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인류
이상희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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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19 사소한 인류, 이상희, 김영사 - 나라는 인류를 풀어낸 고인류학자의 시선

제목만 보았을 때는 문화인류학, 인류학을 알려주는 논픽션책처럼 보였는데 카피처럼 '인간다움의 흔적을 찾는 인류학자의 일상 관찰기'라는 고인류학자 이상희 교수의 에세이다. 24-25년의 안식년에 쓴 글로 채워져 있다.

이상희교수는 서울대 고고미술사, 미시간 대학교 인류학과 석박사 일본 다이카쿠인대학교에서 연구원, 지금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이다. 한국, 일본, 미국의 세 나라에서 공부한 분이다. <인류의 기원>, <인류의 진화>, <이상희 교수님이 들려주는 인류이야기>까지 인류학책을 여러권 출간했다.

인류학 교수의 이야기도 있지만 교수로, 아내로, 딸로, 견주로, 엄마로 산 작가 한 사람의 일상이지만 좀 다른 이력을 가진 분이라서 평범한 일상 에세이하고는 차이점이 있어 독특했다. 그게 이 책의 묘미이기도 하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요묘하게 오가면서 경험과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각각의 장에 간단히 글을 덧붙여 본다.

프롤로그- 고인류학을 만나게 된 과정과 간단히 고인류학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1. 배우는 인류 - 고인류학자와 인류학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1장이 재미있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인류학자의 시선이 많이 녹여들어가 있어서 그런 분야를 간접적으로 접하는 기회였다.

  2. 살아있는 인류 - 어린 시절과 애완견, 첼로를 배우는 일상 같은 소소한 일들로 채워져 있다.

  3. 여자라는 인류 - 동양인 여교수, 육아를 책임지는 엄마, 출산문제 등 여성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한다.

에필로그 -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일단 써 보낸 글들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의 소회를 밝히며 고마움을 전한다.

고인류학에 대해서 잘 몰랐기에 무엇보다도 1장이 내가 학계나 잘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통찰이 가장 많았던 것 같아서 쉬운 언어로 쓴 과학에세이같아서 그 부분이 흥미있었다. 편견을 가지지 않고 대해야 하는 인류학자의 시선을 담은 글이 아래는 '배우는 인류' 부분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인용한다.

화석은 발견되는 순간부터 고인유학사에 남겨지는 위치까지

과학적 요인만 작용하지 않는다.

새로운 화석이 발견될 때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과학적 분석은 화석이 지닌 정보를 계속해서 노출시킨다.

동시에 화석이 발견된 지역의 사회·정치·역사·문화적 요인부터 현대의 욕망까지

다양한 배경이 화석의 의미에 투영된다.

그 전반을 이해하는 것도 고인류학자의 임무라 하겠다.

52페이지

새롭게 알게 된 실제로 여자가 사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문화가 많으며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도 여자 사냥꾼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어서 좋았다. 과거와 현재의 통념이 이어져 오면서 검증되지 않는 위험한 상식에 대한 반론이 인상적이었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며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없으니까 그 실체를 잡아낸 시선이 훌륭했다. 실제 연구의 방향까지 열린 시선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여자라는 인류'부분에서의 한 문장도 인용해본다. 이 부분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몰라서 저지르는 편견에서 벗어나서 왜 목소리를 왜 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동안 지워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일단 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소수 민족 여성으로 미국에서 체화한 경험은 고인류학 연구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의실에서 꼭 들려주어야 하는 목소리가 되었다.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리면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자주 들어야 하고 자주 들려주어야 한다.

210-211페이지

무엇보다 이 책에서 생생한 내용 중 하나는 소수민족 유학생으로 교수로서 실제로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이많았다는 것이다.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젠더고고학의 이야기, 이름의 표기에 대한 이야기, 성차별과 인종차별, 집안일 분담 이야기 등 꼭 한국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낄만한 이야기들도 꽤 있어서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책에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느리게 느리게 꼽씹으면서 완독했다.

한 줄 평, 대한민국1호 고인류학자의 가감없는 있는 그대로의 경험과 일상의 생각을 담은 인류학적 따뜻한 인간애를 담은 에세이다. 스스로를 '사소한 인류'라고 말하는 그 안에 인간에 대한 많은 사유가 담긴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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