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원봉사 어떻게 할까? - 세상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일
백은영 지음 / 초록우체통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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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고 있는 도서관에서는 청소년 자원봉사는 물론이고, 성인, 어린이,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봉사에 의해 거의 운영된다. 매달 월례회를 통해 한달 동안의 봉사활동을 돌아보고, 다시 다음 한달을 준비한다. 어린이&가족 도서관이라는 특성상 성인 자원봉사자들도 대부분 유아나 어린이들의 어머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년 2번의 자원봉사자 연수를 통해 어린이 자원봉사자들도 배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의 봉사활동도 이루어지는데, 여간 고민이 많은 것이 아니다.

 

한달에 한번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의 신청을 받아 봉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들을 만날 때마다 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다. 학교 봉사점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와서 봉사활동보다는 시간떼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청소년을 만날 때면 더욱 그러하다. 2시간 봉사를 신청하고 온 학생들이 "여기서 봉사하면 몇 시간 줘요?"라고 묻거나, "책 읽다가 그냥 가면 안돼요?" 라고 묻거나, 약속시간보다 늦게 와서는 시간을 인정해달라는 청소년도 있다. 그럴 때면, 2시간 봉사하면 2시간 인정해 주고, 책을 읽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이용자들을 위한 봉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하고, 시간에 늦으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기도 한다. 물론 이런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가 점수화된다는 것은,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해 온 학생들에게는 '보상'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또 하나의 '짐'이 된다. 그래서, 이왕이면 이런 아이들이 봉사를 하러 왔을 때, '자원봉사'란 무엇인지,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려주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봉사활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참 반가웠다.

 

잘 알고 있지만 말로 설명하기 애매한 것들을 글로 풀어서 정리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을 할 때의 마음가짐과 지켜야 할 일, 그리고 어떻게 하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봉사를 계획하고 실천하면서 자신의 미래의 꿈과 직업에 다가가는 다른 청소년들의 사례를 통해 봉사활동이 누군가가 시켜서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실제로 봉사활동을 열심히 찾고,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해온 친구들보다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감이 안잡히는 친구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책이다. 요즘은 무작정 봉사하겠다고 찾아가는 청소년은 드물겠지만,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 도서관도 두볼넷(청소년자원봉사 활동 정보 서비스)를 통해 봉사 신청을 받고 봉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내가 처음 봉사를 한 것이 대학교 1학년 때 농총봉사활동을 갔던 때이다. 봄, 가을 대대적으로 농활이 이루어졌는데, 나는 일반 농활단으로 참여하거나, 문선대로 참여하거나, 학생회 임원으로서 인솔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봄, 가을뿐만 아니라 여름이면 주말농활을 떠나기도 하였는데 그때의 경험이 내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국제대회나 지역의 통역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하였는데 그때만 해도 자원봉사를 하는 것 자체가 참 대단한 일을 한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그때에 비하면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고 봉사를 할 수 있는 곳도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해야 하는지, 봉사활동을 하고 난 후 자신에게 주어지는 보람이라는 보상을 잘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자신이 스스로 계획하고 그것을 실천한다면 그런 보람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봉사단체를 찾아서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는 책이다. 중학생이 되는 자녀를 둔 부모님이 읽어도 좋은 도움이 되겠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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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아인슈타인
하인리히 헴메 지음, 김희상 옮김 / 청어람메이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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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내밀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재미난 표정이 인상적인 표지의 책.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물리학의 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무조건 공식을 외고, 그 공식에 숫자를 대입해 정답을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나였지만, 그래도 물리, 화학 같은 과목을 좋아했던 것 보면 꽤나 매력적인 과목이 아니었나싶다. (수학에는 영 젬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의 생애를 알려주는 스토리 중심의 위인전 정도나 읽어봤을 뿐이지만 이렇게 그의 이론을 설명한 책은 처음이다. 아인슈타인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과학자들을 정리해서 설명해주고 그들의 이론이나 실험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과학이론의 흐름을 훑어볼 수도 있었다.

 

하나의 이론이 나오기까지 그 전에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과 실험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에 대한 반대 가설이나 기존의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을 보면서 왜 이런 공식이 나왔고, 어떻게 적용이 되며 어떤 식으로 실생활에 활용을 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수학공식이 많이 나오고 그 공식에 따른 계산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설명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숫자를 대입해나가다 보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학생 때 학교 교육과정에 쫗기다보면 하나의 공식을 설명하기 위해 이 많은 이론을 알아볼 기회가 없고, 공식만을 달달 외울 수 밖에 없으므로 어렵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인슈타인이 특허청에서 일을 하는 가운데 바쁜 시간을 쪼개 자신의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학계에 나가 발표를 할 시간이 없었고, 자신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다른 연구자들과의 교류가 없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있어도 아인슈타인은 없었던 그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의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리고 그 시절에 그의 유명한 이론들이 모두 탄생했다는 사실이 나를 충분히 자극시키는 것 같았다.

 

바쁘다는 것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 내가 지금 이렇게 저렇게 바빠서 뭔가를 못하고 있다고 불평을 하기 전에, 내가 하지 못하고 있는 그 일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정말 절실하다면, 내가 생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그것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읽는 동안 어려웠지만 조금이나마 그의 이론에 대해, 그리고 그 연구결과와 정립된 이론이 우리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고, 나 자신도 채찍질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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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1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으시는 거에요... ( '')~ 이 책 보니까 얼마 전에 과학 철학에 대한 수업을 들을 때, 과학자들의 태도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생각 나네요. 과학자들도 자신의 이론을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비판을 묵살하기도 하고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는... 하나의 분야에 오롯이 열정을 쏟아붓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아요 ㅎㅎ

하양물감 2011-10-12 15:24   좋아요 0 | URL
아이고...그래도 대부분 아이들 책이라 많이 읽는 것도 아니지요. 내 책을 읽는데는 시간이 좀 걸려요^^

과학분야 책은 일부러 골라서 읽으려고 하는데 어려운 게 많아서 이런 청소년용을 찾아서 읽는 편입니다. 뭐든 미쳐야 제대로 한다고 하던가요? 그래요 미치기까지가 힘들지 그다음은 ^^
 
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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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컬링'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제법 오래 전이다. 일 때문에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관련 자료를 번역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컬링을 알게 되었다. 동계스포츠 종목 중에 생소한 게 한 두개일까만 98년, 99년 당시 컬링은 정말 처음 알게 된 스포츠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생소하거나 낯선 동계올림픽 종목들을 이제 하나 둘 알게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컬링은 컬링이고, "그냥, 컬링"은 또 뭐냐? 이 책 제목 참 묘하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은 후 '그냥!'이라는 말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그냥'은 바로 '그냥'인 것이다.

 

으랏차, 며루치, 산적, 추리닝, 그리고 박카스...까지.. 이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있지만 내내 별명으로 불린다. 그러고보면 나도 학창시절에 내 이름보다는 별명으로 주로 불렸다. 그게 자연스러웠고, 당연했다. 친구들끼리 부르는 별명은 어쩌면 그들간의 친밀함을 내포한다. 더불어 그들의 대화에서 배제하고 싶은 대상, 공유된 비밀대상도 별명으로 불려진다. 학창시절의 별명은, 그래서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다.

 

이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에게 치여 주목받지 못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 물론 그들 자신이 원한 것은 아니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억울하기도 할 법하다. 그러나 으랏차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아이다. 어떤 사람은 최고가 되어야 하고 최고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피나는 노력(혹은 권력과 경제력의 활용)을 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삶의 목표로 삼고 살아간다. 그러나 으랏차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인생에 뚜렷한 족적 하나 남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조용하고 편안하게, 그냥 살고 싶다. 그런 그에게 산적과 며루치는 '컬링'을 하자고 다가온다.

 

하필 왜 컬링일까? 이 질문은 책에서도 계속 나오는 질문이다. 야구나 축구였다면 이런 질문조차 하지 않았을거라는 말이 묘하게 가슴을 콕 찔렀다. 지금 우리에게 인기가 있는 스포츠는 돈의 스포츠이다. 축구가 그렇고, 야구가 그렇고 골프가 그렇다. 피겨는 아닌가?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그들이 돈방석에 앉는 모습도 본다.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그 노력이 그들을 얼마나 화려한 자리로 올려놓았는지를 연일 떠들어댄다. 비단 이것이 스포츠에 국한된 것은 아닌 걸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주목받는 아이들을 알고 있다. 그들의 화려한 이력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은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간다. 축구, 야구, 골프 같은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컬링 같은 아이들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바로 그런 아이들이고, 그 아이들이 선택한 스포츠가 바로 자신들과 똑 닯은 컬링이다. 열심히 비질을 해서 길을 닦아주면 스톤은 그 길을 따라 움직인다. 화려한 기술도, 관중의 환호도 없는,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이면서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그런 스포츠다. 컬링을 하는 아이들에게서도 그런 화려함이나 열정을 볼 수는 없다. 다만 그걸 즐긴다. 그냥, 컬링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아이들이 아닌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더 많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그 아이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으랏차의 동생 연화가 피겨 유망주로서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정신과 상담까지 받아가며 생활하지만 그녀는 삶의 의욕이 없이 살아간다. 자신의 목표이기보다는 엄마의 목표이고, 집안의 목표이며, 사회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남궁최강은 아버지의 권력과 경제력으로 최고의 야구선수로 살아가지만 그의 본 모습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다. 그가 저지른 죄를 덮기 위해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산적이 죄를 덮어쓰기도 하고, 그게 아닌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닥칠 피해때문에 아무 말 하지 못하는 18번도 있다.

 

상위 5% 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몰라도 그들이 부러운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처럼 되려고, 그들 속에 포함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럼 나머지 95%는 뭔가? 대다수의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 그 95% 중의 하나니까.

 

* 이 책은 비룡소 연못지기 활동을 위해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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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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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몇 권 안 읽은 청소년 소설들 중 열네 살의 아이가 주인공인 소설이 2-3권 된다. 열네 살은 어떤 나이일까? 학령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나이가 열네 살이다. 초등학교에서는 가장 큰 어른처럼 행사하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또다시 막내가 되는 나이, 아이와 청소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요즘은 사춘기도 빨리 온다하니 사춘기의 특성으로 바라보기에는 어중간한 나이지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러 감정이 혼재하는 시기기도 해서 혼란스러운 시기인 것은 맞다.

 

하리의 비밀과 거짓말. 비밀이 있으면 거짓말을 하게 마련. 거짓말을 하면 또 다른 비밀이 생기게 마련이다. 열네 살 하리의 비밀과 거짓말은 아슬아슬하다. 우연히,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물건을 훔치게 된 하리(하리의 말대로 그건 훔친 게 아니라 주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물건을 잃어버린 주인이 눈앞에 있는데도 모른 척 가져온다면 그건 주웟지만 훔친 것이 될 수 있다.)는 그 일로 인해 예주와 얽히게 된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준 선물이 하필 주운(훔친) 물건이란 걸 들키지 않기 위해 또 다른 물건을 훔치는 하리의 모습과, 하리의 엄마가 일하는 곳에서 이것저것 남몰래 가져오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 겹쳐지면서 조금 작위적이란 느낌도 들었다. 하리의 거짓말이 멈추어지는 것은 가족간의 화해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이다.

 

솔직히 나는 청소년 소설이 가족 간의 문제에서 조금 벗어낫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모든 문제행동 뒤에는 그런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가족'이 있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남을 것 같아서이다. 실제로 다 그런걸까?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사건 뒤에도 꼭 가족(혹은 가정)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한 개인의 인성이 가정 안에서 많이 형성될 수 밖에 없겠지만, 그것이 모든 것의 원인이 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싫다.

 

비밀이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이 비밀을 낳는다. 이것은 비단 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암묵적인 비밀이 눈속임을 낳고 그 눈속임을 유지하기 위해 또다른 비밀을 만들어내는 것과도 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의 한국사회의 정치가 보여주는 행태가 떠오르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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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로의 특별한 세계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8
프란시스코 X. 스토크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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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아스퍼거증후군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었어도 그냥 흘려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와 관련이 없거나 내 주위에 그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면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스퍼거증후군'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지는 않았어도 그런 증상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본다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내 아이의 문제행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작 문제가 심각해진 이후에나 알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육아관련 기사에 이 아스퍼거증후군이 자주 등장한 것 같다. 어떨 때는 너무 많은 정보가 내 아이를 똑바로 보는 것을 방해할 때도 있다. 어릴 때의 자연스러운 행동발달과정일수도 있는데 지나치게 반응하는 엄마들도 있고,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한데도 무관심한 엄마도 있다. 나는 어떤 엄마일까?

 

마르셀로는 내면의 음악을 들으며, 말 돌보기를 좋아하고, 종교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은 아이이다. 마르셀로는 사회적인 대인관계가 서투르다. 마르셀로의 아버지가 일하는 법률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서히 사회와의 소통이 시작된다. 물론 그러한 마르셀로를 놀림거리로 생각하거나, 자신의 일에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재스민은 마르셀로의 특성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재스민은 마르셀로가 할 수 있을 만큼의 업무 분담을 함으로써 마르셀로가 법률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문제가 가능한 생기지 않도록 한다. 마르셀로가 사회에서 재스민과 같은 조력자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마르셀로의 아버지가 재스민에게 마르셀로를 맡긴 것은 훌륭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마르셀로가 익스텔의 사진을 발견하고 그 일로 인해 아버지의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거 일에 연루된 사람들과의 만남 등은 이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스퍼거증후군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강자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것이 따로 놀지 않고 유기적으로 잘 얽혀있어서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때로는 사람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어느 한 면만을 본다. 사람을 다각도로 판단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드러나 있는 사실만으로 마르셀로를(그리고 우리 주변의 다른 이를) 대한다면 그저 보살펴주어야 할 존재가 되었을 것이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존재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마르셀로는 아버지 회사의 잘못을 바로잡는데 일조를 한다.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 마르셀로 본인이 생각하고, 그 일로 인해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고민한 끝에 결정하고 한 행동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그 다름이 그동안 외모적인 것에 치우쳐 왔다면, 마르셀로의 이야기를 통해 내면의 다름도 틀린 것이 아니란 걸 인식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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