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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이 예술가들이 열대를 자신들의 문명과 동일한 선상에 놓았던 것은 아니었다. 문명과 야만의 근대적 이분법에서 원시적 이상향이었던 열대는 야만으로 취급받았고, 그들은 이를 ‘고귀한야만 noble savage" 5 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명칭으로 개념화했을 뿐이다. - P32

결국 열대우림이 제거되는 이유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어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비추어본다면, 바로 우리가 열대우림을 갉아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연결고리는 질기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열대의 자연환경, 그것을 보러 가는 길에 개발로 훼손되고 있는 심각한 지구촌의 문제 또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된다.
열대 여행은 그렇게 우리를 즐겁고도 우울하게 만든다. - P105

당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던 영국의 탐험가들은 자신들이 첫발을 내디딘 주요 지점마다 빅토리아 폭포, 빅토리아섬, 빅토리아항 등빅토리아라는 지명을 붙여놓았다. 나는 식민제국주의 시대에 굴러들어온 이러한 지명들이 원래대로 복원되기를 바란다. 예를 하나 더들면,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라고 알려진 잠베지강 중류의 빅토리아폭포를 원주민들은 ‘모시-오야 - 둔야Mosi-oa-Tunya‘라고 불렀는데 이는 ‘천둥 치는 연기‘라는 뜻이다. 이곳에 와본 적도 없는 영국 여왕의이름보다 훨씬 실감나는 멋진 이름이 아닌가! - P137

열대의 고산지대는 과거 유럽 식민지배 세력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저지대의 덥고 습한 열대 기후가 유럽인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데 반해 고지대의 상춘 기후는 그들이 활동하기에 알맞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열대의 저지대에원주민들이 밀집한 전통토착도시를 초기 식민통치의 행정중심지로삼았던 유럽인들은 점차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휴식과 위락을 위한휴양도시를 고산지대에 건설하게 된다. 온화한 환경을 지닌 이러한도시를 ‘힐스테이션hill station‘이라 한다. 특히 저지대 전통 토착 행정중심지의 우기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덥고 습해지면 그 기간 동안일시적으로 도시행정 기능을 아예 힐스테이션으로 옮겨 일종의 계절 수도를 운영하기도 했다.  - P185

이곳의 울창한 열대우림은 또한 유럽 세력들이 신대륙 식민화를거의 끝내는 17세기까지도 마야 문명이 완전히 정복되지 않고 존속할 수 있었던 지리적 배경이 되었다. 즉, 이곳 유카탄 반도는 비록기복이 별로 없는 평평한 땅임에도 열대우림으로 뒤덮여 정복하기어려운 매우 낯설고 힘든 싸움터였던 것이다. 스페인 식민세력은 자신들의 터전인 이베리아 반도의 고원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유카탄을 제외한 멕시코의 고원지역은 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 유카탄의 열대우림은 무지의 땅, 고난의 땅이었을것이다. - P206

인류의 아름다운 자산을 여행을 통해 감상하고픈 욕망 자체는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그것을 편리한 방법으로 편안하게 즐길 것이나, 아니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고된 여정을 참아가며즐길 것이냐의 차이가 있다. 지구 환경의 파괴가 우리 미래의 삶을위협한다는 현실 앞에서 나는 기꺼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P207

세계사 시간에 인류가 미개 - 야만 - 문명의 단계를 거쳐 ‘발전‘을 해왔다고 배웠고, 이러한 단계를 도구 활용 기술의 변화와 연결해석기 - 청동기 - 철기 시대가 순차적으로 이어져왔다고 배웠다. 19세기 사회진화론에 뿌리를 둔 이러한 사고는 문명이곧 발전이고, 발전은 곧 행복을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변화임을 은연중에 우리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 P230

여행지의 자연과 문화는 서구의, 혹은 한국 사회의 관점이 아닌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각각의 삶터에서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연과 문화의 세게 속에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적응하며 행복한 삶을 향해 분투하고 있다. 그들과 내삶을 비교해 생각해보되 내 기준으로 타인의 행복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각 지역의 지리적 맥락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그에 적응하며 가장 합리적으로 형성된 그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 또한제각각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 P237

지금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영토 내에서는 백인들 중 보어인이 수적인 우위가 계속 유지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주도권을 잡게된다. 그리고 이들의 극우적 정치력은 진정한 선주민인 80퍼센트의흑인 코이산족)들을 향한 차별정책으로 이어졌다. 아파르트헤이트(흑인격리정책 같은 지독한 흑인 차별정책은 1994년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부유한 백인들이 사는 주택 단지의 담장 위에 설치된 전기 철조망처럼 그 흔적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여행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 P277

싱가포르는 작은 면적의 섬 위에 자리 잡은 도시국가다. 그런데 경제력이 커지면 땅에 대한 수요 또한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 문제는싱가포르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다. 기발함이 넘쳐나는 싱가포르는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왔을까? - P309

표류를 통해 남방 열대지역을 가장 길게 경험하고 그 기록을 가장상세하게 남긴 사람은 아마도 우이도(소흑산도홍어 중계상 문순득이아닐까 싶다. 흑산도 일대에서 홍어를 사서 나주 영산포로 싣고 가서파는 일을 했던 그는 1802년 1월 풍랑을 만나 표류 끝에 유구국(오키나와에 도착한다. 여기서 8개월을 체류한 후 중국으로 가는 조공선을 타지만 또다시 표류해 이번에는 더 남쪽으로 여송국(필리핀 루손섬)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9개월 체류한 후 마카오 상선을 얻어타고마카오에 도착한다. 이후 육로로 중국을 가로질러 북경을 거쳐 한양에, 그리고 마침내 1805 년 1월 고향 우이도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 당시 우이도에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실학자, 정약전이 유배생활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운명과도 같은 만남을 통해문순득의 파란만장한 3년 2개월의 여정이 <표해시말>로 기록되어 전해지게 된다
- P327

문순득의 탁월한 외국어 구사 능력은 고향으로 귀환한 후 엉뚱한기회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1801년 제주도에 표류해 9년 동안이나 억류당해 있던 여송인들의 통역으로 나서 귀환을 성사시킨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조선 땅에서 만난 문순득이 그들 눈에는마치 구세주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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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한것일까요?
처음 호치민 왔을 때는 더워죽겠다를 연발했는데
후에와 호이안의 땡볕과 열기를 견디고 돌아온 호치민의 날씨는 천국입니다. ㅎㅎ
아 이정도면 다니기 딱 좋은 날씨야를 연발하고 있네요

호치민에서 드디어 스타벅스를 발견.
오랫만에 베트남의 그 진한 커피가 아니라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한국에서는 안먹는 맛없는 스벅커피를 고향의 맛이야 하면서 행복해하게 됩니다. ㅎㅎ
여기서는 커피가 남아 캐리어 달랬더니 저렇게 비닐로 걸이를 만들어주네요. 이 아이디어도 괜찮은거 같아 한 컷!
찬조출연은 6천원 주고 산 딸래미 가방

저녁에 이 동네에서 유명한 로컬 반미집을 갔는데 아 정말 반미가 어찌나 큰지 반도 못먹었습니다.
베트남 음식은 이제 좀 물려서 한국 음식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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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7-30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치민은 습도가 덜한가 봅니다 지금 한국은 무더위가 찾아왔어요 저는 더위 잘 참지만... 스타벅스에서 한국을 느끼시다니... 며칠 동안 베트남 음식 드셔서 이제 한국 음식이 그리우시군요 거기에서 즐겁게 지내시는군요 바람돌이 님 남은 날도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세요


희선

미미 2023-07-3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닐이었군요?!! 사진부터 보고 당연히 판매하는 ‘텀블러가방‘인줄 알았어요.ㅎㅎ 체리 가방도 깜찍하네요^^

거리의화가 2023-07-31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 커피는 독특한 향 때문에 진입 장벽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스벅 커피에서 고향을 느끼셨다는 말에 빙그레 웃음짓게 됩니다!ㅎㅎ

은오 2023-08-0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의 맛 ㅋㅋㅋㅋㅋㅋㅋ 😆😆😆
 
여행하는 여성, 나혜석과 후미코
나혜석.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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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 Vs 제국주의 일본

이 단어의 대조만으로 연상되는 수많은 이미지가 있다. 식민지 조선에는 가난함과 어려움, 고통, 비참함이 따라붙을 것이고, 제국주의 일본에는 부유함, 군국주의, 잔인함 뭐 이런 이미지들이 따라붙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항상 그렇듯이 그렇게 간단하게 둘로 나뉘어지지 않는다.


나혜석 Vs 하야시 후미코

이 두 여성은 부자집 마님 나혜석과 노동자집안 출신이고 딱히 부자이지 않은 여성작가 하야시 후미코로 이들의 대비는 관념적이고 일반적인 분류를 뛰어넘는다. 내가 이 책에 이끌렸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전혀 다른 분류를 보여주는 기획때문이었다. 나혜석의 여행기는 이미 여러 차례 출판되었지만 딱히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색다른 대비를 통해 보여주는 세계는 단순한 두 사람의 글이 아니라 훨씬 다양한 해석과 생각을 하게 해줄듯하였다. 두 사람의 여행기 자체는 그렇게 뛰어난 글들은 아니다. 나혜석보다는 본격 작가인 하야시 후미코의 글이 훨씬 좋긴하지만 뭐 그렇다고 엄청나게 훌륭한 글이라고 할 수는 없고..... 출판사의 기획이 돋보이는 책이며 식민지 시대를 색다른 시각으로 보고, 하나의 시대를 한 가지 시각이 아니라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는 책이라서 나는 읽으면서 참 좋았다. 


원래도 나혜석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좀 복잡한 심경이었다. 뛰어난 여성화가였지만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하기가 어려운 삶이랄까? 여성이기 이전에 사람임을 주장한 여성 페미니스트로 이야기되기도 하지만 지금 봐도 너무 독특한 그녀의 주장들과 삶을 따라가다보면 무조건 공감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느껴지는 그런 여성이다. 그녀의 여행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1920년대에 여성이 그것도 결혼을 해서 아이가 셋이나 있던 여성이 시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모두 맡기고 무려 20개월동안 세계 일주를 한다. 이 말만 들었을 때 나혜석이 얼마나 대단해보였던가말이다. 그런데 그녀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점점 실망하게 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수원의 명문가 참판댁 애기씨로 태어나서 그래도 당시로서는 진보적이었던 아버지덕분에 딸이지만 신교육을 받았고, 일본 유학까지 마치고 변호사인 김우영과 결혼해 부자집 마나님이 된 여성, 그리고 화가로서도 성공하여 이름을 떨치던 여성의 세계 일주는 혼자서 간 여행이 아니었다. 만주지역의 부영사를 지냈던 남편이(이 시대 이 정도 직위면 적극적인가 소극적인가의 차이일뿐 친일파로 분류하는 것은 당연할 듯하고....) 힘든 지역의 관리를 6년간이나 지냈다고 일본 정부로부터 포상휴가를 받는다. 포상휴가가 20개월이나 되지는 않았겠지만 아마도 그 포상휴가에 본인들의 돈도 꽤 보태져서 여행이 길어졌을 것이다. 남편과 함께 한 여행에서 이 두 사람은 유명 인사다. 부산에서 출발한 이들은 조선 땅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곳곳에서 마중나온 수십명의 환영인파를 만나고,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난 이후에도 일등칸에서 항상 상류층들과 어울리고, 유럽이나 미국지역에 도착해서도 현지에서는 항상 먼저 이곳에 유학을 온 이든 누구든 이들을 맞이하며 온갖 도움을 주는 그런 여행인 것이다. 미국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올때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호화유람선 여행까지 정말 아주 럭셔리한 여행이다. 여행이란 원래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보는 법이다. 여행이 다른 생각을 갖게 하고 세상의 다른 면을 보게 하려면 여행자 자신의 치열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하는 법이다. 이 시대의 나혜석에게 그런 고민의 흔적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더더욱 하게 된다. 그녀의 여행기를 읽는건 마치 여행가이드북의 지역 소개를 읽는 느낌이다. 


반면 하야시 후미코의 여행은 자신이 쓰는 돈을 하나씩 하나씩 일일이 기록하며 아껴가며 삼등석 열차를 타고 배 역시 가장 낮은 등급의 방에 묵으며 항해하는 여행이다. 그곳에서 온갖 나라의 온갖 인물을 만나지만 모두 자신과 비슷한 가난한 이들이다. 하지만 여행의 이야기는 원래 이런 칸에서 나오는 법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속에서도 삼등열차속에서 부대끼며 가다 보면 친해지지 않을 수 없고 그속에서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후미코의 시선은 제국주의 일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출신 계급인 노동계급에 더 많이 가 있다. 그래서 러시아 땅을 지나면서는 사회주희 혁명 후의 러시아가 일본의 사회주의자들이 동경하던 그 땅의 현실과 많이 달라보이는 모습을 꼼꼼히 관찰한다. 나혜석처럼 온갖 여행지를 가기보다는 (그러기에는 돈이 없어서) 한 곳에 머물며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사는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래서 글을 읽는 재미는 오히려 하야시 후키코의 글이 더 있으며, 심지어 공감이 더 가는 쪽도 하야시 후미코쪽이 되어 버린다. 


아 정말 민족보다는 계급인가? 피는 물보다 안 진하다. 


여행기 중 흥미있었던 대목이 있는데 나혜석이 그들이 부영사로 살았던 만주 단둥현에 도착했을 때의 소감과 하야시 후미코가 만주 창춘에 도착했을 때의 글이다.

 

만주 거주 동포의 경제 발전은 오직 금융기관에 있다는 견해 아래 단둥에 조선인금융회가 설립된 후 이내 단둥에 사는 조선인 금융계의 중심 기관이 되어 그 전도유망함이 우리 눈에 보일 때 한없이 기뻤다. 

총독부와 만철(남만주철도 주식회사)에 교섭한 결과 수백여 명 학생을 수용할 만한 보통학교가 건설되고 이번에 만철 경영이 되어 직원 모두 얼굴에 기쁜 빛이 가득한 모습을 볼 때, 어찌 만족이 없으랴  - 21쪽


1931년 11월 12일 밤, 창춘 도착, 입김이 하얗게 서릴 뿐 눈은 아직 내리지 않는다. 지난해 빈손으로 왔을 때와 달리 트렁크가 네 개나 있는 데다 역 안이 병사들로 가득했기에 한가로이 짐꾼을 부르고 자시고 할 형편이 아니었다. 나는 번쩍이는 검을 꽂은 소총이 숲속 나무처럼 죽 늘어선 일본군 사이를 뚫고 가까스로 어스레한 대합실에 들어갔다. - 149쪽


약간의 시기 차이는 있지만 만철이 일본의 만주침략의 교두보라는 것을 외면하는 나혜석의 모습

그리고 만주사변 직후 만주를 지나면서 일본의 침략을 똑같이 두려워하는 눈으로 지나가는 후미코의 모습이 대비된다.

이런 문장들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비교하면서 당시 조선인과 일본인이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서도 우리의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을 찾아 보는 것이 또한 이 책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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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01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치않아도 이번 주 벌거벗은 한국사에서 나혜석을 다뤘는데 아쉬운 건 제가 보다가 잠이 들었다는 거죠. ㅋ 눈뜨니까 무슨 선전만 잔뜩..ㅠ 암튼 행려병자가 되어 죽지않았습니까? 너무 곧으면 휘어진다고 나혜석은 시대를 거부하고 싶었나 보죠. 근데 참 두 여인이 대조적이긴 하네요.

바람돌이 2023-04-01 22:21   좋아요 2 | URL
아 그랬군요. 뭐 요즘은 놓쳐도 유튜브에 다 올라오니까 살짝 아쉽긴 해도 다시 볼수 있잖아요. ^^
나혜석은 저는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이자 페미니스트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그의 생을 돌아보면 그런 면보다는 또 지극히 개인적이고 과격할정도로 자기 중심적인 면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저는 그게 어쩌면 귀하게 자라서 귀하게 살았던 삶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자신의 불륜으로 이혼을 함으로써 모든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는데 이게 또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좀 징글맞다 싶을 정도이기도 해요. 불륜과 이혼만이 문제가 된건 아니거든요. 어쨌든 아주 복잡한 인물인것만은 틀림이 없어서 이 인물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오히려 평범해서 제가 친숙하게 여겨지는 인물은 일본인인 후미코더라구요. ^^

blueyonder 2023-04-01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잘 모르던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피는 물보다 안 진하다.˝라는 말씀이 인상 깊습니다~

바람돌이 2023-04-01 22:22   좋아요 2 | URL
에고 딱히 큰 뜻을 담은 말은 아닌데 인상적이셨다니 갑자기 부끄럽네요.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희선 2023-04-02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나라 사람인지 다르기도 하겠지만, 부자인지 가난한지로 다르게 생각하기도 하겠습니다 어디에 있든 다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건 아닐 것 같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4-03 10:11   좋아요 1 | URL
이런 글을 볼때마다 사람이란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도 얼마나 다양한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그래서 저는 이런 책이 참 좋아요. ^^

공쟝쟝 2023-04-04 1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바람돌이님이 진심으로 걱정됩니다! 일단 일본여성 편을 드셨으니 친일파 이십니다. 거기다가 민족보다 계급이라니요! 빨갱이이십니다. 그 뿐입니까? 이건 여성주의자들이 기획한 책임이 틀림없습니다. 친일파 빨갱이보다 더 괴랄한 페미니스트!!! 바람돌이님의 똑똑함과 명석함이 너무도 걱정되어 댓글을 답니다! 좋은 거 많이 보고 맛난 거 많이 드십시오.

바람돌이 2023-04-04 14:38   좋아요 2 | URL
친일파빨갱이페미니스트라니 이건 뭐 대한민국 땅 정도가 아니라 지구를 떠나야 할 수준인데..... 어떡해요. 나 어디서 살아???? ㅠ.ㅠ
일단 살수 있을 때까지 무조건 빌붙어보겠어요. 지금 먹는 한끼가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무조건 많이 먹는것부터 시작하는 걸로..... ㅎㅎ
 
동유럽 기행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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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아저씨가 말한것처럼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하고 싶은 건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아니라 어떤 국가적 사회적 환경이 인간이 인간답다고 느끼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지켜진다고 느끼느냐이니까.......


조만간 세계적인 거장이 될 그러나 아직은 본국인 콜롬비아의 정치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것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이탈리아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이의 좌충우돌 여행기로 읽을까?

그러기에는 그가 보고 듣고 말하는 것들이 심상치 않다.(아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노벨 문학상의 마르케스라는 이름에 지레 짓눌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도 아직은 그저 르포물을 쓰는 아직 미숙한 글쟁이일뿐이다. 책은 술술 잘 넘어간다.)


마르케스가 동유럽을 여행한 시기는 1950년대 말이다. 대충 짚어보니 1957년쯤 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책 소개여러 글에서 마르케스가 20대였다고 막 우기고 있기 때문이다. 

1957년이면 만나이로 29살이니까 20대 맞고, 우리 나리로는 31살인데, 아무래도 뭔가 모험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는 20대라고 하는게 좀 낫긴 하겠다. 

어쨌든 20대인지 30대인지 이 위대한 작가는 어느 날 프랑크푸르트의 카페에 앉아 있다가 새로 산 자동차를 어디에 써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의 말에 "철의 장막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보러가자" 며 여행이 시작된다. (아 쉽구나.... 우리는 지금도 그래 자동차가 있으니 북한이나 한번 갔다올까? 안되잖아...... )


'철의 장막'은 장막도 아니고 철로 돼 있지도 않다. 그것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칠한 나무 방책인데, 꼭 이발소 간판 같다. 그 장막 안에 석 달 동안 머무르고서, 나는 철의 장막이 정말로 철의 장막이기를 바라는 건 일반 상식이 모자란 결과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십이 년 동안 집요하게 선전을 해 대면, 그로 인해 생겨난 신념이 모든 철학 체계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24시간 매일 저널리즘 문학에 매달리면 상식적인 생각이 극단적으로 무너지고, 그래서 우리는 은유나 암시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 9쪽


이념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머리로는 알지만 사실 이것을 진짜로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 사회주의 이념을 접했을 때 느낀 것은 그야말로 환희의 신세상이었다.

모두가 평등하게, 모두가 인간적인 존엄을 유지하고,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모든 자원을 누구나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세상 - 천국이 그려지는건 순식간이다. 

아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로 행복하겠구나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기본적인 의식주의 문제만 해결되어도 나머지 문제는 부차적이니까 천천히 천천히 하나씩 해결해가면 되니까.....

따라서 1917년 러시아 혁명 후의 소련,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의 동유럽에 대해서는 수많은 유럽의 지식인들이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사실상 이쪽의 여러 억압적인 상황들에 대해서 많은 유럽의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거야라며 눈을 돌리는 참담한 상황도 많았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쩌면 당대의 사회주의 국가들의 일단면을 냉정하게 볼 수 있는 귀중한 기록일 수도 있겠다. 


이들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동독안에 섬처럼 위치했던 베를린이다. 

500여km를 달려 베를린으로 들어가면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의 거리는 브란덴브라크 문 하나일뿐이다.

동유럽 프롤레타리아와의 첫번째 접촉은 동독 국영식당에서였다. 

이곳의 기억을 마르케스는 잊을 수 없다고 얘기하는데 


나는 일상생활의 가장 단순한 행위, 즉 아침 식사에 그토록 온 정신을 쏟는 애절한 장면은 처음 보았다. 슬픈 얼굴을 하고 누더기를 걸친 100여명의 남자와 여자가 수증기로 가득한 홀에서 잘 들리지 않는 소리로 두런 거리면서 감자와 고기와 달걀 프라이를 먹고 있었다. -21쪽


그러니까 이런 문장이다.

사회주의 국가에 살고 있던 노동자들은 아침을 국영식당에서 먹는다. 심지어 메뉴에는 고기와 달걀이 포함되어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을까?

심지어 그들은 담배를 요청하는 여행자들에게 너도 나도 뜯지도 않은 담뱃갑을 내밀수 있는 집단적 아량을 가진 존재들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도 여전하다.

혁명의 완전한 중심에서 모든 것이 낡고 추레하며 노쇠한 듯 보이는 현상.

그들은 말한다.

"아무것도 안 줘도 괜찮아요.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 때의 동독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침 식사에 달걀프라이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독일이 두 개로 나뉘어 있고, 기관총을 든 소련 병사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서독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 역시 미군 병사들을 보고 싶지 않다.

그들은 그래서 불행하다. 

사람이 밥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시기의 동독이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다음으로 도착하는 체코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과거의 전통과 새로운 체제가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며 유지되고, 사람들은 자본주의 국가의 사람들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연극연출가들과 의사들의 서구로의 이주를 막기 위해 국가에서는 그들에게 막대한 급여를 제공하고 바츨라프 거리에서는 언제든지 공연이 진행중이다. 국가의 출판물 통제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위협적이지는 않다.

사회주의 경제의 흔적은 클럽 여가수의 낡은 나일론 스타킹에서 보일 뿐이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동독과 체코는 다르고, 다시 옆나라인 폴란드와도 다르다.


폴란드의 바르샤바는 특별한 도시이다.

전쟁 중 히틀러는 이 곳의 폴란드인과 유대인들을 모두 절멸시키고 게르만족의 새로운 이주 도시를 건설하고자 했다. 

도시의 파괴는 전면적이었고 치명적이었다.

심지어 전쟁 막바지에 독일군이 후퇴할 때 쫒아오던 소련은 독일군이 도시를 파괴할 시간을 더 내어준다.

전쟁 이후 폴란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폴란드 유격대가 부담스러웠던 소련은 독일이 그 폴란드 유격대를 전멸시킬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잿더미가 된 바르샤바 - 위키피디아>


바르샤바 사람들은 이 폐허를 다시 살린다.

전쟁 후의 그 가난 속에서도 빵과 신발을 희생하여 옛 바르샤바를 재건한다.

18세기 폴란드의 궁정화가였던 베르나르도 벨로토의 바르샤바 그림과 전세계 사람들에게 모은 사진과 엽서를 바탕으로 바르샤바 재건에 나서는 것이다. 



<바르샤바 재건 - 위키피디아>


그런데 이 작업에 재앙이 발생했으니 바로 소련이 선물한 건물 - 문화과학궁전이다.



지금의 모습이야 저렇게 번듯하지만 모든 국민들이 헐벗고 굶주려가면서도 바르샤바의 옛 모습을 재현하겠다고 발벗고 나설때 소련이 선물이랍시고 건축해서 덩그렇게 놓인 저 위압적인 건물은 바르샤바 사람들에게는 어떤 느낌을 줬을까?

대부분의 폴란드 사람들이 뼈대만 남아있는 건물에서 비바람을 맞아가며 살고 있던 시기에.....

저 건물을 부수고 싶어했던 폴란드인들의 마음과 그럼에도 부숴버릴 수 없어 지금까지 남아있는 마음사이의 간극이 강대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역사를 되새기게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이렇게 소련에 대해서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들만의 사회주의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평일과 토요일까지 사회주의 얘기하다가 일요일이 되면 카톨릭 미사를 보기 위해 교회에 가는 폴란드인들을 어떻게 이해할까?

아니 꼭 이해하려 노력해야 할까? 

그저 그것 역시 그들의 삶의 방법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그들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말이다.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는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처럼 보인다.

사회주의란 이런것이야를 보여주고, 그것의 승리를 보여주는 거대한 깃발이랄까?

사람들은 일사분란하게 동원되고, 자신의 체제가 얼마나 우수한지를 보여주고 외국인을 환대함으로써 체제우위를 보여줄 전시장말이다.

1917년 이후 1950년대까지 철저한 언론 통제와 세뇌는 이곳의 사람들 뇌를 마비시킨 듯하다.

우주산업을 벌이고 핵을 개발하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형편없는 신발을 신고 사십년을 견디면서도 의문을 품지 않는것, 모스크바에서 만난 어떤 사람도 마릴린 먼로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에피소드, 

마르케스가 전하는 모스크바의 모습은 조지오웰이 전하는 도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르케스가 전하는 동유럽의 모습은 지금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과거의 유산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결국 한 사회의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이 충족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오래된 고민을 다시 들추기 때문이다.

경제력과 삶의 질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는 오늘 대한민국 땅에서도 우리들은 내내 헬조선을 얘기한다.

우리들의 자존을 공격하고 절망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전히 우리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고민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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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7-20 15: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그래요~~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가장 행복할까요!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를 읽으면 소련연방해체후 심한 경제난을 겪는 연방국가들이 꼭 사회주의가 나빴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하거든요.
마르케스의 나라도 그렇고 그가 본 동유럽도 그렇고, 지금의 우리 현실도 그렇고~~
사는게 참 어려워요^^

바람돌이 2022-07-21 11:22   좋아요 4 | URL
실제로 독일 통일 이후 동독사람들이 사회주의 시절의 느긋한 여유를 그리워한다는 얘기도 있어요. 인간이 만족을 느끼고 행복해지는건 개개인으로도 힘들지만 국가정책으로 들어가면 진짜 더 힘들어지는거 같아요. 그래도 인간 삶의 가장 기본 의식주와 의료 교육은 무조건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미미 2022-07-20 15: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폴란드와 소련의 관계는 참 복잡하고도 비극으로 얽혀있는듯 합니다. 폴란드 대통령등 전용기로 카틴 숲 사망자들 애도하러 갔다가 전원 추락사한 일도 그렇고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진실에 눈 가려지고 할 말 못하는건 감옥이나 다름없죠. 자본주의도
어쩜 다른 방식의 감옥을 만들긴 하지만요. 늘 깨어 있어야 한단 생각이 듭니다.

바람돌이 2022-07-21 11:25   좋아요 2 | URL
맞아요. 늘 깨어 있는게 중요하죠. 중앙아시아나 동유럽에서 소련이 저지른 만행이 너무 많아서 이 동네 사람들의 러시아에 대한 감정은 많이 복잡할거 같아요.

단발머리 2022-07-20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군요. 20대의 마르케스라니 기대가 됩니다.
빈부 격차에 약자에 대한 혐오가 강건해질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정말 의식주. 이런 부분에서만이라도 좀 평등하게 하면 어떨까.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부분을 채워준다면 사회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데 국영식당에서 아침 식사하는 모습 문장 읽는데 참 서늘하네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요. 자유로운 사회가 좋긴 좋은데 너무 강자에게만 유리한 것 같고.... 당장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갈등도 그렇구요.

바람돌이 2022-07-21 11:29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의 문제는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문제인거 같아요. 빈부격차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점점 줄어들고 다양한 통로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될수 있는 길이 있다면 이토록 헬조선이라뉴말이 회자되지 않겠지요. 국영식당의 모습은 저도 참 서늘했습니다.

새파랑 2022-07-20 16: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와 연결되는 리뷰군요~! 마르케스가 이런 여행기도 썼다니 신기합니다. 그래도 당시에 동유럽을 여행하기는 쉽지 않았을텐데 마르케스도 나름 금수저? 😅 마르케스가 썼으니 재미는 보장되는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2-07-21 11:31   좋아요 3 | URL
금수저는 아닌거같구요. 신문사 기자로 취직해서 이탈리아 특파원으로 갔는데 거기서 콜로비아 비판하는 칼럼썼다가 못돌아가고 망명중인..... 동유럽여행도 진짜 그냥 가볼까 이러고 간다는요. 돈도 없지만 워낙에 물가가 싸고 신기한 서유럽쪽 사람에게 막 친절한 동유럽 사람들이 있구요. 저는 좀 신기하고 재밌다는 느낌으로 읽었어요. 흔하지 않은 여행기니까요

희선 2022-07-22 0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가 이런 책도 썼군요 이름만 알고 다른 책 못 봤지만... 사회주의에 좋은 것도 있지만, 그게 다 좋지는 않겠습니다 사람은 자유로워야죠 감시 당하고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면 괴롭겠습니다 사람마다 바라는 게 같지 않기도 하겠습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나라는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조금이라도 나은 나라가 되면 좋을 텐데...


희선
 

‘철의 장막‘은 장막도 아니고 철로 돼있지도 않다.
그것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칠한 나무 방책인데, 꼭 이발소간판 같다. 그 장막안에 석달 동안 머무르고서, 나는철의 장막이 정말로 철의장막이기를 바라는 건 일반 상식이 모자란 결과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십이 년 동안집요하게 선전을 해대면, 그로 인해 생겨난 신념이 모든철학 체계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24시간 매일 저널리즘 문학에 매달리면 상식적인 생각이 극단적으로 무너지고, 그래서 우리는 은유나 암시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 P9

동베를린으로 들어갈수록, 정치 체제의 차이를 뛰어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즉, 브란덴부르크문을 사이에 둔 양쪽의 정신 구조가 반대임을 알게 된다. - P31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시간을 죽이러 영화관에 갔다가 미친 사람들의 영화, 그러니까 밑도 끝도 없이 오로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려고 줄거리를 구성한 영화를 만난 것 같았다. 새로운 세상, 즉 혁명의 완전한 중심에서 모든 것이 낡고추레하며 노쇠한 듯 보이는 건 적어도 꽤 당황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 P39

"아무것도 안 줘도 괜찮아요.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하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만장일치의 반란에 놀라서 나는 최근 선거에서 정부에 우호적으로 투표한사람이 92퍼센트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 P53

노동자들은 잘살지만, 정치의식이 없다. 절대적으로정부에게 경의를 표하지만, 정부가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을 잡고 있다고 말하는데도 왜 고작 옷 한 벌 살 정도의 월급을 받으려고 죽도록 일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 P56

두 독일 모두 항의하지 않는다. 자신들이전쟁에서 졌고 지금은 현실을 모르는 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사회주의나 자본주의에 대해 말하기 전에,
자기들이 원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그건바로 독일의 통일이고 외국 군대의 철수다. - P58

 상점은 동독과 마찬가지로 형편없다. 그러나 서점은예외다. 그곳은 가장 현대적이고 가장 화려하며 깨끗하고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이다. 바르샤바는 책으로 가득하고,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싸다. 가장 인기 있는 작가는 잭 런던이다.  - P106

나는 거리에서 그 많은 사람이 뭘 하는지 이해할 수가없었다. 폴란드에서 실업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검증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가게 진열장을 보면서인생을 보낸다. 국영 백화점은 새로운 물건을 권하지만,
오래돼 보이고 값도 매우 비싸다. 사람들은 백화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문앞에 장사진을 이룬다. 가장 사진을 잘받는 바르샤바 백화점의 빽빽한 인파와 뒤섞여 몇 시간을보내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렸던 나는 사람들이 백화점을 돌아보고 빈손으로 나온다고 자신 있게 말할수 있다. 밖에서 물건을 사기엔 돈이 충분치 않다고 깨닫는 것 역시 쇼핑의 한 방법인 것 같다. - P107

그들은 덕지덕지기워졌지만, 찢어지거나 망가지지는 않았다. 설명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반항 정신으로 가난과 맞서고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건 적어도 동독에서는 선명하게보이지 않는다. 낡은 옷과 닳은 신발 속에서 폴란드 사람들은 존경할 수밖에 없는 기품과 품위를 간직하고 있다. - P109

이렇게 바르샤바 건축은 일관성 있게 진행되었지만,
우발적 사고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문화궁전으로, 소비에트 연방의 선물이자 모스크바 교육부를 충실하게 복제한 건물이다. 폴란드 사람들에게는 러시아 사람들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그랬다간 욕을 퍼붓기 때문이다. 그래서그들은 아마도 그 건물을 폭파하고말것이다.  - P110

"두 수업중 그 어떤 것도 아니에요. 우리는 폴란드의 경험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 P127

외국인들은 환상을 품고 오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현실을, 여기서의 삶이 매 순간 드라마와 같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기 힘듭니다."  - P128

계급의 소멸은 가장 인상적인 흔적이다.
사람들은 모두 평등하다. 모두 같은 수준으로 낡고 형편없이 재단된 옷을 입고, 조악한 신발을 신고 다닌다. 서두르지 않고, 서로 밀치지도 않으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느긋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얼빠지고 착하며 건전한 마을 사람들과 똑같다. 차이가 있다면 조그만 마을이 엄청난 크기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영국 대표단원은이렇게 말했다. "모스크바에 도착한 이후 나는 돋보기 너머에 있다는 인상을 받아요."모스크바 사람들과 대화할때, 그러니까 그들을 개인으로 접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 한가롭고 느릿느릿한 군중이 전혀 공통점이 없는남자와 여자와 아이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P168

거대함에 의미를 부여하고 수많은 군중을 조직하는행위는 소비에트연방의 매우 중요한 심리적 측면으로 보인다. 우리는 결국 엄청난 규모와 양에 적응하게 된다. - P172

매릴린 먼로에 대해 농담하고, 그런 재치 있는 농담이 다른 의미로 이해될때의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는 매릴린 먼로가 누구인지 아는 소비에트 사람들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 P182

스탈린은 아무 죄책감도 없이 잠들어 있었다. - P208

인류가 벌인 이 거대한 모험에는 국가전체의 노력이필요했고, 그 비용은 한 세대 전체가 지급해야만 했다. 우선 혁명 기간의 일과 속에서, 그 후 전쟁 속에서, 마지막으로 재건 과정에서 대가를 치러야 했다.  - P215

소비에트 연방의 열원자핵 무기와 우주 로켓,
기계화된 농업, 그리고 환상적인 변환 시설을 이용해 사막을 농경지로 바꿀 거대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형편없는 신발을 신고 제대로 맞지 않는 옷을 입고서 사십 년을 보낸 결과이다. 그러니까 가장 지독한 금욕 생활로 거의 반세기를 희생한 결과이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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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7-17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이런 책도 썼군요. 별5주셨는데 재미있나요?ㅋ

바람돌이 2022-07-17 21:24   좋아요 0 | URL
잘 써서 좋은 책이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호불호가 갈릴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저에게는 좋았습니다. ^^ 책장은 쉽게 넘어갑니다.

yamoo 2022-07-17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마르케스가 이런 책도!! 근데, 별5!! 음~~~ 리스트에 넣어야 되것습니다~~ㅎ

바람돌이 2022-07-18 22:05   좋아요 0 | URL
저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

레삭매냐 2022-07-19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어려서 이원복 아자씨의
<시관이와 병호>를 보고서 철의 장막
에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
을 했더랬답니다.

나중에 통일 된 다음에 베를린에 가보
았는데, 당시의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는.

바람돌이 2022-07-19 17:03   좋아요 1 | URL
지금은 없는 곳에 대한 여행기인 셈이지요.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7-20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 놨었어요. 동유럽이라니 급관심이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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