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사실 쉽지 않을 것 같다.

드라마의 내용이 각종 밈으로, 어이없는 상황의 전형으로, 또는 말도 안되게 극단적인 설정을 표현하는 막장이란 말로 하여튼 뭐 좋은 쪽으로 얘기되어지는 경우가 없으니 그럴테고, 어쩌면 좀 수준낮아 보일지도 모른다는 걱정?

그런데 이 아침드라마의 생명력은 굉장히 강한듯하다.

지금은 아침드라마가 없어졌다는데 그 아침드라마와 비슷한 설정을 가지는 일일드라마의 세계가 남아있으니 완전히 없어진건 아닌듯하다.

나의 경우 출근시간 때문에 아침드라마를 볼일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실 항상 궁금해하는 쪽이었다.

저런 막장의 막장같은 스토리를 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볼까?

보면 욕이란 욕은 다하면서 어쩜 저렇게 빼먹지 않고 열광하면서 보지? 뭐 이런 의문을 가진 쪽이랄까?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저런 나의 생각도 어이없는 편견이고, 정작 나 자신을 돌아보지는 못한 아전인수격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아침드라마에 대해 하는 말을 들어보자.


맡은 일을 잘 수행해내기 위해서 가면을 써야 하는 것이 괴로울 때면 5천 억이 있는 가짜부모 행세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계약 내용을 꼬치꼬치 따져 묻는 사람 한번 못 되겠는가 싶고, 주인공의 공을 다 가로채는 것도 모자라 자료실에 가두고 주요 파일을 지우고 CCTV를 없애고 애인까지 뺏는 상사를 보면서 고작 점심 메뉴를 자기 마음대로 정하는 내 상사는 정말 양반이다 싶고, 부모의 원수인 전 남편의 현 부인과 한 회사를 다니는 주인공을 보며 뭔가 조금 불편했던 동료 정도는 얼마든지 와락 끌어안게되는 것이다. - P19


이 정도면 팍팍하고 힘들기 짝이 없는 우리 삶의 현장에서 아침드라마는 내 삶에 위로를 주는 한 장면이 될 수 있겠다. 아니면 하루치의 고단함과 팍팍함을 대비한 예방주사랄까?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의 취미가 아침드라마 시청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책 속에서 저자가 고백하건대 아침드라마를 안봤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그 시기는 자발적 실업자가 되어 놀때. 그 2년간을 저자는 아침드라마를 안봤더라는 얘기다.

그의 삶이 아침드라마라는 예방주사가 필요없을 만큼 편안했다는 얘기다.

또는 뭔가 몰입하면서 머리를 텅 비워줘야 하는 순간들이 많지 않았다는, 즉 그래서 편안했다는 얘기일테다.

이런 취미들은 뭔가 더 이상 시간과 머리를 뭔가로 채우고 싶지 않을 때 나의 삶의 긴장을 확 풀어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극단적이고 원초적이고 생각이란 걸 할 필요가 없는 뭔가 그런것?


그렇게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분명 저런 취미 - 남들에게 대놓고 말하기는 쬐끔 부끄러운데 그렇다고 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말못할 정도는 아닌 - 일종의 서브, 숨겨진 수줍은 취미랄까?


아주 어릴 때 나의 수줍은 취미는 만화였다.

지금이야 에게 그게 뭐? 하겠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출입금지 지정구역에 당당하게 만화방이 들어가 있었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만화는 숨어서 몰래 몰래 봐야 하는 그런 서브 문화였다.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도 공부가 안되면 - 뭐 사실 매일 안되는 거였지만 - 나는 학교 근처 만화방에서 야자시간을 모두 때우고 있는 학생으로 주변 아이들에게 웃기는 이상한 아이로 회자되곤 했다.


수줍은 취미로 만화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던 나에게 다가온 두번째 취미는 고등학교 시절 그 당시 나오기 시작한 할리퀸 로맨스.

작은 문고판에 저렴한 가격, 그리고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만화방에서 싸게 대여까지 해주던, 한권 읽는데 2~3시간밖에 안걸리면서 아무 생각없이 빠져들기만 하면 현실성 일도 없는 환상속으로 나를 데려가던 바로 그 로맨스 시리즈 말이다.

이 시리즈를 가장 많이 본건 고3때였을 것이다. 

고3이라는 스트레스 만땅인 시절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지와 사랑같은 책을 들 용기는 없으며, 머리속 채워넣어야 할 지식의 과부하라는 부담속에서 내 머리를 시원하게 청소해주는 뭐 그런 역할? 하여튼 그렇게 나는 로맨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 이후부터 한 10년간은 로맨스 소설을 안 봤다.

내가 다시 로맨스소설을 들기 시작한건 역시 직장생활이 팍팍해지기 시작하면서....

로맨스 소설계로 돌아와보니 할리퀸 시리즈는 한물갔고, 한국 로맨스가 대세였다.

그것 또한 신세계였다.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고 너무 열심히 일한 날은 역시 내게 다시 돌아온 로맨스소설이 딱이었다. 

이후 한 십 몇년을 스트레스 받거나 일이 힘들때마다 로맨스 소설을 읽어댔더니 어느 순간 아 더이상 로맨스 소설이 재미가 없어지는거다.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어떤 장면에서도 설레지가 않아서....

그래서 산에서 도닦다 하산하는 수행자처럼 로맨스소설에서 나는 은퇴를 하게 된다.

한동안 서재의 여러분들이 열광했던 드라마 브리저튼이 나는 솔직히 재미가 너무 없었다.

그래서 시즌 2는 보지도 않는데 그게 바로 지나친 로맨스 탐독으로 인한 부작용이랄까?


아 중간에 대학시절과 그 이후 몇년간 로맨스 소설을 안보던 시절에도 다른 수줍은 취미는 있었다.

로맨스 소설을 대신한 취미는 바로 헐리웃 액션 영화!

역시 많은 분들이 그게 뭐 수줍냐고 하시겠지만, 그 당시는 영화의 붐이 일어나면서 누구나가 예술 영화에 대해서 한마디쯤은 할 수 있어야 하고, 영화전문잡지 한두종류는 보고 입을 털수 있어야 하고 하여튼 뭐 그런 시절이다.

물론 나 역시 그렇게 입을 털어대던 부류 중 하나였고....

그런 친구들 앞에서 그래도 나는 영화는 헐리웃 액션영화가 제일 좋아. 다이하드 너무 좋지 않니?라고 말하기는 부끄럽던 ...ㅠ.ㅠ


지금은 만화도 별로 보지 않고, 헐리웃 액션영화도 딱히 좋아하지 않으며, tv드라마도 거의 안보고, 로맨스소설도 안보고 그럼 나는 이제 진지하게만 살아야 하는가?

아 그건 그런데 이 서브 취미계가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모르는 소리다.

하나가 지겨워지면 그걸 대체할 무언가가 반드시 나타난다.

요즘은 일종의 로맨스 소설의 연장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일명 BL이라고 불리우는 장르다.

boy's love라고 정확하게 말하니까 뭔가 굉장히 알콩달콩하고 그럴 것 같은데 이 장르의 소설들은 사실상 19금 수위가 로맨스 소설보다 훨씬 높고 자극적이다. 그런데 그것만이라면 몇권 보다가 때려치웠을 거 같은데 이 안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부류의 이야기들이 있고, 수준 역시 천차만별이다.

잘 골라 보면 진짜 재밌는 소설들이 제법 있다.

내가 좋아하는건 판타지쪽 BL소설들인데 얘들은 현실속의 개연성 이런걸 생각하지 않으므로 정말 마구마구 아무 생각없이 빠져들 수 있다는 역시 서브 - 수줍은 취미로서의 역할을 확실하게 한다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본 중 가장 재미있었던 BL소설 하나 정도는 투척!















게스트 - 출판은 안되었고, 전자책으로만 알라딘에 뜬다. 이거 끝내주게 재밌다. 물론 취향에 안맞는 사람 말고.... ㅎㅎ


어쩌면 내가 소원하던 퇴직을 하고 딱히 스트레스 없는 연금생활자가 된다면 이런 서브 취미들은 필요없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서브 취미조차 어째 대부분이 보는거냐 어쩔수없는 읽기 성애자가 나인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취미에 대해 아무튼 아침 드라마의 저자는 이런 얘기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여간해서는 나에 대한 판단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아침드라마를 좋아하는 점을 좋아했다. 어떤 이는 의외라며 좋아하고, 어떤 이는 예상대로라며 좋아했다. 아마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아침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상대가 나에 대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더할수는 있지만, 팔씨름의 꺾기처럼 경계선 반대편으로 넘어가버리는 역할을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 P161



사는게 항상 우아할 수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분들의 수줍은 취미는 무엇일까 뭐 그런 상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이 페이퍼에 대해 여러분의 고백을 해달라고 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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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6-01 1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수줍은 취미들~ 넘 귀여우시잖아요!!!^^
나는 수줍은 취미가 뭐가 있었나?? 🤔
곰곰 생각해보니?????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데요. 노래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이상하게 그 가수가 나를 위해 부른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혼자 화들짝 놀란다죠?ㅋㅋㅋㅋ
드라마를 보다가도 조승우같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연기하는 걸 보다가 막 몰입해서 보다 보면 심쿵 장면 같은 부분들은 아....정말 제가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더군요ㅜㅜ 한 번씩 이런 제가 좀 이상해서 주변사람들에게 부끄러워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이런 것도 수줍은 취미에 속하나요?? 이건 병인 거죠??ㅋㅋㅋ

바람돌이 2022-06-02 21:14   좋아요 3 | URL
아뇨 절대로 병 아님요. 요즘 아줌마 덕후들이 점점 늘어나잖아요. 아이돌 또는 배우, 가수 덕후 역시 수줍은 취미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데 요즘은 이런 분들이 점점 많이 늘어나서 수줍어 하지 않고 정말 당당하게 사는 맛을 드디어 알았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ㅎㅎ

세실 2022-06-01 2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줍은 취미는 TV보면서 과자 먹기^^
나혼자산다, 전참시, 우리들의 블루스랑 넷플릭스는 프렌즈.
직장에서는 TV이야기 안하려구 노력해요.
판타지 안좋아하지만 BL은 궁금하네요.

바람돌이 2022-06-02 21:17   좋아요 2 | URL
세실님 직장은 도서관이라서 TV얘길 안하나요? 학교 샘들은 진짜 많이 하는데.... 저 항상 꿀먹은 벙어리역할이거든요. 세실님의 TV취향으로 봤을 때 BL은 조금 진입장벽이 있을 듯요. 이 분야가 진짜 호불호, 작품의 수준, 수위정도 이게 너무 엄청난 간극이 있어요. 그래서 잘 못 선택했다가 기분 진짜 나빠지는 경험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도 역시 주옥같은 작품이 있다는..... ㅎㅎ

페넬로페 2022-06-01 2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의 의미가 넘 궁금해요.
간혹 엄마가 집에 오시면 tv 3사의 아침드라마를 순서대로 보시는데 내용이 비슷해서 두 번 정도 보면 앞 뒤의 진행을 알겠더라고요~~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산책하기가 좋아졌어요.
그리고 커피나 맥주 마시며 책 읽기^^
이것도 소소한 취미일까요!

바람돌이 2022-06-02 21:23   좋아요 3 | URL
아 이 표지. 저도 드라마 안봐서 잘 모르지만 책 속에서 얘기한 바에 따르면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여주인공이 갑자기 남편의 딸을 데리고 가출을 했대요. 그래서 저 남자가 걔는 왜 지딸도 아닌데 애를 데리고 나간거야라고 물으니까 대답이 그 애 그 여자 딸이라고.... 그러니까 악역 여주인공이 애기 태어났을 때 자기 딸과 부잣집의 딸을 바꿔치기하고, 나중에 딸을 바꿔치기한 그 집의 남자를 유혹해서 착한 여주인공을 몰아내고 새부인으로 들어갔다는 뭐.... 에고 얘기를 하니까 진짜 기네요. 하여튼 그 얘기를 오렌지쥬스를 마시다가 듣고 너무 놀라서 먹던 오렌지 주스를 흘리는 장면입니다.
아침드라마와 일일드라마가 대충 이런식이죠. 저는 할머니들 진짜 이런 드라마 좋아하시던데 좀 저기 나오는 악역 욕을 막 하면서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푸는 그런 효과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
커피나 맥주 마시며 책읽기는 수줍은 취미는 전혀 아닙니다.
그런건 은밀하고 수줍은 취미에 넣어주지 않습니다. ㅎㅎ

mini74 2022-06-01 2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할리퀸로맨스에 웃고갑니다. 진정한 막장이 아닐까요. 그놈의 구리빛 피부의 남주 ㅎㅎㅎ 지금은? 옛날만화영화나 미야자키 하야오 만화 멍 하니 젤리 먹으면서 보기? 입니다 ㅎㅎㅎ

바람돌이 2022-06-02 21:24   좋아요 1 | URL
네 그래서 모든 할리퀸이 어찌나 똑같은지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같이 졸업을 했는데, 그게 다음 분야가 자꾸 생기더라구요. ㅎㅎ
지금은 BL도 좀 심드렁해졌는데 이제 어떤 분야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희선 2022-06-02 01: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늦은 밤에 라디오 방송 들었군요 지금은 늦은 밤엔 지금처럼 컴퓨터를 써서 밤방송은 거의 못 들어요 낮에 하는 방송 들으려고 하는데, 재방송이 해서 그걸 밤에 들어요 그때는 책을 봐야 할 텐데... 즐겁게 보는 게 있는 건 좋은 거겠지요


희선

바람돌이 2022-06-02 21:25   좋아요 2 | URL
늦은 밤에 라디오 방송은 너무 건전한 취미여서 은밀한 취미로 역시 해당사항이 없다고나 할까요?
역시 알라딘에는 너무 건전한 취미를 가진분들만 잔뜩인듯....ㅠ.ㅠ 내 그럴줄 알았다입니다. ^^

다락방 2022-06-02 07:5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중간까지 읽다가 제가 바람돌이 님의 서재에 들어온게 맞는지 다시 닉네임 확인했어요. 바람돌이 님이 할리퀸 로맨스라니.. 비엘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딱히 과부하 걸린게 아닌데도 할리퀸 엄청 봤어요. 뻔한 설정인거 알면서도 엄청 봤었죠. 헌책방 가서 할리퀸 사서 보고 같이 가서 산 친구들하고 돌려보고 ㅋㅋㅋㅋ 아 재미있네요. 저는 한국 로맨스는 몇 개 보다 말았는데, 당시에도 너무 한심한(?) 설정들이 보여서였어요. 자신을 납치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브리저튼 시리즈는 저는 책으로 오래전에 먼저 읽었었는데 작가가 여남사이의 대화를 너무 재미있게 써서 읽는 재미가 있었네요. 아.. 바람돌이 님 서재에서 비엘 추천을 받게 되다니..(저는 비엘은 보지 않습니다만) 너무 재미있네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6-02 09:42   좋아요 3 | URL
저도 사실 이 글 읽다가 닉네임 다시 확인했었다능...ㅋㅋㅋ
바람돌이 님 bl ㅋㅋㅋㅋㅋㅋㅋㅋ 깜놀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6-02 21:35   좋아요 3 | URL
아 다락방님 그래서 어떤 분야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첫 작품이 중요하다는..... 한국로맨스에도 걸작들은 많습니다. 물론 취향을 타는게 문제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취향에 맞는 걸작들은 존재한다는.... ^^ 저는 판타지 또는 무협도 좀 좋아하는 편이라 <연록흔>같은 책을 5권짜리를 다 사두고 심심하면 재탕한다는.... ㅎㅎ
남녀사이인 로맨스와 다르게 남남이 주인공인 BL은 특히 판타지와 결합하면 무대의 범위가 확 커지는 효과가 있어요. 뭐 그렇다고 보라는건 아니구요. 아 저 게스트 진짜 재밌는데.....ㅋㅋㅋㅋ

알라딘 서재에서 제가 저를 너무 훌륭해보이게 뻥을 많이 쳤었나? 딱히 그렇지는 않았던거 같은데???
하여튼 다락방님과 잠자냥님이 닉네임을 다시 확인했다니 송구하고 더 수줍어질 따름입니다. ㅠ.ㅠ

다락방 2022-06-02 22:55   좋아요 3 | URL
크- 추억돋네요. <연록흔> 저도 진짜 재미있게 봤어요. 저는 진산 작가 작품도 재미있게 봤어요. <가스라기> 도 좋아했고 <커튼콜> 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죠. 크- 이선미 작가 작품은 야해서 좋아했고요. 껄껄. 최은영 의 <오래된 거짓말> 은 남주가 젓가락질 잘해서 좋아했어요. 후훗 아- 추억이 몽글거립니다~

잠자냥 2022-06-02 23:53   좋아요 3 | URL
와…. 진짜 제가 모르는 장르… 넘사벽

바람돌이 2022-06-03 18:05   좋아요 2 | URL
ㅎㅎ 다락방님이 말하는 책들 다 봤습니다. 저도 다 좋아하던 책들이네요. 한국 로맨스의 초기 작가들. ㅎㅎ
그 이후로도 쭉 봤고 좋아하는 작가들 많지만 이쯤에서 정리를.... 잠자냥님이 슬퍼해서요. ^^

scott 2022-06-03 0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할리퀸 로맨스 !찐 덕후!
바람돌이님은
할리퀸 로맨스 읽는 학생들과 눈이 마주 쳐도
저얼대로 뺏지 않으 실것 같습니다 ^^

바람돌이 2022-06-03 18:06   좋아요 2 | URL
요즘 애들은 할리퀸 아무도 안읽습니다. 다들 라이트 노벨을 읽죠.
저도 당연히 수업시간에 읽으면 뺏아요. 다만 수업 끝나면 돌려줄 뿐이죠. ㅎㅎ

유부만두 2022-06-03 08: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들 수줍은 취미 고백하는 시간인가요?
제 서재에서 얼핏 써놓긴 했는데요, 제겐 만화책이랑 일드 보기라는 수줍은 취미가 있습니다.
일드로 익힌 일어로 이젠 자막 없이도 웬만한 일본 드라마, 영화는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 아시죠? 드라마의 제한된 어휘가 결코 일어 실력과 연결되는 게 아닌거요. ^^
만화책은 어릴적 엄마한테 혼나며 몰래 본 게 한이 맺혔는지, 보고싶은 만화는 그냥 호기롭게 삽니다. ㅎㅎㅎ
하지만 종이책은 쌓이는 게 무섭네요. 요즘은 만화는 전자책으로 봐요.
어쩔땐 좀 많이 그 취미가 수줍어 져서 본책에도 월말 결산에도 안쓰는 만화책이 꽤 됩니다.
BL은 만화로는 좀 봤어요. 드라마도요;;;; 아 수줍다...

바람돌이 2022-06-03 18:08   좋아요 3 | URL
아 진짜 일드라면 저도 한때 확 빠져서 한 몇년간은 미친듯이 봤는데 왜 저는 일어공부는 하나도 안됐다는 말입니다. 단어 몇개 외에는 뭐 아는 일본어 없는데요. 왜 똑같은걸 봐도 누구는 공부를 하고, 누구는 드라마 남주 여주 얼굴만 기억하고.....ㅠ.ㅠ

psyche 2022-06-04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만화책, 할리퀸 로맨스 다 학창시절 거쳐갔던지라 혼자 쿡쿡 웃었네요. ㅎㅎ 낡은 만화책 미국까지 끌고 와서 가지고 있는 것도 좀 된다지요. BL 은 한번도 안 봤는데 로맨스 자체를 안 좋아해서요. 저도 한번 시도해볼까요? ㅎㅎ

바람돌이 2022-06-04 12:52   좋아요 2 | URL
로맨스 안좋아하는 분은 BL로 넘어가기 좀 힘듭니다. 약간의 항마력이랄까 이런게 좀 필요해요. ㅎㅎ
만화책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 것들은 구매해서 가지고 있는데 이게 부피가 진짜 장난 아니죠. 그래서 가능한한 구매는 자제한답니다. ^^ 프시케님 미국까지 끌고간 만화들 보고 싶네요. ^^

공쟝쟝 2022-06-05 11:15   좋아요 2 | URL
여기 댓글들 왤케 수줍어요.... ㅋㅋㅋ 저는 원래도 로맨스 안좋아했는 데... (신념으롴ㅋ) 로맨스를 다 끊어서 이젠 전원일기ㅋㅋㅋ 마저도 항마력이 딸리다 못해 아무 것도 못보는 몸이 된거 같네요 ㅜ_ㅜ
그래도 하지만 잘생긴 남자는 좋아합니다. (내가 못끊는 건 존잘남의 얼굴..) 그래서 가끔 어~ 쟤? 잘생겼네? 하면 유튜브로 그 아이돌 영상 다 봐요!!!
몇 년 전에 방탄소년단 뷔 가 그랬고 ㅋㅋㅋㅋ 그 유엔 연설 보다가.. 와와~ 쟤 존잘이다~ 이러면서 ㅋㅋㅋ 방탄 영상 찾아봄... 2년전엔가 nct 어..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ㅜㅜ 암튼 누구 있었고....... 그러고 없다.....요즘엔 잘생긴 청년들이 씨가 말랐나 봅니다.... (아닌가 내가 티비를 안봐서 그렁가)

바람돌이 2022-06-05 14:09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수줍은 이유는 제가 수줍어하면서 썼으므로 다른 분들이 모두 저 무안할까봐 같이 수줍어 해주시는걸로.... ㅋㅋㅋ 잘생긴 남자는 누구나 좋아하죠. 물론 공쟝쟝님처럼 잘생겼다고 영상 다 찾아보고 하지는 않으니까 공쟝쟝님 수줍은 취미는 존잘남 감상으로..... ㅎㅎ
존잘남들은 매일 끊임없이 새로 등장하는거 같던에 수줍은 취미에도 노오력이 필요하답니다. 좀 더 분발하셔야 할듯요. ^^
 

 맡은 일을 잘 수행해내기 위해서 가면을 써야 하는 것이 괴로울 때면 5천 억이 있는 가짜부모 행세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계약 내용을 꼬치꼬치 따져 묻는 사람 한번 못 되겠는가 싶고, 주인공의 공을 다 가로채는 것도 모자라 자료실에 가두고 주요 파일을 지우고 CCTV를 없애고 애인까지 뺏는 상사를 보면서 고작 점심 메뉴를 자기 마음대로 정하는내 상사는 정말 양반이다 싶고, 부모의 원수인 전 남편의 현 부인과 한 회사를 다니는 주인공을 보며 뭔가조금 불편했던 동료 정도는 얼마든지 와락 끌어안게되는 것이다. - P19

<강남스캔들>은 얼마나 재미있는 드라마였을까, 엄마와 동생에게 물어보니 ‘말도 안 되지만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큰 칭찬인데…. 어쩐지 아쉬워지지만 그 시절의 나에게는 그 드라마가 필요 없었다는 것이 감사하고, 갖은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아침드라마 정도면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는 사실 또한 감사하다. 설마, 아침드라마는 그래서 언젠가부터주말에는 하지 않게 된 것인가? - P24

조금만 기준과 달라 보여도 색안경을 끼고 보기 바쁜 현실과는 달리 아침드라마 속 세상에서는 그어떤 형태의 가족도, 혹은 가족이 아니라고 해도 어느 누구 하나 경계 밖으로 밀어내거나 소외시키지 않는다. 머글들 사이에서 평생 자신이 이상한 존재라고생각해왔던 해리포터가 호그와트에서 받았던 환대에비유할 수 있을까? 아침드라마는 아침마다 우리의 인식의 폭을 넓혀주고 편협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허무는 유연하고 급진적인 매체였던 것이다. - P40

의 즐거움이었다. 우리는 집 밖으로 나가기 전 아침드라마가 펼쳐놓는 심각한 상황에 미리 노출되는 것은 예방주사를 맞거나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기 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며 웃었다. 세라젬 의료기를 장만한 뒤로는 TV 볼륨을 높이고 거실에 누워 소리만듣기도 한다. 아침드라마는 분주한 아침 시간에 화면에 집중하지 않고도 딴 일을 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설명적인 대사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P83

말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어렵지만 말을 하고서는 부덕을 피하기가 어렵다. 내 말과 글을 어딘가에 계속 남긴다는 것은 ‘N년 전 오늘‘을 계속해서생산해내는 것과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금이순간에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저 그 과거의 오늘들이 쌓여 덜 무례하고 덜 실수하는 오늘을 만들 수 있기를, 그리고 지금 지나는 오늘 또한 미래의 오늘이 좀 더 낫기 위한 뒷받침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P123

 우리는 밤을 새워 몰아보는 B급 영화가 괜찮은 영화를 쾌적하게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거나 하루에 인천 3대 돈까스집을 모두 방문한 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들러 냉면을 먹고 돌아오는 행동 자체를 좋아서 하는것이 아니라, 그런 얼토당토않은 일을 무조건 함께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좋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무조건 함께한다면 얼마나 더 좋겠는가! - P147

 예술 계통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내 취향에 대해 모종의기대감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최근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는지, 요즘 듣는 음악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딘가 마음이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것을 말하자니 수준이 낮아 보이고, 저것을 말하자니 젠체하는 것 같고,
그것을 말하자니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은 어려움 속을 헤매다가 문득 아침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털어놓고 나면 일종의 해방감이 찾아온다. 쿵짝이 맞지않아도 우하하하 웃을 수 있고, 쿵짝이 맞는다면 우하하하 신날 수 있고, 기대를 와르르 무너뜨릴 수도있고, 예측을 유유히 피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P160

내사 좋아하는 것이 여간해서는 나에 대한 판단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아침드라마를 좋아하는 점을 좋아했다. 어떤 이는 의외라며 좋아하고, 어떤 이는 예상대로라며 좋아했다. 아마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아침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상대가 나에 대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더할수는 있지만, 팔씨름의 꺾기처럼 경계선 반대편으로넘어가버리는 역할을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 P161

관심 있는 것 말고는 관심이없던 우리는 매일 뉴스를 놓치지 않고 보게 되면서 강제로 세상사에 밝아지게 되었다. "어머 어머 웬일이니" 라는 추임새는 아침드라마에도 아침뉴스에도 똑같이 어울리는 것이었고, 잠을 깨우는 놀라움과 비현실성 또한 여전했다. 우리는 픽션에 놀라는 쪽이 팩트에 놀라는 것보다 훨씬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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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31 17: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발췌글 넘 재미있어요. 아침드라마는 주로 집안일을 하면서 보는 이들이 많아 대사가 많고 자극적이고, 저녁드라마는 모든 일을 마치고 제대로 보기에 영상미에 치중한다는 글 본 기억이 납니다. 이 책도 재미있겠어요 ~~~

바람돌이 2022-05-31 17:11   좋아요 1 | URL
아침 드라마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ㅎㅎ
아침드라마와 저녁 드라마의 차이에 대한 얘기도 한편으로 수긍이 가네요. ^^

파이버 2022-05-31 2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너무 재미있어요! 저는 드라마는 안보고 저 장면만 돌아다니는 걸로 많이 봤는데 책표지로 보니 더 재미있네요~

바람돌이 2022-06-01 10:34   좋아요 2 | URL
저 장면과 김치 싸대기 장면은 밈계의 고전아닐까요? ㅎㅎ

모나리자 2022-06-01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무튼 시리즈가 날개 돋친 듯하네요.ㅎ
아침 드라마를 본지가 언제인지.. 재미있는 내용 같은데요.
6월에도 좋은 책과 많이 만나세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2-06-02 21:36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튼 시리즈 처음 본게 이거예요. 근데 생각보다 재밌네요. 앞으로도 간간히 찾아볼듯합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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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려는 당신, 어떤 소개글도 미리 읽지 마시라! 그냥 읽으시라! 그러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아˝라고 읊조려 보는 순간 느껴지는 해방감은 온전히 당신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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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21 05: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훗.
울진 않으셨나요?

바람돌이 2022-03-21 08:59   좋아요 1 | URL
나이들수록 메말라가는 감성인지 울지는 않았어요. 감동적이긴 했습니다만.... ^^

책읽는나무 2022-03-21 09: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 김겨울 북튜버랑 같은 말씀을???
정말 정말 기대가 많이 되는 책입니다^^
눈물까지??? 와~~

바람돌이 2022-03-21 10:21   좋아요 3 | URL
아 그런가요? 저는 유튜브는 거의 안보는지라.... 저도 일부러 이 책은 다른 글들 안 읽고 봤는데 왜 그러는지 알겠더라구요. 저희집 둘째가 지금 이 책 보려고 하는데 제가 딱 한마디만 하려고 하니까 딸이 엄마 스포 금지하고 단호하게 자르더라구요. ㅎㅎ 감성 충만한 다락방님은 눈물, 저는 마음만 찡입니다. ㅎㅎ

scott 2022-03-22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포 금지!🖐 ㅎㅎ
맹세 하겠습니돠 ^ㅅ^

바람돌이 2022-03-22 08:44   좋아요 2 | URL
아 이 책 리뷰 쓰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스포 없이 쓸 자신이 없어서요. ㅎㅎ
 

"작은 것들은 아름답지는 않아도, 단 한 종류의 큰 꽃 백 송이보다 내게는 더 큰 의미가 있다. 미적 관심과 구별되는 과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특별한 증거는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마음을 쓰는 일이다."  - P28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28 뮌스터버기가 지적하듯, 유일한 위험은 여느 강박과 마찬가지로 수집 습관이 "신나는 일에서 "파멸적인 일로 바뀌는 어떤 지점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 P31

마치 내가 살아오는 내내, 그 질문을 할 순간만을 열렬히 기다.
려왔다는 듯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 P54

암울한 현실일 수도 있는 것들이 아버지에게는 오히려 인생에 활력을 가득 불어넣고, 아버지가 크고 대범하게 살도록 만들었다. 나는 평생 광대 신발을 신은 허무주의자 같은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려 노력해왔다. 우리의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그런 무의미함 때문에 오히려 행복을 향해 뒤뚱뒤뚱 나아가려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항상 그런 일을 잘했던 건 아니다. 너는 중요하지않아는 내게 종종 아버지와는 다른 효과를 냈다.
- P58

이 우주에서 아직은 미지의 한 조각에 불과한 새로운 물고기를 한 마리한 마리 잡아나가고, 새로운 이름을 하나씩 붙일 때마다 믿을 수없는 도취적인 감정이 몰려왔다. 혀에 닿는 그 달콤한 꿀, 전능함에 대한 환상, 그 사랑스러운 질서의 감각. 이름이란 얼마나 좋은위안인가.
- P89

그래서였다. 나는 절박했다. 단순하게 말하자. 데이비드 스타조던의 책에서, 망해버린 사명을 계속 밀고 나아가는 일을 정당화하는 그 정확한 문장을 찾아내는 것이 내게는 절박했다.
- P120

이것이 바로 다윈이 예언했던 그런 상황이다. 그가지구의 수많은 생명들의 순위를 정하지 말라고 그토록 뚜렷이 경고한 이유는 "어느 무리가 승리하게 될지 인간은 결코 예측할 수없기 때문이다.57 - P189

 다윈에게 기생충은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경이였고,  비범한 적응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건 작건, 깃털이있건 빛을 발하건, 혹이 있건 미끈하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그어마어마한 범위 자체가 이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는 무한히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 P206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 P226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애썼던 관점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놓치는 일이다.15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아는 것이다. - P227

이와 같은 수많은 언어적 수법을 드 발은 "언어적 거세"라고 표현했다.  즉 그것은 우리가 언어를 사용해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방식이자,
우리 인간이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단어들을 발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 P252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 P252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자연이 프린트된 커튼 뒤를 들춰보았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무한한 가능성의 장소를 보았다. 모든 범주는 상상의 산물이다. 그건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느낌이었다.
- P262

 우리가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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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치일까? (리커버 개정판) - 그 누구도 아닌 나로 살기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양지하 옮김 / 현실문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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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치일까? 설마 그럴리가!

저자인 벨 훅스는 모든 사랑의 출발은 자기애라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옳은 말이다.

내가 나를 긍정하고, 나의 힘과 희망을 믿고 나자신을 아끼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사랑한다 말하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규정에 누구라도 심정적으로는 동의하겠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이런 자기애를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나 여성이 자신이 여성임에 자부심을 가지기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여성의 자기애에 가장 커다란 적은 역시 가부장제이다. 

가부장제가 여성들을 어떤 식으로 억압해왔는가를 얘기하자면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만 모아도 3박4일은 얘기하고도 모자랄 것이다. 

책에서는 페미니즘의 역사에서 이런 가부장제의 억압을 뚫고 자기 성취를 이루느라 너무나도 힘들어 아예 사랑에 대해 포기해버렸던 1세대 페미니즘에서부터, 이성간에는 사랑이 불가능하다고 냉소하는 레즈비언 여성 페미니스틀까지 아우르며 여성이 자기에 대한 애정을 바로 가진다면 어떤 사랑도 포기할 이유가 없음을 얘기한다.

동시에 사랑은 섹슈얼리티를 동반한 이성애, 섹슈얼리티를 동반하지 않은 이성애, 동성애, 자매애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결국 그런 사랑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것,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 하나는 섹스를 동반한 사랑에 있어 서로의 동의와 함께 무엇보다 중요하게 견지되어야 할 것은 거부권이다.

많은 여성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섹스, 또는 섹스취향을 강요받는다면 그것 역시 억압이지 사랑이 될 수 없음이다.

여기까지 작가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결국 인정욕구의 충족이다.

나라는 존재의 유의미성, 내가 하는 노동과 수고에 대한 감사와 인정, 나의 성취에 대한 격려

내게 필요한 것들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당연히 나 스스로 자신에 대한 인정에서부터 출발해, 내 주변의 가족, 친구, 연인, 배우자 이런 사람들이 나의 모습을 인정해준다면 아마도 나의 삶은 풍요롭고 만족스럽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나도 간단해보이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음은 세상을 조금만 살다보면 누구나가 느낀다.

현실은 이론보다 훨씬 버라이어티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사람은 뜬금없게도 나의 시어머님이었다.

안동권씨 집안에 8대 장손 며느리로 지지지도 가난한 집안을 꾸려왔고,

그토록 가난함에도 평생 시부모님 봉양에, 시아버님의 9남매 뒷건사를 해오셨던 분, 철철이 끊이지 않는 제사를 수고롭게 수행해온 분이다.

거기다 집안 분위기는 당연히 얼마나 가부장적인지 전혀 그렇지 않은 집에서 시집간 내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 투성이였었다.

(이 얘기도 늘어놓자면 3박 4일도 모자라겠지만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니 비켜간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시어머님의 삶에 대해 가만히 살펴보면 못배우고 가난하고 희생만 해왔던 삶에서 어머니 나름으로 만들어낸 자신의 자리가 있다.

드라마같은 것에서 보듯 모진 시집살이와 희생을 했던 여성이 자신이 시어머니가 되면서 권력을 휘두른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보통 시집살이 모질게 한 여성이 며느리 시집살이 시킨다고 하는데, 우리 시어머니 같은 경우 예외다. 자신은 진짜 옛날 드라마에 나오는듯 모진 시집살이를 했기 때문에 결혼초에 나는 며느리 시집살이 안시킬거다라고 하셨는데 그걸 정말 실천하시는 분이다.)

집안의 큰 행사나 명절, 제사 등등의 행사는 시어머님에게는 자신이 이루어놓은 자리를 확인하는 자리다.

어떻게 보면 시어머님의 사회적 성취라고나 할까?

그게 보인다. 

나는 제사가 너무 싫지만 차마 그걸 바꾸자고 하지 못한다.

평생을 희생하고 살아오신 시어머님의 그 자존감이 충족되는 자리를 자식인 내가 함부로 깰 수 없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라면 우리 시어머님의 저 자기애는 잘못된 기반위에 있다.

그러나 그분의 삶을 생각하면 저 자기애를 비난할 오만이 내게는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걸 동의하면서도 그럼에도 그 사이 틈새를 파고드는 아쉬움.

그것은 이 책에서 예로 드는 성취를 이룬 대부분의 여성이 어느정도 교육받은, 자기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중년에 이르러서 가부장제와 결혼이라는 제도의 굴레를 깨고 학위를 받고 강단에 서는 여성, 자신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는 남자를 버리고 전문직으로서의 자기 자리를 찾는 여성.

다 좋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런 성취를 이루기 힘든 여성들이 훨씬 더 많다.

세상에는 공부를 잘하는 여성보다 못하는 여성이 더 많고, 이런 에세이를 읽어내기도 어려운 여성들이 더 많다.

최소한의 경제적 보장이 없어 하루종일을 힘겨운 노동에 허덕이는 여성들은 더 많다.

내가 도대체 잘하는게 무엇인지 알지 못해, 자괴감에 시달리는 여성은 더더더 많을 것이다.

소수의 페미니즘이 아니라 그런 각각의 버라이어티한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한 페미니즘은 무엇일까?

가부장제는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지만 그 자신이 구시대인 여성들은 자기 자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고민을 던져주는 책은 어쨌든 좋은 책이다. 설사 아쉬움이 남을지라도........

페미니즘이 이 다양한 현실을 더 폭넓게 아우를 때 그것이 갖는 현실적인 힘이 더 커질것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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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 0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0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2-07 09: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리뷰 너무 잘 읽었습니다. 벨 훅스가 말하는 지점도 어렴풋이 알 듯하고 또 시어머님의 자리에 대한 바람돌이님의 이해하는 마음도 너무 공감이 갑니다. 본인이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어서 시집살이 안 시키겠다 하는 마음을 실천하신 분을... 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 그런 분이 정말 실재하시는군요. 혹독한 가부장제의 틀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신 시어머님, 너무 멋지시네요.
벨 훅스만큼 멋지십니다!!

바람돌이 2022-02-10 13:02   좋아요 1 | URL
어머님의 그 자리가 사실 가부장제하에서 얼마나 허상의 자리인지가 저는 다 보이지만 그 허상이라도 없다면 어머님의 살아온 날이 무너질듯해요. 그래서 그냥 저는 인정해드리려고 해요. 저희 시부모님 두분 다 진짜 밖에서나 안에서나 좋으신 분들인데(두분 서로한테만 별로인듯..... ㅎㅎ) 그 마지막 남은 자부심하나 지켜드리는게 그냥 맞는거 같아서요.

희선 2022-02-08 0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부터 쉽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그러려고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바람돌이 시어머님은 대단하시네요 그렇게 하셔서 지금이 있겠습니다 다른 것보다 시집살이 시키지 않은 건 멋지시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2-10 13:04   좋아요 1 | URL
사실 자기를 사랑하는게 쉽지는 않지요. 누구나 자신이 가진 장점보다 단점을 더 잘 알잖아요. 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 장점이 정말 많은 사람들인데 단점에 가려 잘 안보이는듯해요. 그리고 장점들은 그냥 당연한것으로 여기고요. 오늘부터라도 잘 찾아보아요. 얼마나 많은 장점들이 우리 자신에게 있는지..... ^^
저희 시어머니가 시집살이 안 시키셔서 제가 제 맘대로 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