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로의 특별한 세계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8
프란시스코 X. 스토크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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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아스퍼거증후군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었어도 그냥 흘려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와 관련이 없거나 내 주위에 그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면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스퍼거증후군'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지는 않았어도 그런 증상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본다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내 아이의 문제행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작 문제가 심각해진 이후에나 알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육아관련 기사에 이 아스퍼거증후군이 자주 등장한 것 같다. 어떨 때는 너무 많은 정보가 내 아이를 똑바로 보는 것을 방해할 때도 있다. 어릴 때의 자연스러운 행동발달과정일수도 있는데 지나치게 반응하는 엄마들도 있고,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한데도 무관심한 엄마도 있다. 나는 어떤 엄마일까?

 

마르셀로는 내면의 음악을 들으며, 말 돌보기를 좋아하고, 종교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은 아이이다. 마르셀로는 사회적인 대인관계가 서투르다. 마르셀로의 아버지가 일하는 법률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서히 사회와의 소통이 시작된다. 물론 그러한 마르셀로를 놀림거리로 생각하거나, 자신의 일에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재스민은 마르셀로의 특성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재스민은 마르셀로가 할 수 있을 만큼의 업무 분담을 함으로써 마르셀로가 법률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문제가 가능한 생기지 않도록 한다. 마르셀로가 사회에서 재스민과 같은 조력자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마르셀로의 아버지가 재스민에게 마르셀로를 맡긴 것은 훌륭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마르셀로가 익스텔의 사진을 발견하고 그 일로 인해 아버지의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거 일에 연루된 사람들과의 만남 등은 이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스퍼거증후군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강자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것이 따로 놀지 않고 유기적으로 잘 얽혀있어서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때로는 사람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어느 한 면만을 본다. 사람을 다각도로 판단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드러나 있는 사실만으로 마르셀로를(그리고 우리 주변의 다른 이를) 대한다면 그저 보살펴주어야 할 존재가 되었을 것이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존재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마르셀로는 아버지 회사의 잘못을 바로잡는데 일조를 한다.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 마르셀로 본인이 생각하고, 그 일로 인해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고민한 끝에 결정하고 한 행동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그 다름이 그동안 외모적인 것에 치우쳐 왔다면, 마르셀로의 이야기를 통해 내면의 다름도 틀린 것이 아니란 걸 인식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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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이야기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5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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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시리즈 중 한권이다. 역사를 되돌아볼 때 우리는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보게 된다. 굵직굵직한 사건으로 돌아볼 수도 있고, 그 시대를 살아 온 사람들을 살펴볼 수도 있다. 이 시리즈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 인물들이 만들어 온 역사를 살펴본다. 첫임금, 명재상, 전쟁영웅, 선비학자에 이어 이번에는 예술가이다. 앞선 시리즈의 주인공들도 관심이 가는 인물이긴 하지만,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흥미를 끈다. 물론, 학교 다닐 때 교과서 속에서 이름이나 작품 이름 정도로만 스쳐니자갔던 예술가들도 만날 수 잇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쳤다.

 

백결선생, 솔거, 우륵, 김생을 다룬 고대의 예술가들은 간단하게 언급되어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목차를 살펴보면, 고대의 예술가들 외에 월명사, 김대성, 균여, 정지상, 이규보, 김시습, 황진이, 신인선, 한호, 허균, 김홍도, 김병연, 신재효 등이 주요 내용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 권의 책에 담을 수 있는 분량이 제한적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들도 분명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선택되었을 거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시작하는 글에서 저자는 "우리 겨례 고유의 가르침인 현묘지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하면서 이들 예술가들에게서 '신선'의 세계를 꿈꾸었다는 공통점을 이야기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가 말한 주제와 잘 부합되는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중간중간 설명해주는 내용도 쉽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묘지도란 무엇일까? 현묘지도란, 불교와 유교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겨레에게 독특한 가르침이 있었는데, 최치원이 그것을 유교, 불교, 도교의 근원인 현묘지도라고 했다고 한다. 저자는 월명사나 균여도 단순한 불교의 승려가 아니라 낭승-화랑이며 승려인 사람, 현묘지도와 불교를 함께 익히던 사람-이라고 말한다.

 

제법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읽는데 어려움이 없는 책이다. 흔히 알고 있는 에피소드도 맛깔나게 그려놓아서 지루하지 않고 중간중간 역사적 자료들을 포함해서 그들의 작품의 내용을 살펴볼 수도 있다. 이들 중 관심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 따로 그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한 책을 찾아서 읽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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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동백꽃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4
김유정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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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김유정의 소설을 읽었다. 이걸 교과서를 통해 읽었나, 책을 통해 읽었나를 생각해보면 나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 교과서에서 읽었던 소설 중에 재미있었다고 느꼈던 것이 하나도 없는 걸 생각하면, 이 소설이, 김유정의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대표 제목으로 올라온 봄봄과 동백꽃 외에도 이 책에는 '이런 음악회, 두포전, 땡볕, 금 따는 콩밭, 노다지, 만무방'이 실려있다. 한편 한편이 다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들이다. 또한 잘 살려 쓴 우리말이 맛깔나게 착착 들러붙는다. 모르는 어휘가 많지만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 소설을 아이들이 읽을 때는 조금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맨 뒤에 붙여진 주석을 참고하면 될 일이다. 허나 소설을 읽어가는 동안은 주석의 도움 없이 읽었으면 한다. 문장 속에서 자연스레 그 말의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 읽은 다음에 주석을 통해 확인을 하면 될 일이다. 주석이 글 아래에 붙지 않고 맨 뒤에 붙은 것은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김유정 단편 소설의 주인공들은 순박하고 우직한 인물들인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인물은 아니라고 한다. (p.196 참고) 만약 그들이 현실부적응자들이었다면 우리가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 주인공의 마음이 되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 주변에 있는 영악한 인물들 때문에 속기도 하고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주인공의 편이 되어 응원을 하게 된다.

 

돼지고기 만두때문에 응원을 하러 간 음악회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음악을 들으며 우리팀을 응원하다가 다른 팀에게 박수를 보내다가 지청구를 먹고는 그깟 돼지고기만두 안먹으면 그만이라고 나가버리는 주인공(이런 음악회)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기도 한다.

 

아이가 없는 착한 노인네에게 두포라는 업둥이가 들어오고, 그로 인해 집이 흥하고 잘 되는 모습을 시기 질투한 칠태의 꾐에 넘어가 마을 사람 모두가 무엇이 사실인지 알아보려하지 않고 두포를 몰아내려고 하는 모습(두포전)을 보니 군중심리라고 해야 하나 그런게 느껴지기도 했다.

 

죽어가는 마누라를 들쳐업고 병원에 데려가면서 병도 고치고 돈도 받고 하려던 남편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마누라를 업고 돌아가는 장면(땡볕)에서는 애틋함이 느끼진다.

 

금따는 콩밭이나 노다지는 금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데, 금전으로 부자가 되면 좋기야 하지만 그게 누구한테나 돌아오는 기회는 아니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로또나 도박 등이 금전을 대신하고 있는 요즘이랑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그래도 그들의 행태가 얄밉지 않고 동정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열심히 일해도 이것 떼고 저거 떼면 먹을 거리 하나 변변하지 못한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아침에 뉴스에서는 10억짜리 사기도박골프를 하던 일당들 이야기가 나왔다. 그들이 피해자이기는 해도 동정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은, 우리같은 서민은 10억이라는 돈이 평생을 쓰지 않고 모아도 벌 수 없는 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근현대 한국소설들을 읽을 때 느껴지는 답답함(개인적인 감상이다)을 느낄 수 없었던 소설들이었다. 13세 이상 권장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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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9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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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슈미 여신은 온 세상을 돌며 가난하고 순수한 사람들에게 부와 축복을 내리는(p.50) 여신이다. 그리고 그 여신을 기리기 위해 빛의 축제가 열린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이 여신의 이름에서 따왔다. 라크슈미가 태어났을 때 이런 이름을 붙여준 걸 보면, 그녀의 삶이 부와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현실 속의 라크슈미는 그렇게 살 수 없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차별하는 풍습이 그다지 낯설지 않은 것은 그들과 별다르지 않게 살아온 우리의 과거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남자가 가진 힘이 중요시되는 시대는 이미 낡은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그 시대의 그림자는 곳곳에 남아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그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동안 라크슈미의 험난한 인생이 가슴 아팠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그리고 자연재해가 휩쓸고 간 가난한 나라에서 여자아이는 도시로 가서 남의 집 가정부가 되거나(이것은 운 좋은 일이다) 몇 푼 안되는 돈에 팔려 어딘지도 모르는 남의 나라에서 성매매를 하게 된다. 고향에 남은 이들은 도시로 가거나 팔려간 딸아이 덕에 잠깐의 경제적 풍요를 누르지만 말 그래도 잠깐일 뿐이다. 가난은 가난을 대물림한다.

 

초경을 시작하면 아이가 아닌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기뻐해야 할 날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날이다. 엄마로부터 지켜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라크슈미는 "왜 여자들은 그 모든 것을 참고 견뎌야 하죠?"(p.24)라고 묻는다. 엄마는 그게 우리의 운명이며 그냥 견디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말을 하는 엄마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라크슈미는 낯선 사람과 함께 국경을 넘어 다른 도시로 가면서도 자신이 조금이라도 가정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견디고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부딪힌 현실은 성매매. 이제 겨우 초경을 시작한 어린 여자 아이가 감당하기에는(성인 여성이라 해도 견디기 힘든 일이지 않은가) 너무나도 무섭고 두려운 현실이었다. 더군다나 그렇게해서 벌어들인 돈도 뭄타즈가 가로채고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또 그곳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이미 더럽혀진 그녀들을 받아들여주는 곳도 없다. 그곳에서 겪는 수치심과 두려움보다 어쩌면 세상으로 나왔을 때 세상이 던지는 눈길은 더 혹독한 것이기에 그녀들은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녀가 미국인의 도움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을 때 "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라고 말하며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발걸음을 뗀다. 앞으로 그녀가 살아야할 세상은 결코 쉽지 않은 곳이겠지만 용기를 낸 그녀의 첫 발걸음이 긴 여행을 끝내고 자기 자신을 찾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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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나무 위의 눈동자 동화 보물창고 36
윌로 데이비스 로버츠 지음, 임문성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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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이가 이 책 표지를 보자마자 "엄마, 이 책 무서운거야?"한다. 표지를 보고 자기 책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 것같다. 표지와는 달리 무서운 책은 아니다.

 

어린이용 추리소설이라... 어떤 식의 이야기 전개가 펼쳐질 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이 책을 꼭 어린이용이라고 한정지을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배 꼬인 사건과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기술적 장치들이 가득한 추리소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긴 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소재를 제한하거나 감추지 않고 사용했고, 사건의 범인을 쫓기 위한 과정보다는 롭이 겪고 있는 상황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서 어른들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었다.

 

옆집 할머니가 죽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롭, 게다가 칼로웨이 부인을 떠미는 '손'을 본 롭은 칼로웨이 부인이 살해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롭의 누나인 달시의 결혼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롭의 집에서는 아무도 롭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살인사건이 아니긴 해도, 늘 이웃들을 괴롭히던 칼로웨이 부인의 죽음이었다고는 해도, 롭의 가족은 물론 이웃들의 무관심은 정도가 좀 심한 것 같았다. 게다가 칼로웨이 할머니가 체리나무에 목을 매단 채 죽어있는 모습을 목격한 '롭'의 정신적인 충격이나 감정 등에 대해서조차 관심 밖이었다. 달시의 결혼식 준비로 정신없는 가족들에다가 레이삼촌의 문제까지 생겨서 롭이 겪은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핵가족 시대에, 이웃집하고는 담쌓고 사는 현대인이라해도 나무에 목이 매달린 채 죽은 이웃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그 죽음을 목격한 아이에 대한 배려가 지나치게 부족한 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러한 무관심과 무배려때문에 이 이야기의 극적 긴장감은 생겨나지만. 중간쯤 되면 범인이 짐작되므로 조금 시시한 면도 없잖아 느껴진다.

 

롭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려 들어주지 않는 가족에 대해 화가 나기도 했지만, 예전에 자신이 했던 거짓말들을 생각하며 '양치기소년'의 교훈을 되새긴다.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가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일들-화분이 떨어지거나 공기총을 쏘거나 치킨에 독을 타는-을 겪는데,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한 채-심지어 경찰도- 혼자서 범인과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그가 범인인 걸 알게 되지만, 그렇게되기까지 롭은 오로지 혼자였다.

 

나는 이 이야기를 범인을 발견하고, 추리하는 과정보다는 롭이 느껴야했을 감정들에 중심을 두고 읽었다. 어떤 일을 당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내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롭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 누나 달시의 결혼식에 온통 집중된 채 롭의 문제, 롭이 당한 일은 관심 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롭은 자신에게 닥친 일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주인공인 롭은 누가 범인이지 확심을 하지 못한 채 결말까지 오지만, 책을 읽는 독자는 중간쯤부터 범인이 짐작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목격담을 들어주는 건(혹은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건) 바로 범인이다. 롭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범인이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목겨자인 롭이 위험에 빠진다.

 

어렸을 때, 어린이용 추리소설 전집을 친구집에서 빌려 읽은 기억이 나의 어린 시절 추리소설과의 만남,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홈즈니 루팡이니 하는 주인공들도 그때 만났던 것 같다. 이 책에는 영웅같은 주인공은 없지만, 주목받지도 못하는 말썽꾸러기 남자아이가 대범하게 문제와 직면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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