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내 인생 반올림 60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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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본다. 제목에 이어 표지를 보는건, 이 책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머리 속에 넣고 읽기위해서다.

꽃다발을 들고 행복한 얼굴로 뛰어가고 있는 남자아이 주변으로 칼로리 높은 음식들이 보인다. 내가 굳이 칼로리를 언급하는건 제목의 영향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뚱뚱한 어느 소년의 이야기다.

중3짜리 소년 벵자멩 프와레는 비만이다.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고, 예상했던대로 비만 판정을 받았다. 벵자멩이 비만인 것은 많이 먹기 때문이다. 벵자멩에게 음식은 살아가기 위한 세끼 식사가 아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 행복한 마음, 이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멋진 공간에서 제공하고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무엇'이다.

나도 어렸을 때 비만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대학 가면 살 빠진다는 말로 누군가는 위로를 했지만, 모두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비만이라고 주의해야한다는 충고를 듣는다.

나는 벵자멩만큼 먹는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산소운동은 거의 하지 않으며, 절대적인 운동 부족이다. 즉, 나의 비만은 음식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의 문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벵자민이 뚱보로 살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나는 분명히 이 작가가 뚱보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정확하게 그려낼까?

옷을 사러 간 장면에서는 내가 옷을 살 때마다 느끼는 그 느낌 그대로여서 벵자멩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뚱뚱한 사람에게 가혹할 정도로 참견을 한다. 기성복 시장에선 맞는 옷을 찾기도 어렵다. 예쁜 디자인은 엄두도 못낸다. 맞으면 아니 들어가면 입어야한다. 선택의 기회란 건 없다. 물론 최근엔 큰옷도 제법 나오지만 여전히 소수이다.

벵자멩의 다이어트는 눈물겹다. 게다가 그의 행복의 원천인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살이 약간 빠졌을때, 평소에는 생각지도않았던, 여자친구에게 꽃을 들고 직진하다 실패를 맛본다. 벵자멩의 다이어트는 이 일을 계기로 중단되고 급기야 우울증이 깊어진다.

벵자멩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책을 통해 확인해보자. 그 어느때보다도 비만청소년이 많아진 요즘이기에, 공감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덧붙임. 알랭삼촌이 할머니에게 화를 낼때, 벵자멩의 다이어트를 응원하는 삼촌을 이해할 수 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비만인 사람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이어트, 외모에 관심 많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건강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비만인 친구들에게는 현명한 행동과 대처를, 비만이 아닌 친구들에게는 비만인 친구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재밌게 읽고 한뼘 더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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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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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에 관한 글을 써보자고 생각한 후, 어느 날 문득 '내가 느끼고 있는 것, 생각하고 있는 것을, 처음부터 그대로 꺼내 솔직하게 나 나름의 문장으로 써 보자.'라고 결심하고 조금씩 조금씩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사실 문장력을 인정 받고 있는 작가기에, 일상의 아주 가벼운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우리와는 다른 글을 써내겠지만, 어쩌면 이런 문장은 독자인 나도 '써 볼까'하는 마음을 먹게 만든다.

강한 인내심으로 거리를 쌓아가고 있는 시기인 까닭에, 지금 당장은 시간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여 거리를 뛰어간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 해도 그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쓴다.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와 똑같은 요령이다. 더 쓸 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아마 비슷한 이야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계속하는 것-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

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장. 누가 믹 재거를 비웃을 수 있겠는가? p.18~p.19

하루키가, 그리고 헤밍웨이가 하는 저 말은 비단 소설 쓰는 작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각자 자기에게 대입하여 이해한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우리는 누구나 서툰 시기를 거치게 되어있다. 그 시기를 지나면 당연히 숙련된 작업 속도와 능률이 나타난다. 그러나, 서툴고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포기해버리거나 요령만 피워서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당장은 모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비슷한 조언을 한다. 그 조언을 받아들이느냐 마냐는 상대의 자유지만, 적어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한 사람을 당하지는 못한다.

나와 같은 나이에 접어든 사람이 새삼스럽게 이런 것을 쓴다는 것이 다소 어리석은 일 같다는 느낌도 들지만, 사실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혼자 있는 것을 별로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는 성격이다. 매일 1시간이나 2시간,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고 혼자 달리고 있어도, 4시간이나 5시간을 혼자 책상에 앉아 묵묵히 글을 쓰고 있어도 별로 고통스럽다거나 지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경향은 젊었을 때부터 한결같이 내 안에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하기보다는 혼자서 말없이 책을 읽거나, 집중해서 음악을 듣는 쪽을 좋아했다. 혼자서 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생각해낼 수 있었다.(중략)

사람의 기본적인 성격은 그다지 급격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

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1장. 누가 믹 재거를 비웃을 수 있겠는가? p.34~p.35

나는 하루키의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번씩 읽다보면(아, 독서동아리에서 추천하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키와 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소설가와 공통점이라니.. 하하.

예를 들자면 위에 인용한 저런 점이다. 나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한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설마'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사람들과도 무리 없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은 사회생활을 위한 나의 최소한의 노력이고, 나는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나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있다. 혼자 있는 사람이 심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혼자 있어도 할 일이 엄청 많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꽤 많이 알고 있다.

내가 공부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소정의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든 마친 다음, 소위 '사회인'이 되고 나서부터다. 자신이 흥미를 지닌 분야의 일을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구해가면 지식이나 기술을 지극히 효율적으로 몸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령 번역 기술도 그렇게 해서 나만의 스타일로, 내 돈을 들여가면서 하나씩 익혀 나갔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간도 걸렸고 시행착오도 거듭했지만, 그런 만큼 배운 것은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었다.

2장. 사람은 어떻게 해서 달리는 소설가가 되는가 p.63

학교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부를 하는 것은 딱 그만큼의 기본을 익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는 그런 공부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의 경험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사회인'이 되어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배우고 익힐 때,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의 노력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으니, 그만큼의 노력을 하게 된다. 당연히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이니 그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고, 가끔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이 기초 지식이 되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루키는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다'"(p.75)라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학교에서 배운 것이 우리 인생에 크고 작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하루키는 인생에는 우선순위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정하고 그것을 자기 안에 시스템화해놓지 않으면 뒤죽박죽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인생을 큰 동그라미로 친다면 그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일들이 모두 각각의 우선순위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오래할 수는 없다. 다만,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자신의 의지일 수 있다.

하루키의 달리기는, 그의 글쓰기와 닮아있다. 오랫동안 달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그의 노력은, 그가 오랫동안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 것과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 분야의 대가가 될 수는 없다. 대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길은 절대 '연습량'이 충분해야 한다. 하루키가 마라톤에서 실패했을 때 그 원인이 '적당'히 했던 오만함때문이었다.

소설가로서 인터뷰를 하다 보면, "소설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소설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은 말할 나위도 없이 재능이다. 문학적 재능이 전혀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소설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필요한 자질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전제 조건이다. (중략)

재능 다음으로 소설가에게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가 질문받는다면 주저 없이 집중력을 꼽는다. 자신이 지닌 한정된 양의 재능을 필요한 한 곳에 집약해서 쏟아 붓는 능력. 그것이 없으면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이 힘을 유효하게 쓰면

재능의 부족이나 쏠림 현상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중략)

집중력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지속력이다. 하루에 3시간이나 4시간 의식을 집중해서 집필할 수 있었다고 해도, 일주일 동안 계속하니 피로에 지쳐버렸다고 해서는 긴 작품을 쓸 수 없다. 반년이나 1년이나 2년간 매일의 집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소설가에게는―적어도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에게는요구된다. (중략)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써나가며 의식을 집중해 일을 하는 것이, 자기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정보를 신체 시스템에 계속해서 전하고 확실하게 기억시켜 놓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그 한계치를 끌어올려 간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그 수치를 살짝 올려간다. 이것은 매일 조깅을 계속함으로써 근육을 강화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다.

4장. 나는 소설 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p.120~122

달리기는 결국 글쓰기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에 대해 말하지만 실상은 소설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싶은 것이다. 소설을 쓰는 것은 하루키에게 있어서 험준한 산의 암벽을 기어오르거나 길고긴 격투 끝에 정상에 오르는 작업이다. 그러한 내적 이미지를 갖고 장편소설을 쓴다.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어떤 목표가 있었는지를 알지 못한다. 알고보면, 그저 하루하루를 사는데 급급했는지도 모르겠다. 목표가 없이 그저 살아가는 나날이 오늘따라 한심해졌다. 뭔가 시작하기에 내 나이도 늦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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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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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유홍준 교수는 역사는 문화유산과 함께 기억해야 그 시대의 시각적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 국토박물관 순례 1권은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초기 철기시대, 그리고 고구려를 다룬다.

유홍준 교수의 책은 웬만해선 거의 다 읽어보았고, 어지간해선 강의도 들으러 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옆에서 설명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었다.

특히 세계 고고학 지도를 바꾼 주먹도끼 이야기는, 얼마전 부산문화회관에서 인문학 강의로 들었던 내용이라 복습이 되었다. 함께 이 책을 읽은 독서동아리 선생님들과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는데, 고구려의 이야기가 다른 시대의 이야기에 비해 많이 낯설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중국이 동북공정 이후 한국인의 고구려, 발해 유적 답사마저 막고 있다고 하니, 일반인인 나로서는 더 멀게만 느껴진다.

그에 비해 부산 영도나 울산, 언양까지 유물도 익숙하고 자주 보았던 곳이라 이해도 쏙 쏙 잘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럴 때도 적용되는 것 같다.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아이에게 경험해주고 싶어서 박물관과 유적지를 자주 다녔기 때문에 나도 아는 것이 많아진 것이다.

"유적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그곳 문화재에 대한 주민들의 명확한 인식과 자부심이기 때문이다."(P.25)

유홍준 교수는 연천군민들을 대상으로 전곡리 유적지에 대한 강연회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유적지를 둘러싸고, 그 지역 주민들과 부딪치는 일이 자주 언론에 노출되곤 한다. 오래된 유적이나 유물보다 개인의 재산권을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뭐라할 수는 없다. 다만, 문화재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패총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이 부산이라고 한다. 10여 곳의 패총 중 4곳이 영도에 있다. 영도는 절영도라는 이름이었고, 그곳에서는 말을 미우는 목장이 있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영도에 유명한 '목장원'도 이것과 관련있는 이름일까 싶다. 말목장이 있던 절영도는 일본에서 들어온 고구마의 첫 재배지이기도 하였다.

대학 다닐때 제법 올라가던 봉래산이 원래는 고깔산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어쨌든, 동해가 신선이 사는 곳이라고 산 이름을 봉래산으로 명명하고, 동래이름도 봉래동, 영선동, 신선동, 청학동 등으로 바꿨다고 한다. 동삼동 패총전시관은 아이와 함께 두어번 다녀온 적이 있다. 동삼동 패총에는 신석기인들의 생활쓰레기가 발견되는다. 또 아주 드문 신석기 무덤인 옹관묘, 울주 반구대 암각화와 고래 그림이 연결되는 고래뼈도 발견되고, 이음낚시바늘, 흑요석 등 중요한 유물이 많다.

사실 동삼동 패총하면 얼굴가면 조개껍질이 유명한데, 이것이 애니미즘에서 샤머니즘, 토테미즘으로 넘어가는 초보적인 종교 감정이 들어있다고 한다.

울주의 반구대 암각화는 30여년 전에 몇번 가서 보았다. 답사를 다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남권 대학생들이 찾을 수 있는 유적이었던 것 같다. 반구대 그림을 하나하나 보면서 신기해했다. 천전리각석도 갔었고, 장생포 고래박물관과 대곡박물관, 옹기마을 등도 자주 갔던 곳이라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도 하고, 확인도 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고구려는 잘 모르겠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안타깝다. 고구려가 이렇게 멀게 느껴지다니... 책을 읽으면서 고구려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간다. 어쩌면, 이 책은 그렇게 우리 역사와 문화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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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을동이 있어요 알맹이 그림책 71
오시은 지음, 전명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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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제주도에 다녀왔다. 내가 제주도를 가 본것은 딱 두번인데, 곤을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가보지 못했다. 그때, 어디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4.3관련 장소들이 몇군데 있었던 걸로 기억난다. 


오래된 일이지만, 여전히 제주 사람들의 마음에는 상처로 남아있을 일이다. 내가 몰랐다고 해서 나 역시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을 받아들고 앞 표지를 보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빨간 동백꽃이다. 곤을동이 뭔지 모르지만 동백꽃을 보는 순간, 혹시...하였다. 확실히 이미지화 된 것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그리고 한번 각인된 이미지의 의미는 잘 바꾸기도 힘들다. 


그림책은 곤을동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아름답고, 화사하고 정감있게 그려낸다. 일상이 편안하고 조용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던 그 곳이 그 난리가 나기 전에 어땠는지를...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과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제주 방언을 잘 모르지만, 그냥 그 느낌 그대로 읽어본다. 4.3사건을 겪으며 사라진 마을이 한두개가 아니건만, 이 곤을동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곤을동은 바닷가 쪽에 있는 마을로, 1949년 1월 4일에 마을이 모두 불타버렸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 초토화 작전으로 산간 마을도 초토화가 되었다. 해안가에서는 유일하게 사라진 마을이 곤을동이라고 한다. 


​"너 빨갱이지? 폭도들 어디 숨겼어?"


빨갱이란 단어에 대해 지금 젊은 친구들은 어떤 느낌일까? 나는 어렸을 때 엄청난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이념 대립으로 인해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또 죽이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실체도 없는 이념때문에 싸우는 모습은, 극과 극으로 치달은 종교전쟁을 떠올린다. 이런 전쟁 중에는 당연히 관련이 없는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이 발생한다.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이 일은, 7년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행해진 국가 폭력에 관한 일이다. 


최근 또 이 사건을 두고 망언이 오고간다고 한다.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기에 딱 좋은 소재가 아니겠는가. 정치란 게 서로가 서로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것이라면, 그런 정치는 필요없다. 서로 잘 살자고 움직여야 하는게 정치가 아닌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권력을 잡은 이들이 그 권력을 어떻게 쓴가에 따라 무고한 시민들이 어떤 손해를 보는지,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뻔히 들여다 보인다.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면서 별별 생각을 다한다. 곧 4월이 올 것이고, 4월에는 선거도 있으니... 내 생각은 자꾸 거기까지 뻗친다.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해야한다. 자꾸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평화로운 마을이 왜 하루아침에 사라졌는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왜 죽었는지, 함께 이야기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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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이라는 일 - 문화예술을 일로 엮는 덕업일치의 삶 일 시리즈
유경숙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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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내용이어서 즐겁게 챌린지 독서에 참여하였고, 마지막까지 읽었다. 페이지 수가 많거나 어려운 책은 아니어서, 챌린지까지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읽어낼 책이었다. 하지만, 함께 읽는 사람들과 매일 매일 감상을 나누면서 읽으니 혼자 읽을 때보다 많은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 '문화 기획'이라고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획'이라는 관점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일관성 있는 몰입이란 당장 문화계가 아닌 일을 하거나 이직을 하더라도 추후에 문화기획자가 되기위해 필요한 소양을 골고루 깊이있게 익히는 것이 효용이 높다는 의미다.(p.49~50)


살면서 내가 가장 강하게 느낀게 바로 이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처음부터 직업으로 시작하는 일이 드물다. 경력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적은지, 첫발을 디딘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않은지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결국은 둘러둘러가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관련이나 의미를 찾을 수있는 것을 최대한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의 시간이 없었다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에 정작 기회가 주어져도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늘 아이에게 그런 기회를 잡기위한 경험들을 권유한다. 나와 같은 생각의 문장을 만나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이유가 히나 더 생겼다.


"줄서지 않아도 된다. 조금 천천히 가면 된다. 탄탄한 실력과 자신감, 좋은 태도만 갖췄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도 괜찮다" (p.136)



처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어려운 시작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같은 라인이 절실하겠지만, 그것이 썩은 동아줄이 아니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동아줄 따위 없어도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것, 청춘의 특권이 아닐까? 


'메타인지'란 내 머릿속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p.174


이력서를 써보면 가장 많이 한 업무, 그러니까 크든 작든 자신만의 대표분야가 대략 그려지고 나의 시간, 즉 '전문성의 맥락'이 보인다. 따라서 이력서를 잘 정리해야 이를 토대로 자신의 미래 직업도 유추해보고 이직 시점이나 퇴사 시점도 더욱 현명하게 정할 수 있다. p.187


저자는 어떤 사업을 처음 수주받을 때, 일을 수행할지 말지 결정하기위해 진행하는 첫 미팅에서 많은 질문을 한다고 한다. 책에는 그 예가 적혀있는데, 이런 것들은 경험에서 차곡차곡 쌓인 질문들이다. 저자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질문은 쉽게 만들어지지않는다. 


직접 일을 챙기고 확인하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나도 커다란 문화 기획을 3년 연속 진행한 적이 있는데, 매해 나의 질문은 늘어갔다. 그래서인지 이 부분에 많이 공감하였다.


- 기관에서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해당 지역에서 이 사업이 필요했던 초기 상황 파악을 위함)

- 올해 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 지금까지 이 사업에 대한 내부 평가와 지적 사항은 어땠는가?

- 실무자들이 가장 중점을 두는 지점은 무엇인가?

-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핵심 사업과 부가적 사업은 무엇인가?

- 올해 사업비와 이전 사업비에 변화가 있다면, 이유가 무엇인가?

- 대표 사업과 보조 사업 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과도한 의전, 예산에 맞지 않는 고급스러운 서비스와 F&B, 무리한 정량적 성과 등을 파악하기 위함)

- 착수보고회, 중간 보고회, 결과 보고회 등의 행정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가?(불필요한 과정을 축소하고, 형식적인 인쇄물의 대량 요구 등을 파악하기 위함)

- 정산의 방법은 어떻고, 선급금을 받을 경우에 정산 방법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 전화하면 바로 회의에 뛰어와야 하는 등의 '불편하고 민감한 주문사항'이 있는가?(상호 합리적 파트너십 매너를 갖춘 기관인지, 갑질 문화가 있는 기관인지 파악하기 위함) p.250-251


인생의 전환점은 우연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우연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 살면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봐왔다.  '기회'를 얻는 사람에게는 기회에 다가가는 노력, 기회를 놓치지않는 준비성, 기회에 기회를 더할 수 있는 활용능력 등이 있다. 


문화기획이라는 일이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직업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그런데 다들 한류니, k~~뭐니 해서 눈 앞의 화려함에만 마음을 빼앗긴 건 아닐까? 


나는 회사에서 직원 복지를 위한 문화 기획도 담당하고 있다. 벚꽃 피는 날, 야외에서 차회를 열어 다 같이 ​차를 마시면서 공연도 즐긴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행사이고, 회사의 내빈들도 초대하는 큰 행사라서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작년엔 꽃이 일찍 피고, 비까지 내려 막상 행사 날 꽃이 다지고 없어서 낭패를 보기도 했다. 올해는 미리 앞당겨 날짜를 정했는데, 꽃이 안펴서 본의아니게 일주일 연기하였다. 자연의 변화는 내 힘으로 어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플랜 B, 플랜 C를 가동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다.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플랜A, B, C가 필요하다. 문화기획이라는 관심사에 이끌려 이 책을 읽었지만,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인생 제2막을 준비하고 있는 중년들에게는 특히 더 그럴 것이다. 


모처럼 오랜만에 챌린지 독서에 참여하였다. 함께 읽은 사람들이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갖고 있기에 함께 읽는 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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