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 - 현장 교사들이 쓴 역사교육론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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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또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교과서가 논란이 될때는 언제나 대부분 역사교과서를 두고 벌어진다.
유독 역사교과서만이 이렇게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뭘까?
결국 역사교과가 이데올로기적으로 가장 첨예한 대립의 각을 형성하는 곳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 증거로 최근에 또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가 도마위에 올라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재의 정권과 뉴라이트세력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0년이면 국사 교과서가 드디어 국정체제에서 벗어난다.
조금 일찍 풀린 근현대사나 세계사와 함께 검인정체제로 들어서는 것.
뭐 요즘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설마 국정보다야 못하겠냐싶은게 사실이다. 국정교과서의 그 답답한 틀은 교과서를 20년전이나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만들어놨다)

어떻든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이러한 교과서의 편찬작업에 끊임없이 관심을 표하고
어떤 형태로든 그 방향을 이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회원 선생님들의 수업방식의 혁신을 위한 끝없는 모색과 경험의 교류
국정교과서의 무미건조한 틀과 내용을 벗어나려는 노력
살아있는 한국사, 세계사 교과서 시리즈로 결실을 맺은 대안교과서 작업까지....
그런 지난 20년간의 노력을 하나로 묶어낸 책이 이 책이라고 할만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20년을 위해 역사교사들이 무엇을 더 고민하고 같이 만들어나가야 할지를 대략 짚어보는 책이기도 하다.
책은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과정의 개편내용과 검인정교과서 체제하 교과서가 담아내야 할 체제와 내용 짚고넘어가야 할 문제들을 1,2부에서 서술하고 있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드디어 역사과목이 사회과에서 독립.
사회에 편입된 국사, 세계사가 아니라
역사라는 독립과목이 된다.
그동안 역사교육계 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진 여러 문제들
초중고등학교의 계열성 문제
한국사와 세계사의 결합으로 보다 넓은 시각을 확보할 것의 문제
교과서가 역사교육이 지향해야할 가치는 무엇이 되어야 하나의 문제 등등
기존의 교육과정 개편때보다는 이러한 고민들이 훨씬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면에서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또한 교과서 서술자의 자율성과 유연성이 보다 폭넓게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교수요목이 훨씬 포괄적으로 서술된것도 이런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당연히 이런 발전의 이면에는 20년을 싸워온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유형무형의 노력이 있었다.
(아! 근데 요즘의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그 20년의 노력이 2년 아니 2달만에도 뒤집어엎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심히 하게 한다.)


그리고 3,4부에서는 전국역사교사모임내 각 지역이나 모임, 개별 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수업을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의 서술은 단순히 수업사례를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뭐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이 단체에서 나오고 있는 회보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수업사례들은 주제면에서나 내용면에서나 지금 우리 역사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제기들을 같이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문제들
한국사에서 민족주의는 여전히 유효한가?
역사교육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
한중일 역사의 공유와 교류, 그리고 평화의 전망
전쟁 이야기로 평화를 말할 수 있을까
교과서의 중심에 전혀 편입되지 못하고 외곽을 맴돌거나 아예 무시당하는 노동의 역사와 지역사, 일상사, 과학기술사에 대한 수업사례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제시한다.
이 대목을 보면서 솔직히 켕기는 구석이 없지 않다.
내가 모든 분야를 섭렵할수야 없는 것이지만,
적어도 잊지 말고 다루어야 할 부분이나 각 수업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면에서 많이 부족한 면들이 바로 눈앞에 나타나니 말이다.
3,4부의 글들은 읽다보면 끊임없이 반성만 하게 되니 이 책은 좋은 책일까? 나쁜 책일까?

어쨌든 현직역사교사거나 미래의 역사교사를 꿈꾸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이유는 글쎄...
뭐 읽는다고 나쁠건 없지만 책장이 그리 잘넘어가는 책은 아니라는걸 미리 말해둬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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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0-1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4부의 문제의식! 날카롭습니다.우리가 붙잡고 씨름해야죠.

바람돌이 2008-10-13 22:58   좋아요 0 | URL
저런 문제의식들이 문제의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시도되고 그것이 교류되어지는 것이 역사교사모임의 최대의 장점이겠지요. 그 모임의 혜택을 많이 보는 제 입장에선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 동시에 내가 얼마나 제대로 저런 문제의식을 잘 챙기고 있는지 늘 돌아보게 하는 것들입니다.

bookJourney 2008-10-1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시는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선생님들께, 감사+격려+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바람돌이 2008-10-13 22:59   좋아요 0 | URL
저도 무조건 감사의 박수를 보내요. 이름만 회원이지 사실상 다른 분들한테 도움은 못주고 늘 받기만 하는 입장이거든요. ^^

순오기 2008-10-13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학창시절보다는 역사교육의 비중이 낮아진 거 같은데~~ 제가 잘못 알고 있나요?
'승자의 역사'라는 거 어떤 측면에선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요.ㅜㅜ

바람돌이 2008-10-13 23:01   좋아요 0 | URL
전체 시간이 줄어든건 사실이지만 사실 그보다 문제인건 역사가 사회과에 편입되어 있다는거예요. 그러다보니 교사임용에서 사회과내 분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게 되고 중학교에서는 비전공자가 역사를 가르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 분들도 곤욕이고 역사전공자 입장에서도 어떤 때는 자기 과목 놔두고 지리나 일반사회를 가르쳐야 하니 그것도 곤욕이죠.
다행히 2010년부터는 역사가 독립교과목으로 되니 그 문제만큼은 어느정도 해결이 될 것 같은데 그외 교과서 문제나 넘어야 할 산이 정말 첩첩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글샘 2008-10-14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공자가 역사를 가르친다고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1인입니다. ㅠㅜ
역사의식 없는 역사 교사도 수두룩함을 보고 있기 때문이지요. 역사의식 없는 무뇌한에게 배우는 역사는 정말 독이 될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역사교육 강화라는 모토를 보면... 박정희가 생각나서 섬뜩한데요. 그건 국어 사랑도 마찬가지구요.
위에서 하는 개혁은 뭔가 꼼수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이책처럼 아래서부터의 연구, 노력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겠지요.

바람돌이 2008-10-14 23:00   좋아요 0 | URL
글샘님 지적에 땀 삐질삐질이에요. 정말 역사의식 없는 아니 무식한 역사의식 가진 역사 교사 많죠. 에휴~~
이번 개혁은 근데 어쨌든 현장교사나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는걸 책을 읽어보니 알겠더라고요. 근데 이게 지금부터가 문제인 것 같아요. 제도를 바꿔도 그 속에 내용이 어떻게 채워질지도 문제고, 거기다 지금 교육부에서 공공연히 여러가지 악수를 많이 두고 있더군요. 교과서 개편을 위해 들어간 현장교사들을 그 사업에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배제를 한다든지 하는...

노이에자이트 2008-10-16 16:31   좋아요 0 | URL
일본처럼 완전 검인정을 실시해서 교과서를 자유로 선택하게 하면 뉴라이트 교과서의 채택률이 일본의 후소샤 교과서채택률보다 훨씬 높을 걸요.그게 서글픈 이 나라 현실이기도 하구요.하긴 후소샤 채택률이 1%도 안 되었으니 대단한 거죠.우리나라도 검인정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학생들의 선택권도 존중해야 합니다.일방적으로 학교 측이 정해버리는 상황에선 검인정이 아무 의미가 없죠.

바람돌이 2008-10-18 23:53   좋아요 0 | URL
학생의 교과서 선택권이라... 글쎄요.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아님 소양? 하여튼 그런걸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오히려 우익사상에 투철한 부모의 영향력을 더 많이 받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학생들에게 교과서 선택권의 일부를 준다라는건 전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히려 정치논리에 더 휘말릴 가능성이 많을 것 같아요.
그리고 최소한 검인정은 국정보다는 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후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면에서라고 해도 좋구요.

BRINY 2008-10-1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바람돌이 2008-10-14 23:00   좋아요 0 | URL
이 말줄임표는 글샘님 말에 뜨끔해서일까요? 전 좀 뜨끔한데요. ^^;;

BRINY 2008-10-20 12:22   좋아요 0 | URL
요즘 정말 한계를 절감하고 있어서요..뜨끔한 마음,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휴..

바람돌이 2008-10-20 22:37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인걸요.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3 - 러시아의 세기
브라이언 모이나한 지음, 애너벨 메럴로.세러 잭슨 사진편집, 김남섭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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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은 러시아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짜르 체제는 뭐 좀 나태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치외에 다른 부분들은 엄청 발전하고 있었다.
공업에서는 서구의 자본가들이 들어와 아주 활기차게 발달하고 있었고, 러시아의 노동자들도 점점 더 잘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그대로 러시아의 체제가 유지되었다면 러시아는 아주 훌륭하고도 위대한 국가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럼 러시아의 농민들은? 농노제 폐지됐잖아. 중요한 건 공업이라고. 농민들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았는지는 절대로 중요하지 않다고... 그래서 안썼잖아...)
짜르체제는 절대주의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주 관대해서 가난한 대학생들의 절반이상에게 수업료를 면제해줬어.
그런데 아주 배은망덕한 그놈의 대학생놈들이 괘씸하게도 급진적이었단 말야..
러시아의 자본가들은 온정도 많고 진보적이기까지 해서 급진적인 혁명가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기까지 했어. (물론 얼마나 많은 자본가들이 지원을 했는지 또는 도대체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지원을 했는지는 알려고 하지마!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근데 그놈의 빌어먹을 볼세비키들이 다 배신을 때린거야 . 안그래?
스톨리핀의 개혁때가 그나마 러시아가 구원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어.
스톨리핀의 개혁당시 러시아의 농업생산력은 이전과 이후 몇십년을 통틀어서도 최고였잖아 그치?
(그건 맞아! 근데 당시 농업의 자본주의적 개혁으로 인해 엄청나게 늘어난 빈농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았어? 자기가 생산한걸로 굶지 않고 살수 있었어? 알다시피 이런 질문은 정말 불필요해. 중요한건 생산량이야. 절대적인 수치라고.... 일단 절대적인 생산량이 늘어나면 나머지는 다 천천히 해결하면 돼. )
근데 이걸 전부 무너뜨린게 뭐지?
바로 10월혁명이야.
볼세비키 혁명가들? 그것들 진짜 멍청하고 교활한 놈들이지...
레닌은 늘 멍청하고 교활했어. 실제로 혁명에서 그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
트로츠키는 강도와 깡패들의 유명한 지도자였고,
레닌의 아내이자 동지였던 크루프스카야는 눈알이 돌출되어 물고기라 불렸어.
세계를 뒤흔든 10일인가 뭔가로 유명한 미국기자 존 리드 - 이 인간은 정말 공명정대하고는 거리가 먼 인물이지
반면 혁명당시 주 러시아 미국대사는 정말 인정많은 노신사였어.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짜르는 혁명 이후 감금생활에서도 굴하지 않고 노동을 늘 자발적으로 즐기며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는 인품의 소유자였지...
(근데 1차 세계대전 중요하잖아? 러시아가 곳곳에서 패했던 거 말고 볼세비키가 제국주의국가들간의 땅따먹기 싸움이었던 1차대전에서 자국 러시아의 패배를 주장하고 전쟁을 그만둘것을 주장했던건 유명하잖아? 그건 왜 얘기하지 않지? -말했잖아. 그런건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내가 말하지 않는건 다 안중요한거야. 묻지마!!)

이런 제엔장~~~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모이나한
이 인간이 같은 시리즈의 영국편도 썼는데 영국편에서도 우편향이란 생각을 하긴 했었다.
뭐 그럼에도 못읽을 정도는 아니었고, 또 확실하게 의문이 드는 부분들이 내가 모르는 부분들이 많아서 뭐라 못하고 넘어갔었다.
근데 정말 러시아편은 가관이다.
서문 읽을때부터 맘에 안들었는데 거기서 책을 놔야 했었다.
그럼에도 5만원이란 무지막지한 가격과 사진들이 궁금해서 꾸욱 참고 참고 또 참고 봐 나가는데 3분의 1쯤 지나니 도저히 못참겠다.

혁명을 비판하든 어쨌든 그건 뭐 관점의 차이라고 하자.
하지만 적어도 역사학자라는 간판을 업고 이정도의 돈 무지 많이 드는 책을 사라고 할라치면 최소한 비판의 근거정도는 나와야 하는거 아니야?
노동자들이 생존을 요구할때 그리고 그것이 폭발할때 우아한 공주님이 여는 화려한 파티에 대해서는 왜 그냥 파티가 열렸다고 하냐고? 왜 귀족들의 무책임에 대해 한마디도 안하는지....
러시아의 사회주의가 다 잘했다고 하는거 아니다.
수많은 실패와 오류들- 어떤 것들은 지나치게 결정적이기도 한 -을 지우자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짜르체제가 러시아 민중들에게 강요했던 비참한 삶은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으면서 이건 마치 볼세비키 범죄현장 증거자료를 모아놓은듯 책을 쓴건 진짜 균형상실 아니가?
게다가 10월 혁명은 그 수많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20세기 세계사에 끼친 영향은 정말로 강력한 것이었다.
당시 식민지 피압박민중에게 던진 연대의 손, 노동자, 농민소비에트가 권력을 잡은 최초의 혁명이라는 점, 그것이 전 세계에 던진 반제국주의 전쟁의 이념.
이건 결코 무시될 수 없는 인류역사의 결정적인 한 장이다.
하지만 어쩌랴? 저자가 이런건 모르는척 하기로 했거나 아니면 아예 진짜 모르는것 같으니....
하지만 도대체가 왜 내가 내 돈 들여 비아냥과 욕밖에 없는 책을 읽어야 하냐 말이다.
그렇게도 러시아 혁명이 혹은 1억분의 1쯤 되어보이는 러시아 혁명의 재연 가능성이 두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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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별 1개는 절대로 책 내용에 주는 게 아니다.
별점을 안주면 리뷰가 안써지니까...
그나마도 책 속의 사진들에 준 별이다.

10월 혁명과 러시아 혁명가들에 대한 증오가 너무 심했는지 내용의 서술도 끊임없이 지엽적인 문제들로 인해 방해받는다.
레닌이 가발을 쓰고 변장을 했는데 그것마저도 못해서 친구들이 다 알아봤다는 문장, 그리고 가발업자가 나이들어보이는 색깔의 가발을 사는 레닌을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문장이 진짜 뜬금없이 왜 들어가는지는 도저히 알수가 없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이런식으로 흐름을 방해하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나오니 성질이 안나겠냐고?

5만원짜리 책을 할인과 쿠폰해서 4만원쯤에 샀던거 같은데 이 돈을 어디서 돌려받지?
영국의 브라이언에게 편지를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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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8-09-0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알라딘에서 사셨으면....일주일 내에 교환이나 환불이 되지 않을까요.....^^;;;;

바람돌이 2008-09-04 14:00   좋아요 0 | URL
이게 산지 1년은 됐을걸요. 앞의 시리즈 3권 읽고 미루다 미루다 드디어 보기 시작한건데..... ㅠ.ㅠ

마노아 2008-09-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은 바람돌이님의 분노에 공감한다는 의미에요ㅠ.ㅠ

바람돌이 2008-09-04 22:53   좋아요 0 | URL
관점의 차이가 있어 동의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뭔가 생각해볼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어야 할텐데요. 그게 참.... 하여튼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렇게 불쾌했던 적도 참 오랫만이네요. ^^

무해한모리군 2008-12-30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국내라면 저자에게 착불로 보내버릴텐데요.
저건 우편향이 아니라 당췌 역사왜곡인거 같은데요 --a

바람돌이 2008-12-30 09:34   좋아요 0 | URL
해외는 착불이 안되나봐요? 뭘 해외에 보내본적이 없어서... ㅠ.ㅠ
 
한국사傳 - 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한국사傳 1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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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이야기
조선의 역관이었던 홍순언은 어느 날 북경의 한 기루에서 부모의 장례를 치루지 못해 애달파하는 한 기녀에게 자신이 가진 돈을 모두 털어준다.
어디 옛날 이야기 책에서 많이 들은 이야긴데 이게 실제였구나...
그 인연으로 인하여 홍순언은 조선왕실의 최대 외교 현안이었던 종계변무(이성계가 정적이었던 이인임의 아들로 명나라에 잘못알려진 문제)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 인연은 임진왜란때 다시 명의 원군을 청하는데서 다시 힘을 발휘하고 마지막으로는 기녀의 자손들이 명의 멸망후 조선에 와서 정착하기까지 하는데로 이어지다니...
스치는 삶의 인연이 어찌 이리도 질긴지......

소설로 잘 알려진 파리로 간 조선 최초의 여인 리진의 이야기나 조선 왕실의 마지막 왕녀였던 덕혜옹주의 삶은 그들이 가지는 역사적 위치와는 상관없이 애달프기만 하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없었던 마지막 전근대사회의 여인들은 역사의 격랑속에서 결국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으니..
그에 반해 봉건사회속에서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했던 제주여인 김만덕의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는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휴머니티를 실현했던 새로운 여성상을 발견한다.
시대의 희생자에게 느껴지는건 그저 연민일뿐이지만, 김만덕에게서 발견하는건 시대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영혼의 위대함이다.

변절자라 하여 오랫동안 손가락질 받았던 신숙주의 삶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다.
조선중기 이후 권력을 잡은 사림파들의 명분론속에 신숙주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 인간에 대한 평가 역시 변하는 것.
지극히 현실적이고 뛰어난 관료로서의 모습을 추적하면서 역사의 평가는 참으로 복잡다단하달수밖에....
그러나 현실적이라는 것이 항상 외줄타기와 같은 것이라 오늘날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명분이냐 현실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일터이다.

고구려의 유민 출신으로 쇠락해가는 당제국속에서 절도사가 되어 산둥지역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했던 이정기.
책속에서는 이정기의 나라가 굉장히 경제적으로나 무력적으로나 강력한 국가였던 걸로 나오는데 그건 역사적 사실이라 쳐도 이미 망한지 오래인 나라의 유민이었던 이정기가 고구려인이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고구려 멸망 이후 특히 고구려 유민에 대해서 우리역사학계나 사람들은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유민들이 나름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당제국의 개방성에 더 관심이 가는편이랄까....

그 외에도 조선왕조의 마지막 충신이었달수도 있는 헤이그의 이준
아들을 죽인 아버지 영조
너무나도 극명하게 반대였던 김옥균과 홍종우.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속에서 휩쓸려든 개인들은 삶은 참으로 아프기도 하다.
인간의 삶을 어찌 역사의 거대함만으로 설명하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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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9-0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들 대부분은 이정기나 고선지를 읽으면서 우리 민족의 기상이니 자랑스런 군인이니 이런 평가인데 당제국의 개방성을 언급한 것은 국수주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냉정한 이성을 갖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바람돌이 2008-09-03 14:39   좋아요 0 | URL
이정기나 고선지를 그냥 그 인간자체로 평가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삶속에서 고구려 후예들의 운명이나 삶의 질곡을 추적해가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일수 있겠지만 그걸 확대해석에서 자랑스러운 고구려인 또는 한국인 이런식으로 몰아가는건 좀 웃기지 않나요? 그때 그런 정도의 민족관념이나 국가 관념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

노이에자이트 2008-09-0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그렇구말구요.
 
한국사傳 2 - '인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역사 한국사傳 2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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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전 2권에서는 주로 위기시대의 인물들을 다루고있다. 몇의 예외는 있지만...

조선의 지배층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았던 위기는 임진왜란보다 오히려 병자호란이었다.
어찌됐든 임진왜란은 이긴 전투였고 병자호란은 오랑캐라 멸시하던 이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항복의 예를 올렸던 치욕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이후 사림파가 집권하면서 조선은 의리와 명분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사회로 이행하였다. 어떤 면에서든 명분을 세우지 못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시기에 실리와 현실은 힘을 잃는다.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가 그러했듯이...
인조에게 항복의 순간은 얼마나 치욕이었을까?
자신이 금수의 앞에 꿇어 엎드려 3번 절하고 9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는 것은 군주로서의 위엄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이었을테다.
게다가 인조가 누구인가?
광해군을 쫒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인물 아닌가?
언제든 자신의 왕권의 부당성이 제기될 수 있는 칼날같은 삶을 살았으리라....
그런 인조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고 와서 이제 청의 문물을 배우고 그것을 조선에 들이려는 것은 아들이라해도 결코 용납될 수 없었으리라...
절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조선사회에서 다른 세상을 먼저 보고 온 이의 비극!
백성들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봤던 소현세자 부부가 위정자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자 노예로 끌려간 백성들을 구하고 위로할때 그것은 아버지 인조에게는 무능한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으리라....
왕조체제의 절대적 한계는 결국 이런 것이다.
어떤 개혁도 어떤 발전도 결국 왕권의 유지강화라는 테두리내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김춘추에 대한 평가는 반갑다.
고구려에 대한 환상은 항상 신라를 특히 신라의 삼국통일의 의의를 내려깎는 요인이 되어왔다.
고구려가 중국과의 전쟁에서 거둔 승리는 김춘추를 항상 사대주의자로 내몰았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승리만을 얘기한다.
수나라와 당나라라는 거대 제국과의 전쟁에서 그것도 고구려 땅 내에서의 전쟁이 불러온 가공할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다.
고구려의 승리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 거대제국을 상대로 승리한 고구려의 힘은 정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고구려가 수, 당에 대한 강경책덕분에 벌어진 전쟁은 다름아닌 고구려땅에서 벌어졌다.
고구려의 백성들이 모든 경작지의 수확물들이 적의 식량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불태우고 성안으로 들어가 수성전을 벌이는...
전쟁에서는 승리했다 해도 적이 물러가고 성을 나온 백성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위정자라면 전쟁이 아닌 다른 방식의 승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닐까?
강대국 고구려와 백제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이 어려웠던 신라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과연 그렇게 많았을까?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벌였던 김춘추의 외교전은 고구려의 환상을 걷어내고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사전에서는 그 첫번째 발걸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병자호란이다.
끝까지 자신의 명분을 지키고 명예를 지키는 것은 위정자로서는 오히려 쉬운 일이다.
척화파의 대표인 삼학사가 그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백성이 있었는가?
아니 그들에겐 자신의 명예가 있었을 뿐이다.
그들이 국가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위정자가 아니라 단지 초야의 한 선비일뿐이었다면 그들의 지조를 칭찬해주리라....
하지만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유발하고 그 전쟁에서 온통 백성들을 희생시키고 그러고도 그 희생이 모자란다고 명분을 위해 다함께 죽자는 그 발상이 과연 존경받아야 하는가?
이런 무책임한 인사들에 비해 역사에서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의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고민한이가 있었다.
백헌 이경석!
그라고 해서 자신이 항복과 청에 대한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자손 대대로 손가락질 받으리라는 것을 몰랐을까?
하지만 그 길만이 국가와 백성을 구할 수 있는 길이라면 가는 것이 위정자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을 택하는 것은 어쩌면  위정자에게는 자기기만이며 무책임일뿐이다.

이렇게 새로운 역사적 평가를 시도하는 한국사전의 노력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그 외에도 잘 알려져있지 않던 조완벽이란 인물을 통해 임진왜란때 포로로 끌려갔던 이들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정약용의 과학수사관으로서의 면모를 보는 것도 이채롭다.
인물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평가와 잘 알려진 인물이라 해도 그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한국사전 2권을 보는 것은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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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8-2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려의 농성전법에 대한 지적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바람돌이 2008-08-23 23:42   좋아요 0 | URL
기록이 없으니 알수 없지만 그렇죠? 고려때 몽고침입때 섬이나 산성으로 피하라고 했던 대책아닌 대책들이 가져온 결과가 그랬거든요.
 
한국사傳 3 - 기록 아래 숨겨진 또 다른 역사 한국사傳 3
KBS 한국사傳 제작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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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인간에 대한 관심을 뺀다면 뭐가 남을까?
옛날 처음 답사를 시작했을때는 미술양식, 건축양식을 외우고 기법을 외우고 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그게 어느정도 잡혀가자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사쪽으로 관심이 기우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어느정도 지나고 나면 결국 인간이었다.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 그것을 만든 사람들, 그곳에 터박고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역사든 답사든 그것은 결국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kbs같은 곳에서 인물사 중심의 역사다큐를 만든다는건 반가운 일이다.
또한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더더욱 반갑다.

3권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은 무령왕, 정희왕후, 허난설헌, 홍의장군 곽재우, 광암 이벽, 발해무왕 대무예, 발해 문왕 대흠무, 송강 정철, 세종이다.

무령왕은 그의 무덤인 무령왕릉이 워낙 유명세를 타니 우리에게 꽤 친숙한 이름이지만 실제로 그의 탄생과 즉위는 미스테리하다.
그가 일본에서 탄생했을 가능성, 그리고 그의 자손이라고 하는 이들이 이후 일본 왕실이나 귀족계에 계속 나타나는걸 보면 당시 백제와 일본의 관계가 단순한 우호관계나 교류관계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관계였을듯 하다. (하지만 이것을 굳이 사대관계 비슷한 상화관계로 끊임없이 몰아가려는 한일 양국의 역사인식은 둘다 문제가 된다고 생각된다)
흔히 웅진시대 이후 백제의 중흥군주를 들라면 성왕을 첫번째로 꼽지만 그런 성왕의 치세가 있기에는 무령왕대의 중흥 노력이 반드시 전제되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이 책속에서 다시 발굴할 수 있었던 점은 인상적이었다.

정희왕후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오히려 그럼으로 해서 이 책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흔히 사극드라마에서(대표적으로 왕과비였던가?) 그야말로 인수대비에 휘둘리는 무력한 대왕대비로 그려지던 분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력한 사람일리가 없는데말이다.
세조의 왕위 찬탈과정을 모두 보고 내조했을 것이고, 이후 세조의 치세동안도 그녀가 왕실에서 배제당하거나 한 일이 없었다는 것은 세조에 의해서도 충분히 인정받는 아내였을텐데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태종의 부인인 원경왕후 민씨가 태종의 정권찬탈 이후 모든 권력에서 배제되어갔던 것과 비교하면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녀가 측천무후처럼 아예 왕자리를 꿰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지만 조선의 상황을 생각하면 발칙하기 그지없는 망상일뿐....
조선의 왕비 하면 떠오르는 것 두가지 - 덕망 아니면 왕실암투의 주인공이라는 이 양극단의 인상이 아니라 정치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정희왕후의 발굴은 그래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허난설헌의 이야기는 그 비극성으로 인해서 오히려 많이 알려져 있는편이다.
뭐 그래서 새삼스럽달까싶은데 이 부분에서는 오히려 그녀의 작품들이 좀 더 소개되고 평가되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즉 조선시대 여성지식인의 비극성은 이미 충분히 알려진 듯한데 이미 많이 알려진 부분에 주력하기보다는 시인으로서의 그녀의 뛰어남이 좀 더 중심이 되고 평가되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권력의 속성이라는 것이 부모형제 심지어 자식까지 죽일수 있는거라는걸 역사가 증명한다지만 그럼에도 그런 권력이 치가 떨리도록 싫을때는 역사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이 그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때다.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이 치가 떨리듯...
왕조시대에서 영웅이나 뛰어난 인물의 탄생은 바로 왕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었고 그래서 특히나 임진왜란기에 수많은 의병들이 그의 희생때문에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다. 의병장 김덕령이 그러했고 홍의장군 곽재우가 그러하다.
이 대목에서 한국사傳 프로그램이나 이 책이 좀 더 나아가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단순히 역사적 인물과 그 복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오늘 우리 역사에 주는 의미들 이런것들이 좀더 연결이 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

우리 나라 천주교사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이벽을 소개한 부분은 내게는 참신했는데 그건 지극히 단순하게도 내가 잘 몰랐던 인물이어서이다.(다른 인물들에 비해서 그렇다는 의미이다.)
시대에 용납될 수 없었던 그의 아픈 생애와 함께 그와 함께 했던 당대의 지식인들이 천주교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이 좀 더 부각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즉 경직되어가던 성리학이 지도적 이데올로기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무력화되던 시점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수 있는 새로운 사상으로 부각되었던 천주교가 당대의 젊은 지식인들을 어떤면에서 열광하게 했던 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미진한 느낌이다.

발해의 무왕과 문왕편은 궁금했던 이들이라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쪽의 지명도 생소하고 역사도 워낙 간략한지라 당대의 역사를 재구성하기가 무척 힘들었을텐데 꽤 충실하게 잘 따라가고 있다.
당나라와 발해 말갈족을 비롯한 여러 북방민족들, 그리고 일본과의 외교관계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그저 시인으로 살았으면 역사에 길이 빛났을 송강 정철, 그러나 정치에 뛰어들면서 피비린내나는 기축옥사를 주도하여 당쟁의 격화를 심하시켰던 그리하여 오명을 남겼던 인물.
이 편에서는 그의 내면을 일찍부터 권력의 비정함에 눈떠야 했던 성장과정의 트라우마에서 찾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상처없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만은 그렇다고 그의 정치적 과오가 가려지는 것은 아닐터이니 어떤 면에서는 역사적 평가라는 것은 참 냉정하기도 하다.

이 책에서 솔직히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이 세종에 대한 서술이다.
누가 내게 우리 역사의 왕들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이를 꼽으라면 당연히 세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모든 정책이 무조건적으로 옳았던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듯이 그의 농업 발전 정책들 그리고 그를 위한 각종 과학기구의 발명과 농법의 개발과 지원, 조선의 전통음악의 탄생같은 업적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면 이 책에서는 세종의 북방영토확장정책이 나온다. 그것이 수시로 국경을 침범하는 북방민족에 대한 저지책이라는 목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농지확대정책이라는 면도 있었다고 얘기하면서 그 성과를 얘기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세종의 업적이라 할만 하겠다.
하지만 이후 이 곳을 지키기 위해서 세종은 대대적인 사민정책을 쓴다. 즉 하삼도(경상, 전라, 충청)의 농민들을 대거 이곳으로 이주 시킨 것. 당연히 강제였다.
누가 따뜻하고 풍요로운 남쪽 고향을 떠나 머나먼 북방으로 황무지나 다를 것 없는 그 땅으로 떠나려 하겠는가 말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농민들이 강제 이주를 당했고 그 중 많은 이들은 아무것도 없는 그 땅을 개척하기 위해 즉 먹고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리다가 굶어죽거나 얼어죽어야 했다.
세종의 북방영토확장책을 얘기하면서 그것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만 얘기하고 그 정책때문에 죽어가야 했던 백성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
세종을 존경하고 그 업적을 기리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모든 것이 좋았던 것처럼 우상화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몇 가지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읽기 쉽게 우리 역사의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복원해내는 한국사傳의 시도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좀 더 오래 계속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사족 - 229쪽 밑에서 2번째 줄 오타 명종의 어머니 윤정왕후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로 바꾸어야죠.(참고로 제 책은 1판 1쇄입니다. 다음번엔 오타 수정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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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8-1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종 우상화에 대한 우려는 저도 공감합니다.박노자 씨는 세종이 유교적인 가부장제 질서확립을 위해 여성들의 간통을 엄벌로 다스린 인물이었음을 지적했던 적도 있었죠.

바람돌이 2008-08-19 01:35   좋아요 0 | URL
근데 웃기게도 또 유난히 그런 간통사건이 세종대에 많았다고도 해요. 당장 세종의 며느리 그것도 세자빈 두명이 그런 류의 사건으로 폐위당하기까지 하니 말이죠. ㅎㅎ 세종이 후대에 생각하기에 정말 뛰어난 왕이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그의 정책들이 또한 대부분 당시의 사대부중심의 지배질서를 확고히 하는 방편이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그런 면을 전부 사상해버리고 그야말로 성자화되는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8-2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방지라고 있잖아요.그 사람을 둘러싼 사건이 세종 때에 일어났어요.남녀추니잖아요.사방지가...풍기문란이라 하여 사형되었죠.옛날 에로 영화로도 나왔어요.

바람돌이 2008-08-21 01:41   좋아요 0 | URL
사방지가 맞아요. 세종대였죠. 영화제목도 사방지였던가요? ^^

노이에자이트 2008-08-24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로사항이 많을 때 보는 것이 에로영화죠.

바람돌이 2008-08-25 00:01   좋아요 0 | URL
ㅎㅎ 애로가 풀릴지는.... ㅋㅋ 잠시 잊기는 하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