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한국인들에게 한은 한번 생기면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슬픔에 빠져 있어야 하는 무엇이 아닌, 맺히면 풀어야하는 것입니다. 한이 풀리면 아주 그냥 기분도 좋고 에너지도 넘치는 감정이 찾아옵니다. 신명이죠.
이것이 옛사람들이 한과 신명을 함께 언급했던 이유입니다.
우리의 예술에는 ‘한과 신명‘이라는 키워드가 항상 함께합니다.
가장 한스러운 춤이라는 살풀이‘는 진행될수록 역동적이고 힘찬춤으로 바뀌어 갑니다. 제목 자체가 살풀이‘ 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P307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변신의 의미를 다른 문화권들의 변신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내면의 악이 자신을 침식할지 모르는 두려움을 표현한 서구 개인주의 문화권의 변신과 현실의 내가 아닌더 크고 멋진 내가 되려는 욕망의 표출인 일본의 변신에 비해, 한국의 변신은 다른 존재들도 나처럼 되고 싶을 거라는 생각‘ 에서비롯됩니다.
- P313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편감의 가장큰 원인은 주관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관성이란 경험에서내가 느끼고 받아들인 부분 입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이 모두 같지 않은 이유죠.
- P318

여기서 사람들의 동기는 두 갈래로 갈라지게 됩니다. 벽을더 튼튼히 하고 벽 안에서 살든지 벽 밖으로 나가 괴물들과 맞서든지 말입니다. 두려움이 크고 안전 욕구가 강한 이들의 선택은벽 안입니다. 벽 밖으로 나갔다가 호되게 당한 이들은 아예 벽 안에서만 지내기로 마음먹습니다. 히키코모리가 그들입니다.
일본인들에게 벽은 시멘트와 벽돌로 이루어진 실제의 벽을의미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이러한 벽을느끼는 듯한데요. 혼네와 다테마에로 요약되는 일본인들의 대인관계는 타인과 나 사이의 분명한 경계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 P341

일본의 변신물에서 주인공이 변신한 대상은 매우 강하거나아름답고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변신한 주인공이 자신의이전 정체성과 새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을 하든 말든, 변신한 모습은 대개 예쁘고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일본 문화는 상당히 경직된 문화입니다. 사회에는 지겨야 할규범들과 해야 할 의무들이 가득하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못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 되면 주위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말할 수 없는 수치를 느껴야 합니다.
- P350

이러한 문화 속에서 사는 이들은 주어진 일에 충실한, 정해진 일 외에는 생각하기 곤란한 제한적인 자아상을 갖게 될니다.
주의가 타인에게 있으며 타인이 시킨 일을 수동적으로 행하는 자아를 문화심리학에서는 대상적 자기라고 부릅니다. 일본 문화에서 일본인들은 자신은 이러한 존재라는 생각을 지닌 채 거기에서비롯된 욕망과 불안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 P351

한국인들은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주체적 존재(주체성자기)로서 자신을 규정합니다. 이는 한국 문화의 몇 가지 특성들,
요약하자면 관대한 양육 태도와 거기서 비롯된 자기애적 성향과비현실적일 정도로 높은 자기 가치감 등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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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 사람들이 현실을 보는 방식과 관련되어 각 문화콘텐츠의 차이는 두드러집니다. 일본인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환상의세계를 보려 하는 반면, 한국인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현실 세계를 보려 한다고 할까요?
- P49

한국인 심리를 연구해 온 연구자의 입장에서 한국인의 일반적 신뢰 수준은 높은 편이나 기관 및 시스템에 대한 신뢰 수준은낮다고 말씀 드릴 수 있는데요. 공적 영역에 대한 낮은 신뢰는 우선 역사적으로 한국의 국가 시스템이 한국인들에게 행해 왔던 일들을 떠올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P64

일본인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타인이 명확히 구분되는 존재라는 전제 아래 관계를 맺습니다.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꺼려 하고 사회적으로 규정 지어진 행동반경 안에서 행동하는 것을 편안해하는 것은 이러한 전제에서 비롯되는 문화입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타인의 입장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대인 관계를 해 나갑니다. 한국인들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이심전심), 때로는 상대방의 영역에 지나치게 깊게 들어가거나(참견) 상대가 원치 않는 오지랖을 부리는 것 또한 이러한 전제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P110

이 주관성이야말로 정의 한국적 특성입니다. 자신이 인식하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그리고 자신이 상대방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우선하는 친밀하고 따뜻한 감정이 정입니다.
국민 과자 초코파이의 광고 카피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인 것은 정의 주관성이 강조된 것입니다.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수가 있겠습니까. 내가 ‘안다고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이 주관성은 한국인 심리의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그리고 주관성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한국적인 현상이 일어납니다. - P121

정리하자면 일본인들에게 아마에란 매우 간절하지만 쉽게표현할 수 없는 마음, 어쩌면 표현해서는 안 되는 마음입니다. 힘들고 외롭다고 아마에를 드러냈다가는 폐를 끼치는 인간‘ 또는
‘자립하지 못한 인간‘이란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는 것이죠. 그 대상이 가족일지라도 말입니다. 이러한 아마에의 이중성은 일본인들의 마음에 매우 취약한 부분을 만들어 냅니다.
- P127

마지막으로, 화병의 원인이 되는 억울함의 보다 본질적인 속성은 그 감정이 매우 주관적‘으로 경험된다는 것입니다. 주관성은 한국인들의 마음의 질을 규정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이해되고있는데요.
- P173

따라서 개인의 행동을 규정하는 사회적 규범과 타인의 시선등은 일본인의 심리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주요한 기준이 됩니다. 즉, 일본인은 자신의 행위가 사회적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 극심한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이들을 만나는 상황을 극도로 꺼립니다. 이렇게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자기 방 안에서만 생활하는 이들을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놀0)‘라고 하는데요. 히키코모리가 일본의 중요한 사회적 현상이 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P176

그런데 어떤 이들은 자신이 본 문화의 한 측면을 그 문화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이는 마치 코끼리의 코에 붙어 있던 개미가 코끼리는 구불거리는 거대한 뱀이라고 생각하거나 항문근처에만 머물렀던 개미가 코끼리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큰 구멍이라고 믿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 소위 표집의 오류‘ 입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이들과 교류하며 지냅니다. 그래서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그러한 내집단 안에서는 서로 알고있는 그렇고 그런 정보들 중에서 더 극단적인 것을 선택하게 되는
‘집단 극화‘나 동조 압력으로 충분한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의사 결정에 이르는 ‘집단 사고‘가 나타나게 됩니다.
- P186

일본인들은 온을 입으면 그것에 감사해야 하고 또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혜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은혜 입기를 꺼려할 정도지요. 온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계층적 위계질서속에 있는 사람의 경우는 괜찮지만 관계가 멀거나 자신보다 낮은위계에 있는 사람에게 은혜를 입는 것은 가장 불쾌한 일로 꼽힙니다.
- P239

서양의 하모니가 각자의 개성을 가진 개인들이 어떤 목표를위해 집단을 구성하고 일시적으로 정해진 역할에 따르는 것이라면 일본의 와는 이미 정해진 집단의 목표를 위해 지속적으로 개인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성격이 짙죠.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개인적인 행동을 하거나 개인의 본심을 드러내는 것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와를해치는 것은 엄청난 민폐로 받아들여지고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들은 따돌림(이지메)을 당하게 되죠..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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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를 시작하면서 내가 아는게 너무 없구나, 이러다가 다음 달 책은 제대로 읽을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 중, 여러 알라디너님들이 소개한 이 책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자고로 입문이란 말을 달고 나오는 철학 책 치고 진짜 입문인 경우가 잘 없지만 그래도 입문인데 다른 책보다야 읽을만하겠지 싶어 이번 2월에는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와 함께 이 책 <페미니즘 철학 입문>을 같이 읽기로 했다.

물로 나 혼자서 한 결심!


아 그런데 정말 이 책 대박이다.

일단 정말 입문 맞다. 

철학 입문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음에도 알아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어서인지 알아듣기 쉽게 입말체까지 구사해주신다.

정말로 옆에서 저자의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고개 끄덕여가며 책을 열심히 밑줄치며 읽게 된다.

어떤 분야든 입문이라 함은 그 분야에 초보인 이를 어떻게든 꼬드겨서 그 분야를 공부하게 하거나 하는 식으로 실제로 입문시키는 것이 최고의 성취일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성공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정말 페미니즘 철학을 제대로 공부해야겠구나, 아 여태까지 이거 공부안하고 뭐했지?하면서 내 머리통을 쥐어박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심지어 이 책은 뭘 읽어야 될지 아예 텍스트를 알려준다. 

이 책에서 페미니즘 철학으로 이끄는 길잡이 책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서재지인들과 함께 읽는 책 외에 늦게 출발한 나를 위해 이 책에서 소개하는 페미니즘 책들을 매달 1권씩 같이 읽어 나가는걸로.....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외침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권의 옹호>


  18세기 프랑스 혁명기를 살아간 여성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계몽철학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얘기했지만, 그 인간에 여성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질타하며 여성도 인간임을 천명했다. 

이성에는 여남이 없고, 인간의 영혼에도 차이가 없으니, 여남은 인간으로서 동등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 여성이 단두대에 설 권리가 있으면 의정 단상에도 오를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던 올랭프 드 구주와 같은 시대의 같은 주장이다.

또한 프랑스 혁명의 결과 탄생한 공화정이 국민교육법안을 만들면서 소년들의 교육만을 반대하면서 여성-소녀들의 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이 책은 쓰여졌다고 하낟.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페미니즘 책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에 관한 책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 주장하는 논지는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헌법에 모두 반영이 되고 이루어졌다고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법은 법이고, 현실이 그 법을 항상 다 반영하지는 않는 법이다.

몇 년 전 정의당의 류호정 의원이 국회에 원피스 하나 입고 왔다고 국회의원 자격이 있니 없니 떠드는걸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는 젊은 여성 국회의원이 어떤 정책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는가가 아니라 옷차림이 맞네 아니네로 여성을 평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집안의 남자를 위해 다른 모든 여성형제들이 희생하던 시기를 벗어난 것도 사실 얼마 안된다.

아직도 실제 삶의 구석구석에서 여전히 민주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타자로서 여성의 정의하다 -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19세기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달리 20세기의 시몬 드 보부아르는 타자로서의 여성에 주목한다.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보부아르에게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인간이 어떤 식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이다. 이 때 인간은 주체의 입장에 섰을 때 자유를 누릴 수 있는데 여성은 역사에서 주체의 외부에 위치한 타자의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타자의 위치에 있는 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것. 보부아르에 의하면 여성은 인간이 아니었고 결코 자유로운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젠더로서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것이 여성성의 신화를 만들어낸다. 이 여성성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남자다. 그들 중심의 지배권력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남성의 대척점에 여성을 두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여성성의 신화는 특히 프로이드에 의해서 강화되어지는데, 프로이드의 가족모델에서 여자는 언제나 결핍된(바로 페니스가) 존재, 타자, 없는 존재가 된다. 이에 대해 보부아르는 이것이 바로 가부장제고, 이게 원초적으로 여성을 옭아매는 억압이라는 통찰을 보여줌으로써 2세데 레디컬 페미니즘을 예고한다. 




여성성이라는 신화를 부수며 - 베티 프리단 <여성성의 신화>



2세대 페미니즘을 열어제낀 책. 

남성이 말하지 않는 여성성에 대해서 여성인 내가 이야기할 것이라고 선언하고,남성이 규정했던 그 여성성이 신화라는걸 밝혀내고 그 신화를 깨는 책. 그 신화를 만든 것이 가부장제라는 것을 명확히 규정해낸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문제가 이거야라고 할 때 진정으로 그것에 대해서 사고하기 시작하고, 거기서부터 모든 운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외침을 통해 사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구분을 하는 주체가 남성,  가부장제임을 밝히고, 가부장제의 억압이 바로 정치적인 것을 밝힘으로써 여성이 자신의 주체성을 온전히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럼으로써 여성들이 가부장제를 깨고 자신의 사회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성 계급을 호명하며 자궁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다.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마르크스주의자로서 파이어스톤은 여성 자체를 하나의 계급으로 호명한다.

규정은 항상 중요하다. 이름을 불러 줄때 우리는 꽃이 되기도 하지만 이름을 명확하게 부름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성취할 수 있는지가 명확해지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계급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문제이므로 여성문제 역시 해결되리라 낙관했지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재생산을 강조하고, 재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근본적인 착취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쓰고 사회주의 사상을 연구하는 동안에 그 많은 자식들은 누가 돌보았을까를 생각해보면 자명한 문제다.

그럼으로써 파이어스톤은 아예 가족제도를 없애자라는 데까지 논지를 펼치고, 아동기에 대한 환상도 깨면서 사회적인 양육까지 제시하는데로 나아간다. 

파이어스톤의 논지는 주장 자체는 다른 의견들에 비해서 과격하지 않은데, 그것이 이른 결론에서는 가장 과격한 또는 급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대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는 차치하고 이런 대안에 이르는 과정은 흥미진진할 듯하며, 동시에 이런 대안이 품고있는 문제의식이나 다양한 가족의 형태, 아동양육의 형태에 대한 고민을 살펴보는 것은 충분히 유의미할 듯하다.


자매들의 밖에 서서 자매들에게 차이의 문제를 묻다 - 오드리 로드의 <시스터 아웃사이더>



이 언니 진짜 세다. 정말 멋지다.

페미니즘 철학 입문에서 소개되는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모두 멋지지만 역시 최고는 오드리 로드 이분이다. 

앞의 페미니스트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들이 말하는 여성은 누구냐고? 하나의 개념으로 묶인 여성이란 결국 백인 중산층 여성이 아니냐고 말이다.

여성은 하나가 아니라 복수이고, 여성이라는 말 안에 단수의 여성은 없다고 말하면서 여성 내부의 차이에 주목하라고 요구한다. 여성을 단수적 존재로 이해할 때 그것은 필연적으로 백인 여성을 중심에 두는 것이고 나머지 흑인 노동자 노인 등의 여성은 주변으로 소외된다는 것을 말한다.

단일한 대오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일한 대오는 - 실제로 단일한가와의 여부와 관계없이 - 기존의 가부장제가 여성을 타자로 만들었던 방식과 결국은 같은 방식이며 이런 방식으로는 여성 내부의 다양한 존재와 차이,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여성 내부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분열이 아니라 오히려 운동의 역량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저항운동에서 차이를 말하면 배신자 취급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당당하게 차이를 주장하고, 그 차이를 더더더 많이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운동의 역량이라는 것을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 철학적으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진정 용기있는 여성이다. 원래 내부자 고발이 제일 어려움 법이니 말이다.

다른 여성들이 각자 다른 자신의 처지와 주장과 삶을 다양하게 얘기함으로써 각자의 다른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라는 주장이 어떤식으로 펼쳐질지 가장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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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2-02-28 06: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좋은 책 또 좋은 책들!!!!!!!!❤️❤️❤️

바람돌이 2022-02-28 11:47   좋아요 2 | URL
진짜 좋은 책들의 행진 맞아요. ^^

책읽는나무 2022-02-28 06: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요!
바람돌이님께 수업 듣는 학생들 부럽다!!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입문자라 이 책 사놓기만 했는데 읽어 보고, 다른 책들도 더 읽어봐야 겠네요.
어떻게 여성주의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더 많이 읽어야 겠구나!! 란 생각이 자꾸 드는 걸까요?모르는 게 넘 많아서 그렇겠죠?ㅋㅋㅋ
바람돌이님과 함께 읽어서 좋았습니다.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좋네요.좋아~^^

바람돌이 2022-02-28 11:49   좋아요 3 | URL
하하 아이들은 뭐 좋아하는 애들도 있고 싫어하는 애들도 있고... 음 아무생각없는 애들이 제일 많겠네요. ㅎㅎ 이 책 입문용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여성주의 책 읽는데 기본 지도가 되겠구나했어요. 저도 나무님과 같이 책읽어서 좋네요. 3월에도 같이 해요^^

미미 2022-02-28 08: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철학 입문> 저도 너무 좋았는데 소개된 책들까지 바람돌이님이 잘 정리해주셔서 다른분들에게도 도움이 될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2-28 12:07   좋아요 1 | URL
제가 볼려고 정리하는 거죠. ㅎㅎ 이 책 읽으면서 저기 나온 책들 꼭 읽고싶다는 생각이 막막 들더라구요.

단발머리 2022-02-28 08: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반정도 읽고 아껴두고 있는데ㅎㅎ 서둘러 읽어야겠어요. 관련 책들 링크해 주시고 정리해 주셔서 넘 좋네요!!

바람돌이 2022-02-28 12:10   좋아요 2 | URL
아 저는 마지막 오드리 로드 편이 진짜 좋더라구요. 앞부분 읽으면서 드는 페미니즘에 대한 약간의 미진함을 한방에 날려주는.... 단발머리님의 평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22-02-28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8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2-28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아들을수 있다는 말에 용기 얻어봅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2-03-02 01:11   좋아요 1 | URL
철학이라는 말에 주눅들지 않아도 됩니다. 네 저는 주눅들었었으나 이 책은 정말 쉽게 썼어요. mini74님의 리뷰도 기대하겠습니다. ^^

희선 2022-03-01 0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철학 입문》을 보시고 거기에서 소개하는 책도 보시려는군요 멋지네요 그런 게 바람돌이 님 뿐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도 좋을 것 같아요 여기에서 글을 보는 사람한테도...

바람돌이 님 삼월이에요 좋은 삼월이기를 바랍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3-02 01:12   좋아요 1 | URL
삼월은 제게는 항상 너무 바쁘고 정신없는 달인지라 항상 3월이여 오지마라를 외칩니다. ㅎㅎ 그래도 올해는 제가 조금 여유가 있을 거 같아 마음이 조금 덜 부담스럽네요. 그래서 열심히 읽어보려고요. ^^ 희선님도 좋은 삼월 되세요.
 
페미니즘 철학 입문 -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김은주 지음 / 오월의봄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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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책의 최대의 성취는 바로 그 입문을 읽는 독자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바로 그 최대의 성취를 이룬다. 아 페미니즘 철학을 제대로 공부해야겠구나라고 절감하게 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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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정치에 깔린 이 이분법은 억압받는 자들의 대상화로 이어지게 마련이죠. 흔히 주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비주체를 마음대로 규정해요. ‘비주체들은 어떨 것이다‘라고요. 그게 대상화예요. ‘저 사람들은 결핍되어 있고 불쌍해, 저들은 불행할 거야. 이걸 대상화라고 하는 거예요. 이 대상화라는 건 실제로 그집단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설명할 권리를 안 주면서그들이 어떻다고 다 말하는 거예요. 그들이 말하려고 하면, ‘조용히 해. 내가 대신 말해줄게. 너는 이런 사람이야‘ 하는 거요.
- P383

이 차이를 차별로 만들고, 차이를 대립이라고 생각했던 소위 동일한 주체들이 사실 자기도 하나의 차이 나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이 차이들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들이 알려고 해야 되는데 거꾸로 알려달라는 것도 문제라는 거고요. 차이를 분열로 만드는 건 차이를알려고 하지 않는 너희들 탓이라는 게 로드가 말하려고 하는 바인 거죠.
- P391

자기의 특권을 인식하기. 나를 정상성에 놓고 말하는 게아니고, 내가 백인이라는 특권, 내가 가진 위치의 특권성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자리 잡는 것. 이게 되게 달라요. 보통 우월성을 앞세워서 이야기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오드리 로드는 사실 그 우월한 자들은 우월성을 정상성이라고 말한다는 거예요.
‘모든 인간‘이라고 호명해요. 그런데 특권을 인식한다는 건, 내가
‘모든 인간‘이라는 게 아니라 내가 특권을 지닌 존재로서 이야기한다는 거죠. 자신을 ‘모든 인간‘이라고 호명하지 않고,
- P393

차이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를 설명할 때 자신의 문제점을소위 억압자들에게 설명하려 하지 말고, 자기의 역량을 길러내는것에 힘쓰라고 하는 거예요. 동시에 억압자(로드는 억압과 피억압이라는 아주 단순한 구도로 이야기를 시작하니까요)들은 피억압자들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말고, 네게 특권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세계를 이해하라고 하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가진 일반의 지위에서내려와서 나를 주변화된 지위나 특수화된 존재로 만드는 작업을하라는 거예요.  - P395

당시 미국에서는 전미여성기구 같은 단체도 조직되고, 여성운동이 어느 정도 성장을 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미 우리가 얻었다‘ 라고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양성평등을좀 이뤘다든지, 백인 여성을 기준으로 해서 가정에서 머무르지말고 공적 영역으로 나가자고 한다든지. 그런데 사실 그 안에서여성의 지위는 한정적이에요. 왜 한정적일까요. 잘난 여성으로서존재할 지위만 있으니까요. 적어도 대학 교육은 받았고 집에서아이를 돌봐야 해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라면 일을 찾을 수는있겠죠. 그렇지만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은요? 이미 집안에서 일도 하고 밥벌이도 하고 있는 여성은요? 그 여성들에게는어떠한 변화가 있는 것일까요?
- P401

근본적인 차이, 근본적인 문제, 구조를 혁파하거나 여성을종속에서 끊어내려면 가부장제가 다양한 차이들의 맥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토할 수 있도록 차이들을 인정하고 이해하는전략을 가져와야 하는데, 이 모든 경험을 동일하다고 해버리는순간 우리는 주인의 집에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거예요. 반대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그 구조를 유지하는 데 우리도 기여하는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P406

(나이, 인종, 계급, 성>이라는 글은 로드의 시로 마무리가되는데 마지막 부분이 이래요. "모르겠다/우리가 역사 너머 새롭고 더 많은 가능성을 품은 관계를 갖게 될지." 목적이, 결말이 없다는 거잖아요. 저는 이 말이 마음에 들어요. 저는 더 많은 세계에대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자유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억압자들이 말하는 정확한 유토피아라는 거짓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 P410

이 위대한 인간이라는 사유를 지탱하는 전제는 이래요.. 나는 이 세계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원자적인 개체이기 때문에그 안에서 굉장히 큰 자유의지를 갖고 세계를 개척할 수 있고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게 바로 글레인 거예요. 차별받는 사람한테 자긍심을 가지라고 아무리 말해도 자긍심을 갖기 어려운데, 자유의지가 있고 이걸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긍심을 못 갖는 건 누구 탓이 되는 거죠? 그 사람 탓이 돼요. ‘넌 그렇게 정신승리가 안 되니? 그렇게 될 수가 있어요.
- P413

이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의 모멸은신체로부터 오는데, 이렇게 되면 신체의 모멸 따위는 중요하지않은 게 될 수 있는 거예요. 정신적으로 나는 내 자유의지를 통해서 결국 극복할 거라는 신화들이 만들어지는 거죠.
- P414

이렇게 자기와 가까운 존재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자신에게 향한 혐오를 "죽음의 저주‘라고까지 말합니다. 왜 죽음의 저주인지 아시겠죠? 사실상 흑인 여성들은 흑인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혐오할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살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살고 싶다고, 그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 P422

로드는 분노의 원천이 혐오라는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분노와 혐오가 만나면 잔임함으로 바뀌는 감정의 역학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너무 많은 혐오를 감내하면 잔인해지죠. 유치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자기를 사랑해야 된다고 하잖아요. 자기를 사랑해야 세상에 대해서도 애정을 베풀 힘이 있다고 하잖아요. 자기 혐오하는 사람들은 사실 나도 살기 힘들고 내가 싫어 죽겠는데 세상이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그럼 이 존재들이 더 잔혹해질 때도 있어요.
- P424

로드는 여기서 아주 훌륭한 통찰에 도달합니다. 바로 자신의 상처와 그로 인한 고통을 인정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괴롭혀은 적대자들이 자신의 상처를 이용할 수 없다는 거예요.  - P425

그러니까 로드의 무기는 뭐냐면, 온전히 차별받았던 그 상황이에요. 이 페미니스트들, 이 소수지들, 이 차별받는 사람들은요,
자기가 살고 있는 이 현장, 이 신체, 이 공간 밖에서 대안을 찾지않아요. 자기가 살아온 이 신체, 자기가 살아온 이 현장, 자기가살아온 이 조건이 자신의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들, 거기서 출발해요. 이건 새로운 방법론인 듯도 싶어요.  - P427

 근대 도덕의 원천은 이성에 있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페미니즘은 감정을 중요하게 다루고, 감정의 방향을 바꾸는 방식들과거기에 필요한 중요한 가치들을 제안해요. 하나는 차이와 타자성의 존재고 또 하나는 연결성, 관계성이라는 윤리적 가치죠.  - P432

예를 들면 외부에서 우리를협박하는 인종차별주의에 저항하는 힘을 만드는 것보다 나와 비슷한 존재들을 싫어하는 게 더 쉽다는 거예요. 중요한 성찰이조.
같은 경험을 하면 연대한다는 말에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왜? 우선, 같은 경험도 없고, 모든 경험이 같지도 않죠.  - P434

 여성들이 같은 경험으로 연대한다‘라는 말에는 뭔가가 빠진 거예요. 우리가 같은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얻어야 한다면, 그건 페미니즘적으로 해석된경험이겠죠. 페미니즘의 이해를 거쳐 자신의 경험에 자긍심을 느끼고, 그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또 다른 경험을 통과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언어를 거쳐낸 경험으로 소통해 연대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 P435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결코 충분히 훌륭하지 못한 존재로 규정되는 흑인 여성이다.  - P448

로드의 훌륭한 점은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그것들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것을 정치 활동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정의할 권한을 분명히 하고, 엄마에게 기대했던 그런 포용의 시작과 성장과 기대를 스스로에게 쏟아부어야 한다는 거죠.  - P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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