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 나도 모르게 쓰는 차별의 언어 왜요?
김청연 지음, 김예지 그림 / 동녘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별의 언어라 하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은 '맘충' 이다. 아마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 이 단어가 특히 거슬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첫 머리에 '급식충'을 예로 들었다. '어떤 벌레'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을 일컫는 것일까?

'급식충'은 '급식'에 '벌레 충(蟲)'자를 붙인 말로 '급식을 먹는 벌레'라는 뜻이다. 주로 급식을 먹는 중고등학생을 비하하기 위해 쓰는 말이다. 급식을 먹는 계층이 많을텐데 유독 중고등학생에게 급식충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몇 해 전 있었던 '무상급식' 논란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나는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사람이었고, 학교 내에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밥이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기를 바랐다. 무상급식을 놓고 포퓰리즘이니 선거용이니 하며 말도 많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밥조차 못 먹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좀더 부끄러워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교육이 늘 미래다라고 하면서, 그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그 밥값이 그리도 아까웠을까?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 아이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공짜 밥을 먹는 생각 없는 아이'로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충(蟲)이 접미사로 붙은 표현이 온라인상에서 먼저 쓰이다가 일상생활에까지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과거부터 '식충이'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었었다. 그것이 확대재생산된 것이 지금의 ~충이 아닐까 한다.

책에 나온 사례들은 4컷 만화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내용들이 낯설지 않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그러니까 그만큼 차별적 언어들을 일상에서 많이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니까. 노인 비하 표현으로 '틀딱'이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노인을 비하하는 '노슬아치'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이제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주변에서 점점 더 노인이 많아질텐데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괴롭혀서야 될까. 물론 나 역시 노인 세대에 불만이 많았던 청년기를 지나왔지만, 일부 노인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한 세대 전체를 표현하는 단어로 굳어가고 있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이 책에는 직업과 관련 있는 차별의 언어도 다루고 있다. 경찰관, 간호조무사, 급식조리사 등의 직업군에 관한 표현도 있고, 직업군 자체에 관한 편견도 있다. 예를 들면 의사한테는 '선생님'이라 하고 소방관한테는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일이다. 전문직이란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직업이긴 하나 다른 직업을 낮춰봐서는 안되는 것이다. 직업인을 부를 때는 해당직업을 지칭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변호사님, 꽃집사장님 처럼 말이다.

차별을 표현하는 언어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말들이 많다. 벙어리, 장님, 절름발이 같은 말들도 그렇다.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많이 쓰는 표현 중에는 결정 장애나 선택 장애 같은 표현도 문제가 된다. 그 내용이 어떠하든,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보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싫어한다면 조심해야한다.

말은 전파력이 강해서 한 번 내뱉고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전달된다. 매번 자신의 언어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말도 습관이다. 자꾸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노력해야 늘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말을 곱씹어 봐야 고칠 수 있다. 일상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차별의 언어를 나부터 조금씩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모그!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0
주디스 커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로 며칠 전에 《깜빡깜빡 잘하는 고양이 모그》로 모그를 처음 만났는데, 이 그림책에서는 모그가 떠난다. 헛. 나는 제목만 보고 모그랑 처음 만나는 그림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별의 그림책이었다.

모그는 너무나 지치고 힘들었고 머리도 발도 꼬리조차도 무거웠다. '이제 영원히 잠들고 싶어'라고 생각한 모그는 그대로 영원히 잠들고 말았다. 하지만 모그의 영혼은 무슨 일이 일어난지 볼 수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렇게 이별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졌을 것이다.

tv등을 통해 동물 학대 사건을 접할 때가 많은데, 실상은 가족처럼 사랑하며 키우는 집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지낸 동물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온다. 모그는 죽었지만 이 그림책은 슬프지 않다. 모그가 영혼이 되어 몸에서 떠날때의 모습도 보면 살짝 미소를 띄고 있다.

모그가 떠난 집에 새로운 식구가 들어온다. 아기 고양이가 온 것이다. 어미가 돌볼 수 없게 된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아기고양이는 겁이 많아서 바스락 소리에도 도망치고가방을 보기만 해도 무서워한다. 결국 아빠 엄마는 고양이를 살짝 못마땅해한다. 그걸 보고 있는 모그도 그렇게 생각한다. 집에 적응을 못한 아기고양이는 여전히 겁을 내며 숨어있는데, 모그가 도와주기로 한다.

모그는 엄마고양이처럼 아기고양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거기에다 이 고양이는 영혼인 모그를 볼 수 있기까지 하다. 모그가 하는대로 따라하는 아기고양이를 보며 모그는 '아주 버릇없는 고양이는 아니군. 그냥 도움이 좀 필요했던 거야." 라고 말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처음에는 낯설고 힘든 일들이 많다. 모그는 오랫동안 이 가족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특별히 뭔가를 가르치거나 도와주지 않아도 척척 해냈을 것이다. 물론 모그도 아기고양이때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고양이였을 거라고 짐작한다.

혈연으로 자연적인 가족관계가 이루어지던 시기에서 요즘은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새롭게 가족에 편입된 누군가는 분명 낯설고 힘들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반려동물이든 사람이든 마찬가지다. 모그가 아기고양이에게 하나하나 가르쳐주었듯이 우리 역시 그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또 작은 동물들에게 다가서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 시인의 하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4
장혜진 지음 / 북극곰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처럼 비도 오고, 마음은 착 가라앉으니 오늘은 책꽂이에서 그림책 몇 권 꺼내본다.

꼬마시인의 하루는 제15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이다.

아이가 청소년이 되고 나니 그림책 볼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산책 좀 다녀오겠다는 꼬마 시인에게 집 안의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숙제는 다 하고 가는 거야?"

"예습 복습은?"

"방 청소는?"

순간 살짝 뜨끔~!! 해졌다.


조금 전까지 앉아있던 테이블에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집이 놓여 있다. 아, 이 시를 이해한다고?


'가지 않은 길'은 프로스트가 직업도 없고 문단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던 그 시기에 썼던 시라고 한다.

'나는 과연 남들이 가지 않은 그 길을 갈 용기가 있었을까?'

이 시를 볼 때마다 생각해본다.

나는 여전히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지만 마음으로는 언제나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아, 정말 꼬마시인은 이미 철학자의 길로....

아주 작은 식물도 꽃을 피워내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인생의 대부분을 공부하는 데 쓰거나,

가정을 꾸리고,

알 수 없는 미래를 꿈꾼다.

고민하던 꼬마시인이 시를 쓰려고 하자, 뱃 속에서 '꼬르륵'.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도 결국은 배고픔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며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한다.


집안의 누군가는 여전히 공부는 안하고 어딜 써다니냐며 잔소리를 해댄다.

그러나 꼬마시인은 오늘도 한 편의 시를 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일은 평생에 걸쳐 진행된다.

나의 선택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고, 나는 매번 선택의 순간을 경험하며 살아왔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인생 꽤나 고민한다는 청소년들과 읽을 맛이 나겠다.

물론 함께 읽어야 할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화의 수수께끼 - 개정판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 1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빈 해리스의 책 《문화의 수수께끼》는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읽었던 책이다.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읽다 말았을 책임에 틀림없다. 나의 책 취향을 보면 그 범주에 들어가는 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웠다.

옮긴이의 말을 보자면 "독자는 지은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답답한 심정으로 읽다가 결론 부분에 이르러서야 그 내용을 겨우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p.15)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경제적 불평등의 단계에서 나타난 인간의 불공평한 지위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문화적 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장치는 식민지 상황에서 변모되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서구문명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독교 문명은 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였다. 문화사나 인류사가 아니더라도 기독교 세계관이나 관련 내용을 모르고서는 서양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마치 인문학 도서를 읽을 때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역사를 알아야 하듯이 서양사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내용인 것 같다. 기독교 문명 역시 초기에 만들어진 문화적 장치 중 하나였을텐데, 지배자의 착취와 폭군을 합리화해주는 문화적 장치로 바뀌어갔음을 이야기한다. 즉, 기독교가 거짓과 불평등 의식을 민중이 받아들이도록 왜곡하고 신화화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생활양식과 관습들, 신만이 아는 것이라는 그 수수께끼에 실제로는 분명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원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나간다. 이 책은 11개의 장으로 나누어 문화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개인적으로는 1장 거룩한 어머니 암소, 2장 돼지숭배자와 돼지혐오자, 5장 포틀래치, 6장 유령화물, 9장 빗자루와 악마연회, 10장 마녀광란, 11장 마녀의 복귀 등이 흥미롭게 읽혔다. 여기서 제외된 원시전쟁, 미개족의 남성, 구세주, 평화의 완자의 비밀 등은 읽어도 사실 내가 명확하게 이해해했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힌두교도들의 암소 숭배에 관한 이야기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재미도 있었고, 지금의 몇몇 상황에 대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보였다. 인도에서 암소문제는 다수의 힌두교도와 소수의 이슬람 교도 사회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의회 내 다수당과 극단주의 힌두교 소수당 사이에서도 폭동과 질서문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처럼 대규모 기업형 농업 방식이 아니라 저에너지, 소규모, 가축 위주의 농업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실업과 주택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고에너지시스템에서 필요한 것들을 가축들의 분뇨를 이용해 대신하고 있다. 또한 인도의 몬순 기후는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기후가 아니기 때문에 가뭄과 굶주림을 정기적으로 겪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암소를 죽이는 것은 순간적인 욕구와 장기적인 생존조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일과 같다. 농부들이 눈 앞의 이익에 현혹되지 않도록 신성한 상징적 의미와 거룩한 교리를 갖추고 암소숭배를 하고 있다.

물론 마빈 해리스가 이 책을 썼을 당시와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다. 1975년에 쓴 이 책의 내용이 현재까지도 전부 유효할 수는 없지만, 나는 암소숭배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돼지숭배와 관련한 장에서는 농업과 목축이 혼합된 경제형태 내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신의 금지명령은 생태학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반정착 취락농경인들에게 돼지는 재산이라기보다 위협적인 존재였고 숲과 그늘진 강둑에서 살며, 곡식을 주로 먹는 돼지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돼지는 식용으로서는 가치가 있으나 그 외에는 아무 가치가 없으므로, 고기만을 위해 사육되는 동물은 일종의 사치품일 수 밖에 없다. 소고기를 먹지 말라는 금기와 마찬가지로 돼지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유혹이 크면 클수록 종교적 금기조치도 커진다고 보았다.

세계민족지학박물관에 전시된 생활양식 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위신을 얻으려는 충동'이라고 알려진 행동이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인간들의 열망이 너무 지나쳐서 서로 피나는 경쟁을 하다가 나중에는 경쟁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과시적 소비', '사치성 남비'등과도 연결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의 예로 아메리칸인디언들이 행한ㄴ '포틀래치'를 소개한다. 포틀래치의 목적은 경쟁자인 상대방보다 더 많은 재산을 포기하거나 파괴하는 데 있다. 저자는 포틀래치가 단순한 과대망상적인 변덕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생태학적 조건들 때문에 생겨난 결과라고 주장한다. 포틀래치에는 분명히 경쟁적인 특면이 있지만, 원래는 생산력이 높은 부락에서 남은 부락으로 식량과 귀중품들을 분배하는 측면도 있었다. 어획량, 야생과일, 채소의 수확량이 예측이 어려울만큼 변동이 컸으므로 부락 간에 교대로 열림 포틀래치는 유익한 것이기도 했다.

이 책의 마지막으로 넘어가면 '마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가 있다고 믿었던 이유, 16세기와 17세기에 마녀사냥이 그토록 일반화되었던 까닭을 알아본다. 15세기에서 17세기 사이 유럽에서 50만 명이 마녀 또는 마법사라는 죄목으로 화형을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들의 죄목은 아주 다양했지만, 그 중에서도 악마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공중을 날아다닌 죄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마녀가 화형을 당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빗자룰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가 있다고 믿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마녀 자신이 자인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고백서'는 마녀와 피의자들을 고문해서 받아쓴 글이다. 마녀피의자들은 고통을 덜 받고 화형주에서 조용히 죽어갈지 아니면 몇 번이고 고문을 당할지 양자 택일을 강요당했다고 한다.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에는 그 대가로 장작더미에 불이 붙기 전에 교살당하는 행운을 얻기도 하였다. 이런 고문 행위가 없었더라면 그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방 관리들이 열성적으로 마녀사냥에 몰두한 이유는 마법사나 마녀의 혐의를 받은 자들의 전 재산을 몰수할 권리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p.282) 13세기까지만 해도 교회는 마녀의 고문을 허용하지 않았고, 로마의 십일조와 성례독점권을 위협하기 시작한 불법적인 교회조직 구성원에 대해서만 허용된 일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마녀광란을 조작하고 지속시킨 것이 지배계층이었다고 말한다.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에 항거하는 격렬한 메시아니즘적 저항과 더불어 마법신앙이 점점 널리 퍼져나갔던 사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직전 교향은 마녀들에 대한 고문을 허용했고, 이 마녀광란은 통일된 기독교가 종지부를 찍고 전쟁과 혁명이 계속되는 16세기와 17세기에 절정해 달했다."(p.293) 마녀수사관들은 마법 파괴에 골몰하기 보다 마법을 고안해내는 일에 몰두하였다. 즉 마녀사냥꾼은 마녀들의 공급을 원활하기 하는데 노력했고, 실제 마녀들이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이 위험하다는 신앙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마녀사냥제도는 교묘하게 만들어졌고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결국 마녀광의 실제적인 의미는 마녀광란을 통해 중세 후기 사회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교화와 국가에서 인간의 형태를 취한 가상의 괴물에게 전가시켯다는 데 있다. 이 괴물의 환상적인 행위 때문에 고통받고 소외되고 영세화된 대중은 부패한 성직자들이나 탐욕스러운 귀족들을 저주하는 대신에 미쳐 날뛰는 악마들을 저주하게 되었다. 교회나 국가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대중과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가 되었다."(p.308)

최근에도 우리 주위에서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전국민을 경악케하는 희대의 스캔들은 무언가 정치적 과오를 덮으려 할 때 등장한다. 국민의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는 일, 그로 인해 한 개인의 희생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누군가가 우리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인지 의도되고 조작된 것인지 의심을 해 보는 일이다. 그리고, 양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우고 또 학습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먼카인드 -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은 이 정도 두께의 책은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책을 읽기 쉽다 어렵다 판단하는 것은 두께가 아니라 내용이기 때문이다. '휴먼카인드'는 '사피엔스'를 읽을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두꺼운 책을 쫙 쫙 펼쳐서 줄 쳐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인간 본성 자체가 이기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수많은 책과 이론들이 그렇게 설명하고 있고, 우리는 그 사실을 제대로 팩트체크하지 않은 채 그러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현실에서는 그 반대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인간은 위기가 닥칠 때 최선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재난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약탈하고 공격하고 무차별적인 살상을 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며 말한다. 이것 봐라.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인가? 라고. 왜 그럴까? 저자는 리베카 솔닛이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서 한 말을 인용한다. "내가 받은 인상에 따르면 엘리트가 공황에 빠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모두의 인간 본성이 자신과 같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p.37)

며칠 전, 회사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플라시보 효과와는 반대의 말이 있을텐데 그게 뭘까 했던 적이 있다. 우리는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서는 익히 들은 바가 많다 보니 쉽게 이야기하는데, 그 반대의 경우를 뜻하는 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우연처럼, 이 책에서 그 단어를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노시보 효과'이다.

의사가 가짜 약을 주면서 이 약을 먹으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우리 중 누군가는 '정말로' 상태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영국의학저널》에서 플라시보는 실제 외과 수술과 가짜 외과 수술의 효과를 비교했는데, 모든 사례의 4분의 3에서 도움이 되었고, 절반 정도는 실제 수술과 동일한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가짜 약을 먹으면서 이 약을 먹으면 병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거나, 환자에게 약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고 경고한다면 그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것이 '노시보 효과'이다. 우리가 이런 경우를 많이 보면서도 실제 임상 실험이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윤리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타인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비관적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는 왜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되었을까? 우리의 관심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이끌린다는 부정편향과 어떤 것을 쉽게 떠올린다면 상대적으로 그것이 흔하다고 믿는 가용성 편향 때문이다. 대부분의 뉴스나 책, 다른 미디어들이 소개하거나 다루는 내용은 예외적인 것들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기 어렵거나 신기한 일, 관심을 끌만한 새로운 것,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것들을 소재로 삼는데 특히 부정적인 내용을 자주 다룬다. 선박이나 자동차 탈취사건에 비하면 그 빈도가 훨씬 적은데도 불구하고 비행기사고는 뉴스를 장식한다. 왜냐면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이제킹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골딩의 《파리대왕》이 성공한 비결을 설명하는데, 1960년대의 시대정신이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여준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고 본다. 그러나 저자는 골딩이 자신에 대한 슬픈 인식을 갖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예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이 책과 같은 상황에서 실제로 난파당한 통가의 조난자들은 《파리대왕》의 아이들처럼 행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정편향의 이야기가 계속 반복된다면 노시보가 되어 폭력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사실, 아이에게도 이 책을 읽으라고 했는데, 책과는 다른 실제 조난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해주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책에서는 인간 본성의 사악함을 믿게 하는 홉스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선함이 있다고 선언한 루소를 두고 각각의 입장에서 견해를 살펴본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이 책 역시 베스트셀러가 되어 사람들은 우리의 우전자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찰스 다윈은 인간만이 얼굴을 붉힐 수 있다며 이러한 특징은 가장 인간적인 특징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그렇게 뻔뻔하다면 얼굴을 왜 붉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유전학자는 가장 우호적인 자가 살아남는다고 하였다. 은여우 실험과 침팬지 실험에서도 '친밀감'이 중요한 특질로 작용하였다.

저자는 계속해서 인간이 부정적이거나 사악하지 않다는 증거들을 소개한다. 사격을 거부하는 병사들의 사례를 통해서 인간은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증명을 한다. 그리고 수렵 채집 생활에서 정착생활과 농경사회를 통해 지도자가 탄생하고 사유재산이 증가하면서 불평등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로 최초의 전쟁이 발생한다. 농경생활과 정착생활로 인한 변화는 제임스 스콧의 [농경의 배신]에서도 다루고 있다.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전염병이 확산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저자는 1950년대와 1960년대 사회심리학자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괴물로 만드는 요인을 찾아내기 위해 끔찍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실험들을 실시했다고 말한다. 이 실험들은 우리도 알고 있는 것들인데 교도소 실험이나 전기충격 실험 등이 그것이다. 조작되고 위장된 결과들이 우리 자신을 죄가 많은 본성을 가졌다고 믿게 만든다. 그리고 언론은 계속해서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확대재생산한다. 최근에서야 뉴스들을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팩트체크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뉴스와 언론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사람이 많다.

'휴먼카인드'를 읽는 동안 왜 그렇게 많은 가짜 뉴스들이 우리들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용기와 충성심, 헌신과 연대의식이 때로는 전쟁과 같은 참혹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적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공감은 낮아지고 공격은 더 잔인해지는 법. 그리고 뉴스는 이러한 공감을 한계로 몰아붙이는 자극제가 된다."(p.284) 현대사회에서 뉴스는 비정상적이고 터무니없는 것을 집중 조명한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서 정상에 오르는 사람은 친절하고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뻔뻔한 사람이 살아남는다.

앞에서 설명했던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한 것으로 '피그말리온 효과'가 있다. 우리가 믿는 것이 진실인지 상상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피그말리온 효과'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이 다르다. '피그말리온 효과'와 반대인 '골렘 효과'는 누군가에 대해 부정적인 기대를 할 때 우리는 그들을 자주 쳐다보지 않게 되고 거리를 두게 된다. 그들을 향해 자주 웃지도 않는다. '골렘 효과'는 일종의 노시보이다. 가난한 학생은 더 가난하게 만들고, 노숙자는 희망을 잃게 만든다. 고립된 10대들은 더 과격하게 만든다. 인종차별의 이면에 있는 메커니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대치가 낮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되고 이것은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더욱 떨어뜨려서 자신의 성취를 낮게 만든다. (p.355)

차별과 혐오를 끝내기 위헤 저자는 '접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접촉'은 효과가 있지만 즉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학습해야 한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더 좋다.

이 책을 덮은 지금, 나는 다시 한 번 더 읽을 생각을 하고 있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05-16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사점들을 많이 던져줄 것 같네요. 꼼꼼한 책 소개 덕분에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

하양물감 2021-05-16 22:45   좋아요 1 | URL
이 책 강추합니다^^

초딩 2021-06-05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하양물감 2021-06-05 18: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당선작 올랐어요

초딩 2021-06-05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정말 두께 때문에 몇번 그리고 지금도 망설이고 있어요 ㅎㅎ

하양물감 2021-06-05 18:20   좋아요 1 | URL
두께에 비해 잘 읽히는 책입니다. 도전해보세요

초딩 2021-06-05 18:23   좋아요 1 | URL
넵!! 도전 ㅎㅎㅎ

서니데이 2021-06-05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양물감님 축하드립니다^^

하양물감 2021-06-05 18:2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간만에 당선작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책을 12만원 가까이 구매했는데, 결제 다하고 보니 적립금이 들어와 있었어요. 타이밍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