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빌에서 만나요 3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유시진의 만화는 특이한 매력이 있다.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인물들이 예쁜 것도 아니고 대부분 뭔가 약간 냉소적인 듯한 분위기의 주인공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유시진의 주인공들은 완전히 냉소적이 못된다.

신화의 세계를 헤매다 끝을 못지고있더니 새롭게 이 작품이 나왔다. 여전히 유시진 다운 분위기의 주인공들이 포진하고 있다. 아주 자유롭게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과 그 중간에서 늘 혼란스러워하는 어정쩡한 위치의 주인공까지....

주인공 도윤은 아주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정말 평범 그 자체다. 특별히 뛰어난 것도 없고 특별히 반항적이지도 않고 그러니 뭔 특별한 사건이 날리도 없다. 특별하다 해봤자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와 산다는건데 그것 역시 요즘 우리나라에선 점점 특별하지 않은 일이 돼가고 있으니.... 주인공이 이러니 뭔 일이 일어날 턱이 없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클라이막스도 없다. 그저 이야기는 도윤이 사는 집의 아래층에 사는 이언이와 이비라고 하는 좀 다른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대화하고 생활하고 친구들과의 관계 찔끔 나오고 뭐 이게 다다. 그러다 보니 처음 한동안은 재미없다 싶을 정도로 맹숭맹숭....

하지만 워낙에 유시진 만화를 좋아하다보니 그 믿음때문에 계속 보게 된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유시진이다 싶다. 도윤이 섬처럼 고립된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벗어나 바깥 세상으로 조심스럽게 한 발 한발을 내딛어 가는 심리 묘사가 정말 탁월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렇게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말 어렵게 한발짝을 내밀지 않을까? 옆에서 알아채기도 힘들게 말이다. 그런 조심스러운 한 번의 손짓이 주변을 좀 더 이해하게 하고 세상에 대한 깊이를 가져가게 하지 않을까말이다.

보면 볼수록 사춘기 소년의 심리묘사에 빠져들게 만드는 섬세한 성장보고서... 갈수록 은근히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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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2 - 박노자 교수가 말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박노자씨의 책을 읽을때면 나는 가끔 해보는 생각이 있다. 이 사람이 파란눈의 백인이 아니라 흑인이거나 동남아시아나 남미의 사람이었다면... 그래도 그의 글이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인 논객의 대접을 받고 할 수 있었을까?(책을 읽다보니 뒤쪽에 실제로 나같은 생각을 가지고 질문을 던진 학생이 있더만....) 한겨레 21을 통해 그의 글을 처음 접했을때 사실 나 역시 그의 특이한 이력 - 오리지널 백인이면서 한국으로 귀화한 -에 끌렸었다. 그가 만약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귀화인이었다면 나 역시 그렇게 쉽게 호기심을 가지고 그의 글들을 읽었을는지는 알 수없다.

박노자 그가 말하고자 하는것. 그것은 바로 대다수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 편견과 편견으로 인한 폭력에 대한 비판이다. 그의 비판은 그 스스로가 한국인이라 생각하기에 조금도 외부인의 체면치레나 외교적인 언사가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라는 인간속에 축적된 한국이 아닌 다른 문화의 경험덕택에 보다 객관적이고 명쾌하게 한국사회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여기서 객관적이라 함은 누구나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제반 문화에 대해 일정의 거리두고 바라보기에 그가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이다.남의 눈의 티끌은 보여도 내 눈의 들보는 안보이는 법이니까....)

박노자는 박통을 늘 다카키 마사오라 부른다. 그가 박통을 박정희가 아니라 다카키 마사오라 부르는 것은 박통의 친일 경력때문이 아니다. 사실 식민지 시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다른 친일파들에 비하면 그의 업적(?)은 사실 미미하다고 할 것이다. 박통이 박정희가 아니라 다카키 마사오인 이유는 박통이 만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일본 군국주의 그 자체 아니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일본군국주의의 군사문화와 억압적 폭력적 통치체계가 여전히 이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노자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1편에서 박통정권의 해부에 그토록 많은 지면을 할애했던 것일게다.

박통이 이 땅에 심어놓은 일본군국주의에 대한 논의는 2권에서 보다 더 폭넓은 영역에서 짚어진다. 우리의 일상생활속에 뿌리박은 군사문화의 획일성 억압성이 어떻게 아직도 우리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기 위해 인간의 외면을 규율하는 복장의 규격화 획일화는 아주 빠른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이 그래도 나아졌다고 자부할 때 여전히 우리는 중학교 아이들의 복장부터 그들을 억압하고 있다. 누구나 상식처럼 생각하지 않나? 어릴때는 순수한 모습 그대로가 예쁜거야... 화장은 무슨... 머리도 단정하면 예쁘지...이런걸 상식이라고 하지 않고 억압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있는 박노자는 그래서 고맙다. 나의 진보성이란게 어느 수준인지를 자각하게 해주니까....

최근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낱낱이 보여주게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 역시 그의 비판의 칼날을 비켜가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가 되려면 진정한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교육과 문화가 몽땅 아시아를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만이 서구 제국주의가 저지른 역사적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나자신이 벌거벗기워 지는 기분이다.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부끄럽다고 끝내버리는데 그의 글의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판은 쉽다.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나가는게 진정한 비판이다. 그는 끊임없이 한국사회의 대안을 모색한다. 그러므로 그의 글을 읽는 것은 부끄러움을 느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한다. 그러므로 유쾌하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넘어 우리들의 대한민국으로 바뀌는 그날 아마도 우리는 백인이 아닌 흑인 박노자, 또는 동남아시아 출신이나 남미 출신 박노자를 만날수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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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6-02-05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비판은 쉽지요^^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나가는게 진정한 비판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네요.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었던 때가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바람돌이 2006-02-0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2권은 1권보다 새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더 성숙해진 느낌이랄까.... 이 책 읽으면서 박노자라는 사람이 참 낙관적인 사람이구나 하는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의 그 낙관의 힘이 저에게도 전염되는 느낌이랄까.... ^^

딸기 2006-02-1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합니다. :)

바람돌이 2006-02-1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감사해요. ^^
 
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간 색 표지안에서 소녀는 입을 앙 다물고 나도 할말이 있어요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그 소녀는 이란의 모든 소녀이자 작가인 마르잔 사트라피이기도 하다.

1980년 이란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왕정이 무너지고 혁명이 일어났을 때 그녀는 10살이었다. 그 언저리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4년후 부모에 의해 유럽으로 피신당하기 전까지의 이란에서의 어린시절을 얘기한다.

동시대를 산 그녀의 어린시절은 나의 어린시절과 오버랩된다. 1980년 13살 내가 꾸는 악몽은 광주에 쳐들어온 북한군이 내가 사는 곳까지 쳐들어오면 어떻게 될까라는 거였다. 아무리 온나라가 시끄러워도 시골구석의 어린 나에게는 아무런 상관없는 막연한 악몽의 소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마르잔의 어린시절은 혁명의 한가운데로 모든 생활이 휩쓸려 들어간다. 마르잔이 자랑스러워하는 삼촌은 이슬람 혁명 이후 감옥에서 사형당하고 이란 이라크 전쟁으로 바로 옆집이 폭격당해 옆집사람들이 한꺼번에 몰살당하고 가까운 친구의 아버지가 전쟁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폭력은 그녀의 일상까지도 침범해 길거리에서 청재킷과 달라붙는 바지를 입었다고 어딘가 알지못하는 곳으로 잡혀갈뻔 하기도 하며, 차도르를 거부하는 엄마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폭언과 모욕을 당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그녀는 이 글에 나오지 않는 대다수의 이란 아이들보다는 운이 좋은 편이다.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갖추고 왕정에 반대하며 동시에 이슬람 근본 혁명에도 반대하고, 딸을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부모를 만났으니 말이다. 그녀처럼 운이 좋지 못했던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삶을 이어갔을까? 그녀처럼 부모에 의해 유럽으로 피신할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다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은 주입된 환상에 의해 군대에 끌려가 총알받이가 되었을 것이고, 또 어떤 여자아이들은 차도르 속에 자신의 모든 꿈과 희망을 감추어야 햇을 테고...

그럼에도 이 책은 암울하지 않다. 그런 땅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고 마르잔 같은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하며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건 그런 이란 사람들의 얘기다. 눈물과 슬픔과 한숨만 있을 것 같은 땅에서 삶의 희망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런 희망이 되는 사람들 말이다. 마르잔이 보여주고 싶었던 이란도 사람이 살아숨쉬는 그런 이란이 아니었을까?

2부는 언제쯤 나올지 손꼽아 기다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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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2-0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너무 부지런하시잖아요. 잘 읽었습니다. ^^

바람돌이 2006-02-0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rblue님 이 책 재밌었습니다. ^^
 

해아이야기 ( 2004.12.02 10:04 )
 
 
1. 자기가 뭔가를 갖고 있는데, 예린이가 뺏아갈때
별로 애착가지 않는 물건이면 금새 까먹고 딴걸 찾는다
꼭 가지고 싶은거면 울면서 아빠에게 매달린다(뺏아달라는 의미다, 그러나 아빠는 뺏지 못한다. 뒷일 감당이 힘들기 때문에, 불쌍한 해아)


2. 예린이가 갖고 있는 것을 자기가 갖고 싶을 때
아빠에게 와서 바지가랑이를 잡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이, 이"하며 예린이를 가리킨다.(물론 아빠는 능력 안된다, 이 때는 해아의 정신을 딴데로 돌리는 방법을 쓴다. 이 방법은 오버액션이 필요하고, 해아가 물건에 대해 특별한 애착이 없을 때 가능하다)

3. 예린이한테 덤비다 맞았을 때
자해공갈단이 된다. 바로 앉아서 뒤로 넘어가며 "쿵" .....그리고 달리는 혹하나. 그리고 울면서 엄마아빠가 언니를 응징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엄마아빠는 ".....해서 그랬어"하는 예린이의 변명에, "그래도 때리는 건 싫어"라는 선에서 그친다. 메멘토인 해아가 잊기를 바라면서

4. 해아의 집중시간 - 3초 정도다. 그 이상 말하면 딴데로 간다.

5. 간혹 해아의 기습공격으로 예린이가 울 때가 있다. 물론 이유는 예린이가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 때 예린이를 달래기 위해 해아에게 "언니 왜 때려, 때리는 건 나빠"라고 하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딴데 가 있다. ㅡㅡ; 메멘토인척 한는 해아에게는 더이상 뭐라 하지도 못한다.

6. 엄청난 애교
집에 돌아가면 폴짝폴짝 뛰면서 "아빠"하면서 달려와 뽀뽀하고 껴안아 준다. 세상을 가진듯한 느낌을 준다.
이때부터 해아는 아빠의 껌딱지다.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며 애교를 떤다.
밥먹을때는 자기 밥그릇을 들고(정말 잘 챙긴다) 아빠에게 온다. 아빠를 뒤로 밀치고, 앞에 있는 아빠 밥그릇을 밀어버리고 자기 그릇을 놓는다. 그리고 아빠 발에 앉아서 냠냠

7. 약간의 폭력성
과도하게 기분이 좋으면 자기 앞에 있는 가족의 얼굴을 때린다. 뭐를 들고 있으면 그것으로(예린이만 예외다. 건드리면 응징이 따른다는 것을 안다) 요건 아무리 뭐라해도 잘 안고쳐진다.

8. 끊임없는 탐구심
엄마의 화장품을 열어서 얼굴에 바르기
높은 곳에는 꼭 올라가보기, 그리고 폴짝폴짝 뛰기(전에 소파에서 뛰다가 그래로 바닥으로 헤딩한적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ㅡㅡ;)
기계는 자기 나름대로 조작해보기(8월달에 사준 처가의 비디오는 작동불능상태다, 분해해봤더니 못7개, 철사, 휴지 등의 이물질이 다량으로 들어있고, 각종 잭이 다 끊어져 있다.)

예린이 자랄때와 비교해보면 정말 많이 다르다. 타고난 성격과 자라는 환경의 차이때문이겠지.

하지만 예린이와는 또다른 성격으로 무장한 해아가 요즘 너무너무 정이간다. 첫째에게 몰리던 나의 애정을 갖가지 무기로(애정표현과 각종 사고) 내 눈을 가게하는 해아가 정말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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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아빠의 껌딱지던 해아의 지금모습 - 엄마 껌딱지다. 지난 1년간 아빠 얼굴보기 힘들었던 예린이와 해아 완전히 엄마편으로 돌아섰구만... 역시 애정은 같이 있는 시간에 비례하는거야... ^^


추운 베란다에서 둘이서 시체놀이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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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6-02-04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둘째를 낳아볼까, 심히 고민스럽게 만드는 페이퍼이옵니다. 자매의 모습이 너무너무 귀엽사옵니다!!!!!!

바람돌이 2006-02-0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가 있으면 더 힘든 시기 딱 2년입니다. 요즘 드는 생각 제가 한 선택중에서 최고의 선택이 둘째를 결국 낳기로 한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조선인 2006-02-04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2년이라 이거죠. 음...

바람돌이 2006-02-0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조선인님/맞아요. 딱 2년이예요. 2년만 지나면 둘이서 노는 시간이 늘어나고 엄마를 자유롭게 해주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는거예요. 뭐 부작용은 있습니다. 하나가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집안을 어지럽히는 것, 그리고 자주 둘이서 싸우는 바람에 새로운 대응법이 필요한 것 정도.... ^^

꿈꾸는섬 2006-02-05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둘째를 갖는다는게 전 굉장히 부담스럽거든요..근데 마음이 동하네요^^

바람돌이 2006-02-06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그 부담스러운 기분 저 충분히 이해가요. 예린이를 낳고난 이후 한 6개월간은 정말 다시는 아이를 안낳겠다고 결심했고... 나머지 1년 정도는 정말 둘째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 근데 이렇게 고민하는게 너무 지겨워서 둘째를 낳았다는게 맞을 정도로 부담스러웠었어요. 근데 지금은 정말 좋아요. 탁월한 선택이었다니까요? ^^
 

예린이 엄마 미안해... ( 2004.11.29 12:52 )
 
 
모처럼 온 가족이 결혼식을 핑계대고 외출을 해서 찬바람을 쐬면서도 즐겁게 놀다가 돌아온 집에서 예린이가 갑자기 처진다.
엄마가 '해신'을 못봤다며 보고 있는데 예린이가, "엄마 무서워, 딴것 보고 싶어"(격투신이었다, 예린이 무지무지 싫어한다. 이건 너무 마음에 드는 성격이다^^) 해서 아기 비디오를 켰다. "힘들어서 허리가 아파"(아빠의 영향이다ㅡㅡ;) 하며 눕는데, 얼굴을 보니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열도 제법 있다. 엄마가 포대기를 하고 업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새근거리며 잔다. 해아도 마침 이리저리 비틀대며 잠오는 눈치라 온 가족이 누웠다. 그리고 모두 잠들었다. 엄마만 빼고.
얼마간 잤을까. 예린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기침을 무척 심하게 하면서 운다. 가서 "예린아 아빠 여기 있어"하는데 열이 장난이 아니다. 순간 해아도 불편한지 칭얼거린다. 엄마를 불러서 예린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해아를 달랜 후 예린이에게 해열제를 먹였다. 그리고 체온을 재니 38도 1분, 생각보다는 열이 낮아서 안심이다.(39도까지는 이제 단련되어 우리 스스로 응급처치를 한다.) 하지만 열에 상기되어 쌔근대는 아이를 보는 것은 너무 맘이 아프다. 머리속으로는 목이 부어서 열이나고 기침이 나는거겠지(실제로 진찰결과 그랬다) 하면서도 저렇게 힘들어하는 애기를 보는 맘은 그냥 '아프다'. 어느정도 진정이 되고 예린이가 잠을 깼는지 푸우를 보고 싶다고 한다. 푸우를 보는 동안 열이 많이 내려 안심을 하면서 같이 잠들었는데, 새벽에 몇번이나 예린이의 기침소리에 잠이 깨었다. 물론 비몽사몽간에. 다행히 별일없이 아침이 되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침에 병원에 데리고 가야하는데, 장모님은 오늘 애기를 셋을 봐야한다. 그렇다고 아픈 애를 저녁에 병원에 데리고 갈 수는 없고, 하는 수 없이 학교에 전화를 했다.(내가 수업이 없으니) "애기 때문에 좀 늦겠습니다'는 말을 교감선생님께 하는데,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 어쩔 수 없는데도 내가 뭔가를 잘못한 느낌.....
애기 때문에 조퇴를 하거나 늦을 때, 눈치 보이는...(난 두번째인 것 같다)
순간 예린이 엄마에게 참 미안했다. 1년 내내 병원을 달고 사는 애들을 대부분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예린이 엄마가 병원을 전담했는데......
그래서 오늘 아침은 좀 여유있게 예린이 엄마에게 대했더니, 눈치 빠른 이 아줌마 왈 "오늘 아침은 왜 이렇게 친절하지요" 한다. 여튼 눈치하고는.....
아이 키우는 일이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져 있는 이 구조에서,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린이 엄마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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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럼에도 이후 아이들의 병원뒤치닥거리는 여전히 나의 일이었다. 쩝!!! 지금 시간이 새벽 1시가 넘었건만 술먹는다고 들어올 생각도 안하는구만... 에구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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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2-0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웅...염장이어요....울 신랑도 저렇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는데......

urblue 2006-02-0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과 실제로 변하는 것은 다른 걸까요? 그래도 좋은 남편/아빠 맞지요? ^^

바람돌이 2006-02-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아마도 남편들이 대부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요? 근데 항상 고 실천이 문제라죠. ^^
urblue님/먼저 미안한 마음을 갖고 그 다음은.... 실제로 변하는건 몸이 고달파져야 하고 상황이 따라줘야 하고.... 뭐 그런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