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끌리는 사람들, 호감의 법칙 50 - 그 사람은 왜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까?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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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앞에 두고 '당신 비호감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여태까지 살면서 나름대로 나는 호감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첫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다들 말을 걸기 어려워하는 타입이긴 한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늘 내 주변에는 '사람'이 남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사람'을 내 자산처럼 생각한다. 


크게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욕 안먹고 그래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은 은근 기분이 좋은 일이다. 특히 프로젝트성 업무를 할 때, 외부 협력 업무를 할 때 그런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다만, 어떻게 하면 이러한 호감도를 좀더 높일 수 있을지, 그리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방법을 알려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늘 자신이 없었다. 알고 있는 것과 말로 표현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 책을 읽을 기회가 되어 회사에서 교육 때 활용도 할 겸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아래와 같은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끌리는 호감을 만드는 하루습관

스스로에게 호감 가는 사람이 되는 짧고 사소한 기술들

호감형 인간의 10가지 스타일

호감을 만드는 마인드리셋 keyword 8가지

호감을 부르는 실전 전략 Ⅰ

호감을 부르는 실전 전략 Ⅱ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을 신뢰하고 믿는다. 호감은 바로 '사람에 대한 좋은 감정'을 말한다. 나는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주변 사람을 잘 살펴보는 편이다. 좋은 사람 옆에는 좋은 사람이 늘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한다. 당신 주변에 호감 가는 사람을 두고 싶다면 당신부터 호감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호감을 주는 몇 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외모나 목소리처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다. 표정, 매너, 교양, 자기관리, 전문성 등을 보완한다면 선천적인 매력이 없더라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호감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데일 카네기는 '타인에게 호감 얻는 법 6가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따뜻하고 성실한 관심을 기울여라.

이름을 기억하라.

말하기보다 듣기를 잘 하라.

마음 속으로부터 칭찬하라.

미소를 지어라.

상대의 관심방향을 간파하라.


쉬운 듯 어려운 주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 노력은 우리도 충분히 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받으려면 스스로에게 호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힘이 큰 힘이 되어 타인을 끌어당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친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자신감과 자만심을 구분해야 한다. 자신감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고, 자만심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요즘은 나르시시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자기비하나 자기혐오보다 긍정적이기 때문이란다. 음...지나친 나르시시즘은 경계해야 하지만 말이다.


우리가 스스로 사랑하게 되는 계기,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자는 '독서'를 큰 힘으로 뽑았다. 책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독서'는 만능열쇠인 것 같다. 어쨌든 의식적으로 자신감을 높이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리고 당신을 더 좋아하하게 된다. 


책에서는 호감형 인간의 10가지 스타일을 소개한다. 리더형, 유머형, 겸손형, 아이디어형, 동경형, 순진형/백치미형, 리액션형, 마당발형, 세계평화주의형, 문제해결형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리더형과 문제해결형이 마음에 든다. 이 10가지 스타일로 모든 호감형 인간을 표현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 호감형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우선 저자는 호감을 만드는 마인드 리셋 키워드를 알려준다. 긍정성, 친숙함, 배려심, 진솔함, 낯섬, 긴장감, 동질성, 전문성이다. 


호감을 부르는 실전전략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좋을 내용이다. 내가 호감 가는 사람일 때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로 자리가 채워진다. 좋은 기운은 좋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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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는 법 - 비문을 쓰고도 모르는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글쓰기 법칙
이연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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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원들이 쓴 대외문서를 교정하는 일을 가끔 한다. 특별히 내가 글을 잘 써서라기보다 가장 기본적인 맞춤법이나 문장 호응 정도만 봐주는 편이다. 솔직히 이런 일을 한다고 말하면 '너는 얼마나 잘 쓰길래'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대놓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표정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나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특히 블로그 글을 쓸 때는 퇴고(거창하게 퇴고랄 것도 없지만)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오탈자는 물론이고 앞뒤 문장 호응이 되지 않는 글이 많다. 한 번만 다시 읽어도 고칠 수 있는 것들인데... 시간이 없어서라고....변명을 해본다.


어쨌든 그래서 이 책은 나의 손에 들어올 이유가 충분했다. 수시로 점검하고 기억해서 자연스럽게 내 글이 비문이나 번역투 문장으로 가득차지 않도록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대학 신입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저자의 고민이 드러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의 정보 검색 실력은 다른 세대와 비교할 때 가히 압도적이다. 몇 번의 타자와 클릭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은 당연히 제대로 된 글을 쓸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간편하고 편리해진 것은 맞지만, 정보생산자와 정보소비자로 딱 나누어진 느낌이다. 요즘은 정보생산자의 역할마저 AI에게 전가되고 있으니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문법에 맞는 글을 위한 비법'과 '오류 없는 글을 위한 비법', 그리고 '모양이 비슷해서 틀리기 쉬운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어를 끝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의 이유와 같다. 내가 20여 년 전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을 때 가장 강조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한국어에서 주어가 자주 생략되기 때문에 주어보다 서술어에 집중하라. 한국어의 서술어는 맨 마지막에 있으니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모든 문장은 글쓴이의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즉 생각을 의도대로 전달하는 것이 글쓰기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정말 제대로 된 문장을 쓰는 것은 어렵다. 문장은 최소 하나 이상의 주어와 서술어로 이루어지며, 여러 개의 주어와 서술어를 사용하면 길고 다양한 문장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서술어는 문장 맨 끝에 있는 서술어이다. 또한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은 문법에 맞는 문장을 작성하는 기본이다. 여러 개의 주어와 서술어를 잘 다스릴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문장을 쪼개는 것이 낫다. 


내가 우리 직원들의 글을 고쳐줄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바로 문장 쪼개기이다.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맞지 않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문장을 잘라준다. 문장을 짧게 자르는 것만으로도 훨씬 이해하기 쉬운 글이 된다.


또한 요즘 젊은 세대들이 쓰는 단어들을 보면 과도하게 생략하거나 줄여서 쓰는 말이 많다. 입말로 굳어진 표현들은 글을 쓸 때도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르다. 쓰기에서는 불필요하게 줄여쓰거나 생략하는 습관은 버리는 것이 좋다. 


유창한 글쓰기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어휘다. 한국사람이라고해서 국어사전을 보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낱말을 제대로 쓰기만 해도 좋은 글이 된다. 그리고 간편하고 익숙한 낱말이라고 해서 그대로 쓰기보다 명확한 표현을 찾아 쓰는 편이 더 낫다. 


"문맥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은 좋은 문장으로 거는 첫걸음이다. 글을 쓸 때만이라도 좋으니 국어 사전을 가까이하고 자신이 고른 어휘를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단어의 명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문장을 작성하는 행위나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마음가짐은 틀린 문장을 쓰는 지름길이다."(p.66) 


그렇다면 오류 없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저자는 누락된 문장성분 점검하기, 핵심메시지 점검하기, 어색한 표현의 오남용 점검하기, 반복되는 유사 표현 점검하기, 구어체와 문어체 구분하기, 어휘의 원래 의미 점검하기를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틀리기 쉬운 맞춤법 몇 가지를 살펴보자.  아래에 제시한 것을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헷갈리는 단어들임을 알 수 있다. 가끔 책을 펼쳐 읽으면서 머릿속에 조금씩 저장해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뵈요 vs 봬요 / 되다 vs 돼다   

어간 뵈, 되 뒤에 -어를 넣어서 자연스러우면 '봬, 돼' 어색하면 '뵈, 되'


가르치다 vs 가르키다 vs 가리키다

배움을 주면 가르치다, 지칭이나 지정하면 가리키다


왠 vs 왠

'왠지'만 빼면 거의 '웬지'


나아 vs 낳아

낳다는 낫다처럼 모음 앞에서 받침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vs 어떡해 vs 어떻해

어떡해는 '어떻게 해'의 줄임말이다


반듯이 vs 반드시

반듯하게는 반듯이, 틀림없이는 반드시


밤새다 vs 밤새우다

날이 밝으면 밤새다, 잠의 의미가 있으면 밤새우다


설렘 vs 설레임

설레다만 맞는 표현, 설레이다는 틀린 표현


부딪히다 vs 부딪치다

자발성과 주체성이 없으면 부딪히다, 있으면 부딪치다


맞추다 vs 맞히다

비교하는 건 맞추다, 틀리지 않거나 대상에 닿으면 맞히다


결재 vs 결제

서류와 관련 있으면 결재, 돈과 관련 있으면 결제


이었다 vs 이였다

이였다는 틀린 표현


–든 vs –던

선택 택일이면 든, 시간이면 던


들르다 vs 들리다

들르다는 오직 '경우하다'의 뜻만 있음


안 vs 않

'아니'가 말이 되면 '안', 말이 안되면 '않'


염두에 vs 염두해

염두하다는 한국어에 없는 표현


삼가다 vs 삼가하다

삼가하다는 틀린 표현


때우다 vs 떼우다

때우다만 사용


이따가 vs 있다가

잠시 후에는 이따가, 머무르다는 있다가


일부러 vs 일부로

일부로는 일부러의 잘못된 표기


-을(ㄹ)게 vs -을(ㄹ)께 / - 거 vs - 꺼

발음은 된소리가 나도 표기는 된소리가 아니다


금세 vs 금새

금세는 금시에


아니요 vs 아니오

문장종결어미는 오만 있다, 감탄사 '예'는 '아니요'만 대응


며칠 vs 몇일 

표준어는 며칠


피우다 vs 피다

피다 앞에 목적어가 오면 피우다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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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 - 1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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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추적과 음모


강청댁이 발끈해서 말했다. 두만네는 내가 또 실술 했구나 싶었던지 애매하게 웃으며 강청댁을 힐끔 쳐다본다.

"하기사 자식이란 애물이지."

얼버무려놓고 맷돌중쇠 가에 남은 메밀가루를 쓸어낸다.

"속이 상해서....…. 성님."

"와."

"아무래도 임이네 그 제집은 화기가 있소."

“무신 말을 그리 하나."

“제 서방 두고 남우 사나한테 꼬리를 치니 하는 말 아니오. 그년, 제집아 적부터 성하지는 안 했일 기요, 행실이∙∙∙∙∙∙ 생각 좀 해보소. 오양(외양)이 그만이믄 머 때문에 늙은 칠성이한테 왔겄소? 손가락도 없는 병신한테 왔겠느냐 말이오."

“강청댁,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함부로 하노."

“다 짐작이 있으니께."

두만네는 메밀가루를 쓸어내다 말고 정색을 한다.

"큰일 나겄네. 그런 말 함부로 하다가 똥 묵을라."

“내가 똥을 묵을 긴가 그년 가랭이가 찢어질 긴가 그거사 두고봐야 알겠지요. 그년 눈웃음에는 행토가 있소."

까무잡잡한 얼굴이 바싹 모여들고 얄팍한 눈꺼풀 밑의 작은 눈이 이글이글 탄다. 임이네하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 무정한 용이 태도는 모두 임이네 탓이기나 하듯 강청댁은 미움의 마음을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허어 이 사람이, 그런 소리 안 하네라 이웃 간에서 웃기 예사지, 구중 속에서 내외하고 사는 양반댁 아씬가? 조석으로 대하는데 불구대천지 원수도 아니겠고 웃으믄서 지내는 기이 머가 나쁘노, 칠거지악 중에 여자 투기가 든다 카던데 그만한 일 가지고 이렇고 저렇고 해봐야 니 얼굴 치다보지 임이네 얼굴 치다보겄나. 아예 남보고 그런 말 입 밖에 내지도 마라. 가리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지는 법이니께."

두만네는 윗돌을 들어 중쇠에 끼운다. 자루바가지 속에서 엿기름을 한 줌 집어넣고 손을 잡는다. 좋잖은 표정으로 맷돌을 덜덜 돌리기 시작했다.

두만네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막딸네같이 동네방네 말을 퍼뜨렸다면 쥐어뜯고 한판 싸움이 벌어졌을 것이다.  p.66~67


요즘 같으면 이런 걸 뭐라고 할까? 

내가 두만네였다면 강청댁도 임이네도 다 상관 안하고 살았을 것이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에 따라 삶이 얼마나 달라지는가.

또, 남의 인생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해봤자 돌아오는게 뭐가 있던가.

결국은 말이 씨가 된다.

강청댁의 악바리는 이해가 되다가도 그깟 남자 없어도 사는 것인데

애끓이며 매달려본들 무엇하랴...


치수는 천천히 눈을 들어 윤씨부인을 바라본다. 시선을 느낀 윤씨부인도 아들의 눈을 마주 대한다. 검은 점이 무수히 드러난 얼굴이었다. 잠 못 이룬 탓인지 눈 가장자리에 달무리 같은 푸른 빛깔이 드리워져 있었다. 처연한 모습이다.

'많이 늙으셨다.'

긴 눈매, 눈매의 눈동자만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의지와 힘이 사무친 듯 남아있다. 머리 모양 옷매무새는 방금 자리에서 일어난 것 같지 않게 단정하여 변함이 없다. 치수는 어머니의 흩어진 모습을 본 일이 없었다.

'여전하시다! 언제나 저 모습, 저 눈빛, 대장간에서 수천 번을 뚜드려 만든 쇠붙이 같으다.'

치수는 자신의 마음도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느낀다. 많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신을 맴돌았던 뜨거움은 싸이 소리내며 가는 것 같았다. 단련된 쇠붙이와 쇠붙이였다. 싸움터에서 적과 적의 칼이 맞닥뜨린 순간이었다. 쌍방이 혼신의 힘으로 겨루는, 숨결조차 내기 어려운 침묵, 긴장은 두 모자 사이의 공간을 팽팽하게 메운다. 치수는 어머니의 뻗치는 힘이 전보다 가늘어진 것을 느낀다. 대신, 보다 날카로워진 것을 피부로 심장으로 감득한다. p.68


나는 윤씨부인의 행동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치수와 구천이

윤씨부인은 두 아들의 아비들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 것 아닌가?

둘 다 밉던가, 둘다 사랑하던가....해야...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있다고.

그래서 그런걸까?

치수가 느꼈던 이유를 알 수 없던 거부감

자애스럽던 어머니가 남보다 더 먼 사람이 되어 버린 치수의 어린 시절

결국 치수를 허약하고 신경질적이고 잔인하고 방약무인한 젊은이로 만든 건

윤씨부인이었다.


윤씨부인은 지나간 늦가을 최치수가 장암 선생의 병문안을 위해 떠나던 날 자신이 일을 그르쳤음을 깨닫는다. 치수 없는 틈을 타서 서둘렀기 때문에 그렇기도 했으려니와 윤씨부인은 그들 불륜의 남녀를 위해 피신처까지는 마련해주질 못했다. 못했다기보다 안 했었는지도 모른다. 치수도 자식이며 환이도 자식이다. 서로가 다 불운한 형제는 윤씨부인에게는 무서운 고문의 도구요 끊지 못할 혈육이요 가슴에 사무치게 사랑하는 아들이다. 십 년 이십 년 세월 동안 윤씨부인은 저울의 추였으며 어느 편에도 기울 수 없는 양켠 먼 거리에 두 아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치수를 가까이하지 못한 것은 물론 죄의식 때문이나 그보다 젖꼭지 한 번 물리지 않고 버린 자식에 대한 연민 탓이기도 했었다. 환이를 돌보지 못한 일 역시 치수에 대한 의무와 애정 탓이 아니었던가. 결국 십 년 이십 년 세월 동안 윤씨부인은 어느 편에도 기울 수 없는 저울의 추가 되어 살아왔었다. 치수의 눈을 피하여 환이를 도망가게 하면서도 피신처까지는 마련치 못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뻗쳐줄 어미의 손길을 결박당한 채 감내해온 긴 세월이 윤씨는 아직도 많이 남았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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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머리 문해력 - 문해력은 어떻게 당신의 무기가 되는가?
송숙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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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글을 읽어도 다르게 판단하고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며, 설사 제대로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똑 부러지게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화 한마디 한마디가 어긋나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이런 일이 일터에서 벌어진다면 결과가 어떨까요. 업무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문제해결에 탁월합니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파악하고 이것을 의논하고 정보와 지식을 버무린 뒤 그 속에서 창조적 사고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 과정의 바탕이 되는 것이 문해력입니다." (p.7)


이 책을 읽기로 한 이유기도 하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야말로 문해력이 가장 중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즉 일이든 삶이든 모든 것들이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가고 있기에 그 많은 정보를 분별력있게 접근하고 사용하여 성과를 내는 메타문해력(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주의 깊게 읽으며,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배려 깊게 쓰는 능력)은 결국 기업과 개인에게 요구되는 생존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가 일을 잘 하는데 왜 문해력이 필요할까? "일머리는 말과 글을 다루어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으로 문해력에 기초한다. 머리로 일하는 시대에 읽고 쓰고 생각하는 힘, 문해력이 취약하면 일머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미숙하고 논리적이지 못한 결과, 맡은 일을 해내지 못하는 무능함의 증거가 된다."(p.23) 특히 인공지능을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인공지능이 작업한 결과물을 읽고 분별하고 판단해서 활용하는 문해력이 필수이다. 지식사회에서 일머리란 지적 생산성이 높은 것을 말하며 읽기-생각하기-쓰기의 프로세스를 통해 지적생산성이 높아진다. 


메타문해력은 무엇인가? 정보의 편향과 신뢰성을 평가하고 지식의 생산과 공유의 맥락에서 정보를 적용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된다. 따라서 일머리를 좋게 만드는 메타문해력은 읽는 능력, 생각하는 능력, 쓰는 능력으로 구성된다. 이 책은 메타문해력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힘:  주의 깊게 읽으며 이해하는 힘(딥 리딩), 사려 깊게 생각하는 힘(딥 씽킹), 배려 깊게 쓰고 전하는 힘(딥 라이팅)을 기르는 데 필요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먼저 저자는 하는 일마다 유능함을 인정받는 일머리 뛰어난 사람들의 비결은 읽기 실력 순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믿는 안 믿든 그 이유나 한번 들어보자. 머리로 일하는 지식사회에서는 지식을 읽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기본이다. 수시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자료나 문서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를 파악했다면 해결에 도움을 줄 자료를 찾아서 읽어야 한다. 관련 자료와 문서를 보면서 상황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이 만든 자료나 정부 정책 자료 등도 읽어야 한다. '읽는 힘'은 내용에 담긴 의도와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들이 요구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p.44)이다. '읽는 힘'은 상사의 지시를 수행하거나 부서간 협업을 할 때 도움이 된다. 중요한 일일수록 문서화된 메시지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딥씽킹이다. 일머리 좋은 사람은 문제를 해결할 때 '디자인씽킹'이라는 프레임워크를 활용한다. '문제 찾기-문제 정의하기-아이디어 만들기-시제품 만들기-테스트하기+피드백 받기' 순으로 진행하여 타당한 해결책을 만들어낸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이다.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하려면 먼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지워나가는 방법을 사용한다. 드러난 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워보여도 문제를 해소할 대안은 반드시 있다. 어떻게 하면 될까? 만일~라면 어떨까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데이터로 이유와 근거를 준비하면 설득에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딥 라이팅이다. "메타문해력은 싱각하는 힘을 축으로 읽는 힘에서 시작해 쓰는 힘으로 완성된다. 일머리의 핵심이며, 메타문해력의 결정판으로서 쓰는 힘은 말과 글을 다루어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이다. 쓰는 힘은 내 생각을 말과 글로 전해 의도한 반응을 얻어내는 초능력이다."(p.219)


일하는 글쓰기 법칙을 살펴보자. 먼저 4C(분명하고 간결하며 명확하고 정확하게)로 쓴다. 데이터는 근거와 주장을 뒷받침하지만 설득은 이야기로 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주장을 다루고 2W1H(무엇을, 왜, 어떻게)를 갖춰서 내용을 구성하며 3분 안에 읽힐 수 있는 글을 쓴다. 형용사 대신 숫자, 추상적 데이터보다 상상이 가능한 표현을 쓰는 것이 좋다. 1분 안에 설득되도록 핵심을 먼저 쓴다. 완전한 문장을 쓰도록 한다. 글을 잘 쓰는 비결은 특별하지 않다. 잘 쓴 글이 될 때까지 여러 번 고치는 것이다. 


직장에서 필요한 글쓰기에 대해 알아보던 차에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전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연습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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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리디자인하라 - 변화의 시대에 직원의 만족도와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실전 전략
린다 그래튼 지음, 김희주 옮김 / 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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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일하는 방식이 아닐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책이긴 하지만 딱 지금 우리가 함께 고민해보고, 바꿔볼 기회가 오지 않았나 싶은 내용을 담고 있다.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의 '해동, 동결' 모델을 통해 제도적 변화가 얼마나 크게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조직이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동결'상태지만 조직이 외부 위험에 노출되거나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을 때 '해동' 상태로 전환한다. 팬데믹 이전에도 일부 기업들은 이미 '해동'되기 시작하였다. 리스킬(RESKILL), 업스킬(UPSKILL)해야 하는 만큼 학습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위협이 줄어들면 조직은 '재동결'하기 시작한다. 지금이야말로 '해동'의 시대가 아닐까? 


이 책은 특히 시간과 장소를 떠난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재택근무'와 같은 업무 형태의 변화에 대한 실험을 집단적으로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을 한다고 하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와서 업무를 통한 성과를 이루어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것이었다면, 지금은 과거의 '일의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일을 리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나는 이 책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삶을 바꾼다'는 주제에 가장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접근하며 읽었다. (혹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리디자인된 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거기에 맞춰 읽으면 된다)


저자는 일을 리디자인하는 4단계 프로세스를 제안한다. 그것은 이해하기>재상상하기>모델을 만들어 테스트하기>행동하고 창조하기이다. 


1. 무엇이 중요한지 이해하기. 

생산성에 중요한 스킬과 네트워크, 직무가 무엇인가? 기업 내부에서 지식이 어떻게 흐르며 그 흐름이 어때 보이는가? 직원들이 일과 회사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직원들은 고용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일을 어떻게 경험하는가?


2. 미래를 재상상하기. 

중요한 것을 충분히 이해했으면 일을 최적으로 디자인하는 작업에 착수하라. 사무실을 직원들이 우연히 마주치고 대화가 흐르는 협력의 장소로 상상하라. 가정을 정말 건강한 삶과 에너지가 샘솟는 원천으로 상상하라. 집중과 조정을 뒷받침하도록 업무시간을 짜는 방법을 상상하라.


3. 아이디어를 모델로 만들어 테스트하기. 

이렇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모델로 만든 뒤 여러 가지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성을 테스트하라. 미래 경쟁력을 갖추었는가? 단기적·중기적·장기적으로도 적절하고 목적이 뚜렷한가? 현재 진행 중인 기술 전환을 용이하게 하고 특히 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스킬 전환을 뒷받침하는가? 모든 직원이 공평하고 공정하게 경험할 것인가?


4. 모델에 따라 행동하며 새로운 업무방식을 창조하기. 

업무 모델이 회사의 관행과 문화에 깊이 뿌리내리는 단계다. 그러려면 리더의 역할, 리더가 하는 말과 내러티브의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 리더가 관리자의 중추적인 역할을 인정하고 지원하라는 의미다. 또한 직원들이 디자인 선택 작업에 참여하고 변화 과정에 동참하도록 공동 창조 프로세스를 널리 시행하도록 한다.(P.34-36)


생산성을 뒷받침하는 행동과 역량에 영향을 미칠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우선 직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회사의 직군을 살펴 직군별로 직무를 선택한다. 한 가지 직무를 구성하는 다양한 과업을 살펴보면 된다. 과업이 무엇인지 알면, 직원들이 과업을 생산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방법을 상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직무는 생산성 4요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에너지와 집중, 조정, 협력이 그것이다. 


우선 에너지. 에너지와 활력이 필요한 과업은 마감이 촉박한 프로젝트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팀 단위의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거나 고도의 집중력과 역동성이 필요한 회의에 참석할 때 등이다. 


두번째는 집중이다.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면담 조사 기록을 살펴거나 스프레드시트의 데이터를 검토하는 과업 등이 해당한다.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여러 과업을 동시에 수행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과업수행 역량이 떨어진다. 이런 과업을 수행하려면 고도의 인지 기능이 필요하다. 


세번째는 조정이다. 집중은 개인적인 프로세스인 반면, 과업 중에는 타인과의 효과적인 조정을 통해 완수되는 것이 많다. 다른 사람과 연락하거나 순간순간 피드백을 받거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관리하거나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업 등이다.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팀이 분열되거나 프로젝트가 표류하기 시작한다. 


네번째는 협력이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려고 교차기능팀을 구성해 협력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하는 브레인스토밍 작업도 해당된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협력이 실패하면 직원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을 수 있다.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알아보았다면 이제는 조직 내에서의 지식의 흐름과 네트워크 구조를 알아본다. 지식에는 묵시적 지식(암묵적 지식이라고도 한다)과 명시적 지식이 있다. 어떤 지식은 명시적이고 객관적이다. 매뉴얼이나 웹사이트, 안내서로 유통되는 명시적 지식은 기록과 접근이 용이하고 기업 전체로 쉽게 확산된다. 업무 디자인의 상당 부분이 이러한 명시적 지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신입 사원이나 새로운 팀원이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동료들의 스킬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보유한 소중한 지식은 대부분 묵시적 지식이다. 통찰과 노하우, 정신 모델, 틀을 짜는 방법 등은 개인의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명시적 지식보다 표현하고 성문화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묵시적 지식은 기본적으로 인간관계 안에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본질이나 범위, 깊이가 변하면 소중한 묵시적 지식이 훼손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직무를 살필 때는 해당 직무의 생산성에 중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그 지식은 신입 사원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 하는 의미에서 얼마나 명시적인지 또 얼마나 묵시적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5장 행동하고 창조하기에 보면 좋은 관리자에게서 네 가지 중요한 사고방식의 전환을 확인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좋은 관리자는 '우리 팀은 나의 성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전통적인 관리자 위주의 계층적 개념에서 '나는 팀의 성공을 위해 존재한다'는, 한층 더 팀에 기반한 사고방식으로 전환했다. 좋은 관리자는 직원들이 의욕적으로 몰입하고 스킬을 쌓도록 지원하거나, 피드백을 주며 코칭하거나, 응원하고 포용하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팀에 기여한다.


둘째, 좋은 관리자는 자원 비축에서 자원 공유로 사고방식을 전환했다. 예를 들어 '팀원들의 다음 승진에 집중해 부서 전출을 통제'하는 역할에서 '팀원들이 성장하고 부서 전출입 기회를 포착하도록 코칭'하는 역할로 한층 더 개방적이고 공유적이며 협업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셋째, 구조적인 팀에서 유동적인 팀으로 전환하는 회사가 증가하며 좋은 관리자는 '온전한 팀을 관리하고 통제한다는 사고방식에서 '우리 팀은 유동적이어서, 팀원들이 다른 부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다른 부서에서 인력을 빌려오기도 한다'는 사고방식으로 전환했다.


넷째,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이 증가하며 좋은 관리자는 일이 사무실 안에서 수행되도록 팀 내부에서 자원을 조달해 직무를 조직한다'는 사고방식에서 '일은 어디서든 할 수 있고, 중심은 과업과 프로젝트이며 회사 안팎에서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런 사고방식의 전환이 팀의 성과를 관리하고 평가하는 방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과 연간 목표 설정 및 평가를 직접 감독하며 성과를 평가한다'는 자세에서 '일과 코칭을 계속 우선시하며 결과에 집중한다’는 자세로 평가 방법이 바뀌기 때문이다. (p.27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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