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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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가장 자주 듣는 소식 중 하나가 부고가 되었다. 지인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나의 지인들의 부고 소식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다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혹은 타인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만큼 삶에 대한 애착이 커서인지, 아니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이 그것을 피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지, 자신의 죽음은 아주 먼 곳에 있다고 여긴다. 


나에게 찾아올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죽을 때,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죽어서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준다면, 내가 살아있을 때 그들이 그렇게 변했으면 좋겠다.


햇수로는 6년 전, 나도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 지인들이 나의 태도, 생활모습 등을 보면서 '내가 아무렇지도 않아함'을 보고 놀란 이들이 많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삶도 죽음도 커다란 의미이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기에, 어쩌면,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아버릴 것 같다. 


마침 바로 전해에 시어머님이 위암에, 그리고 다음해에 내가 유방암에 걸림으로써 가족들은 많이들 놀라고 안타까워했지만, 그런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가? 예전에는 그냥 노환인줄 알고 넘어갔을 일들이, 의학의 발달로 빨리 확인되고 있다는 점, 그래서 치료를 할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까?


나는, 모리 교수가 루게릭병으로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는 동안, 미치 앨봄과 나누었던 대화들을 읽으면서, 나와는 조금 다르겠구나 생각했다. 모리교수는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을 힘들어한 것 같다. 아마도 그 자신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의논하고, 함께 했던 순간들에 의미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나는, 어쩌면 이것도 나의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를 더 원하며, 여러사람과 어울리기 보다 그냥 혼자 침잠하기를 원하는 나의 태도를 볼 때, 굳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를 기억해달라 하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된다."

삶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삶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p.8


나는 이 문장이 마음에 든다. 어떻게 죽어야할지를 고민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서 방점을 찍고 싶은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한 것이다. 지금, 당장, 바로, 살아가는 내가 행복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읽고 싶은 것을, 먹고 싶고 보고싶은 것을 모두 누리며 살아가고 싶다. 삶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것들을 나중에 아쉬워하며 그리워하고 싶지 않다. 


그는 '죽어 간다'라는 말이 '쓸모없다'라는 말과 동의어가 아님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p.54


'죽어간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죽어가는 것이 쓸모없다라는 말과 동의어처럼 취급받는다면,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쓰레기'가 될 운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말이된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비록 제 손으로 제 몸조처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모리 교슈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듯이, 또는 생각할 꺼리를 만들어주었듯이 여전히 가치가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과거를 부인하거나 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타인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라"

"너무 늦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라." p.63


모리 교수가 아포리즘처럼 남긴 말들이다. 앞선 자들이 남긴 어록들을 살펴보면, 뭔가 특별한 가르침이기 보다는, 평범하지만, 실천하지 못한 것들로 가득하다. 특별한 병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것인가라기보다, 지금보다 더 많이 남은 '창창한 내 삶'을 살아갈 진로를 결정해야한다. 십대에만 진로결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 반백년 살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죽어 가는 것은 그저 슬퍼할 거리에 불과하네. 

불행하게 사는 것과는 또 달라.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불행한 사람이 아주 많아."

"나는 죽어 가고 있지만 날 사랑하고 염려해 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 않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산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p.83


모리교수와 나는 이런 점에서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죽어가고 있지만 사랑하고 염려해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외롭지 않게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행복하게 생각하는 건 모리교수의 상황이다. 


나라면, 조용하고 고요한 곳에서, 남은 인생을 조용히 반추하며 사람들과 좀 떨어져서 살고 싶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에 둘러싸여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고, 사랑받으려 애쓰고 싶지 않다. 사람마다, 삶이 달랐듯이 그렇게 죽음도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모리교수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따뜻했다. 찾아갈 노은사가 없음을 아쉬워하기도 했고, 누군가의 죽음이 '평생 회환'이 아닌, '그와 함께 했던 즐거움'으로 남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반백년 살고 나서, 연초에 읽기에 꽤 괜찮았던 책이라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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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오페라 -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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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처음 접했던 것이 언제였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2013년 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도 공연장에서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오페라 공연 실황을 비디오 ( ? ) 로 감상했던 정도였다.

그때 본 것이 라보엠, 카르멘 이런 작품이었다. 솔직히 대사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노래나 음악 정도만 감상하는 정도였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그나마 한 십년 동안 성악가들의 공연도 보고 유튜브로 조금 맛을 본 것도 있어서인지 완전히 낯선 건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오페라의 벽은 높다. 쉽게 공연을 직관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처음 오페라 공연 실황을 보았을 때 해설을 해 준 분이 있어서 이해에 도움을 받았었다. 이 책은 그때의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 오페라도 콘서트나 뮤지컬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장르" 일까? 나는 최근 뮤지컬을 자주 보러 간다. 기회가 된다면 연극도 본다. 이 공연들을 더 자주 보지 못하는 이유는 솔직히 '돈'때문이다. 부산에도 뮤지컬을 올릴만한 공연장이 생겨서 그나마 뮤지컬을 보러 가게 되었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면 좀더 기회가 많아질까?

'방구석 오페라'는 깊이있는 오페라 설명서가 아니다. 입문자를 위한 길라잡이 성격이 크다. 책의 서두에 있는 오페라용어 해설도 입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오페라는 일반적으로 3막으로 구성된다. 오페라 대본을 리브레 토라고 하며 오페라 가수는 프리마돈나, 프리모우오모.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이다.

5개 PART 로 구성된 이 책은 25 편의 오페라를 소개한다. 익히 들어서 익숙한 오페라도 있고 처음 접하는 오페라도 있다. 먼저 오페라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이어서 주요 노래의 가사를 알려준다. 한국어로 공연되지 않는게 대부분이라 줄거리와 노래가사를 알고 본다면 오페라의 내용을 이해하고 감정.을 이입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다음 이 오페라를 작곡한 작곡가나 원작에 대해 알려주고 오페라 역사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구별되거나 높이 평가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개한다. 메인 뮤직과 대표곡을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가 있어서 바로 들어볼 수도 있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 오델로, 니벨등의 반지, 토스카, 투란도트, 파우스트, 카르멘과 같은 익숙한 오페라를 비롯하여 이 책이 소개하는 25편의 서사를 오롯이 즐겨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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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독서 자립 - 문해력을 키우는 6단계 독서지도 로드맵
오현선 지음 / 넥서스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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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독서교육은 어린이를 책 읽기로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독자가 아닌, 주어진 책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 학습자로만 대하고 있습니다. 문해력이라는 단어에 압도되어 읽기의 본질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결과 아이들은 '읽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P.6-7)

이 책의 저자 오현선님은 '읽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독서교육의 현장을 살펴봐온 나로서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주어진 책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 학습자로서의 어린이만 있고, 진정한 독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독서관련 질문을 받아보면, '어떤 문제집을 풀면 좋은가"하고 묻는 질문이 너무나도 많았다. 책을 잘 안읽어서, 책을 싫어해서 걱정이라면서 정작 알고 싶은 답은 어떤 문제집을 풀면 되는가라는 질문이라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그런 질문을 하는 학부모, 바로 그분들이 책을 읽지 않는 분들이라는 것을.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없다.

얼마 전에는 2028년 대입개편안이 발표되고 나서, 독서수업을 하던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제 수학이랑 과학학원에 가야해서 독서수업을 그만두겠다고. 독서 수업은 사실 수업이라기보다 학생들이 책을 잘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역시 대입 앞에서는 모든 게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인갑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것을' '새로이 알게 된'것보다는 '알고 있던 것'을 '제대로 정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충 감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단계별로 해야 할 일과 챙겨야 할 것, 그리고 방법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1장과 2장에서는 독자되기 6단계 로드맵과, 문해환경만들기 6단계 로드맵을 소개한다. 이 책이 다른 돗거관련 도서와 차이라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3장부터는 어휘 문해력 6단계, 읽기에서 독서로 나아가는 6단계, 문학 읽기 6단계, 비문학독해 6단계, 세상읽기 6단계로 진행된다.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단계를 거치는가?

호기심 단계기 > 읽기 모델 탐색기 > 반복 독서기 > 몰입 독서기 > 적극적 독서기 > 사회적 독서기

호기심 단계에서는 어린이가 읽을 만한 책, 펼치면 빠져들 책을 골라 아이의 눈 앞에 노출시킨다. 이 단계에서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전집을 사서 책장에 쫙~~~ 꽂아두는 것이다. 전집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전집을 '전시'하듯 책장에 꽂아두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게 꽂혀 있는 책은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

그렇다면 두번째 읽기 모델 탐색기로 가보자. 가장 가까운 읽기 모델은 부모 또는 양육자, 형제자매, 그리고 친구들이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들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때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책을 골라 줄 필요도 있다. 저자는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읽기자료를 활용하라고 전한다. 생활문들은 찾아보면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읽기'가 우리 생활에서 필요한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세번째는 반복독서기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는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 공주를 좋아하는 아이들,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들...각자 좋아하는 주제에 따라 책을 읽고 또 읽는 아이들이 있다. 이 단계까지만 와줘도 다행이다 싶은게, 요즘은 책보다 미디어에 푹 빠지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완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아이들에게 전자기기를 맡긴 채 그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쓴다면 그것은 방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네번째는 몰입 독서기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분들도 몰입독서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책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때가 있다. 시리즈물이 나오기를 기다려서 서점으로 달려가곤했던 기억도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 저자는 몰입의 경험을 통해 문해력이 자란다고 말한다.

다섯번째는 적극적 독서기다. 스스로 읽기 자료를 찾아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곳에 있는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도서관에 왔다가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책 좀 찾아봐줄래? 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 책들을 살펴본다. 그렇게 책 제목만 훑어봐도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찾은 책을 빌려가거나 앉아서 읽는 아이들을 보면 참 대견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6단계는 사회적 독자기이다. 이때는 책을 통해 얻은 정보나 지식을 전수하거나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몇 권 읽었다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유용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자가 되기 위한 6단계를 먼저 인지하고 나면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필요한 것, 도와줘야 할 것 등이 떠오른다. 그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문해 환경 만들기 6단계 로드맵이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방법들은 어렵거나 힘든 일이 없다. 조금만 신경쓰면 모두가 따라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집에서 부모나 양육자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또래 아이들의 독서모임 등을 통해서도 보완이 가능하다. 책 읽기란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이어서, 책 읽기가 몸에 밴 아이들에게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자기의 삶을 변화시켜나간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그 정도의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국어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책읽기가 아니라, 진정한 독자가 되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4장에 가면 읽기 문해력 6단계가 나온다.

해독 단계 > 유창 읽기 단계 > 묵독 단계 > 내용 이해 단계 > 구조 파악 단계 > 주제 파악 단계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글자를 읽을 수 있다고 읽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글을 읽는 이유는 그 글이 지시하는 바를 알거나 그 글의 목적을 알아내는 것이다.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은 누구나 한글을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읽는 것만으로 내용과 주제를 알 수는 없다. 우리 머리 속에서는 글자로 표현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앞 뒤 내용을 종합하고, 유추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러한 단계를 거치기 위해서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읽기는 절대 그냥 되지 않는다.

6장에서는 비문학 독해 로드맵을 제시한다.

책 고르기 > 작가의 말, 목차 읽기> 훑어읽기>구조화하며 읽기> 다섯줄 책소개하기> 비문학독서점검

교과서나 문제집의 비문학 글은 해당 글을 발췌해서 만든 글이 대부분이다. 전문을 읽어보지 않는다면 그 글을 통한 사고력을 키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가능하면 책을 통해 전문을 읽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을 완독해본 아이는 짧게 끊어 나온 글도 앞 뒤 내용을 유추하며 읽어낼 수 있다.

마지막 세상읽기 6단계 로드맵에서는 신문 읽기를 소개한다. 예전에 NIE 같은 것이 유행을 했는데, 요즘은 종이 신문 보기가 어려워 신문 읽기를 하는 방법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종이 신문 형태를 살린 PDF파일 등을 제공하고 있으니 활용해보면 좋겠다.

여러 가지 읽기를 통해 시험 점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읽고 자기만의 가치관과 통찰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독서의 목적일 것이다.

자녀의 독서교육을 고민하고 있거나, 학생들ㅘ 함께 하는 독서교육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아서 많은 실제 활용하기에도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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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부터 챙기기로 했다 -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나만의 경계를 찾는 법 알고십대 4
노윤호 지음, 율라 그림 / 풀빛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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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서이다.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나만의 경계를 찾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내가 최근에 읽고 있는 많은 책들이 이런 부류의 책이다. 요즘 시대가 그래서일까? 개인의 마음관리에 관한 책이 많다. 원래 많았는데 나의 관심이 그런 쪽으로 옮겨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많은 사건을 보면 그 원인을 '병든 마음'에서 찾기도 한다. '병든 마음'이란 무엇인가?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병명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크든 작든 아픈 마음을 갖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어떻게 다루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특히 청소년기의 마음관리는 예전에도 많이들 다루었다. 질풍노도의 시기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청소년들이 너무나 많은 것들에 노출되어있다보니 위협적인 것들도 많아졌다. 이 책은 4가지 주제로 나누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잇는 청소년의 예를 들어주며 나의 상황과 대딥하여 보고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1. 자꾸만 내 감정에 흔들리곤 해요_나 자신과 올바른 관계 맺기

  2. 답답한 관계에서 도망쳐 자유롭고 싶어요_가까운 이들과 올바른 경계 짓기

  3.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자꾸 휘둘려요_관계중독에서 벗어나기

  4. 사회 속에서 나만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요_더 넓은 관계에서 중심세우기 


1장에서는 내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것들이 정말 나의 문제인지 살펴보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의 감정에 휘둘리거나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모르는 싫은 행동을 하는 이유를 찾아본다. 저자는 그것을 나와의 관계멪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를 이해하고 긍정적일 때 가족, 친구, 사회와의 관계도 훨씬 좋아진다.

이유없이 내가 싫어질 때가 있다. 나의 단점만 보이고 내가 싫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마음', 바로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성향이 있고 기질이 있다. 나의 성향을 객관적으로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을 '단점'으로 해석하기 쉽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하도록 노력해본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우울하고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개인의 차는 커서 누군가에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생사를 가로지를만큼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울감은 말 그대로 감정이지 나의 성향이 아니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에서는 '감정'을 바꿔보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즉, 지금의 '감정'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영역이다. 우울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가장 쉬운 방법이 수면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우울하다고 느끼는 일이 많으니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다.

이 책에서는 최근 많이 거론되는 분노조절장애와 자해에 대해서도 조언을 하고 있다. 자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떤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저자는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 또한 자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신체에 해를 가한 후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렇게해서 엉망이 된 내 몸은 어떻게 치료하나. 결국은 하나가 편하자고 하나를 희생시키는 격이니 그것은 문제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2장에서는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을 이야기한다. 가까운 친구들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가족들로부터 가정폭력을 경험한 친구들이 그거한 자신의 과거에 묶여 힘들어할 때가 많다. 우리의 뇌가 경험을 기억할 때 사건만 저장하지 않고 그때의 주정적인 감정을 같이 저장하여 미래에는 그런 일을 경험하지 않도록 대비한다. 그러다보니 사건과 감정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가 되어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려면 과거의 기억을 꺼내 재정리하는 단계를 거친다. 우리 뇌가 과거의 기억을 재해석하면 최근에 재해석한 내용으로 기억한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3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설명한다. 나의 존재 가치를 다른 사람의 시선에 집착하거나 밖에서 찾을 때 관계에 휘둘리게 된다. 이 시기에는 가족보다 친구나 또래가 더 중요할 시기이다.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대상이기도 하고 또래관계에서 유대감이나 정체성을 형성하다 보니 소중할 수박에 없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친구 관계가 친구들 눈치를 살피며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면 진정한 우정이라고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판에 지나치게 얽매여서는 안 된다.

청소년기에는 뇌의 인지 부분이 형성되는 중이라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행동이 타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믿게 된다. 거기에 또래관계 안에서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고 소속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간다.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구들 무리에서 이탈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다보니 평판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p.111)

마지막으로 사회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일까를 알아본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공감,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사회 속에서의 자신의 존재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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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슨 : 살해 누명을 벗어라! 이야기강 시리즈 10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앙투안 론존 그림, 지연리 옮김 / 북극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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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고슴도치 제퍼슨 부샤르 드 라 포트리가 콧노래를 부르며 집안을 정리했다. 이날은 제퍼슨에게 완벽한 날이었다. 아침나절 내내 기분이 좋았다. 그날은 바로 미용실에 가기로 마음먹은 날이기 때문이다. 미용실에 가기 전에 도서관에 들러 소설 [강에서 혼자]를 반납하고 앞머리를 손질하러 갈 예정이었다.

햇살좋은 가을날 아침 제퍼슨은 그렇게 <죽여주는 스타일> 미용실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러나 그날은 제퍼슨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날이었다. 완벽할것만 같았던 그날, 제퍼슨은 인간이 모는 자동차에 치일 뻔했다. 그리고 <죽여주는 스타일> 미용실에서 에드가르 씨가 가위에 찔려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고, 잠에서 깨어난 염소부인은 제퍼슨을 살해자로 지목했다. 그리고 제퍼슨은 자신이 살해자가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을 알고 도망을 쳤다.

제퍼슨의 돼지 친구 질베르는 그렇게 도망친 제퍼슨과 함께 이 사건을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바로 에드가르를 죽인 진짜 살해자를 찾아서 데리고 오는 것이다. 제퍼슨이 범인이 아니란 것을 밝히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제퍼슨과 질베르는 <발라도>여행사가 기획한 인간이 사는 나라 빌부르그 여행을 시작한다. 노란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관광을 떠난 제퍼슨과 질베르는 에드가르 씨의 엽서를 단서로 삼아 인간의 도시에서 에드가르씨가 무엇을 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이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염소부인은 터무니없는 헛소문을 만들어낸다. 본 사람이 없으니 그 소문은 점점 더 염소부인의 상상대로 흘러간다. 제퍼슨은 그 범인을 찾지 못하면 꼼짝없이 가짜뉴스의 희생양이 될 참이다.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한 이 이야기는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한 제퍼슨과 질베르의 여행을 따라간다. 매주 인간이 사는 도시에 갔던 에드가르 씨가 무엇을 했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는 동물들을 만난다. 버스를 타고 함께 여행을 시작한 [문명화된] 동물들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오만하기 그지없다.

단체여행을 함께 하고 있는 동물들이 뜻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한번쯤 더 생각해볼 것 같다.

"사실 제퍼슨이 인간의 나라에서 받은 인상은 몇 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인간은 동물을 열등한 존재로 여긴다. 기떳해야 어린아이 정도, 아니면 지적 장애인 정도로 취급한다. 제퍼슨은 그런 점이 무척 불쾌했다."(p.87)

"에드가르 씨는 몇 년전부터 비윤리적인 동물 사육과 운송, 공장식 도살에 맞서 투쟁해왔어요. 저도 그렇고요. 우리나라에는 현재 뜻을 같이하는 투사들이 몇 백명 있어요. 우린 그동안 몰래 도살장에 들어가서 현장을 영상에 담았어요. 도살장 담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죠."(p.138)

"세상은 여러 계층으로 나뉘어 있어. 계층 간에는 분명한 서열이 존재하고, 최고층에는 인간이 있어. 그들은 자신들이 누구보다 우월하다고 여기지. 문명화된 동물인 우리는 인간들 바로 아래 있어. 위에서 우리는 내려다보는 인간 밑에. 뭐 말이 그렇다는 거야. 생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여하튼, 우리 아래에는 야생동물이 있어. 그들은 아직 언어가 없지만, 인간에게 선택되어 이름을 얻고 보호를 받지. 그 밑, 맨 아래에는 사육되는 동물들이 있어. 도살되어 해체될 운명을 갖고 태어난 동물. 아, 친구, 너무 끔찍해!"(p145)

"요술봉으로 인간의 식습관을 단숨에 뜯어고치자는 건 아니다. 이런 일은 시간이 걸린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인간이 육식을 멈추거나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다. 고기 소비가 증가할수록 공장식 축산업자와 대량 육류 제조업자들은 많은 돈을 벌겠지만, 죄 없는 동물들은 자기가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처참하게 도륙된다. 인간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며 기뻐할 동물은 없다. 정육점 진열장에 그려진 돼지 얼굴을 보고 즐거워할 동물도 없다. 투쟁은 길 것이다."(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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