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나 365일, 챌린지 인생 문장 - 1년은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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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목적을 갖고 하나씩 성공경험을 쌓아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챌린지는 관심이나 마음이 동하지 않는 편이다. 이 책은 챌린지 형식을 빌어와서 하루 하나씩, 365일동안 문장 하나와 그 의미를 곱씹어보며 결심해가는 과정을 격려한다. 이런 형식을 좋아하는 이라면 해볼 만하다.


나는 이 책을 일단 후루룩 읽어보았다. 나도 책을 제법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인생문장은 많지않았다. 친구들이 책이나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이나 대사를 인용할 때 부러웠다. 나는 잘 기억하지 못해서랄까? 아마도 내가 책에 줄기차게 밑줄을 긋는 이유는 외우지 못해서일 수 있다.


책은 인생문장이라 할 만한 문장을 소개하고 짧은 코멘트를 덧붙인다.거기에 읽기, 결심하기, 인생문장에 체크를 하여 구분할 수 있다. 저자가 고른 인생문장들을 읽으며 내 마음에 드는 것을 몇개 추려본다.

DAY41

내가 옳다는 말은 다른 사람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갈등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다.

디팩 초프라의 완전한 행복-디팩 초프라

DAY57

온갖 종류의 추측이 난무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직접 질문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100가지 방법- 일레인 제임스

DAY206

큰 변화는 결국 사소한 것들이 축적됭니 만들어내는 것이다.

승리하는 습관. 승률을 높이는 15가지 도구들- 엘렌 스테인 주니어/존 스턴펠트

DAY220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하는 단점이 사실은 대부분 자신의 싫어하는 내면의 모습이라는 말은 진리다.

마음의 발견- 브라이언 로빈슨

DAY232

자기 변화는 최종적으로 자기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바뀜으로써 완성됩니다.

담론-신영복

사람마다 자기 마음에 와닿는 글귀는 다르고, 같을 수 없다. 내 상황과 여건, 마음 상태나 현실 등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문장들을 읽으면서 몇몇 문장에 공감하였다. 내게 힘을 주거나 의미가 있는 문장을 나스스로 찾아서 기록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2023년에도 잘~~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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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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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책들 중 일본 작가의 책이 제법 많은 것 같다.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가면 오디오 해설이나 도슨트 해설을 듣곤 하지만, 관련 도서가 있다면 바로 사는 편이다. 특히 도록은 반드시 사는 것 중 하나였는데, 요즘은 도록도 좀 부담되어 고민이 된다. 


마침 서울에 갈 일이 생겼고, 간 김에 이 전시도 보고 오려고 한다. 실은 10월 29일 토요일에 서울에 갔었고, 그 다음 날 보러 갈 예정이었는데 이태원 참사로 그냥 내려왔다. 다시 서울에 올라갈 일이 생겨 이번에는 보고 오려고 예매도 해두었다.


합스부르크 600년


합스부르크 역사는, 뮤지컬 앨리자벳 때문에 조금 알고 있다. 때마침 얼마 전에 앨리자벳을 보았고,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도 있어 이 책을 읽는 것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합스부르크 왕조는 6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유럽역사의 핵심이자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12점의 명화를 소개하며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소개한다.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이러한 시도는 편향적일 수 밖에 없다.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계통에는 명화라 부를 만한 작품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브레히트 뒤러, 베첼리오 티치아노, 디에고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 같은 화가에 의해 그려진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역사를 잠깐 들여다볼 수 있다. 


합스부르크 사람들은 신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라 생각하며 자신들의 푸른 피를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그 피를 다른 천한 피와 섞이지 않도록 그들은 혈족 간의 결혼으로 근친혼이 많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제1장 알브레히트 뒤러, '막시밀리안 1세'


15세기 말 독일왕 겸 신성로마 황제가 된 막시밀리안 1세는 합스부르크가가 베출한 영웅이었다. 치세 기간 26년 중 25차례의 원정을 떠났으며, 용병제도의 아버지이자 독일 최초의 르네상스인이었다. 그는 고대 로마제국의 재건보다 독일어권의 합스부르크왕조를 강화하는데 힘썼다. 


뒤러가 그린 <막시밀리안 1세>는 황제가 직접 의뢰한 초상화이다. 합스부르크가의 특징인 매부리코와 툭 튀어나온 아래턱은 눈에 띄지 않게 그려졌다. 뒤러는 막시밀리안 1세가 죽은 후 초상화를 완성하는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가 새 황제에게서 정산을 한다. 막시밀리안 1세는 혼인 외교를 펼쳤는데, 혼인을 통해 영지와 재산을 불려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장 베첼리오 티치아노, '황제 카를 5세의 기마상'


황제 카를 5세의 기마상은 높이가 3미터가 넘는 기념비적 대작이다. 47세의 카를은 날카롭고 용맹해보이는 외모와 주걱턱까지 왕으로서 위엄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우수에 찬 눈빛과 철학적이라 할 법한 표정을 짓고 있다. 초상화는 대부분 의뢰인의 비위를 맞추기 마련이라 미화되었을 거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을 명화라 하는 것은 대상의 장점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그 장점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제6장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꽤 유명해서 본 적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이번에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라는 전시에서도 단연코 이 '시녀들'의 그림 중앙에 있는 마르가리타 왕녀가 주인공이었다. 이 그림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데, 그림 속 화가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화가와 시녀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지 등등. 


제11장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 '엘리자베트 황후'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면 바로 이 '엘리자베트 황후'가 아닐까? 뮤지컬 엘리자벳을 본 이후 누구나 떠올릴 수 있게 된 그림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었다. 나는 엘리자벳을 꽤 오래전 시대의 인물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 


이 책의 작가는 일본 사람이다. 그래서 명화를 비교하거나 설명할 때 일본의 것과 비교 설명을 한다. 이런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우리 나라 작가가 이런 책을 쓰지 않은 점이 늘 안타깝다. 650년이라는 긴 기간을 유지한 왕조라며 치켜세우지만, 일본 바로 옆에 조선도 500년이나 이어져온 나라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한국 작가들도 '전시', '공연', '예술' 작품 등과 어우러지는 책들을 출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고 전시를 본다면 훨씬 전시를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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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알고 싶은 실전 심리학 - 사람의 속마음을 거울처럼 들여다본다
왕리 지음, 김정자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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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다면


- 진화심리학이 뭐지? 마음과 행동을 연구한 갖종 실험에 대해 들은 적이 거의 없다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 진화심리학에 대한 관심, 마음과 행동에 대해 평소 책 좀 읽는다 혹은 실험 결과들을 좀 안다 하면,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읽는 것이 좋다.


30가지 인간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증명할 많은 실험들을 소개한다. 실험 결과는 해당 명제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는데, 한편으로는 '의심'도 든다. 재미로 보는 거라면 재미로 끝낼 것.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드러내는 실험도 많은데, 나는 그것들이 조금 별로였다. 남자는 사냥을 하고 여자는 수집과 채집을 했다는 사실이 그렇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녀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땐 사실 좀 조심하거나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


나 혼자만 알고 싶은 실전심리학

크게 5개의 파트로 나누어진다. 


- 후회없는 결정, 나도 할 수 있다: 결정의 심리학

- 정글 같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직장의 심리학

-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연애의 심리학

- 몸의 단서로 상대를 꿰뚫어본다: 행동의 심리학

- 외모가 말해주는 비밀:외모의 심리학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직장의 심리학.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를 더 선호한다. 여성상급자를 뽑을 때 남성과 여성 모두 목소리가 낮은 여성을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남성상급자를 뽑을 때는 남성은 낮은 목소리를 뽑고, 여성은 목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또 여성은 위기상황에서 보수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여성들은 다소 보수적이고 모험을 기피하며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다(p.56)고 한다. 비슷하게 스트레스 상황에서 65세 이상의 노인도 보수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중요부서에서 여성과 남성은 기용되는 일이 어렵다고 한다. 


사실 목소리가 어떻든, 성향이 어떻든 간에 한국사회에서는 '여성' 혹은 '여성 리더'가 적다. 항간에서는 여성에 의해 역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젊은 남성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은 상대적인 것이니 여기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너그러운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너그러운 사람은 조직에서 다른 사람들과 개방적인 태도로 협력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동료를 돕는다. 그러나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은 오히려 승진하기 어렵다고 한다. 술수에 잘 넘어가거나 회사에 손해를 입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속임수를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CEO가 회사의 이윤을 증대하는 책임을 떠맡으면 스트레스가 커지는데, 동시에 그의 비사도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처리해야 할 업무량은 증가하지만 그에 걸맞은 동등한 권력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P.61) 


이 문장을 읽는데 정말 공감이 갔다. CEO와 비서가 아니더라도,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서도 이런 관계가 형성될 수 있겠다. 아, 그래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지도... 주어진 보상과 권력에 따라 일하는 방법이나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팀에 여성은 두 명이 적당하다'(p.69)거나 '팀에 여성이 너무 많으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p.70) 있다거나 '한 팀에 여성이 세 명 이상이면 그중 한 명은 따돌림을 당하기 쉽다'(p.71)거나 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저자는 거기에 나름대로의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에 걸림돌이 많은 한국사회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여성으로서는 불쾌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은 직장인이 초과 근무를 원하지 않는 이유는 초과 근무 수당이 잘 나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랜 업무가 건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p.81)이며, '장기 근무가 위험한 이유는 이런 근무가 이루어지는 업종이나 직업 자체가 위험한 직군에 속하며 사람이 주의력과 체력을 오랫동안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기'(p.82)때문이고, '교대근무는 잠재적인 당뇨병'(p.82)을, '야간 근무를 하는 사람이 유방암에 걸릴 비율은 정상 근무를 하는 사람보다 40% 높'고 '야간근무를 하는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을 증가'(p.84)시킨다는 문장을 읽으며, 우리 사회가 고위험직군과 열악하고 위험한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바로 얼마 전 화물차노동자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처와 주52시간제 근무의 수정이 바로 떠오르는 이유다. 


내가 주의깊게 읽은 부분의 내용이 이렇다고 해서 이 책이 이런 머리 아픈 이야기로만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 매우 힘들어하는 이유라든가,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도 소개한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남녀의 차이, 이성을 사로잡는 6가지 매력 법칙, 남녀의 바람기 등도 알아볼 수 있다. 


요즘 '재벌집 막내아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왜 복수에 열광하는지도 설명한다. "피해자가 보복하려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서이다. 그러니 단순한 사과라도 이런 피해자의 심리를 위로해줄 수 있다면 그들의 보복 심리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분노로 인한 일시적인 총동과 공격성을 자제한 상태에서 먼저 사과하는 게 좋다."(p.144)고 하였다. 무슨 일이든 '사과'가 먼저라는 말이다. 최근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에 대해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의 태도가 떠오른다. 유족들의 분노를 부추기는 건 바로 그들이 아닐까?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와 '소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소문의 진짜 목적은 대부분 진상을 폭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제삼자의 이익을 희생시켜 '거짓 단결' 현상을 만드는 데 있다. 소문이 사회적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어 주는 이유는 여러 사람이 같은 사람을 증오할 때 강한 유대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p.155) 


심각하게 집중해서 읽을 책이라기보다 가볍게 훑어보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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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박미라 지음 / 그래도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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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글이라도 치유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치유적 글쓰기다.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문학적 수준의 높고 낮음이나 지식인 정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가치에는 등급도 없다. 그러니 치유를 위한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저 쓰면 된다. (P.21) 


열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열 수 없는 것. 그것은 마치 인간의 입과도 같다. 인간은 말할 수 있는 입이 있지만 말해서 안되는 것들의 긴 목록도 가지고 있다. 미움, 시기, 질투, 경쟁심, 원망 같은 것들을 말해서는 안 된다. 고통, 절망, 슬픔, 분노, 수치감 등도 말할 수 없다. 때로는 외로움이나 우울감 등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므로 거부당한다. 문화에 따라서는 자기를 설명하고 표현하는 것도 문제가 되며, 심지어 피해자임을 폭로하는것도 제지당한다. 어쨌든 우리는 어둡고 부정적인 것들을 말할 때 불편함을 느껴야한다. 그런데 더욱 비극적인 것은, 그럼에도 우리는 발설하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는 것이다.(P.27~28) 


 저자는 입을 열고 말하기 시작할 때 치유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 어떤 것이라도 말하고 싶다면 말해야 한다. 한 번 입을 다물고 말을 삼키고 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는다. 삼킨 말은 가슴 속에 쌓이고 쌓여 돌덩이가 된다. 그러고보니 나는 집에서는 주로 입을 닫고 밖에서는 쏟아낸다. 아마도 그렇게라도 쏟아내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입 밖으로 내 놓고 말하기 시작하면 치료가 시작된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발설을 다른 누구보다 나 자신이 듣게 된다는 사실이다. 욕구가 몸 안에 쌓여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언어화되어 입 밖으로 나왔을 때 비로소 내가 하고 싶은 말과 직면하게 된다."(p.32~33) 


 그러나 좋은 발설에는 조건이 있다. 


 첫번째는 억지로 내뱉은 발설은 오히려 화가 된다. 말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두번째는 적합한 상대를 찾아야 한다. 주변에 긍정적인 반응을 해 줄 사람을 찾아야한다. 그런 상대가 없다면 글쓰기를 권한다. 많은 글쓰기 치료사와 상담자들은 일기 쓰기를 통한 심리치료의 효과를 인정한다고 한다. 

 세번째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인터넷카페나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에도 미리 양해를 구하면 읽는 이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격려와 지지를 통해 힘을 얻게 되면 누군가의 쓴소리도 받아들일 여유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대에게 발설했을 때는 기회를 한 번 더 잡아 발설 후 자신의 심정을 전화다. 어떤 경우라도 자책하거나 주눅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홀가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쓸때 누군가(일기장이나 나만의 블로그, 내면 깊숙이 감지되는 어떤 존재)와 대화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혼자라는 외로움에서 벗어나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생각과 감정을 글로 옮기게 되면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생각이 발전한다.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누군가'를 특정하지는 않고 '다수'를 향해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보니 사실 솔직한 내 마음을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비해 나의 아이는 블로그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꽁꽁 숨켜서 그 '누군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숨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쓰기의 중요한 치유 기능은 생각을 단순화하기 위한 기록, 내면과의 대화,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거리두기가 가능해지는것이다. 그 다음이 '나를 보'고 ' 나의 마음과 상태를 관찰'한다. 내가 가장 어려워했던 것이 바로 나 자신을 솔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잘 보는 것이 온전한 치유다. '글쓰기는 주의 깊게 보는 행위 그 자체이며 자신이 어떻게 보고 경험하는지 알게 해주는 행위이며, 그것도 성찰적이고 치유적이다.' (P.69~70) 


 치유적 글쓰기에는 공감이 절실하다.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과정에서 글을 쓴 사람도 읽는 사람도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면 공감과 칭찬은 어떻게 하는걸까? 회사에서도 옆에 있는 직원 칭찬하기를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칭찬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첫째, 상대의 글을 통해 내가 느끼거나 배운 것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둘째, 글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 입장을 유보하고 있음을 솔직히 이야기한다. 

 셋째,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격려한다. 

 넷째, 좋은 질문을 한다. 

 다섯째, 상대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 세 번 읽는다. 

 여섯째, 잘 들어줬다면 나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2부에서는 글감찾기를 주제로 무엇을 쓸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반적인 편지쓰기는 편지를 받는 대상이 있고 그에게 부치기 위해 쓰지만, 치유하는 글쓰기로서의 편지는 상대에게 부치지 않는 편지를 쓴다. 편지 글쓰기의 대상은 다양하다. 미운 사람, 그리운 사람, 오해를 풀지 못한 사람, 자기자신이나 내면의 자아, 과거 어느 시점의 나, 나의 성격이나 우울한 자아, 사춘기의 나, 신체의 장기나 부위 등도 대상이 된다. 우리가 고통받는 이유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살기 때문이므로 그런 감정을 소재로 풀어내본다. 그리고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들, 일상에서 반복하거나 패턴이 된 것들,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나 불쾌한 것들을 목록으로 만들어본다. 신호를 찾는 시간을 경험해보면 일상의 작은 것들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 가족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이다. 가족을 주제로 쓸 때는 첫째, 나는 과거 가족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나, 둘째, 가족들 사이에서 어떤 죄의식이 있나, 셋째,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 과거의 어떤 감정 에너지를 끌어오는가, 넷째, 보이는 관계와 보이지 않는 관계는 무엇인가? 다섯째, 부모가 물려준 심리적 유산은 무엇인가를 고려한다. 


​ 재미난(?) 소재도 있는데 미친년 글쓰기가 그것이다. 미친년 글쓰기는 '미친년'을 만드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남들과 다른 것,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손가락질하는 것 등 두려움을 발설하는 글쓰기다. 여성작가들이 작품에 등장시키는 미친 여자들은 작가의 분노와 분열을 투사한다. 여성뿐 아니라 세상 모든 약자들은 다양한 언어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관되고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할 수 없는 약자들은 강자와 약자의 언어를 사용해서 조롱하고 웃고 넘긴다. 


 나는 여기쯤 읽고 나자, '치유하는 글쓰기'가 필요한 사람이 누군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약자인가? 사람은 누구나 강자이기도 하고 약자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떤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풀어볼 필요가 있다. 


 3부에서는 어떻게 써야하는지 글쓰기 방법을 알려준다. 떠오르는대로 자유롭게 쓰기, 가슴으로 쓰기, 상대에게 말 걸듯이 쓰기, 솔직하게 쓰기 등의 방법이 있다. 글을 자꾸 쓰다 보면 나만의 방법이 만들어진다. 많이 써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 이 책을 읽고 상처입은 마음을 드러내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방법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책에 예시로 소개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는 사실 좀 갑갑했다. 하지만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어두운 면, 내가 꾹꾹 누르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 예측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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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올 줄이야
최민지 지음 / 모래알(키다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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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길다. 아마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을 표현하려고 하니 길다란 책이 어울렸을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 온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는 아이가 있는 표지를 보며, 이 그림책은 옛날이야기일까? 하고 생각했다. 


아이가 외롭게 한 구석에 앉아있다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 빨간 동아줄을 발견한다. 동아줄을 잡고 하늘로 올라가는 아이. 옛날이야기처럼 위험에서 구원해주는 이야기일까? 빨간 동아줄을 잡고 올라간 곳은... 빨간색 가름끈을 가진 책이었다. 


이 그림책에는 (보통의 그림책에는 없는) 빨간 색 가름끈이 달려있다. 책 속의 여자아이가 잡고 올라갔던 그 가름끈이 실제 이 그림책에도 붙어있는 것이다. 갑자기 그림책의 안과 밖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작가의 상상력이 빛이 나는 지점이다.


여자 아이는 빨간색 가름끈을 잡고 책이 있는 세상을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여자 아이 앞에 나타난 책사람은 글자로 이루어져있다. 한국 작가의 작품에서 가져온 문장들은 아무렇게나 찢어서 붙여놓은 것 같지만, 그 내용을 읽어보면 그 페이지의 그림과 함께 어우러지는 문장들이다. 작가는 문장을 먼저 뽑은 다음에 책사람을 만들었겠지. 


책사람과 함께 책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여자 아이는 즐거운 모험을 즐기고 있다. 때로는 괴물책에 쫓기기도 하고, 맛있는 상상의 구름 과자도 먹으면서 말이다. 책을 읽으며 만나는 세상은 정말 다양하다. 우리가 책을 펼쳐 들면, 새로운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책은 우리를 스릴 넘치는 모험의 세계로, 신기한 환상의 세계로, 한없이 편안하고 포근한 세계로 그렇게 이끈다. 


어린이 그림책이라고 하기엔 의미하는 바가 너무 많아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그림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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