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 찾기 - 세상 모든 먼산이들을 위한
오조 지음 / 마리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 기대 없이 책을 펼쳤다가 마음을 홈빡 빼앗긴 책이다. 독서란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책이 아닌가 싶다. 책 표지에 나온 '먼산이'는 자기를 느리고 약하다고 소개한다.  


먼산이는 누구보다 작게 태어났다. 생긴 모습도 그리 예쁘지 않다. 사람들은 먼산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느리고 약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엄마는 "너의 작고 귀여운 눈은 항상 생각에 잠긴 듯 먼 산을 바라보며 여행하는 것 같아."라며 특별하다고 이야기해준다. 세상 밖이 궁금한 먼산이에게 엄마는 아직 세상은 위험한 곳이라며 준비가 되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언젠가 바깥으로 나갈 날을 기다리는 먼산이.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먼산이에게 멋진 나비넥타이와 모자를 씌워 주며 이제 세상 박으로 나갈 때가 되었다고 알려준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먼산이는 작가가 병원에서 만난 어느 다운증후군 남자아이를 생각하며 만들어낸 캐릭터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먼산이가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의 마음 속에 숨겨둔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말을 읽은 후 다시 책을 펼쳐 보니, 아, 그랬구나 싶은 장면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이건 우리의 이야기였다. 


먼산이는 막상 세상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웠다. 집 안에 있으면 아늑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보지 않아도, 내 방에서 세상을 상상만해도 재미가 있는데, 굳이 나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생각한다. 여기서 이렇게 주저앉아버리면 우리는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도퇴하고 만다. 늘 기다리던 순간이었는데 왜 이리 겁이 날까? 하지만, 이미 깨지고 부서진 나의 집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먼산이는 새로운 나의 방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우리가 세상 박으로 나와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어며 살아가는 것은 '여행'과 같다. 때로는 낯선 곳에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나를 앞질러 가는 사람을 보며 불안해하기도 한다. 때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주저앉기도 하고 때로는 신나게 달려가기도 한다. 


먼산이는 새가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듯 그렇게 세상 밖으로 여행을 떠난다. 미련의 방에서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과거로 가득한 방에서 살아가는 미련씨를 만나고, 쇠사슬의 방에서는 나를 꽉 묶어 놓은 쇠사슬을 끊고 앞으로 나아간다. 개미의 방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찾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먼산이가 거쳐가는 곳은 모두 이렇게 우리 삶에서 우리가 부딪히거나 만나게 될 고난과 장애물들이다. 결국 그 모든 것들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먼산이는 그런 방들을 깨고 나와 드디어 바다로 나아간다. 지금까지 지나온 방들과 달리 이제부터는 나만의 방을 찾아갈 시점이다.


바다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온하다가도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요동치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기도 한다. 세상 밖을 여행하는 우리가 만나는 세상도 바다와 같다. 


바다에서 만난 문어는 먼산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의 멋진 모습을 발견하려면 나의 바닷속에 들어가 봐야겠지요? 용기를 내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그 안으로 풍덩 뛰어들어야 해요. 다른 사람을 알아 가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그 사람의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상대방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없어요."라고. 먼산이는 친구를 알고 싶으면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관심을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아가는 먼산이 앞에 나타나는 꼭대기의 방, 거울의 방, 애벌레의 방을 차레차례 지나가며 성장한다. 청소년기의 고민을 풀어나가는데 길잡이가 될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묻는다는 것 - 질문은 어떻게 우리를 해방시키는가? 너머학교 열린교실 22
정준희 지음, 이강훈 그림 / 너머학교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나는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질문-생각-(독자/청자의 대답)-(그에 대한 나의) 대답-(다시 나의) 질문 형식으로 이어진다.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해 보게 하고, 그 결과를 듣는다. 만약 생각이 잘 안 난다고 하면 좀 더 생각해 보게 도와주고, 자기 나름의 생각으로 채워 나온 대답이 내가 알려주려는 답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비교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시 그에 연관된 질문을 던진다. 자신만의 생각 없이 주어진 남의 지식은 머리에 남지 않는다. 질문은 새로운 지식을 담는 그릇이다. 질문-생각-대답-질문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면 무작정 지식을 쏟아붓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p.12~14)


내가 참 잘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질문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묻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질문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질문을 하려고 하면 나는 식은 땀이 난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딱히 정식으로 물어보지 않아도 질문은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다고.

우리 눈에 무언가가 보이고, 귀에 어떤 소리가 들리고, 코에 어떤 냄새가 맡아질 때 '어? 이건 뭐지?'라고 무의식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늘 '본능적으로' 묻는다. 그랬구나.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이란 어떤 것일까? 저자는 질문이 정확해야 답이 구체적일 수 있으며 질문-대답에 이어 새로운 질문이 나와야 더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대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좋은 질문이란 무엇보다 구체적인 질문이고, 길이 잡힌 질문이고, 무한히 펼쳐놓기보다 차츰 길을 좁혀 주는 질문이다. (p.27)

질문에도 종류가 있을까? 의도에 따라서 질문의 형태가 결정된다. 정말 궁금해서 상대에게서 그 답을 듣고자 던지는 질문을 '진짜 질문'이고, 이미 답이 정해진 상태에서 상대에게 그걸 재확인하려고 내놓는 질문은 '가짜 질문'이다.

질문의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궁금한 것이 아닌 '가짜 질문'은 수사적 질문(수사의문문)이 있다. 반대 의미를 강조하는 '반어적 질문(반어의문문)', 질문의 형태를 빌린 '명령적 질문(명령의문문)', '감탄적 질문(감탄의문문)' 등이 있다.

이러한 가짜 질문은 자신의 감정을 강조해 표현함으로써 상대가 나에게 공감하며 내가 강조하는 바를 재확인해 주길 바라는 의도를 품고 있다. 이런 질문은 '지식 추구'에 부합하는 형식은 아니다.

그에 반해 '진짜 질문'은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것이다. '판정적 질문(판정의문문)'과 '설명적 질문(설명의문문)' 등이 있다. 진짜 질문을 '방향성'이란 관점에서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보면 '한 지점으로 좁혀 가는 질문'과 '사방으로 넓혀 가는 질문', 그리고 '옆으로 이동하는 질문'으로 구분된다.

'좁혀가는 질문'은 여러 정보를 한 점의 확정적 지식으로 모아주는 질문으로 주로 '예, 아니오'로 귀결되는 '판정적 질문'이 이에 적합하다. '넓혀 가는 질문'이란 한 가지 정보에서 시작해서 다방면의 지식으러 뻗어나가는 질문이다. '옆으로 이동하는 질문'이란 특정한 방향성 없이 대화를 이어주는 질문으로 딱히 목적 없는 대화나 사고가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질문이다.

질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다 질문의 힘에 이른다. 질문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우리가 '힘'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언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질문의 힘은 더 활기찬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더 나은 지식으로 가는 문을 열어 주는 것에서 실현된다.

질문 권력은 시민의 알 권리로부터 나온다

'알 권리(right to know)'에 대응하는 의무개념으로 `설명 책임(accountability)'이 있다. 질문 권력이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듯, 설명 책임 역시 아무에게나 지워지지 않는다. 본래 질문 권력은 민주적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주인인 시민에게 주어진 것이고, 설명 책임은 그런 시민이 (다스림을 받는 자로서가 아니라) 주권자로서 갖고 있는 권력을 잠시 맡겨 둔 대행자, 즉 공직자에게 부과되는 것이다.(p.102)

나쁜 가짜 질문과 진짜 질문, 그리고 좋은 가짜 질문과 진짜 질문 가운데 오직 좋은 진짜 질문만이 우리를 더 나은 지식으로 이끌고 그로써 우리 사회를 개선한다. 각 개인 각 부문이 마망히 궁금해해야 할 것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질문 권력을 쓰거나 그걸 대행하는 이들을 통해 책임자들의 설명을 이끌어 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그러라고 만들어진, 질문 '대행자, '훈련자, 선구자'가 있다.

대표적인 '질문 대행자'는 언론이고, 교육은 '질문 훈련자'이다. 그리고 각종 예술은 '창의적 질문의 선구자'이다. 질문에는 훌륭한 힘이 있고, 그 의도와 형태가 올바르기만 하다면 누구나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힘과 기회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질문이 무엇인지, 왜 질문을 해야 하는지, 질문이 가진 힘과 영향에 대해 알려주는 이 책은 마지막에 묻는다. 왜 우리는 질문을 하지 않느냐고.

첫째, 우리는 아직도 권위적이고 집단적인 문화에 익숙하다. 내 주장을 펼치기보다 남의 눈치를 살피는 데에 여전히 더 많은 신경을 쓴다. 둘째, 모임과 학습에 참여하는 자발성이 부족한 까닭에 질문과 대답이 잘 이어지는 쌍방향적이고 역동적인 소통을 할 동기를 갖지 못한다. 세째, 이로부터 질문으로 익숙한 상황을 깨는 것보다, 질문하지 않는 상황에 적응하거나 그냥 회피래 버리는 것이 이득이라는 '경험칙'이 사회적으로 공유된다. 넷째, '부분적으로 합당한' 경험칙이 '전체적으로 부당한' 관습으로 고착됨으로써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사회 변화가 어려워진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다섯째, 그렇다면 여러분이, 아니 우리 모두가 내심 품고 있을만한, 탈권위주의적이고 반집단적주의적인 욕망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작용에 대해 반작용이 없을 수 없고, 해소되지 않은 욕망은 결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p.111~1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챗GPT로 만나는 내:일 - AI와 함께 일하는 미래의 진로와 직업
김영광.챗GPT 지음, 미드저니 그림 / 풀빛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I와 함께 일하는 미래의 진로와 직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김영광 저자가 책GPT와 함께 협업을 한 결과이며 미드저니가 그린 그림을 사용하였다. 7페이지에 보면 이 책의 활용 가이드가 나온다. 


이 책은 챗GPT 사용 설명서가 아니라 챗GPT 체험서이다. 일, 직업, 진로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담았으며 낯선 표현들을 이해하기 위한 미리보기사전도 수록되어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챗GPT가 창조한 내용들 중에는 실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서의 정확성을 거론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챗GPT가 가진 창의성에 대해서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AI와 함께 살아갈 10대들이 AI와 친해져야 함은 당연하지 않을까? 책 속에 소개된 미래 사회의 직업은 현재 주목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유망한 직업으로 소개될 수 있을 것 같은 직업들이다. 앞으로 5년간은 AI전문가 분야가 각광받는 직업이 될 것이다.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일자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머신러닝전문가, 지속 가능성 전문가, 경영 정보 분석가, 정보 보안 분석가, 핀테크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로봇엔지니어, 전기공학 엔지니어, 농기계 전문가, 디지털 전환 전문가


아, 한숨이 푹 나온다. 전형적인 문과형인 내가 설 곳은 어디란 말인가.. 허허.


어쨌든 책의 첫 파트에서는 청소년이 좋아할만한 직업을 소개한다. AI가 문화&미디어 창작자라면 이렇지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함께 펼쳐보자.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림 실력을 가진 웹툰봇,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가는 게임봇, 그동안 본적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넷플봇, K-아트봇, 전시봇 등등 AI와 전문가집단이 협업하여 만들어내는 세계는 흥미롭고 무궁무진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나는 AI와 협업을 하는 전문가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AI 혼자서 뭔가를 하기보다 AI를 학습시키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는 그러한 미래의 직업을 소개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미 창조되거나 활용되고 있는 것들도 알려준다. AI가 테크 전문가라면 애플봇, 구글봇, 메타봇, 인스타봇, 오픈봇, 메디신봇 등의 활약을 계속해서 경험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AI는 패션, 뷰티, 디자인에 있어서도 일가견을 보여준다. 공공&전문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정치봇이 나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어떨까? 창의적이고 정의로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이 정치봇은 누구를 통해 학습을 할까? 지금 현재 정치인들의 모습을 학습해서는 큰일날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챗GPT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쏟아져나오는 챗GPT 열풍(실체보다는 기대와 희망일까?)에 이것 없이는 아니 이것을 모르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 모든 경우의 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AI와 어떻게 협업을 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챗GPT는 사람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고, 사실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일반적인 조언과 제안을 잘 할 수 있다. 자료를 통해 학습한 후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챗GPT도 잘 못하는 것이 있다.  실시간 대화나 상호작용이 어렵다. AI언어 모델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나 민감한 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고, 최신 이벤트나 뉴스에 대한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다. 특히 감정을 해석하거나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일은 더 어렵다.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분야에 있어서는 인간의 지식이나 판단을 대체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AI가 만들어낸 세상이 참 멋지구나 감탄을 했다. 그러나 결국은 그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이며 협업을 통해 구현된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청소년들이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고 꿈을 실현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요한 우연 -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3
김수빈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록초록한 표지가 싱그럽다. (그것과는 별개로 요즘 책 표지 디자인은 뭔가 새로운 느낌이 별로 없다. 한동안 초록색 표지가 넘쳐나더니...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5월 들어 확실히 짙은 초록이 많아졌다. 5월은 푸르구나... 아이들도 청소년도 딱 그 시기의 풋풋함과 푸르름을 안고 있는 듯하다. 난 꽤 열려있는 어른이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나의 오만이었음을 요즘 자주 느낀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오히려 앞서가려고) 열심히 쫓아다녔지만 확실히 낄 수 없는 세대의 차이는 있었다. 청소년 소설을 읽다 보면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읽거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어린이용 도서를 제법 많이 읽었지만, 아이가 청소년이 되면서는 많이 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에게 책을 권하기 전에 먼저 읽어보는 편이다. 그래야 아이의 생각을 물어볼 수도 있고 같이 주제를 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어쩌면 내 마음은 동경에 가까운 건지도 모른다. 고백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정후가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만약 내가 공주님이 되길 꿈꾸는 일곱 살짜리 어린애였다면 일말의 기대 정도는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열일곱의 나는 그렇지 않다. 정후는 내가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정후는 '모두의 한정후'이고 나는 그냥 1학년 9반 25번이니까. 이건 괜한 자기비하도 아니고 자존감 부족도 아니다. 나는 내가 조금 시시하고 재미없긴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는 공주님이 되길 꿈꾸지 않는, 아주 보통의 고등학생일 뿐이다. p.20


보통의 고등학생. "조금 시시하고 재미없긴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이수현이라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수현이는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아이는 아니었다. 자기 스스로는 앞서서 행동하지 못하고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친구의 아픔을 모른체 하지 않는 따뜻한 아이였다. 


혼자있고 싶으면 적당히 거리를 두면될텐데, 굳이 반감을 사는 행동까지 하는 것이 신기했다. 어떻게 보면 그건 고요 같은 아이들이 가진 특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외국 드라마에 나오는 시니컬한 여자 주인공처럼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어도 초라함이나 쓸쓸함이 느껴지지 않는 아이들, 외로워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혼자인 모습이 더 특별하고 멋지게 보이는 아이들. p.22


고요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 아닌 따돌림을 받고 있다. 아이들은 어쩌면 미워서가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느낌, 뭔가 특별한 것 같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을 수도 있다. 거부당한 자존심과 마음의 상처가 암묵적인 동의를 이끌어낸다. 정후나 우연이, 그리고 수현이가 고요의 책상을 미리 치우거나 신경을 쓰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공론화하지는 않는다. 그저 고요가 혼자 있거나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배려할 뿐이다. 


오늘 일을 장난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이건 명백한 괴롭힘이었다. 아이들은 고요가 먼저 미움받을 행동을 했다고 말한다. 미움받을 행동을 하면 괴롭혀도 괜찮을 걸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면 괴롭힐 권리가 주어지는 걸까. p.59


MARE TRANQUILLITATIS : 고요의 바다를 뜻하는 라틴어


수현이는 우연이가 보던 인터넷 아이디를 떠올리며 영어 단어를 쳐보다가 자동완성단어에서 고요의 바다를 찾는다. 고요의 바다는 달의 수많은 바다들 가운데 하나로 1969년 7월 20일,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이 인류의 첫발을 내디딘 곳었다. 고요의 바다는 누구의 계정일까? 미술 시간에 달의 뒷면을 그렸던 이우연이 고요의 바다일까? 달이 그려진 이어폰 케이스를 선물한 고요가 고요의 바다일까? 


나는 고요의 바다에 팔로우 요청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이수현이라는 게 드러나지 않는 공간에서라면 두려울 것도 겁이 날 것도 없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손을 뻗을 수 있다. 설령 거절을 당할 지라도 전혀 상처 받지 않는다. p.70


마치 달의 뒷면과도 같은 인터넷 공간. 보장된 익명성은 그 누군가로부터 거절당할 위험도 마음의 상처를 입을 일도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은 현실에서의 자신과는 다른 모습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새로운 자신을 창조한다. 


그렇게 수현이는 the_eagle_has_landed. 달 착륙선 이글이 무사히 착륙했을 때 닐 암스트롱이 인류에게 전했던 말, 저 문장을 계정 아이디로 만들고 고요의 기지에 무사히 안착한다. 


그곳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계정 moon_of_michael_collins, 아폴로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 사진이 있는 계정이다. 아폴로 뒤로 보이는 익숙한 공원 풍경은 수현이의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달빛공원. 수현이는 마이클 콜린스가 아폴로 11호의 조종사였다는 것을 알아낸다. 


아폴로 11호의 탑승자는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그리고 마이클 콜린스까지 모두 세 사람이었다. 그러나 앞의 두 사람과는 달리 마이클 콜린스는 달에 착륙하지 못했다. 사령선의 조종사였던 마이클 콜린스는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에 발자국을 남기는 동안 우주선에 홀로 남아 달의 궤도를 비행했다. 그는 48분 동안 지구와도 교신이 끊긴 채, 오롯이 혼자서 달의 뒷면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달을 눈앞에 두고도 발을 내디딜 수 없었던 마이클 콜린스. p.78


어쩌면 이 소설 속 아이들은 모두 달에 도착하지 못한 채 달의 뒷면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모두 달을 향해 날아가고 있지만, 대부분은 달에 발자국을 남길 수 없다. 아이들은 현실 속의 자신을 숨긴 채 익명의 공간에서 우정을 쌓는다. 현실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대면대면하게 바라보는 관계지만, 익명의 공간에서는 그들 사이에 벽이란 없다. 진짜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나의 속마음을 드러내보여도 상처입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친해지고 좋은 친구라 생각해도 만나지는 말자고 한다. 


우연이가 사라진 날 우연이의 흔적을 근거로 해서 수현이가 해운대 바닷가로 찾아간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점점 진짜 자신을 드러내놓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로 침잠해들어가는 것 같다. 몸으로 부딪히며 서로를 알아가던 때와 다르다. 아이들은 드러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도 많고 더이상 자신의 삶에 끼어들지 않기를 바라며 밀어낸다. 하지만 그들도 어느 순간 "나는 네가 궁금해졌어"라고 마음을 전하게 된다. 


수현이는 친구의 마음을 살피기도 하고, 부당한 것에 용기내어 나서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한다. 수현이 친구 지아는 수현이와 찰떡이다. 둘 사이의 우정은 마치 어렸을 때 내 친구들을 보는 느낌이다. 수현이와 지아 사이의 우정처럼 고요와 우연이 그리고 반 친구들 모두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1 - 청소년을 위한 논어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1
판덩 지음, 하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논어가 대입 논술 출제 고전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라는 책 표지의 문구가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하다만... 일단 '논어'는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 판덩은 청소년의 관심을 고려하여 '공부'에 관련한 주제만 다루었다고 서두에 밝히고 있다. 논어의 핵심 취지가 '배움'이기 때문이며, '공부'는 학습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인간관계, 일상생활, 교우관계 등 모든 것이 배움에서 시작한다. 


목차를 보면 1장 '지겨움'을 '즐거움'으로 전환하기, 2장 공자가 말하는 격이 다른 '공부', 3장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공부법, 4장 공부의 블랙 레벨 락지자를 향해 로 구분하고 있다. '공부'가 '학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청소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청소년'이 아닌 '직장인'을 대상으로 쓴 내용이라고 해도 좋을 부분들이 있어서 책을 읽는 대상에서 벗어난 내용이 아닐까 싶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때는 '한문'이라는 과목이 있어서 논어의 유명한 구절들은 접해본 기억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주입식교육이라 지탄받는 과거의 교육법도 나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제일 먼저 다루고 있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한자세대가 아닌 청소년을 위한 배려일까? 어쨌든 한자가 아닌 한국어독음으로 읽으니 참 이해하기 어렵다. 친절하게 아래에 한자를 설명하고 있지만,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문장이다. 논어의 첫 문장으로 이 문장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평생토록 배워야 한다. 평생 공부를 시작하는 출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움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어떤 마음과 자세를 갖춰야 할지 태도를 정해야 한다. 이 문장은 바로 공부에 대한 태도를 다지는 문장이다."(p.22-23)


이 책은 '논어'를 주제와 소재로 삼고 있지만, 논어의 구절을 설명하며 연관 있는 현대의 저서에서 내용을 차용하고 있다. 따라서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의 내용도 함께 참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위의 문장을 설명하며 로버트 풀과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재발견'과 캐롤 드웩의 '마인드셋'과 같은 책을 언급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다양한 다른 책이나 내용을 공유하는 이유를 독자의 '지적결함'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 밝힌다. 무지함을 인정하는 것은 조금도 부끄러운 게 아니며, 그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자만심과 오만함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우리가 배워야 하는 지식과 지혜는 책에만 나와있는 것이 아니며 세상 만물을 깨닫는 이치는 어디서든 배울 수 있다.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증자는 매일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세 가지 이상으로 자신의 인생을 반성했다. 첫 번째 질문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도모하면서 충실하지 않았는가?'는 자신의 일에 관한 것이다. 자신의 일에서 충실하다는 것은 바로 '전문성'을 뜻한다. '충실히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도모'하려면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몸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처한 문제를 고민하고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충실함을 바탕으로 '생각을 갖고 일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학업에서의 자세가 될 터이고 직장인에게는 업무 태도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친구와 사귀면서 믿음이 있지 않았는가?', 즉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다. 인간관계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기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 질문은 '전수한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이다. 이는 배우고 제때 익히는 것을 말하기도 하고 스승으로서 자기 반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가르치기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3장에서는 '나 자신을 위한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중 하나는 '실수를 만천하에 드러내라'는 부분이 있다. 


子曰: "已矣乎! 吾未見能見其過而內自訟者也."


살다보면 누구나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른다. 그런데 이것을 처리하는 방식은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아주 낮은 수준의 대처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는 것이다. 늘 남 탓을 한다. 두 번째 대처는 잘기 잘못은 '인지'하지만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 잘못인건 알지만 다른 사람이 지적하는 것 참지 못하거나 마음 속으로는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것을 시인하지 않는다. 세 번째 대처는 자기잘못의 공론화이다. 즉 자기 잘못을 깨닫고 그것을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고백한다. 공자는 비판적 사고를 해야 하며 그것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을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내 생각이 과학적이고 공평한지, 논리적인지 의심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읽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공자의 삶과 지혜는 2500년 전의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나의 삶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많은 이들이 논어를 읽고 인생의 깨우침을 얻듯, 청소년들에게도 힘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