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은 몹시 흔한 결함이야." 메리가 견고한 사고력을 뽐내며끼어들었다. "내가 읽은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그건 정말 흔하고 인간 본성이 빠지기 쉽고 또 현실이든 상상이든 어떤 자질에대해 우쭐하는 마음을 간직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들 중 거의 없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처럼 쓰이지만 달라 허영을 부리지않고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우리가 스스로를 생각하는 것과연관되고 허영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것과 연관되니까." - P25

"제인이 잘되길 진심으로 바라." 샬럿이 말했다. "그녀가 당장 내일 그와 결혼한다고 해도 일 년 열두 달 그를 연구한 다음에 결혼하는 것만큼이나 행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 결혼의 행복은 완전히 운에 달렸거든. 서로 성격을 잘 안다든가 애초에 서로 닮았다고 해서 더 행복하진 않아. 어차피 나중에는 남남처럼 될 거고괴롭긴 마찬가지야. 평생을 함께 보낼 사람의 약점은 될 수 있으면모르는 게 나아." - P28

"제인 베넷이 아주 마음에 들고 정말로 착한 아가씨라서 시집을잘 갔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모에다가 지체가 낮은 집안이니까 잘될 리가 없겠지만."
"이모부가 메리턴에서 변호사로 일한다고 언니가 말했던가."
"그래, 칩사이드 근처 어디에 사는 외삼촌도 있단다."
"가관이야." 여동생이 이렇게 덧붙이고, 그들은 맘껏 웃었다.
"사이드를 메울 정도로 이모부와 외삼촌이 많다고 해도 그들은 지금보다 조금도 못해지지 않아." 빙리가 나섰다.
"그래도 명망 있는 남자와 결혼할 가능성은 상당히 줄었지." 다아시가 대꾸했다.
빙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누이들은 전적으로 동의했고,
친구의 초라한 친척들을 흉보면서 한참이나 웃고 떠들었다. - P41

그러고 나서 다아시의 다른 쪽 팔을 잡으면서 엘리자베스를 혼자 걷도록 내버려 두었다. 길은 딱 세 사람에게 맞았다. 다아시가무례함에 즉시 반응했다.
"걷기에 길이 좁군요. 저쪽 큰길로 나갈까요."
그들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 엘리자베스가 명랑하게 대답했다.
"아녜요. 그대로 계속 가세요. 멋지게 모였고 굉장히 잘 어울려요.
네 번째가 끼어들면 ‘그림 같은 풍경이 망가지잖아요. 그럼 안녕" - P57

"불행한 선택이 네 앞에 있구나, 엘리자베스, 오늘부터 부모 중한 사람과 의절을 해야겠다. 콜린스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네 어머니가 널 안 본다 하고, 결혼한다면 내가 널 안 보려고 한다." - P114

그래도 남편이 될 사람이었다. 남자나 결혼 생활을 좋게 생각한적은 없지만, 언제나 목표는 결혼이었다. 결혼만이 재산이 없는 교육받은 젊은 아가씨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하게 명예로운 대비책이었고, 행복할지는 불확실했지만 가장 좋은 가난 방지책이었다. 그런 대책이 이제 세워진 셈이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던 적도 없고 스물일곱 살이나 된 처지에 이건 정말 행운이라고 느꼈다.  - P124

죠. 내가 나름 괴로웠던 것을 교묘하게 감춘 채 무한하고 순수한순전한 애정에 이성에, 성찰에, 모든 것에 압도당했다고 당신에게아부했더라면 이렇게 통렬하게 비난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난 거짓은 무엇이든 혐오합니다. 내가 말한 감정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고 정당한 감정이었으니까요. 당신 가문의 열등함을 내가 기뻐하길 바랍니까? 지위가 나보다 한참이나 떨어지는 친척을 맞이한다고 희망에 부풀어 자축이라도 하길 바란 겁니까?" - P191

‘내가 가장 바라는 건 두 사람 누구와도 더 이상 함께 있지 않는거야.‘ 그녀가 생각했다. 이들과 함께 있어서 느끼는 행복으로 이런참담함을 보상할 수 없어! 빙리든 다아시든 결코 안 만날 거야!‘ - P329

네 성격을 안다, 리지. 너는 남편을 진심으로 존경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도 없고 점잖게 살 수도 없다. 남편을 우월한 사람으로 존경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재기발랄한 네가 격에안 맞는 결혼 생활을 어떻게 견디겠니. 신뢰를 잃고 비참해지고 말거다. 네가 남편을 존경할 수 없는 걸 보고 슬퍼하기 싫다. 지금 무슨 일을 하려는지 잘 생각해 보렴."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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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22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바람돌이 님의 이 책에 대한 리뷰가 기다려집니다!!

바람돌이 2022-09-22 13:18   좋아요 0 | URL
재미없을줄 알았는데 굉장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 리뷰는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09-22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스틴 읽는다면서
이 책을 여러 버전으로 사두
기만 하고 안 읽고 버팅기는
중이랍니다.

언젠가는 읽고 말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9-22 17:21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재밋는 포인트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래서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기로 했어요. ^^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안 하겠다고?"
"안 하는 편을 택한다고요." - P41

 내가 최초로느꼈던 감정은 순전한 우울과 진심 어린 동정심이었다. 그러나 바틀비의쓸쓸함이 내 상상 속에서 점점 커져갈수록, 그만큼 바로 그 우울은 두려움으로, 그 동정심은 혐오감으로 녹아들었다. 비참함에 대한 생각이나 비참한 광경은 어느 선까지는 우리에게 가장 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몇몇 특별한 경우 그 선을 넘어서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동시에 끔찍한 진실이다. 그 이유가 예외 없이 인간의 마음이 선천적으로 이기적인 탓이라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오히려그것은 과도한 구조적 악을 고칠 희망이 없다는 데 기인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에게 동정심은 때로 고통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동정심이 효과적인 구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상식은 영혼에게 동정심을 떨치라고 명한다. 그날 아침에 본 것으로 인해 나는 그 필경사가 선천적 - P50

 핵심은, 그가 나를 떠나리라는 가정을 내가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그렇게 하는 편을 택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정보다는 선택과 관계있는 사람이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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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9-21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읽었어요. 흥미롭게 읽었죠.
읽은 책이 나올 땐 댓글로 흔적을 남겨 쥐야 해요... 하하~~

바람돌이 2022-09-22 13:33   좋아요 1 | URL
처음에 다읽고는 좀 황당해했다가 다시 읽으면서는 이거 뭔가 좀 굉장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햇다가 뭐 그러고 있습니다. 어쨌든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에요. ^^ 페크님의 흔적 환영합니다. ^^
 

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차들은 온갖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이웃집들을볼 수 있었는데, 그 집들은 마치 집안에 있는 질병 때문인 것처럼 언제나 블라인드를 드리우고 있었다. 실제로 집 안에는 질병이 있었다. 소모된 삶이라는 질병이. - P20

붐비는 터미널과 도시와 비를 거쳐 오는 동안 랜드는 막연하.
지만 어떤 황홀한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는 긴 여행에 맥이 빠져 병든 닭처럼 졸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구름이 갈라지며밝은 빛 속에서 그 모든 것의 상징이 우뚝 드러났다. 심장이 뛰었다. 마치 그가 도망치고 있는 것처럼,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이상하고도 강렬한 방식으로 뛰고 있었다. - P45

겨울이 지나갔다. 그 시절이 어땠는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학창 시절의 첫해처럼 희미해졌다. 그가 외로웠다는 것을, 빛과 온기를 부러워하며 그 일부가 되고 싶었으면서도 그러지 않기로 결심하고 사회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는것을 그의 얼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이 가운데 어떤 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위에서는 에귀유가 반짝거렸다. 산은 잠들고 빙하는 눈 속에숨어 있었다. - P81

그리하여 가장 위험한 시도가, 비록 죽음을 초래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 정당성에 의해 아름다워진다. 암벽에는 약점이 있고 결함이 있다. 그 약점과 결함으로 암벽의 매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이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 P88

그는 자신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지 같은 일들이 설명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렇게 되면 뭔가가사라져버리기 때문이었다. 그가 많은 대가를 치르고 얻으려 한지극히 가치 있는 단 한 가지는 방해받지 않고 혼자 나아가는 것이었다. - P121

나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네. 그는 캐벗에게 편지를 썼다. 난 죽음에 대한 모든 두려움을 잃었어. 요즘은 혼자서만 산에 오르네. 트리올레 북벽과 베르트의 쿠트리에를 올랐지. 환상적이었어. 말로 다 설명할순 없네.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자넨 어떻게 지내? - P174

"당신은 산을 사랑하는군요……." 그들이 말했다.
"산이 아닙니다." 그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산을 사랑하는 게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 P195

그는 샤모니를 생각했다. 맑은 아침 공기와 그곳 역에 서 있는 모습을 등에 짊어진 배낭의 무게와 어깨에 둘러맨 등반장비에서 나는, 절거덕거리는 쇠붙이의 엄숙하고 믿음직한 소리를 떠올렸다. 여기서는 고난이 불행이지만, 거기서는 고난이 인생의 풍취였다. - P214

인간의 얼굴은 항상 변하지만 완전히 완벽해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 모습을 갖춘 것이다. 그것은 불변의 얼굴이다. 그날 랜드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그런 순간이 그에게 찾아들었다. 그는 서른 살이었고-사실은 서른한살이었다-그의 용기는 꺾이지 않았다. 그의 머리 위에 워커가 있었다. - P227

발아래 긴 직선거리가 그의 발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갑자기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먼지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슴이 휑했다. 연신 침을 삼켰다. 그는 돌아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위는 용서가 없었다. 만약 집중력을 잃는다면, 의지를 잃는다면, 바위는 그가 살아남아 존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와 같은 바람이불었다. 그는 혼잣말을 했다. 자, 힘을내. 캐벗이라면 힘을 냈을것이다. 르슈카 식당의 그 사내벽에 붙은 사진 속 인물인 예전의 랜드 자신을 말함도 그랬을 것이다. - P230

그는 가능한 한 멀리까지 나아갔고, 최대한 높이 올라갔다. 더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다. 무릎이 떨리기 시작했고,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미끄러지기싫어서 계속 필사적으로 홀드를 붙들고 싶었으나 그 대신 양팔을 활짝 뻗고 얼굴은 하늘을 향한 채 성자처럼 떨어졌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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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
수잔 손택 지음, 배정희 옮김 / 이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19세기의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을 얘기하며 여성의 재능을 꽃피울 조건을 이야기했다. 19세기의 버지니아 울프는 시대를 앞서갔다. 20세기의 수잔 손택이라면 버지니아 울프를 반복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손택의 앨리스는 20세기에 맞는 질곡과 굴레를 표현하는 것을 기대하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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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9-13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잔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 라는 글은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2-09-15 12:45   좋아요 0 | URL
수잔 손택은 정말 뛰어난 저술가인데 제가 가진 기대에 비해서 이 책은 좀 많이 헷갈렸습니다.
지금? 왜? 그리고 이렇게 뜬금없는 방식으로?
저는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사진에 관하여도 읽어봐야겟네요.
 

육체적으로 매력적이면서 아버지와 남자형제들, 남편에게 참을성 있고 나긋나긋하고 고분고분하며 예민하고 배려할 줄 아는 여성이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이기심과 공격성, 자신에 대한 관심과 모순되는 것이므로마찰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이기심과 공격성이야말로 위대한 창조성이 피어날 수 있는 필연적인 조건인데 말이다. - P12

나는 일평생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을 쓰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를 해 왔다.
그러니까 이 연극은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의 분노에 대한연극이며, 결론적으로는 상상력에 대한 연극이다. 정신적 김옥의 현실, 상상력의 승리 말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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