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집
김희경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 마음이라니. 그것만큼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것이 있었던가. 누구에게나 있으나 누구나 같지는 않을 그런 마음을 이미지로 구상해내고 글로 쓸 수 있으리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한 모험을 할 수 있었던 작가에게 마음껏 박수를 치고 싶다.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무거움과 잔잔함만을 상상하고 있었던 내게 작가는 마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떠한 것이 마음이어야 하는지 마음이란 것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옳은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것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또한 필요한 작업은 아닐까. 어느 곳에서도 마음을 집으로 상상한다는 발상은 들어본 적이 없다. 종교적인 관점에서야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구체적인 책으로 글로는 만나본 적이 없다. 더구나 그림책으로 만난다는 것은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그것들을 얼마나 충실하게 표현했을지 들여다볼 기대감으로 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다독이면서 표지를 열었을 때. 푸른 빛을 주조로 한 낯선 방, 낯선 창문, 낯선 계단이 보인다. 또 한 장을 넘기니 낯선 곳을 안내할 나비가 팔락인다. 

푸른 빛의 나비를 쫓아가니 보이는 것은 표지의 낯선 얼굴 둘, 문구 :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부푸는 기대감과 함께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이미 나는 마음이란 곳을 탐험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또렷한 음영을 가진 명상체의 글과 그림에 이미 젖어 있다. 마음을 집으로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탁월한 형식의 그림책에는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글 하나하나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찰나 그림들은 더 많은 말을 해온다. 물어보는 그 그림들에 대답하고자 하나 마땅한 답이 없어 하고 있으니 이미 책엔 답이 있다. 말문을 막는 듯한 느낌에 괜시리 얼굴이 붉어지려 한다. 내가 찾은 답은 제대로 된 답일까 궁금하다. 그저 말없이 물어오는 책에 맞는 답을 궁리할 뿐이다. 

전작에서도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세계를 보여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이번 작품에서도 눈으로 보고 쉬이 잊혀지는 그림이 아닌 몇 번을 다시 보고 곱씹어보게 하는 그림을 그려냈다.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처음의 느낌은 보면 볼수록 책의 내용과 함께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무엇일까 고민하게 하는 그림들은 또한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낯선 느낌과 기이한 정적과 빠져듬을 선사한다.   그림은 그림대로 좋고 글은 글대로 참으로 마음에 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심이 2011-03-25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로 책을 넣으며 안부 여쭤요. 이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2011-03-29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늘한 손길이 드리워지곤 했던 어느 밤, 잠결에도 무척이나 앓고 있었나보다. 만성인 편도선염증은 계절이 바뀌곤 하면 늘 찾아오는 그런 것이었다. 방심하고 있으면 한번씩 찾아온다. 요번에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임파선염에 인두염이 같이 찾아오셨다나? 길게 말할 필요없이 그냥 앓았다. 조금 심하게. 

심하게 쿨한 주인공의 나이는 방년 17세. 그때는 모든 것들이 현실성을 띄거나 아주 현실적이지 않은 꿈속의 내용이 더욱 현실같은 그런 나이가 아닐까. 무엇보다 그때는 가족이 모든 것이 되곤 한다. 그래서 더욱더 아플 수 있고 더욱더 벗어나고 싶어지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약함과 무력함을 무엇보다 인정하기 싫은 시기이며 박차고 나가고 싶은 그런 시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여울이는 자신의 그러한 욕구를 코스튬플레이라는 행위로 해소하면서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그 전진이라는 것이 읽는 독자에게 무리하게 느껴지고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해도 어찌되었든 그녀의 한계성을 뛰어넘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무엇일까. 이 미묘하게 끈적이고 들척지근하지만 맵게 콧망울을 적시는 것은 말이다. 그녀가 행하는 행위들은 현실에서 "적어도 있을법한" 일이지만 그것들이 꼭 한꺼번에 작렬하듯 쏟아지는 것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고 표현하면 맞는걸까. 청소년프로그램을 구상하면서 읽었던 사례집에는 여울이와 같은 아이들이 무척이나 많았었다. 가출 혹은 집을 탈출하는 것만이 지상과제 같았던 아이들은 따뜻한 온기를 찾는 위안을 찾아 헤메는 불나방 같은 구석이 있어서 더욱 안타깝기만 했다.무엇이 옳은가 그른가를 떠나서 마음 잡을 곳을 찾아 헤메는 그 아이들이 안타까웠듯이 여울이에게도 그렇다.  

그러나, 서늘한 손길을 드리우지 않는다해도 그녀가 속한 가족이 그녀의 표현대로 "불량가족" 이라 하더라도 그 가족이 하는 모든 행동들이 나의 이해의 범주를 넘어간다해도 무언가가 어색한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지나치게 자기합리화된 인물들에 있을 것이다. 어떤 주인공에게서도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는 위태로운 인물들. 그 위태로운 인물들의 집합 속에서 널뛰기를 하듯 위태롭게 쏟아지는 사건들 속엔 편안함과 안온함은 한줌도 없다. 여울이가 집착하는 코스모임에서조차 그것은 깨어진다. 순진한 소녀적 첫사랑과 사연을 간직한 "아줌마"의 따뜻함도 여울이와는 무언가 합치되지 않는다. 일상과 가상은 이제는 그닥 중요한 분리점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일상 속과 가상 속을 헤메는 시대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무의미한 것들을 한데 묶는 어떤 시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나치게 의식적인 재기발랄함을 위한 전력투구는 빛바랜 사진 같은 씁쓸함만 남긴다.  

열에 들떠있던 시간을 같이한 책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다시 읽고 싶어지지도 그닥 생각하고 싶어지지도 않는데 묘하게 자극된 머릿속은 잘 안쓰던 리뷰까지 쓰게 만들었다. 덧붙이자면 나의 이해에서 슈렉의 피오나공주는 슈렉과의 삶을 행복하게 받아들이면서 못생겼지만 매력적이고 강인한 피.오.나.를 선택했다.자신의 선택으로 더욱 행복해졌으리라 확신한다. 

* 주인공이름 <여울>의 뜻이 강이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 이라는 뜻인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동화 보물창고 4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도배이다시피 일본의 지진을 이야기한다. 특히 후쿠시마의 원전 폭발 소식은 듣고만 있어도 허망하고 무섭기만 하다. 지형이란 것이 이어진 특성상 우리나라에도 피해가 없다란 보장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무엇인가를 장담한다는 것은 할 것이 못 된다는 것이 살아온 경험의 소치인 것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뉴스와 무관하게 삶은 계속 되어지며 살아가는 사람은 살아간다. 

이 책의 리뷰가 당연히 작성이 되어있으리라 생각을 했다가 잠긴 페이퍼 중에 몇 개를 할애했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의 게으름을 한탄했다. 어떤 것도 자신에게 직접 영향이 미친다는 것을 알기 전에는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핵의 두려움을 이렇게 실감한 적이 과연 있었던가? 영화와 책은 현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살아가면서 무언가 중요한 것들을 꼽는 것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죽음 뒤의 어떤 것도 우리의 상상력의 범주를 넘어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파랑이가 추천하는 책 중의 한 권이었던 이 책을 다시금 추천해본다. 

가상의 핵전쟁을 담담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필체로 완성한 구드룬 파우제방은 책 속 주인공 롤란트의 가족을 중심으로 하루 아침에 달라진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내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목소리를 높이지도 소리치지도 않고 단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그리고, 전쟁 상황은 아니지만 "재난으로 인한 핵폭발" 이 지금, 현실의 일본에서 일어났다. 바로 옆에서 일어난 재난이라고는 하나 엄청난 정보의 발달은 실시간으로 체험하는 가상의 현실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그저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번만 더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는 것이다. 어떠한 것도 삶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어찌되었든 가슴이 많이도 아프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서글프고 또 서글프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곳은 "삶과 죽음 사이" 라는 장이었다. 태연한 너무나 태연한 아버지의 태도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야하는 주인공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아니 덮고 나서도 오랜 동안 말을 하기가 쉽잖았다.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하면서도 참으로 힘들었다. 생각해보면 어른이 더욱 읽어야 할 책인지도 모르겠다. 가슴으로 들어온 책은 잘 나가지 않는다. 이 책은 처음 들어올 때부터 지금까지도 나가지 않는다. 가슴이 아린 책이지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 부모님, 또 대부분의 어른들이 생각한 것처럼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다. 서로 간의 갈등이 심해져 결국 전쟁이 터진다 해도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쟁을 피해서 알프스 계곡이나 지중해의 작은 섬으로 재빨리 숨어들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모든 일은 한순간에 벌어졌다. 심지어 수영복 차림으로 한가롭게 긴 의자에 누워 있다가 놀라운 일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일이 터지기 몇 주전부터 동서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과한 논쟁이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어서 불안하긴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관심도 없었을 우리 엄마가 뉴스 시간마다 텔레비젼을 켤 정도였으니 말이다. 2차 세계대전 잏 정치 상황은 늘 긴장 상태였지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파의 왕따 일기 파랑새 사과문고 30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명불허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일이와 수일이 힘찬문고 26
김우경 지음, 권사우 그림 / 우리교육 / 200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찾아가는 유쾌하고도 서글픈 이야기.파랑이는 '파랑이'로 남겠다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