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남성시인들이 경험하는 ‘영향에 대한 불안‘은 여성 시인에게 오히려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 (자신은 창조할 수 없다는 불안, 자신은결코 ‘선배‘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글 쓰는 행위는 자신을 소외시키거나 파괴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불안)으로 다가온다. - P145

최근의 예를 들면, 남성 작가들은 블룸의 ‘영향에 대한 불안‘ 이론이 정확하게 묘사한 수정 요구로 인해 점차 탈진하고 있는 반면, 여성 작가들은 자신을 창조성의 개척자로 본다. 여성작가들에게 이런 느낌은 너무강렬해서 르네상스 이래, 혹은 적어도 낭만주의 이래 남성 작가들은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다. 수많은 아버지의 아들인 오늘날의 남성 작가들은 자신이 뒤떨어졌다는 절망감을 느끼지만, 몇 안 되는 어머니들의 딸인 오늘날의 여성 작가들은 드디어 싹트기 시작한 생명력 있는 전통을 창조하는 데 일조한다고느끼는 것이다.  - P147

 ‘감염된 문장이 새끼를 친다‘는 개념은 여성 문인에게 너무도 잘 들어맞는 진실이다. 오스틴과 셀리부터 디킨슨과 배럿 브라우닝에 이르는 19세기 소설가들과 시인들의 위대한 예술적성취는 사실적으로나 비유적으로나 번번이 질병과 결부되었다. - P158

 이 모든 인물들과 작가들이 잊었을까 봐 정말로 두려워하는 대상은 정확하게 말해 가부장적 시학 때문에 멀어진 자신들 삶의 국면, 즉 자신들의 모계적 문학 유산이다. 그것은 애니고틀립이 말한 것처럼 그들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어머니‘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들에게 중요한 ‘여성적 힘‘이다. 따라서 ‘감염된 문장‘이 여성들 사이에 ‘새끼를 쳐나가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어떻게 질병을 통해 예술적 건강을 획득해내는가를 배우기 위해서도 ‘영향에 대한 불안‘
이라는 블룸의 중요한 정의를 재정의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19세기 여성들이 자신들을 쇠약하게 만드는 가부장적 인식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고유한 여성의 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잃어버린 어머니들을 되찾고 기억해내 ‘작가가되는 것에 대한 불안‘을 극복한 일이 얼마나 지난했는지 추적해낼 수 있을 것이다. - P161

모든 여성의 삶과 시, 그리고 선택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바는간단히 말해, 여성 문인이 세계 내에서 자신의 공적 현존을 규정해야 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든 똑같이 항상 자기 존재를 비하하는 결과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 P168

마찬가지로 오이디푸스는 영웅이지만, 메데이아는 마녀일 뿐이다. 리어의 광기는 거룩하고 보편적이지만, 오필리아의광기는 그저 측은할 따름이다. 비극의 구조가 가부장제의 구조를 반영하는 한(다시 말해 비극이 ‘고귀한 인물의 ‘몰락‘ 이야기여야 하는 한 비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그런 이야기를 단순히 사용한다기보다는 필요로 하는 것이다.  - P175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여성 작가는 우선 자신을 감염시켰던문장(판결)을 쫓아내야 한다. 그녀는 공공연하게 또는 암암리에 ‘주름진 창조자‘에게서 들이마신 절망을 벗어내어 자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여성 작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창조자의 텍스트를 수정하는 것이다. 다른 은유로 표현해보자면, ‘유리 표면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여성 문인은 모든 여성이 지켜야 했던 사회적 규범을 그토록 오랫동안 반영해온 거울을 박살내야 한다.  - P187

그리하여 여성 작가들은 가부장제나 인습을 공공연하게 비판하지 않을 때조차(그리고 우리가 살펴볼 19세기 여성들은 그런 비판을 공공연히 하지도 않았다) 거의 편집증적으로 자신의 감추어진 분노를드러내주는 인물들을 창조했다.  - P188

‘말하지 않는 법을 버리기‘와 같은 매우 결정적인 투쟁을 벌였음에도 예술의 외관 뒤에 숨는다는 것은 여전히 숨기는 것이고 제한받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비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감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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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기 시작!!!!

역시 생각했던대로 만만치 않다. 서문과 1장을 읽고난 소감은 이 책을 다 읽어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무섬증이 먼저 들었고, 다음으로는 다 읽고 무언가 제대로 된 리뷰를 쓰는건 불가능하겠구나라는 기분이다. 매일 한 챕터씩 읽으면 딱 16일이면 읽을 수 있겟다 싶어 용기를 내면서 동시에 매일 각 장에서 생각했던 것들을 열심히 정리해보자라는 결심을 한다. 동시에 어쩌면 이 책에 대한 글들은 전부 이건 무슨 말일까라는 의문문으로 도배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도 드는데 그러면서 또 왜 문학이든 영화든 문화쪽의 비평이란 말만 들어가면 이리도 책이 어려워지는것이냐라고 한탄을 하는 것이다.



초판 서문에서 저자들은 "우리는 '은유를 낳는 경험'과 '경험을 낳는 은유' 둘 다를 묘사하고자 했다."라는 문장을 제시하는데왠지 이 책을 읽어감에 뭔가 핵심인 문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장치로서의 은유와 그 은유를 낳을 수 있게 하는 실질적 경험이 19세기 여성문학과 어떻게 만나는가에 주목하면서 책을 읽어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읽다보면 이 아리송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다.


  펜은 음경의 은유일까?라는 도발적인 말은 결국 역사적으로 문학이 남성의 전유물이었을뿐만 아니라 실제로 전유물로 만들기 위한 부단한 이론적 시도들을 집약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인류의 유지에서 아이를 낳지 못함으로 생산자의 입장에 서지 못한 남성은 이 세계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에서 생산자의 입장을 그리도 갈구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문학작품, 텍스트와 작가의 관계에서 텍스트를 작가의 자식으로 은유하는 것은 남성의 창조적 생산성을 강조함으로써 오로지 신과 여성만이 존재하던 "생산과 창조"의 영역을 넘보는 것이기도 하겠다. 역시 결핍이 창조를 낳는달까? 음경이 부재한 여성의 결핍을 얘기할게 아니라 아이를 못낳는 남성의 결핍을 얘기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논의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다. 남성이 텍스트를 자식으로 낳는 것은 그들의 작품을 낳는 펜이 바로 음경이라는 섹슈얼리티적 해석과 주장으로 말이다. 여기까지 나아가면 결국 문학이든 지성이든 정신적 창조와 작품은 바로 음경을 가진 자, 남성의 영역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다. 참으로 결핍의 힘은 세다. 그리고 그런 존재론적 열등감을 가리기 위한 오랜 노력은 가부장제의 확립과 여성의 지적 능력에 대한 소외와 무시로 역사를 이어오니 단순히 얘기할게 아닌건 분명해보인다. 펜이 음경이라는 은유는 어쨌든 오랜 시간 여성의 지적능력을 억압하는 기제로 사용되어왔음은 분명하다.



 남성에 의해 정립된 여성상으로 제시되는 '집안의 천사'에 대한 은유들을 보면서 지금 읽고 있는 샬럿 브론테의 <빌레뜨>속 등장인물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폴리라는 소녀는 그야말로 어릴 때부터 집안의 천사에 딱 걸맞는 존재로 묘사되는데 그 묘사가 얼마나 절묘한지 이 책과 함께 읽으면서 샬럿 브론테는 당대 인물들의 내면과 성격을 어떻게 이렇게 포착하고 표현할 수 있었을까싶다. 이후 샬럿 브론테의 장에 가서 <빌레뜨>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 될지 아주 궁금해진다. 


백설공주가 유리관을 깨고 나와 왕자와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자 여왕의 유리 거울을 폭파시키는 바로 그 현장에 위치하는 여성문학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이제 2장 본격적으로 읽어보자.





여성으로 젠더화된다는 말은 (특히종교가 여전히 보편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19세기의 여성 작가 모두가 타락과 인간의 모든 악은 이브 탓이라는 전통 속에서 작업했음을 의미한다.  - P14

감금과 탈출 이미지, 미친 분신이 온순한 자아의 반사회적 대리인으로 기능했던 환상, 얼어붙은 풍경과 불길에 싸인실내에 나타난 육체적 불편함에 대한 은유-이런 유형들은 대물림되며 거식증, 광장공포증, 폐소공포증 같은 질병의 강박적묘사와 함께 거듭나타났다. - P19

다락방의 미친 여자의 기본적 주장에 대한 그들의 공격은 단순하고 그저 애처로운 두 가지 진술로 요약할 수 있다.
‘남자도 고통받는다‘ 그리고 ‘내 아내는 그런 식으로 느끼지 않는다!‘ - P41

따라서 21세기의 페미니스트들은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가장 뛰어난 책 중 한 쪽을 훔쳐 ‘오로라리‘로 알려진 기표들의 유려한 모음집과 제휴해, 세계를 향해 크고 분명한 소리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도 있다고,
우리의 사명이 해야 할 일이.
........................................

가장 진지하고, 가장 필요한 일이
여느 경제학자들의 일과 마찬가지인 것이
또는 천체물리학자나 미생물학자의 일과 같은 것이 - P65

문학작품의 관례를 볼때 ‘작품의 통일성이나 완전성은 일련의 계보적 연결, 즉 저자-작품, 처음-중간-끝, 텍스트-의미, 독자-해석 등에 의해 유지된다‘고 하면서,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계승, 부권, 위계질서의 이미지가 깔려 있다‘ (강조는 인용자)라고말한다. - P76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고 다양한 목적에서 문학적 부권 은유를 사용하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문학작품은 문자 그대로 언어의 표현일 뿐 아니라 육체로 신비롭게 구현된 권력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 같다. 따라서 가부장적 서구 문화에서 텍스트의 저자는 아버지이자 창시자이며 낳는 자, 펜을 음경처럼 생산의 도구로 쓰는 미학적 가장이다. 더욱이 저자의 펜이지닌 힘은 음경의 힘처럼 생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요, 자신의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자손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 P78

여성은 그토록철저하게 금지당했던 펜을 들어보기도 전에 이미 가부장제와문학작품에 의해 종속되고 감금당했기 때문에, 남성 텍스트들을 피해야 한다. 그 텍스트들은 여성을 ‘영‘으로 규정하고, 여성에게 (여성을 가두고 펜을 들 수 없게 만드는 권위에 맞서 대안을 만들 자주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 P89

여성 작가는 여성의 육체적 한계를 초월할 수 없다는 바로 그 근거에 기초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예술적 적절함에 대한 남자 예술가들의 불안을 체화했으므로 18세기 풍자문학에서 실패자로 간주되고 비방받았다. 여성은 재생산 측면 바깥에 있는 자신을 결코 생각할 수 없다. - P119

작가가 되는 것이 자신의 ‘성과 태도‘에  대한 오인을 의미한다면, 작가가 되는 것이 ‘성을 부정하는‘
혹은 성적으로 삐딱한 여성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작가가 된다는 것은 바로 괴물이나 변종, 즉 사악한 ‘에러‘, 기괴한 레이디 맥베스, 혐오스러운 ‘우둔함의 여신‘, (나중에 나올 마녀 중몇몇만 말해보자면) 살인마 라미아, 사악한 제럴딘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제넘은 노력을 해서는 안 된다. - P122

여성의 순종하는 삶, ‘명상적인 순수한 삶은 침묵의 삶이요, 이야기도 없고 펜도 갖지 못한 삶인 반면, 반항하는 여성의 삶, ‘의미 있는 행위‘의 삶은 침묵을 강요받고 괴물 같은 펜으로 끔찍한 이야기를 말하는 삶이다. 어느 쪽이든 여성 예술가가 자신을 찾기 위해 들여다보는 거울 위의 이미지는 여성 예술가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여성 예술가는 누명을 쓰고 함정에 빠진, 고발되고 기소된 ‘영‘이라고, 또는 ‘영‘이 되어야 한다고. - P124

그리하여 앤 핀치와 앤 엘리엇부터 에밀리 브론테와 에밀리 디킨슨에 이르는 자부심 강한 여성들이 남성 작가의텍스트라는 유리관에서 나와 여왕의 거울을 폭파했을 때, 오래전 침묵 속에 추었던 죽음의 춤은 승리의 춤, 언어를 향한 춤,
권위의 춤이 되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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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2-05 0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열차게 관련 독서를 하신 후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시작하신 바람돌이 님, 덕분에 제가 막 흥분이 됩니다!!

바람돌이 2022-12-06 15:55   좋아요 1 | URL
관련도서를 읽은게 하나도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지금도 다 못읽긴 했지만 시작을 안하면 12월에 진짜 못읽지 싶어서 남은 책과 함께 읽으려 합니다. 이제 우리 다락방님 격려까지 받았으니 진짜 힘내서 읽겠습니다. ^^

건수하 2022-12-05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은유를 낳는 경험‘과 ‘경험을 낳는 은유‘ 둘 다를 묘사하고자 했다.˝

저 이 문장 벌써 까먹었어요... 의미심장하네요. 바람돌이님 덕분에 다시 기억하며 읽겠어요 :)

바람돌이 2022-12-06 15:56   좋아요 1 | URL
저도 까먹을까봐 여기 써놓은거예요. 아 근데 저말 알것같다가도 잘 모르겠고.... 특히 경험을 낳는 은유는 진짜 아리까리합니다. ㅎㅎ

yamoo 2022-12-05 1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ㅎㅎ
페미니즘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비유와 상징이 많은 이론서는 좀 기피하는 편이라서욤...^^;;
다른 건 몰루겠고..
갈무리 해 주신 ˝우리는 ‘은유를 낳는 경험‘과 ‘경험을 낳는 은유‘ 둘 다를 묘사하고자 했다.˝는 매우 문학적인데, 굳이 이론서에 이런 수사를 써야하는지 참 그렇습니다. 은유를 낳는 경험은 뭐고 경험을 낳는 은유는 뭔지...엄청난 논증이 필요한 이런 문장이 아무 설명도 없이 마구 나열되는 이런 이론서들이 좀 많더라구요.

특히 마지막 137페이지 인용문을 봐도 이 책의 성격을 알 거 같아요. ‘우리의 이상향은 결국 이카타로의 회귀‘어쩌구 저쩌구 하는 평론적 문장과 대동소이해서 좀 거시기 합니다. 뭐, 이런 류의 책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제 취향은 아닌데, 가열차게 읽으신 바람돌이님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에요. 저는 한 두 페이지 읽다가 바로 덮었을 겁니다...ㅎㅎ

바람돌이 2022-12-06 16:03   좋아요 1 | URL
저는 요즘 문학에서 은유가 가지는 힘에 대해서 좀 새롭게 그 힘을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직설적인 문체의 글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이로 몇번이나 곱씹게 하면서 영역을 확장해가며 다른 깨달음을 주는 힘이 은유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도 이론서는 명확하고 논리적인 언어로 서술된 것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알아먹기가 훨씬 좋으니까요. 하지만 19세기 여성문학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좀 어쩔수 없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19세기의 여성문학 자체가 상당히 은유로 감추면서 말하는 것들이 많고, 그것을 파헤치고 있는 이 책은 또한 이런 은유의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것들이 더 많지 않나 싶어요. 뭐 쉽지는 않지만 어렵게 읽는 만큼 더 많은 또는 더 깊은 사유로 저를 이끌어주리라 생각하고 읽고 있습니다. 근데 읽어내는게 힘들긴 하네요. ^^

햇살과함께 2022-12-10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처럼 달려가십니다! 곧 2달 전 시작한 저를 따라잡으시겠습니다 ㅎㅎ
관련 책 최근에 많이 읽으셔서 더 재미있게 읽으실 거에요~
해당 책을 읽은 챕터와 안 읽은 챕터는 확실히 이해의 폭이 다르더라고요.
물론 저에겐 많이 어렵고요^^
 

이상할 정도로 기꺼이 그녀는 그의 흥밋거리에 자신을 맞췄다.
마치 자기만의 세계나 생활은 없고, 다른 사람의 존재 속에서 살고움직이고 자신의 존재를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아버지가 곁에 없자 그레이엄에게 안착해 그의 감정대로 느끼고 그라는 존재 안에 존재하는 듯했다.  - P38

돌벽이 있다고 감옥이 되는 건 아니고철창이 있다고 새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네."
몸이 건강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 특히 자유의 날개를빌릴 수 있고 희망의 별빛의 인도를 받는 한, 위험과 외로움과 불안한 미래는 우리를 짓누르는 악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 P85

다시 말하지만 베끄 부인은 아주 대단하고 아주 유능한 여인이었다. 그녀의 힘을 펼치기에 그 학교는 너무 좁은 영역이었다. 국가를 통치하거나 격동기 국회의 국회의장이 되었어야 했다. 누구도 그녀의 기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고, 누구도 그녀를 신경질나게하거나 짜증나게 할 수 없었을 것이고, 누구도 그녀보다 더 기민할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혼자서 수상과 검찰총장을 겸임할 수도 있었을 인물이었다. 현명하고 단호하고 신의 없는데다, 은밀하고 교활하며 냉담하고, 조심스럽고 속내를 알 수 없고, 날카롭고 비정하며 그와 더불어 완벽하게 품위 있으니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 P113

 그 말인즉, 나는 눈에 띄지 않는 가구나 목공이 만든 평범한 의자나 화려한 무늬가 없는 카펫 정도의 존재였다는 의미다. - P149

베끄 부인은 스스로에게 충고한 듯했다. 그녀는 나약하게 행동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사실 극복해야 할 정도로 강한 감정도 비참하게 고통에 빠질애정도 없었다. 그녀에게는 중요한 사명이, 시간을 채워주고 기분을 전환시켜주고 관심을 분산시켜줄 진정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녀가 평범한 여자나 남자가 가지지 못한, 진정으로 훌륭한감각을 지닌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 여러 장점들이 결합되어 그녀는 현명하게 행동했다. 다시 한번, 베끄 부인 브라보! 당신은 편애라는 아바돈"에 맞서서 아주 잘 싸웠고, 그리고 이겼군요! - P161

그로부터 스물네시간 동안, 나는 현재의 내 존재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주고 앞을 향해 이끌어줄 무언가를 절실하게 갈구했다. 이런 갈망과 또 이것과 유사한 것들은 모조리 단단히 억눌러둘 필요가 있었다. 나는 야엘이 시스라에게 한 대로 갈망의 이마에 못을박았다. 그러나 갈망은 시스라처럼 죽지 않았다. 그것은 잠시 잠잠해졌다가 가끔씩 반항적으로 몸을 뒤틀며 못을 뽑아내려 했다. 그러면 관자놀이에서 피가 흐르고 골은 한가운데까지 흔들렸다 - P168

갈색 사막일 뿐이었다. 젊음에 꼭 필요하고 젊음을 지탱해주고 이끌어주는 희망이란 것을 나는 알지 못했고, 감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가끔씩 희망이 마음을 두드려도 퉁명스럽게 안에서 빗장을닫아걸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거절당한 희망은 뒤돌아서고때때로 슬퍼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손님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희망을 넘보는 연약함과 죄가 몹시 두려웠다. - P246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지나친 호감을 가지고 그들을 생각하지는 말게 하소서."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이 생명의 시내에서 적당히 한모금 마시고 만족하게 하소서. 목이 마르다고 해서 반가운 물을 정신없이 계속 마시지 않게 해주소서. 이 물이 지상의 샘물보다더 달콤한 물이라고는 상상하지 않게 해주소서.  - P278

나는 ‘이성‘의 가혹한 엄격함에 신음했다. 절대로, 절대로라니.
너무 냉정한 말이었다! 이 ‘이성‘이라는 마녀는 내가 쳐다보거나미소를 짓거나 희망을 품지도 못하게 했다. ‘이성‘은 내가 완전히 압도되어 겁을 먹고, 길들여지고, 산산조각날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몰아쳐냈다. ‘이성‘에 따르면, 나는 빵조각이나 벌려고 일하며죽음의 고통을 기다리면서 평생 낙담한 채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이성‘이 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우리는 ‘이성‘을 무시하고 ‘이성‘의 채찍을 벗어나 ‘상상‘에게 달려가서 빈둥대지 않는가. 밝고 부드러운 이성의 적이자 우리의 상냥한 ‘구원자‘이며, 신성한 ‘희망‘인 ‘상상‘에게 말이다. 끔찍한 복수가 되돌아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따금 한계를 넘어서기도 하며, 또 그래야 한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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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9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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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오스틴의 이름을 포털에서 검색해보면 제일 먼저 <로맨스 소설의 전형을 만든 소설가>라는 소개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로맨스 소설의 전형으로 보기는 힘들다. 분명히 중심 줄기가 남녀관계이고 결론은 결혼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함으로써 로맨스소설의 클리세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오스틴의 소설속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사회의 다양한 인물 유형을 그려놓은 만물상이랄까? 그런 느낌이 강해서 그 인물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의 로맨스는 어느 순간 뒷전으로 가버리는 것이다. 주인공보다 조연들의 캐릭터성이 더 강하여 독자들을 더 강력하게 끌어들인다. 욕이든 공감이든 어느쪽이든 말이다.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 나는 제인 오스틴에게 주어진 저 <로맨스 소설의 전형을 만든 소설가>라는 호칭은 당연히 샬럿 브론테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고로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면 일단 서사의 중심이 여주인공에 있어야 하고, 남녀주인공의 사랑과 위기 그리고 해피엔딩으로서의 결혼이 중심줄기로 단단하게 서있어야 한다.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주변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주인공을 위한 주변인으로서 주인공의 사랑을 돕거나 방해하거나 하는 존재해야 하는 것을 잊어서도 안된다. . 이런 오늘날 로맨스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하는 소설은 제인 오스틴이 아니라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날 로맨스 소설들의 서사와 기본 구조를 같이 하는 제인 에어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보다 읽기가 훨씬 편하다.  


 로맨스 소설의 중심은 여자 주인공! 따라서 제목이 제인 에어인 것도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여자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19세기의 소설임을 감안하고 볼 수 밖에 없는데도 여주인공 제인 에어는 아주 훌륭한 여주인공으로서의 클리셰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21세기에 이 소설을 보는 내가 반할 정도로 말이다.  


  시작부터 제인의 캐릭터는 강렬하다. 버르장머리 없는 아니는 지옥에 간다는 설교로 어린 제인을 겁주려는 어른에게 지옥에 가지 않으려면 "건강하게 지내서 죽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지극히 상식적인, 그러나 꼰대어른이 바라는 답이 아닌 대답을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런 소설에서 흔히 나타나는 착하고 여린 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험담을 해대는 리드 부인에게 "당신이 나를 학대했음을 하늘에 있는 나의 부모님과 외삼촌(리드 부인의 남편이기도 한)은 다 보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그 벌을 반드시 받고야 말것이다. 그리고 지금 현세에서도 나는 내가 당신에게 받은 학대를 다 말할 것이다"라는 요지의 말로 방항을 함으로써 리드 부인을 기함하게 하고, 책을 읽는 독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준다. 


  이토록 똑똑하고 자존감 강한 여주인공 제인, 이로써 21세기의 독자조차도 매료시키기 시작한다. 자선학교로 보내진 제인이 교사로 성장하고 사실 거기서 머물수도 있지만 다른 삶을 찾고자 과감하게 스스로 직업을 구하는 광고를 내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것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태도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인이 빛나는 것은 로체스터와의 결혼을 포기하는 대목이다. 결혼식장에서 로체스터씨의 부인이 살아있음이 밝혀지자 그 결혼이 얼마나 자신에게 불합리하고 원통한 것이었나를 주구장창 변명하는 로체스터, 그의 생각의 근본은 다음과 같은 말에서 나타난다.


정부나 노예나, 대로는 천성이 그렇기도 하지만 그 지위로 보아서 열등한 사람들이오. 열등한 인간과 친밀하게 산다는 것은 타락이오. -2권 149쪽


  그러니까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부인 버사와 사는 것은 로체스터에게는 타락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이 온전한 부인을 찾아 다시 결혼하는 것이 로체스터에게는 정의이고 진리인 것이다. 여기서 로체스터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버지와 형의 계략이었든 어쨌든 그 결혼을 결국 받아들인 것은 자신이라는 것이다. 버사의 집안의 정신병 내력을 몰랐기 때문에 속았다고 길길이 날뛰지만 적어도 자신이 결혼할 때에는 버사의 병이 발병하지 않았었고,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쳤든 그녀의 치료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 남편인 로체스터의 의무인 것을 어쩜 이렇게 이기적으로 잊어버리고 모든 것을 부인인 버사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로체스터가 해야 하는 일은 아내의 정신질환을 고치기 위해 버사를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런 로체스터에게 제인이 말한다.


당신은...... 그 불행한 여인한테 너무 가혹하게 말씀하시는군요. 증오심을 가지고. 앙심 깊은 반감을 가지고 그분 일을 이야기 하시는군요. 잔인해요. 미치지 않을 수가 없겠어요. -2권 127쪽


  19세기에 로체스터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토록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 작가의 통찰력이 빛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로체스터가 제안하는 중혼을 받아들이는 것, 또는 결혼이 안되니까 그저 연인으로 같이 살자고 하는 것이 당대 여성인 제인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희생이라는 것을, 그렇게 자신의 자존을 무너뜨리는 관계는 올바른 관계가 될 수 없음을, 언제든지 제인이 또 하나의 버사가 될 수 있음을 통찰하는 작가 샬럿 브론테에게 감탄하는 장면이다. 로체스터가 제대로 사랑을 알고, 제대로 된 인간이 되려면 아직 더 많은 시련이 남아있는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그 시련을 손필드 저택의 화재와 버사의 죽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손을 잃고 장님이 된 것으로 그의 회개를 표현했다고 봐도 될듯하다. 


  또한 여기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여성으로서의 연대감이라고 생각한다. 버사를 제인의 또 다른 자아로 보는 의견도 있다는데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보기에는 제인이 버사에 대해 인지하고 한 표현이 너무 적지 않나 싶다. 위의 인용문이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되는데, 나는 저 문장을 샬럿 브론테가 당시 여성 일반에 가지고 있던 연대의식과 공감이 아닐까싶은 것이다. 



  이 시대에 제인 에어를 통해 보여지는 여성상의 모습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고 해도 될듯하다. 가령 아래와 같은 말은 오늘날의 여성들이 해도 별 위화감이 없을듯하니 말이다. 


 여성은 대체로 평온한 존재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오빠나 동생들과 똑같이 자기의 능력과 노력을 발휘할 터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너무도 가혹한 속박, 너무나 완전한 침체에 괴로워한다는 점에서 여성도 남성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여성들이란 집안에 처박혀서 푸딩이나 만들고 양말이나 짜고 피아노나 치고 가방에 수나 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보다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남성들의 소견 없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관습에 의해서 여성에게 필요하다고 선고된 일 이상의 것을 하고 또 배우려고 하는 여성을 탓하거나 비웃는 것은 소갈머리 없는 짓이다. - 1권 198쪽


 제가 만약 사랑을 위해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결혼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도 아녜요. 자기를 쓸모 있는 연장으로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한평생 매어져 있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니겠어요? - 2권, 354쪽


  이토록 똑똑하고 제인 만세라고 외치고 싶은 주인공인데 별 하나를 뺀것은 로체스터를 떠난 그녀의 선택때문이었다. 아니 왜 한밤중에 도망치듯이 돈 한푼 안들고 집을 나서서 얼어죽을뻔하냐고 말이다. 분명히 그 전에 자신에게 삼촌이 있고, 유산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당연히 제인은 삼촌을 찾아가야 하고, 그 유산으로 학교를 세운다든가 뭐 이런 일을 했다면 훨씬 더 소설의 전개가 매끄러웠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하지 않아도 될 죽을뻔한 고생을 넣어서 제인의 숭고함과 도덕성을 돋보이게 하려 한것 같은데 음..... 이건 작가의 착가? 또는 시대적 한계? 당대 기독교 의식의 한계? 하여튼 무엇이었든 그녀는 한푼도 없이 집을 나가서는 안되었고, 당연히 유산을 받았어야 한다고 계속 욕하면서 책을 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세인트 존 같은 제 신념에 도취되어 사는, 그래서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병맛 인간을 만나지만 이런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끼워넣을 수 있는 인간이니 역시 이 부분은 샬럿이 살아있다면 다시 써달라고 하고 싶다. 


  결국 시련을 겪고 끝내는 사랑으로 돌아감으로써 로맨스 소설의 전형을 완벽하게 탄생시키고,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의 전형을 만들어낸 이 소설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에게는 <로맨스 소설의 전형을 만들어낸 소설가>라는 타이틀이 반드시 주여져야 한다. 



뱀꼬리.

  다락방에 갇힌 버사가 백인인가 자메이카 출신의 혼혈인가의 논란이 있었는데 일단 이 책에서 읽은 바로는 백인이다.

버사의 출신에 대해 나오는 대목은 딱 한 문장인데 2권 109쪽에 "그 모친은 서인도의 크리올인인데...."라고 나온다. 버사의 아버지는 농장주니까 당연히 백인이고, 모친을 표현하는 크리올은 식민지에서 태어난 순수백인이다.(크리올은 혼혈 아님, 식민지에서 백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 이 크리올들은 본토에서 파견된 총독이나 식민지 관료들보다 차별받기는 했지만 명백하게 식민지에서 최고의 지배계층이었다. 따라서 버사의 존재를 가지고 인종차별을 끌어들이기는 힘들듯.... 또한 피부가 검다는 표현이 딱 한번 나오지만 그게 인종적 특징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그저 개인적 피부톤의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그러면 제3세계에 대한 차별로 버사를 이해하는 것은 어떨까? 이에 대해서는 진짜 불분명하게 처리되어 있다. 로체스터가 버사에 대해 가지는 혐오는 그녀의 출신이 식민지여서라기보다는 그녀의 집안의 알콜중독과 정신병 내력으로 이야기되기 때문이다. 이 점 역시 버사가 백인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딱히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사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또 하나의 뱀꼬리

  어릴 때 축약본으로 제인에어를 읽었고, 내게는 왠지 로체스터씨는 굉장히 음울한 인간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아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제인에어를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캐릭터가 바로 로체스터이다. 아 진짜 대놓고 처음부터 제인을 꼬셔보려고 온갖 수를 다 쓰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진중하고 말없고 뭔가 로맨스 소설에 나올만한 중후한 이미지의 로체스터씨는 산산조각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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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1-30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문도 재미있지만 뱀꼬리는 더 재미있네요. *^^* 요즘은 제인에어하면 정작 주인공보다 다미여 먼저 떠올라요 ㅎㅎ

바람돌이 2022-11-30 22:57   좋아요 1 | URL
ㅎㅎ 맞아요. 사실 제인에어를 이제 읽은것도 그저 다미여때문이고.... 근데 읽으면 읽을수록 19세기 여성작가들 문학 재밌어요. ^^

꼬마요정 2022-11-30 2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때 크리올은 순수하지 않다는 의혹을 받았다고 해요. 워낙에 저기 간 백인 남자들이 그 곳의 어린 여자들에게 몹쓸 짓을 많이 하기도 해서 부모가 둘 다 백인이라고 해도,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아마 버사가 피부톤이 어두운 건 그 태양이 작열하는 곳에서 자유분방하게 살았다는 의미가 아닐까 해요. 그래서 진 리스는 <광막한 사르가소의 바다>에서 차남이었던 로체스터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니까 크리올인 버사와 결혼해서 버사의 재산을 챙기고, 버사는 자유로운 여자였는데 주위의 질시와 로체스터의 의심으로 점점 미쳐간다고 그리죠.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여자라는 이유를 내세워 한 사람의 본성마저 파괴하는 게 로체스터였답니다. 마지막에 버사는 제인 에어보고 도망 치라고 해요... 이 어둡고 불운한 성에서, 신의 없는 로체스터로부터 말이죠. 제인 에어를 읽고 전 로체스터가 뭔가 어색했거든요. 브론테가 제인의 고난을 위해 로체스터를 저렇게 소모하는 건가 했는데, 그것도 나름 괜찮은 이유 같긴 하지만... 아니에요. 우리 제인이 말이죠, 그런 남자를 선택하게 하다니... 어쨌든 제가 쓴 댓글이 이상하게 되었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2-12-01 13:20   좋아요 2 | URL
저 때라면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본국은 어떻게든 식민지에 대해서 우월성을 유지해야 착취를 최대화 할수 있었을테니 크리올에 대한 그런 의혹도 충분히 의도적으로 만들어냈으리라 생각해요. 꼬마요정님 덕분에 광막한 사르가소의 바다는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 되었습니다. ^^
그런데 제인에어에서는 버사에 대한 표현이 너무 적어서 사실상 그정도를 가지고 작가의 생각을 맞춰가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듯해요. 저는 로체스터 보면서 진짜 딱 그 시대의 나쁘지 않은 그러나 이상적으로 좋다고는 결코 할 수 업는 그전 전형적인 남자가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샬럿 브론테가 로맨스소설의 공식 서사를 만들면서 여주인공에 엄청난 공을 들인 것과는 다르게 남자 주인공인 로체스터는 그리 멋있지 않잖아요. 그게 저는 작가의 의도한바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더라구요. 우리의 여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말이죠. ㅎㅎ

단발머리 2022-12-04 08:30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꼬마요정님!

제인에어 관련해 제가 페이퍼 쓰면서 이 페이퍼와 댓글을 언급했습니다. 혹 불편한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 알려주시어요^^

바람돌이 2022-12-04 16:26   좋아요 2 | URL
방금 가서 읽고 왔어요. 불편한게 왜 있을까요? 단발머리님 글에 지금 감동하고 왔습니다. ^^

꼬마요정 2022-12-04 17:57   좋아요 1 | URL
저도요!!! 오히려 훌륭한 글에 언급되어서 영광입니다!! 가문의 영광이에요!!!^^

꼬마요정 2022-12-04 18:33   좋아요 1 | URL
엇 바람돌이님!! 제가 댓글을 달았는데 댓글이 없네요??? 등록을 안 눌렀나봐요ㅜㅜ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언급이 적어서 사실 버사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는 게 맞는 듯 해요. 그래서 진 리스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글을 쓰고.. 또 심지어 로체스터는 남주라기에는 나중에 불구에 빈털터리… 제인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하신 말씀에 공감해요 ㅎㅎ 근데 제가 확실히 편견이라고 하나요, 세뇌됐다고 해야 할까요. 제인이 고생할 것만 같아요ㅜㅜ 반대로 돈 많은 남주가 불구의 여주랑 결혼하면 남주가 그렇게 고생할 거 같지 않잖아요? 근데 왜 반대는 제인이 고생할 것 같죠? 돌봄이 여성만 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자꾸 로체스터가 더 싫어지나 봅니다.

바람돌이 2022-12-04 20:36   좋아요 1 | URL
로체스터는 확실히 로맨스 소설의 남주인공으로는 격이 떨어진달까? 그런데 저는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우리 샬럿언니의 안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저 지금 빌레뜨보는데 와 이 언니 진짜 대단하다를 입에 달게 되네요.
앗 그리고 로체스터 빈털털이는 아녜요 집은 불탔지만 수입은 다 영지에서 나오는거니까 그 수입 모아서 집은 다시 지으면 되고요. ㅎㅎ 물론 제인이 손잡고 다니면서 돌봐야 하긴 하겠지만..... ^^

꼬마요정 2022-12-04 20:40   좋아요 1 | URL
ㅋㅋ 완전 빈털털이는 아니긴 하네요. 다행이에요. 우리 제인 고생 좀 덜해야죠. 빌레뜨 땡투 드렸습니다!! 책 주문했어요 바람돌이님 덕분이에요^^

바람돌이 2022-12-04 20:44   좋아요 1 | URL
앗 꼬마요정님
이거 미리 말씀드려야 하는데 빌레뜨는 제인에어처럼 재밌지는 않아요. 어 너무 지루한거 아냐 이러면서 보는데 대신에 굉장히 독특하달까? 뭔가 제인오스틴과 합체한 느낌이랄까 그런게 있어서 저는 지금 와 좋다 하면서 보고있거든요. ^^

꼬마요정 2022-12-04 20:55   좋아요 1 | URL
좋은 책일 것 같아요!! 정 못 읽으면 중고로 팔죠 뭐 ㅎㅎ 하지만 다들 좋아하시는 거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11-30 23: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사이다 맛 버전의 리뷰네요.
시원시원 합니다.^^
제인 에어가 집을 뛰쳐 나와 길바닥에서 객사할 뻔 할 정도로 고생하잖아요. 그 부분이 <천로역정> 이랑 비슷한 것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까 수하님이 천로역정이랑 제인 에어 부분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버사 부모님은 백인인 듯한데 인도 였던가? 암튼 제3 세계에서 살고 있는 그 자체를 로체스터가 혐오하는 듯 했던 것 같아요. 버사 집안은 돈이 엄청 많은 것 같았어요. 돈은 많은데 집안이 볼품 없는? 그래서 더욱 버사 어머니의 조현병 유전을 걸고 넘어졌던 듯도 하구요. 아, 그리고 샬롯 브론테 작가가 영국 국민 우월주의에 좀 빠져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조금 했었어요. 프랑스 국민들 미개하다고 영국 자국민이 가장 우수하다는 식의 문장을 언뜻 본 기억이 있어서..그래서 차별 운운하는 것인가? 생각도 했었구요. 제3암튼 그리 생각하고 읽어서인지? 샬롯 브론테 작가의 생각들이 조금은 거만해 보인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빌레뜨를 중간까지 읽어 보면 아닌 것도 같고??? 그래서 제가 잘못 해석하고 읽었나? 생각도 했구요.
다른 소설보다 확실히 강렬하게 기억에도 많이 남았고, 샬롯 브론테 작가에 대해서도 살짝 물음표가 생기기도 하네요.
그리고 제인 에어가 진정 로맨스물이라고 하신 말씀에 저도 인정입니다.
덕분에 재미나게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2-12-01 13:28   좋아요 2 | URL
앗 그런가요? 전 천로역정은 안 읽었고, 앞으로도 읽을 계획이 없어서 비교는 안될테니 나중에 수하님 글 가서 찾아봐야겠네요. ^^ 버사는 이 책에서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나와요. 버사의 어머니가 아메리카의 서인도제도 출신으로 그려지고요. 어차피 자메이카가 서인도 제도의 섬 중에 하나인데 작가가 이걸 굳이 구별한 이유는 뭐 따로 있는것 같지는 않고 크게 신경쓰지 않은듯 하더라구요. ㅎㅎ
저도 보면서 영국인에 대한 자부심 이런 부분들을 읽었는데 저는 읽으면서 이걸 그저 당대의 영국인들의 분위기나 생각 정도로 읽었어요. 제인이 세계 인류애를 말하거나 아메리카 대륙 사람들에 대한 인권 이런걸 얘기하는건 좀 뜬금없잖아요? 그러면 이 소설이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계몽소설이 되어 버릴듯요. ㅎㅎ
어쨌든 저는 제인에어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오랫만에 로맨스를 읽는데 역시 로맨스는 그만의 맛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제인이 진짜 멋졌어요. ^^

다락방 2022-12-01 07: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인 에어를 바람돌이 님이 읽으신 이 민음사 버전으로 오래전에 읽어서 재미있다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 리뷰를 읽으니 진 리스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쓸 수 밖에 없었겠구나, 싶어졌어요. 위에 꼬마요정 님의 댓글이 너무 좋고 도움이 되는데,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를 읽을 당시 제 기억에는 버사 부인은 원주민들에게도 그리고 로체스터 에게도 무시 당하고 재산도 뺏기거든요. 그것이 인종 때문이었든 주변에 도울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든 혹은 그저 여성이기 때문이었든 어떤 지점에서든 약자였다는 인식을 저는 가지고 있어요.
저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으면서 실낙원과 빌레뜨만 읽어야지 했는데 제인 에어도 다시 읽어야겠네요. 바람돌이 님의 리뷰로 다시 만난 제인 에어 왜이렇게 재미있나요..

바람돌이 2022-12-01 13:32   좋아요 1 | URL
어제 유튜브 들으면서 스페인 종교재판소가 진짜 악명으로 유명하거든요. 수많은 여성들을 마녀로 몰아 화형시켰는데 그 여성 중에서 가장 타깃이 되었던 여성들이 부유한 미망인이나 상속녀였다는거예요. 그걸 듣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재산이 많은 여성은 쉽게 마녀로 몰아 화형시켜버리고 그 재산을 교회와 종교재판소가 강탈해갔다는거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아직 읽지 않았지만 아마도 버사가 재산을 다 빼앗긴다면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여성이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여튼 이 책도 빨리 읽고 싶어요. ^^
빌레뜨는 지금 읽고 있는데 제인과는 전혀 다른 여성주인공이 등장해서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네요. ^^

바람돌이 2022-12-01 17:16   좋아요 1 | URL
앗 그리고 혹시 다시 보신다면 저는 민음사판 말고 다른 번역으로 한번 읽어보시라고 하고싶어요. 이 책 번역이 한번씩 문장이 탁탁 막히고 그리고 한번씩 아주 오래된 고어나 옛체 말들이 등장하는데 좀 뜸금없으면서 책읽는 리듬을 팍 깨더라구요. ㅎㅎ 어떤 출판사 번역이 제일 좋은지를 추천할수 없음은 안타깝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2-12-02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네요, 바람돌이님! 이 페이퍼 올리시자마자 한 번 읽고 이 아침에 한 번 더 읽습니다. 제인에어를 읽은 분이라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이라면 바람돌이님 이 페이퍼가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댓글맛집이라 여러분들의 댓글도 좋은 공부가 되네요. 저도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데 얼른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12-02 15:22   좋아요 0 | URL
아닛 두번씩이나 읽어주시다니 너무 좋아서 막 큰 절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
저는 지금은 샬럿 브론테의 빌레뜨를 읽고 있는데 이 소설 주인공 진짜 특이해요. 루시 스노우라는 너무 달콤한 이름의 여주인공인데 전혀 달콤하지 않은 이 여주인공을 어떻게 봐야 할지..... ^^ 제인에어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와 다른 이야기라서 아 진짜 샬럿이 왜 쓸데없이 결혼해서 아이낳다가 죽어야 했는지 막 억울해지네요. 오래 오래 독신으로 살면서 작품 좀 많이 남겨주지 하면서 말이죠. ㅠ.ㅠ

햇살과함께 2022-12-10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에게도 로체스터씨는 말못할 아픔을 간직한 중후한 남주 이미지 인데, 아닌가보네요? 호색한이었나요?
다미여에도 다른 여성와의 관계도 언급되어 있더라고요.
12월 바람돌이님과 단발머리님 덕분에 제인 에어 바람이 부네요~
 

그러나 젊음처럼 외고집을 부리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무경험처럼 맹목적인 게 또 어디 있을까? 로체스터 씨가나를 보아주건 보아주지 않건, 그분을 다시 볼 수 있는 것만 해도 기쁜 일이라고, 젊음과 무경험은 단언하였다.  - P13

그러나 무엇보다도 차갑게내 가슴을 치는 것은, 내가 당연히 또 불가피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나 사이를 가로막는 더 큰 대양ㅡ재산, 계급,
그리고 사회 인습이었다. - P28

"잘하셨군요! 그러고 보니 당신은 조그맣군요, 제 새끼손가락 끝보다 조금도 더 크진 못하시군요. 그런 방법으로하는 건 굉장한 수치예요. 불명예예요. 잉그램 양의 기분같은 건 전혀 생각지 않으셨군요." - P51

그 무렵, 나는하느님이 창조하신 한 인간을 우상처럼 받들고 있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 P74

정부나 노예나, 때로는 천성이 그렇기도 하지만 그 지위로 보아서 열등한 사람들이오. 열등한인간과 친밀하게 산다는 것은 타락이오, - P149

 지금과 같이 미치지 않고 바른 정신일 때 내가 받아들이는 원칙대로살아나가리라. 법이나 원칙은 유혹이 없을 때를 위해 있는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지금과 같이 육체와 정신이 그 준엄성에 대해 반기를 들었을 때를 위해서 있는 것이다. 법과 원칙은 엄정한 것이며 침범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나 개인의 편의를 위해 침범해도 좋은 것이라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그것들은 가치 있는 것이다. 나는 항상 그렇 - P160

"하느님과 자연은 당신을 선교사의 아내로 만들려고 정하셨습니다. 하느님과 자연이 당신에게 주신 것은 외모의아름다움이 아니라 정신적인 재능입니다. 당신은 사랑을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고 노동을 위해 생겨났습니다. 당신은 선교사의 아내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 작정입니다. 나의 아내가 되는 겁니다. 나는 당신을 요구합니다. 그건 나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님께 봉사하기 위해서입니다." - P326

제가 만약 사랑을 위해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결혼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도 아녜요. 자기를 쓸모 있는 연장으로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한평생 매어져 있다는 것은우스운 일 아니겠어요. 다이애나?"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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