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엇갈리는 양쪽 대리…잦은 ‘양다리’ 시비

 

진로 법정관리·SK 경영권분쟁 등 구설수

김앤장 “로펌 대형화따라 선진국 기준완화 추세”

 

 

한겨레 김인현 기자 최혜정 기자
» 새로운 권력 ‘김앤장’ - (하)‘쌍방대리’ 논란
[관련기사]
[새로운 권력 ‘김앤장’ - (하)‘쌍방대리’ 논란]

진로 법정관리 · SK 경영권분쟁 등 구설수
김앤장 “로펌 대형화 따라 선진국 기준완화 추세”

김앤장은 그동안 몇차례 ‘쌍방 대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쌍방 대리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당사자 양쪽을 모두 대리하는 행위다. 변호사법 31조는 수임한 사건의 상대 쪽에서 맡기는 같은 사건의 수임을 금지하고 있다. 또 변호사 윤리장전 17조 1항은 현재 맡은 사건과 이해가 저촉되는 사건을 맡는 것을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김앤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2003년 대한변협에 진정을 당하고 형사고발이 된 적이 있다. 진로는 1997년 법원에 화의신청을 하면서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다음해 화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진로의 채권 일부를 인수했던 골드만삭스가 2003년 진로의 법정관리 신청을 냈다. 쌍방 대리 논란은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 대리를 맡은 김아무개 변호사가 법정에 제출한 문서가 김앤장한테서 팩스로 받은 문건임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진로 쪽은 “진로의 화의와 구조조정 업무 등을 대리·자문하는 김앤장이 김 변호사를 앞세워 진로에 적대적인 골드만삭스를 사실상 대리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는 쌍방 대리일 뿐 아니라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쌍방 대리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김 변호사에게 보낸 팩스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김 변호사와 골드만삭스와의 연락을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건은 그 뒤 검찰과 변협에서 무혐의로 처분됐다. 당시 징계심의를 맡았던 변협 관계자는 “진로 쪽에서 김앤장이 골드만삭스를 대리하는 데 동의한다는 문서가 제출돼 무혐의 처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동의서에 대한 김앤장과 진로의 설명은 서로 다르다. 진로 쪽은 당시 쌍방 대리 문제가 불거진 뒤 김앤장 쪽에서 “골드만삭스와의 화해를 주선할테니 동의서를 써달라”는 제의가 와 ‘화해를 주선하는 범위 안에서 김앤장이 골드만삭스를 대리하는 것을 동의한다’는 취지로 써준 것일 뿐, 그 전에 김앤장이 골드만삭스를 대리한 것까지 동의하는 취지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앤장은 “당시 진로를 대리하고 있던 법무법인 쪽에서 ‘화해를 주선해 달라’고 요청해 동의서를 받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를 대리하지 않았다면서도 왜 동의서를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자꾸 쌍방 대리라며 시비를 걸어와 귀찮아서 ‘시비를 걸지 않겠다는 동의부터 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쌍방 대리 논란이 불거진 뒤 김앤장의 요구로 동의서가 작성됐고, 이 동의서가 김앤장에 유리한 증거로 작용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앤장은 2003년 에스케이와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 때도 쌍방 대리 시비를 불렀다.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김앤장이 소버린의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해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소버린은 에스케이 지분을 14.99% 사들였다. 15%가 되면 에스케이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류돼 에스케이텔레콤에 대한 의결권이 축소되는 상황이었다.

김앤장은 “당시 소버린의 주식취득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으며, 다만 소버린이 주식을 다 산 뒤 주식취득 신고만 대행해달라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버린이 에스케이와의 경영권 분쟁을 자문해준 별도의 법무법인을 놓아두고 굳이 김앤장쪽에 주식취득 신고 대행만 요청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김앤장은 “우리가 보기에도 소버린이 단지 행정적 절차만 우리에게 맡긴 게 이상하지만 소버린이 허술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갈리는 세 당사자를 김앤장이 모두 대리하다 당사자들 사이에 분쟁이 생겨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97년 제이피모건은 동남아 외환관련 파생 금융상품을 개발해 에스케이증권을 판매간사로 국내 증권·투신사 등에 팔았고, 이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이 지급보증을 섰다. 그러나 동남아 외환위기로 타이 바트화 등이 폭락하면서 이 파생 금융상품을 매입한 회사들이 큰 손실을 입었고, 결국 다음해 소송 사태로 번졌다. 김앤장은 애초 판매자인 제이피모건과 매입자인 증권·투신사, 지급보증을 한 은행들까지 모두 대리해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랬다가 계약상의 지급보증 범위 등을 둘러싸고 3자 사이에 다툼이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정형화된 거래 때는 당사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 계약서를 작성해주는 경우도 있다”며 “동의를 받은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97년 기아자동차의 화의를 대리한 김앤장이 다음해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려는 포드를 자문한 것도 문제가 됐다. 화의를 대리하면서 알게 된 기아차의 정보를 포드를 위해 이용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앤장은 “법률적인 문제만 검토했을 뿐이므로 쌍방 대리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태도다.

김앤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과 관련해서도 사려는 국민은행과 팔려는 론스타를 함께 자문하고 있다. 김앤장은 “양쪽의 동의를 받아 국내 은행법에 관한 해석 등 지극히 중립적이고 제한적인 업무만 수행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김앤장 쪽은 “쌍방대리 문제는 사안에 따라 치밀하게 따져봐야 할 전문적이고 복잡한 문제로, 단순히 정서적이거나 획일적 논리로 비판할 성질이 아니다”라며 “최근 기업과 로펌의 대형화, 글로벌화에 따라 선진국에서도 그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한다. 김앤장은 또 “그동안 불거진 쌍방 대리 논란은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의 변호인을 공격함으로써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며 “소송이 아닌 자문 과정에서는 의뢰인의 동의가 있고 법무법인 내 변호사들끼리 소통을 막는 정보 차단벽(차이니스 월)을 치면 쌍방 대리가 허용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라고 말했다.

김인현 최혜정 기자 inhyeon@hani.co.kr



기사등록 : 2006-08-15 오후 07:42:42 기사수정 : 2006-08-16 오전 09: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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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6-08-1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련기사 중 "구성원들의 소득도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2005년 6월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연 소득 6억960만원(월 소득 5080만원) 이상인 150명의 변호사 가운데 76%인 114명이 김앤장 소속이었다." 꽥~

수퍼겜보이 2006-08-1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앤장은 법적으로 하나의 법률 회사가 아니라, 여러 사업자(변호사 개인)의 조합으로 활동하는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김&장은 국내 최대 로펌 순위 등에는 들어가지 않을 걸요. 사실상 '로펌'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쌍방대리가 아닐지도... 좀 어이없지요.

balmas 2006-08-1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 ㅋㅋㅋ 오랜만에 오셔서 괜한 걸로 충격받으시는 듯 ... ^^;
수퍼겜보이님/ 그런 꼼수가 또 있군요.
 

 

누가 영국 무슬림 청년들을 트로이목마로 만드나?

 

 

한겨레 이본영 기자
» 서유럽 무슬림 인구
영 무슬림사회 청년들 나날이 급진화
알카에다와 무관한 ‘자생조직’ 번성
서구사회 ‘무슬림 급진화’ 본격 성찰

영국 무슬림 청년들의 여객기 공중폭파 음모가 들통난 뒤, 무엇이 어마어마한 일을 꾸미게 만들었는지를 두고 영국 정부와 무슬림 공동체 사이에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서구 언론과 정부는 무슬림 청년들의 급진화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루스 켈리 영국 공동체·지방정부 장관은 14일 무슬림사회 지도자들과 만나, 청년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무슬림 지도자들은 이슬람 공동체를 존중하는 정책을 펴라고 요구했고, 양쪽은 “솔직하고도 날카로운 논쟁”을 벌였다고 한 관리가 전했다.

언론들이 조명하는 일부 무슬림 청년들의 대담함은 “영국이 바로 테러기지”라는 말이 나오게 할 정도다. 테러조직들은 국립공원에 훈련캠프를 차리는가 하면, 대학 사무실을 음모를 꾸미는 데 쓰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브루넬대 앤서니 글리스 교수는 지난 15년간 이슬람 극단주의 학생조직 20개가 활동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적발되는 테러 음모들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수행했다기보다는, ‘자생적 테러세력’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더욱 높인다. 이웃의 성실하고 수줍은 무슬림 청년이 어느날 ‘트로이 목마’ 속의 적병으로 표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카에다가 일부 영향을 준 점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가담자 대부분은 알카에다를 접촉한 적이 없다. 알카에다가 이제 ‘사회운동’이 됐다거나, 사실상 이름만 빌려주는 식의 ‘프랜차이즈 조직’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카에다를 박멸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대테러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영국 사회 주류는 테러리즘이나 순교를 영예로 여기는 광신적 태도가 문제라는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160만명 규모의 영국 무슬림사회가 나날이 급진화하는 가운데, 이런 접근법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지적도 강하다.

일간 〈가디언〉은 극단주의자들이 청년들을 꾀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이번 음모로 체포된 청년 여럿이 다니던 체육관 관장 말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7·7테러 뒤 긍정적 방향으로 젊은이들을 이끌려는 취지의 행사에 수백명을 모았는데, 급진적 단체 사람들이 접근해 왔다. 극단주의자들은 어디에서나 무시받는 무슬림 청년들을 파고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처참하게 죽은 레바논 어린이 사진 등이 전자우편으로 돌아 무슬림사회를 술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한 이슬람 인권단체 관계자는 “영국 정부는 폭발장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엠피3를 기내에 휴대하지 못하게 하면서, 다른 편에서는 레바논을 강타할 폭탄을 미국이 스코틀랜드 공항을 통해 나르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종교적 배경 외에 다른 영국 청년들에 견줘 두 배 이상인 무슬림 청년들의 실업률이 보여주는 사회경제적 처지도 불만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 미국행 항공기 테러음모 혐의로 체포된 파키스탄계 영국인 타이브 라우프(왼쪽)가 체포 몇시간 전인 지난 10일 영국 버밍엄의 식품 도매점을 찾은 모습이 이 상점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찍혔다. 버밍엄/AP 연합

영·미 무슬림사회 왜 다른가

영 ‘파키스탄계 밀집형…우애돈독’ - 미 ‘구심없는 산개형’

52명이 숨진 지난해 7·7 런던테러를 비롯해 영국에서는 해마다 무슬림 청년들에 의한 테러 기도와 실행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알카에다가 기획한 9·11사건 말고는 영토 안에서 미국인 무슬림들에 의한 별다른 이상동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사주간 〈타임〉은 두 나라 무슬림들의 정착 형태가 차이나는 게 그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만~300만명으로 인구의 1% 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무슬림들은 한 곳에 모여살기보다는 뿔뿔이 흩어져 그들만의 문화를 유지하거나, 서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들 기회가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160만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 영국 무슬림들을 비롯한 유럽 무슬림들은 따로 모여사는 경우가 많다. 동부에 무슬림들이 많이 사는 런던은 이슬람 국가 이름에 많이 쓰이는 ‘스탄’(땅)이 붙은 ‘런더니스탄’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또 영국 무슬림 인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5만명이 파키스탄 출신이기 때문에 유대관계가 한결 돈독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국적과 종교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 정체성인가’를 묻는 국제 설문조사에서 영국 무슬림의 81%가 종교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파키스탄계의 신앙심과 종교적 유대감이 깊다는 얘기다.

이본영 기자



기사등록 : 2006-08-16 오전 07: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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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vs 미국, 이제는 實戰이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86> 쿠바의 장래와 안보리 진출

 

  2006-08-15 오전 11:52:49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대외적인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설전으로 일관하던 미국과의 대립관계를 외교적인 행동을 통해 확실하게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잰 걸음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차베스의 최근 대외적인 활동을 살펴보면 오는 12월 대선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과의 외교전에서 기선제압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물론 차베스는 14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오는12월3일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 후보로 등록을 마치기는 했다. 하지만 대선 유세보다는 쿠바문제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안보리 진출, '반제국주의를 위한 캠페인'
  
  차베스가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대상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다. 우선 오는 10월 치러지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표결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과테말라를 따돌리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것과 카스트로의 중병으로 공백이 생긴 쿠바의 후계구도 설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자신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차베스는 자신의 이런 행보를 놓고 '반제국주의를 위한 캠페인'이라고 명명했다. 이미 시작된 미국과의 외교전을 통해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전세계를 향해 자신의 역량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미국의 힘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겠다는 각오다. 이런 맥락에서 차베스는 지난달 미국에 비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온 국가들을 차례로 순방해 자신의 지지세를 확실하게 이끌어 내기도 했다.
  
  유엔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놓고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반미 성향이 강한 중남미에서는 일단 우리 정부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하고 "미국에 우호적인 일부 중남미 국가들도 과테말라가 중남미에서 가장 혹독한 인권유린국가라는 점을 들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과테말라를 지지하는 건 생각해볼 문제'라는 이중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 밝혔다.
  
  과테말라는 지난 36년간 2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정부군에 의해 살해당한 쓰라린 과거를 안고 있는 등 인권문제에 있어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인 국가 라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차베스 측근들은 이어 "중남미에서의 확실한 승기에 이어 러시아와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 중 일부의 지지를 확보, 과테말라보다는 우리가 약간 우세한 입장"이라면서 베네수엘라의 안보리 진출을 확신했다.
  
  2년 임기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선출은 192개 회원국들의 비밀투표로 3분의 2 이상의 득표를 해야 선출이 확정된다.
  
  '쿠바와 카스트로를 위한 차베스의 생일선물'
  
  미국과의 대립구도에서 차베스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또 다른 한판의 승부수는 쿠바의 장래와 관련된 문제다. 카스트로 이후 쿠바의 민주화 또는 체제 유지 여부를 놓고 미국과 차베스가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울 거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13일 오후 80회 생일을 맞은 카스트로를 전격 방문한 차베스는 "아메리카의 영웅에게 최상의 생일선물을 전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차베스가 쿠바와 카스트로를 위해 마련한 선물보따리는 통상적인 생일선물이 아니라 쿠바의 고질적인 가난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차베스, 자네가 내 동생 라울과 쿠바 국민들을 내 대신 잘 챙겨주게." ⓒ 일간<그란마>(쿠바)

  미국 정부는 8000만 달러 상당의 예산을 긴급편성해 쿠바의 민주화에 기여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차베스는 이번 카스트로의 생일축하 방문에서 쿠바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선물 보따리를 풀어 미국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베스는 지난13일 쿠바로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측근들에게 쿠바 해안에 매장돼 있는 해저유전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쿠바의 기술과 자금력으로는 해저유전 탐사와 발굴작업이 무리일 수 있으나 베네수엘라국영석유(PDVSA)와 이 부분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국영석유(PETROBRAS)를 공동참여 시킬 계획이라면서 측근들에게 이 프로젝트의 추진을 급히 서두르라고 지시해 놓은 상태다.
  
  이를 위해 차베스는 브라질 정부와도 이미 합의를 끝낸 상황이며 탐사비용 역시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베네수엘라와 쿠바, 브라질 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참여지분 문제 등 세부적인 조율만 남겨놓고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카스트로 이후의 쿠바체제의 변화를 위해 각종 지원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의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차베스가 꺼내든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또 카스트로 이후에 등장할 쿠바의 지도자가 누가됐든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자신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쿠바 내부에서 자신의 지지도를 강화해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미국정부의 쿠바 내정간섭을 완벽하게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쿠바정부와 차베스는 쿠바 연안 걸프만에 대규모 유전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는 상태다.
  
  차베스를 통해 오일달러의 막강한 힘을 체험한 쿠바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카스트로가 부재중임에도 불구하고 차베스의 쿠바방문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가 않아 보인다. 평소 차베스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던 라울 카스트로 역시 차베스를 향해 최상의 의전을 베풀고 평소와는 다르게 몸을 한껏 낮추어 차베스를 영접 하기도 했다.
  
▲ 13일 쿠바를 전격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라울 카스트로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 베네수엘라 대통령궁

  현지 외교전문가들은 "카스트로 이후 쿠바의 장래를 놓고 벌이는 미국과 차베스의 외교전 역시 현재로선 차베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차베스는 이번 쿠바방문을 통해 조건 없는 무제한적인 지원과 쿠바 국민들과 카스트로를 향한 애정을 앞세워 쿠바 내에서 반미 감정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현지언론들은 카스트로 이후 대 쿠바 전략을 세우고 있는 미국정부의 모습은 마치 지난 1961년 피그만 침공 때를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4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쿠바 정국의 실상을 그만큼 오판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병상에 누어 장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된 카스트로는 자신을 방문한 차베스와 3시간이 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임시대행 체제를 맡고 있는 라울 카스트로가 배석했으며 카스트로는 차베스를 향해 동생인 라울과 쿠바 국민들을 자신을 대신해서 잘 챙겨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차베스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준비한 진짜 선물보따리(쿠바 연안의 해저유전 개발프로젝트)를 풀어 보였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쿠바의 장래가 미국 정부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차베스 손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영길/프레시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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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49214.html

 

 

“그들이 나서면 안되는게 없다”

 

기업 이면계약 자문…당국에 영향력…법령 개정까지 관여

 

한겨레 김인현 기자 최혜정 기자
[관련기사]
[ 새로운 권력 ‘김앤장’ - (상)로펌 베일 뒤 로비 그림자 ]

국내 변호사 255명, 외국 변호사 66명 등 모두 1500여명이 소속된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 요즘 이 법률사무소 앞에서는 매주 한차례씩 김앤장 압수수색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해서다. 법률서비스 제공이 본업인 법무법인이 왜 이런 의혹을 받게 됐을까? 막강한 정보력과 영향력으로 이미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됐다는 평가마저 받는 대형 법무법인들. 그 정점에 선 김앤장의 힘과 그림자를 두 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7월 현대전자는 캐나다 시아이비시은행(CIBC)에 국민투신 지분 30%를 팔겠다고 재경원에 신고했다. 그러나 재경원은 조사 결과 이는 외국인투자가 아니라, 사실상 당시 법적으로 금지된 현금차관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일정기간 뒤 더 비싼 값에 현대가 되사는 이면합의를 추진 중임을 현대전자와 해당 은행 수임 변호사가 인정했다는 설명이었다.

그 뒤 현대전자와 이 사건을 수임한 김앤장은 각각 “이면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예정이 없다”는 거짓 확인서를 재경원에 냈고, 재경원은 이를 근거로 외국인 투자를 승인했다. 그러나 2000년 3월 시아이비시가 이면계약에 따른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이면계약의 존재는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김앤장은 “우리는 당시 이면계약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김앤장이 현대전자에 보낸 ‘(자문료) 청구서’에는 김앤장이 모든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음이 드러난다. 청구서를 보면, 김앤장은 △(외국인투자가 아닌) 여신지원 방법과 관련해 현대전자로부터 수신된 팩스를 검토했고 △주식매수 청구권 계약(이면계약) 초안을 작성하고 수정했다. 또 재경원에 이면계약이 없다는 거짓 확인서를 내면서 △시아이비시 및 현대와 연락하고 △초안과 수정본을 작성했다.




이 사건은 김앤장의 힘과 그림자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외환위기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기업들의 불법차관을 도와주고 거짓 확인서로 당국을 무마시킨 데 이어, 이제는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과 관련해 김앤장은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론스타를 자문한 미국 법무법인 등이 주요 역할을 다 했으며, 우리 구실은 극히 미미했다”는 태도다. 그러나 일부에서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몸통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그가 고문으로 있던 김앤장을 지목하는 까닭은 뭘까?

“김앤장은 법률적 조언뿐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당국 등에 확인하는 역할까지 하고, 감독 당국에서 이상한 해석을 내리면 상층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뒤집기도 한다. 김앤장은 다른 법무법인들보다 조금 정치적이다.”(전 금융감독원 간부)

“일을 하다보면 법률 판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를 유리하게 해석하고 영향력 있게 해결하는 데 가장 뛰어난 곳이 김앤장이다.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기업 처지에서 보면 김앤장만큼 매력적인 데가 없다.”(전 외국계 기업 대표)

김앤장의 힘은 소속 변호사나 고문 등을 통해 의뢰인과 관과의 의사소통 통로 구실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종 인허가 및 규제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령 개정 등에도 영향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만들어진 금융 관련 법령들 중 개정 증권거래법과 자산유동화법, 간접투자자산 운용법 등은 김앤장이 깊숙이 개입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김인현 최혜정 기자 inhyeon@hani.co.kr



기사등록 : 2006-08-14 오후 11:01:50 기사수정 : 2006-08-15 오전 01: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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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일 좀 하면 안되겠니?

 

[영화]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액스)를 만든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거장’으로 분류된다. 60~80년대 ‘제트’, ‘계엄령’, ‘의문의 실종’ 등의 작품을 통해 제3세계 군부독재의 잔혹함을 고발했고,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그 만큼 고민이 담긴 무게 있는 영화를 만들어 낸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액스’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영화 포스터. 브뤼노 역할을 맡은 호세 가르시아의 모습. 포스터는 처량한 그의 모습이 거꾸로 배치되어 있다.
영화 ‘액스’는 도날드 E.웨스트레이크의 소설 ‘The Ax'를 원작으로 했다. 그렇지만 원작의 바탕에 깔린 아메리칸 드림의 모티브를 덜어내고 여기에 신자유주의 구조적 문제들을 담아 냈다. ‘일자리’와 ‘재취업’, 구조조정에 따른 개인의 삶 등 사회구조에 대한 풍자와 유머로 다른 그림이 완성된 셈이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역시 노장다운 솜씨가 묻어난다’는 평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액스’는 40대 제지 회사의 중견간부였다가 구조조정 당한 남성 가장이 주인공이다. 나름대로 능력을 인정 받았던 주인공 브뤼노 다베르는 15년간 일한 회사의 공장 이전으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다. 그는 15개월 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고 유유히 직장 생활을 정리한다.

능력을 인정받아 온 만큼 자신의 능력을 믿었던 브뤼노의 고백이 씁쓸한 이유는 2년 후인 현재, 여전히 그는 구직 상태에 머무러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핵심은 그의 재취업 분투기다. 그가 재취업을 위해 택한 방법이 정말 기발하다. 자신의 회사가 존재하는 것 처럼 허위 구인광고를 낸 후, 수많은 경쟁자들의 이력서를 받아 자신과 비슷한 물망 대상을 선택, 후보들을 제거하는 극단적인 방법이다.

재취업 분투기의 암담한 소재와 그가 택한 연쇄 살인이란 방식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혀 심각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주인공의 어수룩한 행동과 우발적 사건 사고들 때문에 연신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인위적인 기교도 없고 내용은 재밌게 흘러간다. 그렇지만 사연 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없듯이 대상들과 사건들 속에 드러나는 풍자는 날카롭다.

평범했던 한 남성 가장이 끔찍한(?) 연쇄살인마로 돌변하는 모습이 몰고와야 할 스릴과 긴장감은 오히려 안타까움과 측은함으로 변한다. 보는 사람은 오히려 그의 연쇄살인이 완전범죄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그의 응원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인공이 처한 현실과 내가 딛고 있는 이 현실의 동질성 때문은 아닐까.

주인공의 장기화 된 구직활동에 아내는 파트타임 비정규로 거리에 나섰다.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도 우체국에 빼곡하다. 등장인물 주변인 중에 누구 하나 구직 중이 아닌 사람이 없다. 5년의 구직활동 끝에 가정 파탄으로 인생 패배자임을 자책하며 처음 본 사람에게 눈물을 쏟는 등장인물도, 판매 성과 대로 월급을 받는 옷가게 판매원이 된 간부와 식당 아르바이트에 나선 이들 모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 그들의 군상이다.

이 영화가 ‘신자유주의 노동시장의 비인간성을 폭로하는 적나라한 보고서’라는 평을 달게 된 이유도 두 가지 맥인 듯 싶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노동 유형들. 실제로 유연화된 비정규직 노동의 다양한 형태가 소재가 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가 택한 ‘연쇄살인’이라는 방법. 경쟁을 통해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양육강식의 세계. 신자유주의의 극대화된 노동유연화는 다른 사람을 죽여서라도 자신의 일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는 은유적 의미인 셈이다.

결말은 다시 원점이다. 주인공이 돌파했던 그 난관 후 또 다른 저격수가 주인공의 목을 노리고 있다. 사회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반복 될 수밖에 없고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다는 암시다.

또한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브뤼노의 가정. 스스로 '그들을 위한 일'이라며 연쇄살인을 정당화 시키는 그 기반에는 그가 지키고 싶어하는 '가정'이 있다. ‘일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브뤼노가 맡은 ‘가장’의 역할 또한 많이 비틀어져 있다.

소재는 무겁지만 영화는 가볍게 보자. 그 만큼 재밌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좋은 영화다. 영화 홍보지에는 ‘영화는 영화일 뿐! 절대 따라하지 말라’는 주문이 적혀 있다. 아마 극장을 나설 때면 그 주문에 절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전하는 ‘질 높은 블랙 코메디’. 이런 영화 한 번 어떨 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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