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자아의 연속성이 끊어져 있단 걸 발견하는 일은 참담하다.
몇 년 전 써놓은 일기의 탁월한 부분들이,
돌아와 자신을 상처입히게 되리라 생각해 본 적은 없던 것 같다.
시를 읽고 읽고 읽어서
입을 열면 시인들 이름이 불쑥 튀어나오던 해였다.
아는 시인도 몇 없지만 그랬다.
그 때 몸이 안 좋았는데,
우연히도 그 때 쓴 것을 찾아보니
한 점으로 가닿았던 시기는 그 때였단 걸 한참 지나 알게되었다.
아파서 그랬거나, 그리하여 아팠거나 하였다.
오전에 글을 조금 썼다.
단 한 문장도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숨죽여 응시하던 자신을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