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이 이벤트 중인가보다. 뭐 할인 쿠폰에 추첨 이벤트 같은데....

근데 저기 이벤트 해당도서 두권에 내 닉네임이 올라있다. "바람돌이님의 추천"이라고....

      요 두권인데 근데 나는 이 두권다 리뷰를 썼을 뿐이지 20대에 꼭 읽어야 한다고 추천한 적은 없는데.... 뭐 책 좋다고 쓴걸 그냥 추천이라고 유추해서 생각한거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게다가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그렇다 쳐도 내가 생각하기에 저 빨간 표지의 <루비레드>는 별로 20대에 추천할만 한거 아닌것 같은데.... 나라면 30대 후반 이후 아줌마들에게 권할 것 같다. 같이 읽고 우리도 우리 자신을 함 사랑해보자고....

어차피 공개공간에 글을 올리는 것이니 알라딘 측에서 내 리뷰나 페이퍼를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다고 보지만, 또 오히려 언젠가 독자추천이라고 알라딘 이메일에 내 글이 올라있는걸 보고는 기분이 무지 좋았던 적도 있지만...... 그런 글을 그냥 인용하는 것 하고 이 책들을 내가 구체적으로 20대에게 추천했다는 것 하고는 좀 다르지 않나?  

뭐 기분이 엄청 나쁠것 까지야 아니고, 항의해서 빼달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 이름이 이런식으로 올라가 있는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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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2-0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이건 항의성 발언을 좀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책을 추천하는 것과, 구체적인 대상에게 추천하는 것은 다른거쟎아요!

바람돌이 2006-02-0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이정도면 항의성 발언이 안될까요? 뭐 그리 크게 정색을 하고 따질 정도는 아닌것 같고 그냥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때는 그에 대한 배려를 알라딘측이 좀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정도입니다. 근데 치카님 이름도 있던데요. 대한민국사에요. 찾아보세요. ^^
 

긴 하루 지나고...... (2004.12.06 02:17 )

 
1.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7시 30분 해아의 공격이 시작됐다. 철옹성인 제 엄마를 건드리다, 훨씬 약한 나를 찍었다. 각종 톤의 '아빠'를 연발하며 10분을 괴롭힌다. 결국 일어났다. 기다렸다는 듯 예린이가 벌떡 일어나 반긴다. 혹시 저것의 사주가 아닐까? 부질없는 일인줄 알면서도 잠시 엄마를 깨웠다. 못듣는지 인내력이 강한지 버틴다. 할 수 없이 혼자 둘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2. 하나둘 셋 유치원
애들과 이것 저것 하며 놀아주다가, "얘들아 볼풀 가서 놀까" 역시 폭발적인 반응. 볼풀에 가니 이놈들의 과격한 본성이 살아 펄펄 뛴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여기에 같은 반응 보여주면 내 체력은 바닥난다. 벌써 해아와 예린이는 침대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볼풀로 다이빙 한다. "아빠도 들어와", 그러나 오늘은 강적(^^)이 기다리는 관계로 참기로 했다.

3. 엄마의 일상이 시작되다.
2시간 30분쯤 애들과 놀고나니,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엄마를 깨우기 시작했다. '밥줘'. 역시 강적이다. 1시간 걸렸다. 그것도 예린이와 해아에게 엄마 깨울 것을 사주하고 나서야.(요것도 힘들었다. 배고프지 얘들아를 10번쯤 해서 세뇌해야 가능하다)
엄마는 일어나서 예린이에게 "오늘 카레 해줄까?"하고 묻는다. 답은 이미 정해진 것이지만 예린이에게만은 확인을 받는다. 물론 나는 하등 참고사항이 안된다.
늦은 아침식사가 시작된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딩동", 드디어 강적의 등장이다.

4. 김유신 장군(해아의 사촌, 유빈이 동생, 5개월로 접어듬) 등장하다.
갈길 바쁜 처제는 애기를 주고는 바로 갔다. 먹던 밥은 계속먹어야 한다는 본능으로 유신이를 큰 방에 눕혔는데, 어라? 요놈이 울지를 않네.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저 밥을 먹는데, 아뿔사! 해아. 유신이를 무지 좋아하는 해아가 유신이가 온 것을 보고는 큰 방으로 뛰어가 쪽 하고 뽀뽀를 했고, 유신이의 진가는 이때부터 드러났다.

5. 장군답게 폭신한 침대보다는 돌침대를 선호한 유신이
보기만해도 폭신한 이모를 마다하고, 왜? 이 딱딱한 이모부를 선택하느냐고? 그것도 일정한 자세가 유지되지 않으면 패악을 부리며. 예린이와 해아를 합쳐 보는 것 보다 훨씬 더한 노동강도에 내 허리가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제에게 순간적으로 연민의 정이....
4시에 온다던 처제는 5시가 되어서야 왔다. 그래도 해방의 기쁨...*^^*

6. 잠시 동안의 평온함
유신이가 가고, 엄마와 아빠는 엉망진창인 거실의 조그마한 틈에 잠시 누웠다. 예린이는 기특하게도 해아를 데리고 거실로 가서 그곳이 어린이집이라고 하면서 논다. 이불과 쿠션을 가지고 가서 아주 즐겁다. 해아는 모아둔 폐지들을 모두 흩어놓으면서 논다. 그 동안 잠시 쉬었다.

7. 청소기계 아빠
잠시 쉰 후 엄마는 밥 준비를 하고, 아빠는 청소를 했다. 엉망진창인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하는데 걸린 시간 15분. 내 스스로 대견해하는데, 엄마의 격려 "와 이제 아빠는 내보다 청소 더 잘하네". 순간 뿌듯한 아빠의 가슴. 여자들은 남자들이 격려에 약하다는걸 아는가 몰라. 아마도 알거야 저 여자는. 일부러 나를 더욱 청소에 매진시키기 위해서...

8. 불쌍한 예린이
지칠대로 지쳐 밥을 준비해서 먹는데, 해아는 갑자기 과자만 찾고, 예린이는 아까 하던 어린이집 놀이의 연장 속에 있다. 드디어 엄마, 아빠의 하루동안의 인내가 끝났다. 이럴 경우 메멘토인 해아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엄마 아빠의 협박에 저항하는 예린이가 타켓이 된다.
이런 저런 실랑이 속에서 예린이의 슬픈 울음이 터진다. 참아야 된다는 일념으로 보다 강공으로 나갔다. 예린이 밥을 해아에게 준 것이다. 결국 예린이의 울음보가 터지고, 엄마 아빠의 외면 작전에 혼자서 울던 예린이......얼마 뒤 소리가 없어 가보니 졸고 있다. 이 때가 가장 맘이 아프다. 어쩔 수 없이 예린이를 안고가서 엄마가 재웠다. 그리고 해아도 비틀비틀, 잠오는 모양이다. 오늘은 얘들이 일찍 잠들려나?

9. 불났습니다.
해아도 목욕시켜 재울려고 옷을 다 벗긴 순간. 관리실에서 뭐라고 방송이 나왔는데, 무심코 지나쳤다. 엄마가 "뭐해요 불났다잖아요?" 하며 다급해진다.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불타는 냄새가 느껴진다. 황급히 해아의 옷을 다시 입히고, 엄마는 예린이를 깨워서 안았다. 아이들 파카를 입히고, 우리도 대충 옷을 챙겨입고, 빨리 나왔다. 준비성 좋은 엄마는 연기가 채일 경우를 대비해서 수건도 들고 나간다. 애들을 데리고 비상구로 내려가는데(불이날 경우에는 엘리베이터 이용은 금물이다.), 이놈의 비상구에 왜 이리 잡동사니들이 많냐. 정리좀 해야겠다. 내려가는데, 소방차가 들어오고, 불구경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벌써 꽉찼다. 다행히 불은 소방차가 오기도 전에 꺼졌고(담뱃불이 복도의 폐지에 옮겨붙은거란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예린이와 해아는 완전히 잠이 깼다.

10. 역시 형제인가보다
잠이 깬 예린이. 배고프단다. 예린이 밥을 먹이고, 다시 놀고 있는데, 해아가 잠이 들었다. 해아를 방에 누이고, 예린이는 거실에 있고, 잠시 틈을 내서 담배피러 작은방 베란다에 있는데, 엄마의 다급한 소리에 뛰어가 보니, 해아가 자다가 기침이 심해서 토했다. 해아의 옷을 벗기고, 입을 닦고, 약을 먹이고 하는데 예린이가 들어와서 보고 있다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해아가 가여워"서란다. "해아한테 뽀뽀해줘"하니 조심스레 뽀뽀를 하곤 지켜본다.
해아를 달래고, 예린이까지 재우고 나니 시계가 벌써 11시20분을 가리킨다.

정말. 정말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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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긴 하루였다. 특히 마지막의 불났습니다는 정말 아찔....

그나저나 여기에는 나의 적나라한 모습이 너무 많이 나와 어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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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02-0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가 육아일기를 쓰신다니 무척 부럽네요.
그리고 아침 7시30분 공격 시작은 우리집과 같아요^^ 정말 길고도 다사다난한 하루였네요.

바람돌이 2006-02-0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때 울집 서방이 조금 시간여유가 있었더랬죠.... 뭐 몇번 안남았습니다. 작년 한해는 단 한번도 못썼었으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 정말 힘들어요. 근데 요즘은 요것들이 저를 닮아 점점 늦잠을 자기 시작해요. 한편으로는 편해서 좋은데 슬슬 걱정이.... ^^

조선인 2006-02-06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났습니다라니... 정말 긴 하루였겠어요.
그나저나 돌침대를 선호하는 유신 장군, 호호호호.

바람돌이 2006-02-07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둘 데리고 내려가는 아파트 계단이 왜 그리 길던지요. 참고로 저희집 12층입니다. 뭐 20층보다 낫기는 하지만.... ^^ 요즘은 저 김유신 장군도 사실은 이모부보다는 이모를 더 좋아한다는.... ^^

세실 2006-02-0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빠의 생생한 육아일기 재미있습니다. 어쩜 이리도 책임감이 강하신지요.
바람돌이님도 강하십니다. 낮 2시30분 기상 맞으시지요, 3시30분 기상인가요?

바람돌이 2006-02-0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세실님 낮 2시 30분이라니요. 2시간 30분이 지나고니까 아침 10시라고요. 잉잉...^^;;
 

오랫만에 친구네 가족들과 1박2일간 경주에서 실컷 놀다가 돌아왔다. 지난 여름휴가를 제주도에서 같이 보내고 난 이후에 대부분 처음 만나니 딱 반년만이다. 그럼에도 워낙에 익숙한 친구들이라 그런지 오랫만에 본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토요일 오후 경주에서 만나 콘도에 짐을 풀었다. 못온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대식구다. 어른 10명에 아이들이 8명이니....우리의 전략은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들이 피곤하도록 실컷 놀아준 이후에 어른들끼리 밤새도록 노는거다. ^^

뭐 그런대로 전략은 성공해서 우리집 꼬맹이들이 가장 늦게 잠들었지만 밤 11시쯤에는 아이들이 다 잠들고... 우리는 새벽까지 수다떤다고 신이났다. 물론 여전히 남자들은 훌라판을 벌이고, 머리와 손과 입이 동시에 떠드는 수다의 경지를 보여주고....

이들은 뭐 여러가지 경로로 만났지만 남편의 친구도 아니고 나의 친구도 아니고 우리 둘다의 친구들이다. 빠르게는 내 고등학교때부터의 친구도 하나 있지만 사실 고등학교때 우리는 같은 반이라도 하나도 안 친했었다. 대학에 들어오고 난 이후 혈기넘치고 고민도 많고 엄청난 꿈들을 같이 공유하면서 부대껴온 친구들이다. 그동안 우리는 무수히 많이 싸웠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그럼에도 늘 든든한 우리들의 친구였다.

이제는 무슨 말을 해도 이들의 말은 나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다. 한마디만 해도 그들의 말속에 담긴 마음이 이해되고, 그들 역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나의 마음을 이해해준다.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친구의 모습은 내 모습이 되어가고, 반년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것 같은 이들이 있어 나는 얼마나 행복한지...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나는 상황에 맞게 적당히 가면을 꺼내쓰는 나의 모습에 익숙해져 간다. 인터넷 공간이 이곳 역시 내가 쓰고 있는 많은 가면들 중의 하나일게다. 적당히 편집되고 적당히 좋은 모습을 골라서 드러내고.....하지만 가끔은 그런 내 모습이 웃기거나 싫증날때도 있다.

그렇기에 내가 어떤 가면도 쓸 필요가 없는 그들. - 사실 너무 적나라하게 나에 대해 알고있는 바람에 가면을 쓰도 통하지도 않는다. 살아가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유쾌한 일만 있으랴... 좋은 일 안좋은 일도 같이 웃고 울수 있는 그들이 있어 행복한 이틀이었다.

다들 사는게 바빠 이제는 자주 보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내년 여름 휴가 계획을 짜면서 또 반년 후를 행복하게 기다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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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2-0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친구들 꼭 필요하죠. 저도 몇넘 있어요. ^^

바람돌이 2006-02-0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 여러분들은 아마 다들 이런 친구들을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근데 이런 친구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소중해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실 어릴때는 전 저보다 너무 똑똑한 어떤 친구를 보면서 질투도 했었고(하나만은 아니었던것 같군요. ^^), 근데 지금은 친구가 잘사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하나도 샘 안난다니까요. ^^

urblue 2006-02-06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중학교 때부터의 친구랑 하루종일 놀았어요. 알고 지낸 시간이 모르고 지낸 시간보다 더 길어진 친구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서로들 징그러워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만날 날이 몇십년 더 남았으니 나중에 꼬부랑 할머니가 되면 이 친구들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해요. ^^

바람돌이 2006-02-07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꼬부랑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뭐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젊었거나 어렸던 그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잖아요. 많은 것이 변해도 또 변하지 않는것도 있으니.... 어쨌든 좋은 친구란 좋은 인생의 동반자인건 맞는 것 같아요. ^^
 
솔이의 추석 이야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2
이억배 지음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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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주 오래전에 사두었던 책이었지만 읽어줘도 아이들이 사실 별로 좋아라 하지 않았다.
근데 얼마전이 설이었고 설 책으로 설빔을 보더니 추석에 관련된 이 책을 아이가 다시 꼼꼼히 보기 시작하는 거였다. 그래서 요즘 매일 다시 읽어주고 있는 그림책이다.

아이가 좀 커서 그런지 이 책은 사실  엄마가 읽어준다기보다는 것에  책 가득히 펼쳐진 그림들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아이가 찾는 재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표지의 엄마가 솔이의 한복을 다림질하는 장면에서부터 아이의 눈은 반짝인다. "엄마 나도 이 색동저고리 있어 그치?" 그리고 표지를 펼치면 한 가득 펼쳐지는 분주한 동네시장의 모습. 아이는 가게마다 들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엄마 이 아이는 왜 울어?" "음 여긴 치과니까 아마 이빨이 아야해서 우는걸거야" "야 우리도 여기 목욕타에 가봤는데.... 엄마 미장원이다. 근데 이사람은 왜 머리에 이런걸 썼어?" 등등 장면마다 아이는 잠시도 입을 가만히 두지 않고 자기가 아는 것을 얘기하고 저와 같은 경험, 다른 경험들을 재잘거린다. 그리고 각 페이지마다 주인공인 솔이가 많은 사람들 중에서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이 책의 진가는 결국 이야기에 있지 않고 그림에 있는 것 같다. 별로 튀지 않는 평범한 색깔들이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정겹고 펼쳐지는 이야기와 장면들에 딱 들어맞는다. 그리고 그림들을 보면서 아이가 온갖 자신의 경험과 소망을 재잘거릴 수 있는 것.... 그림책 하나가 이정도를 줄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한 책 아닐까?

근데 말이다. 아이는 아무 생각없이 보고 나도 전에는 제대로 못본 그림인데 이번에 보니 딱 걸리는 게 있다. 바로 추석날 아침 차례를 지내는 장면인데 집안의 남자들은 모두 제사상에 절을 하고 있다. 근데 여자라고는 딱 어린 솔이 한명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그 옆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그릇을 닦고 있다.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뭐 내가 시집에서 늘 보는 풍경이니까.... 그렇기에 아이는 이 장면에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그림을 찬찬히 보니 솔이 엄마는 늘 어린 동생을 업고 있다. 솔이의 아빠는 한번도 동생을 안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명절 준비를 하는 장면에서도 기존의 성역할이 바뀌어서 나타나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미 많이 변했고 우리들도 변했다. 물론 변하지 않은 부분도 많지만.... 하지만 변해야 할 것은 변해야 하고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라면 이런 정겨운 풍경에서도 달라지는 부분이 있고 성역할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물론 아이들과 같이 이런 모습의 문제점을 얘기해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처럼 어리고 또 이런 모습이 많이 익숙해져있는 아이들에게 그건 쉬운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림책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명절 풍경에는 이런 모습도 있어라고 얘기하며 어떤게 더 보기 좋은 거 같니라고 얘기하는게 아이들에게 다가가기에는 더 좋은게 아닐까?

이렇게 좋은 그림책에 너무 결정적이 흠이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안타깝다. 이 책의 개정판이 다시 나와 그림속 남자 여자의 역할이 섞이고 같이 명절을 준비해나가는 모습이 들어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나는 이 그림책에 별 4개가 아니라 10개도 퍼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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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2-0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억배씨의 책은 본게 요거 하나뿐이거든요. 만약에 이 그림책이 별로 맘에 안들었다면 흥! 하고 넘어갔을거예요. 근데 저는 이 그림책이 너무 맘에 드는데 저런 흠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랄까? 그래서 이 책이 다시 그림을 좀 바꿔서 재출간이 되면.... 하지만 작가의 생각이 다르다면 어림없는 일이겠죠.

프레이야 2006-02-0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지적하신 거 같아요. 아주 오래전 보았던 그림책인데요 성역할을 고정하는 글과 그림이 요새는 많이 바뀌어가고 있죠. 새로 태어나는 <솔이의 추석이야기>가 나온다면 좋을 것 같네요. 우리전통을 소개하는 목적이라면 몰라도 시대에 맞게 변한 풍속을 보여주며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추천합니다

바람돌이 2006-02-0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안녕하세요. 다른 분의 서재에서 댓글로 자주 뵈었던 것 같은데....
그림책도 시대에 맞게 아니면 보다 더 바람직한 가치가 있다면 거기에 걸맞데 좀 변해줬으면 좋겠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
 
루비레드 - 삶의 숨은 진실을 찾는 15편의 심리동화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영희 옮김 / 에코의서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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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화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하다. 아이와 마찬가지로 어른들도 두려움과 맞서고, 욕망과 싸우고, 도덕적인 문제와 대면할 기회가 필요하다..... 동화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대립 구도는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서 뭔가를 끌어올리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동화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고, 자신의 문제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돌아감으로써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8페이지, 머리말)

저자의 이말은 심리학자인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에 해당한다. 그래서 백설공주를 다시쓴 루비레드나 헨젤과 그레텔을 모티브로 한 그레텔의 마녀나 그외의 창작 동화들은 무언가 심리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썼다는게 분명히 느껴진다.

루비레드가 어머니와 딸이라는 관계하나로만 이 양자를 보지 않고 각각의 독립적인 여성으로 봤을때, 즉 흔히 어머니라는 중성적인 이름에서 무시되어지는 여성성을 복원했을 때 나타나는 미묘한 심리적 혼란.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의 절정을 치달아가는 딸과 점차 여성성을 상실해가는 엄마. 그 때 엄마라는 여성과는 아마도 어느정도는 자신의 엄마라는 위치와 여성이라는 위치 사이에서 위축과 혼란 또 그로 인해 생기는 죄책감 이런것들이 생기지 않을까? 그 때 그 죄책감을 달래주고 어루만져주며 딸과 어머니라는 두 여성의 서로의 이해과정을 들려주는 동화가 바로 루비레드다.

그 외의 이야기들도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어느정도 가지고 있을 불안과 상처들 내면의 말할 수 없는 억압된 내밀한 욕구들을 대신 말해줌으로써 그것이 나만의 문제이거나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죄책감같은걸 덜어주는게 이 짧은 이야기들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잘모르지만 상담이나 심리학의 치료란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그걸 해결해주는게 목적이 아니라 다만 그것을 당사자가 직시하고 바로 볼 수 있도록 표면화해줌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것, 이런게 아닐까?

"너만 그런게 아니야.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 그러니 우리 서로 욕망을 인정하고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자고..."라고 속삭여주는 듯한......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에 대해서 별로 공감이 안생기는 건 아마도 내 문제일거다. 사실 딸의 여성성을 질투하는 백설공주 어머니의 이야기는 아직 아기인 내 딸들을 생각하면 공감하기 힘들고,,, 아마도 이건 또 서양과 우리의 다른 문화적인 배경 - 유난스러울 정도로 모성을 강조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저런 감정자체가 사회적으로 너무 억압되어서 은밀한 욕망으로조차 나타나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 이야기들은 -즉 루비레드 같은 이야기들은 서양과 우리의 문화적 배경이 너무 다름으로써 공감하기 힘들었고, 하늘위의 하늘이라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소유욕이 치유되어가는 이야기는 또 워낙에 자식에 대한 소유관념이 심한 우리나라이기에 오히려 더 공감이 되었고....

누구나가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모든 이야기에 공감하기는 힘들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 또 적어도 한 두편의 이야기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줌으로써 일종의 치유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 > 광고 때문에 여기 이야기들이 대부분 기존 동화를 새롭게 해석한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대부분이 작가의 창작 동화인것 같다. 물론 내가 모르는 동화를 개작했느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그래서 이전에 나온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류의 책과는 상당히 다르다.

--------> 2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에 비해 책값은 사실 좀 부담스럽다. 하지만 표지 디자인은 정말 끝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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