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메밀국수도 먹고 쇼핑도 하고 이제 원기를 다시 회복한 우리.
잠시 헤이안 신궁과 지온인 중에서 고민을 했다.
둘 다 가기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고 하나만 선택하자니 아무래도 절은 많이 봤으니 본격적인 일본 신사 하나쯤은 보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 헤이안 신궁으로 출발

1. 헤이안 신궁 - 1894년 일본의 욕망

버스를 내리면 바로 앞에 엄청나게 커다란 도리이가 기다리고 있다.



정문격인 저 도리이의 크기는 이 신궁의 건설이 국가적 사업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뭐든지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의 조합이라고 흔히 오해되어지는 일본이라는 나라.
19세기 말 제국주의로의 도약을 꿈꾸던 일본의 모습이 이 신궁의 거대함에 스며있는건 아닐까?



신궁에 들어가기 전에 관광객들을 상대로 인력거를 끄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근데 그리 크지 않은 체구인데도 딴딴해보이는,,
보는것만으로도 청춘의 푸르름이 느껴지는 한쌍의 모습 - 지나가는 관광객에 불과한 나를 한 순간 행복하게 해주는 웃음이었다.



또 하나 신궁 입구에서 만난 기모노를 입은 꼬마 아가씨..
무슨 기념촬영인지 부모인듯한 사람이 여기 저기 끌고 다니면서 열심히 사진 촬영중.
처음엔 당연히 일본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잠시뒤에 보니 엄마같은 이가 중국어로 쏼라쏼라~~~
잠시 신궁앞에 주저앉아 이 꼬마의 모습을 지켜봤는데 영 안돼보인다.
이 더운 날씨에 저 옷을 겹겹이 입고 여기 저기 끌려다니는 모습이란...
우리 일행 중 엄마이기도 한 여자 셋 입을 맞춰 " 야 아동학대다"를 외치다.



헤이안 신궁의 본당의 모습.
헤이안 신궁은 1894년 교토의 창립 110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기념물이다.
1894년이면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군대가 동학농민군 10만을 죽이던 바로 그때이다.
그들의 그런 제국주의적 욕망과 이 신궁의 건축은 어떤 관계를 가질까....
신궁 앞의 공간은 전형적인 일본의 공간배치와 사뭇 다르다.
드넓은 공간은 모래들로만 채워져 있고 텅비어있어 오히려 장엄함을 더한다.
여기에 입구의 거대한 붉은 도리이 그리고 본당의 거대함이 합쳐져 섬나라 일본이 아닌 제국주의국가 일본을 상징하는 듯하다.


여전히 헤이안 신궁은 참배의 공간이다.
이방인인 나로서야 전혀 참배하고픈 마음이 들지는 않지만 많은 일본인들이 참배를 하고 뭔가를 기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궁 앞의 저 나무들은 소원을 접은 종이쪽지들을 매달아놓은 것들이다.

헤인안 신궁을 나와 이젠 은각사다.

2. 은각사 - 쇼군이 아니었다면 행복했을 남자 아시카가 요시마사의 꿈

은각사는 8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마사에 의해 건립되었다.
그는 그의 할아버지인 아시카가 요시미츠의 금각사에 대한 일종의 경배로서 은각을 지은 듯한데 사뭇 분위기는 금각과 많이 다르다.
쇼군으로서 이들의 업적이나 성격또한 너무나 다르다.
3대쇼군이었던 요시미츠는 천황위까지 노릴정도로 권력욕이 강했던 반면, 요시마사는 끊임없이 쇼군으로서의 자신의 임무에서 벗어나고자한다.
그런 그가 그저 부잣집의 한량 도련님쯤으로 태어났다면 그는 위대한 예술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화적 도피로만 일관했던 그가 막부의 수장이었던 것은 불행이었다.
그의 치세동안 그는 골치아픈 정치적 일들에서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했고, 덕분에 그의 처가의 권력남용과 부정부패는 극에 달했다.
또한 동시에 후계자를 둘러싼 싸움에서 보인 그의 어정쩡한 태도는 권력다툼을 극대화 시키고 그것은 오닌의 난으로 이어져 교토를 황폐화 시키고 결국 무로마치 막부의 종말을 가져오는데까지 이르게 된다.
이른바 전국의 다이묘(봉건영주)들의 천하를 놓고 한판승을 벌인 전국시대의 시작이다.

정치적으로 무능의 극한을 달렸던 요시마사이지만 그의 문화적 업적은 만만찮다.
그의 치세동안의 문화를 히가시야마 문화라고 하는데 일본 전통문화의 핵이 된 와비(한적하고 검소한 취향)문화의 풍이 완성되는게 바로 그에 의해서이다. 이 시기 일본 다도, 수묵화, 정원, 가면극인 노 등의 분야에서 선의 정신을 구현하나 문화가 발달하고 이후 그것이 에도시대까지 일본 전통문화의 중심핵을 이루게 되는 것.

그래서인지 금각사와 은각사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금각사가 권력을 향해 치닫는 욕망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면 은각사는 권력과 세상으로부터 달아나고자 하는 은둔의 공간이다.



은각사의 입구는 특이하다. 키 큰 동백나무들이 장벽처럼 늘어서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곳이 바깥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의 입구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그 새로운 세계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해주지 않는 길.





동백터널을 지나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눈앞에 은각이 나타난다.
금각에 대응해 은각이라 부를뿐 실제로 금각이 금칠한 것처럼 은칠을 한 것은 아니다.
오래된 목조 건물일뿐....
그 목조의 색조차도 손질이 잘돼 반들 반들 윤이 나는 모습이 아니라 왠지 버려진듯한 우중충하고 칙칙한 느낌이다.
그때 당시야 이렇게 칙칙했겠냐마는.....
금각의 화려함에 길든 눈에 이 건물은 언뜻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은각의 앞에서부터 방장건물에 이르기까지는 이런 모래만으로 이루어진 고산수 정원이 펼쳐진다.
'달을 바라보는 누대'라는 원통 뿔모양의 모래와 '은빛 모래의 파도'라는 평평하게 갈퀴질이 된 모래더미 두개로만 이루어져 단순미를 보여준다.
료안지에서 보이는 바위더미들도 없이 오로지 모래로만 이루어진 정원은 요시마사 사후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는데도 그 분위기가 왠지 요시마사라는 인물과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화려한 맛은 없으나 오히려 은각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

고산수 정원을 두고 한켠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가면 요시마사가 직접 나무를 심고 돌을 배치했다는 연못정원이다.

정원을 지나 산책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일본 정원의 또하나의 특징인 이끼의 푸르름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이끼를 키우려면 들어가는 정성이 장난이 아닐텐데....
은각사의 느낌은 어쩌면 이 이끼들에서 더 잘 표현되는지도 모르겠다.
뭐든지 화려함이나 크기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초라하다거나 왜소한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작기에 더 많은 알뜰한 보살핌으로 완성하는 공간이라고 할까?



관광객을 위한 배려인지 한쪽에는 이렇게 다양한 이끼의 종류들을 모아 전시해놓고 만져보고 이름을 알아볼 수 있게 해놨다. 물론 나는 이름은 모른다. 읽을 줄 모르니까.... ㅠ.ㅠ
다만 이끼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데 잠시 놀라움을 표할뿐....




산책로를 따라 뒷동산에 오르면 가까이 은각과 고산수 정원, 그리고 저 멀리로는 교토시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지만 역시 모든 것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는 않는다.
절대로 한 눈에 모두를 파악할 수없도록 하는 일본 건축과 조경의 특징이 놀라울 정도로 잘 구사되어 있다.
또한 이곳에서 보는 은각의 모습이나 정원의 모습은 바로 곁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데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은각의 그 칙칙한 색깔 조차도 좀 더 고혹적인 색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요시마사는 이곳에서 오닌의 난때 불타는 교토를 보았을까?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모습을 보았을지가 새삼 궁금해진다.

3. 철학의 길 - 7인의 사무라이?? 아니 여행객

은각사를 나와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개울이라기엔 조금 크고 강은 전혀 아닌 둑길이 나타난다.
일본의 근대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늘 산책하던 길이라고 하여 '철학의 길'이라는 거창한 명칭이 붙은 길이다.
니시다 기타로라는 사람은 처음 들어봤는데 가이드북에 의하면 일본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린단다. 간단하 소개글에서는 니체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알수는 없고....



은각사에서 철학의 길 가기전에 만난 한 가게.
가게의 정문이 길쪽으로 나 있지 않고 옆으로 돌아서 있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아이디어인것 같은데 지나가는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멋대가리 없는 입간판같은게 아니라 자기 가게의 물건들로 아기자기하게 장식한 모습 - 이게 교토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인듯하다.



여기가 철학의길.
이름에 비해서 썰렁하긴 하지만 산책하기엔 딱 알맞은 길은 확실하다.

여기서 우리 전체 기념사진 한장


7인의 사무라이 흉내를 내볼까 하고 모두 손에다 길다란 것들을 하나씩 잡았는데 전혀 폼은 안나는구만.... ㅎㅎ 7명 숫자만 똑같다. ㅎㅎ



철학의 길에서 만난 조그만 식당. 다른 장식 없이 테디베어에게 낚시를 시키는 것으로 가게 광고가 전부다. 하지만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 아마도 우리가 배가 조금만 더 고팠다면 여기 들어가지 않았을까?



철학의 길 아래 둑의 물은 진짜 얕은데 거기 사는 잉어는 어찌나 큰지.... 잉어가 불쌍해 보일 정도. ^^

4. 자 이제 교토 안녕!

이로써 오늘 교토 여행을 끝으로 우리의 교토 여행은 끝이 났다.
이후 호텔에 가서 맡겨진 짐을 찾아 다음 숙박지인 오사카로 떠나다.



나이도 작지도 않은 인간들이 전부 짐 하나씩을 끌고 다니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보니 꽤 웃기다는...

5. 보너스 컷

교토의 유적지들은 입장권이 참 예뻤다.
처음에는 이게 일본이 다 그런건줄 알았으나 나중에 다른 지역을 돌아본 결과 교토만의 특징이었던 것. 다른 지역의 입장권들은 멋대가리 없는게 우리나라랑 거의 같은 형태다.



왼쪽 부적처럼 생긴건 금각사 입장권, 오른쪽 부적은 은각사 입장권이다.
가운데는 제일 위쪽은 료안지, 다음은 덴류지 그리고 가운데 아래 왼쪽은 청수사, 오른쪽은 고류지의 입장권으로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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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9-0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토는 특히 저런 전통의상 분장 코스가 많은 거 같아요. 중국에는 일본풍으로 꾸미고 사진찍는게 유행인 거 같구. 타이페이 갔을 때 웨딩포토전문점 거리 근처에 숙소가 있어서 가게 앞에 전시된 앨범들 구경했는데, 꼭 일본풍으로 꾸미고 찍은 사진들이 들어있더라구요.

바람돌이 2007-09-04 16:08   좋아요 0 | URL
전에는 일본 전통의상들이 딱히 예쁘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이번에 가서 유카타 입고 다니는 아가씨들이며 기모노 가게의 그 환상적인 색감 같은 것들을 보면서 진짜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마 저러니까 일반인들에게도 저게 하나의 이벤트 상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드팀전 2007-09-0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입장권 저희도 다 모아서 사진 정리할 때 빈 공간에 하니씩 넣었습니다.
교토는 사실 봄이나 가을에 한 번 꼭 가보고 싶어요.사람들로 미어터지겠지요..
사진을 보니까 몇 년전 기억이 나서 마음에 설레네요.

바람돌이 2007-09-04 16:10   좋아요 0 | URL
요즘은 사진 정리 안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따로 모아서 사진찍어서 증거사진으로 남겨두는 수를....ㅎㅎ 우리도 좀 각 문화재나 지역별로 특색있는 입장권 개발 같은 걸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저도 봄 가을 그것도 평일에 교토랑 아라시야마 가고 싶어요.

BRINY 2007-09-04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그런데 나라는 안가셨나요?

바람돌이 2007-09-04 16:14   좋아요 0 | URL
5일째 되던날 나라에 갔었어요. 나라는 엄청난 문화적 충격덩어리였다고 할까?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

2007-09-04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9-04 16:19   좋아요 0 | URL
저주받은 10년 모르셔? 작년부터 해서 10년간 추석 설이 모두 토일을 끼거나 아니면 적어도 한개는 토일을 끼게 되어 있는거.... 뭐 나로선 별로 나쁘지 않지만.. 어차피 난 아무데도 못가는걸... ㅎㅎ
한 이틀 이러고 글 쓰다가 늦게 자면 하루 정도는 또 한 9시부터 푸욱 자주니까 뭐 견디지 뭐...

아사히맥주 2007-09-06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에 교재 연구용으로 사놓았던 '마주보는 한일사'가 그닥 잘 읽혀지지 않았었는데, 이번 여행이후 다시 읽으니 술술 잘 넘어갑니다. 일본 정원, 집, 성의 의미를 잔뜩 설명해 놓은 글이 가보지도 않고 느낌도 없는 내게 별 흥미롭지 않았겠지요.
여러사람들이 지어서 반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꽤 재미있게 한일의 문화와 역사를 잘 비교해 놓았습니다.

바람돌이 2007-09-06 15:39   좋아요 0 | URL
누군지 알겠다. 무서워서 글 안남긴다더니.... ㅎㅎ 마주보는 한일사라 책의 관점이나 이런건 괜찮은지.... 나도 뭔가 정리가 좀 필요할 것 같은데-특힌 한일교류사 부분- 이 책이 괜찮을지 모르겠네...

이렇게 써놓고 나서 책 검색 들어가니 전국모임에서 나온거네.... 사야겠다.. 근데 이 책은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나온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