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고 다정하게 말 잘하는 아이들 - 어린이를 위한 똑똑한 말하기 동화, 2024 아침독서 추천도서 한경 아이들 시리즈
류윤환 지음, 김현영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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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읽기를 가르친 적이 있다.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코로나로 3년 가까이 비대면 상황에서 사회성을 갖추지 못한 아이들도 많아졌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거절을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쓴 말하기 동화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달라지고, 친구의 반응이 달라지고 자존감과 생활이 달라진다.


20명 쯤 되는 아이들이 6년동안 학교를 다니다보면 어지간해선 거의 다 한 반이 될 것 같다. 6~70명이 한 반이면서도 14~5반씩 있었던 우리 때에는 같은 반은 아니어도 한 동네 살면서 마주치는 아이들이라 낯설 것도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윗동네 아랫동네 대결도 하고, 어우러져 놀던 그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러니 이 책의 주인공인 서윤이도 5학년이 되어 처음 반에 들어섰을 때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없자 힘들어한다. 새학기 첫만남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하고나 잘 어울리는 것 같은 친구도 어느 정도는 긴장을 한다. 이럴 때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가벼운 인사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처음 마났을 때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까? 저자는 과거의 경험 묻기, 공통점 찾기, 이유 묻기, 감정 읽어주기 등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먼지요정이 등장한다.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방안도 제시하고 용기도 준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어울리는 무리가 달라지고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도 달라지자 민재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먼지요정은 민재에게 친구들과 대화할 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는 잘 듣고 있다가 참여하라는 것과 같은 조언을 한다. 


이 에피소드가 눈에 들어왔던 우리집 아이도 매년 겪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친구와의 관계가 이전과 조금 달라지거나 대화가 불편해졌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럴 때 이렇게 시작해보자.


"요즘 우리 사이가 어색해진 것 같아."

"내가 너한테 실수한 게 있을까?"

"손흥민 선수 이야기하고 있었구나. 나도 골 넣는 장면 봤어."

"재미있게 들려서 옆에서 듣고 있었어. 나도 같이 이야기하자." (p.53)


친구 사이에도 '비교'는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단초가 된다. 일상에서 무심코 비교하는 말을 하게 되면 서로 상처를 주게 된다. 그럴 때는 이렇게 말해보자.


"네가 한 말은 나랑 xx를 비교한 말이잖아.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고칠게. 하지만 내가 왜 xx와 비교당해야 하는지 알려줄래?"

"미안해. 내가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함부로 말했어. 비교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웟는데도 실수를 했어. 방금 한 말은 취소할게." (p.85)


아이들은 마음으로는 알지만 실제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때가 많다. 예전에는 형제들 사이에서 또는 이웃 간에 여러 경험을 하면서 몸으토 터득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의 서투른 행동을 야단칠 게 아니라 잘 가르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친구가 기분 나쁘게 말했을 때나 실수를 했을 때, 자기 감정대로 말을 내뱉으면 결국 싸움이 나거나 관계가 훼손된다. 아이들끼리 해결이 되지 않을 때는 어른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그리고 친구와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싶다면, 그때는 이렇게 해보자. 


"네 생각이 정리되면 천천히 말해 줘."

"조금 느려도 괜찮아. 나는 잠시 정리하고 있을게."

"나는 네 생각이 궁금해. 넌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야?"(p.177)


한 반 아이들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현장감 있고 현실에서 있음직하게 여겨진다. 친구와의 관계가 어려운 아이들이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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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 13일 동안 이어지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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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을 여러 권 읽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스타일은 아니다. 기존에 읽은 책들을 보면 처음엔 특이하기도 하고 짧으면서도 여운이 느껴졌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다만, 이런 형식의 책에 익숙하지 않다면... 여운보다 여백이 신경쓰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요시타케 신스케와 마타요시 나오키가 함께 쓴 책이다. 


"그 책은 표지에 두 남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책입니다. 어느 왕국에서 만든 책이죠. 그 책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요시카케 신스케와 마타요시 나오키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책을 좋아하는 두 남자에게 왕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진귀한 책을 찾아와서 들려주기를 원한다. 두 남자는 경비를 받아들고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1년 후 돌아와서 그 책에 대해 들려준다. 


첫째날 밤 마타요시 나오키는 이런 책을 소개한다. 엄청나게 빨리 달려서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책, 경찰에 쫓기는 책, 책장을 넘길 때 팔락 소리가 조금 일찍 나고 어떨 때는 넘기지도 않앗는데 팔락 소리가 나서 짜증이 나는 책 등등. 


둘째날 밤에는 요시타케 신스케가 이어간다. 태어날 때 한 권씩 나라에서 주는 책,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아이가 찢어버린 책, 어린 시절에만 읽고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책 등등.


두 남자는 상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책을 소개한다. 가끔은 호러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재미가 없어서 책을 싫어하게 하기도 하고, 가끔은 읽지 않앗지만 새로운 나를 만들어줄 책이기도 하고, 연쇄살인만큼 섬뜩한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가 내가 빌려준 책이 생각났다. 사람들은 굳이 읽지도 않을 거면서 책을 빌려달라고 하기도 한다. 정말 읽고 싶으면 사서 읽으라고. 도서관 가서 빌리던가. 왜 굳이 나한테 빌려달라고 하고선, 돌려주지 않는거지? 아마도 그들은 그 책을 빌려와서 누구에게 빌렸는지, 왜 빌렸는지, 저걸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조차 모른 채 어느 구석에 처박아놓았을 터이다. 언젠가 내 책을 돌려달라고 말했다가, '빌린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듣기도 했고, '이 책은 내 책'이라며 자기가 돈 주고 샀다는 말도 들었다. 빌려준 나로서는 기암할 일이었지만, 그런 사람과는 다시 안 만나면 그만이었다. 가끔 책을 빌려주면서 인간성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 책은 꽃밭에 두면 사랑스러워보인다. 콘크리트 위에 두면 고독해 보인다. 정글에 두면 야생 동물처럼 보인다. 싫어하는 사람이 들고 있으면 재미없어 보인다. 웃는 사람이 들고 있으면 왠지 재미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책은 책장에 꽂아 놓으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모든 순간, 책 내용은 똑같은데도." (p.58)


일곱째날 밤 마타요시 나오키의 책이야기는 기억에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케우치 하루와 미사키 신이치가 그림과 말풍선의 글로 주고 받은 교환일기가 이어진다. 그 책은 아무도 죽지 않는 내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긴 여운이 남는다.


여덟째날 밤 요시타케 신스케는 표지에 자신의 얼굴이 실려 있고 주소가 있고 sns계정도 공개된 책을 보았다. 개인정보가 모두 까발려진 책. 공포에 휩싸인 날이었다. 그러나 진짜 공포는 3개월 후에 찾아왔다. 그 책이 출판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자신의 생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아, 정말 공포스럽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나는 확실히 요시타케 신스케의 글보다 마타요시 나오키의 글이 더 마음에 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뭐랄까? 난 함축된 짧은 글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서툴다. 두가지 버전을 왔다갔다 하는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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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왕 수바: 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50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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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작가의 그림책이 나올 때마다 은근 기대하게 되는 것이 있다.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그리고 귀여운 그림들도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기다리게 된다. 이번 그림책은 '수박'이다. 수박을 보고 나는 태양을 연상해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 그림책 표지와 제목을 보는 순간, 엉? 그러네. 태양이 떠오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색다르지 않은 이미지일 수 있지만, 한번도 그런 생각을 안 해 본 나는 수박과 태양이라는 조합이 기발하게 보였다. 


어렸을 때, 수박을 사러 가면 수박을 통통 두드려보고 잘 익었나 확인해보고 삼각형으로 살짝 잘라내어 속도 보고 그렇게 했었다. 어린 나는 엄마를 따라다니면 수박을 통통 두드렸지만, 어떤 소리가 잘 익었다는 건지 잘 알 수 없었다. 그저 두드리고 사야한다고만 생각했다. 지금이야, 수박 당도가 딱 표시되어 있고 마트에 가서 그냥 골라오면 끝이지만 말이다. 


태양왕 수바와 팥할멈이 만난 장면을 보자. 뒤집어져서 버둥대는 수바를 보고 '돼지여?'라고 능청스럽게 묻는 팥할멈의 모습이 친구의 전설, 팥빙수의 전설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라 또 반갑다. 이렇게 이 그림책은 수박의 전설로 넘어간다. 요즘 아이들에겐 낯선 행동들이지만 팥할멈이기에 어색하지 않다. 태양 왕 수바에게 왕수박이냐고 물어보는 팥할멈. 어쨌든 수바는 그렇게 팥할멈과 만났다.  


태양을 비추어 하늘나라의 생명을 보살피던 용이었던 수바는 어떻게 길에 떨어진 수박덩이가 되었을까? 팥할멈은 수바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바가 땅의 신과 바다의 신에게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제삿상도 차려주고 둘머리 용이 씹어먹은 날개를 찾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준다. 결국은 팥할멈의 재치와 지혜로 수바는 다시 하늘로 갈 수 있게 된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수바가 하는 노력은 안타깝게도 의미가 없어보인다. 이 그림책이 수바의 적극적인 노력과 행동을 촉구하는 그런 교훈적인 그림책은 아니다. 다만 수바의 행동과 팥할멈의 지혜가 대비되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할 지 살짝 깨닫게 하는 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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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 창비아동문고 329
안미란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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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씨는 고양이다. 게다가 투잡을 뛰고 있는 나름대로 꽤 잘 적응하여 살고 있는 고양이다. 카페 영업을 담당하며 가끔 모델이 되기도 한다. 또 하나는 동물 직업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동물들 사이에서는 꽤 소문난 직업이다. 오래전부터 인간과 어울려 살아 온 동물들은 가정집, 병원, 학교, 경찰서 같은 곳애서 일을 한다. 그중 개는 가장 많은 직업을 가진 동물이다. 그런데 그냥 씨의 동물직업상담소에 곰이 왔다.


일본에서 온 쿠마짱과 러시아에서 온 북극곰 폴라스키. 그냥 씨의 동물직업상담소에 곰이 온 것이다. 나는 여기까지 읽었을 때 뭐야 기후위기 이야기인건가? 라며 등장동물이 곰이라는 사실에 지레짐작을 하였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니 기후위기는 곰들이 도시로 떠나오게 만들었지만, 그들의 구직활동은 노동자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였고,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을 떠올리게 하였다.


일하는 가축이나 먹이가 되어주는 가축이 아닌 곰들은 그냥 씨의 말대로 '인간에게 해로움을 주는 유해동물'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들은 보호받아야 할 야생동물이지만, 그들이 인간의 구역인 도시로 넘어오면 공포의 괴물이 되어버린다. 거꾸로 보자면 인간이 동물들의 구역을 먼저 침법했지만 말이다.


그냥 씨는 인간이 동물이 싫어하는 때가 언제인지를 알려준다. "원래 잇어야 할 곳을 떠나 마음대로 돌아다니거나, 인간에게 이용당하길 거부한 경우"이다. 그래도 그냥 씨는 이들을 위해 직장을 알아봐 준다. 폴라스키씨는 해산물을 보관하는 냉동창고에, 쿠마짱은 나무를 베어 목재소로 보내는 벌목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한달쯤 지난 뒤 그냥 씨는 마음에 병이 든 쿠마짱과 김치찌개를 먹어 속이 쓰라린 폴라스키씨를 만난다. 한국에서 살려면 김치를 잘 먹어야 한다며 잘 먹지 못하는 김치찌개를 주고, 걸핏하면 거친 말로 욕을 듣는 폴라스키씨를 보면서 앞서 말했던 외국인 노동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씨는 이 곰들 외에도 다양한 동물들과 관계를 맺는다. 알을 깨고 아이들이 나올 때까지 지낼 안전한 집을 구하는 비둘기부부와 까치에게 쫓겨난 황조롱이 부부에게 집을 구하는 것을 도와준다.


"괜히 친구 만났다고 여기저기 쏘다니고 그러지 마. 이 동네에 동물이 많아서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는 말이 나오니까 말이야."(p.54)


박과장은 폴라스키에게 충고를 한다. 그냥 씨가 듣기에는 기분 나쁜 말이었지만, 폴라스키는 박과장이 자기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말한다. 박과장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좋은 사람도 아니다. 그래도 폴라스키에게 '어이'라거나 '이봐 곰"하고 부르지 않고 '폴라스키'는 아니지만 '폴'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다. 폴라스키를 데리고 병원에 갔을 때, 그래도 박과장이 함께 다녀주는데 그것 역시 순수하게 폴라스키가 걱정이 되어 했던 행동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산업재해인지 아닌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사람인지 동물인지, 만약 동물이라면 그가 일을 하는지, 사랑받는지, 보호종인지, 유해종인지 이것저것 묻지 않는 곳을 찾을 거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프면 치료해주는 그런 곳에 어딘가에는 분명 있다. 있어야 한다."(p.75)


그냥씨와 친구들이 함께 살아가는 인간 세계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장소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만의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간다. 이는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기도 하다. 말 못하는 동물들이라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이기적인 행동은 반성해야 한다.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이라 조금 흥미가 떨어지긴 하지만 필요한 반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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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 - 일, 생활, 연애, 인간관계, 돈 고민에 대한 마음 치료제
정신과 의사 TOMY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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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었으며,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챕터마다 만화 한 페이지와 토미의 상담실 두 페이지 정도가 줄글로 이어지지만 그 외 나머지는 모두 짧은 글이다. 저자는 정신과의사이자 트위터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책은 트위터의 짧은 문장 형식을 차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짧은 문장인데 담아야 할 내용은 다 담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성향 상 줄줄줄 줄글을 원하는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어쨌든 나와 같은 첫인상을 받을 독자도 있을 것이므로 먼저 이야기해둔다. 그런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누군가는 가슴에 와닿는 단어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001. '망각' 

나는 망각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이가 망자들에게 전해 주던 망각의 차를 떠올렸다. 이번 생을 잊고 떠나는 것은 어쩌면 신이 주신 선물일테고 어쩌면 신의 비정한 면모일지도... 저자는 '망각'이라는 단어와 함께 "최고의 복수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대체로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랬던 적이 있다.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 한시도 잊을 수 없던 그 문장을 정작 그 말을 한 당사자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경험. 알지만 쉽게 잊어버리기도 어려운 일이다. 


021. '지속성'

아무리 기운을 내고 집중하더라도 지속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일이든 공부든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쓸모 없는 데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할일에 집중하자. 


033. '사이'

직장 내 동료와의 인간 관계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침범할 수 없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귀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약한 연결고리를 말하는건가. 하긴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오래 두고 깊이 사귄 사람을 찾기가 어렵긴 하다. 약한 연결고리라면 내가 상처 받는 일도 크지 않을 것 같다.


065. '친절'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친절하면 지쳐버리고, 자신에게는 친절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하면 갈등이 생길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저자는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친절하라고 말한다. 쉽진 않겠지?


148. '중단'

답을 내야 하는데, 바로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중단'하세요. 컨디션이나 타이밍에 따라 바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결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버텨도 결국 후회하게 된다. 저자는 5분 만에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은 일단 중지하라고 말한다. 어쩌면 '바로 그 순간'이기 때문에 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한걸음 떨어져서 보거나, 잠깐 쉬엇다가 들여다보자. 의외로 정답은 쉽게 찾아질지도 모른다.


168. '뜻대로'

뜻대로 안 된다는 건 멋진 일입니다. 뭐라고? 그건 바로 우리가 소원이나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란다. 만약 모든 게 뜻대로 된다면, 현실이나 꿈이나 뭐가 다르겠는가라고. 그런가? 그래도 소심한 나는 현실이 꿈이고 꿈이 현실이었으면....한다. 


177. '슬럼프'

뭘 해도 잘 안되는 시기를 슬럼프라고 한다. 저자는 이런 슬럼프 시기가 곧 번데기 시기라고 말한다. 방법을 바꾸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번데기는 움직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다이나믹한 변화가 생기고 나중에는 나비가 될 것이다. 


고민은 제로가 될 수 있을까? 살다보면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나에게 주어진 선택의 시간, 선택을 위한 고민의 시간이 의미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민 속에 파묻혀 정작 자신의 일상을, 자신의 삶을 놓치는 일이 일어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한 단어와 그 해석들이 모두 내 맘에 와닿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언어'로 뭔가를 정의하거나 '상황을 정리'한다면 조금은 그 고민에서 가벼워질 수 있지는 않을까?


* 짧은 글 읽기가 익숙한 사람들이 좋아할 책이다.

* 수많은 고민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라면 방향을 살짝 바꿀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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