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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들 - 물구나무 그림책 38 ㅣ 파랑새 그림책 38
존 마스든 지음, 엄혜숙 옮김, 숀 탠 그림 / 물구나무(파랑새어린이) / 2004년 12월
평점 :
작가의 특정이미지는 잘 지워지지가 않는다.
아름다운 색채와 완벽한 구성, 뛰어난 표현력 등등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그저 놀랍다.
색채 자체도 색채이지만 그림 속에 담고 있는 주제들은 더욱더 놀랍다.
그림책이 단순하게 아름답고 행복한 동화같은 이야기만을 다룬 것이라면 그런 책은 많다.
그리고, 이제는 많이 확대된 어른을 위한 그림책은 보면 볼수록 눈을 사로잡는다.
이 책의 그림들이 더욱 강렬하게 부각된 것은 글쓰기의 간결함에 있다.
그리고, 원작의 힘인지 옮긴이의 힘인지는 모르겠으나 입말체의 구사에도 상당부분 영향이 크다.
제국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평으로도, 환경에 대한 경고로도, 또한 어떠한 식으로의 해석도 가능한
이 그림책의 주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구원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작가가 서양인임을 생각하면 단순히 그리스도를 지칭한 것일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호주라는 지명이 가지는 힘은 또한 호주의 원주민을 복속시킨 백인의 그것이라면
원주민들의 신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거기에 호주의 환경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환경에 대한 엄청난 경고로 읽힌다.
고민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중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그만큼 독특한 그림책이라는 것을 말한다.
시각적인 자극은 가끔 어떠한 것들보다 앞선다. 그리고, 작가의 그림책은 어떠한 말보다도 더 많은
말을 하며 우리를 재촉한다. 생각이라는 것을 멈춘 우리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