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이의 춤추는 생각
키아라 파스토리니 외 지음, 쥔리 송 그림, 김현희 옮김 / 다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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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갈릴레이인지 갈릴레이 갈릴레오인지 늘 헷갈린다. 남의 이름 외우는데 주의집중을 게을리 한 탓이리라. 최근 지식정보 중심의 어린이책 중에서도 과학을 다룬 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얼마 전 읽었던 다윈과 패러데이를 소개한 책과 함께 이 책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예전에는 과학자들의 이름을 달고 나온 책들이 그들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많이 다루었다면 요즘 읽은 책들은 사건 또는 학업적 성과 중심으로 서술되는 것 같다. 물론 나의 독서 경험의 안에서 그렇다.

이 책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왜 위대한 과학자라고 불리는지, 그로부터 왜 근대과학이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 이론을 실험으로 반박한 사건을 재미나게 소개한다. (에피소드를 재미나게 써서 진짜 저런 기록이 남아있는거 아냐? 하며 읽었다.)

갈릴레이 이전의 학문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그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실험을 하여 증명해낸 갈릴레이가 새삼 대단해보인다. 세상이 발전하고 성장하는데는 이런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상 사람들이 비웃든 말든 호기심이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여러 가지 창의적인 방법으로 '실험'을 하며 증명을 해나갔다.

"정말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먼저 떨어질까?"

"공이 구르다가 멈추는 건 정말 힘을 더 주지 않아서일까?"

"은하수는 정말 하늘에 낀 안개일까?"

"정말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도는 걸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에 의문을 표시하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실험을 하였다. 요즘 우리는 어떤가? 예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증명을 위해 실험을 하든 책을 읽고 논리적인 허점을 찾든 할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이 알려주는 불명확한 정보'를 쉽사리 맹신하는 것 또한 요즘의 세태이기도 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용기가 더 많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자기 신념을 끝까지 주장하지 못하고 '목숨'을 잇는 선택을 했지만 그건 갈릴레이 본인의 선택일 뿐이다. 다윈의 연구가 후세에 많은 영향을 끼쳤듯이, 갈릴레이의 실험과 과학적 사고도 많은 후배 과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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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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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꽤 많이 읽었다. 그런데도 신들이, 영웅들이 잘 연결되지 않았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나만큼이나 좋아하던 딸아이는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잘도 기억하던데... 내게는 여전히 각각 따로인 이야기이다.


키르케를 읽으려고 손에 잡았을 때, 내가 읽은 책 속에서 한 두페이지로 소개되던 키르케가 주인공인 책이 나왔다는 사실에 신기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아, 한 두페이지로 끝날 이야기가 아닌 것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형제 자매도, 그의 주변에 있었거나 스쳤던 인연들이 이렇게 연결되고 저렇게 연결되는 동안 나는 이야기의 매력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뭘 하고 있었어? 이렇게 한참이 걸릴 줄이야. 어쩌면 누나는 파르마키스가 아닌가보다는 생각이 들려던 참이었다고." 내가 모르는 단어였다. 그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모르던 단어였다. "파르마키스" 내가 말했다. 마녀라는 뜻이었다. (p.90~91)


어떤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기도 한다. 신화 속 주인공들은 애초부터 힘과 능력을 갖고 있거나, 역경을 이겨내며 자기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키르케는 자신이 마녀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의 남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알았다는데, 키르케는 자신의 운명을 알아차리지 못한 님프였지만, 그녀도 마녀였다.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알고 있다.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마녀'는 어떤 존재일까? 주류에 속하지 못하지만 그들보다 오히려 능력을 갖추고 있는 존재인 마녀. 신들과 달리 약초나 마법약 등을 이용한다.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으려면 많은 것을 공부하고 깨우쳐야 한다. 키르케가 자신이 마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때 나는 그녀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역사 속에서 마녀로 몰려 죽어간 여자들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거주하던 지역 외곽으로 그녀들을 쫓아내놓고 병이 들거나 아프거나 먹을게 없고 아쉬울 때는 그 힘을 빌어 도움을 받으면서도 집단적 광기로 나쁜 일이나 재앙의 원인으로 몰아 죽이는데 앞장서기도 한다.


이 이야기 속 세상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신들의 영역을 침범할까 두려워하면서도 그들 지위에 올려주지 않고 이용만 한다.


새장에서 사육당하는 새는 되지않을거야. 흐리멍덩해서 문이 활짝 열렸는데도 날아가지 못하는 새처럼은 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숲속으로 들어갔고 이렇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p.108)


자각하는 순간, 탁 하고 무릎을 치는 순간이 있다. 주어진 환경과 제약에 순응하지 않고 그것을 깨고 나오는 순간. 쉽지 않은 각성의 순간이다. 자기 울타리에 갖혀서는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다.


나로서는 30년 전, 가방 하나 들고 일본에 가서 보낸 1년이 내 인생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된 순간이다. 평탄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다 보면 거기에 안주하고픈 생각이 든다. 굳이 애써서 성취하지 않아도 적당하게 일하고 적당하게 놀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1년의 시간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공부하게 하였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문이 열려있는데도 새장 밖으로 날아가지 않는 새처럼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전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걸 탓하려고 하는건 아니다. 자기 스스로 깨고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나는 그렇게 새장 밖으로 나가고 싶다.


"내 섬에서 침묵하지 않겠어요."(p.295)


점점 주체적으로 변하는 키르케를 본다.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 하나의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오디세우스의 아들을 낳게 되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혼자서 키워야 할 때는더욱 그러하다. 신화 속의 신들은 여기저기 애들을 낳고 돌아다닌다. 아이를 임신하게 하지만 그들이 키우거나 돌보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거기에 오디세우스도 이타케에 두고 아내와 아들이 있는데도 이 섬 저 섬에서 여자들과 산다. 그렇게 해서 겨우 집으로 돌아가지만 결국은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살지 못한다. 신이 정해 준 운명이겠지만, 인간의 몸은 유한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고생하며 방랑한 건. 왜였을까요? 한순간의 자부심이죠. 아버지는 아무도 아닌 존재로 지내느니 신들에게 저주받는 쪽을 택했을 겁니다. 아버지가 전쟁이 끝난 뒤에 집으로 돌아오셨다면 구혼자들은 찾아올 일이 없었겠죠. 제 어머니의 삶은 그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테고요. 제 삶도. 아버지는 저희와 집이 그리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만 거짓말이었어요. 이타케에 돌아온 뒤로는 만족을 모르고 항상 수평선만 바라보셨으니 말이죠. 일단 우리를 손에 넣고 나니까 다른 것을 갖고 싶으셨던 거예요. 그게 끔찍한 인생이 아니면 뭡니까? 사람들을 꼬드겨놓고 내팽개친 게 아닙니까.” (p.417)


키르케의 이야기를 하면서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오디세우는 영웅이라기보다 아내와 자식을 내팽개치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았던 고집 센 남자 어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순간의 자부심.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사느니 신들의 저주 받는 쪽을 택했을거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단편적인 에피소드로만 기억하던 그리스로마신화를 등장 인물들과 연결하며 잠깐이지만 그들의 계보를 한번 그려본다. 이제 이 부분은 잘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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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고야!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1
토미 드 파올라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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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우리'가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는 최고야'라고 이해했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을 때 제목이나 표지 그림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 이 그림책에 대한 이해 없이 본다면 이런 오해를 하기에 충분하다. 원제를 살펴보니 'Oliver Button Is a Sissy' 이다. 아, 원제는 훨씬 더 직설적이네.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다'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이 아이의 이름은 올리버 버튼인데 '우리'로 번역이 된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아이일까? 원제를 통해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그림책을 넘기자마자 아이들이 '우리'를 여자애라고 놀린다는 사실을 밝힌다. 제목이나 시작 부분의 내용으로 볼 때, 일단 이 아이의 '다른' 성격과 특징이 문제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남자 아이지만 그 또래 남자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꽃을 좋아하고, 영화배우처럼 노래하고 춤 추는 것도 좋아한다. 아빠는 '우리'가 여자애처럼 집에서 노는 것이 싫다. 밖에 나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을 바란다. '우리'와 같은 남자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다. 생물학적인 성이 '남성'이라고 해서 그들과 똑같아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얽매여 '인간'으로 보지 않고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것이 꼭 필요할까?


'우리'는 예술적 감성이 드러나고 민감한 아이이다. 이런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기를 바라는 것은 서로 힘든 일이다. '우리'는 탭댄스를 배우게 된다. 춤을 추는 일이 즐거워서 연습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 '우리'의 예술적 감성을 이해하고 춤을 출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여자애'라며 놀림을 당하지만, 무대에 선 '우리'는 행복하다. 비록 대회에서 1등을 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나는 '우리'가 대회에서 1등을 하고 영웅처럼 되는 결말이 아니기를 바랐다. '다른' 것을 이해하는 것이 '우수하거나 성과를 내는 것'에만 국한된다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늘 놀리고 장난을 치던 친구들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참 예뻤다.


요즘 읽게 되는 그림책들을 보면 참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알려주는 것 같다. 과거와는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차별'을 하는 모습을 본다. 어려서부터 '다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하다. 이 그림책은 그 역할을 잘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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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할아버지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86
이수완 지음 / 북극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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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번개를 맞고 슈퍼맨이 된 할아버지. 귀도 잘 안 들리고 힘도 없지만 막상 슈퍼맨이 되니 여기저기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도움을 준다.


하느님은 영웅에 어울리는 외모의 젊은 청년을 염두에 두었지만 번개는 빗나간다. 세상 일이 어디 내 맘대로 되던가? 우연히 할아버지를 슈퍼맨을 만들어버렸지만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딱 이럴때 적합한듯.


하느님이 다시 번개를 쳐서 영웅을 만들고자 하는데 또 엉뚱하게 강아지가 번개를 맞는다. 강아지는 할아버지가 2% 모자란 영웅의 행동을 보완해준다. 어떤 일을 하든 자기 혼자 잘나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손발 맞는 조력자가 함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이 그림책은 조금 아쉬움이 느껴진다. 할아버지나 강아지가 영웅이 되는 의외성이 웃음코드로 작용하지만, 뭔가 약간 미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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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가 상상한 세상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7
맷 데 라 페냐 지음,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지은 옮김 / 북극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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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는 누나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지하철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상상해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마일로의 상상은 끝없이 펼쳐진다. 수염 난 아저씨는 아파트에서 혼자 카드 게임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가씨는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누나에게 그림을 보여줬지만 관심이 없다. 마일로도, 누나도 지하철을 탈 때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잔뜩 흔들어댄 사이다 같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 기분일까? 궁금해진다.


마일로는 지하철에 탄 사람들을 보며 계속해서 상상을 한다. 그러다 정장을 차려입은 아이를 본다. 마일로의 상상 속에서 이 아이는 성에 사는 왕자님이 되어 있다. 그 아이의 하얀 나이키 운동화와 잘 빗어 넘긴 머리 모양이 마일로로 하여금 그런 상상을 하게 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들은 마일로가 상상한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은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벗겨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일로의 상상 속에서 그들은 다시 살아난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말 그들의 진짜 삶은 아니다.


마일로는 자신의 감정을 담아 그림으로 표현한다.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들을 마일로는 스케치북에 그려낸다. 그 중에서도 이렇게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생활을 상상하여 그리는 일을 자주 한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 이렇게 머릿속 스케치북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자신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모습이 진짜일거라는 착각.


이 그림책은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약물 중독으로 교도소를 드나들던 어머니, 그림을 그리는 일로 세상과 소통하던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처음에 마일로와 누나가 느꼈던 흔들어 댄 사이다 같은 기분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그림책에서 이런 소재를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어쩌면 조금 불편할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주황색 옷을 입은 엄마를 설명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문화와 사회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그림책의 내용을 여러 방면에서 읽어볼 수 있겠지만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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