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에릭 바튀의 두번째 책은 [작은 행복]이다. 철학그림책이라서 그런지, 어른이 읽어도 생각꺼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아이는, 이 책의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날아가는 우산을 쫓아 그림 속을 헤집고 다니다보면, 행복이란, 정말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그림을 즐기며 보려면 초등 고학년은 되어야할 것 같다.
행복이란 작은 우산을 펴는 것처럼 간단하다는 에릭바튀의 말을 음미해본다. 사실, 살면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그 마음 먹기가 얼마나 힘들던가. 그런데, 에릭바튀는 이렇게 말한다. 작은 우산을 펴는 것처럼 간단하다고.
이렇게 간단한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정작 나에게서 달아나거나 놓치고 나서야 후회하기 일쑤다. 게다가, 내 행복이 '번개에 맞아 불타기라도 하면 어쩌지?'(p.14), '영영 날아가기라도 하면 어쩌지?'(p.14), '비바람에 혼자 떨고 있'(p.17)으면 어떡하나 고민하며 일생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눈을 감아보면, 어느새 행복은 그렇게 멀리 도망간 게 아니라 내 곁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똑같은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것은 보통이다. 어떤 이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는가하면, 어떤 이는 자기만의 공상에 빠져 해도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산을 펴는 일은, 작은 아이가 하기에는 무섭고 힘든 일이다. 갑자기 펼쳐지는 바람에 깜짝 놀라 우산만 바라봐도 울음을 터뜨리는 우리집 아이가, 어느날, 펴진 우산에 이것저것 붙여가며 놀이를 한 다음에는, 우산에 대한 무서움이 사라지고 놀잇감이 되었다. 우산만 보면 울던 아이가, 이제는 우산만 보며느 펼치고 갖고 놀고싶어한다. 같은 사물이라도,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행복은, 멀리 있을 것 같고,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같지만, 잠깐 용기를 내어보면, 언제나 우리 옆에 있었다는 것을, 그리 어렵게 손을 뻗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만 그럴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무서워하고 움츠러들어 손을 내밀지 않으면, 그것을 곁에 둘 수 없는 게 얼마나 많은가. 생각이 생각을 키우고, 무서움은 두려움을 키운다. 그러나, 이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처럼, 시원한 바닷가에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누운 사람처럼 편안하게 행복을 음미하는 것은 누군가의 특권이 아니라, 나 역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