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읽기 수업 나의 첫 수업 시리즈
박균호 지음 / 다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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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보면서 굉장히 인상깊었던 대목이 있었다.

 

엘릭스가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을 읽었다면, 에이드리언은 카뮈와 니체를 읽었다. 나는 조지 오웰과 올더서 헉슬리를 읽었다. 콜린은 보들레르와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어디까지나 도식화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그렇다. 당연히 우리는 허세덩어리였다. 달리 청춘이겠는가. 우리는 '벨탄샤웅'이니 '슈투름 운트 드랑'이니 하는 용어를 즐겨 썼고, '그건 철학적으로 자명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상상력의 첫번째 의무는 위반하는 것이라고 서로에게 다짐하듯 확언했다.......그래서 콜린의 어머니는 내가 당신 아들의 '어둠의 천사'라고 여겼고, 우리 아버지는 내가 <공산당 선언>을 읽는게 엘릭스 탓이라고 했고, 엘릭스의 부모는 콜린이 미국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을 읽는다고 콜린의 부모에게 일러바쳤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솔직히 시시껄렁한 그냥 흔한 영국의 고등학생들이다.

이들이 무슨 특별한 엘리트 학교(우리로 치면 각종 국제고나 자사고들)를 다니는 아이들이 아니란 얘기다.

나머지 이들의 대화를 보면 우리 나라 고등학교 애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들은 허세를 정말 제대로 부릴 수 있는 아이들이다.(청소년기의 독서는 원래 허세로 시작한다. 나도 그랬다.)

철학과 고전으로 허세를 부리는 고등학생?

너무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이 책의 이 대목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우리 고등학교 아이들 중에서 철학이나 고전에 대한 이야기를 저렇게 낄낄거리고 얘기하면서 허세를 부릴 수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도 나의 독서 허세를 받아줄만한 친구를 주변에서 찾기는 정말 어려웠다.

지금도 전교에 한두명쯤 있을까?

특정 분야에 덕후들은 제법 있지만 철학책을 읽고 질문하는 아이는 여태까지 딱 1명 만났다. 작년에.....

(너무 반가웠다. 특히나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줘서 속으로 무척이나 고마웠다. ^^)

 

영국이나 유럽의 교육은 저런 철학이나 인문학, 고전에 대한 이야기를 저렇게 막막 농담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걸까?

유럽의 대학입시 자격시험을 생각하면 그럴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수업시간에 끊임없이 저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저렇게 자연스럽게 대화가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다.

독서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늘 이야기되고 새로운 방법들이 시도되고 하지만, 결국 입시와 부딪히면 다 부질없는 게 되어버리고 마는 우리 현실속에서도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말이다.

입시교육의 아성은 너무도 단단하여 무너지기 힘들지만 그것이 무너져야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틀린 말이다.

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과 그 구조의 틈을 벌리기 위한 작은 노력들은 같이 가야 한다는것이다.

 

청소년이 어떻게 고전을 읽을 수 있을까를 제시하려면 일단 힘을 빼야 한다.

고전이라는 말이 주는 어렵고 심각하다는 느낌을 빼야 한다.

생각해보자. 안 그래도 어깨힘 빡 주고 큰 결심해야 고전이라걸 읽어볼까 싶은데 그 고전을 소개하는 책조차 무겁고 엄숙하다면 지레 겁먹는게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 힘 빼고 읽어도 된다.

 

고전에는 이렇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그 통찰이 당대 사회의 모습만 보여 주는 게 아니라 미래사회를 예견하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인간은 행복과 자유를 추구했고 선과악을 품고 있었습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항해사들의 모습이 요즈음 직장인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며, 그러한 인간의 모습은 먼 미래에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 P5

 

 

인용문에서 앞의 말들이 심각하지만 뒤의 예는 살짝 힘을 빼준다.

야 너희들이 직장 다니면 그냥 노예처럼 일하게 되는거야. 아빠 엄마 봐. 직장의 노예처럼 살고 있잖아. 뭐 이런 말을 하는 듯하다. 실제 본문에서는 이런 고전에 대한 힘주기와 힘빼기가 적절히 뒤섞여있다.

다른 말로 하면 고전을 읽음으로서 느낄 수 있는 허세의 기쁨과 평범한 나의 삶과의 연결로 인해 가질 수 있는 친근함을 적절하게 섞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어떤 책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배신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함정이 있지만.... 예를 들면 장 그르니에의 섬이나 루소의 에밀, 다윈의 종의기원, 아 이런 책은 고전이 재밌다고 했던 작가를 향해 돌을 던지고 싶어질지도..... ^^)

 

이런 고전과 삶의 연결의 예들을 들어보자.

<레 미제라블>을 통해 빈곤을 대하는 태도와 난민 문제의 연결, 안톤 체호프의 단편 <내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계속된 논쟁거리 중 하나인 사형제도의 존치 여부에 대해 묻는 식의 사회문제와의 연결이 1부에서 진행된다.

2부에서는 자연과의 공존을 묻는데 장 그르니에의 <섬>의 에피소드 한꼭지와 유기동물 안락사 문제를 연결시키고, <종의 기원>을 동물 복지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아이들이 많은걸 생각해보면 이런 꼭지를 읽으면 저 책들을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3부와 4부에서 역시 다양한 고전들과 다양한 삶의 양태들을 연결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이런 모든 연결이 완전히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오셀로>에서 주인공 오셀로의 부인과 스마트폰을 필요불가결하다는 점 하나로 연결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은 고전의 심오함을 가르쳐주려는 책이 아니라 청소년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고전에 접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종의 실용서다.

따라서 힘빼기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책이 가볍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이러한 힘빼기를 위한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 아이들이 고전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 일단은 중요하지 않겠나말이다.

그래야 좋은지 안좋은지를 알지.....

요즘 책하고는 담쌓기 하고 있는 우리집 큰 딸에게 슬며시 이 책을 밀어넣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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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5 0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6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vita 2021-02-1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스 저 책 읽은 거 같은데 왜 어째서 기억에 없을까요 🤔 따님에게 추천하신다니 제가 먼저 읽고싶어졌어요

바람돌이 2021-02-16 00:27   좋아요 0 | URL
그런 책이 한두권이 아닙니다. 저 책은 오래 전에 읽었는데 저 대목이 저에게는 너무 강렬했어요. 저 대목 찾는다고 책을 다시 뒤적였는데 내가 읽은 책인지도 가물가물하더군요. ㅎㅎ

stella.K 2021-02-15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균호님 팬이 되가시는 것 같습니다.ㅎㅎ

바람돌이 2021-02-16 00:28   좋아요 0 | URL
좋은 작가의 팬은 행복의 한 방법이죠. 그런 의미에서 전 점점 행복해지는거 같아요. ㅎㅎ

초딩 2021-02-1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아주 좋은 예 같습니다.
생각의 탄생처럼
고전을 읽다 각 고전이 연결되어 통찰이 생기고 이 것이 지식을 습득하는 아이들에게 내면의 눈을 뜨게 해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1-02-16 00:29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고전까지는 아니라도 책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참 어렵네요.

cyrus 2021-02-15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분야는 달랐어도 독서를 좋아했던 고등학교 친구 한 명이 있었어요. 그 친구는 한국사와 판타지 소설을 좋아했어요. 그때는 판타지 소설을 왜 읽느냐고 구박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그저 재미있어서 보는 거라고 대답하면서 웃고 넘어가더라고요. 도서관에 같이 가면 저를 위해서 자기 회원증 카드로 책 몇 권 빌려줄 정도로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녀석도 저랑 비슷한 덕후 기질이 있었을 같은데, 대학교에 다닌 이후부터 연락이 끊어졌어요. 만약 그 친구가 지금도 독서를 좋아하고, 저랑 계속 연락하면서 만나고 있다면, 과연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 궁금해요. 그 녀석이 제가 서평을 쓰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궁금하고요.

바람돌이 2021-02-16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마 그 친구분은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읽는 책의 범위는 더 깊어지고 넓어졌을 테고요. cyrus님이 그러듯 가끔 cyrus님을 떠올리며 그 친구는 지금 뭘 읽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
 

이 책에서 나는 내가 관심을 둔 건축물과 도시 공간을 현대건축에서 주요한 다섯 가지 논점으로 구분했다.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와 관련되어 나타나는 건축, 현상학Phenomenology 으로 대표되는 지각과 체험의 공간, 새로운 유형의 구조주의적structuralism 네트워크로서의 건축 공간, 자연을 모방한 바이오미미크리 Biomiomicry 와 복잡계 이론에 기초한 건축, 스케일 Scale에 따라 건축에서부터 시작해 도시와 사람의 삶으로 확장되면서 다른곳과 차이가 나는 독특한 도시 여행이 그것이다.  - P7

건축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탄생시키는 것이다.........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보려는 건축가의 고민 자체가 건축설계 과정 안에 포함되어 있다. 미술관을 설계할 때는 미술관의사회적 역할을 찾고, 공동주택을 설계할 때는 주거에 관해 연구하면서 현재 사회의 상황과 문제점들을 찾게 된다. 바로 그것이 건축가라는 직업의 장점이다. 자칫 얕고 넓은 지식으로 현학적이고 아는 체하는 사람인 양 보이기도 한다. 건축가에게는 잡학의 지식보다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 P9

미셸 푸코는 이것을 헤테로토피아‘라고 부르면서 현실에 존재하면서도 다른 일상의 장소들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하고 새롭게 환기시키는 장소, 즉 실제로 위치를 갖지만 모든장소의 바깥에 있는 일종의 현실화된 유토피아라고 정의한다.
- P16

현대사회의 도시와 건축은 나무와 돌과 벽돌과 유리를 가지고 바닥과 기둥과 지붕을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새로운 사회와 자연현상을 면밀하고 섬세하게 관찰하여 인간과 사회와 자연의 새로운 관계를정립해서 새로운 인공의 대지와 건축물을 만들고 그 결과로 자연인지건축물인지 알 수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결국 현대 건축물은 지금까지 없었던 다양한 헤테로토피아를 만들고 사회에 드러내어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사회 문제를 환기하고 고민하게 하는 작업일것이다.
- P17

하지만 그리스 사람들은 구조와 공간보다는 기둥과 기둥의 배열 그리고 높이 솟은 수직성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야 시민들을 설득하고 통치했을 것이다. 건축은 교묘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이 어느 시대에는 어느 공간에는 작동하고그 힘은 건축물로 시각화된다. 도시의 언덕 아크로폴리스에 올라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파르테논을 통해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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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는 이렇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그 통찰이 당대 사회의 모습만 보여 주는 게 아니라 미래사회를 예견하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인간은 행복과 자유를 추구했고 선과악을 품고 있었습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서 노예처럼 일하는항해사들의 모습이 요즈음 직장인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며, 그러한 인간의 모습은 먼 미래에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 P5

경제 규모가 크다고 해서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이 저절로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난민 수용에 앞서 우리 사회는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난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미리엘 신부가 장 발장을 ‘형제‘라고 부른 것처럼 편견과 배척의시선을 거두고 난민을 새로운 형태의 동반자로 보아야 한다. 미리엘신부처럼 한없는 자비를 베풀며 살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장발장을 매정하게 내쫓은 식당과 여관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P22

《모비 딕》은 1851년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안동 김씨가 세도 정치를 이어 가고, 개혁 운동에 앞장선 김옥균이 태어난 해다. 그시기에 쓴 소설에 허먼 멜빌은 21세기 현대인의 고민과 문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교도에 대한 관용, 자연에 대한 경외심, 음식 제국주의, 종교의 부작용과 대처 방법 등이 바로 이 19세기 작품에 그려져있다. 마치 21세기에 쓴 소설이 아닌가 할 정도다. 당시 서양에 만연했던 인종 차별이나 종교의 부작용을 비판한 내용이라는 평가도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이 작품의 놀라운 힘은 그 비판이 19 세기만이아니라 오늘날의 사회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 P28

과거의 인류는 건축물에 모든 것을 담았다. 인간의 기억력에는한계가 있으니 후세에 전해야 할 정신적 유산을 모두 건축물에 담아길이길이 간직하도록 했다. 유사 이래 15세기까지, 즉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까지 인류는 당대의 사회, 문화, 종교 등 모든 것을 건축에 쏟아부었다. 피라미드, 만리장성, 노트르담 대성당 등 위대한 건축물은모두 민중이 그 시대의 삶과 정신을 표현한 한 권의 책이었다. 그중에서도 노트르담 대성당은 성서 그 자체였다.
- P59

인쇄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사정은 바뀌었다. 돌로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더미 같은 돌과 나무, 수만 명의 인부, 그리고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길게는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활자를 만들어 종이에 인쇄하기만 하면 되는 인쇄술을 이길 수가없었다. 중세 건축물 ‘덕후‘인 위고로서는 인쇄술에 밀려나는 건축에대한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그토록파리 건축을 예찬한 것도 그러한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 P60

《걸리버 여행기》는 1726년 출간되자마자 초판 1만 부가 다 팔렸고,
어린이와 성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들은 계란의 양 끝 중에 어느 쪽을 깨서 먹느냐를 두고 두 나라가 싸우는 이야기, 소변을 누어 왕궁의 불을 끈 이야기 같은 동화적인 요소에 열광했다. 어른들은 풍자적으로 그려신 등장인물을 두고 현실의 인물 중누구를 지목한 것인지에 대해 설전을 벌이며 이웃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 P137

셰익스피어는 새로운 단어와 구를 만든 한편, 영어의 특징중 하나인 명사의 동사화‘ 용법을 일반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예를 들면 추문 gossip 이라는 명사는 셰익스피어 시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 단어를 험담하다 라는 동사로도 사용한 것은 셰익스피어가 처음이었다. 영어는 셰익스피어 덕분에 더 풍부하고 유연한 언어가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스웩‘이 아닐 수없다.
- P155

고정관념은 차별을 낳고 상대로 하여금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든다. 고민을 솔직히 나누고 건강하게 해소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차별적인 시선부터 거둬야 하지 않을까?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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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아파도 힘껏 살아가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주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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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병은 생리학적 질병이며 그 중 조증과 울증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제1형 양극성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의 유병률을 보인다고.... 우울증은 나라와 문화, 남녀 비율에 따라 큰 차이가 나지만 조울병은 남녀차이없이 평균적으로 1%란다.

깜짝 놀랐다.

1%라니.... 그렇다면 100명중 1명이란 말이다.

 

삐삐언니라고 자칭하는 작가의 글을 보면 고학력에 선망하는 직업에 사랑이 충만한 가정에서 자랐다.

우울증과 조울병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먼저 한국사회에서 조울병이라는 자신의 병을 이렇게 솔직하게 책으로까지 써내는게 정말 쉽지 않았을테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신의 병증을 내놓은건 아마도 조울병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올바로 대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일거다.

작가의 용기에 감사를 표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쉽지 않았으리라.....

 

조울병을 앓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선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조증의 주요 특이점 중에 타인과의 거리를 제대로 재지 못한다는 게 있다. 나와 타인을 구분 짓는 경계를 마구 무너뜨리고 함부로 침범해버린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내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현재의 황홀경에 홀딱 빠져 있는조증 환자에게 ‘지금‘ ‘여기‘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을 매우 특별한 존재로 생각한다.- P45

우울은 실체 없는 어떤 것이 주변을 채우고 목을 조르는 느낌이다. 의지, 목표, 흥미가 마비된다. 모든 것이 메말라간다. 슬픔이 감정의 습지라면, 우울은 감정의 사막이다. 그것도 사하라 같은 열사의 사막이 아니라 남극 같은 동토의 사막. 우울은 귀를 막는다.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없다. 우울은 셀프 감금이다.  - P123

 

 

최근에 동생이 아는 지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소식이다.

직업상 우울증이나 이상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을 많이 만난다.

담임이 되었을 때 학급 아이들 중 가장 긴장하게 하는 아이가 자살충동이나 자해현상을 보이는 아이들, 친구관계에서 피해의식을 보이며 피해망상으로까지 치닫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많은 부분에서 과대망상, 집착, 지나친 자기 합리화현상을 보여준다.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말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간다.

어떤 경우에는 어릴 적 딱 한 번 엄마에게 맞았던 경험을 일상적인 물리적 폭력이 진행되고 있는듯이 얘기하기도 한다.(물론 이 때는 학교에서도 가정폭력을 의심해서 사후 대책을 진행시켰었다. 몇달간 지켜보고 전문적인 병원치료를 병행한 결과 물리적인 폭력은 없었다)

부모에게 자신의 이상 행동의 원인을 돌리지 못하는 경우는 교사나 친구들에게로 돌리기도 한다.

제3자가 보기에는 그저 타이밍이 안맞을 뿐이었던 문제나, 친구들의 일상적인 행동이 모두 자신을 왕따시키고 뒤에서 욕을 하는 것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아이의 집착과 과대망상이 너무 심해서 학부모상담을 진행하는데 엄마가 아이보다 더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 하면 학생과 학부모를 병원으로 이끌 수 있는가이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내가 함부로 건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랑과 관심만으로는 절대 조울병이나 우울증은 치료되지 않는다.

이 책의 작가가 가르쳐 주는 증상들을 하나 하나 따라가면서 그 때 그 아이들의 마음과 뇌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를 깨닫고, 또한 전문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절감하였다.

 

문제는 우울증이나 조울병의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우울증은 그래도 주변의 보살핌, 관심, 상담치료 등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조울병은 무조건 병원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100명 중에 1명이라면 국가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정말 갑갑한 경우가 아이가 조울병같은 증상을 보이는데,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안되고 생업으로 너무 바빠서 병원에 데려갈 생각도 못하는 경우다.

지금의 학교는 상담치료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학교 내에도 있고, 학교 밖과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품을 팔면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치료는 전혀 아니다.

학교와 지역사회와 연계된 정신과 의사가 있어 조울병을 보이는 아이들은 실질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정말 절실하다.

병원에 가야 하는 아이를 학교가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디 작가의 이런 노력이 우리 사회의 조울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

니 맘만 잘 먹으면 이런 병이 안생길텐데, 네가 마음이 약해서 그런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지기를....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정신건강도 지원해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을 수 있기를 역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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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2-01 0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친구들이 만나면 꼭 우울이나 조울 앓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내가 학생일 때는 감수성이 없어 그랬나, 주변에 그런 아이들의 존재를 못 느꼈는데 싶으면서 이게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복잡한 기분이 되곤 했는데요.
이 책 한 번 읽어봐야겠다....

바람돌이 2021-02-01 02:35   좋아요 2 | URL
예전에는 학급당 학생수가 너무 많았구요. 조울증을 앓는 아이들이 있어도 묻히고 몰라서 어른이 되면서 더 심각해졌으리라 싶어요. 그리고 정말 심각하면 집에서 쉬쉬하면서 아예 학교를 안보내거나요. 다만 우울증은 좀 다른게 확실히 증가한데 맞다싶어요. 이건 사회적인 영향이 커서 옛날에는 우울증이 있어도 아무데서도 안받아줬잖아요. 그래서 어른이 되어 우울증을 앓더라구요

2021-02-01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1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02-01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ㅠㅠ 예전엔 더 했던거 같아요. 같은 반 친구가 시험시간에 울던 기억이 나요. 시험지가 백지로 보인다고 ㅠㅠ 그 때 선생님이 뻥치지 말라며 공부를 안해서 백지로 보이겠지 했던 그 말투와 웃음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어요. 옆애 있던 나도 그런데 그 친구는 어땠을지 ㅠㅠ 그 친구는 1년 휴학을 했는데. 그저 무탈하게 잘 살고 있길 바란답니다. 바람돌이님 글처럼 아이들 정신건강도 지원이 되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1-02-01 22:27   좋아요 1 | URL
아 가끔 그런 일이 있었죠. 요즘도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교사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져서 저런 경우 최소한 저렇게 웃지는 않아요. 바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보건선생님 부르고 아이를 진정시키고 후속조치를 취하긴 해요. 근데 이후의 후속조치가 모두 부모의 관심과 경제력에 모두 맡겨져버리는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mini74 2021-02-01 22: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 이야기 들어보면 요즘은 좋은 선생님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다행이죠 *^^* 저 어릴 땐 골목길 돌면 혹은 옆 옆집만 가도 동네 친구들도 있었는데. 지금 아이들 참 외로워 보일때가 있어요.

바람돌이 2021-02-01 22:36   좋아요 1 | URL
교사들의 인식수준도 사회 전체의 인식수준을 따라가는 거죠 뭐.... 그리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학교 내 메뉴얼 같은 것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고요. mini74님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많은건 님의 아이들이 좋은 아이여서일 가능성이 크요. ^^
 

그는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영광과 비참을 모두겪었다는 점에서도 초인이었다.
- P17

근사한 마초가 등장하고 순종적인 여성이 그를 대책 없이 사랑하는구도다.
헤밍웨이는 이 같은 구도를 평생에 걸쳐 많은 작품에서 반복했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남녀 간의 성 역할은 남근중심주의가 만연한 가부장 사회의 전형적인 시각을 반영한다. 그가 성장한 20세기초반이 그런 사회였다고 하더라도, 그의 성차별적 시각은 유난스러운 데가 있었다.
- P32

하지만 그는 적어도 가해자가 되는 남성을 변명하고 옹호하거나,
가해자에게 낭만적 사랑이라는 허울을 씌울 의도로 작품을 쓰지 않았다. 그는 남성 인물에게도 마찬가지로 징하고 가혹했다.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윤리적인 테마만을 다루거나, 비윤리적인 테마를다루면서 고발의 시각만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기엔 세상이 인간이 너무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 P36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의 보기 민망한 경쟁은, 예술을 사회의 다른 분야들처럼 작가들끼리 경쟁을 시키고 우열을 가리는 미국 문단과 출판계의 풍토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예술을 필요 이상으로 경쟁시킬 때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 P84

헤밍웨이 소설 미학을 몇 가지 열거해본다. 입말체 대화법, 빙산이론과 하드보일드 스타일, 그리고 남근중심주의 미학이다. 네 가지로 나눴지만 이들은 서로 겹쳐지는 부분이 많고 서로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헤밍웨이라는 하나의 실존에서 나온 것들이다. 네가지로 나누어 있지만 실은, 헤밍웨이라는 한 인간의 다른 표현들이다.
- P101

글을 쓰는 데에도 역시 여러 가지 비결이 있다. 글을 쓰다가 어떤부분을 생략할 때, 그 순간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생략해서잃어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생략된 부분은 언제나 남아 있는 부분을 더욱 강력하게 해준다.
- 『파리는 날마다 축제』, 292쪽 - P106

프로이트도 사후에 남성우월주의라고 비난을 받았다. 사실 그의이론 가운데 남성을 중심에 놓고 여성을 그 중심에 종속된 존재로보는 이론들이 없지 않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남성이 여성보다는우월하다는 생각의 뿌리가 남근의 존재 여부에 있다고 사태의 핵심을 꿰뚫어볼 만큼은 생각이 열려 있었다. 남성우월주의는 실은남근중심주의다. 그리고 그 세게에서 중요한 것은 남근뿐이므로,
여성의 있고 없고는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참 하찮은 이유다.
- P124

1930년대 후반, 헤밍웨이는 작가로서 성공하고 부유해지고 스페인 내전에 참전해 자신의 명성을 불변의 것으로 만들고 새로운 사랑을 찾으면서, 인성의 부정적인 측면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의 별명 ‘파파‘처럼 그는 가부상의 위치에서, 가정과 동료들 사이에서 작은 폭군처럼 행동하고 군림하려 했다. 이 시기에 「킬리만자로의 눈」을 통해 비정한 하드보일드 미학의 절정을 보여줬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피츠제럴드를 비방해 그와의 우정이 깨졌던 것처럼 이 시기에 다른 동료 예술가들과도 관계가 단절되었다.
- P216

동물과의 이런 교감은 기독교 문명에서는 좀처럼 있을 수 없는일이다. 기독교에서 동물은 인간과 같은 값을 가지지 않으며, 기독교의 신이 인간에게 잡아먹으라고 내려준 선물의 의미만을 가진다.
그래서 사냥에 성공하면 사냥감의 고통과 죽음은 아랑곳 않고, 사냥감을 내려준 신에게 감사 기도를 드린다. 이 같은 점은 고래 사냥을다룬 또 다른 해양 소설인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고래잡이에 나선 그 어떤 백인들도, 피를 뿜으며 죽어가는 그 커다란 바다의 생명체를 애달파하지 않는다. 죽어가는 동물을바라보며 말을 걸고 그들의 죽음을 동정하는 이들은 산티아고 노인같은, 사냥감의 영혼을 위로하는 습속을 지닌 야만인들뿐이다.
헤밍웨이 자신도 비정한 백인 기독교도였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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