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3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글 쓰고 퇴근하면 한 시간 도서관에서 책 읽는다. 그리고 일을 할 때는 읽고 쓰는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은 퇴근 후 레이 브래드버리 단편을 읽었고, 못 읽은 페이지를 마저 읽고 잡지도 좀 뒤적이다가 잘 생각이다. 그리고 이 단순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반드시 해야할 것이 인정상 승낙해온 그 모든 것에 대한 거절이란 점을 알았다. 차가워지는 것이 아니라 예의바르게 물리는 것, 어려워서 포기해온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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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북플 들어와서 책 감성을 충전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는 민음사와 문학동네 북클럽 가입과 전주 영화제 티켓팅으로 문화적으로 버닝하고 있었는데, 읽고 싶은 작가 리스트마저 또 늘어버렸다.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알라딘 서재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나를 책의 세계로 다시 돌려놓는 플랫폼이다. 언제나 나두 여기에 꾸준히 많이 뭔가 쓸 거야 다짐하는데, 긴 세월동안 안 되는 중, 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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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쓰게 된다, 김중혁 201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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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로의 어머니처럼

카밀로의 어머니(그녀도 자그마한 발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는 뭐든 가리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집을 찾아가니 풀밭 나무의자에 앉아 뭔가 열심히 읽고 있는 그녀의 주변 여기저기에 하얀 종이가 흩어져 있었다. 카밀로가 한 출판사에서 비평을 청탁받은 미출간 소설의 교정쇄였다. 어머니가 읽기도 전에 종이가 바람에 흩어져 순서가 뒤섞여버린 것이다. 엄마, 이러면 줄거리를 알 수 없잖아요, 라고 카밀로가 말하자 그녀는 아니야, 순서 같은 건 몰라도 상관없어, 하고 합죽한 입가에 부끄러운 듯 미소를 띠고는 흩어진 종이를 한 장 한장 주워모아 계속 읽었다. 우리는 그것을 카밀로 어머니의 누보로망적 독서라 이름 붙이고는 밀라노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떠올리며 웃었다.

스가 아쓰코, 밀라노 안개의 풍경 중 철도원의 집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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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어디까지 갈 작정인지 알고 있소 하지만 그들이 어디까지 갈 작정인지도 알고 싶소.
게다가 나는 공부하는 것이 두렵지 않소. 매일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오.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오. 늘 말이오. 아옌데나 프레이나 알레산드리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소, 안 그렇소?
나는 세 번을 맞장구쳤다. 신부님, 그러니 당신이 나 때문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당신 때문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오. 맞죠? 맞고 말고요, 장군님. 내가 이 이야기를 마쳤을 때, 세월과 비와 혹한 때문에 작동되지 않거나 부서진 곰 사냥용 덫처럼 반쯤 감긴 페어웰의 눈이 아직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20세기 칠레의 위대한 문학 비평가가 죽어 버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제가 잘한 것인가요, 잘못한 것인가요?, 내가 소곤소곤 물었다. 대답이 없어서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제가 올바른 일을 한 것인가요 아니면 지나친 일이었나요?

칠레의 밤, 볼라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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