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의 마지막 일정!
오기 전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던 프놈 바켕의 일몰을 보러 간다.
프놈 바켕은 앙코르 왕조 초기에 지어진 사원으로 산위에 세워진 사원이다.
산이라고 해봤자 해발 67미터 - 670미터가 아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산축에도 못낄 가소로운 높이다.^^
하지만 산이 거의 없는 이곳의 지형으로는 획기적인 높이가 아니겠는가?

힌두교의 신이 사는 곳은 메루산이다.
당연히 평범한 인간들이 사는 곳을 굽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높은 곳이란 높은 곳은 모두 사원을 지었겠다.
당대의 민중들에겐 가혹한 노역에 시달리기 시작하는 시작이었겟지...
이후 왕들은 산이 없으니 산을 쌓게 된다.
앙코르 와트와 같은 피라밋형의 사원들이 바로 그것.
권력은 언제나 높은곳을 지향하는구나....


 프놈 바켕을 올라가는 길은 67미터라고는 하지만 직선으로 산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산을 빙둘러 길을 만들었다. 완만한 대신 제법 걷게 된다.

올라가는 길에 캄보디아 공연단이 있다. 다른 곳에서 봤던 공연단보다 규모도 크고 연주도 훨씬 나아보인다.

연주단 앞에 놓인 의족이 현대사에서 이들이 겪은 아픔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싸하다.



프놈 바캥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렇게 코끼리가 대기하고 있다. 마치 황제가 된 기분으로 코끼리를 타고 신전으로 향할 수 있게....

나야 걸어갔지만 만약에 아이나 어른들을 모시고 갔다면 요놈을 탔을거다.코끼리가 오르는 길은 좀 더 험한 옛길이란다. 우리 일행 중에 할머님 한분이 계셨는데 자식들이 이 코끼리를 태워주셨단다. 근데 나중에 차에 타서는 두고 두고 "에구 에구 내가 내 성한 두발로 걸어가야지 괜히 불쌍한 짐승을 그 고생을 시키고...."라며 내내 후회하셔서 우리를 웃게 만드셨다.



 이런.... 프놈 바껭에 오르니 정말 인종 전시장이 따로 없다. 아직 일몰은 멀었는데도 일몰을 제대로 바라볼만한 장소는 발디딜틈 없이 꽉 찼다.
주변은 온갖 언어로 소란스럽고.... 동양인같이 보인다고 다 한국인은 아니더라...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그외 모르는 언어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자리 차지하는건 포기하고 여기저기 사원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다니다.




사원은 워낙에 오래되어서인지 마모도 많이 심하고, 여태까지 워낙에 뻑가는 곳들을 다녀와서인지 좀 심심하다.

다만 아래로 펼쳐지는 풍광은 장관이다. 온통 평지라는 자연 조건은 이정도 높이에서도 이렇게 막힌데 없는 전망을 보여 주는구나....저 멀리 앙코르와트의 탑들이 보인다.

결국 높이라는건 상대적인 것에 불과한 것을....어쩌면 인간사가 매양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이곳이 열대지방이라는걸 비로소 깨닫는다. 사원의 아래로는 울창한 밀림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나무들의 숲으로 하늘이 내려앉는 모습은 상상하지 못한 풍경이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순간 한 서양 여성이 아찔한 곳에 앉아 해넘이를 기다린다. 워낙에 자리가 없다보니 용기를 발휘한 것일터....(사진으로 보기에는 실감이 안나지만 지금 저 자리는 3면이 거의 낭떠러지 기분이고 나머지 한 면도 발딛고 올라갈데가 별로 없는 곳이었다)

저걸 보고 감탄한 옆지기. "나 저기서 볼래"  결과는????
옆지기가 올라가려고 하는 순간 저 여성 관리인의 호통에 의해 내려와버렸다. ^^



 저 머리 똔레삽 호수가 보이는 서쪽 하늘로 해가 진다.
해넘이는 어디서 보든 장관이다.
더군다나 먼 나라에 힘들게 와서 앙코르 제국의 황혼을 보듯 허물어진 성채 위에서 보는 해넘이임에랴...

여기도 지고 저기도 지는 해넘이를 비싼 돈 들여가며 보고는 감탄하는 내 마음이 한편으로는 가소롭기도 하다.

 


 

여기까지가 한계다.
열대의 기후는 더 이상의 장관을 허락하지 않는다.
앉아 보는 이들의 마음이야 지평선으로 꼴까닥 넘어가는 해를 보고 싶겠지만 이내 해는 땅아래로 깔린 안개속으로 들어가버린다.

내려오는 길이나 주차장은 방금 본 것의 여운을 되새길 틈도 없이 돗대기시장이 따로 없다.

 

내려오는 길에 둘이서 두런 두런 얘기를 하는데 앞에서 혼자 가던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며 한국어로 묻는다.
부산이라니 자기는 충무가 고향이며 이곳에 온지가 10년된 가이드라며 반가워한다. 고향까마귀인게지.... 덕분에 내려오는 길에 궁금한 것도 많이 물어보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 가이드와는 정말 비교되더만....

이제 저녁 먹으러 가야 하는데 오늘은 부페식 식당에서 압살라 민속공연을 본단다.
한국인이 하는 식당이라는데 정말 음식도 아니었고 공연의 수준도 영 아니었다.
오히려 다음날 한 번더 다른 식당에서 압살라 공연을 보여줬는데 거기가 훨씬 나았다.
혹시 관심있는 분들은 이름도 쉽다.
호수 이름 따서 <똔레삽 레스토랑>
다른 곳을 안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둘째날의 이름도 기억안나는 식당의 공연과는 비교도 안되더구만...


압살라 민속공연은 압살라 춤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 민속춤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대략 7가지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꽤 재밌었다. 뭐 관광객을 위한 배려이겠지만 춤의 내용이 연극성이 강해서 내용을 이해하는게 쉬웠다고나 할까?

초반에 본 건 <라마야나>의 내용을 형상화한 춤. 라마왕자가 원숭이 장수 하누만의 도움을 받아 부인인 시타왕비를 구출하는 내용이다. 밥먹던 사람들이 어제와는 다르게 꽤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



 나에겐 가장 재미있었던 공연.

추수와 수확을 감사드리는 춤이라는데 그것도 있지만 남녀의 연애과정을 묘사한 거라는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뭐 어떤 의미에서는 남녀의 결합만큼 생산에 대한 찬미는 없을테니 이중적으로 읽는다면 그것도 수확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될 터이다.

굉장히 신나고 흥겨운 그러면서 청춘남녀의 연애행각이 흐뭇한 그런 공연.

 



 공연의 하이라이트라는 <압살라춤>

의상과 분장이 화려한건 볼만했지만 솔직히 별 감흥은 없었다.

앙코르왕조가 멸망하고 난 이후 이 지역은 태국의 아유타야 왕조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그래서 전통무용인 압살라춤도 오히려 태국이 원조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 수준이 떨어져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압살라 춤이란게 좀 심심한건지 알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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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14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구경 잘 했어요. 일몰도 나무숲 위로 하늘이 내려앉는 풍경도..
과연 어떤 것일지 상상해 봅니다. 시적인 감상도 명쾌한 해석도 다 좋아요^^
오호~ 압살라춤~ 춰보고 싶어라~

urblue 2007-02-1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지고 저기도 지는 해넘이가 맞지만, 여기서는 잘 안 보게 되잖아요. 흔한 걸 다른 눈으로 보게 되는게 여행의 재미죠. ^^

짱꿀라 2007-02-1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호사 잘 하고 갑니다. 역시 그!때!일!이!떠!올!라! 또 한번 가고 싶어지네요. 올해는 휴가 때 아유타야를 갈 생각입니다만......

바람돌이 2007-02-1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압살라 춤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춰보고 싶다는 님의 용기! 우와 놀라워라~~~ 근데 너무 너무 어울릴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죠? 멋져요. 님!!! ^^
urblue님/정답이네요. 흔한 걸 다른 눈으로 보는것 그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나고 싶어 여행을 하는거겠죠. ^^
산타님/그때 일이 뭔지 너무 궁금 궁금.... ^^ 아유타야!!! 저도 가고싶어요. 올 여름에도 계획을 한 번 잡아볼까싶은 생각이 갑자기 무럭무럭 솟네요. ^^

드팀전 2007-02-1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몰 보면서 맥주를 마셨다는....아이들이 팔더만요..거기서.

바람돌이 2007-02-15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 갔을때는 안 팔던데요. 그렇게 먹는 맥주맛은 뭔가 특별할 것 같군요. ^^

글샘 2007-02-1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연도 뭔가 재밌어 보입니다.^^ 아, 오늘 발령 나셨겠네요.
좀 낯선 데 가셔서 잘 사시기 바랍니다.^^ 변화의 기회는 좋은 거니까요.

바람돌이 2007-02-15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그런데로 재밌는 공연이었습니다. 오늘 학교 발표났는데 정말 낯선 곳이더군요. 아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ㅠ.ㅠ 그래도 1,2명은 아는 사람이 있었었는데말입니다. 근데 학교는 신설학교라 시설이 정말 끝내주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