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학교 폭력 어떡하죠? 사춘기 어린이를 위한 심리 포토 에세이
임여주 지음, 김예슬 그림, 김설경 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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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서 기르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방관하거나 무관심했을지도 모를 학교폭력이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그때도 분명 학교폭력은 존재했던 것 같다. 신체적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말이 칼보다 더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폭력을 휘둘렀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아이의 입에서 왕따라는 말이 나왔을 때 요즘 아이들은 왕따가 뭔지도 모르면서 왕따, 왕따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이제 10살이 된 아이에게서 학교에서의 일을 듣는 일은 많이 줄었지만, 단체톡을 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아이가 '이제는 나도 10대야' 라고 선포를 하던 날, 내가 모르는 10대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며칠 전에 이 책을 읽었다.

사춘기 어린이를 위한 심리포토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아침독서와 학교도서관저널이 추천한 도서이기도 하다. 사춘기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 독후감 대회나, 토론에서 추천도서로 다루어지기도 하는 책이다.


제목이 직접적이어서 재미는 포기하고 정보를 얻고자 선택하였으나, 사례 중심이면서도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어서 학교 폭력에 대해 접근하기에 도움되는 책이었다. 직접이든 간접이든간에 경험해봤던 것이 '투명인간'이었는데, 30년 전 학교에서도 투명인간은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어른들이 흔히 생각하는 학교 폭력은 제한적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폭력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때로는 장난이라는 단어 밑에 숨어서 낄낄거리고 있는 것이다. 신체 폭력, 언어폭력, 사이버 폭력, 간접 폭력으로 나누어 하나의 폭력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담아내어 직접적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한때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악순환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다.

 

사례를 들려주는데서 끝나지 않고 ‘사춘기 심리학 멘토링’ 코너에서 각 폭력의 개념과 심각성에 대해 알려주는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은 타인의 눈에도 잘 드러나지만, 언어폭력과 사이버 폭력이 증가하면서 그들만의 세상이 움직이기도 한다. 단순하게 재미로, 혹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자세로 방관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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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8-26 0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즈음은 그야말로 `말`로 폭력을 일삼는 일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웬만한 인터넷 사이트마다...
어쩜 그렇게
`말로 사람을 죽이는 댓글`이 많은지
깜짝 놀랄 노릇인데,
그만큼 오늘날은 사람들 누구나
몹시 괴롭고 힘든 삶이로구나 싶기도 합니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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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로버트 뉴턴 펙은 어린 시절을 농장에서 보냈다. 그는 벌목꾼, 제지공장 노동자, 도살꾼, 광고업자 등의 직업을 거쳤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난 후 저자의 이력을 다시 한 번 살펴 본 것은, 로버트가 행주치마의 출산을 돕는 장면이라든가, 농장생활이 생생하게 그림으로 그려질만큼 상세했기 때문이다. 역시 작가의 경험이 글로 잘 표현된 것이었다. 이 책이 나온 것은 1972년. 내가 태어난 해이다. 이 책도 나만큼 나이를 먹었군.


로버트가 자신의 옷을 보고 놀려대는 친구때문에 학교를 벗어나 씩씩거리고 있을 때였다. 로버트는 이웃에 사는 태너 아저씨의 홀스타인 젖소가 꿈찍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보고 출산을 도와주게 되고 행주치마라는 이름을 가진 그 젖소의 목에서 혹까지 떼어내 준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로버트는 핑키라는 돼지를 선물로 받는다.


로버트의 아빠는 돼지를 잡는 사람이다. 그의 몸에서는 늘 냄새가 났다. 돼지를 죽여야 먹고 사는 사람, 그러나 로버트는 "아빠의 온몸에서는 열심히 일한 냄새만 가득할 뿐"(p.25)이라고 말한다. 책의 서두에서 로버트의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사치하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가는 로버트의 가족에게 '핑키'는 좋은 선물이었다. 가정형편에 맞지 않는 물건들은 사치품이기에 그의 집에는 그런 물건이 없다. 로버트의 엄마는 '갖고는 싶지만 살 돈이 없거나 맞바꿀 것이 없는 물건도 사치품'(p.33)이라고 말한다. 핑키는 앞으로 새끼를 낳을 암퇘지이므로 로버트의 집에 도움이 될 선물이기도 하였다.


아빠는 로버트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가 경험으로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준다. 그런 아빠도 할 줄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글자를 모른다는 것이다. 로버트가 학교에서 여러가지를 배웠으면 하는 이유기도 하다. 아빠는 "우리에겐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가족이 있고, 농사지을 땅이 있어. 그리고 언젠가는 이 땅이 완전히 우리 것이 될 거야."(p.49)라는 희망을 가진 부자라고 말한다. 세속적인 갈망이나 욕심때문에 고통받지 않고 속상하지 않은 사람이 부자다. 물질적인 것으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핑키가 어느 정도 자라자 먹는 양이 많아졌고, 크기도 커져서 로버트와 놀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이 정도 자라면 잡아 먹어도 될 돼지지만, 로버트는 핑키가 새끼를 낳을 것이기 때문에 계속 보살펴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렇지만, 핑키는 새끼를 낳지 못했고, 결국은 아빠에 의해 도살된다. 사실 핑키를 죽여야 하는 장면에서 로버트는 부쩍 자란다.


"하늘은 바라보기에 참 좋은 곳이야, 그리고 돌아가기에도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 (p.86)


아빠는 로버트에게 자신이 꼳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엄마와 이모를 보살피며 가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로버트에게 가르친다. 핑키를 죽여야 했던 그 일도, 살면서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12살, 13살이라는 나이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에서 참 모호한 나이일 것 같다. 청소년 소설들이 주로 이 나이 아이들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중요한 경계인 듯하다. 로버트가 12살에서 13살이 되는 동안 겪는 일들은 아빠의 죽음과 함께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은 도리어 아빠가 죽은 날이다. 그리고 로버트가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는 그 날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아빠가 로버트에게 가르친 것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들이었다. 성실한 노동을 통해 경제를 담당해야 하고, 가족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알아야 했다. 그리고 아빠는 로버트가 학교에서 배움을 계속하여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했다.


청소년들에게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면, 어른인 나에게는 내가 제대로 어른이 되어 있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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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7-1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는 길을 어버이가 아이한테 가르치기에 비로소 `아이키우기`가 이루어지고,
이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가꾸도록 하는 슬기를 북돋우도록 하기에 바야흐로 `가르치고 배우기`가 이루어질 테지요.
사람으로서 배울 것을 아이가 배우도록 우리 어른(어버이)이 잘 이끌어야지 싶어요.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옛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 아우름 3
신동흔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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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문학자인 신동흔 선생의 글을 짧게 짧게 접하다 이번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예전에 민주공원 신용철선생이 길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멘토교육을 해주셨던 일이 생각이 나, 다시 한 번 그때 받았던 자료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옛 이야기는 물론이고 세계의 옛 이야기들 속에서도 그 예를 찾아 이야기를 하니 그들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어렸을 때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음직한,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라는 물음에 대한 이해가 된다. 길 떠남이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나로 살아가기 위한 도전이며, 내가 나로서 올바로 서기 위한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이었다.


오랜 세월을 거쳐서 이어져 온 옛이야기들은 예외 없이 특별한 화소를 갖추고 있고, 그 화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재미와 긴장감을 일으켜 '의미'를 자아낸다는 선생의 말은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동안 계속해서 전달이 된다. 그 중에서도 누군가 어디로 옮겨 감으로써, 누군가 찾아오거나 또는 떠나감으로써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길떠남의 의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저자는 옛이야기 속에서 길을 떠나는 사람은 "대개는 막 철들 무렵의 아이들입니다. 세상과 본격적으로 대면하기 시작할 무렵의 아이들이지요. 그 아이들이 집을 나선다는 건 이제 비로소 자기 삶을 찾아 넓은 세상으로 첫발을 디딘다는 의미를 지닙니다."(p.30)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서도 집과 셩격이 다른 낯선 세계로 '숲'을 이야기한다.


숲으로 도망을 간 백설공주의 이야기, 숲에 버려진 바리데기 이야기를 통해 숲이 의미하는 바와 숲에서 만난 난쟁이와 산신령의 의미를 찾은 저자의 해석은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모든 주인공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기 자신의 안에서 나오는 밝은 빛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자문자답을 통해 그들은 성장을 한다. 성장을 위해 한 걸음 내딛은 그들에게는 자연스레 조력자가 생겨난다. 해석에는 많은 이견들이 있겠지만, 신동흔 선생의 이야기는 그랬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보리라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쩌면 옛이야기가 끊임없이 전승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내 복에 산다>에 나오는 은장아기, 놋장아기, 가믄장아기의 이야기도, 《장화홍련전》의 장화홍련의 이야기도, 《심청전》의 심청이와 심봉사 이야기도, <여우누이>와 <악어아들>이야기도 인물들의 머뭄과 떠남, 그리고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 삶을 찾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들이 왜 그렇게 끊임없이 길을 떠나야 하는지, 그 떠남을 통해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읽으며, 지금의 내 아이와의 관계를 되짚어볼 수 있었다. 이 아이가 결국은 나라는 안전한 품을 떠나 자신만의 세계로 여행을 시작할 때 나는 그를 응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부모와 형제들의 간을 빼앗아 먹으며 여우가 되고, 자기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과 이웃을 모두 파괴해버리는 악어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물론 길을 떠난 그들 앞에는 무서운 함정과 고난과 배신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을 헤쳐나가는 것도 그들의 몫이고, 자신을 도와주는 조력자를 만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다만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는다면 만날 수 없는 것이 이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떠났던 이들은 모두 돌아온다. 돌아온 아이들은 떠날 때의 아이들과 같지 않다. 한층 더 성장하여 세상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어 돌아온다.


옛이야기가 그토록 오랫동안 세상에 전해지고 있는 이유도, 한 지역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유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런 옛이야기를 읽는 것은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 위함이 아닐까. 

* 이 리뷰는 샘터물방울서평단으로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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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1-04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이 든다는 말은
`홀로서기`를 한다는 뜻이면서
`제금을 난다`는 뜻이에요.

내 손으로 삶을 짓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옛이야기에 하나같이 `철 들 무렵 아이`가 나올밖에 없어요.

우리 모두
철이 제대로 드는 어른이 되고,
씩씩한 사람이 되어야 할 테지요.

하양물감 2015-01-05 06:31   좋아요 0 | URL
네. 그렇네요.
저 역시 제대로 철이 들었는지 뒤돌아보게 합니다.

해피북 2015-01-04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를 보는 시각이 새롭습니다.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해석되는 부분들이 특히 그런데요, 어쩜 생각보지 못했던 부분들이라 더 그러는것 같습니다. 좋은 글이자, 좋은 책이네요^^

하양물감 2015-01-05 06:32   좋아요 0 | URL
설화 쪽에서는 이 이야기가 그렇게 새로운 학설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신동흔 선생이 맛깔나게 잘 풀어서 쓰신 것 같아요...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김제동.김창완.조수미.이현세.최재천 외 41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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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의 쪽지 30주년 기념으로 발행된 책이다. 나의 십대 때도 함께 했던 "십대들의 쪽지"이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고, 길이 되어줄 수 있는 글들을 싣고 있다. 이 책에 실린 41인의 이야기 중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글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십대는 어떤 나이인가? 초등 학부모 사이에서는 3~4학년이 되면 1차 사춘기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우리집 아이가 오늘로 10살이 되었으니 나도 슬슬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다) 마냥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지만, 이 녀석들도 또래문화가 형성되어 있어 그 사이에 엄마가 끼어들기란 쉽지 않다. 그들의 결속을 돕는 일은 스마트폰이다.


예전 나의 십대를 떠올려보면, 부모님과 고민을 공유하고 나눈다는 것은 그때도 역시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또래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고, 라디오를 통한 고민해결도 제법 많았던 것 같다. 그 기억 한편에 십대들의 쪽지도 자리하고 있다.


책 속 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그냥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이다. 표지에 내세운 김제동, 김창완, 조수미, 이현세, 최재천 외에도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저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십대들의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고민을 들어준다.


이근후님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나에게 있는 원인을 살피는 데 소홀하고 맙니다. 그래서 나한테 있을지도 모를 원인을 먼저 생각해 보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고, 우리를 성숙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다고 무엇이든 다 내 탓이라고 둘러대라는 뜻이 아닙니다. 나로 인하여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무엇이든 다 내 탓이라고만 주장하는 것은, 무엇이나 남의 탓이라고 둘러대는 것과 같습니다. 단지 원인을 객관화해서 보는 순서를 먼저 나에게로 돌려 보자는 뜻입니다." (p.27~28)  


최근에 유행한 힐링이라는 것이 나에게서 모든 원인을 찾아내는 듯한 분위기가 많았던 것 같다. 무엇이든 과하면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원인을 안과 밖에서 객관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십대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말이 아닐까싶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적을 만들지 않는다.


이현세님은 이렇게 말을 한다. "나는 언제나 재능보다는 진정성과 절박함이 승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나를 사랑합니다. 정말이지 부모님이 내게 주신 선물 중에 가장 큰 선물은 그림의 재능이 아니라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었습니다." (p.63)


재능 하나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 그 재능으로 다른 사람을 깔보는 사람에게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재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진정성이 있고 긍정적인 사람에게는 행운이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믿는 사람들은 지금의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하나의 발판을 삼는다.


이 책에 글을 실은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쉽게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은 없다. 우리가 그들의 성공 이후를 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걸어 온 길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모른다. 쉽게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 사람은 없다. 노력하지 않고 얻은 것은 잃어버리기도 쉬운 법이다.


박희정님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오직 한 사람만이 필요합니다. 바로 당신 말입니다. " (p.191)


사람들은 흔히들 말한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라고. 그러나 정작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뭔가가 잘못 되면 다 내가 잘 못해서 그런 것 같고, 누군가가 큰 소리를 치면 괜히 주눅이 들어 내 생각을 전달하지 못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 사람들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렇게 하는 사람을 보면 시샘도 한다. 결국은 나를 지탱하는 것도 나여야 하고, 나를 바꿀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다.


세상 모든 고민은 다 내가 짊어지고 사는 것 같지만,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고민과 방황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이겨내고 극복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특별나서가 아니다. 너도, 그러니까 당신도 그럴 수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한 것처럼 말이다.

 

* 이 리뷰는 샘터물방울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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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1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양물감 2015-01-01 23: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노인과 바다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4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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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언제 읽었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는 요즘 어릴 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중이다. 다시 읽을 때면, 내가 읽었다고 기억하는 책들이 읽은 것이 아니라 줄거리를 알고 있거나 자주 들어서 마치 읽은 것처럼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만큼 새롭게 다가온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도 그 중 하나이다. 내가 이 책을 정말 읽기는 읽었던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새로운 느낌에 어쩔 줄 몰랐다. 멕시코만류에서 작은 배로 홀로 고기를 잡는 노인, 그리고 그의 곁을 변함없이 지켜주는 소년 마놀린.

 

노인은, 자신이 큰 바다에서 고기를 잡았던 일을 기억한다. 그리고 '어제 신문'에 나온 이야기들처럼 노인의 과거는 그의 기억 속에서 꿈틀댄다. 노인이 물고기를 잡지 못한 건 벌써 87일째이다. 그러나 '어제 신문'의 이야기들처럼 그가 물고기를 잡았던 과거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홀로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은 것은 현대사회가 이미 고령화사회로 넘어왔고, 일자리를 갖지 못한 채, 혹은 일자리를 갖고 있다한들 젊은 시절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노인들이 우리 주변에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과거의 자신을 모습을 기억한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왔던 그 흔적들을. 그렇지만 현실은 낡고 더러운 집과 찾아올 이 없고, 말상대조차 없이 외로운 삶이다. 그래서 노인은 자신의 과거를 붙잡고 큰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을 것을 열망한다.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보이는 것만이 살아있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노인이 마침내 큰 바다로 나가 커다란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광경은, 노인이 자신이 살아왔고 살아가야 할 삶과 대항하여 싸우는 장면처럼 여겨진다. 아무도 도와줄 사람 없이 오로지 혼자 힘으로 그 큰 물고기와 싸운다. 무슨 물고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엄청나게 큰, 그리고 그것을 잡음으로써 어부로서의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물고기이다. 이것은 그가 살고 있는 사회와의 싸움처럼 보인다.

 

노인은 바다에서 쿨고기와 싸우며 계속해서 혼잣말을 한다. 그 말을 받아 줄 이 없건만, 계속해서 말을 하고, 제3자가 되어 자기자신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배 밑에서 꿈쩍도 않고 있는 이 물고기와 싸워서 이기는 일, 그 물고기를 잡아서 가져가는 일은 노인에게는 삶의 희망이다. 철저하게 고립된 바다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이며, 자신이 갈고 닦은 기술이다.

 

노인이 그 물고기를 잡았을 때, 바다는 그 기쁨을 오롯이 느끼도록 가만두지 않았다. 잡은 물고기를 빼앗기 위해 상어들이 계속 쫓아왔던 것이다. 그가 잡은 삶의 희망을 상어들이 다 빼앗아가게 놔둘 수는 없었다. 노인은 자신이 그 큰 물고기를 포기하지 않고 잡았던 것을 후회한다. 자신이 잡지 않았다면, 물고기도 그렇게 허망하게 상어들의 먹이가 되지 않앗을 것이고, 자신 또한 삶의 기로에 서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인생 아닌가?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사는 것은 그렇게 늘 치열하다. 노인이 사투에서 살아돌아왓을 때 그의 배에는 그가 잡았던 물고기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뼈들만 남아있었다. 그 큰 물고기와 싸워 이긴 노인을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마치 '어제신문'의 기사처럼.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에 부딛치더라도 삶에 대한 의지와 목표가 있다면, 쓰러지지 않고 일어설 수 있다. 손에 난 생채기들이 채 아물기도 전에 계속해서 싸워야 하는 일들이 생기겠지만, 그것을 이기고 극복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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