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킷 2 텍스트T 15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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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를 읽었고, 연이어 비스킷을 읽은 다음, 비스킷 2를 읽었다. 


최근에 각종 매체나 미디어를 보면, 판타지의 범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현실에서는 어찌 할 방법이 없거나, 판타지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일까? 타임루프를 하거나, 초월적인 존재의 도움을 받아서 사이다 같은 해결을 한다고 해도 한편으로는 찜찜함이 남는다. 왜냐하면 현실에서는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비스킷이 된 아이들은, 사람들의 눈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이다. 스스로를 숨겨버린 탓이다. 현실에서라면,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은 없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아이들이,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비스킷 2에서는 아이들도 그렇지만 존재가 희미해진 담임 선생님도 스스로가 변화한다.


"괴롭힘을 당하거나 왕따를 목격해도 너희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 왕따에 대한 의논 자체가 고자질이라고 생각하니까. 누가 자신을 따돌렸는지 혹은 누가 그 아이를 괴롭히는지 말하면 가해자들을 불러다 사실 관계를 확인할 테고, 그러면 고자질한 게 들통나서 2차 피해를 당할 거라고 보는 거지. 그래서 너희들은 어른을 믿지 못하고 그냥 혼자 고통을 감내하고 말아. 왕따를 이야기하는 건 결코 고자질이 아니라는 걸 너희가 꼭 알았으면 좋겠다. 왕따를 모른 척하고 방관하는 게 오히려 비겁한 행동이야. 그러니 피해자가 끊임없이 늘어나는 걸 두고만 보지 말아줘."(p.174-175)


비스킷 2는 작가가, 비스킷을 읽고 주변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썼다고 한다. 그러니까, '비스킷'에서 존재가 지워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비스킷2'에서는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스킷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된 사람들이, 비스킷에서 구조된 아이와 그들을 구조하는 아이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왁~ 끓어올랐던 관심은 순식간에 가라앉거나, 가짜뉴스나 더 자극적인 뉴스로 재생산된다. 


제성이와 덕환이, 효진이는 비스킷으로 일순간 유명인사가 되었다. 효진이는 비스킷을 구하겠다며 더 큰 열정을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를 구하는 일에는 어려움도 있고 위험도 있다. 때로는 열정이 지나쳐 엉뚱한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작가는, 누군가를 도우려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처한 객관적인 상황에 대해 알아볼 것, 그리고 정말 도움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 때로는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그 마음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그리고, 집단괴롭힘 같은 경우엔,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비스킷 2에서 만난 선동이의 경우가 그런 경우다. 선동이를 구하려고 했던 마음은 분명 좋은 의도였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책에서는 다행스럽게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되더라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성이나 효진이, 도령이나 덕환이가 초능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일반적인 우리라면 그럴 경우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비스킷보다 비스킷2에서는 작가가 고민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그리고 최근 2~3년 사이에 더 악랄해지고 광범위하게 퍼진 딥페이크 같은 경우에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가 올 초에도 뉴스에서 꽤나 시끄러웠다. 


AI기술의 발달로,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벌이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가짜가 진짜를 대체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고, 관심을 보여주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 어느때보다도 그런 세상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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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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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작가의 '스티커'를 읽은 후, 이 책 '비스킷'을 읽게 되었다. 순서야 상관없겠지만, '스티커'와 '비스킷'을 읽고 나니 작가가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지 대충 감이 왔다. 대충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작가의 마음이 아니니 틀릴 수도 있어서.. 라는 변명을....ㅎㅎㅎ 프롤로그를 옮겨 적어본다. 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 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구운 과자인 비스킷처럼 그들은 쉽게 부서지는 성향을 지녔다. 비스킷은 잘 쪼개지고, 만만하게 조각나며, 작은 충격에도 부스러진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상에 고립된 비스킷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비스킷은 눈에 잘 띄지 않기에 유령이나 초자연 현상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넓디넓은 세상에 유령이나 초자연 현상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보기에 사진에 희미한 형상이 찍혔다고 호들갑 떠는 경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으스스한 느낌을 받을 때는 대부분 주변에 비스킷이 있다. 나는 비스킷을 소리로 인지한다. 미약한 숨소리, 힘없는 발소리, 가볍게 스치는 옷감의 소리를 듣고 그들이 주변에 있다는 걸 안다. 일단 그 소리를 인식하면 곧이어 모습이 보인다. 비스킷은 대체로 형체가 희미하다. 희미한 정도는 비스킷이 자신을 인식하는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비스킷의 상태를 세 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반으로 쪼개진 상태. 보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딱히 존재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주변 사람들이 "어? 너 여기 있었어? 몰랐네."라고 말하는 단계이다. 몸 선이 흐리고 전체적으로 선명하지 않다. 시력이 좋은 사람은 1단계 비스킷을 만나면 어쩐지 어두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2단계는 조각난 상태, 열 명 중 다섯 명이 바로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한다. 그만큼 존재감이 불안정하고 자신을 지키는 힘이 약하다. 불투명한 유리 너머를 보는 것처럼 흐릿해서 보았어도 무엇을 봤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유령이나 초자연 현상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2단계에 해당한다. 종종 목소리를 통해 존재감이 드러나서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주변인들이 깜짝 놀랄 때도 있다. 3단계는 부스러기 상태. 존재감이 없어 세상에서 사라지기 직전인 단계다. 투명 인간과 비슷할 정도로 잘 보이지 않아 나도 소리로 찾아내기 힘들다. 이때까지 비스킷 3단계인 사람을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비스킷 3단계는 오랫동안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왔기에 주위에서 덩달아 관심을 꺼 버리기도 한다. 그러면 모습을 드러낼 용기가 사라진 비스킷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더욱 숨기는 악순환에 빠진다.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비스킷의 단계는 수시로 변한다. 자신을 인정하는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졌다가 재건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자신을 단단히 지켜 나가며 아예 비스킷이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비스킷은 어디에든 있고, 누구나 될 수 있다. 비스킷이라 이름 붙인 존재들에 대한 설명이다. 이 프롤로그가 낯설지 않은 것은, 우리 주변에 정말 비스킷 같은 존재들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느날 졸업 앨범을 들춰보다, 어, 우리 반에 이런 아이도 있었나? 싶을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와 연결해서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몇몇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는 친구, 어쩌면 그 아이들이 비스킷과 같은 아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제성이는 청각과 관련된 병을 치료받고 있다. 소리강박증, 청각과민증, 소리공포증. 이 세가지 병이 진짜 있는 병인가 찾아보니, 청각과민증이나 소리공포증은 병명이 보인다.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소리에 민감할 경우이다. 나는 소리에 대해 그리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잠자는 시간이나 집중이 필요할 때는 소리에 민감해지기도 한다. 제성이는, 소리와 관련한 병을 고치기 위해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생각해서일 거다. 제성이는 소리 때문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만큼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모든 소리에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땐 공사장 소음 소리도 아무렇지도 않지만, 어떨 땐 시계 초침 소리에도 크게 반응한다. 제성이에게는 어린이집 동창들이 있는데, 덕환이와 효진이다. 덕환이는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닌 절친이고, 효진이는 비스킷 3단계에서 구해낸 아이이다. 비스킷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시절에 효진이를 만났다. 그 당시 효진이가 비슷킷 3단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본 이후 그들은 함께 하게 되었다. 비스킷을 찾아낼 수 있는 제성이, 비스킷을 눈으로 볼 수 있었던 덕환이, 그 자신이 비스킷 3단계였다가 존재감을 찾은 효진이, 이 세 명의 친구들은 아지트에 모여 다른 비스킷들을 구해내기 위해 함께 한다. 물론 제성이의 생각과 달리 효진이가 많이 앞서가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아이들이 비스킷이 된 존재들을 찾아 구해내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그들의 주변에서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생각했다. 비스킷이란 것이 애초에 무관심 속에서, 혹은 무시 당하면서 되는 것이다 보니 누군가가 그들을 위해 애쓰고 있다면 필시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제성이가 생각하고 있듯이, 비스킷이 다시 제 모습을 찾는데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비스킷이 된 아이에게 어떤 관심이, 어떤 상황이, 필요한지는 각자 다 다르기 때문이다. "말수가 없는 아이는 또래 집단에서 배제되기 쉽다. 과묵하다는 이유로 관심받지 못하는 건 억울한 면도 있지만, 학교가 원래 그렇다. 내성적인 아이보다는 외향적인 아이가 더 주목받는다. 내성적인 아이는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말수가 없어도 할 말을 하는 사람은 비스킷이 되지 않는다." (p.45) 학폭 피해자였던 도주는 논리정연하게 말도 잘하는 편인데, 왜 비스킷이 된 걸까? 환경운동가라는 도주의 꿈 이야기를 하며, 제성이는 결국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네가 잘 안 보이는 거 알고 있냐고. 도주는 자신을 아이들이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잘 안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앞으로도 영원히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튀게 되면 또 맞을테니까. 그렇다. 도주는 아이들 눈에 튀는 아이라서 괴롭힘을 당한 것이다. 채식주의자라서. ​도주가 비스킷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주의 행동(그러니까 채식주의자이면서 환경운동가인)이 튀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면 된다. 그 해결책을 덕환이가 찾아 준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는 여기까지 읽었을 때, 제성이가 만날 수많은 비스킷들에 대해 생각했다. 비스킷을 찾아 비스킷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방법. 그리고, 제성이는 비스킷을 구해내는 일을 통해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가가 궁금해졌다. ​"네가 괴로운 일을 당해 숨고 싶었던 건 잘 알아. 근데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한테 존중받을 수는 없어. 네가 먼저 널 긍정해야지 다른 사람도 동화될 수 있잖아. 괴롭힘에 깨진 네 마음, 꿈, 기분 같은 것들을 계속 말해.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아이들이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널 이해하는 사람이 생길 거야. 그런 사람이 생길 때까지 우리 휘둘리지 말고 같이 자신을 지켜 내자."(p.78) 제성이와 아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사실, 좀 청소년스럽지 못한 면이 있다. 약간 교과서같은 정답들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스스로 그런 느낌을 배워갈 수 있다면 이 또한 괜찮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문학적인 문장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건... 일단 욕심.. ^^ ​(도주 덕분에 제성이는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데, 이 작가가 환경 문제에 꽤나 관심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것은 '스티커'라는 책에서도 나온다.) 다음으로 제성이가 만난 비스킷은, 지안이다. 볼펜 사건으로 보노보에게 쫓기던 제성이가 층간 소음 유발자인 윗층에 살고 있는 지안이를 만난다. 그리고 이모집 2층에 있는 비스킷을 구해내는 과정에서 꽤나 영화같은 스펙타클한 액션이 진행된다. "나는 비스킷에게 이제야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그동안 숨죽인 채 지내느라 힘들었을 거라고, 차가운 다용도실에서 그만 나가자고 말했다. 자존감은 자신과 타인을 얼마나 믿느냐를 보여 주는 지표이다. 자신으로부터 더는 도망치지 않는 길이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비스킷이 점차 존재를 드러냈다. 아주 희미하게 어린 여자아이가 보였다. 나는 비스킷을 조심스럽게 업었다. 손아귀에 느껴지는 건 뼈뿐이다. 뼈를 어르며 내가 느낀 감정은 정의감도, 연민도 아니다. 인간으로서 느끼는 참담함이었다. 얼마나 오래 학대한 걸까. 얼마나 오래 학대당한 걸까. 참담함이 분노로 변하여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은 비스킷이 서서히 내 등에 기대어 왔다."(p.198) ​제성이는 비스킷을 구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아닌 방법을 찾으려고 애쓴다. 비스킷으로 만들어버린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이 아닌 감정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이모의 도움도 받는다. 제성이는 스스로를 '소리'에 가둬버렸지만, 제성이 옆에는 친구들이 있고, 제성이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제성이의 소리 강박증이 완전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끝이 났지만, 제성이 역시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 속에서 자신의 병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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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여름 방학 - 2000년 프랑스 크로노 상, 트리올로 상, 발렝시엔 상, 피티비에 상 수상작
야엘 아쌍 지음, 박재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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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들어오는 신간 어린이 도서는 빨리 읽을 수 있어서 틈나는대로 읽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책 '모모의 여름방학'이다. 처음에는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내용에 푹 빠진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 아니다. 이전에 [국화마을의 어린왕자, 모모]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원제목을 그대로 번역했던 것 같다. 책을 읽어보면, 수레국화마을에 사는 아랍계 이민자 소년 모모가 주인공이다. 수레국화마을과 국화마을은 느낌이 참 다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은, '모모의 여름방학'이라는 다소 밋밋한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의 어린왕자라는 단어가 싫었을까? 어쨌든, 그냥 손을 뻗어 책을 선택하기에는 꽤 심심한 제목이지만, 책을 읽어보면 첫인상은 지워진다.

수레국화마을에 사는 아랍계 이민자... 그러니까 모모는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이민자 집안의 아이이다. 수레국화마을은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낙후된 동네이고 형편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도 많다. 모모의 누나인 파티마와 엄마는 모모가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하기를 바란다. 모모를 찾아온 교장선생님은 모모에게 추천도서목록을 전해준다.


현재의 상황에서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생각을 바꾸고 의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책'만큼 좋은 자료가 있을까? 우리가 여전히 '책의 유용성'을 얘기하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다.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등록하러 간 모모. 도서관 등록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조금 의외지만, 어쨌든, 모모가 도서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누나가 도와준다.


도서관에서 모모가 빌린 첫 책은 [어린 왕자]이다. 그리고 누나로부터는 [방드르디, 야생의 삶]을 선물로 받는다.

도서관을 오가며 책을 빌리는 모모는 어느날 우연히 은퇴한 교사 에두아르 할아버지를 만난다. 할아버지는 모모를 이주민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어린 왕자라고 불러주는 할아버지. 그리고 이동도서관의 수아드까지. 모모의 여름방학은 특별한 날들이 이어진다.


에두아르 할아버지는 모모의 책읽기를 도와준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책을 읽을 때 우리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작가를 알고 읽을 때 책의 내용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등등...


일부 부모들이 자녀에게 책을 읽어야한다고 강요만 하고, 정작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책을 읽으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모델이 되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이든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거나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억지로 하는 것은 제대로 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은 권수는 많지만, 책의 내용을 체화하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모모는 자신의 독서를 응원해주는 누나와, 즐겁게 책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할아버지와, 그리고 늘 모모의 책 읽기를 도와주는 이동도서관의 수아드까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준다.


언젠가 읽었던 어떤 책에서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전 마을이 함께 키워야 한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러던 어느날, 에두아르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모모에게 해주었던 것들을, 이제 할아버지에게 돌려주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있는 요양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할아버지의 벗이 되어준다. 결국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맞이하지만, 모모는, 작가가 되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초등 5~6학년이 대상인 점에서 모모가 읽은 책을 함께 읽어보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은 다음 다른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을 아이들이 기대된다. 방학 때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이 세상의 모든 어린 왕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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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정말 놀라워! 북극곰 궁금해 29
필립 번팅 지음, 황유진 옮김, 이태관 감수 / 북극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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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뇌의 그림이 있지만, 선뜻 손이 가게 생긴 그림책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표지부터 학습만화 분위기를 팍팍 풍겼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지를 넘겨 보면, 재미난 뇌과학의 세계로 떠나게 된다. 

원래, 첫번째 한 걸음이 어려운 법이다.


호주 CBCA 아너 상 수상작가의 그림책이다. 

우리가 매일 쓰고 있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뇌’에 대한 책이다. 

뇌과학 책을 쫌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어쨌든 이 그림책 『뇌는 정말 놀라워!』는 어린이들이 뇌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인 우리 뇌의 그림을 보면, 어쩜 이리 앙증맞고 귀엽게 그려놓았는지..


뇌는 머리뼈 속 눈 뒤쪽에 있는 호두처럼 생긴 신비한 덩어리이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말하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그리고 ‘나’라고 느끼는 모든 활동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림책이라는 형식을 가져왔지만, 뇌의 구성 요소부터 감정, 기억, 감각 반응까지 많은 것을 다 소개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사실, 생각하는 뇌에서는 

얼마 전에 읽은 [생각중독]이 생각났다. 

가끔 읽고 있는 책들이 은근슬쩍 연결될 때가 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읽은 [왜 우리는 남들 혼내는 것을 멈추지 못할까] 역시 뇌과학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뇌를 잘 사용하는 법’을 소개한다.

충분한 수면, 감정 나누기,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그리고 즐거운 활동

그림책 한권에 담긴 지식들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우리가 우리의 뇌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모든 뇌는 다 다르기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해요.”


아참!!!

서두에서 혼자 보면 심심할까봐 데려왔다는 친구를 다들 찾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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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남을 혼내는 것을 멈추지 못할까? - 혼내는 사람, 혼내지 않는 사람을 혼내는 사회
무라나카 나오토 지음 / 도서출판 더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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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내는 사람, 혼내지 않는 사람을 혼내는 사회...

왜 우리는 남을 혼내는 것을 멈추지 못할까? 


"요즘은 제대로 혼내지 않아서 문제야."

"혼내는 것과 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참 곤란하다."

"진심으로 혼내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들을 버릇없이 키우고 훈육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P.12)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듣는 소리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사람인데,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것 같다. 


실제로는 엄하게 혼내고 싶지 않은 보호자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다보면 마지못해 '보여주기식'으로 혼내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아이를 무조건 받아주지 말고 단호하게 혼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뿐만 아니라 학교 교사나 스포츠 지도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이다. 그리고 혼나는 일은 아이들에게만 일어나는 경험이 아니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혼이 나는 경우도 있다. 


"부하 직원을 혼내지 못하는 상사는 실격이다."

"엄하게 질책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P.15)


나는 이 책이 주로 아이들에 대해 써나가더라도 가능한 직장인에 대입해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 아이가 성인이 되었고, 매일 부딪히는 직장에서의 일로 골머리를 썩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은 다르지만, 큰 틀레서는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혼내는 것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성과 부족에는 강한 질책으로 위기감을줘야 한다'(P.15)는 인식이 많은 조직문화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혼내면 안 된다'는 생각도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혼내지 않으면 혼난다'는 압박과 '혼내면 안된다'는 가치관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된 상황인 것이다.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모순'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 인식은 '혼내기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공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혼내기는 효과적이고 자녀교육, 인간교육, 인재 양성에 필수적이라는 믿음과 혼내기는 효과가 있지만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혼내기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윤리적 판단 때문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혼내기'라는 것이 왜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인지를 밝히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혼내기는 타인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즉 상대의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혼낼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혼내기는 타인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혼을 내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혼내기가 아니라 불만 제기나 감정의 표출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혼내기는 어떤 행동일까? 우선, 타인의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설득, 지적, 타이름, 훈계, 촉구' 등 다른 단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혼을 낸다'는 것은 설명이나 지적이 아니라 강한 감정 표현과 처벌적 요소를 포함한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준다.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줌으로써 타인이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는, '고통 없이는 사람은 변화하지 않는다. 배우지 않는다, 성장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하는 말 중에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우리의 뇌에 있는 편도체는 두려움과 불안에 반응한다.특정 자극을 두려움의 신호로 인식하고 기억하며, 이후에는 그 자극만으로도 공포반응을 유도한다. 따라서 혼내기라는 행위는 상대의 신경계에 '두려움의 기억'을 형성시키는 것이다. 편도체는 통증 그 자체보다, 통증이 예상될 때 두려움을 유발한다. 실제 통증을 처리하는 뇌의 여역은 섬피질이다. 섬피질은 신체적 고통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는데, 사회적 고통을 경험할 때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즉, 소외감, 고독감, 거절감 같은 감정적 고통에도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되면, 지적 활동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된다고 한다. 즉,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학습'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학습은, 새로운 행동을 촉진하는 모험 시스템인 보상회로가 작동하는 원리이다. 보상이 주어지면 행동이 강화되고,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행동은 소멸한다. 이 보상은,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회피하는 것도 보상으로 인식한다. 


처벌은, 직접적인 이익은 없지만, 시간, 에너지, 자원의 소모라는 손해를 초래하지만, 그로 인해 느끼는 만족감이나 쾌감이 실질적인 손해보다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사회 질서와 규범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가 복수심이나 악의로 전이될 경우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정서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혼내기의 효과와 한계를 우선 설명한다. 효과는 위기 개입 효과와 억제력, 두 가지로 나눈다.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여 비이성적인 반응(회피, 투쟁)을 촉진하는 것이 위기 개입 효과이다. 즉 위험한 행동을 즉각 멈추게 하거나 급박한 상황에서 빠른 행동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생명의 위협이나 차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위험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는 '억제력'을 강화시킨다. 혼내기의 억제력은 해당 행동을 했을 때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어야 발동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혼내기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즉, 임시방편적으로 덜 혼나기 위한 대처법을 배울 뿐, 적절한 행동을 배우지 못하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며 혼내는 일과 혼나는 일이 끝없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왜 이런 교육적 효과가 미비한 데도 불구하고 혼내기는 계속 되는 것일까?


저자는 혼내는 행위가 혼내는 사람 자신에게 일종의 자기보상처럼 작용한다고 말한다. 즉 자기효능감이라는 보상(내 행동이 효과를 냈다. 내가 개입하자 문제가 해결되었다. 내가 나서서 상황을 개선시켰다)이 혼내는 사람에게 무의식적인 정서적 보상을 하고, 혼내기를 반복하게 만든다. 또 하나는 '처벌 욕구의 충족'이다. 


또 저자는 혼내기의 의존증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약물중독이나 알코올, 니코틴 등의 물질 의존 외에도 도박, 쇼핑, 절도와 같은 반복적 행위도 행위 중독으로 본다. 그렇다면 혼내기는 어떤 의존증인가? 


혼내는 사람은 상대를 질책함으로써 상황이 정리되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그 과정에서 강한 정서적 충족감을 경험(P.79)한다. 이런 경험의 반복은 혼내기 또한 의존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혼내는 사람은 스스로 편안해지기 위해서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혼내기를 반복한다(P.81)는 것이다. 


이어서 이 책은 학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왜곡된 관계-트라우마적 유대, 괴롭힘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한다. 그리고 혼내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기 쉬운 '정당화 욕구'에 대해서 알려준다.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 타인을 통제하는 사고방식이 정당화되면, 사회시스템, 교육, 인재양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왜곡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혼내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혼내기의 억제 효과는 특정 행동을 피하도록 유도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효과적인 억제를 위해서는 '사전 예고'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혼을 내야 하는 생황이 발생했다는 것은 사전에 문제를 예방하거나 조율하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경우(P.175)가 많다. 혼내기 대신 이렇게 대화를 해보자.


"너는 어떻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게 가장 좋을까?" (P.178)


명확한 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상대의 바람도 존중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상상하고 준비하는 예측을 통해 예고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상대가 부적절한 행동을 보였을 때는 

"저 사람은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인가?"(P.185)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반응도 달라져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혼내지 않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요? 그렇습니다. 혼내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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