체 잘하는게 무엇인지 알지 못해, 자괴감에 시달리는 여성은 더더더 많을 것이다.

소수의 페미니즘이 아니라 그런 각각의 버라이어티한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한 페미니즘은 무엇일까?

가부장제는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지만 그 자신이 구시대인 여성들은 자기 자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고민을 던져주는 책은 어쨌든 좋은 책이다. 설사 아쉬움이 남을지라도........

페미니즘이 이 다양한 현실을 더 폭넓게 아우를 때 그것이 갖는 현실적인 힘이 더 커질것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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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 0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0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2-07 09: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리뷰 너무 잘 읽었습니다. 벨 훅스가 말하는 지점도 어렴풋이 알 듯하고 또 시어머님의 자리에 대한 바람돌이님의 이해하는 마음도 너무 공감이 갑니다. 본인이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어서 시집살이 안 시키겠다 하는 마음을 실천하신 분을... 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 그런 분이 정말 실재하시는군요. 혹독한 가부장제의 틀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신 시어머님, 너무 멋지시네요.
벨 훅스만큼 멋지십니다!!

바람돌이 2022-02-10 13:02   좋아요 1 | URL
어머님의 그 자리가 사실 가부장제하에서 얼마나 허상의 자리인지가 저는 다 보이지만 그 허상이라도 없다면 어머님의 살아온 날이 무너질듯해요. 그래서 그냥 저는 인정해드리려고 해요. 저희 시부모님 두분 다 진짜 밖에서나 안에서나 좋으신 분들인데(두분 서로한테만 별로인듯..... ㅎㅎ) 그 마지막 남은 자부심하나 지켜드리는게 그냥 맞는거 같아서요.

희선 2022-02-08 0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부터 쉽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그러려고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바람돌이 시어머님은 대단하시네요 그렇게 하셔서 지금이 있겠습니다 다른 것보다 시집살이 시키지 않은 건 멋지시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2-10 13:04   좋아요 1 | URL
사실 자기를 사랑하는게 쉽지는 않지요. 누구나 자신이 가진 장점보다 단점을 더 잘 알잖아요. 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 장점이 정말 많은 사람들인데 단점에 가려 잘 안보이는듯해요. 그리고 장점들은 그냥 당연한것으로 여기고요. 오늘부터라도 잘 찾아보아요. 얼마나 많은 장점들이 우리 자신에게 있는지..... ^^
저희 시어머니가 시집살이 안 시키셔서 제가 제 맘대로 삽니다. ^^
 

웃기지 마, 플로라. 그렇게 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 뭐, 그렇지 않아? 만일 그렇게 되었더라면 넌 네가 지금 그렇게나 경멸하는 돈만 많은 멍텅구리 여편네로 전락하고 말았을 거야. 천만다행이었어. 아레키파에서 그런 수모를 당했기 때문에, 넌 그에 대한반감으로 불의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불의를 증오할 수 있게 되었고, 또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게 되었던 거야. 아버지의 고향은 네게 프랑스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주지 못했어. 그렇지만 널반항아로, 정의의 투사로, 천덕꾸러기‘ 로 만들어 놓았어. 천덕꾸러기‘, 그래 넌 자신만만하게 네 자신을 그렇게 불렀어. 네 자서전을 쓸 때 말이야. 그러니 어찌됐던 간에, 플로라, 넌 아레키파에감사할 일이 많아.
- P262

프랑스를 떠나 남태평양으로 가노라, 돈으로 썩어문드러진 유럽 문명을 버리고 순수하고 원초적인 세상을 찾아가노라, 겨울을모르는 그 땅과 하늘, 예술이 상거래 상품으로 취급당하지 않고,
삶 그 자체 · 일종의 종교 · 일종의 스포츠로 여김 받는 곳, 에덴동산에 살았던 아담과 이브가 그랬던 것처럼 예술가도 손만 뻗치면풍성한 나무에서 먹을 것을 부족함 없이 구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찾아가노라. 그러나 현실과 네 이상은 달라도 너무 달랐어, 코케.
- P280

코케, 너를 남태평양까지 끌어들인 그 문화에서 이게 살아남은것이라곤 그것밖에 없었어. 편견에 휩쓸리지 않은 곧은 사랑, 양성을 구비한 사람이든 누구든 모든 사람을, 모든 형태의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그 지혜로운 너그리움. 그러나 이것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유럽은 머지않아 타아타 바히네‘ 마저 끝장내고 말 것이다. 고대의 신을, 고대의 신앙을, 고대의 관습을 끝장내버린 것처럼. 고대에 존재했던 그 건강하고 유쾌하고 힘이 넘치는 그 문명을 끝장내버린 것처럼 말이다.  - P289

그래, 플로라. 직접 경험한 역사는 잔인하기 이를 때 없었지만, 책을 통해 읽는 역사는 사이비 애국자들의사기극에 지나지 않았지.
- P346

"내 그림이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해주었으면 좋겠어, 폴, 예수가 말로 사람들을 위로했듯 말이야. 고전 회화에서 후광은 영원한것을 암시하는 거야. 나는 그 후광을 내 그림에서는 색의 방사와진동으로 표현하고 싶은 거야."
- P384

사슬을 끊을 것이다. 진짜 사는 것답게 자유롭게 살 것이다, 부족한 점을 채우겠노라, 지성을 개발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할 것이다, 많은 일을, 다른 여자들이 네가 살아왔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P403

플로라, 네가 그때 조금만 달랐어도 넌 귀부인이 될 수 있었을거야. 『어느 사생아의 인생 역정』 이라는 책과 암살당할 뻔했던 일로 잠시 상당한 인기를 누렸으니까 말이야. 지금쯤 조르주 상드 같은 여자가 되어 있었을 테지. 상류사회의 귀부인으로, 사람들에게둘러싸여 존경을 받으며, 활발한 사회 활동을 비롯해 글을 써서 사회 불의를 고발할 수도 있었을 테지. 사교계의 존경받는 사회주의자, 아마 그 정도는 될 수 있었을 기야. 그러나 행인지 불행인지 그렇게 될 수 없었어. 너는 곧바로 알 수 있었어. 파리 사교계의 얼굴마담으로는 사회 현실을 조금치도 바꿀 수 없고, 정치적인 문제에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음을 말이야. 행동이 필요했던 거야.
하지만, 어떻게? 어떤 식으로?
- P418

노동자들과 여성들이 서로 다가서도록 만든다. 그래서 둘 사이의 담을 허물어 동맹군을 형성한다. 그러면 경찰도 군대도 정부도 그 동맹군을 진압할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하늘 천국이 더 이상 꿈만은 아닐 것이다. 사제들의 강론 속에서나 신자들의 믿음 속에서나 가능했던 그 하늘 천국이 생생한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나날이 체험하는 그런 삶으로, "플로라,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플로라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오, 주여, 나와 같은 여성을 열명만 이 세상으로 보내주소서, 그리하시면 이 땅에 정의가 실현될것입니다."
- P465

선택받은 한줌의 사람들을 위한 지상 천국을 세우기 위해 이불완전한 세상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야. 그런 곳은 세상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단 말이야.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이 세상의 불완전함에 맞서 싸워야 하는 기아. 이 세상을 개혁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거야.
- P473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어느 날 엘리사와 샤를의 귀에 이런소리가 들렸다. 부부는 침대 발치에 앉아 플로라를 지키고 있었다.
"그냥 나를 본받아 행동해주세요."
- P525

플로라, 넌 진짜 그렇게 했어. 심장 근처에 총알이 박혀 있음에도 불구하고몸이 불편하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네 기력을 갉아먹는 익명의 사악한 무리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넌 지난 8개월동안 그 일을 이루어냈어. 성과가 별로 없었다고 치자. 그건 노력이 부족해서, 확신이 부족해서, 용기가 부족해서, 이상이 부족해서그런 것이 아니었어. 성과가 별로 없었다고 치자. 그건 세상만사란원래 꿈속에서와는 달리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었어. 플로라, 참 유감천만이지.
- P530

천국놀이라니! 넌 아직 그곳을 찾지 못했어, 코케. 천국은 네 손아귀에서 잘도 빠져나갔지. 천국이 실제로 존재할까? 도깨비불은 아닐까? 신기루는 아닐까? 넌 다음 생에 가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테지. 왜냐하면 클루니 수녀회 수녀가 예언했듯이 네 자리는 지옥에준비되어 있을 게 확실하니까 말이야.  - P539

 그중 가장마음에 드는 그림은? 당연히 마음씨 착한 수녀>라는 그림이지.
몸집이 왜소한 가톨릭 선교회 수녀가 ‘마후‘ 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그림, 수녀는 두건과 수녀복과 덮개로 몸을 감싸고 있지, 수녀가 걸친 것은 인간의 육체, 자유, 맨몸뚱이, 자연의 본모습을 위협하는 상징물들이야. 반면에 반벌거숭이 ‘마후‘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 보이고 있어. 나는 자유로운 존재다. 남자든 여자는 무슨 상관이야, 내 성은 내가 만들어간다. 내 상상의 나래에 재갈을 물리지 말라. 서로를 도저히 용납할수 없는 두 개의 문화, 두 개의 관습, 두 개의 종교를 대비시켜 보여주는 그림이야, 힘이 없어 굴복 당한 민족의 고상한 예술과 도덕, 힘이 있어 정복한 민족의 저열한 타락상과 억압, 네가 바에 오호 대신 ‘마후‘ 와 정을 통했다면 그 마후‘는 여전히 네 곁에 남아 널 돌보아주었을 것이 틀림없어, 사실이 그렇거든. - P544

전기 작가들은 한결같이 코케의 삶을 공평치 못한 것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코케의 삶은 이 눈물의 계곡에서 천국을 찾으려 애쓰는 예술가들의 운명과 종종 비교되었다. 최근 이 섬에서 일어난사건 중에서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폴 고갱이라는 작자가급사했다는 것뿐입니다. 유명한 예술가이긴 했지만 하느님의 원수인 동시에 이 땅의 모든 순결한 것들의 대적이기도 했습니다.
- P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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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반대하는 너의 그혁명적인 사상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너를 첩자로 몰아 네 권위를실추시키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네가 여자이기 때문에 널 미워했던 것일까? 그들이 생각하기에 사내들이 해야마땅한 인류 구원의 역사(役事)를 한갓 여편네가 하는 것을 참을수 없었던 것이었다. 소위 진보주의자, 공화주의자, 혁명주의자라는 것들이 그처럼 비열한 짓을 저질렀던 것이다.  - P201

토마는 플로라에게 설명했다. 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을
‘강요‘ 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일하기 싫은 놈은 딴 데서 일자리를 구하면 되는 거다, 나는 아무 문제없다, 아비뇽에서 일손이딸리면 스위스에서 구해오면 된다, 저 알프스 산골 무지렁이들은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묵묵히 일만 하고 주는 월급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 짐승 같은 스위스 놈들조차 저축하는 법은 알고있단 말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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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2-06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갓 여편네가~~~ :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네요.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은 품절이네요.^^

바람돌이 2022-02-07 00:49   좋아요 1 | URL
저는 다행히 옆동네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봤어요. 플로라라는 여성 진짜 대단합니다. 아름다워요. ^^
 

이 둘 중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는 동안 국내에서는 경제 모델을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벌써 한 세대가 넘도록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엔저를 무기로 한 수출주도형 기업들이 무한한 자본과인력을 가져다 쓰던 경제 모델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하지만 기저에 깔린 만성적 경제 문제가 겉으로 드러날 때마다(그런 일이 과거 반복해서 발생했고 2012년 말에 또 한 번 찾아왔다) 정치 지도자들은 매번 똑같은 낡은 수법에만 의존하려고 했다. 엔화를 크게 평가절하하고, 인구가줄어만 가는 지방에 건설 프로젝트를 다시 돌려대고, 세계가 일본 제품을 더 사주기를 바라는 수법이 그것이다.  - P418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사례가 정치가 부재해도 사회가 정상 기능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본은 정치와 권력이 사라진 시장 중심의 사회라는 신자유주의적 환상과는 거리가 먼 국기다. 오히려 일본에서 정치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시장을 간섭하고 동제하며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정치의 존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 P421

메이지 지도자들이 무대에서 사라진 이후로, 일본 정치에는 의심의여지 없는 명확한 통치권을 갖는 권력 집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경쟁관계에 있는 권력 집단들 사이의 분쟁에 대해 온전히 합법적인 판단을 내려줄 제도적인 절차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일본이 전혀 승산 없는 전쟁을 일으켰던 것 또한 공개적인 정치 절차가 없었던 데 그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 P424

하지만 전후에 등장한 너그러운 형태의 질서 또한 일종의 정치 시스템을 필요로 했다. 외부 상황이 급변할 때 일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종류의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필요로 했던 정치 시스템은 권력에 도전하는 잠재 세력들을 필요에 따라 흡수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정치였다. 막강한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 또는 그 부처들과 다른 세력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정치였다.
그리고 해외 국가들에게, 일본이 그들에게 친숙한 정당과 선거와 총리와 법원과 같은 제도를 통해 운영되는 나라라고 안심시켜줄 수 있는 정치였다.
이러한 정치 시스템을 1955년 체제‘라고 부른다.
- P425

자민당은 정책을 결정하지 않았다. 누군가 정책을 결정한다면,
그것은 일본 관료가 오를 수 있는 커리어의 정점인 각 부처 사무차관들의 일이었다. 자민당의 주요 임무는 방해가 될 만한 힘을 가진 모든 주요 이해관계자가 정책을 지지하도록 매수하는 것(자민당은 야쿠자는 물론이고 PTA, 물가 인상에 반대하는 주부들의 연합까지 사회의 모든 주요 그룹과어떤 식으로든 연계를 맺고 있었다), 그리고 지배 엘리트층의 서로 다른 구성원들 사이에서 완충 작용과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 P434

고이즈미의 연례 야스쿠니 참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주변국들의 분노를 유발함으로써 얻는 실질적 이득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런 질문은 일본 정치라는 연극무대에서 상징이 샂는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 P482

무역 협의에 방해될까봐 또는 주변국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봐 일본을 위해 순국한 가미카제비행사와 같은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못한다는 것은 많은 일본인에게받아들일 수 없는 모욕이었다. ‘전범의 위패가 함께 있다고 하는 사실도대다수 일본인의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 3장에서 보았듯이, 도쿄 전범재판은 ‘승자의 정의‘를 자의적으로 행사했던 일로 여겨져 그 정당성을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일본인은 누가 전범으로 기소되고누가 기소되지 않았는가는 상당 부분 운의 좋고 나쁨의 문제였고, 실제로 얼마나 책임 있느냐보다는 누가 더 관료사회 내부의 정치에 능했는가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 P483

그러나 아베가 총리로 등극하면서 우파들은 선을 넘고 말았다. 고이즈미의 성공에 도취된 나머지 오히려 고이즈미 시절의 가장 중요한 교훈을 잊고 만 것이다. 우파의 패권 장악이라는 늑대는 개혁이라는 양의 탈을 쓰고 있어야 한다는 교훈 말이다. 아베는 총리로 취임하자마자, 고이즈미 때에도 가벼운 립서비스에만 그쳤을 뿐인 일련의 어젠다를 현실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전후 헌법의 개정, 사과를 모르는 강한 군대, 일본 주권 체제에서 황실의 중심적 위치 인정, 1930년대 일본의 행위가서양 제국주의 및 동아시아에 무력을 통해 강요된 해외 사상 사회주의,
자유주의)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정당한 반응이었다는 견해의 보급이그것이다.
그러나 아베의 이런 어젠다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일본 국민의 대부분은 이 모든 것에 그저 당황했을 뿐이다. 그들의 삶, 그들의 고민과 너무나 동떨어진 주제였기 때문이다.  - P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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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가족제도를 공격했고 가족제도가 사라지길 바라고 있소이다. 기독교인으로서는 못할 짓이오, 부인."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답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같았다. 그러나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가족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으로 여자를 사서는, 애 낳는 기계로 만들고, 짐 나르는 짐승으로여기고, 게다가 후끈 달아오를 때마다 강제로 올라타는 짓거리가기독교인으로서 못할 짓입니다."
- P20

 ‘마후‘ 들의 존재를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테하마나는 그때마다 별 쓸데없는 것을 다 물어본다는 식으로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그래요, 당연하죠, 여자도 아닌 것이 남자도 아닌것이 있는데, 그래서 어쨌다고요?
- P80

"저는 명성과는 상관없습니다, 라그랑주 씨. 저는 효율성을 중요시합니다. 이름도 모르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대중 앞에서는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진짜 사람들에게 얘기하고싶습니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얘기해야 합니다. 제가 사람들과 진정으로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교황이 가톨릭신자들 앞에서 하는 연설과는 다르단 말입니다."
- P102

푸리에주의자들과생시몽주의자들은 한결같이 무식하고 비천한 그 희생자들을 불신했다. 그들은 천국에 있는 천사와 같이 순진했다. 그들은 고집했다. 사회개혁은 부르주아 이론으로 무장한 부르주아 계층의 양심과 물질에 힘입어 이루어질 것이다.
- P103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이런 식으로 걷어갈 권리는 없어요." 플로라는 계속했다. "상복 따위는 벗어던져버려요..
무덤에서 뛰어나오세요. 살아나가야지요. 공부를 하세요. 선을 행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우세요. 배고픔, 질병, 실업, 무지 등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로 시달리지만 헤쳐나갈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어요. 부인의 문제는 문제가 아니에요. 부인은 이미 답을 얻은 거예요. 부인은 문제를 면제받은 거예요. 여성에게결혼생활은 노예생활이나 다름없습니다. 부인은 이제 거기서 해방된 거잖아요. 시시껄렁한 연애소설의 주인공처럼 굴지 마세요.
내 말대로 하세요. 사는 거답게 사세요. 고통이나 깨작거리고 있지말고 좀더 선한 일에 신경을 쓰세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선을 행하는 데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면, 즐기세요. 놀이도 즐기고,
여행도 하고, 애인도 사귀세요. 만약 부인이 폐결핵으로 죽었다면부인 남편은 분명 그렇게 할 거예요."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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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3 07: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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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 0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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