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 -눈이 제일 먼저 인식하는 것-은 종종 속에 든 내용물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31쪽)

 

이런 충동구매를부추기는 것은 현지의 경치와 멀리 보이는 풍경들이다. 왜냐면 이 도시에서 사람은 타고난 생김새보다 실루엣에 가깝기 때문이다. (38쪽)

 

자기 땅에서 '사회의 기생충'이라는 단죄를 받고 쫒겨난 시인의 어떤 마음으로 이국의 도시를 거닐었을까?

북구에서 태어난 시인이 겨울에만 베네치아를 찾은 이유는?

시인은 여름 베네치아의 더위를 견딜 수 없어서라고 하지만 그건 여름에 찾지 않는 이유이지 겨울에 이 도시를 찾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책을 읽으며 나는 베네치아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책을 읽으며 이 도시에서 사람은 타고난 생김새보다 실루엣에 가깝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을 보며 내가 막연히 느끼고 있던 베네치아의 이미지가 아 그런것이었구나 싶어진다.

베네치아에서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것의 이미지가 마치 실루엣같다는 느낌이었다.

낮의 색채의 향연은 물속에 반영되어 찬란하게 일렁거리지만 그것이 실제라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낮에도 저녁의 지는 햇빛속에서도 모든 것이 일렁거리며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실루엣처럼 보이는 도시.

어두운 밤, 사람없는 텅빈 골목길을 걸으면 다가오는 그 실루엣들은 모든 것이 무채색으로 녹아들어 막연한 두려움을  안겨주는 도시이기도 했다.

밤의 물은 낮의 물과 달라서 내 영혼까지도 저기 빠질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내 카메라 속으로 문득 뛰어든 저 갈매기도 실체라기 보다는 그저 반영이 아니었을까? 

 

 

 

 

저녁 지는 해의 빛이 반영되어 보이는 저 먼 도시가 아름다우면서 쓸쓸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언젠가 저 깊은 물속에 잠길듯한 도시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베테치아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르다.

낮의 베네치아는 상인의 모습과 흡사하다. 몹시 분주하고 화려하며 복닥거린다.

그러나 밤이나 때때로 순간수간 들어오는 모습은 스러져가는 황혼의 쓸쓸함을 야기시킨다.

이 두 얼굴 중 어느쪽이 진짜 베네치아일까?

그럼에도 어떤 도시가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것대로 축복이다.

몰개성이 개성이 되어버리는 현대의 수많은 도시들을 생각하면 말이다.

 

 

베네치아에 있는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을 나오면서 어느 상점에서 본 베네치아를 그린 그림이다.

작가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고 비수기라서인지 문도 열지 않은 작은 가게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인데 내가 이 도시에서 느낀 감정이 오롯이 반영되어 한참을 이 앞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정말 사고 싶었지만 작품의 아래 달려있던 가격은 내가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사더라도 가져오는 것도 엄청 힘이 들었겠지만.....

 

사족 - 나의 베네치아에서 저런 모든 감정을 엎어버린 건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었다.

이 미술관이 있음으로 해서 나는 베네치아를 사랑하기로 했다.

언젠가 마음이 이곳을 더 그리워하면 페기 구겐하임과 그녀의 미술관에 대해서도 생각을 정리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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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0-0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매기가 날아가는 사진이 멋지네요! 즐건 연휴되십시요!ㅎ

바람돌이 2020-10-02 17:55   좋아요 1 | URL
저 사진은 우연이 제게 준 선물이죠. 전 어제까지 열심하 명절노동을 하고 오늘부터 연휴입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쉬니 좋네요. ㅎㅎ 막시무스님도 즐거운 연휴되세요

vita 2020-10-0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네치아에 대한 꿈? 없었는데 바람돌이님 덕분에 꿈 생길듯 해요 :)

바람돌이 2020-10-02 18:22   좋아요 0 | URL
ㅎㅎ 아름답고 독특한 도시임에는 틀림이 없지요. 지구상 어느곳에서도 보기 함든.... 코로노가 빨리 끝나서 어딘가로 가려고 하면 돈걱정만 하면 되는 때로 돌아가고싶습니다. ㅎㅎ

han22598 2020-10-03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모든 것이 일렁거리며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실루엣처럼 보이는 도시˝ ....가본지 오래되어서 아주 작은 느낌만 남아있는 그 도시...베니스...바람돌이님의 표현으로 그때의 느낌이 기억이 나네요. 일렁이는 도시..모든것이 실루엣처럼 기억되는 그곳..˝베니스 상인˝ 탓인지 시장에 있는 사람들과 매대에 놓여있는 물건들은 어찌나 반짝이고 유쾌한지...


감사해요. 바람돌이님...좋은 사진 추억 남겨주셔서 ^^

바람돌이 2020-10-03 00:03   좋아요 0 | URL
낮의 모습과 밤의 모습이 너무 다른 도시죠. 시장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또 어찌나 어두워보이던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는 도시였던듯요. 좀 더 많은 모습을 보고싶어 다시 가보고싶기도 한 도시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10-03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네치아가 훈족의 습격을 피한 비잔틴의 피난민들이 세운 도시라는 기억이 나네요. 바람돌이님 사진처럼 모든 것이 고요한 밤에 어쩌면 도시는 자신의 처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멋진 사진 잘 봤습니다 ^^:)

바람돌이 2020-10-03 15:19   좋아요 1 | URL
베네치아가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아름다운 도시지만 사실 그 도시의 성립에는 정말 눈물나는 역사가 있죠. 저 피난민들이 이곳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바다속에서 셀수도 없는 말뚝을 박아 넣어 만든 도시라는걸 생각하면 저 아름다움이 그냥 보이지는 않더라구요. 인간의 생존욕망은 언제나 경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