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 자기만의 방에서 그녀를 읽는 시간
이택광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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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는 올해 버지니아 울프를 읽기로 했어.

좀 어렵기는 했지만 그녀의 소설 <등대로>가 너무 좋았거든.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좀 어려운 것 같아.

글을 따라가는데 숨이 좀 가빴어.

이 장면인가 하면 저 장면이고, 배경도 휙휙 바뀌고, 인물도 예고 없이 휙휙 바뀌고, 생각은 더 휙휙 바뀌고....

심지어 배경이란게 인물과 거의 혼연일체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아서, 아 뭔가 이 바람에는 의미심장한 것이 들어있지 않나? 이 햇살은? 아니야 마당에 꽃들도 뭔가 있는 것 같아.... 아 정말 머리 터져 죽는줄 알았어.

의식의 흐름이란 기법이 이런거야? 하면서 보지만 친절하지 않은 버지니아 울프는 이 책을 읽는 독자를 배려하지 않았지뭐야?

아 내가 제대로 읽고 있긴 한거야?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했으니까....

 

그래 이럴 때 선생님이 필요한거야.

누군가 좀 친절하게 알려주면 난 버지니아 울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거야

좋아하게 된 사람을 더 알고 싶은건 너무나 당연한 연애의 대전제잖아?

역시 책에 정답이 있을거라니까.

이왕이면 우리나라 사람이 쓴 소개서가 좋겠지. 아무래도 알아듣기가 좀 편할테니까.

거기다 이 책의 목차를 봐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들을 친절하게 소제목에 넣어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해뒀잖아.

어떻게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의 책에서 뭘 중점적으로 봐야하는지 친절하게 내게 알려주실거야.

 

그래 이게 이 책을 읽기전 내 생각이었어.

그런데 첫 챕터를 읽자마자 이게 뭐야? 아니 난 이런걸 원한게 아니었다고 하면서 비명을 지르게 되었어.

<제이콥의 방>이 챕터 제목이고, 삶을 표현하는 글쓰기라는 부제가 붙었으면 이 소설에서 삶이 어떻게 표현되고 독자가 그걸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구구절절히 친절하게 알려줘야 하는거 아닌가?

그런데 책 이야기는 거의 없고, 온갖 철학자들의 이론이 막 쏟아져 나오다니...

이분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책을 쓰는건가?

내 예상과 너무도 다른 책이잖아.

아 읽어 말어?

하지만 일단 잡은 책은 왠만하면 다 읽고야 끝내는(왜냐하면 읽은 부분이 아까워서) 나의 책에 대한 집념이 계속 책을 붙들고 있게 했어.

아 그런 나를 칭찬하고 싶어.

3장쯤 가면 이분이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알것 같은 느낌이 오거든.

뒤로 갈수록 그건 더 확실해지지.

이분은 버지니아 울프를 작품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의 삶과 작품을 전체로 얘기하고 싶었던 거였어.

따라서 제목만 분리되어 있을 뿐, 아무데서나 버지니아씨의 일기, 에세이, 소설 그리고 삶의 장면들을 막막 꺼내.

그래야만 온전히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 위대한 작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말이야.

 

근대의 도래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한 작가. 무엇이 새로운 것이고 무엇이 낡은 것인지 날카롭게 갈라친 비평가.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묻고 시대의 질문에 사력을 다해 답한 사상가. 글쓰기 이외에 삶의 다른 가치를 찾아내지 못한 생활인. 응접실에 인쇄기를 설치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찍어낸 독립 출판인.

 

이 책의 저자로 하여금 이런 헌사를 남기게 한 버지니아 울프!

작가-비평가-사상가로서의 글쓰기 전체를 그녀의 삶과 연결해야만 제대로 버지니아 울프를 이해 할 수 있다는 거 맞죠?

 

자 이제 작가님의 의도는 알겠어.

그럼 우리 하나하나 따져보자구.

 

첫번째로 중요한 것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 근대소설의 한계를 뚫고 현대 소설의 새로운 장을 여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는거죠?

근대 리얼리즘 소설들이 가지고 있던 '소설 구조의 견고함'에 대한 집착을 넘어서서 급변하는 근대의 디테일을 잡아내기 위해 소설이 형식을 허물고 유연해져야 했다는 것(23쪽)

그 실험적 시도가 바로 의식의 흐름 기법이고, 이것은 자크 데리다의 '대체보충'개념과 잇닿아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쓰는 글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버려야 한다는 것으로 글이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는 그렇게 정확한 정보전달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군.

따라서 글쓰기라는 것이 기억을 전달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므로 견고한 소설구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취사 선택되어진 인간 의식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고, 더 정확하게는 '자기의 재구성'을 시도하는 것이 바로 버지니아씨의 소설의 핵심과제였다고 나는 이해했어.

그런데 이 '자기의 재구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강제되어지는 사회적 규율과 규범 자체를 재구성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예를 들면 버지니아 울프가 맞닥뜨린 여성을 여성이게 강제하는 사회적 규범 자체를 재구성(38쪽)하는 것 역시 우리가 한 인간으로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설 수 있게 하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등대로>에서 보았던 등장인물들의 현란한 생각의 흐름이 이해 될 것도 같아.

인간이 하나의 신념을 가지게 되는 과정은 겉으로 볼 때는 아주 단순한 결과로만 던져지지만 실제 인간의 내면에서는 폭풍이 몰아치고 온갖 이율배반적인 생각들이 소용돌이 치고 난 이후에야 제대로 된 인식에 이르는 거잖아.

그건 과정에서 만들어진 의식이야말로 나를 둘러싼 세계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인지하게 하고, 그속에서 나와 세계의 관계를 더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

만약에 내가 제대로 이해한게 아니라면?

나는 앞으로 계속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을거고, 그러면 또 다르게 생각하는 계기들이 생길테니까 상관없어.

지금의 내 생각은 여기까지고 앞으로 나는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테니......

 

두번째로 나아가서는 주체의 재구성을 고민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결코 당대의 현실문제에 무관심할 수 없다는 당연한 결론을 가져오는 것 같아.

여기에 당대의 문제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으로 대응한 진정한 모더니스트로서의 버지니아 울프가 자리매김하게 되는 거지.

버지니아 울프는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고(185쪽) 기존의 남성중심의 세계가 강조한 참된 여성의 자아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개념이며, 들뢰즈와 가타리(악!!!!!)가 말한 여성-되기로 남성의 세계 자체를 빠져나가는 '소수자성'의 영역으로 자신의 자리를 매김하게 돼. (나에게 들뢰즈와 가타리는 내가 무식하다는걸 너무나도 절절하게 깨닫게 해준 철학자이므로 난 이 사람들 이름이 나올 때마다 어쩔줄을 모르고 공포에 질리게 돼)

소수자는 항상 배제된 사람이야.

굳이 들뢰즈와 가타리를 말하지 않아도 소수자성 자체에서 저항은 예정된 운명일 수밖에 없어.

버지니아 울프가 그토록 글쓰기를 통한 여성 자신의 재구성과 여성들간의 연대를 강조하고, <보통의 독자>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독서 교육과 글쓰기 교육을 강조한 것은 저 소수자들에 대한 배제를 확 깨트려버릴 수 있는 본질적인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던 거지.

그것은 말년의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으로서 나에게 조국은 없다'라는 진짜 멋진 말을 하며 평화주의자와 반제국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이는데로까지 나아가.

우와 완전 멋있어.

오늘의 명언이야.

'여성으로서 나에게 조국은 없다'라니 밑줄 쫙쫙 그어가며 내 인생의 명문과 가르침으로 기억해야지.

 

이 책은 또 버지니아 울프를 제대로 읽는 방법도 가르쳐줘. 좀 불친절하긴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동안 일기를 쓴 작가였대.

버지니아 울프 전집에 일기가 따로 한권으로 있는 걸 봤으니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난 이 일기는 안 읽을 생각이었거든.

항상 일기는 좀 지나치게 내밀하달까 그래서인지 그 형식 자체가 가진 한계로 인해 항상 공감하기가 힘들더라고.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는 그녀의 삶과 소설과 에세이를 이끄는 지도서 같은거래.

그녀의 일기를 같이 볼때 그녀의 작품이 온전히 이해된다는 거지.

아 정말 이런 말을 하면 진짜 일기도 읽을 수밖에 없잖아.

 

사실 이 책은 별 다섯 개를 줄 수 밖에 없지만 그건 유보적인 거야.

내가 버지니아 울프를 다 읽고 나면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지 알수 없는거니까.

하지만 앞으로 읽을 책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는데서 선생님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는 책이었어.

이 책을 먼저 선택한 나를 또 한번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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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3-21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신선한 리뷰인데요. 울프를 다시 펼쳐야 하는데 하고 딴 책만 읽는 저를 혼내주고 다시 펼쳐야겠습니다. 굿밤 보내세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1-03-21 23:22   좋아요 2 | URL
우리 같이 읽어요. 버지니아 울프는 혼자서 읽기 벅차요. 수연님 글 읽으면서 저도 으쌰 으쌰 힘내고 싶네요. ^^ 수연님도 굿밤 보내세요. 월요일 또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늦잠 안자야 할텐데 말이죠. ㅎㅎ

미미 2021-03-21 2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사두었는데 이런건줄 모르고 울프언니의 책을 다 읽고 보려고 했네요. 빨리 읽어보고 싶어요~* 울프일기 생각날때마다 조금씩 읽는 중인데 아주아주 훌륭합니다~ㅎㅎ♡

바람돌이 2021-03-21 23:23   좋아요 2 | URL
제 생각엔 읽기 전에 읽으면 더 좋을듯합니다. ㅎㅎ 울프일기 사러 가야해요. 이 책 작가님 말로님 일기 펼쳐놓고 소설 펼쳐놓고 같이 읽어야 한대요. ㅎㅎ

scott 2021-03-21 2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바람돌이님 이 리뷰는 마치 바람돌이님이 텍스트를 읽어나가면서 인덱스를 붙여가며 머릿속으로 대화하고 계신다는 상상으로 읽게 되는데요.

╭ ◜◝ ͡ ◜◝ ͡ ◜◝ ╮
내 예상과 너무도
다른 책이잖아.

아 읽어 말어?
╰ ◟◞ ͜ ◟ ͜ ◟◞ ╯ O °.바람돌이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은 ㅎㅎ

울프 여사 일기 까지 읽었지만 이책의 저자가 해석한 울프 여사의 작품세계가 굉장히 명료하고 간결해서 좋네요 ㅎㅎ

울프여사는 [응접실에 인쇄기를 설치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찍어낸 독립 출판인.]이고
전 오늘 커피 내리는 동안 오븐에 빵넣었다가 불 낼뻔함 ^ㅎ^

바람돌이 2021-03-21 23:58   좋아요 1 | URL
이 책 한 챕터를 거의 2번씩 읽게 만들더라구요. 어 이말을 왜하지??? 이러면서요. 그래서 리뷰도 궁시렁 궁시렁 제가 속으로 했던 말을 하는 식으로 쓰게 되네요. ㅎㅎ 항상 scott 님의 저 이모티콘이랄까 하여튼 저 부호들에서 감탄하게 되네요. 와 정말 scott님의 댓글이야말로 옆에서 같이 이야기하는 느낌이에요. ^^

아니 근데 오븐에 빵을 넣는데 어떻게 하면 불 낼뻔하는지 이해가 안가는데요? 오븐은 딱 시간 맞춰놓으면 땡하고 꺼지잖아요. ㅎㅎ

그레이스 2021-03-21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데 구매해야 할까봐요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오책 첫 장 읽어보고 좋으면 책을 덮어버리거든요.
사서 제 책으로 읽어야겠다고 하고
이 리뷰 보니까 그럴 가능성이...!

바람돌이 2021-03-22 00:00   좋아요 2 | URL
음 이 책은 3장까지 정도는 읽어야 아 좋구나 하는 느낌이 오던데요. 1장 읽고는 읽을까 말까 고민했어요. ㅎㅎ
양이 많은 책은 아니니까 3장 정도는 뭐.... ^^

희선 2021-03-22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지니아 울프 책 제목이 있는 글이 있어서 그 소설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 말해줄까 했는데, 그걸 바로 알려주지는 않는군요 본래 그런 거기는 하겠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보면 버지니아 울프 소설뿐 아니라 일기도 보고 싶어지겠습니다 일기가 소설과 상관있기도 하다니...


희선

바람돌이 2021-03-22 00:20   좋아요 1 | URL
네 일기 읽는거 싫은데 읽어야 할 거 같아요. ^^
그것도 같이 펼쳐놓고요. ㅎㅎ 버지니아 울프가 소설을 쓰게 되는 과정, 생각의 변화 이런것들을 같이 서술해놨다 하더라구요. ^^

겨울호랑이 2021-03-22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하는 즐거운 한 해 되세요! ^^:)

바람돌이 2021-03-22 06:41   좋아요 1 | URL
앗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 읽고 계신 개념사전에 비하겠습니까. ㅎㅎ

mini74 2021-03-22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평소 억양과 달리 아주 터프하시고 멋있음 ㅎㅎㅎ 저는 등대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ㅠㅠ 꼭 나 혼자 또 오독하며 깊은 뜻은 모른체 읽은게 아닌지 ㅠㅠ 고민이 마구마구 됩니다.

바람돌이 2021-03-23 00:51   좋아요 1 | URL
앗 터프했나요? 저는 약간 절박하게 알고싶다는 마음을 막막 표현한건데요. ㅎㅎ
등대로 저도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진짜 이게 내가 제대로 이해를 하는건지 많이 헷갈리더라구요. 뭐 근데 또 결국 어떤 책이든 내가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는거고, 내가 생각하는 만큼 느낄 수가 있는거니 어떤 경우든 오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scott 2021-04-09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정말 울프 여사님의 전작들 완독에 속도가 붙으실것 같아요.
울프 여사님이 이달의 당선작으로 선물 주심
축하 합니다. ^ㅎ^

바람돌이 2021-04-09 23: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더불어 scott님도 축하드려요. ^^
울프 여사님 덕분에 좋은 일이 자꾸 생긴걸 자축하며, 다시 울프여사의 일기를 구매했습니다. ㅎㅎ
 

사람이나 장소의 이름을 하나 짓는다는 건, 그 이름이 속한언어 세계로 가는 길을 여는 일이다.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는 문이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말을 할까? 그들이말하는 방식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 P75

제 독자가 제 그릇에서 꺼내는 건 그 독자에게 필요한 뭔가이고, 본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저보다 본인이 잘 알죠. 저는 그릇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 뿐이에요. 제가 누구에게 설교를 하겠어요?
아무리 겸손한 정신으로 한다 해도 설교는 공격적인 행위인걸요.
- P96

하지만 여성의 지식을 숭배하고 우리는 남자들이 모르는걸 안다고 우쭐하고 여자들에겐 이성이 미치지 못하는 깊은 지혜가 있고 본능적으로 자연을 안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지금도 그러고 싶진 않아요. 그런 숭배는 대개 여자를 원시적이고 열등하다고 여기는 남성우월주의를 강화할 뿐이에요. 여자들의 지식은 기본적이고 원시적이고 언제나 어두운 뿌리를 따라 내려가는 반면, 남자들은빛 속으로 자라는 꽃과 곡물을 경작하고 소유한다는 거죠.
하지만 어째서 남자들은 성장하는데 여자들은 계속 유아어를 해야 하죠? 어째서 남자들은 ‘생각하는데 여자들은 무턱대고 느껴야 하죠?
- P156

저 대목에서 테나가 제 대신 말하고 있어요. 우린 어둠 속에 충분히 오래 살았어요. 우린 햇빛에 똑같은 권리가 있고, 이성과 과학과 예술과 나머지 모든 것을 배우고 가르칠 권리가 똑같이있어요. 여자들이여, 지하실과 부엌과 아이 방에서 나와요. 이 집전체가 우리 집이에요. 그리고 남자들이여, 그렇게나 무서워하는어두운 지하실에서나 부엌과 아이 방에서 사는 방법을 익힐 때가됐어요. 그러고 나면 우리 모두가 불가에 모여서, 우리가 공유하는 집의 거실에서 이야기를 해 봅시다. 우린 서로에게 할 말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아요.
- P158

울프는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 마구 쌓이지도 않고 설명이붙지도 않는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자세한 묘사가 비결이었다. 독자가 상상력으로 그림을 채워 넣어 선명하고 완전하게 보도록 북돋는, 고도로 선별한 선연하고 효과적인 심상이었다.
- P172

문학 소설을 장르소설과 대립시킬 때의 문제점은, 소설 종류의 합리적인 차이를 말하는 척하면서 비합리적인 가치 판단을숨긴다는 겁니다. 문학이 우월하고, 장르가 열등하다고 말이죠. 이건 편견에 불과해요. 우리는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지적인 토론을 해야 합니다. 많은 영문학과가 다가오는 우주선을 다 쏘아 떨어뜨려서 담쟁이 우거진 상아탑을 지키려는 시도를 그만뒀습니다.
많은 비평가가 많은 문학이 근대 리얼리즘의 성스러운 숲 바깥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문학과 장르의 대립은 남았고, 그게 남아 있는 한 잘못된 단정적 가치 판단도들러붙어 있을 겁니다.
이 지겨운 곤경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한 가지 가설을 제안하죠.
 문학은 문자 예술의 현존체이다.
모든 소설은 문학에 속한다.
- P186

바로 그래서 저는 소설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지어 보라 격려합니다. 그리고 시간을 들여 말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하죠. 말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자면 시간이 좀 걸려요. 연습이 필요하죠. 노력이, 그것도 몇 년의 노력이 필요하고요.
그러고 나서도 여러분이 쓴 글이 영영 출간이 안 될 수도 있어요.
출간된다 해도 여러분이 생계를 꾸릴 정도로 팔리지 않을 게 거의확실해요. 하지만 그게 여러분이 원하는 거라면 그 무엇도, 세상그 무엇도 여러분에게 글쓰기보다 더 달콤한 보상을 줄 순 없어요.
글을 쓰는 일 자체도, 그리고 자신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말을 제대로 하고 있으며 이야기를 만들고 진실하게 말했다는사실을 아는 것도 엄청난 보상이죠. 진실을 말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고, 희귀한 일이에요. 즐기세요!
- P196

책은 그냥 상품이 아닙니다. 이익 추구는 종종 예술의 지향과 갈등을 빚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속에 살고 있고, 자본주의의 힘은 벗어날 수 없어 보이지만.… 그렇게 치면 왕들의 절대 권력도 그랬지요. 인간이 만들어 낸 권력이라면 인간이 저항하고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저항과 변화는 예술에서 시작될 때가 많고, 그 중에서도 우리의 예술, 말의 예술일 때가 많아요.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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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 행위가 이토록 우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니...
갑자기 책 읽는 나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작가님.
네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귀를 기울인다는 건 공간과 시간과 침묵이 필요한 공동체행위지요.
읽기는 귀 기울이기의 한 방법이고요.
읽기는 그냥 듣기나 보기처럼 수동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행동이죠. 여러분이 하는 행동, 끊이지도 않고 알아들을 수도 없이 지껄이고 외쳐 대는 매체의 돌격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여러분의 속도대로 읽는 겁니다. 여러분을 압도하고 통제하기 위해 빠르고 거세고 큰 소리로 밀어붙이는 내용이 아니라, 여러분이 받아들일 수 있고 받아들이고 싶은 내용을 받아들이는 거예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분이 어떤 당부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강매를 당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읽을 때는 보통 혼자라 해도 다른누군가의 정신과 교감하지요. 세뇌를 당하거나, 조작당하거나, 이용당하는 게 아니에요. 상상력의 현장에 함께한 거죠.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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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21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사람을 위한 문장이네요. 힘이 됩니다^^
(오늘 책을 별로 못봐서 아쉬운..)

바람돌이 2021-03-21 00:11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맞아!! 갑자기 책 읽는 내가 막 사랑스러워지는 문장이예요. 저는 어제 그저께 책을 제대로 못봐서 아쉬운.... ㅎㅎ그래도 뭐 그런 날도 있는거지요. ^^

희선 2021-03-21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저께 걷다가 책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네요 책은 언제나 같은 데 있으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 친구지 했습니다 작가가 이런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희선

바람돌이 2021-03-21 01:28   좋아요 1 | URL
저도 르귄의 책이 처음이고 지금 이 책을 읽는것도 초반이라 작가가 정확하게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는 아직 몰라요. ㅎㅎ 그래도 책을 읽는다는 행위의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해주니 너무 좋네요. ^^
 

울프는 《제이콥의 방을 비롯한 소설에서 빈번하게 ‘틈‘과 ‘부재‘를 사건의 출현으로 그려낸다. 이런 방식의 글쓰기는 작가 자신의 개인사와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울프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있다가 사라지는 순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부재‘가 곧 시간의 틈을 만들어내고, 울프는 거기에서자신의 죽음을 보곤 했을 것이다.
이 도저한 부정성의 세계가 곧 울프의 미학을 구성했다고 할수 있다. 소설은 결국 과거의 이야기다. 이 과거야말로 무엇인가사라진 흔적이다. 아무리 다시 기억해낸다고 해도 결국 ‘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울프가 소설을 통해 추구한 ‘의식의 흐름은 바로 이런 ‘부재‘와 ‘틈‘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는 노력이었다.
- P68

따라서 울프가 쓴 전기는 사실상 소설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뒷날 그의 소설은 이런 전기적 요소를 자양분 삼아 세상으로 나온다. 울프에게 삶이란 이런 의미에서 소설의 언어로 다시정의되어야 하는 날것이다. 개인사를 소설로 다시 쓴다는 것은실제 삶 자체를 마치 울프 자신이 발명한 것처럼 여기는 과정인것이다. 울프의 소설을 읽고 자전적이라고 볼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울프의 소설이야말로 삶이었다는 사실을 이 지점에서 깨달을 수 있다. 그에게 삶은 실제의 차원을 갖고 있는 다른 무엇이아니라 소설에 담겨 있는 허구 자체였다.
- P75

울프는 삶이라는 날것의 재료를 가장 먼저 취급하고 거기에서전통적 글쓰기 형식으로 포섭할 수 없는 다양성을 발견해내는것이 전기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실험하고자 한 당사자가 바로 울프였다. 그가 이론화하고자 한 ‘모던 픽션‘은 삶이 곧 소설이고 소설이 곧 삶인 글쓰기의경지를 지칭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정신은 19세기부터 시작된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의 핵심이기도 하다.
- P79

《자기만의 방이나 세 닢의 금화 Three Guineas에서 울프는 특유의 유물론을 드러내는데, 울프가 제시하는 ‘도시의 삶은 막연한환상이라기보다 물질 토대라고 볼 수 있다. 이 말은 단순하게 여성은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도시의 삶을 누릴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유는 권리의 문제이고, 따라서여성의 인권은 울프에게 항상 원천적인 문제였다.
- P92

말년의 울프는 자신의 미학과 현실 참여 사이에서 동요하는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울프의 양가성은 그의 약점이라기보다 사실에 집착하는 것을 작가의 미덕으로 여긴 현실 참여적 지식인의 본질이었다. 울프에게 미학과 현실 참여는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었다. 울프는, 소설은 허구를 통해 진실을 전달하는 글쓰기의 형식이라고 믿었다.
- P96

울프의 글쓰기는 끊임없이 주체의 문제를 탐구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 지점에서 여성이라는 처지는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물론 울프는 출발점을 떠나자마자 다른 사람이 규정하는 여성의범주를 용감하게 넘어가 버린다. 울프는 남성을 통해 규정되는여성이라는 범주 자체를 해체하고자 했다.
- P114

울프는 독자처럼 책을 읽지 말고 작가처럼 읽으라고 이야기한다.
재판정의 판사가 아니라 피고인석에 선 범인처럼 책을 읽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한다.
- P121

울프가 생각한 바람직한 미래는 단순하게 여성도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남성처럼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 여성이라면 남성이 만들어놓은 폭력적인 세계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이다. 이런 주장만 놓고 보더라도, 울프야말로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가장 급진적인 사유를 한 지식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 P174

그러나 울프의 생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것은 글을 쓰기 위해 여성들이 참여하는 활동 전반이었다. 글을쓴다는 것은 그냥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모임에 참석하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하고 셰익스피어에 대한 에세이를 집필하는 일련의 과정 모두가 글을 쓰는 일이었다.
지적이고 예술적인 교류가 여성 작가의 의미였다. 말하자면 여성작가는 단순히 글을 써서 먹고사는 것만이 아니라,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 P185

울프에게 여성해방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인류사의 발전을 통해 다가오는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 해방의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참된 여성의 자아를 ‘생성‘ 하는 것, 다시 말해서 여성 되기‘다. 지배 이데올로기가표현할 수 없는 ‘여성‘이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참된 여성의 자아는 생성될 수 있다. 물론 이 자아는 고정된 정제성이라기보다 끊임없이 지배 이데올로기의 구조를 벗어나는 됨devenir‘의 과정일 것이다.
- P189

말년의 울프는 평화주의자이자 반제국주의자였다. 이런 울프의 신념을 드러내는 말이 그 유명한 여성으로서 나에게 조국은없다. 라는 발언이다. 《세 닢의 금화》에 등장하는 이 구절은 울프의 정치를 이야기할 때 흔히 인용된다. 울프는 여성을 아웃사이더‘로 규정하면서 여성에게 조국은 세계 전체이지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가 아니라고 말한다. 한 국가의 아웃사이더인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 P217

울프는 어린 시절 오빠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그 상처를 직시하면서도 결코 자신을 피해자‘의 자리에 위치시키지 않았다.
그에게 글쓰기는 그 모든 상처를 넘어서는 냉철한 행동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여성의 차별을 보고, 평생토록 꿋꿋하게 여성의 처지에서 바라본 세상의 문제를 날카로운 산문으로직조했다. 그의 생애는 결코 가부장적 사회가 부여한 여성적인것‘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여성이라서 정규 교육을받지 못했던 부당한 차별에 맞서 그는 쉬지 않고 글을 읽고 썼다.
그에게 모더니즘은 단순한 문화 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공고하게 할 만한 논거이기도 했다.
- P253

울프는 난무하는 ‘나‘에 대한 신변잡기들이 무미건조하고 답답한 소음이라고 생각했고, 그 나의 아래에 감추어져 있는 무수한 다른 형상들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 나는 특정 장소와 시간에 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제약을 뛰어넘어 흐르는 것이었다. 과거와 미래는 언제나 현재의 시간성에 속해 있을 뿐이다. 생각해보라. 우리는 과거를 말하고 미래를 말하지만, 항상 현재에 있다.
현재를 말하는 순간, 우리는 과거를 살게 되고, 미래로 나아간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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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는 남성의 제국을어떻게 여성이라는 젠더의 균열을 통해 해체할 수 있을지 평생고민했다. 누구도 식민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때, 여성이라는 존재에서 식민성의 기원을 발견했다. 이 차별의 구조를 바꾸는 일에 모든 열정을 바친 울프의 삶과 사상은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귀감이 된다.
- P7

울프는 인상파 화가들과 자신의 글쓰기를 나란히 놓고자 했다.
울프에게 ‘모던 픽션‘은 인상파의 그림처럼 삶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삶‘이란 약동하는 생명 자체를 말한다. 모던 픽션은 주관의 눈을 배제한 객관적인 대상의 움직임만을 포착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객관적 대상화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인간의 주관마저 일종의 흐름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 P17

울프는 전통적인 소설 작법에 강력하게반발했다. 그에게 근대는 단단한 구조를 가진 소설로 담아낼 수없는 흐르는 세계였다. 급변하는 근대의 디테일을 잡아내려면 소설이 형식을 허물고 유연해져야 했다. 이런 의미에서 울프는 에세이 곳곳에서 오래된 것과 단절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울프만큼 모더니즘의 이념을 비타협적으로 주장하고 실현해나간아방가르드 vant-garde (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 예술을 주장한 예술 운동 또는 그 유파)도 드물 것이다.  - P23

레너드가 밝히고 있듯이, 울프의 일기는 마치 렘브란트의 ‘자화상‘ 처럼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태도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의일기는 방대한 양 때문이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의 소설과 씨름한울프의 모습을 증언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기는 그의 글쓰기에서 부가적이거나 주변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글쓰기를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이런 의미에서 일기는 울프의 글쓰기에서 대체보충 supplement 이지 않았을까.
- P30

그의 모더니즘은 전통의부정을 뜻한다기보다 글쓰기의 의미 자체를 재구성하는 쪽에 가까웠다는 진실 말이다.
그 재구성의 방향은 나의 의식‘을 중심에 놓는 것이었다. 그러나이 나는 근대 부르주아 미학이 옹호한 ‘성숙한 자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으로서 글을 쓰는 울프에게 ‘성숙한 자아는 이미 남녀라는 균열을 은폐하고 있는 환상이다. 울프에게 글쓰기는 훨씬 적극적인 의미에서 ‘자기의 재구성‘을 지향한다고할 수 있다.
- P35

울프의 모더니즘은 ‘신여성‘이라는 남성적 시선의 대상화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여성의 관점에서 세계를 재구성하려는시도였다. 여기에서 여성의 관점은 단순하게 남성과 형평성을 고려해서 여성의 역할을 재규정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더 나아가서 남녀라는 구분 이전의 상태를 전제하는 것이다.
사회에 진입해 남녀로 나뉘는 순간, 이미 차이는 존재에 깊숙하게 새겨진다. 이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사회제도가 바뀌어야한다는 생각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래서 울프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여성을 여성이게 만드는 규범 자체를 재구성하고자 했다.
- P38

앞서 이야기했지만, 울프의 글은 일기와 소설, 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다. 셋은 따로 존재한다기보다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일기는 자기 자신의 치유를, 소설은 수준 높은 미학을, 에세이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확장을 지향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에세이야말로 이런 울프의 참여 의식, 다시 말해 정치성을 드러내는 결정적 증거물이라는 생각이다.
- P52

울프는 책을 잘 읽으려면 마치 자신이 그 책을 쓰는 것처럼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정에 앉아 있는 판관이 아니라 법정에선 피고인처럼 책을 읽으라는 말도 한다. 그러니까 피고인은 판관의 눈초리를 피해 이야기를 지어내야 한다. 책을 수동적으로읽지 말고 능동적으로 읽으라는 뜻이다. 울프는 법정에 선 범인의 공모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 P54

울프는 민주국가라는 대의가 제국주의의 폭력을 넘어설 수 있을지 회의했다. 그러나 결국그 가능성의 주체도 바로 대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고민은 비단 울프의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울고를 읽어야 할 이유가 이렇게 또 하나 더해지는 것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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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18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버지니아 울프 책을 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