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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 넛지부터 팃포탯까지, 심리와 세상을 꿰뚫는 행동경제학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19년 4월
평점 :
2022년 첫 완독책이다. 읽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말이었으니 해를 넘겼다.
책은 굉장히 쉽고 재밌게 써졌는데 오래 걸린건 뭐 그냥 연말의 어수선함과 아직도 방학을 못하고 학년말 업무에 치이고 있는 상황때문이라고 해두자. (그 방학 아직도 9일이나 더 남았다. ㅠ.ㅠ)
신년이 되면 항상 작년의 정리와 새로운 결심 이런걸 해야 하는데 작년에도 물론 했었다.
버지니아 울프 전작읽기를 시도했었는데 관련서적 2권과 버지니아 울프 소설 2권, 에세이 1권 달랑 읽었다.
그나마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다 읽은건 다행이다.
언젠가부터 새해 계획을 안세우게 되었는데 그건 나라는 인간이 계획을 미루거나 폐기하는데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안되면 내일하고, 내일 안되면 다음 달에, 그래도 안되면 내년에? 내년에도 안되면 그냥 관두지라는 의식 패턴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구가하는게 나란 인간이다. 딱히 목표지향적인 인간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뭔가 이루겠다는 목표를 올해는 안하려고 한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또 다음으로 읽고 있는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으면서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좀 더 들여다볼 계기가 생겼다.
이 두 책은 모두 일단 인간의 선의에 대한 긍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이제 겨우 80여페이지 읽었으니 제쳐두고, 어쨌든 삶의 무기가 된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는 자꾸 작년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작년의 나를 생각하면 일상에서 참으로 많은 불신과 냉소와 화로 나 자신을 소모했던 한 해였다.
연초부터 시작됐던 동료의 뒷통수 때리기, 직장상사의 부당한 공격, 온갖 불합리한 상황들, 도대체 소통하기 어려운 아이들.
그에 하나 하나 대응하고 싸우고 적응하려 노력하고 그러다가 힘드면 술친구들과 욕이 섞인 신세한탄을 해대면서 점점 내 자신이 소진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지게 되었다.
특히나 싫은 사람이 자꾸 생기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것은 거의 연말이 되어서였던 것 같다.
싫다 싫다를 외는 동안 내가 갉아먹고 있던 것은 내 자신었던 것이다.
반성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올해 내가 싫은 사람을 좋아하자 이런 결심을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므로, 다만 싫은 사람에 대해서 말하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하자는 결심을 한 것이다.
사람의 말이란 희안해서 싫다는 말을 반복할 수록 그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자신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갑철수'와 'MB아바타'를 스스로 들먹이다가 오히려 그 프레임에 갇혀버린 예를 들고 있다.
나의 새해 결심 따위를 대선이라는 거대 사건과 등치시키는 것은 민망하지만, 어차피 경제이론이든 정치이론이든 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나 자신과 내 환경에 대해서 좀 다른 프레임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부당함에 대해 항의하는 것과 사람을 싫어하는 것을 분리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한다는거다. 물론 그렇다고 사랑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새해의 내 목표는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자가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 욕좀 하지말자도 같이......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행동경제학은 과학으로 위장한 경제학에 '인간'이라는 요소를 다시 첨가했다. 예를 들어 주류 경제학은 조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 시스템(성과 연봉제)이나 쉬운 해고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인간은 돈만 아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만 갖추면 모두가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전혀 다르다. 앞서 살펴본 댄 애리얼리의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있을 때 일을 더 많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한 칭찬을 들을 때, 동료애를 느낄 때,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됐을 때, 명예가 드높아질 때 더 헌신적으로 노동한다. - 198쪽
이 책이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있는 경제학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이유가 바로 이 행동경제학을 토대로 우리 사회와 인간의 다양한 상황에 대해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경제학의 논리에 따르면 호모 에코노미쿠스로서의 인간은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고 IBM컴퓨터처럼 뛰어난 기억용량을 갖고 있으며 간디와 같은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로 항상 효용과 이익을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존재인듯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주류경제학의 저 논리가 계속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그 프레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인 자본에게 유리하고, 통제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논리들을 행동경제학의 온갖 실험과 연구결과를 제시하면서 하나씩 그 프레임을 깨고자 한다.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의 결론은 더 큰 보상을 기다리면서 마시멜로를 안먹고 참은 아이들이 사회적 성공을 거둔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 실험은 겨우 9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고, 심지어 실험 대상 아이들이 모두 사회적 상류 가정의 아이들이었다는 것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이후 새로운 마시멜로 실험이 실시되었는데 표본을 900명으로 늘리고, 표본 대상도 인종, 민족, 부모의 교육수준 등을 고려해 골고루 배치한 것이다.
그 결과는?
아이들의 성공여부는 만족지연 능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사회적 성공에 영향을 끼친 것은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능력이었다는 결론을 도출해내게 되었단다.
그렇다면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것은 아이들에게 인내심을 가르치는 것이 될 수 없다.
아이들의 가정환경, 경제능력과 상관없이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의 구비로 눈을 돌려야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금수저들의 갑질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이 역시 실험 결과를 보면 황당하다.
금수저들은 자신의 성공을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과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실험에서는 고소득자들이 오히려 가난한 이들보다 더 나눔에 인색한 결과까지 보인다.
돈이 인간을 사악하게 만든다는 결론도 나올 수 있다.
뇌물과 사교육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나만 안하면 무조건 내가 손해야라고 생각하면서 같이 폭망하는 길로 사이좋게 손잡고 가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고, 우리 사회에서는 사교육 현장에서 도돌이표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 여기에 대해서는 솔직히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어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이 책의 수많은 사례와 실험들을 보면서 절망하기도 하고, 희망을 가지기도 하고 오락가락하게 된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가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한국사회에서 인간을 이야기하는 행동경제학은 우리가 다시 짚어봐야할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글은 쉽고 가볍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현실은 암울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그렇게 이기적인 존재가 아님을 확인하게 되는 것도 행동경제학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여전히 나는 희망을 본다.
인간이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지만, 그 알수없음의 밑에 깔려있는 인간의 선함과 연대와 다정함과 배려의 힘을 다시 믿어보는 것이다.
아 그리고 알라딘 서재지인들을 위한 유용한 팁하나
이 책의 첫 주제가 자아고갈 이론에 대한 이야기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인데, 이걸 보면 알라디너들이 왜 책탑을 쌓아놓고, 집에 둘 공간도 없으면서 자꾸 자꾸 책을 사는지를 알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구매하지 않는데도 에너지가 든다. 사고 싶은 책을 안사고 인내하는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인간의 에너지란 한정된 것이라 이 에너지가 계속 소모되면 결국 오로지 욕구만 남아 폭풍쇼핑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 중에 야식을 폭식하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음 그러니까 끝까지 참지말고 한번에 한권씩 책을 사서 욕구를 좀 풀어주는것?
그래서 인내에 에너지를 너무 쓰지 않으면서 점점 구매 간격을 늘려가면서 자기 통제력을 확대하는 것이 정답 되겠다.
물론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듯이 서재 지인들 역시 성공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