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와 이상한 미술관 이야기강 시리즈 7
구요성 지음, 변보라 그림 / 북극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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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어린이책을 읽어본다. '마루와 이상한 미술관'은 초등 고학년 용 이야기책이다. 마루, 아라, 수리가 사라진 고양이들을 이상한 미술관과 마녀 서씨에게서 구해내는 판타지이다. 

마루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아빠의 반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아라네 고양이 초롱이가 새끼를 낳으면 아라가 분양해주겠다고 했는데, 역시 마루네 집에서는 고양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마루의 엄마가 고양이를 키웠던 것 같다. 

동네에서는 요즘 고양이들이 자꾸 사라진다는 소문이 돈다. 마루는 요즘 이상한 꿈을 자주 꾸는데, 길에서 고양이의 목줄을 풀어주는 꿈을 꾼 이후 수리(마루의 고양이 인형)가 말을 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이상한 아줌마가 미술관에 초대를 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해리포터를 떠올렸다. 많은 판타지 동화들이 '해리포터'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다. 해리포터에서 볼 수 있었던 장치와 모티브들이 조금씩 조금씩 섞여 있는 느낌은 (솔직히 말해) 좋지는 않았다. 마녀의 옆에 함께 있는 흑량이라는 뱀, 대마법사와 흑마법사, 마루의 몸에 남겨진 흉터, 마루의 엄마가 고양이를 사랑했고 마법사들이 지키고자 했던 인물이라는 것, 액자 속에 갖혀 있는 고양이들과 사람들, 기계장치같은 마법의 문들.... 

그런 점을 차치하고 본다면, 일단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양이를 소재로 삼은 것은 호기심을 일으킨다. 책의 서두에서 마루가 꾼 꿈들은 이야기의 복선이 되니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마루와 수리는 고양이 미술관에서 아라의 고양이 초롱이를 발견한다. 그것은 마루가 다시 고양이미술관을 찾아가거나, 고양이를 구출하고자 하는 이유가 된다. 아라마저 그림 속에 갖혀버린 상태에서 마루는 자신의 힘을 되찾게 된다. 

마녀는 왜 고양이들을 그렇게 싫어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황금을 모으기 위해서 고양이들을 최면에 걸어 부려먹는다. 결국 마루에 의해 자신의 힘을 잃어버리게 되는 마녀. 그렇지만 살아남은 흑량은 흑마법사에게로 향한다. 

수리가 숨겨 놓은 황금, 흑마법사를 찾아가는 흑량, 풀리지 않은 마루의 엄마 이야기 등 이 책은 후편이 나올 것이 예상된다. 익숙한 설정이 많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재미있는 판타지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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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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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미국 주간 스포츠 잡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lustrated)는 슈무클러의 연어 플라이를 소개했다. 플라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최대 150가지 재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북극곰, 밍크, 야생 칠면조, 금계, 긴꼬리꿩, 아프리카 얼룩 느시, 브라질 푸른채터러와 같은 새 깃털까지 아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슈무클러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멸종위기종 보호법'이 발효되기 전에 구한 재료는 사용한다고 하였다. 그는 "예술 작품 같은 플라이나 고전적인 대서양 연어 플라이를 만들려면, 플라이 재료는 물론이고 관련 법에 대한 지식도 갖춰야 한다"고 했다.(p.98) 

슈무클러가 출간한 책은 인터넷 시대에 등장하여 이베이와 빅토리아식 플라이 타잉 웹사이트 같은 곳에서 플라이를 만들고 싶어 하는 깃털 중독자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그들은 낚시하는 방법조차 몰랐고, 연어 플라이를 예술 작품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연어 플라이를 만드는 재료는 찾기 어려웠다. 플라이를 만드는 사람이 늘수록 푸른채터러나 집까마귀, 케찰, 극락조 같은 새의 가치는 점점 올라갔다. 그러나 다수의 플라이 타이어는 희귀 새를 구경할 수도 없었다. 

희소성.

그 희소성으로 인해 가치가 높아지고, 그 가치를 갖기 위해 욕심을 낸다. 

누군가는 지키기 위해 수집하고 누군가는 자기만족과 과시를 위해 훔친다. 자연에서 가져와 유리장 안에 넣어놓을 때 그것이 무언가를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라고 해서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 책의 뒷장을 본다. 사진으로 남아있는 범죄의 흔적을 보면서 나는 '좋은 목적'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은 그냥 공짜로 가져가도 되는 '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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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 - 우리는 왜 가끔 미친 짓을 하는 걸까
야오야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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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의 외상은 쉽게 알아차리고 치료를 할 수 있지만, 우리 마음 속의 상처는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저자는 그런 마음의 상처를 찾아 그 원인과 치유를 살펴본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심리를 의식, 전의식, 잠재의식으로 구분하였다. '의식'은 바로 지금 사람들이 인식하는 모든 사상과 감정, 지각을 말한다. '전의식'은 의식과 달리 필요할 때마다 불러올 수 있고 쉽게 꺼내올 수 있는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말한다. '잠재의식'은 어느 순간 나타났지만 흔적없이 사라지는 영역이다. 마치 물 아래 빙산처럼 의식과 전의식에 비해 잠재의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95%에 이른다. 

의식을 '아주 얕은 재미'라고 한다면 잠재의식은 '크고 심오한 지혜'이다.(p.23)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으며 우연을 가장한 일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작은 실수도 각각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이는 '잠재의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식은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감당하기 힘든 일을 잠재의식으로 모두 이양하는데 이것이 한계에 이르면 여러 부정적인 감정과 심리적 질병이 표출된다. 즉 심리적 질병의 근본 원인은 모두 잠재의식에서 발생했다고 본다. (p.29)

  1. 잠재의식은 복합 시스템이고 의식은 단일 시스템이다. 

  2. 잠재의식은 '곧바로 해결'하고 의식은 '사후 다시 처리'한다.

  3. 잠재의식은 '순간적으로 주목'하고 의식은 '장긔적으로 고려'한다.

  4. 잠재의식은 '자동으로' 막고 의식은 '수동으로' 막는다.

잠재의식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며 인간이 초인적인 깨달음과 통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잠재의식을 지배하고 이용하려면 '암시;를 정확히 잡아내면 된다. 암시는 모두에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암시의 내용을 실제로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따라 작용이 달라진다. 암시가 주는 장점으로는 '로젠탈효과' 즉 '피그말리온 효과'가 있다. 즉 간절히 원하면, 달라지고 싶다고 기대하는만큼 달라진다. 

2장에서는 '우울'을 다룬다. 우울증의 발병 원인은 한 가지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행동주의'적 관점에서는 '습관성 무력증'이 있다. 살면서 이런저런 공격과 상처를 받는데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거나 오래 되면 자신의 상황을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끼고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제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이런 습관성 무력증을 가지고 있다. 프로이트는 우울함을 마음 속 분노라고 하였다. 가슴 속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속에 쌓이면 스스로에게 화풀이를 하게 된다. 인지주의 견해로 보면 사람의 마음을 컴퓨터로 보고 그들의 '중앙처리장치'가 고장났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원인은 '귀결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귀결태도란 앞에서 벌어진 일을 누구의 책임으로 돌리느냐하는 문제이다. 내부 통제와 외부통제는 각각 안정과 불안정 두 부류로 나눈다. 안정은 개인 능력과 일의 난이도처럼 제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불안정은 노력이나 행운처럼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것을 가리킨다.(p.86) 성공의 원인을 '내부통제와 안정성'으로 귀결지으면 성취감이 가장 크다. 그것이 가리키는 것은 '능력'이기 때문이다. '내부통제와 불안정성'으로 귀결지으면 성취감이 처음보다 조금 못 미친다. 그것이 가리키는 것은 '노력'인데 '부지런함으로 부족함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외부통제와 안정성'으로 귀결지으면 성취감보다는 요행심리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리키는 것은 일의 난이도인데 일이 쉬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성취감이 가장 낮은 거슨 '외부통제와 불안정성'이다. 이때의 성공 여부는 행운의 문제이다. 똑같은 원리를 실패의 원인에 적용하면 '내부통제와 안정성'으로 귀결하면 좌절감이 몹시 크고, '내부통제와 불안정성'으로 귀결하면 좌절감은 조금 줄어든다. '외부통제와 안정성'그리고 '외부통제와 불안정성'으로 귀결지으면 좌절감은 줄어든다. (p.87~88)

우울증 환자의 귀결 태도는 성공은 무조건 '외부통제와 불안정성'으로 귀결지어 '모든 것을 행운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실패의 원인은 항상 '내부통제와 안정성'으로 귀결지어 모든 것이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울증의 발병원인은 내분비 계통과 연관이 있다. 그리고 계절성 우울증은 멜라토닌과 관계가 있다. 멜라토닌은 빛을 받으면 분해되는데 이로 인해 어두울 때 많이 생산된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는 멜라토닌의 생산이 저욱 증가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우울해진다고 한다.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두배나 된다. 그리고 사회적 역량이나 권력 지위에서도 명확한 차이가 있다.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여성은 고되게 살아간다. 이는 자기 발전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나 전업주부나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 

3장에서는 수면 장애를 다룬다. 수면은 얕은 잠, 깊은 잠, 더욱 깊은 잠, 숙면으로 인한 몽유와 잠꼬대, 렘수면이 있다. 반드시 잠을 자야한다는 수면 강박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4장에서는 최면, 5장에서는 죽음을 다룬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잠재의식, 우울증, 수면장애였다. 최면과 죽음은 아직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주제이다. 우리의 마음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현재의 상황과 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내 마음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감단하고 쉽게 설명된 책이므로 전문적인 내용이기보다는 감단하게나마 내 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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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장대익 지음 / 바다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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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가?

흔히 공감이라 하면 '남의 아픔이나 슬픔, 고통,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까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느낌과 감각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은 적어도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눌 수 있다. "정서적 공감이란 쉽게 말해 감정이입이다. 즉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하고 쉽고 자동적이다.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관점(입장,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역지사지가 알맞은 표현이다. 한대 정서적 공감과 달리 자동적이지 않아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p.20)

우리는 누구나 공감뉴런을 갖고 태어나는데, 남이 하는 어떤 행동을 내가 보기만 해도 내가 그행동을 할 때 내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동일하게 경험하는 작용을 한다. 인간이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나의 것으로 이해하는데서 도덕관념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런데 "거울 뉴런계의 작동으로 일어나는 정서적 공감에 대해서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즉, 가족과 친지의 고통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공감하지만, 그 이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감정이입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p.28) 전쟁도 공감과 매우 흥미로운 관계를 지닌다.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내집단인 '우리'에 대해서만 강한 정서적 공감이 일어날 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저자는 "전쟁은 공감 부족 때문이 아니라 외집단보다 내집단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지나치게 강해서 발생하는 비극일지 모른다."(p.29)고 말한다. 즉 과잉공감이 비인간화를 부른다. 

외집단에 속한 인간을 인간 이하로 착각하는 현상을 '비인간화'라고 부른다. 이라크전에서 이라크 군인들을 비안간화하고, 인종학살의 가해자는 피해자를 '해충'이라고 불렀고, 노예는 길들여진 짐승으로, 원주민은 야만인, 이민자들은 전염병처럼 취급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의 대유행에서 우리는 혐오의 대유행을 보았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교육만큼이나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관계도 도전에 직면했다. 바로 '우정'이다. 인간은 놀이 목록에 역할놀이를 추가하여 감정이입과 역지사지를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그런 기회를 박탈당했다. 아이들의 사회적 삶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감의 원심력을 길러야 한다. 비대면 수업이 당연해진 요즘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인류에게 매우 절실한 생존 무기였을 것이다. 집단 생활에서는 모든 일을 혼자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을 유지하고 분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커진다.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시간을 써야 한다. 집단이 커진만큼 비용과 시간은 더 많이 필요하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인간은 타인의 생각과 의도를 읽는 복잡한 추론 과정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고 집단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결국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마음 상태를 잘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갖는 능력이다. 인지적 공감은 정서적 공감만 있을 때와 달리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변화의 근거로서 작용할 수 있다. "정서적 공감이 따뜻한 감정의 힘이라면 인지적 공감은 따뜻한 사고의 힘이다. 인지적 공감은 공감의 원심력을 강화해 공감의 반경을 넒힌다. 다만 정서적 공감이 훨씬 더 어렸을 때부터 자동으로 발현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인지적 공감은 더 고차원의 인지 작용이며 따라서 인지 부하가 많이 걸린다. 의식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인지적 공감을 활성화하려면 인간 본성과 사회적 맥락에 대한 주의 깊은 통찰과 이에 기반한 처방전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느낌의 공동체가 아니라 사고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p.160)

공감의 반경을 넓혀라. 공감력은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지만, 그것을 제대로 싹 튀우려면 자극과 경험이 필요하다. 내집단 뿜만 아니라 외집단까지 공감 본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교육으로 감정과 사고를 재평가하도록 한다면 먼훗날에는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별하는 행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공감을 배울 수 있고 타고난 공감력을 더 크게 키울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독서가 공감력을 키운다고 한다. 쏟아지는 정보의 폭포 속에서 검색력은 화려해졌지만 사고력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한다. 여전히 '빠른 정보 습득'을 최고의 학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독서는 느리고 진부한 학습법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를 진짜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건설적인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느린 인지 과정을 통해 발현된다. 이를 위해 독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책은 느린 생각에 최적화되어있다. 책을 제대로 읽어내려면 느리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영화나 TV를 보면서 몰입할 때는 뇌의 시각 피질만을 활용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뇌 전체를 활성화하고 활용한다. 그러면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기존에는 연결하지 않았던 지식들도 연결해본다. 독서는 우리를 똑똑하게 만드는 사고력과 글을 이해하느 과정에서 남의 생각, 감정, 지식 등을 타인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공감력을 기를 수 있게 한다. 또한 뇌는 경험과 학습에 따라 많이 변할 수 있다는 '가소성'을 갖고 있는데 이 가소성의 원천이 바로 독서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감 능력이란 어떤 것이며, 외집단으로 향한 혐오를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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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
황유나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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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를 먼저 보자.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10대와 20대, 30대 인생의 단계마다 거듭되는 실패와 아픔을 경험(폭력, 이혼, 자살, 실직 등)한 후 그 어떤 것도 전혀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이런 경험들이 저자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나는 우리가 모두 저런 경험을 해야만 그렇게 자신을 단련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극단적인 경험이 사실 조심스럽다. 

"이곳을 박차고 나간다 해도 우리는 아마 어느 곳에선가 다시 만날 것이다. 종종 엇비슷한 규모의 회사에서 만만한 조건의 사람들에게 이직제안서가 돌려진다. 그럴 때면 어제 내가 받은 제안서가 내일은 옆자리 동료에게 가 있었다. 대부분 입사율보다 퇴사율이 높아 직원 회전률 하나는 끝내주는 회사들이었다."(p.54)

나는 이직제안서가 돌려지는 회사에서 근무한 적은 없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신입직원 면접을 보고 그들이 회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오래 근무하면서도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원을 뽑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면접관들의 목표가 아닐까? 사실 이런 글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최선을 다한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 결과가 비록 좋지 않더라도 그 노력은 나의 기량으로 남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또 하게 된다. 나는 그것이 나를 계속 일하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처음에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생활에세이인가 하고 읽다가, 직장인에게 필요한 내용이 제법 많다고 느꼈다. 저자가 겪은 풍파는 솔직히 내가 마주칠까 두려운 풍파들이었다. 신문 기사에서나 읽을법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회사를 나온 후 그녀는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듯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나는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우울'에 내가 공감은 할지언정 감정이입은 어려웠다. 그렇다고 '우울' 그딴거 치열하게 이겨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건 수많은 '우울증'환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가 그 어려운 과정을 겪고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타인'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박수를 쳐야 하는가. 당신들도 그녀만큼의 혹은 그녀보다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그녀를 보고 힘을 내라 할 것인가. 모르겠다. 나는 아픔이나 슬픔,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가보다. 나는 아프고 힘든 이야기보다 밝고 건강한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고 싶다. 사람마다 공감의 포인트가 다르니, 이 책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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