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양다리를 걸치면 득이 되는 그런 나라입니다.
인도의 기업가들은 곧이곧대로 정직하면서도 부정을 저질러야 하고, 조롱하면서도 믿어야 하며, 교활하면서도 진지해야 하고, 양쪽을 다 해야 하지요. - P24

"뭐냐 하면 말이요, 이 사람 학교라고는... 글쎄... 틀림없이 이년 아니면 삼년 정도 다녔을까? 읽고 쓰는 거야 하겠지만, 읽고 있는 게 무슨 뜻인지 도대체알지를 못해요. 설익었다고나 할까, 머리가 좀 모자란다고나 할까. 내 자신 있게이야기하지만, 이 나라는 이 친구 같은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그런데 우리의 영광스러운 민주주의를, 여기서 그는 저를 가리켰습니다- "바로 이 친구 같은사람들에게 맡겨놓고 있어요. 바로 그것이 이 나라의 비극이거든." - P26

대양이 우리나라에 빛을 가져다줍니다. 지도를 보면 바다와 가까운 곳은 모두 잘 사는 곳이거든요. 하지만 강은인도에 어둠을 가져다주지요 - 검은 강 말입니다. 어떤 검은 강을 이야기하는 거냐구요? 양쪽 둑은 검고 끈적거리는 진흙투성이어서 그 안에 뿌리 내린 모든 식물을 꽉 움켜잡고, 그 숨통을 틀어쥐고, 목조르고, 자라지도 못하게 만드는 그 죽음의 강이 어디냐구요?
아, 그거야, 어머니 강가(Ganga), 베다스 여신의 딸, 갠지스 강이지요. 모든 것을 밝히는 강, 우리 모두의 수호신, 출생과 재생再生의 고리를 끊어주는 갠지스 강 말입니다. 이 강이 흐르는 곳이면 어디든 모두 어둠의 땅입니다. - P32

부자의 몸은 하얗고 부드러운데다 속이 텅 빈 게, 마치 품질 좋은 면 베개와도 같지요. 우리들의 몸은 완전히 다릅니다. 제 아버지의 등뼈는 매듭을 지운 로프, 그러니까 마을 우물에서 여인네들이 물을 짓는 데 쓰는 로프였고, 목 주위를휘감고 있는 쇄골은 마치 개 목걸이마냥 불쑥 튀어나왔으며, 꼭 채찍 맞은자국처럼 살갗을 뒤덮은 베인 곳, 흠집, 흉터 따위는 가슴과 허리를 거쳐 저 아래 엉덩이의 좌골에 이르기까지 뻗쳐있었습니다. 가난한 자의 인생은 날카로운펜으로 온몸에 쓰여 있지요.  - P44

"난 평생을 두고 노새나 다름없는 취급을 당했어. 내 아들놈 하나 딱 하나만이라도 인간답게 사는 것,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인간답게 사는 것, 그건 미스터리였지요.  - P49

그리고 십분 동안 손을 닦고, 잘 말린 다음, 다시 한 번 씻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더군요. 어떤 사람의 발을 마사지해주고 나면, 제아무리 열심히 손을 씻어도 그 부스러진 늙은 피부의 냄새는 온종일 손에서 떠나질 않는 법입니다. - P94

각하와 같이 피부가 누런 사람들은, 오수 처리, 식수, 올림픽 금메달 등에서탁월하다 하더라도, 여전히 민주주의를 누리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어떤 정치인은 라디오에 나와서 그러더군요, 우리 인도 사람들이 여러분들을 누르고 승리하게 될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요. 우린 하수처리도 식수도 올림픽 금메달도 없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고 말입죠. >만약에 제가 국가를 하나 만든다면, 무엇보다 먼저 하수처리 파이프부터 먼저 설치하고, 그 다음에 민주주의를 갖다 놓고,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간디에 대한 팸플릿이나 조각을 주든가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뭘 알겠습니까. 전기껏해야 살인자에 불과하니 말이죠? - P120

"맨날 그런 식인 걸 뭐. 난 선거라는 것을 열두 번이나 봤어. 대선이 다섯 번주 선거가 다섯 번, 지방선거가 두 번 그런데 그 때마다 누군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이내 대신에 투표를 했다. 이 말씀이야. 인도 내 다른 지역에서는 자기 스스로 투표를 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들 하던데, 그거 참 멋진 일이 아니겠냐?" - P125

아버지는 왜 저에게 사타구니를 긁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요? 아버지는 왜 저에게 우유거품을 내가며 이빨을 닦는 법을 한 번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요? 어째서 그는 제가 짐승처럼 살도록 키웠을까요? 어째서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그처럼 더럽고 그처럼 추악한 곳에서 사는 걸까요?
쓱싹 쓱싹, 뱉어내고...
쓱싹 쓱싹, 뱉어내고... 유아, 사람의 과거도 그처럼 수월하게 뱉어낼 수만 있다면! - P179

하지만 그는 수탉장에 들어있거든요. 하인들의 신의는 인도 경제 전체의 기반이란 말입니다. - P204

우리에겐 닭장이 있잖아요.
인류 역사의 어느 장에도 이처럼 소수의 인간들이 이처럼 대다수에게 이처럼 많은 것을 빚지고 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지아바오 선생님. 이 나라의 몇몇안 되는 사람들이 나머지 99.9퍼센트를 어느 모로 봐도 그들에 못지않게 강하고, 못지않게 재능 있고, 못지않게 똑똑한 나머지를 훈련시켜서 영원한 예속屬의 상태에서 살도록 만든 거죠. 그것은 얼마나 튼튼한 속박의 굴레인지,
그의 손에 해방의 열쇠를 쥐어주더라도 그는 욕설을 하며 그걸 되던져버릴 정도입니다. - P204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영광이요, 우리의 모든 사랑과 희생의 보고이며, 국무총리가 각하에게 보여줄 팸플릿에서 틀림없이 상당한공간을 차지할 주제인 인도의 가족 - 바로 그것이 우리가 닭장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둘째 의문에 대한 답: 자기 식구들이 파멸하는 꼴을 볼 각오가 된 사람만이그들이 주인들에 의해서 쫓기고, 두들겨 맞고, 산 채로 불타 죽임을 당하는 꼴을 볼 각오가 된 사람만이 닭장을 부수고 나올 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상적인 인간으로는 어려운 노릇이고, 괴물이 되어야 하고 비정상적인 성격이라야가능하단 말이지요. - P205

사랑이라는 가면 뒤에서 우리는 주인들을 증오하는 걸까요, 아니면 증오의가면 뒤에서 그들을 사랑하는 걸까요?
우리를 가두어버린 수탉장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조차 미스터리입니다. - P217

인력거꾼 한 사람이 바로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덩치가 작고 더부룩한 수염에 성냥개비처럼 말라비틀어진 사람인데, 누더기로 얼굴과 다리를 깨끗이 닦고서 땅에 누워 잠드는 모습이 극도로 피곤한 듯 보였습니다. 인력거 좌석에는 하얀광고지가 붙어있고 거기에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비만이 걱정되세요?
메트로 헬스클럽의 지미 싱을 찾아주세요: 9811799289 - P253

부자들의 꿈, 그리고 빈자들의 꿈 - 그 둘은 절대로 겹치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보세요. 가난한 자들은 평생을 두고 먹을 걸 충분히 얻어먹고, 부자들처럼보이는 꿈만 꿉니다. 하지만 부자들은 무슨 꿈을 꾸지요?
몸무게를 줄여서 가난뱅이들처럼 보이는 꿈이지요. - P257

근데요, 참으로 이상하게도, 그를 속임으로써 만든 현금을 볼 때마다 제가느낀 것은 죄의식 아니라, 무엇이었는지 아시겠습니까?
분노였습니다.
그로부터 더 많은 것을 훔쳐내면 낼수록, 그가 저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훔쳐가고 있었는지를 더욱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 P263

짐승들은 짐승답게 살도록 내버려두고, 인간들은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것.
한 마디로 그것이 저의 철학이랍니다. - P314

저는 말할 것입니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시간이라도 아니, 단 일 분이라도,
하인으로 살지 않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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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1-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들은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것.˝
- 당연한 것임에도 이것 참 어려운 일이죠...
 
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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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입으로 굴려 발음하면 왠지 뭔가가 반짝이는 느낌이 돈다. 

이 책의 표지처럼 뭔가 온통 반짝이는 곳에,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손을 꼭 잡고 있는 그런 마음.

어쩌면 허밍으로 노래 하나가 흘러나올지도 모른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 가는 길~~~ 

기독교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가 이토록 따뜻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해방 후 오랜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 1년 중 유일하게 통행금지가 풀렸던 단 하루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기대하고 기대하던 딸의 머리맡에  고구마깡 과자 한봉지를 올려놔줬던 엄마에 대한 추억같은 것 때문일까?

크리스마스라는 말속에서 나오는 반짝임은 왠지 뭔가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그래서 좀 더 특별해지는 그런 반짝임이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당연히 예상되듯이 사는게 막막하기도 하고 치사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뭔가 작은 기대 하나를 놓치지 않고 사는 그런 그냥 삶, 우리 주변에 널리고 널린 나와 너의 삶들, 그런 삶들을 이야기한다.

첫번째 이야기인 <은하의 밤>에서 은하는 그다지 잘 나가지는 않지만, 그만그만한 방송국의 방송작가다. 열심히 살아왔는에 어느 날 암에 걸리고 휴직을 하고 병을 치료하고 복직하기 전 그녀가 느끼는 감정.


이후에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발병 이전처럼 살지는 않을 것이며 그런 삶에는 오로지 고독, 크기를 잴 수 없이 크고 깊은 고독만이 필요하리라는 결론이었다. 그것은........ 설명하자면 아주 무섭도록 자기 삶 속으로 포섭된 고독이었다. 참여자 없는 연극이자 듣는 이 없는 아리아, 만남이 불발된 채 혼자서 나누는 열렬한 악수 같은 것. - 13쪽


비혼 여성으로 오롯이 혼자서 병을 감당하고 이후의 삶을 혼자 걱정해야 했던 은하의 마음에 깃드는 이런 고독은 그냥 공감이 가는 마음이다. 원래 아픈건 오롯이 혼자 견디는 고통이지만, 그 나머지 삶을 버텨줄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또 다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군가는 결혼 여부와는 사실 별 상관없다. 은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건 그저 조카의 '다행이다'라는 한마디, 그리고 '고모 이제 안 아파요? 다 나았어요"라는 그런 마음이다. 아픈 연후에 복직하며 삶이 한도 없이 퍽퍽해지는 마음의 묘사 끝, 저 조카의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래서 힘내서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되는 그 과정이 직접적인 묘사 없이도 와닿는다.  어쩌면 이 소설속 은하와 조카의 대화는 소설에 그치지 않고 위로가 필요한 우리들 모두에게 위로의 기억이 되어줄수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그런데 그런 삶의 위로나 전환은 무조건 밖에서만 오지 않는다. <은하의 밤>의 또 다른 인물인 오태만씨. 아나운서로 방송국에 취직했으나 해당부서가 없어지는 바람에 예능국으로 넘어와 뭘해야 할지 하지만 회사에는 무조건 붙어있어야 하니까 새 부서에 적응하고자 무진장 애쓰는 사람. 그래서 보도국 사람들이 모두 부당한 부서 조정에 항의해 파업을 할 때도 나는 원래 보도국 일도 잘 못했어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예능국에서 한번 해볼려구요라는 말로 자신을 억지로 북돋우던 그가 마지막 순간 파업을 하는 동료들을 돕는 것은 딱히 어느 순간이 계기였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살아보면 그렇지 않던가? 물러서고 물러서다가 어느 순간 임계점에 도달해버리는.....  내내 마음에만 쌓아두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던 것들을 결국 행하는 순간은 그리 대단한 계기가 아니라 이렇게  불현듯 찾아오는 것 말이다. "아이고 저 미친 새끼"소리를 들어도 "내가 미쳤지 미쳤어" 자조해도 그럼에도 할 수 밖에 없는 어떤 것들이 우리 인생에 있으니 말이다. 사소한 시간들의 의미가 나는 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야 보이는데 나보다 훨씬 일찍 그런 비밀을 알고 보여주는 것은 작가의 힘이겠지.



단편 <당시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는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다. 오래 기른 반려견의 죽음 이후 그 상실의 아픔에 고통받는 세미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주변 사람 중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 하나씩 하나씩 연락을 한다. 어떤 이는 나와서 이년 전에 죽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자신의 반려동물을 데리고 와 안아보고 사는 얘기를 하게 된다. 어디든 아기와 동물이 매개가 되면 사람들은 쉽게 친절해지고 쉽게 웃으며 쉽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만남과 대화는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소소한 일상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내뿜는 반짝임은 그런 소중한 순간들의 타일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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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1-14 0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탄절엔 기적이 생겨야 할 것 같기도 하죠 성탄절엔 따듯한 이야기가 좋고... 성탄절이 지나고도 따듯한 이야기는 좋습니다 위로가 되는 한마디를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런 사람도 없으면 그저 자기 혼자 위로해야 할 텐데... 현실엔 그런 일이 별로 없어요 아니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만나지 않는다 해도 이런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한테 위로가 되는 말 듣기도 하니...

바람돌이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3-01-16 15:14   좋아요 0 | URL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도 뭐 그럭저럭 책보고 영화보고 편안한 주말이었습니다. 사람에게서 위로받는게 가장 좋지만 어떨 때는 이런 책에서 위로받는 것도 괜찮은듯합니다. 이곳의 책읽는 이들은 그런 경험이 많지 않을까요? ^^

새파랑 2023-01-15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는 반짝반짝한데
성탄절은 왠지 성스럽게 느껴집니다 ㅋ
뭔가 위로가 되는 내용인거 같아요~! 전 요새 위로(?)가 되는 책은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ㅋ 제가 많이 사악해졌나 봅니다 ㅋ

바람돌이 2023-01-16 15:16   좋아요 1 | URL
성탄절이라는 말에서는 그렇네요. 음 저는 그냥 반짝반짝할래요. ㅎㅎ 나이가 들수록 섣부른 위로의 허망함 또는 부질없음을 아는걸까요? 저도 사실 좀 그렇긴 해요. ㅎㅎ
 

 은하가 인생의 가장 저점에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휩싸였을때 그렇지 않다고, 너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고일깨우기 위해 누군가 그 떠돌이 개를 보낸 것 같았다. - P59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어. 사람들이 여기 오는 데도 나름의 힘이 필요하다? 용기가 없으면 병원에 올 수가 없어. 수치심을 이기고 여기로 오는 거야. 다르게 살고 싶어서." - P101

그래도 그해 예후이와 함께 보았던 호수를 생각하면,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금월계동 옥주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바람막이를꺼내 입고 못난 자신이 갸륵해질 때까지 걷는 중랑천의흔하디흔한 사람으로, - P138

하지만 비행기표를 사기위해 돈을 모았다는 말을 들은 엄마는 난감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을뿐이었다. 내가 지녔던 슬픔을 세상에 흔하고 평균적인기성의 슬픔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반응이었다. - P174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 잃은 사람에게 전해주던 그 기적 같은 입김들이 세상을 덮던 밤의 첫눈 속으로 - P221

그러니까 눈 내리는 희귀한 부산의 크리스마스에우리가 했던 일들은 겨우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아닌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알게 되고 꿈꾸고 심지어철학하는 일은 대체 뭔가. 나는 존재를 회의한다는 그 잉어를 정말 촬영하러 가야하나.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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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반란 - 갈라 드레스/ 뉴잉글랜드 수녀/ 엇나간 선행 얼리퍼플오키드 3
메리 E. 윌킨스 프리먼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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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은 1852년에 태어나서 1930년에 돌아가신 미국의 작가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인 <뉴잉글랜드 수녀>가 발표된 것은 1891년이니 19세기 말과 20세기 전반에 주로 활동한 작가이다. 굳이 작가의 연혁을 언급하는 것은 작가가 활동했던 시기가 1차 페미니즘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이고,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시민으로서의 여성, 독립적 존재로서의 여성이 인정받지 못해 은 아예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의 여성작가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머리에 넣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은 결국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얼마 전에 개봉한 <아바타:물의 길>을 보면서 3D기술에 감탄하다가 헐리우드식 가족 지상주의에 식상해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주인공 설리집안의 가족 구성원들이다. 이들은 모두 주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이들로 주인공인 제이크부터가 지구인의 아바타로 온전한 판도라 행성의 구성원이 아니다. 그와 판도라 행성 나비족인 네이티리의 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손가락이 4개인 판도라행성에서 손가락이 5개로 태어나 이종족임이 확실히 드러나고, 인간과 아바타 또는 나비족 사이에서 태어난걸로 추정되는 입양된 아이도 있고, 심지어는 완전한 지구인 인간 아이도 이 가족 언저리에 존재한다. 이런 가족 구성을 보면서 이렇게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볼 영화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을 보여주는 것이 다문화니 뭐니하면서 학교 교육이나 캠페인으로  백번 얘기하는 것보다 더 파급력이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특이하네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런 것들은 어쩌면 문화의 힘으로만 온전히 이룰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물론 아바타:물의 길에서 보여주는 이런 건강함은 사실 시대를 선도하는 것은 아니라 시대를 뒤따라가는 수준이라 조금 아쉽고, 가족지상주의적인 전형적인 헐리웃식 사고로 인해 식상해보이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만 말이다. 이렇게 따라가든 선도하든 어쨋든 오늘날 영화가 사람들의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모습을 각인 시켜 가는 것을 생각하면 19세기에는 문학이 가장 선도적이고 대중적으로 이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다시 질문을 돌리자.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19세기에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은 사람들에게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은 책에 실린 4편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가난한 여성이다. 계급적이고 성적인 이중의 차별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었을 여성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자신이 딱히 부자였을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생활고에 시달렸을 거 같은 작가의 삶에서 돈은 언제나 중요했을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언제나 중요하다. 남보다 탁월한 자신의 글쓰는 능력은 그래서 좀 더 돈을 벌 수 있는 인기 있는 소재로 소설을 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재현해서까지 보고 싶어 하지는 않는 법이므로.....그런데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은 가난한 여성들을 자신의 소설의 주인공으로 과감하게 선택했다. 당대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제대로 다른 삶의 모습을 제시해서 정말로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자 한다면 가장 다수의 고통 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당연할 것이므로 말이다.


  <엄마의 반란>에서 주인공 사라는 시골마을의 가난한 농장주의 아내이다. 가부장적이고 제멋대로인 남편, 그 남편을 따라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아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따라갈 딸, 사라의 대사 "남자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지? 그저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만 중요하지. 날씨를 신의 섭리로 여기고 불평하지 않듯 우린 남자들이 하는 짓에 찍소리 하지 말아야 해."(13쪽)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을 사라도 정말로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첫발을 내딛을 때 '자발적으로 만들어 내는 기회는 새 인생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다'(27쪽)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한 첫걸음을 만들어낸다. 그 첫발을 내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그 첫발을 내딛어 본 사람이 오히려 더 잘 아는 법이다. 사라에게 그 첫발을 내딛게 함으로써 작가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은 거대한 여성의 첫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엄마의 반란>에서 사라의 삶은 당대 여성이 살아가는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농사와 가사 노동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도 감정적 착취까지 감당해야 하는 삶 말이다. 이런 삶은 빌어먹게도 이상적인 여성의 삶으로 찬미되면서 그 외의 삶을 모두 부정적이고 불쌍한 것, 결핍 된 것으로 치부한다. 여기에 대해 작가는 작가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두 번째 단편인 <갈라 드레스>는 검은색 실크 드레스를 번갈아 입는 가난한 할머니 자매의 이야기다. 인간이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은 사람의 수만큼 많다. 가난하다고 자존감이 없는 것이 아니고 품위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오해를 사든 험담을 듣든 그녀들은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스스로의 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그 기준을 무너뜨리지 않으며 동시에 타인에게 배려의 손을 내밀줄도 안다. 그래서 나는 <갈라 드레스>를 인간의 품위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 


  세 번째 이야기인 <뉴잉글랜드 수녀>에 이르면 주인공 루이자는 결혼이 아닌 삶을 선택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전적으로 자의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루이자에게는 비혼이라는 선택이 바로 새 인생으로 향하는 첫걸음인 것이다. 19세기 말에 비혼여성은 결혼을 안한 여성이 아니라 어딘가 하자가 있어서 못한 여성으로 취급받았을 것이다. 정말로 2개의 삶 중 하나의 길을 완벽하게 자의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라은 관습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다. 그것이 안전할 것이라 착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루이자는 자신의 삶의 패턴을 정립하고 지키고 가꾸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고, 그래서 당대의 여성들에게 이런 삶, 이런 선택도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엇나간 선행>역시 가난한 노년의 삶에서도 자신만의 삶의 빛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나 레이스 달린 모자를 쓰고 싶어하는건 아니란 걸 알게 되겠지."(117쪽)라고 말할 수 있는 노년의 삶에도 '노란 나비 한마리 날아가는 빛'(121쪽)은 있음을, 그로써 살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런 삶의 모습은 당대에는 지나치게 세상물정 모르는 낭만으로 또는 헛소리로 치부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 중 누가 이런 삶의 모습이 세상물정 모르는 낭만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누구나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삶의 다양한 형태들을 당연하게 만들어온 것은 결국 이런 문학의 힘이다.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이 보여주는 저 가난한 여성들의 새로운 한 발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은 당연한 삶의 한 형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럼으로써 메리 E. 윌킨스 프리먼는 문학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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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1-05 0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읽었을까요 이때는 지금보다 여성 차별이 더 심했을 텐데... 지금 읽어도 오래된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꼭 결혼해야 한다 하지 않지만...


희선

바람돌이 2023-01-05 17:40   좋아요 1 | URL
그 시절에 그래도 꽤 알려졌다고 하니까 생각보다는 많이 읽지 않았을까 하다가도 또 저 책을 읽어야 할 여성들은 책을 읽을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지금은 뭐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는거지만 그래도 작가의 표현이 훌륭해서 여전히 공감이 갔어요.

독서괭 2023-01-05 06: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어젯밤 자기 전에 공쟝쟝님 난게문독 보는데 이 책이 나왔어요. 바람돌이님도 이 책을!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하는가. 더 넓게는 예술은 무엇을… 작가를 포함한 예술가들이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하 이 책 참.. 읽고 싶네요^^;;

공쟝쟝 2023-01-05 09:33   좋아요 2 | URL
호호?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1-05 17:46   좋아요 3 | URL
어 제가 잠시 소홀한 틈에 공쟝쟝님 난게문독을 놓쳤군요. 저도 가서 봐야겠어요. 공쟝쟝님 유튜브 팬이야욧!!! ^^
이 책 읽는데 휘리릭~~~ 금방 읽습니다요. ^^

transient-guest 2023-01-05 0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대를 앞서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주류에서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를 그리고 시대의 문제를 잘 짚어내는 정도로도 문화예술은 그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바람돌이 2023-01-05 17:47   좋아요 1 | URL
시대를 앞서간다는게 진짜 좋을려면 딱 반발자국 정도랄까? 이게 너무 앞서면 또 무슨 말인지 아무도 몰라요. ㅎㅎ 그런 타이밍을 맞추는건 정말 쉽지 않을듯합니다. 그래서 예술가가 특별한게 아닐까 싶어요.

공쟝쟝 2023-01-05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 돌이. 님 지적이신 분. 질문이 남다르신 분!!! 문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 가??!!!!! ㅋㅋㅋ 윌킨스 프리먼 넘 좋쥬ㅋㅋㅋㅋ!!!! 암튼 작가란 자신을 쓰는 존재여야 하겠다는 생각. 그럼에도 지금의 작가들은 (돈을 벌어야 하니) 대중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 그래서 그 수많은 작가에게서 후대에 남을 만한 작품들은 몇 편 안남는 거겠죠? 모두가 창작자(여야 하는) 시대에는 조금 무거운 질문이지만 ㅋㅋ 저는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하면서 좀 읽어보았습니다! 아침부터 🤔

바람돌이 2023-01-05 18:16   좋아요 0 | URL
아직도
바람
돌이
하여튼 뒷끝 작렬이신 공쟝쟝님.... ㅋㅋ

시대의 문제도 잘 제기하고 대중성도 확보하고 그래서 돈도 많이 벌고 그런 예술가가 되는게 어디 쉽겠어요? 그래서 세상에는 천재가 있고, 심지어 그 천재들조차도 다 갖추기는 어려운 법이고.... 그러니까 저같은 평범 또는 약간 모지리는 지적만 하면서 책읽는거라도 열심히 하자 하고.... ^^
지금도 저는 항상 어떤 다른 삶의 모델을 제시해주는 책은 다 좋다고 하는거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3-01-05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또 책 자랑 할 뻔 했네요. 참고 다 읽었을 때 얘기해야겠네요.
<뉴잉글랜드 수녀> 책도 따로 나왔어요^^
이 책은 저도 읽었었는데 재밌었어요.
남들보다 다르다고 뭐야? 싶겠지만, 그들은 시대를 앞서간 생각을 미리 했었던, 남들보다 더 고수의 경지에 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그 사람들. 결론을 따지고 보면 바로 그들이 세상을 이끌고 나갔었던 게 아닐까, 싶네요.

바람돌이 2023-01-05 18:20   좋아요 1 | URL
예전에 이미 자랑을 봤던거 같은데요. 이렇게 작은 책 말고 본격적인 작품집이었죠. 도서관이 다음주부터 희망도서 신청 재개한다네요. 저는 희망도서 신청해서 볼거예욧. 올해는 책을 사지 않는다. 적어도 저 책탑이 반 이상 줄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이러면서 막 자기 최면 걸고 있어요. ㅎㅎ
시대를 앞서가는 건 너무 힘드니까 저런 훌륭한 분들한테 맡기고 저는 여기서 책읽고 박수치는걸로..... ^^

다락방 2023-01-05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단편집을 사랑하는데 그중에서도 <뉴잉글랜드 수녀>를 제일 좋아합니다. 너무나 너무나 좋은 작품이에요. 만세입니다!!

바람돌이 2023-01-05 18:22   좋아요 0 | URL
저는 뉴잉글랜드 수녀도 좋았지만 으외로 엇나간 선행이 좋았어요. 노년의 가난한 여성이 자기 삶의 공간을 쟁취하는 얘기잖아요. 너무 멋진거예요. 해리엇이라는 이름이 발음이 안되서 해리어라고 부르면서 빛이 보여라고 외치는 샬럿할머니, 이 두분이 너무 사랑스러운것. ^^
 

이상할 정도로 기꺼이 그녀는 그의 흥밋거리에 자신을 맞췄다.
마치 자기만의 세계나 생활은 없고, 다른 사람의 존재 속에서 살고움직이고 자신의 존재를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아버지가 곁에 없자 그레이엄에게 안착해 그의 감정대로 느끼고 그라는 존재 안에 존재하는 듯했다.  - P38

돌벽이 있다고 감옥이 되는 건 아니고철창이 있다고 새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네."
몸이 건강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 특히 자유의 날개를빌릴 수 있고 희망의 별빛의 인도를 받는 한, 위험과 외로움과 불안한 미래는 우리를 짓누르는 악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 P85

다시 말하지만 베끄 부인은 아주 대단하고 아주 유능한 여인이었다. 그녀의 힘을 펼치기에 그 학교는 너무 좁은 영역이었다. 국가를 통치하거나 격동기 국회의 국회의장이 되었어야 했다. 누구도 그녀의 기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고, 누구도 그녀를 신경질나게하거나 짜증나게 할 수 없었을 것이고, 누구도 그녀보다 더 기민할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혼자서 수상과 검찰총장을 겸임할 수도 있었을 인물이었다. 현명하고 단호하고 신의 없는데다, 은밀하고 교활하며 냉담하고, 조심스럽고 속내를 알 수 없고, 날카롭고 비정하며 그와 더불어 완벽하게 품위 있으니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 P113

 그 말인즉, 나는 눈에 띄지 않는 가구나 목공이 만든 평범한 의자나 화려한 무늬가 없는 카펫 정도의 존재였다는 의미다. - P149

베끄 부인은 스스로에게 충고한 듯했다. 그녀는 나약하게 행동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사실 극복해야 할 정도로 강한 감정도 비참하게 고통에 빠질애정도 없었다. 그녀에게는 중요한 사명이, 시간을 채워주고 기분을 전환시켜주고 관심을 분산시켜줄 진정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녀가 평범한 여자나 남자가 가지지 못한, 진정으로 훌륭한감각을 지닌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 여러 장점들이 결합되어 그녀는 현명하게 행동했다. 다시 한번, 베끄 부인 브라보! 당신은 편애라는 아바돈"에 맞서서 아주 잘 싸웠고, 그리고 이겼군요! - P161

그로부터 스물네시간 동안, 나는 현재의 내 존재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주고 앞을 향해 이끌어줄 무언가를 절실하게 갈구했다. 이런 갈망과 또 이것과 유사한 것들은 모조리 단단히 억눌러둘 필요가 있었다. 나는 야엘이 시스라에게 한 대로 갈망의 이마에 못을박았다. 그러나 갈망은 시스라처럼 죽지 않았다. 그것은 잠시 잠잠해졌다가 가끔씩 반항적으로 몸을 뒤틀며 못을 뽑아내려 했다. 그러면 관자놀이에서 피가 흐르고 골은 한가운데까지 흔들렸다 - P168

갈색 사막일 뿐이었다. 젊음에 꼭 필요하고 젊음을 지탱해주고 이끌어주는 희망이란 것을 나는 알지 못했고, 감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가끔씩 희망이 마음을 두드려도 퉁명스럽게 안에서 빗장을닫아걸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거절당한 희망은 뒤돌아서고때때로 슬퍼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손님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희망을 넘보는 연약함과 죄가 몹시 두려웠다. - P246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지나친 호감을 가지고 그들을 생각하지는 말게 하소서."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이 생명의 시내에서 적당히 한모금 마시고 만족하게 하소서. 목이 마르다고 해서 반가운 물을 정신없이 계속 마시지 않게 해주소서. 이 물이 지상의 샘물보다더 달콤한 물이라고는 상상하지 않게 해주소서.  - P278

나는 ‘이성‘의 가혹한 엄격함에 신음했다. 절대로, 절대로라니.
너무 냉정한 말이었다! 이 ‘이성‘이라는 마녀는 내가 쳐다보거나미소를 짓거나 희망을 품지도 못하게 했다. ‘이성‘은 내가 완전히 압도되어 겁을 먹고, 길들여지고, 산산조각날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몰아쳐냈다. ‘이성‘에 따르면, 나는 빵조각이나 벌려고 일하며죽음의 고통을 기다리면서 평생 낙담한 채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이성‘이 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우리는 ‘이성‘을 무시하고 ‘이성‘의 채찍을 벗어나 ‘상상‘에게 달려가서 빈둥대지 않는가. 밝고 부드러운 이성의 적이자 우리의 상냥한 ‘구원자‘이며, 신성한 ‘희망‘인 ‘상상‘에게 말이다. 끔찍한 복수가 되돌아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따금 한계를 넘어서기도 하며, 또 그래야 한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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