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농담조로 엄마는 지금이 엄마 인생에서 황금기지? 라고 한다.
요즘 가끔 시댁이나 친정이나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할 때가 있다.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었을까?
그래서인지 요즘은 자주는 못해도 어른들을 모시고 가까운 곳이라도 바람쐬러 가자고 나서게 된다.
코로나 시국 때문에 대부분 당일 여행이지만 그냥 좋은 공기 쐬고 좋은 경치 보고 맛난거 먹으면서 두런 두런 얘기하다 오는 정도.
그러다 이번에는 여동생과 엄마와 나 셋만의 1박 2일 여행을 시도했다.
친정아버지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없는 집의 큰 딸로 자란 나에게 엄마에 대한 생각은 좀 각별한데가 있다.
완주에 도착해서 유명하다는 순두부집에가서 배 두둑하게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오스갤러리와 아원고택.
오스갤러리의 티켓을 끊어야 고택을 구경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이 음..... 솔직히 지나치게 비싸다.

<오스 갤러리에서 아원고택으로 들어가는 길>

모두가 인생샷 찍는 그곳. 그러나 인생샷은 역시 모델이 좋아야 나오는거지말이다.
산책길도 예쁘고,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잘된 집도 예쁘고, 그러나 이곳을 보는데 만원이라는 티켓을 끊어야 한다는건 좀....
그러면 커피라도 무료 제공하든지, 커피도 2천원이지만 사먹어야.... ㅠ.ㅠ
여기서 두런 두런 산책하고 햇볕 받으며 앉아 놀다가 바로 근처에 있는 소양고택으로 향했다.
소양고택에는 <플리커>라는 한옥 책방이 있는데 예약을 해야 볼 수 있대서 전화했더니 당일 예약은 안받는단다. ㅠ.ㅠ
소양고택은 아원고택과는 달리 고택 내부를 산책할 수는 없고, 주변의 풍광과 고택을 잘 볼 수 있는 두베카페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엄마와 동생과 커피를 마시며, 얘기하는데 이런 눈이 내린다.
통창으로 내리는 눈이 어찌나 예쁜지 감탄 감탄하며 신나하는데 아 그런데 이 눈이 그치지를 않는거다.
시간은 오후 4시쯤이 되었고, 이곳은 지대높이가 꽤 있는 산 중턱쯤 되기에 운전을 해야하는 나는 솔직히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저 눈이 얼면 나는 여기 갇혀야 하는데..... 무사히 이곳을 내려가 전주 숙소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뭐 이런 고민들....
결국 나와서 사진 몇 장 찍고 부랴 부랴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ㅠ.ㅠ

<눈 내리는 소양고택, 저 흰것들이 눈이라지요>


눈 내리는 두베카페의 돌다리를 건너는 엄마와 동생. 엄마의 굽은 허리가 눈에 시리다.
전주 숙소에 와서 전에 말한 페이퍼대로 엄청난 술을 제공받고 일단은 전주한옥마을 산책에 나섰다.
이제는 운전할 걱정이 없으니 마음껏 눈내리고 사람없어 한적한 한옥마을을 산책한다.



시민들이 나무들마다 이렇게 다른 옷을 입혀준 것들이 그 마음씀이 너무 예쁘고 뜨개 옷들도 너무 예뻐서 저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한옥마을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 조각. 처음엔 진짜인줄알고 깜짝 놀랐다죠.
전주를 처음 온 엄마, 전주 딱 한번 오고 사람에 질려서 다시는 못올 곳으로 여겼다는 여동생과의 시간들이 이렇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