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몸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많은 것을 말해주는 옛사람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보고우리가 그들의 삶과 문화를 더 잘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의문도 다루었다. - P15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핸드 스텐실은 인간이 예술을 통해의사소통한 모든 형태 중 사실상 가장 최초의 형태라는 것이다. 최초의 핸드 스텐실은 약 4만 500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이 아니라고 아무 이유 없이 무시당한,
딱정벌레 같은 눈썹을 한 우리의 사촌 네안데르탈인이 그렸을지도 모른다(덧붙이자면, 사실 네안데르탈인의 뇌 용량은 우리보다 10% 더 컸다). 말, 사슴, 동굴곰 등 선사시대의 아름다운그림이 그려진 ‘동굴 미술 전성기‘는 그 후 수천 년이 지나고 나서야 도래했다. - P25

이유가 무엇이든, 어느 학자가 ‘인간의 형상을 예술적으로 상징한 것 중 세상에 알려진 최초의 예술 형태‘라고 했듯이,
궁극적으로 핸드 스텐실이 인류 최초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P26

가짜 수염은 통치자와 영원히군림하는 신 사이의 연관을 강조했고, 파라오 역시 신적인 존재라는 개념에 힘을 실었다. 그렇기에 핫셉수트가 이전의 남성 파라오들과 마찬가지로 턱수염이 달린 끈을 묶기로 한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핫셉수트는 신성한 통치자라는 자신의지위를 전임자들보다 더 널리 알려야 했다. - P35

그리스의 여성 조각상에는 성기 자체가 없다. 돌출된 음순이나 골반 언저리의 둔덕 같은 부분, 음부 등 성적인 특징이나 성별을 나타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왜일까? 여러 학자들은 이것이 작은 음경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미소지니스트misogynist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라는 뜻으로 놀랍게도 그리스어다!)의 사고가 확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성들은 욕망을억눌러야 했던 반면, 성적으로 적극적인 존재로 여겨진 여성들은 조각상에서만큼은.....… 욕망을 가져볼 기회조차 거부당했다. - P48

찌에우는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적을몰아내고 우리 민족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 왜 내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고 노예가 되어야 해?
나는 체념한 채 보통 여자들의 운명을 받아들여 첩이 되려고고개 숙이지 않을 거야." - P68

중국의 통치가 시작되자 여성들의 지위가 매우 낮아졌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여성 전사를 어떻게 다루었을까? 짜에우를 불멸의 슈퍼우먼이자 사람이 아닌 신으로 만들어, 유교사회의 규범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성 슈퍼히어로가존재하게끔 만들었다. - P69

찌에우, 그리고 동여매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다녔음이 분명한 그녀의 가슴을 깊이 생각해보자. 가슴을 그렇게훤히 드러냈다는 사실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그중 하나는, 찌에우의 가슴이 여성에게 요구되는 예의 바른 행동을 공공연히 무시하고 가부장적인 사회에 반발하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큰 가슴을 동여매지 않았다는 것은 상류층이아니라 평민 여성임을 나타내기 때문에 계급 제도에 반대하는선언으로 볼 수도 있다. 이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여성 영웅의 배경으로는 보기 드문 사례다. 이런 의미에서 찌에우의 가슴은 실로 혁명적이다. - P71

그렇다면 왜 셰익스피어는 아주 유명하지도 않은 스코틀랜드의 두 왕에 대한이야기를 바꾸었을까? 엘리자베스 1세 Elizabeth 재임 시절에 튜더 왕조에게호의적인 이야기를 썼듯이, 「맥베스」를 통해 그는 제임스 1세 왕King James I에게 아첨하려 했다. 우연히도 제임스 1세는 덩컨의 후손이었고 신성한 왕권을 신봉했다. 셰익스피어는 덩컨이 왕위를 부당하게 잃은 것으로 만듦으로써제임스에게 영국 왕위에 오를 권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 P132

원래 코르데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를 암살한 다음 자신도 군중의 손에 죽기를 바랐다. (이는 18세기에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경찰을 자극하여 죽음에 이르던 방식을 왜곡한 것이었다.) 그리고 군중을 자극한 자살로 지롱드파의 순교자가 되고자 했다. 그 대신 코르데는 마라를 순교자로 만들었고, 이는 혁명론자인 자코뱅파가결집하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 P206

결국 바이런은 성적으로 ‘과도한 특정 행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야 했다.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이 과도한 행동에는 ‘‘(원문 그대로 옮김)이라는 부도덕한 행위가 포함되었다. (그렇다. 당시에는 동성간의 관계를 감히 언급조차 할 수 없어서 점만 찍었다.) - P223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 좀 더 이해하기 쉽게말하자면, 해리엇 터브먼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 채 환청을듣고 환영을 보기 시작했다. 이 두 가지 덕분에 터브먼은 믿음이 강해졌고 자신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을 비롯한 초자연적인힘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그녀는 이른바 동족들의 모세가 될 수 있었다. - P232

 ‘터브먼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 연극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는 걸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저자인 스토stowe 씨는 제가 저 멀리 남부에서 본 노예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시작도 안 했더군요." - P239

독일군 참모들은 ‘군사 세명을 이끌고 시궁창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를 조롱했다. 하지만 빌헬름은 군을 이끄는 데, 아니 적어도 이끄는 것을 돕는 데 성공했고 유럽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궁창으로 몰아넣었다. - P255

링컨의 시신은 마침내 오크리지 묘지 Oak Ridge Cemetery의 납골당에안장되었다. 앉아 있는 링컨의 모습을 조각한 대형 동상이 있는 링컨 기념관Lincoin Memorial은 어떤 면에서는 지도자를 방부 처리해 놓은 공산주의 양식의 묘를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다. 대리석은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 P290

중국의 일부 시골 지역에서는 전족을 한 여자아이들이 실제로는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멀리 다닐 수없었으므로 집에 머물며 옷감을 짜거나 옷을 만드는, 따분하지만 꼭 필요한 일을 했다. 사실상 이들은 경제에 보탬이 되는,
발 묶인 죄수들이었던 것이다. - P297

구급차 한 대가 미술관 앞에 섰고 칼로가 들것에 실려 나왔다. 대기 중인 침대에 그녀를 눕히러 가는 동안,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칼로는, 무적의 프리다는 그 침대에 누워서 손님과 후원자를 맞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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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2-25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독한 책들을 이렇게 정리해 올릴 계획이 있답니다.
사실 어떤 책을 사기 전에 리류 작성자의 평가보다 책 내용이 가장 궁금하거든요.^^

바람돌이 2023-02-25 14:56   좋아요 1 | URL
저는 읽고 있는 그 때 그 때 올려요. 한꺼번에 올리려면 그건 진짜 일이 되버릴듯요. ㅎㅎ
저도 책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책 내용이 어떤 식으로 쓰여져 있는지가 궁금해서 책을 살때는 이렇게 밑줄문장을 보기도 하네요. ^^
 

어떻게 되었나요, 라울? 어디에 있던지 모든 일이 잘되기를 기도합니다. 1973년 오빠가 남긴 말을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새로운 메타포가 있다. 새로운 소리가 있다. 새로운 관계가 있다. 남성과 여성은전과 달라질 것이다. 아이들도 달라질 것이다. 그들은 돈버는 일을쓸모없게 만들 것이다. 인간의 삶을 그보다는 가치 있게 하라. 일의개념을 고역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회복하라."
_2009년 4월 글로리아 카레파-스마트가 라울 펙에게 보낸 편지 - P13

미국 남부의 한 여성하나님은 살인도 용서하시고 간음도 용서하십니다. 그러나 흑백통합을 하려는 자들에게는 분노를 금치 못하고 저주하십니다. - P39

우리 중 누군가는 도로시와 함께 있어야만 했다!
바로 그날, 화창한 오후에프랑스를 떠나자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파리에 눌러앉아알제리 문제나미국 흑인 문제를 논하며 빈둥댈 수는 없었다.
다들 자신의 몫을 하고 있었고나도 돌아가 내 몫을 해야 할 차례였다. - P41

빛나는 공화국에서 태어난 미국 니그로의 경우... 태어나는 순간부터 달리 더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나뭇가지와 돌과 얼굴은하얗다고 여기게 되죠. 거울을 보기 전까지는 자신도 하얗다고여깁니다. 그러다 5살, 6살, 혹은 7살쯤 되면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응원하던 게리 쿠퍼가 인디언을 몰살하는 장면에서 그 인디언이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거든요. - P53

문제는 일종의 냉담함과무관심인데, 이야말로 분리 정책으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하는 대가입니다. 분리 정책의 문제는 바로 냉담함과 무관심입니다. 당신은 저쪽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릅니다. 알고 싶지않은 거죠. - P75

미국에서 나는 싸울 때만 자유로웠다.
쉬면서는 도무지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쉴 곳을 찾지 못한 이는싸움에서 길게 버티지 못한다...
젊은 백인 혁명가는대체로 흑인보다훨씬 낭만적이다. - P86

니그로는 한 번도 미국 백인들이 믿고 싶었던 것처럼 유순했던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신화였죠. 우리는 둑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지내지 않았습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어요. 매우 잔혹한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를 쓰고 있었단 말입니다. "니거"는 자기 자리에서 단 한 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습니다. - P87

백인의 증오는 공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밑도 끝도 없고 이름도 없는 공포.
한없이 두려워하지만실체는 사실 그의 마음속에만 존재한다. - P98

TV 속 이미지들은 시청자들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안심시키기 위해서 고안된다.
이미지들은 또한 세상과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대할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한다. - P125

폴 바이스흑인이나, 백인이냐에 초점을 맞추면 이 자리의 주제를 강조할수는 있겠습니다만, 이는 강조하다 못해 과장하는 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집단에 묶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한 집단으로 묶게 되죠. 저는 학문에 반대하는 백인보다 흑인 학자들과 공통점이 더 많습니다. 볼드윈씨도 문학에 문외한인 사람보다백인 작가와 더 공통점이 많고요. 그러니 우리가 왜 피부색에만집중해야 하나요? 종교도 있잖아요? 아니면 다른 뭐든? 사람들을연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말입니다. - P127

작가를 정체성으로 삼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려면 삶의모든 안테나를 꺼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이 사회를 비판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죽을 수도 있단 말입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두려운데 타자기 앞에 앉아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겠습니까?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한 가지는 좋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이런특정한 사회적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제 공포는 마음속 피해망상이 아니라 모든 경찰, 모든 고용주,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보이는 현실의 사회적 위험이었습니다. - P128

"하지만 당신은 너무 신랄해요!"
글쎄, 내가 신랄한 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신랄한 거라면,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마치 인생은 신랄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미국인의 외면 또는 비겁함을 용인하고 싶지 않아서다. - P140

백인들이 해야 할 일은 애초에 왜 "니거"가 필요했는지 각자의 마음에 물어보는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니거가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그러나당신생각에 제가 니거라면, 그건 당신에게 니거가 필요하기 때문이겠죠. 여러분이 스스로에게 해야할 질문이고 이 나라 백인들이 스스로에게 해야할 질문입니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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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에서 허위 강간 고발은 인종주의가 발명한 가장 가공할 만한 책략 중 하나로 두드러진다. 흑인 공동체를대상으로 폭력과 테러의 물결이 일어나서 이를 정당화할 만한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흑인 강간범이라는 신화가 조직적으로 소환되었다.  - P266

백인 여성을 범한 흑인 강간범 신화는 못된 흑인 여자 신화의 쌍생아다. 둘 다 흑인 남성과 여성을 계속 착취하는 데에대한 변명으로, 또한 그 착취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안된 것이다. 흑인 여성들은 이 관계를 아주 명료하게인지했고 그래서 일찍부터 린치에 반대하는 투쟁의 선두에섰다. - P267

인종주의의 두드러지는 역사적 특징 중 하나는 늘 백인남성,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적 권력을 휘두르는 남성이 흑인여성의 몸에 접근할 권리를 반론의 여지없이 소유한다는 가정이었다. - P269

다시 말해서 노예 소유주가 주장하는 권리, 그리고 여자 노예의 몸에 대한 그들의 권력 행사는 전체 흑인에 대해 그들이 상정하는 재산권의 직접적인 표현이었다.  - P269

 강간범 흑인 남자라는 가상의 이미지는 항상 대책 없이 난잡한 흑인 여자의 이미지를강화했다. 흑인 남자들이 통제 불가능한 동물적인 성욕을 품고 있다는 개념을 받아들이면 그 인종 전체가 동물 수준으로격하되기 때문이다.  - P278

북부의 자본가들이 남부의 경제를 식민화하면서 린치는가장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테러와 폭력을 동원해서 흑인을 점점 늘어나는 노동계급 내에서 가장 야만적인 착취의대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자본가들은 이중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었다. 흑인 노동의 초과 착취에서 추가적인 이익이 발생하고, 고용주를 향한 백인 노동자들의 적개심은 누그러들것이기 때문이다.  - P289

게다가 공포를 자극하는 인종주의의 도구인 린치는 그 자체로 남성의 지배를 강화하는 기능도 수행했다. - P297

인종주의를 통해 확립된 패턴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공격은 유색인종 노동자의 상황이 악화되어가고, 사법시스템과 교육기관, 그리고 흑인과 다른 유색인종에 대한 정부의 학습된 홀대 속에서 인종주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 P303

하지만 임신중지권 캠페인이 거의 백합처럼 희디흰 사람들로만 이루어졌던 상황의 진짜 의미는 유색인종 여성의 미성숙하고 근시안적인 의식에서 찾을 수 없었다. 진실은 출산통제운동 자체의 이데올로기적 토대 안에 묻혀 있었다. - P307

유색인종 여성들은 임신중지권에 찬성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임신중지를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수많은흑인과 라틴계 여성이 임신중지에 의지하면서도, 임신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욕망보다는 새 생명을 이 세상에 내놓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비참한 사회적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 P308

출산통제운동에서 이 일화는 우생학적 사고와 연계된 인종주의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승리했음을 확인시켜준다. 출산통제운동은 그 진보적인 잠재력을 탈취당하고서 유색인종들의 개별적인 출산통제 권리가 아니라 인종주의적인 인구통제전략을 옹호했다. 심지어 미국 정부의 제국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인구정책을 실행하는 데 운동의 핵심역량을 쏟아달라는 요청까지 받게 된다. - P322

오늘날의 흑인 여성들에게, 그리고 모든 노동계급 자매들에게, 가사노동과 육아의 부담이 자신의 어깨에서 사회로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은 여성해방의 급진적 비밀 중 하나를담고 있다. 육아와 식사 준비는 사회화되어야 하고 가사노동은 산업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서비스는 노동계급이충분히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 P343

 많은 여성들이 ‘그냥 주부‘인 이유는 사실실업 상태의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 많은 여성들이 집 밖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공공보육 같은) 사회서비스와 (육아휴직 같은) 취업 혜택을 요구하고, 여성이 남성과동등하게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이 ‘그냥 주부‘ 역할에 가장 효과적으로 맞서는 방법 아닐까?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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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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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이 모든 곳에서 우리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 의식하든 못하든 말이다. 다른 존재에 대한 공감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알아지는 것들이다. 그렇게 공감하고 연대하자. 나은 세상, 나은 삶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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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18 0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진 백자평이네요 누구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군요 정말 그렇겠습니다 자기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희선

바람돌이 2023-02-25 12: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사람이란게 항상 자기 자신부터 생각하는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않으려 노력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coolcat329 2023-02-18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능력도 공부하고 노력해야 생긴다는 말씀 정말 동감이에요.

바람돌이 2023-02-25 12:05   좋아요 0 | URL
모르는걸 공감할수는 없으니말이죠. ^^ 다시 주말이네요. 이월의 마지막 주말 푹 쉬시고 따뜻한 3월도 함께 보내요. ^^

페크pek0501 2023-02-25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꼭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책값이 비싸서 망설였던 기억이...ㅋㅋ

바람돌이 2023-02-25 14:53   좋아요 1 | URL
진짜 책값 비싸죠. 학술서인경우는 더더더 비싼....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니니 책값이라도 높게 설정하는 마음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격때문에 항상 슬프네요. ㅠ.ㅠ
 



1981년에 쓰여진 이 책에서 말한다. 오늘날 강간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 가운데 인종주에에 빠진 작가들이 아주 많다고.

인종주의에 기반한 흑인 강간범 신화와 흑인여성의 성적 문란이라는 테마는 사실상 오늘날 한국사회에 사는 우리들이 보기에는 정말 말도 안돼서 대꾸할 가치도 없어보이는데 미국사회에서는 20세기 말까지도 그 힘을 잃지 않고 통용되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어떤 사회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동원하는 논리가 전혀 논리적이지 못하고 거짓일뿐인데도 그 사회에서 그 논리가 통용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흑인을 위한 린치는 흑인 강간범 신화로 인해 당연시되고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된다. 더 많은 흑인 남성들이 죽임을 당하고 더 많은 흑인 여성들이 백인에 의해 강간을 당한다. 그리고 교회는 그에 대해 "하나님은 강간 살인은 용서해도 인종혼합은 용서하시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학교에 등교하는 어린 흑인 여학생이 경찰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까? 이것을 단지 인간의 본성이 악한 것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이 뒤에는 남부의 경제를 식민화하고 흑인 노동력의 야만적인 착취를 유지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북부의 자본가들이 있다. 또한 이 자본가들은 자본가를 향한 백인 노동자의 적개심을 흑인 노동자들에게 돌림으로써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지킨다. 그러면 이 평범한 가난한 백인들은 왜 자본가가 아니라 흑인들에게 분노의 돌팔매를 던지는가? 한 때 인간의 근본적으로 이성적이고 따라서 논리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설득하면 억압적인 세계의 파괴를 위해 싸우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세계가 당연히 오리라고 생각했다. 근본적으로 마르크스주의는 바로 이 이성과 합리의 세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실제 세상과 인간의 마음은 늘 이런 이성과 합리의 세계를 비웃듯 다르게 흘러간다. 다른 사람을 때리면 안돼. 괴롭히면 안돼라는 이런 명제가 뭐가 어렵지? 너무 당연한거잖아. 그런데 세상에는 왜 이런 일이 끝도 없이 일어나는거지? 사람과 세상을 알고자 하는 우리의 생각이 빠트린 것은 무엇이지? 


 또한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전방향적인지도 잊지 말아야 한다. 흑인 강간범 신화는 흑인 여성의 성적문란함이라는 쌍생아를 낳고 흑인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정당화했다. 또한 공포를 작그하는 린치라는 행위는 그 자체로 남성의 지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 가부장제를 강화시킴으로써 흑인여성뿐만 아니라 백인여성을 억압하는 도구도 되었다. 그리고 앞에 말했듯 가난한 백인 남성 노동자들에게는 자본가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흑인에게로 돌리는 역할까지 말이다. 사실상 이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 영향이고 결과인가는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다. 모두가 중대한 있어서는 안되는 폭력이다. 그들이 전방위적이라면 그들에 대한 싸움 역시 전방위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약자에게 필요한건 공감이고, 그 공감에서 나오는 연대이다.  너무 식상한 결론이지만 연대 없이는 싸움의 승리가 없는데 어떡하라고.....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쟁점이 되었던 이대남과 이대녀의 대결구도는 정말로 그들의 대결인가? 그 대결을 공론장으로 이끌어낸 이들이 따로 있지는 않은가? 노동시장을 자본의 입맛에 맞게 조정하려는 의도와 맞물려있지는 않은가? 사실상 역사는 늘 반복되는데 본질은 그대로이고 겉에 걸친 옷만 갈아입을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속는다. 나의 눈을 가리는 그 속임수에서 어떻게 탈피하고 길을 찾을 것인가?


  분명히 무조건적으로 옳아보이는 어떤 운동이 처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배운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임신중지권은 당시 백인 여성들에게는 당연히 쟁취되어야 할 여성의 권리였지만, 수많은 흑인여성들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많은 흑인여성들은 자신이 처한 비참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에 의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들에게 더 절박한 것은 자신의 아이를 낳고자 욕망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었던 것이다. 흑인여성들에게 또는 가난한 백인 여성들에게 더 절박한 것은 임신중지권이 아니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재생산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둘은 대립되는 생각이 아니다. 그러나 당대 페미니스트의 임신중지권 요구가 이런 흑인 여성들의 처지를 공감하고 이해하지 않는 한 이 두 세력이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이 1981년작이라는 것을 떠올리는건 책의 마지막 장에 가서이다. 여성해방의 전제 조건으로서 가사노동의 문제를 다루면서 작가는 가사노동을 사회화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오늘날에 와서 보면 가사노동의 수많은 부분이 사회화 되었지만 그럼에도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들을 괴롭히고 있다. 예를 들면 내 어머니 세대에서 육아는 사실상 젖먹이를 벗어나고 나면 끝나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그냥 큰다고.... 그러나 지금은 적어도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까지 돌봄은 지속된다. 그 돌봄이 끝나고 나면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하여 부모세대에 대한 돌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 돌봄노동까지 포함하는 가사노동의 끝을 어디까지 사회화할 수 있을지,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아직 정확한 답변을 내리기 어렵다. 또한 작가가 독점자본주의의 타도와 사회주의로 완전한 여성해방을 이룰 수 있다고 하는 것 역시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은 이왕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 역시 시대적인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뭐 어쩔 수 없다.



책을 덮으면서

  오랫만에 진짜 꼼꼼하게 책을 읽었고,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들을 대부분 정리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따로 쓰지는 않을 듯하다. 미국의 인종차별의 역사와 여성운동의 역사를 교차시키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리는 결론은 역시 해제에서 정희진샘이 말했던 공감의 연대이다. 역사상 수많은 진보와 인권을 위한 운동들이 나의 문제와 타자의 문제를 구별하지 못하고, 심지어 타자를 계속 타자로 던져두는 억압을 인지하지 못함으로써 실패해왔다. 우리는 지금도 그렇게 실패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사회에서의 타자들은 누구인가? 여성, 20대 젊은이들, 이주노동자와 여성들, 장애인들, 성적소수자들...... 기준을 어디에 갖다대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이러한 타자들의 연대는 나와 당신의 공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역시 변함없는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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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2-17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질은 그대로이고 걸친 옷만 바꿔 입는다‘는 바람돌이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입장차에 연대가 절실한데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은 그 연대가 깨지는게 이득이란걸 너무 잘 알기에 갈수록 교묘하게 갈등을 조장하죠. 완독 수고하셨어요!
저는 이 책 인종주의와 성차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특히 좋았어요^^*

바람돌이 2023-02-17 22:53   좋아요 1 | URL
저도 인종주의와 성차별이 만나는 지점과 그 둘이 어긋나는 지점들을 보고 그걸 또 오늘 우리 현실과 비교해서 생각해볼 수 있어 좋은 독서였어요.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제 생각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는게 너무 좋은거 같아요. 물론 또 이런 책을 읽고 바라보는 현실은 너무 갑갑해서 속이 터지기도 하구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3-02-17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언뜻 듣기만 하고, 깊게 생각해 보지 못한 흑인 여성들에 대한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해 읽으며 왠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리고 바람돌이님의 리뷰도 쏙쏙 날카롭게 읽힙니다. 공감이 결여된 연대는 쓸모가 없습니다. 공감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마지막 문구를 기억하겠습니다.

바람돌이 2023-02-17 22:54   좋아요 1 | URL
저도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결합되는 순간이나 같이 싸워야 할 사람들이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정같은걸 제대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날카롭게 읽으시고 나무님의 날카롭고 예술적인 100자평도 기대합니다. ^^

은오 2023-02-17 2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은 왜 웃기시면서 정리도 잘하시는거죠 제발 하나만해주세요ㅠ

바람돌이 2023-02-17 23:00   좋아요 2 | URL
그럼 웃기는 쪽으로.... 제가 항상 꿈꾸는 사람이 웃기는 사람입니다만..... ^^

그레이스 2023-02-17 2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사노동의 사회화!
제가 심각하게 생각해왔던 부분이예요.~

바람돌이 2023-02-18 00:09   좋아요 2 | URL
집안일하는 여자 치고 이거 생각안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 책에 보면 그런 장면 나와요. 집안 청소를 전문 청소노동자들이 와서 해주는거죠. 그들은 그걸로 임금을 받고 여기에 드는 비용은 사회복지 정책으로 국가 지원이 되어서 아주 가난한 노동자도 쉽게 서비스를 이용하고요. 아 진짜 제가 원하는바입니다. 그리고 우리집앞에 3시세끼 밥해주는 곳 있으면 진짜 좋겟어요. ㅎㅎ

희선 2023-02-18 0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깊이있게 잘 보셨군요 모두가 좋은 걸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것도 생각해 봐야 할까 싶기도 하네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르겠습니다 모두를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은 그러기 어렵기도 하네요 다른 것도 보게 해주는 게 이런 책이겠습니다 책도 한쪽으로 치우칠 때 있겠지만... 그런 것도 볼 수 있어야 할 텐데 싶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3-02-25 12:08   좋아요 0 | URL
오랫만에 꼼꼼하게 책읽기를 한 것 자체가 저에게는 또 좋은 일이었습니다. 공부하는 느낌으로 약간 자아도취랄까요? ㅎㅎ 그리고 모든 책은 어차피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제대로 판단하고 나의 입장을 찾는 것이 중요한거겠죠. 항상 관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