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니콜라오스 성당을 떠나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리키아 왕국의 공동묘지와 원형극장으로 향했다.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내리자마자 내려쬐는 햇살이 정말 장난 아니다.

 

얼마 걷지 않아 심상치 않은 풍경이 눈앞을 떡 하니 막아선다.

 

 

 

고대 리키아 왕국의 절벽 무덤들이다.

정말 절벽을 꽉 채우고 있는 무덤들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날처럼 햇살 따가운 여름이 아니라 겨울 흐린날이라면 아주 음산할 듯도 하고.....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역시 가을이나 겨울이 좋을듯하다.

 

고대 리키아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이렇게 절벽을 파서 방을 만들고 그 안에 석관을 만들어 시신을 안치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입구는 집모양이나 신전모양으로 꾸며주고....

이 무덤들의 외벽 역시 원래는 화려한 색깔로 채색을 했었다는데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색채는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아주 약간의 흔적만 남아있다.

무덤이 죽은 이가 사는 집이란 개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디나 비슷한 듯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땅에 묻는 매장의 방식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절벽을 파서 시신을 안치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인들이 흔히 그랬듯 이들 역시도 영혼 불멸과 후세의 부활을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신을 땅에 묻어 썩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렇게 절벽을 파고 석관까지 마련하여 시신을 안치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위가 높을수록 절벽 높은 자리에 묻었다는데 이 역시 하늘에 가까이 갈수록 더 빨리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기때문이란다. 예나 지금이나 힘있는 이들은 위를 좋아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느끼는 건 좀 다르다.

어차피 그런 이론들은 뚜렷한 증거가 있는 것들이 아니고 대부분 역사학자나 고고학자들이 그러려니 하고 추측해내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 지역의 무덤만 두고 본다면 아래쪽에 올수록 조각도 더 정교해지고 꾸밈새가 오히려 화려하다.

그러니 지위의 고하만으로 무덤위 위치관계를 판단하는게 맞는지 헷갈리는거다.

시간상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순서를 취할 수도 있었겠구나 싶은데 이런 무덤 유적을 따로 더 본 것이 없으니 이 역시 의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절벽무덤을 바로 옆에 끼고 있는 유적이 로마시대의 원형극장이다.

앞으로 계속 지겹도록 볼 원형극장이지만 터키에 와서 일단 처음보는 원형극장이니 호기심 충만이다.

 

진입로 입구에는 온갖 유적들이 뒹굴고 다닌다. 은유가 아니라 진짜로 뒹굴고 있다.

뭐든지 많은 놈들은 아까운줄을 모른다. 우리라면 박물관에 고히 모실텐데......

 

원형극장 앞에 뒹구는 가면조각들 앞에서 흉내내기를 시도했으나 별로 성공적이지는 못한 해아.

사실 이런 흉내 사진은 울 옆지기게 최곤데 자기 사진은 못올리게 하니 패스.... ㅠ.ㅠ

 

이런 가면 조각들은 안탈랴 박물관에서도 전시되어있는걸 많이 봤었는데 무대를 장식했던 조각들이라고 한다.

주로 극속의 인물들을 표현한 것이라는데 밑에서 보면 웃는 얼굴인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화난 얼굴이 된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또는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서 표정이 달라지는건 우리나라나  다른 곳에서도 볼수 있는데 이게 의도적인지 아니면 원래 만들다보면 그렇게 되는건지 알 수는 없네.....

 

죽음의 공간인 무덤 바로 옆은 삶과 유희의 공간인 원형극장이다.

뿐만 아니라 원형극장의 위쪽이 절벽면인데 모두 무덤들이다.

로마시대 사람들이 공연을 하고 경기를 벌이면 산자들과 죽은자들이 함께 관람을 하는 형국이다.

삶의 공간과 죽음의 공간을 분리하거나 터부시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나 여기나 옛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일까?

실제로 지금은 무덤과 원형극장만 남아있지만 우리가 딛고 있는 땅 아래 모두는 옛 도시가 묻혀있다고 한다.

지진과 강의 범람으로 인한 퇴적물이 옛 도시를 완전히 덮어버린 것이다.

결국 일상의 삶과 놀이와 죽음의 공간이 더불어 함께 있는 곳이 이곳이다.

삶의 공간과 죽음의 공간이 분리되는 것은 어쩌면 자본주의와 함께 시작된 듯한데 이에 관한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겟다는 생각을 잠깐 한다.

 

 

파노라마 사진은 이렇게 확 잘려버리네....ㅠ.ㅠ

 

 

 

 

사람이 제법 많았었는데 다 어디 갔을까?

이렇게 사람없이 찍힌 사진도 있었다니 신기할세.... ㅎㅎ

원형극장에서 우리가 제일 궁금한건 마이크가 없던 고대에 정말 무대의 공연이 뒷쪽까지 들렸을까였다.

여기까지 왔으니 당연히 실험해야지. 이렇게 사람이 별로 없는 원형극장을 또 언제까지 갈거냐고..... ^^

실제로 울 옆지기가 아래쪽에 먼저 내려가서 소리를 내봤는데 제일 뒷쪽에 있던 우리한테 너무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리는거다.

실제 원형극장을 지을때 소리의 반사를 최적으로 하기 위해 좌석의 면이나 크기, 돌의 종류까지 모두 신경써서 만든다는데 실제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가 어찌나 또렷하던지.... 노래라도 하나 할려는 찰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오는 바람에 어울리지 않게 수줍음을 탄 옆지기가 포기한건 아직도 아쉬움.... ㅎㅎ

 

원형극장의 유적들. 그리고 절벽의 무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가게에 잠깐 들러 터키와서 처음 본 슬러쉬를 사먹었는데,

이런 더위에서 갑자기 지나치게 찬걸 먹으면 죽을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덮다고 벌컥 벌컥 먹었더니 머리끝부터 정신을 못차리게 아픈거다. ㅠ.ㅠ

어린 것들은 잘만 먹던데 나는 아닐세.... ㅠ.ㅠ

 

가게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터키 아저씨 아줌마들이 나를 막 부른다.

뭔가를 내밀면서 좀 먹어보라는데 표정이 뭔가 짖궂달까?

역시 보니 터키 고추다.

우리 나라 고추보다는 크기가 좀 크기만 거의 똑같이 생겻는데 음 내생각엔 이 사람들이 고추가루를 주면서 내가 매워하는걸 보고 웃을려는 심보인듯....

하지만 내가 누군가? 고춧가저에는 이력이 날대로 난 한국 아줌만데 말이다. ㅎㅎ

아까이거 하고 한입에 톡 털어넣었는데 고춧가루 맞다. 우리나라 고춧가루보다 훨씬 덜 매운..... ㅎㅎ

맛있게 냠냠거리는 걸 보고 터키 아저씨 아줌마들이 모두 놀라워한다. 내가 이겼다. ㅎㅎ

 

안탈랴로 돌아오는길은 생각 안난다.

왜냐하면 계속 잤으니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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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2-02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덤이 정말 신전같아요~~~하긴 신전이 원래 산 사람이 기거하는 곳은 아니니까~~~. 원형극장은 전 로마에서 가봤는데 공사중이라 안타깝게도 안에 들어가보지 못했는데 올려주신 사진으로 대리만족. ㅎㅎㅎㅎ 오늘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옆지기님의 흉내내신 사진 언제 몰래 올려주세요~~~~. ㅋ

바람돌이 2015-02-02 13:09   좋아요 0 | URL
음 원형극장은 여기보다는 파묵칼레에서가 정말 좋았어요. 여기는 원형극장 자체로는 훼손도 많고 원형이 남아있는게 적은 편이죠. 로마는 콜로세움말인가요? 아 거긴 정말 저의 로망입니다. ㅎㅎ
언젠가는 가겠죠. ^^

조선인 2015-02-0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해아라구요? 예린인줄 알았어요. 자매는 자매인가 봅니다.

바람돌이 2015-02-02 13:10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 보면 닮았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안 닮았대요. 사람들이.... ㅎㅎ
둘이 여전히 하는 짓이나 성격은 극과 극입니다. ^^

paviana 2015-02-0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곳에서 노래 불러불 기회 별로 없으셨을텐데..막 박수받으셨을텐데..ㅎㅎ

바람돌이 2015-02-02 23:44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역시 그놈의 수줍음이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