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은 - 13일 동안 이어지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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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재밌다.

농담이 조금 구린가 싶은데도 막 웃고 있는 나는 뭐냐?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책을 아무도 읽을 수가 없어서 치타를 달리게 했는데 그 치타가 읽은 책제목을 어떻게 알아낼지 고민하는 인간들

경찰에 쫒기는 7권 책을 8권 책의 집 근처에서 찾아내는 엄청 훌륭한 경찰

아 진짜 이런거에 웃는 나 좀 한심하지 않나?


<그 책은> 의외로 삶의 진실을 찔끔 알려주기도 한다.

나의 모든 신상이 다 적힌 책이 발간되어 공포에 휩싸였는데 진짜 공포는 그 책이 출간되고 3개월이 지나도록 나의 신상에 아무 변화가 없다니.....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절망할지도 모르겠다.

또는 어느날 내가 책이 되어버렸는데, 이게 의외로 제자리로 돌아온듯한 느낌이 드는 것 - 나는 인간인가 책인가를 고뇌하게 되는 이야기 - 우리는 모두들 자신의 존재성에 대해 늘 부정하거나 부정하고싶거나 하지 않나?


<그 책은> 때로는 좀 슬프고 또 때로는 좀 감동적이다.

근데 굳이 말로 하기는 좀 부끄러운게 좀 신파거든.

그래도 가끔은 신파가 감동을 주기도 한다는걸 알았단말이다.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빠가 미래에 결혼할 딸을 위해서 행복해라라고 하며 트럼펫을 부는 영상을 담은 책이라든가,

초등학교 시절 비밀일기를 교환하던 친구가 사라진 미스터리 - 이유가 짐작이 가서 슬픈 이야기.

이런건 뻔하지만 마음이 뭉클해지는건 어쩔수가 없어


<그 책은> 심지어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그 책은>  좀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 "좀비가 되면 좀비 따위는 하나도 안 무섭다. 오히려 좋아하게 된다"라고 말이다. 심지어 좀비가 된 후의 마음가짐까지 알려주니 이 얼마나 실용적인가. 자매편으로 유령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굳이 읽지는 않아도 된다. 좀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에 모두 나오니 응용력 또한 기가 막히게 굉장한 책이다.


<그 책은> 그런데 무엇보다도 책에 대한 책이다.

영웅이 패배하는 책으로 평이 안좋은 책이지만 되는 일 하나 없는 내게는 계속 지기만 하는 영웅을 보면서 큰 위로를 얻고,

누군가는 읽고, 누군가는 냄비 받침으로 쓸지도 모르는 책을 완성하는 어떤 소설가도 있고, 

삶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그런 책이다. 

아니면 그 책이 아니라 저 책일 수도 있는......


리뷰가 왜 이 꼬라지냐고?

그건 결단코 내 탓이 아니다.

이 책을 쓴 이 두 남자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 두 남자 포승줄에 묶여 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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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8-14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제가 존재도 몰랐던 책인데 너무 재미있어 보이네요? ㅋㅋ 담아갑니다. 사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8-14 08:45   좋아요 0 | URL
조카랑 같이 보세요. ^^
책의 장정도 고풍스러워요. ^^

2023-08-14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4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8-14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책이 엄청 읽고 싶어집니다~~

바람돌이 2023-08-14 23:18   좋아요 1 | URL
다행입니다. 그 책은 재밌으니까요.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ㅎㅎ

독서괭 2023-08-14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책 리뷰 써야하는데;; 바람돌이님 리뷰도 책 못잖게 재밌네요!!^^

바람돌이 2023-08-14 23:18   좋아요 1 | URL
이런 과찬을.....감사합니다. 독서괭님 리뷰도 기다리겠습니다. ^^

잘잘라 2023-08-14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책은> 이제 저에게 바람돌이님 리뷰를 생각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었
습니다. 그 책은>바람돌이님>베트남>잘잘라 베트남 여행.. 이렇게 연결될 수도 있는!! ㅎㅎ

바람돌이 2023-08-14 23:20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ㅇㄹ 잘잘랄라님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제가 얘기 안했나요? 오늘 이책 다른데 선물하면서 땡투도 잘잘랄라님에게 보냈습니다. ㅎㅎ 이젠 제가 베트남으로 연결을.... 앞으로 더 많은 연결고리를 만들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

감은빛 2023-08-14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네요.
바람돌이님 덕분에 제 카드 명세서에 한 줄이 더 늘겠어요. ㅎㅎㅎㅎ
고맙습니다! ^^

바람돌이 2023-08-14 23:20   좋아요 0 | URL
제 카드 명세서는 책 한권 늘려도 표도 안납니다. ㅎㅎ
즐거운 독서 되시길요. ^^

레삭매냐 2023-08-15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옷, 요시타케 작가의 새로운 책이...

아마 이 책은 핫한 모양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고 했는데
다 대출 중이거나 예약선반에
걸려 있네요 흠...

나중에 도전 !

바람돌이 2023-08-15 10:09   좋아요 1 | URL
저는 요시타케 작가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인데 재밌게 읽었어요. 어린이용 책이 아니라 그랬는지도요. 같이 쓴 마타야시 나오키 작가의 글들도 저는 좋았습니다.
저는 집이 구의 경계에 살다보니 주변에 도서관이 많아서 이 도서관에 없으면 저 도서관 하다보면 한군데는 있더라구요. ^^
 



윌리엄 트레버는 단편소설을 "순간을 포착하는 예술"이라고 정의했단다. 

이 정의에 딱 맞는 작가가 바로 그 자신이 아닐까?


살다보면 뭔가 쨍하고 깨달음이 오는 순간이 있다. 요새는 그걸 현타왔다라고 우스개소리로 얘기 하던데 뭔가 비슷한 맥락일듯도하다.

내 삶에서 그런 순간들은 주로 '아 내가 호구였구나, 이 구역에 호구가 누구인지 모르면 그게 바로 나라더니..... ' 뭐 이런 느낌일 경우가 많아 내 삶의 경험은 농담거리가 될지언정 이야기가 되지는 못하는 바이다.

그렇다고 해서 호구인 내 삶이 딱히 달라지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깨달음은 깨달음이고 삶은 그냥 계속된다.


얼마전에는 내게 그런 깨달음의 순간이 있었다.

아마도 그날 직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던거 같은데 딱히 좋은 일은 아니었다.

자기 책임은 안하려고 요리저리 빠지면서 나이 대접 안해준다고 목소리 높이는 그런 사람때문이었던듯한데 평소 그이를 보면서 드는 감정은 "아 진짜 왜 저렇게 살까" 하는 마음 반, "아 진짜 저렇게도 살아지네, 저렇게 자기만 생각하고 챙길거 다 챙기면서 아니 챙기지 말아야할 것도 다 챙기면서 사는 사람도 있는데 난 도대체 호구야 뭐야" 뭐 이런 마음 반.

하여튼 그럼에도 결국 원하는 바를 챙겨가는 모습에 짜증이 좀 많이 났었다. 

내것도 제대로 못챙기는 나는 등신이야 뭐야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냥 그날 저녁 다음주 스케쥴을 챙기면서 모임 하나가 보이는거다.

직장에서 만났는데  많게는 나보다 열 몇살이나 어린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나랑 놀아주고 있다.

이들을 만난건 돌아보니 내가 가장 힘들때였구나.

그 힘들었던 날들을 이들이 있어서 버텼었구나.

힘들때마다 함께 으샤으샤하면서 버텼던 그날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쩌면 지금 그냥 이 직업을 때려쳤을지도 모르겠구나.

앞에 있던 딸에게

"딸아 엄마가 참 바보같이 산다 싶다가도 말이야. 내 주변에 사람들을 둘러보면 바보같이 산게 아닌거 같아. 내가 남들보다 더 일하고 평소에 손해보고 사는거 같은데 막상 주변을 둘러보니까 엄마 주변에 정말 친한 사람들은 진짜 좋은 사람들만 있는거있지. 그래서 갑자기 좀 행복해지는거 같아" 이런 얘기를 주책맞게 하기도 했다.

그 순간의 깨달음이 내 생활을 딱히 바꾼건 아니지만 내가 내 삶을 미워하지 않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힘을 준다.


이 책의 순간들이 모두 그러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쨍하는 순간을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겉보기에 그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단편인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에서는 이 짧은 단편의 모든 문장이 공감이 갔었다.

피아노 교사가 천재적인 제자를 가르치고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느끼는 행복

그 제자가 올 때마다 집안의 작은 물건들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당혹감

그 작은 행위가 반복되면서 제자의 기만이 아버지의 기만으로, 그리고 전 연인의 기만으로 이어지고 결국 내 인생 전체가 호구가 아니었나 싶은 자괴감.

그러나 돌아온 제자가 다시 연주를 시작했을 때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천재적인 제자의 피아노 연주 그 자체였음을, 그것을 듣는 순간이었음이 깨달아지는 그런 순간, 그래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 깨달음으로 그녀의 삶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타인을 의심하며 자신의 삶을 갉어먹는 자괴감과는 안녕을 고할 것이다. 그럼 충분하지.... 당연히 충분하다.


<장애인>속 마티나의 일상은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지만 그녀에게는 그 일상이 바로 지켜야 할 삶이다.

우리가 일상을 무시하고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그 일상이 깨지는 것은 보통 재앙에 다름 아니다.

그녀의 일상에 어설픈 페인트공이 등장하지만 그녀도 페인트공도 자신의 삶의 영역들 - 되풀이 되는 그 일상을 지킬 뿐, 그리고 여자는 페인트칠 값을 치르고, 페인트공들은 다시 떠돌이의 삶으로 돌아가면 그 뿐.... 

그 사이에 사라진 사람은 미스테리가 되지만, 사실상 우리 삶에 분명한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 테다.

또한 그 심증이 맞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여자들>에서 서실리아를 찾아오는 두 여성 중 한명이 정말 어릴 때 그녀를 버리고 집을 나간 생모인지는 끝까지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고?

자신을 생모라고 주장하는 여인이 나타났다 해서 아버지와 평범하고 온전한 삶을 꾸려오던 서실리아의 삶이 흔들려야 하나?

비록 서실이라의 마음에 의혹이 깃든다해도 그건 또 그것대로 삶이 일부분이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 결국 삶일 뿐이다.


<겨울의 목가>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썼다면 장편 소설 하나는 쓰고도 남았을 것 같은, 그런데 또 생각하면 매우 진부한 이야기가 되었을 듯한 이야기를 트레버의 손에서는 순간 순간 포착되는 감정의 빛으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어릴 적 첫사랑이 돌아왔을 때 메리 밸리는 당연히 그가 돌아올 곳에 돌아왔듯 담담하게 맞이하지만 그것이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한 그들이 어릴 적의 그 집에서 같이 살기로 했을 때 따라오는 남자의 아내와 자식의 고통 역시 진부하지만 존재하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느닷없이 버림받은 아이의 고통 역시 고통스럽다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지며, 결국 자신의 아이에게  돌아가는 결정을 하는 남자의 결정 역시 고통스럽지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메리 밸리의 삶이 파괴되었는가?

아니 메리 밸리의 일상과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트레버가 말하는 순간의 포착은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어떤 전환점을 맞는 순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들이 자신의 삶을 계속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일상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는 어떤 순간 그 순간이 아니었을까?

변화가 아니라 지속의 순간과 과정에 우리 삶이 빛나는 모든 순간이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거기에 살아간다는 것의 질기고도 질긴 힘이 있는게 아닐까?

우리 모두는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나의 친척 중 한분은 "인생은 한방이야"라고 젊었을 때부터 외쳤었는데 내가 본 30년 동안 그 한방은 아직도 오고 있지 않다. 

우리 모두 뭔가 대단한 순간을 역전의 순간을 바라지만 그 순간이 온다고 해서 또 삶이 극적으로 달라지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은.....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트레버의 책을 딱 3권 읽었다.

읽은 모든 책이 아름답고도 마음에 쨍하는 순간을 선사한다.


















앞으로 남은 트레버 아저씨의 책들 - 아마 다 읽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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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08-13 16: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트레버 한 권도 안읽은 저는 기대되네요~!

바람돌이 2023-08-13 17:25   좋아요 3 | URL
트레버 한 권도 안 읽은 햇살과 함께님 부럽습니다. 앞으로 읽을 트레버가 저보다 많이 남았잖아요. ^^

거리의화가 2023-08-13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트레버 책 아직 단 한권도 읽어보질 못했는데 아름답고도 쨍한 순간이 담겨 있다니 참 좋네요.
나눠주신 이야기도 참 인상깊습니다. 저는 갈수록 제 마음이 각박해진다 싶을 때가 많아요. 이제는 부대끼는 게 싫을 때가 많은 거죠.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 자체를 기피하게 된달까.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지만 또 사람에게서 기쁨과 위로를 얻을 수 있구나 싶어서 여러 생각이 듭니다.

바람돌이 2023-08-13 18:00   좋아요 3 | URL
삶의 미묘한 한 순간을 낚아채는 솜씨가 정말 멋진 작가입니다. 그러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전개가 더 돋보이는요. 늘 사람에게서 상처받지만 그래도 나를 버티게 해주는건 사람이더라구요. 그리고 이제는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에 대한 경계를 너무 잘 세워서 정말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너무 잘 구별한달까요? ㅎㅎ

blanca 2023-08-14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트레버의 여정에 오르셔서. 앞으로 더 많은 찡함을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바람돌이 2023-08-14 09:04   좋아요 1 | URL
먼저 다 읽은 자의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ㅎㅎ 남은 책이 더 좋다는 말씀이죠? ^^

blanca 2023-08-14 09:06   좋아요 1 | URL
좋다마다요. 저는 작가 사생활까지 팠네요. 너무 좋아서요. 그런데 소설에서의 시선과 작가의 삶이 일치해서 놀랐어요. 평화롭고 성실하고....조각 전공했는데 소설가 된 것도 드라마틱하고, 아들 직업까지 검색했어요. ^^;;;

바람돌이 2023-08-14 09:10   좋아요 0 | URL
작가의 삶도 마음에 드는 드문 경우군요. 트레버 작품속에 느껴지는 연민과 따뜻함이 작가의 마음 자체일듯하여 더 좋아집니다. ^^

감은빛 2023-08-14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때론 속이 뻔히 다 보이는데도 일부러 속아주기도 하고,
어쩔 때는 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그냥 조금 더 일하기도 하구요.
이렇게 살다 보면 남들도 다 같이 보거든요.
저 사람, 알게 모르게 남들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다 하더라.
저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상황이면 일부러 해주는 편입니다.
나중에 그게 어떤 방식으로든 저에게 도움이 되긴 하더라구요.

바람돌이 2023-08-14 23:22   좋아요 0 | URL
그쵸. 내가 생각하는걸 남이 생각 못하는거 아닌데 그걸 잘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어쩔 땐 감은빛님 말씀처럼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기도 하구요. ㅎㅎ 저는 어쨌든 좋은 사람들과 계속 사귀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려고 합니다. ^^

희선 2023-08-16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둘레에 좋은 사람이 많은 건 바람돌이 님이 그렇다는 거기도 하겠습니다 남한테 해를 끼치는 것보다 손해 보는 게 더 마음 편할지도 모르죠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무언가를 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8-16 11:10   좋아요 1 | URL
앗 희선님 저에게 필요한 칭찬을 이렇게 딱 해주시다니.... 저는 좋은 사람이라고 막 주장하고싶은데 말이죠. ㅎㅎ 감사합니다. ^^

은오 2023-08-16 0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 리뷰 읽으니까 저 진짜 트레버 읽어야겠어요....!!!! 이런 단편을 쓰는 작가군요!!

바람돌이 2023-08-16 11:11   좋아요 0 | URL
단편의 대가 트레버, 단편들도 좋지만 저는 장편도 좋았습니다. 펠리시아의 여정요.
지금은 또 다른 장편 루시골트 이야기 읽으려고 준비중입니다. 은오님도 올해 전에 트레버 영접하시길....
그런데 단편집은 이번 마지막 이야기들 보다는 저는 밀회가 더 좋았습니다. ^^

- 2023-08-20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작품들을 읽을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 것으로 생각하며 아쉬움이 가득한 채 마무리 되었고 그의 작품들 속 그들을 일상

- 2023-08-2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꽤 오랜 시간 트레버와 함께 하였고 그와 그의 작품 속 인물들로 인해 많은 위안을 받았다. 많이 감사하고 이번에도 트레버를 읽을수 있는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바래본다. 마직
 

그리고 미스 나이팅게일은 그를 바라보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 그 미스터리 자체가 경이였다. 그녀는 거기서 아무런 권리가 없었다. 인간의 나약함이 사랑과, 혹은 천재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이해하는 데만 너무 골몰했으니까. 균형이 이루어졌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 P17

장애인을 그리워할 사람도, 호젓한 곳을 찾아올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일 그 여자는 페인트칠 값을 치를 것이다. 내일 그들은 다시 여행길에 오를 것이다. - P42

결국 죽음의 드라마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고통은 낭만의 수의를 입기엔 너무 둔감하다는 걸 자신은 알고 있었다는 것도 고백하지 않을 것이다. 용기가 그 별것 아닌 일에 마법을 걸 수도 있었으나, 기상대방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어버린다. - P153

그는 기다렸다. 왜 기다리는지, 무얼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채 기다렸다. 그가 붓을 씻고 아침을 위해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내는 소리만이 밤의 정적을 깼다. 물감은 말랐고, 그는 전등을 하나만 남기고 다끈 후 다시 그림에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천사들의 완전함을 보았다.
그가 침대에 누웠을 때 정적을 깨는 바스락거림은 없었고, 그의 살결을 더듬는 손길도 없었다. 그는 잠을 자면서도 여전히 기다렸지만, 꿈속에서 오직 천사들만이 자신에게 위안이 되어준다는 걸 알았다. - P176

그 편지는 소중했고, 그녀는 편지를 그가 접은 그대로 다시 접어서간직해두었다. 그녀가 답장을 할 수 없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가돌아왔던 것이다. - P190

밤이 되면 연민이 그녀를 침묵하게 만드는 사랑에 도전장을 내밀며 예전처럼 예상된방식에 머물러 있지 않고 주제넘게 나섰다. 그래도 연민을 버릴 수가없었다. - P201

끝나지 않았다. 기억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점잖게 사라지지 않고 악마들을 풀어놓는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고, 그녀는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 P202

"우린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는 자신을 잘 몰라요." 메리 벨라가 긴침묵을 깼다. "우리가 뭘 할 수 있고 결국 할 수 없는지, 무엇이 우리를계속 괴롭히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경계가 너무 모호해요."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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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이고 지적인 미술관 - 당신이 지나친 미술사의 특별한 순간들
이원율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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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주는 그림과 유명한 그림은 다르다.

이 책은 단도직입적으로 유명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다. 

유명한 그림이 왜 유명한지를 알려주는 책.

저자는 아예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선언하고 있다.


 한 작품을 보고 한 시대를 조망할 수 있도록 미술 공부에 첫 걸음을 뗀 분에게는 '완전한 생애 첫 미술사 수업', 적당한 수준을 넘어 미술을 본격적으로 알고 싶어진 분들에게는 '제대로 된 생애 첫 미술사 수업'으로 이 책이 제 역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 10쪽


이 책에서 다루는 23명의 작가와 그들이 문제작만으로 미술사 전체를 아우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딱 2가지의 목적은 확실하게 성취하고 있다.

그 첫번째는 유명한 그림이 왜 유명해졌는지를 확실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두번째는 책을 다 읽었을 때 시대를 바꾸는 예술의 힘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나는 이렇게 자기 목적에 충실한 책이 좋다. 

어정쩡하게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하다가 갈길을 읽고 방황하는 책 말고......


첫 번째 예를 들어보자



조토의 유명한 그림 <애도>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보자.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뭐 딱히 잘 그린 그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현장에서 직접 보면 다를지도 모른다고? 

아니! 이 그림은 이탈리아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성당 안에 있는 무수히 많은 그림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많은 그림들 속에서 이 하나를 보고 감동에 빠지기는 힘들다.

종교적 감동이라고 하면 나는 오히려 조토 이전의 중세 그림에서 더 감동을 받는다.

중세의 그림들은 "너 이래도 감동 안 받을래?"라고 하면서 그림을 보는 이를 윽박지른다.

종교적 핵심을 모두 제외해 버리고 오로지 신성만을 부각하니까 말이다.

그러면 이 그림은 왜 유명한가? 그리고 왜 당대의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가?


그것은 조토가 신의 눈이 아닌 인간의눈으로, 배운대로의 규격에 맞게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 그렸기 때문이다.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어머니, 비탄에 빠져 엉엉 울고 있는 천사들.

지금에 와서야 별거 아니지만 처음으로 이 그림을 본 사람들의 충격은 어땠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 그림에서 예수의 죽음은 신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의 영역으로 내려온다.

그것이 인간의 신앙심을 더 깊게 했을지 아니면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을지는 논외의 문제지만 실제 조토의 그림을 주문했던 스크로베니가 감동했다는 얘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조토로부터 예술의 중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마네의 너무나 유명한 그림 <풀밭 위의 점심식사>다.

역시나 지금 봤을 때 딱히 아름답거나 감동적이거나 그렇지는 않다. 물론 나만 그럴수도 있겠지만.....

이 그림 역시 감동적인 그림이 아니라 유명한 그림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오감, 감각을 해방시킨 그림이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인간의 신체가 아니라 뱃살이 접히는 것까지 포함하여 인간의 눈이 포착할 수 있는 모든 빛과 그림자를 보이는 그대로 그렸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회화의 핵심 가치가 "개인의 감각, 즉 화가 각자의 개성"(213쪽)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와 그 작품의 첫 번때 가치를 독특한 개성에 두는 시대의 시작이고, 이것은 현대 예술의 기본 기조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네는 현대 미술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인물이 된다. 


이런 얘기들이 조토에서부터 잭슨플록, 팝아트의 리처드 해밀턴까지 펼쳐지며,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결국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미술사에서 유명한 그림들이 왜 유명한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알게된다고 하겠다.


두번째로는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결국 유명한 예술이라는 것은 기존의 한계를 깨는 것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조토가 회화를 중세의 장인 기술에서 해방시켜 독립적인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낸 것은 그가 인간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이다. 신성의 영역에 인간의 감정을 들이댄 것이나 마찬가지로 기존의 상식과 통념을 깸으로써 조토는 위대한 화가 되는 것이다.

고흐는 사실적 묘사를 뛰어넘어 피사체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혼을 그림으로써 그림은 객관적이어야 한다라는 신화를 깬다. 세잔은 그림에서 형태를 해방시켜, 사과는 마땅히 이런 모양이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부숴버린다. 다음 마티스는 형태에 이어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는 색채마저 해방시켜 버린다. 칸딘스키와 같은 추상화로 가게 되면 사물의 재현이라는 오래된 미술의 본래적 의미마저 파괴하고 새로운 영역을 창조한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결국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의 획득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과 예술가의 힘은 바로 이 새로운 시각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이 시각을 획득한 이후에 보는 세상은 우리에게 다른 측면의 사고와 세계관을 선사하는 것이다. 

결국 이 한권의 책에 담긴 유명한 그림들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이 그 오랜 역사동안 무엇을 해왔는지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그림들 중에서 당신이 매우 좋아하고 감동을 느끼는 그림을 만난다면 그건 또 굉장한 행운이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예술이 끊임없이 과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확대하는 과정을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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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08-12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풀밭 위의 점심 식사>에서 인상 깊은 묘사를 꼽으라고 하면, 나체 여성의 맨발바닥을 정면으로 그린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아는 맨발바닥을 상세하게 묘사된 그림이 (제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카라바조와 쿠르베, 그리고 만테냐의 죽어서 누운 예수 그림이거든요. 맨발바닥 묘사는 흔하지 않아서 신선하다고 생각해요. ^^

바람돌이 2023-08-12 14:14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진짜 나체여성의 발바닥을 정며으로 그린 그림은 거의 없는거 같네요. 저는 또 이 그림에서 그건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cyrus님 덕분에 그림의 다른 면모를 또 봅니다. 좋네요. ^^
카라바조와 쿠르베의 발바닥은 기억이 안나는데 만테냐의 예수의 발바닥은 그림 직접 봤었어요. 발바닥이 고통을 부르짖는듯한 느낌이어서 강렬했던 기억이 나네요. ^^

야클 2023-08-12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한 꼭지씩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입니다.

바람돌이 2023-08-12 14:16   좋아요 1 | URL
한 꼭지씩 읽어도 좋을거 같아요. ^^ 이분 예전에 후암동 미술관이라고 신문 연재하시고 블로그운영할 때 가끔씩 읽었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오니 좀 더 정독해서 읽게 되네요. ^^
 

한 작품 을 보고 한 시대를 조망할 수 있도록 미술 공부에첫걸음을 뗀 분에게는 ‘완전한 생애 첫 미술사 수업‘, 적당한 수준을넘어 미술을 본격적으로 알고 싶어진 분들에게는 ‘제대로 된 생애 첫미술사 수업‘으로 이 책이 제 역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 P10

조토가 위대한 이유는 중세의 공식들을 싹 다 깨부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신의 눈이 아닌 인간의 눈으로 대상을 관찰했습니다. 중세가
‘배운 대로‘라면 조토가 띄운 르네상스는 ‘보이는 대로‘ 입니다. 조토는 인간의 표정과 감정을 공부했습니다. 신이든, 성인이든 상관없이 그 대상에 자신이 탐구한 형형색색의 감정을 그려 넣었지요. - P29

바로크 미술의 핵심은 역동적 구조, 강렬한 색채입니다. 15세기 르네상스미술이 안정감과 단정함, 절제된 표현을 추구했다면, 바로크 미술은과장과 극적 효과를 추구합니다. 르네상스 미술이 깔끔한 교복 차림의 모범생이면, 바로크 미술은 것을 바짝 세운 채 껄렁하게 앉아 있는 반항아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애초 바로크라는 말 자체가 ‘현란한‘, ‘불규칙한‘, ‘변덕스러운‘ 같은 의미로도 통합니다. 포르투갈어로 바로크는 ‘비뚤어진 진주‘라는 뜻입니다. - P96

윤두서는 수백 년간 이어진 조선의 화풍을 바꾼 혁신가입니다.
조선 땅에 등장한 첫 사실주의 화가입니다. 사실주의는 보이는 걸 그대로 담는 화풍입니다. 피사체의 외면을 넘어 요동치는 내면도 그립니다. 나아가 그 시대상까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 P196

윤두서는 조선이 낳은 첫 서민풍속화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사실주의는 자화상에만머물지 않았습니다. 윤두서는 서민을 그림의주인공으로 둡니다. 그간 아무도 하지 않은파격이었습니다.  - P199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는 기성 화단을 제대로 한 방 때리는 그림이었습니다. 이 그림은 감각을 다룬 작품입니다. 마네는 인간의 오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인간의 누드를 그렸습니다. 뱃살이 접히는 걸 보고는 이마저도 똑같이 묘사했습니다. 그늘이 진 곳에도 빛을 표현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고, 무엇 하나 만져지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현실에선흔치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지금껏 인간의 주관이 이렇게나 가득 스며든 작품은 처음이었습니다. - P212

쇠라는 인상주의가 흩트려놓은 조형 질서를 다시 구축한 화가였습니다. 인상주의의 무기인 ‘감각‘이 신중한 계산, 입증 가능한 과학과도 함께 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혁신가였습니다. 그의 점묘법으로 인해 인상주의는 진화했습니다. 색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쇠라가 없었다면 인상주의 또한 ‘새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달지못한 채 잠깐 반짝인 뒤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신인상주의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 화풍에서 영감받은 야수주의와 추상회화의 등장 또한 한참 늦어졌을지도 모릅니다. - P264

 세잔은 선과 색으로 대상을 모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선과 색으로 대상에 ‘새로운 형태‘
를 부여하는 일도 미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친 겁니다. 이는 급진적 발상이었습니다. 인상주의도 이해받기 힘든 시절에 이런 생각을 이해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야 세잔의말이 그림에서 형태를 해방한 선언문으로 인정받습니다. - P299

세잔이 여러 방향에서 대상을 관찰하고 표현하던 버릇은 피카소가 이어받았습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대상을 조각조각 낸 뒤캔버스 위에서 재창조했습니다. 입체파가 탄생한 겁니다. 피카소의<아비뇽의 처녀들>은 세잔의 <대수욕도>(그림 9)를 본 뒤 그린 작품입니다. 피카소와 함께 입체파를 이끈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역시 "세잔의 작품을 보자 모든 게 뒤집혔다. 나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다시 생각해야 했다"고 했지요. - P309

이런 점에서 로댕이 조각계에 남긴 업적은, 마네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미술계에 안긴 충격과 같다는 말을 합니다. 로댕은 조각의 땅.
인상주의 화가들은 미술의 땅을 넓혔기 때문입니다. 로댕 덕에 "조각은 아름다움 없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고, 마네와모네 등 인상주의 무리로 인해 "그림은 예쁜 장면 없이 예쁠 수 있다!"는 말이 생명력을 얻었으니까요.  - P322

한편 클림트를 내세워 회화 운동으로 시작한 빈분리파의 성과는건축과 공예 영역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찍어낸 듯 지을 수 있는건물, 별 생각 없이 만들 수 있는 공예품에도 예술을 투영시킨 것이이들의 가장 큰 공로 중 하나입니다. 고루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의빈 분리파는 엄청난 포용력을 가졌었는데요, 이들의 이상은 그들만의 예술 타파, 즉 생활 속의 예술 실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화보다 더 큰 영역으로, 회화보다 일상적인 영역으로 눈길을 줄 수밖에없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과 사람이 쓰는 것, 건축과 공예로 무대를넓힌 이유였습니다. - P354

회화란 ‘대상‘ 없이 그 자체로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칸딘스키의 신념이었지요. 생각, 즉 아이디어만으로도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대상 없이 점, 선, 면과 이를 아우르는 색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칸딘스키로 인해 회화는 대상에서조차 해방을 맞이합니다. 이렇게 회화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무언가를 재현하기는 해야 하는 것"이라는 불문율마저 무너집니다. - P401

반면 몬드리안 표 ‘차가운 추상‘은 감정 따위는 한 방울도 섞지않은 건조한 추상화입니다. 오직 질서와 규칙뿐입니다. 대상의 영혼을 그리는 데 방해되는 모든 것을 미련 없이 내다 버립니다. 감정을가라앉힌 채 천천착을 거듭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몬드리안은 그런 점에서 해방, 폭발이 아닌 절제까지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화가라는 평도 받습니다. 무표정의 배우가 연기하는영화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겁니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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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09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언제 베트남에서 돌아오셔서 사적이고 지적인 미술관을 가셨습니까!

바람돌이 2023-08-10 15:40   좋아요 1 | URL
하하하~~ 베트남에서 돌아와서 일상으로 못돌아오고 미술관으로 잠시 피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