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 - 지구의 목소리
진저 워즈워스 지음, 황의방 옮김 / 두레아이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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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의미있게 읽었다. 레이첼 카슨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레이첼 카슨을 깊이 알게 해 준 책이 이 책이다. 2005년에 나온 책이라 편집이나 사진이 좀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내용은 충분히 레이첼 카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해양생물학자이면서 글을 잘 쓰는 작가였던 레이첼 카슨. 일반인에게도 쉽게 과학적 사실과 연구결과를 알려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1964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글로써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면 세계를 변화시키는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재능인 것 같다.

레이첼은 책을 좋아했고 또 그만큼 자연을 좋아했다. 레이첼은 아동잡지에 글을 투고하여 상금을 받기도 했는데, 이런 경험은 글을 쓰는 자신감을 붙여주었을 것이다. 열 한살때부터 전업작가가 되었다고 말하는 당돌함까지!! 레이첼의 어머니인 카슨 부인은 똑똑한 딸이 더 교육 받기를 바랐다고 한다. 결국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거나 직업전선에 뛰어들던 당시의 분위기와는 달리 레이첼은 펜실베니아 여자대학에 입학을 했다.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던 레이첼은 영어를 전공으로 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2학년 때 과학 과목을 이수하면서 생물학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은 전공을 과학으로 바꾸게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학이라는 분야에 여자인 레이첼이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수석으로 졸업을 하고 해양생물을 연구하게 된다. 그 당시 분위기로 볼 때, 레이첼은 분명히 화제의 중심이었을 것이다. 레이첼은 워싱턴 어업국의 고위 관리에게 자신은 교사가 아니라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또는 자신의 꿈에 관해 명확한 의견을 갖고 있던 그녀는 주변 상황이나 여건에 의해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녀의 기질과 성향이리라 생각된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뚝심 있게 추진하였다.

레이첼은 과학과 시가 결합된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출간한다. 레이첼은 1952년에 필라델피아 지리학협회가 수여하는 헨리G.브라이언트메달을 받았는데 여성으로는 처음이었다. 지금 이렇게 쓰지만, 여성과 최초라는 단어가 나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지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첼이 받았다는 것은 그녀의 성과가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작가와 과학자로서 모두 성공한 레이첼은, 인간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지역 가운데 일부를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택지나 건축 용지의 난개발이 이어지고, DDT 같은 인간이 만든 화학물질을 더 많이 사용하다보니 해안과 지구 전체가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첼은 여러 해 전부터 살충제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쓴 [침묵의 봄]은 살충제의 영향을 세상에 알렸고 이 책을 읽은 국민들의 아우성으로 미국 정부는 1970년에 환경관리국을 신설하게 된다.

레이첼은 살충제의 사용이 금방 중지되지는 않을 거라 알고 있었다. 그는 유언장에서 자연보존을 위한 단체와 해안과 섬 보호구역을 관리하는 단체에 필요한 돈을 기부했다. 죽어가면서까지도 왜 우리가 지구를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리고 움직이는데에 주저함이 없던 그녀였다.

레이첼 카슨의 일생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그녀가 이루어낸 성과들과 자연을 대하는 신념에 감동받았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레이첼 카슨의 일생을 다룬 책이 많이 보인다.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고, 그리고 그녀의 책 [침묵의 봄]도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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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15 0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봄을 보려고 사놓고는 아직 미루고 있어요. 조만간 봐야죠. 과학자로서의 능력도 대단했지만, 그걸 대중에게 알리는 작가로서의 능력도 뛰어났던 레일첼 카슨 존경스러워요. ^^

하양물감 2021-08-15 08:4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침묵의 봄을 흐기까지 과학자와 작가로서의 능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그만큼 반향을 일으켰던것 같아요.

scott 2021-09-10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양 물감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금요일 멋진 오후 보내세요 ^ㅅ^

하양물감 2021-09-10 15:51   좋아요 1 | URL
앗. 알려주셔서 확인했네요. scott님도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1-09-10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하양물감 2021-09-10 20:2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초딩 2021-09-11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하양물감 2021-09-11 14:0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이렇게 절판이나 오래된 책에 써도 당선이 되는 줄은 몰랐어요. ㅎㅎ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 - 막막한 10대들에게 건네는 위로·공감·용기백배
정동완 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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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올해 중3인 딸아이는 그래도 그동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늘 있어왔다. 그러니까, 내 주변 지인들이 말하길 '아예 꿈이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래도 뭔가를 하겠다고 계속 얘기하는 걸 보니 부럽다고 한다.

그런건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늘 바뀌었지만, '선생님'이 되고싶다는 생각은 늘 같았다. 그때는 선택지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하나를 정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시험 점수에 갇혀 '자신의 의지'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딸아이와 자주 진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직까지는 특별한 불안감이나 막연함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 같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면 우리가 예전에 경험했듯이 두렵고 막막함하고 초조해지는 시간이 올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공감해주고 용기를 불어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강 진로고민은 처음이라, 2강 내 안의 나를 발견하는 일, 3강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을 때, 4강 지금 모습 그대로 소중한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나눈 제목만 봐도 내용이 짐작갈 것이다. 딱 그 시기에 할 만한 다양한 고민들을 다루고 있다.

미디어 세대인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는데 '아빠 어디가'라든가 '꽃보다~~'시리즈 등 이미 7~8년이 흘러버린 tv프로그램을 언급하여 조금 아쉬웠다. 책을 읽으려고 펼쳤는데 초반에 오래 전 tv프로그램이 등장해서 식상해져버렸다고나 할까? 그래도 성동일 배우나 윤여정 배우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고 최근에 멋진 배우로 회자되는 등 화제성이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윤여정 배우의 어록은 워낙 유명한 것이 많은데, 이 책에 나온 것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꽃보다 누나>에서 배우 이미연이 윤여정 배우에게 질문했어.

"선생님, 힘들게 결정해서 작품에 들어갔는데, 작품 자체와 작품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이겨내세요?"

그러자 윤여정 배우가 대답하지.

"똥 밟았다, 생각하고 그냥 해. 어쩔 수 없잖아. 그런데 참 신기한 건, 그걸 하고 나면 또 한 사람을 얻더라고. 그리고 이 여행도, 떠나기 전에는 엄청나게 고민했지만, 나는 일단 시작하면 절대 불평하지 않아. 왜냐면, 이왕 하기로 한 거니까.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어?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고 내 인생만 아른 거 같지? 다 아파. 다 아쉬워. 세월이 지나니, 하나씩 내려놓고 포기할 줄 알게 되더라. 나는 그냥 허울보단, 그저 재미나게 사는 게 목표야.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한 재미있는거야."(p.38~39)

이 외에도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연예인들의 말을 실어서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있다. 옛날에는 연예인을 롤모델로 삼거나 그들의 어록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의 그들의 말이 꽤 많은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중학생때부터 아니 그보다 더 어린 시절부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한편으로는 그게 과연 좋을까 의심해본다. 나는 아이가 좀더 넓은 세상을 보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어야 하는데,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바라보며 옆을 바라보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서는 어렵지 않을까?

학교 공부는 정해진 답을 찾고 그 답을 찾은 아이들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한다. 그렇지만 사회에 나오는 순간 그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고, 대응능력이나 적응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경험치를 올려야 한다. 현장에서만 맞닥뜨리는 것 외에도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으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도 있고,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며 지식을 확장할 수도 있어. 또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보는 식의 간접경험도 직접적인 경험 만큼이나 너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p.70)다.

스티브잡스도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 사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창업의 기회나 창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었기에 여러 가지 일을 해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처음부터 '딱 이거야'하고 그 길만 가는 사람보다는 이것 저것 해보다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 더 많다. 무엇을 할 지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는 일은 중요하다.

<Unlock>이라는 책에는 우리의 뇌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신경가소성'이 나온다. 뇌를 촬영해보니 문제를 잘 풀 때보다 잘 되지 않고 실패했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된다. 실패할까봐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말라는 이야기다. 여러 번의 시도와 실패를 거친 후 성공했을 때 성장의 기쁨과 재미를 더 누릴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이 자주 하는 할만한 질문을 통해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함께 생각해보게 되었다. 진로 고민을 시작한 청소년들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몰라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읽어볼 만하다. 보통의 진로 참고 서적처럼 어떤 '직업'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마음을 토닥여주는 그런 책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은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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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시인의 하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4
장혜진 지음 / 북극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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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비도 오고, 마음은 착 가라앉으니 오늘은 책꽂이에서 그림책 몇 권 꺼내본다.

꼬마시인의 하루는 제15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이다.

아이가 청소년이 되고 나니 그림책 볼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산책 좀 다녀오겠다는 꼬마 시인에게 집 안의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숙제는 다 하고 가는 거야?"

"예습 복습은?"

"방 청소는?"

순간 살짝 뜨끔~!! 해졌다.


조금 전까지 앉아있던 테이블에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집이 놓여 있다. 아, 이 시를 이해한다고?


'가지 않은 길'은 프로스트가 직업도 없고 문단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던 그 시기에 썼던 시라고 한다.

'나는 과연 남들이 가지 않은 그 길을 갈 용기가 있었을까?'

이 시를 볼 때마다 생각해본다.

나는 여전히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지만 마음으로는 언제나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아, 정말 꼬마시인은 이미 철학자의 길로....

아주 작은 식물도 꽃을 피워내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인생의 대부분을 공부하는 데 쓰거나,

가정을 꾸리고,

알 수 없는 미래를 꿈꾼다.

고민하던 꼬마시인이 시를 쓰려고 하자, 뱃 속에서 '꼬르륵'.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도 결국은 배고픔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며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한다.


집안의 누군가는 여전히 공부는 안하고 어딜 써다니냐며 잔소리를 해댄다.

그러나 꼬마시인은 오늘도 한 편의 시를 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일은 평생에 걸쳐 진행된다.

나의 선택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고, 나는 매번 선택의 순간을 경험하며 살아왔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인생 꽤나 고민한다는 청소년들과 읽을 맛이 나겠다.

물론 함께 읽어야 할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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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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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 내가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는 내 아이에게 권하기 위해 미리 읽을 때와, 청소년 독서수업 준비를 위해 읽을 때이다. 그래서 아직은 중학생 정도의 아이들에게 읽히기 딱 좋은 책들을 읽어왔다. 청소년 소설과 성인 소설의 경계가 모호한 책도 많은데, 청소년교양도서로 선정된 이 책도 중학생보다는 고등학생 이상의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적합해 보인다.



방학이 시작되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학생들이 모두 떠난 기숙사에 홀로 남은 '마린'은 '메이블'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기다린다는 말은 맞지 않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마린'은 엘리베이터에 갇힐 것 같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메이블은, 엘리베이터에 갇힌 마린과 만나지 못하고 역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채 떠나버릴 것이다.



이 소설의 첫 부분에서 나는 마린의 불안감을 느낀다. 방학이 되어도 돌아갈 곳이 없는 마린, 친구가 찾아올 자신의 방에 그동안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대한 자각,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갇혀버릴 것 같은 불안감.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설은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마린의 일상을 보여준다. 할아버지는 "편지를 두 통 쓰면 두 통을 받는 법"이라며 버리할머니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그 사건이 일어났다. 마린은 그날 사라져버린 것이다.



"나는 슬픔을 차단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책에서 슬픔을 찾았다. 현실보다는 소설을 읽고 울었다. 진실은 틀에 갇히지 않았고 꾸밈이 없었다. 진실에는 시적인 표현도 없고, 노란 나비들도 없고, 엄청난 홍수도 없었다. 물에 잠긴 도시도 없고 똑같은 이름을 갖고 태어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남자들도 없었다. 진실은 그 안에서 익사하고도 남을 정도로 광활했다."(p.111~112)



"우리는 너무도 순진해서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일 거라 믿었다. 우리 자신에 관한 사실의 조각들을 맞추기만 하면 그럴듯한 하나의 형상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다. 거울 속에 보이는 우리 모습 같은, 우리의 거실 같은, 그리고 우리를 키워준 사람들 같은 형상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든 것들이 드러나는 대신."(p.157)



"나는 나의 외로움이 두려웠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기막히게 속였던가.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기막히게 설득했던가. 난 슬프지 않다고, 난 혼자가 아니라고. 내가 사랑했던 할아버지가 두려웠고 할아버지가 낯선 사람이었다는 게 두려웠다. 내가 할아버지를 너무도 미워한다는 게 두려웠다. 할아버지가 돌아오기를 원한다는 게. 그 상자들 안에 있는 것들과 언젠가 내가 알게 될 것글, 그리고 그 상자들을 잊고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내가 잃을 수도 있는 기회가. 서로의 방문을 열어보지 않고 살았던 우리의 방식이 두려웠다."(p.251)



"할아버지가 나를 단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았을까 봐 두려웠다."(p.253)



마린은 아빠는 알지 못했고, 엄마는 세살 때 죽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아내를 먼저 보냈고, 딸도 먼저 보낸 아픔을 갖고 사는 인물이다. 버디할머니와 편지를 주고받고 가끔 친구들이 집에 놀러온다. 어느날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할아버지에 관해 들은 날, 그곳이 위험하다는 것을 할아버지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마린은 할아버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마린은 버디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고, "할아버지가 나를 단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았을까 봐 두려웠다"던 마린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말해주지 않았던 진실. 마린은 그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밀어닥친 혼란에 그렇게 무작정 도망쳐버렸다. 내 주변에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친구가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마린에게는 900개의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는 친구를 놓아버리지 않은 메이블이 있었다. 마린은 메이블과 사랑하는 사이였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한다. 그러나, 마린이 떠난 후 메이블에게는 '남자 친구'가 생겼다. 마린의 상황도, 메이블의 현재도 많이 바뀌어버린 지금, 그들은 여전히 사랑한다. '사랑'이란 것이 반드시 하나의 모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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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어쨌다고 13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 1
부키 바이뱃 지음, 홍주연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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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여름방학 중인 딸아이에게 읽으라고 준 책. 13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금방 읽을 수 있는 일러스트가 절반 이상인 책. ^^
유쾌한 에바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추천글처럼 배를 잡고 웃을 책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잘 잡아낸 듯하다.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니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거야."
중학교에 입학할 예정인 에바에게 엄마가 한 말이다.
에바는 '잘 될거야, 걱정할 것 없어, 그냥 하던대로만 해'라고 말만 하면 정말 이루어지는 것처럼 말하는 어른들이 미덥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치원때부터 친했던 친구 로건과 맥신이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된 것 정도이다. 그리고 학교의 유일한 장점은 에바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빵집이 있다는 것.

에바의 첫번째 고민은 중학교에 가게 되면 어떤 선택과목을 선택하는가이다. 맥신은 오래전부터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어서 선택과목으로는 바로 연극을 고를 것이다. 로건도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컴퓨터토딩과목을 선택한다. 그런데 에바는 아직도 선택과목을 뭘로 할 지 결정하지 못했다.

사실 우리집 아이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자주 이야기를 한다.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몇 가지 있긴 하지만, 그것이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인지, 잘하는 것인지,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이미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많은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에바처럼 고민의 시간을 가져본다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에바의 고민의 결과는? 선택과목을 고르지 못한 아이들이 가는 자습을 선택(?)하게 되었다. 게다가 제일 무서운 담임선생님이 자습 반 당담선생님이기까지 하니.

에바가 선택한 자습시간은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학업 지도를 보충하며 독립적인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수업"이다. 이 시간을 선택한 친구들을 에바는 4가지로 분류를 한다. 정말 수업 시간 내내 공부를 하고 싶은 애들, 그냥 편하게 잠을 자거나 벽만 멍하니 보고 싶은 애들,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장난을 치고 싶은 애들, 친구가 없는 애들, 혹은 누구에게도, 어떤 것에도 아무 관심이 없는 애들.

절친인 맥신과 로건은 중학교가 정말 좋다고 하는데, 에바는 중학교가 최악이라고 느낀다. 그런 중에 일명 포인트덱스터 점심 혁명을 통해 에바도 자신이 잘하는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시도를 했는데 그게 잘 안된 일을 겪게 된 에바. 청소년기에는 수없이 많은 시도를 해 볼 기회가 생긴다. 그것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은 할 수 있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전쟁터 같은 진짜 사회로 나오기 전에 학교라는 사회에서 수많은 경험과 시도를 통해 내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 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수많은 가능성을 두고 시도를 해보는 가운데 자신을 찾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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