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협상법 - 인생의 승부처에서 삶을 승리로 이끄는 협상비법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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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협상의 정의는 '타결 의사를 가진 2명 또는 그 이상의 당사자 사이에 양방향 의사소통을 통하여 상호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의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과연 '타결 의사'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협상고수는 목표, 대안, 관계, 정보에 집중한다.

첫째, 내가 협상을 통해 얻고 싶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둘째,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게 만들 대안(제안 내용)과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의 대안(다른 선택 사항)을 미리 준비한다.

셋째, 상대방을 이해하고 가능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상대방이 나를 도와주려는 분위기를 만든다.

넷째, 협상 현안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수집하여 협상 주도권을 갖도록 한다. (p.6)

좋은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익에 집중해야 한다. 협상에서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는 협상의 주 목표, 즉 이익에 집중하지 않고 옆으로 새는 것이다. 이때의 '이익'은 '상호이익'을 말한다.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협상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하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 또한 협상 전략 중 하나이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이나 손실이 큰 경우, 개인이나 회사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반드시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

협상을 시작할 때는 상대방의 '입장'을 묻는 경우가 많다. '입장'은 '당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며 직접적으로 수면 위로 나타난 정보이다. 한편 '이익'은 협상을 통하여 실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며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p.67)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입장'이 아니라 '이익'이다.

바트나는 협상에서 대단히 중요하게 다루는 용어 중 하나이다. 바트나(BATNA)는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의 약자로 협상으로 합의할 수 없을 때, 협상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협상 바트나로는 교환, 강화, 절충, 양보, 포기로 나눌 수 있다. 교환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그에 상응하는 가치만큼을 받는 것이다. 강화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는 않지만 다른 방법으로 가치를 제공하는 것, 절충과 양보, 포기는 말 그대로의 의미이다. 이 중에서는 강화를 바트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내용은 비단 협상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모든 상황에서 응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협상 또한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계가 좋을수록 협상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올 수 있고, 핵심 가치가 충돌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과정이 중요하다. 협상 과정 외에 회사 생활에서도 신뢰는 중요하다. 존경과 신뢰는 평소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존경과 신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전문성'이다. 전문가들은 실전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 경험 또한 많다. 전문성만 있어서는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교양'이다. 물론 교양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이다.

이 책에는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미러링 기법도 소개한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호감을 보이는 사람과 같은 동작을 취한게 된다."는 찰스 호튼 쿨리의 '미러링 효과'이다. 행동, 언어, 태도, 패션, 기호 등이 서로 같아지면 일심이 된다고 한다. 의도적인 미러링조차도 일심을 자극한다고 하니 시도해봄직하다. 내가 미러링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상대가 나를 미러링 할 수 있도록 연출하는 것이 고수다.

효과적인 협상을 이끌기 위해서는 '문제 중심'이 아닌 '해결 중심'으로 대화의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 왜냐하면 문제의 원인보다 해결책을 공동으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협력적인 관계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협상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또하나의 용어가 있는데 '앵커링효과'이다. 닻내림 효과 또는 정박 효과라고도 하는데 첫 번째 제시된 가격이나 조건이 배의 정박 효과를 내어 협상 결과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항상 상대방이 먼저 제시해 주길 바라지 말고 가끔은 먼저 제안해보자.

이 외에도 책에서는 Good Boy & Bad Boy전략, 침묵기법, 박차고 나가기 전략, Foot In The Door & Door In The Face 테크닉, 쿠션화법, 플런칭 기법, 더블바인드 기법, 레드 헤링 기법, 살라미 전술, 기정사실 기법, 상대방 술수 간파 기법, ABCD 신뢰 모델 기법 등 실전 기술도 소개하고 있다.

'협상'이라는 단어가 나와는 관련 없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우리도 일상 생활에서 수많은 협상을 한다. 협상의 내용은 달라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기에 접근법은 같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비즈니스 상황을 전제로 한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간 관계 책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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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인문학 산책 - 7일에 완성하는 서양 고전의 모든 것
캐롤라인 타가트 지음, 서정원 옮김 / 프로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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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로 '그리스 로마'를 공부하겠지만, 인문학 관련 도서를 읽다 보면 '그리스 로마'를 알면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아는 것은 서양 인문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스 로마 인문학 산책'은 최근에 내가 읽고 있는 책에서 자꾸 만나게 되는 '그리스 로마'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윤기 선생님의 책을 꽤나 꼼꼼히 읽었는데 그걸 다 기억하고 있지는 않아서 다른 책에서 대뜸 신들의 이름이 나올 때 그들이 어떤 신이었는지 무엇을 상징하는 지가 바로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 책에 손이 간 듯하다.

일단, 결론을 말하자면 서양인문학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도움이 되겠다. 이 한 권의 책으로 그리스 로마를 다 이해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약간의 도움을 얻을 수는 있다.

 

1부에서는 서양 문화의 뿌리, 신화이야기를 다룬다. 그리스 로마의 신들의 가계도를 정리하고 주요 신들을 소개하며, 아홉 여신, 모이라이, 복수와 저주의 여신들, 고르곤, 하르피이아이,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와 같은 여성 혹은 괴물을 다룬다. 이어서 영웅들이 등장하는데 다양한 문화와 어휘 속에 남아 있다. 신화 속 인물들은 문학 곳곳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아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2부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를 다룬다. 2500년 전으로 거술러 올라가면 역사가 끝나고 신화가 시작되는 지점에 다다른다. 위대한 역사가인 헤로도토스는 과거의 사건들을 연구하고 검증한 최초의 인물이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고전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헤로도토스를 읽지 않았다'(p.68)고 말한다. 헤로도토스는 자신이 들은 것을 기록하면서, 그것을 믿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밝히거나 여기서 언급한 것은 내 눈으로 보았다라고 확실히 언급하기도 한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은 위대한 그리스인과 위대한 로마인을 비교한 23편의 수필로 구성되어 있다. 플루타르크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일화를 선택하기도 했는데, 이는 그의 글을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이와 함께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이야기하며 위대한 연설가 데모스테네스를 소개하기도 한다.

3부에서는 고대 로마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갈리아족, 로마공화국, 카르타고, 페니키아, 마리우스와 술라,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에 이어 로마의 황제들을 소개한다. 그 중에 라틴어 이름에 관한 간단한 지식 페이지가 흥미롭다. 그리스인들은 누구의 아들이라는 식으로 이름을 만들었다. 민주주의가 시작되자 이름에 지역을 포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귀족은 보통 세 개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 어머니가 부르는 개인의 이름, 씨족이나 부족, 대가족의 이름,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전해진 성씨와 같은 이름으로 신체적 특징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네 번째 이름은 개인적인 업적으로 표시하거나 입양을 나타내기 위해 추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4부에서는 휴머니즘을 담은 고전문학을 소개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 유명한 <일리아드>나 <오디세이>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호머는 고대그리스의 유일한 문학가가 아니었다. 이솝,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파네스 등이 있다. 고전극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시학>은 후기 유럽의 극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스의 극작품은 상당히 정해진 패턴을 따랐는데 코러스가 시작되고, 연극의 액션이 코러스의 해설과 함께 퍼진다. 연극은 항상 종교적인 배경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로마의 문학에서는 키케로, 오비디우스를 살펴봄직하다.

5부에서는 수학과 과학, 그리고 철학을 다룬다. 그 유명한 수학자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프톨레마이오스가 그들이다. 의학에서는 히포크라테스를 들 수 있고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마르쿠스 아울렐리우스의 이름만 들어도 아!! 하지 않는가.

6부에서는 화려한 건축과 예술, 고대스포츠를, 7부에서는 고전 언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단하게 살펴봤지만, 우리가 서양 인문학을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이 '그리스와 로마'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읽었던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도 반복해서 그리스의 신들이 나온다. 현대 문학에서도 그리스 신들과 그들의 이야기는 살아있다.

이 책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전문 지식을 깊이 있게 다뤄주지는 않는다. 서양인문학을 시작하기 전에 이 정도는 알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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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14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용들은 읽을 때는 아 하는데 읽고 나서 조금만 지나면 또 까먹고 다른 책 보면서 또 아! 하고 하여튼 늘 반복되어요. ㅎㅎ 이놈의 기억력이 정말.... 이책은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찾아보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

하양물감 2021-04-14 23:29   좋아요 0 | URL
음. 이 책은 그리 매력적인 책은 아니어서 곁에 둘 정도는 아니어요. 서양인문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정도는 될것같습니다~~

바람돌이 2021-04-15 00:29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보관함에서 확 뺄까요? ㅎㅎ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 - 대청 외교와 『열하일기』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 서가명강 시리즈 16
구범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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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시리즈로 기획된 도서가 한 권씩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인문학 도서를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할 때 서가명강 시리즈가 꽤 괜찮은 것 같다. 고전을 선택할 때 '세계문학시리즈'를 찾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의식적으로 역사, 과학, 인문 도서를 찾아서 읽는 편이지만 읽는 것만큼 이해도 잘 하고 있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잘 풀어서 설명해주는 책이 좋다. 『열하일기』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만큼 유명한 책이다. 고등학생 때 『열하일기』의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정확하게 내용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 번 자세히 읽어보겠다고 몇 권의 책을 구입하기도 했는데, 조금 읽다가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마침 이 책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을 읽고 나니 읽다 만 『열하일기』를 다시 읽어야겠다.



이 책의 제목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1780년'과 '열하'를 하나의 제목 안에 넣음으로써 이야기의 시공간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한다. 조선의 사신들이 중국을 여행하고 남긴 기록을 보통 '연행록'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연'은 '베이징'을 의미하므로 베이징을 다녀온 여행기라고 볼 수 있다. 연행록 중에서도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주 유명한데, 건륭제의 '칠순잔치'에 관한 내용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소중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열하일기』 속의 '열하 이야기'가 사실을 그대로 옮겨 적은 글이 아니라는 것과, 1780년을 분수령으로 조선과 청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선 후기 사신의 외교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책에서 우선 나는 몇 가지 단어를 정리할 수 있었다. "조선의 국왕은 1년에 몇 번씩이나 명나라에 사신을 파견하였는데, 이를 보통 조공이라고 부른다. 명의 황제는 비록 형식적이고 사후적인 행위이긴 했지만 조선의 국왕을 공식적으로 임명하였는데, 이를 책봉이라고 한다."(P.21)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조선과 청은 군신관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청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기념한 3대 명절, 즉 성절, 정단, 동지에 조선에서 파견한 사신은 절사로 통칭되었다. 이 세 가지 절사 외에 경조사나 기타 중요한 외교 사안이 발생했을 때 보내는 사신은 별사라고 한다. 절사든 별사든 조선의 사신은 국왕 명의로 작성하 표문을 지참하였는데, 이런 표문에는 응당 선물, 즉 예물이 뒤따라야 했다. 조공 사절이 가져가는 예물을 방물이라고 불렀다."(P.66)

건륭제는 10년에 한 번씩 만수절을 베이징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칠순 만수절 또한 베이징에서 기념하리라 예상하였다. 황제의 칠순은 청의 건국 이래 처음 맞이하는 경사였으며, 중국 역사 전체를 보아도 통일 이후 그 시점까지 고희의 경지에 이른 황제는 여섯 명 정도였다. 그런데 건륭제는 자신의 칠순 생일을 여느 생일과 다름 없이 보내고 싶다면서 고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말만 그렇게 했을 뿐 사실은 자신의 생일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건륭제가 칠순을 맞을 당시 조선의 왕은 정조였다. 정조는 건륭의 칠순을 그냥 넘기지 않고 '특별한 축하'를 하였다. 이전까지는 없던 일이었기에 '축하'를 위한 '진하표문'을 가져는 가되 분위기를 봐가면서 제출을 하기로 하였다. 절사로 간 조선의 사신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따라 결정을 바꾸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외교활동을 하였다. 보통 조공을 위해 사신들이 중국을 가거나 하면 조공으로 바쳐야 하는 방물의 전달만을 생각하기 쉽다. 우리에게 사신들이 실제로 한 일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데, 이 책을 통해 일부지만 사신들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3부에서는 절사로 갔던 박명원의 '봉불지사'소동을 다루고 있다. 이 내용은 학생 때 배우기도 했기에 기억에 있다. 다만 박지원이 『열하일기』에 이 사건을 해명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해놓았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열하일기』의 최대 특징은 역시 조선인이 직접 겪은 '열하 이야기'를 최초로, 그것도 빼어난 글솜씨로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일 것이다. 연행록 작품들은 대개 베이징에 다녀온 이야기였지만, 『열하일기』에는 제목이 표방한 대로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열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열하일기』 전체 분량의 30~40퍼센트가 직접 또는 간접의 열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박지원은 자신을 포함한 조선 사신 일행이 겪은 열하 이야기를 「태학유관록」, 「찰십륜포」, 「반선시말」, 「황교문답」, 「행재잡록」등에 집중적으로 펼쳐놓았다."(P.153)

이 중에서 「찰십륜포」에 묘사된 건륭과 판첸의 만남은 청과 티베트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에 특별한 가치를 인정 받아 많이 인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열하일기』는 박명원이 이끌었던 1780년 진하 특사의 활동에서 나온 산물이므로 당연히 박명원 일행의 사행활동을 이해해야 한다.

4부로 가면 박지원이 『열하일기』를 통해 박명원의 '봉물지사'를 어떻게 변호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박지원은 중국 예부의 거짓을 밝혀 적음으로써 박명원의 입장을 변호하기도 하고, 사건의 발생 시점을 교묘하게 섞어놓음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게 만든다. 대놓고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그의 책이 건륭과 판첸의 만남이라는 논쟁거리 외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지 않은가.

5부에서는 조선과 청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표면에 드러난 결과와는 달리 그 이면에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협상도 하고 정세도 바꾸는 것이 외교이다. 1780년의 열하는 조선과 청의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중요한 분수령이 된 곳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열하일기』는 문학작품으로서도 훌륭하지만 조선의 외교사를 보여주기도 하고, 위기에 처한 박명원을 변호하는 글로서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시 『열하일기』를 읽는다면 1780년 그 시기의 한국사를 떠올리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도서는 21세기북스의 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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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월든 : 숲속의 생활 - 185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전행선 옮김 / 더스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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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을 처음 읽었던 때가 생각난다.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었다. 수중에 가진 돈도 얼마 없었기에 여성전용 고시원의 방 하나를 빌려 들어갔다. 책상 하나와 내 몸 하나 누우면 몸을 돌리기도 불안했던 침대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도 그 책상 한 귀퉁이에 책을 한 권 두 권 쌓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월든'이다.

당시에 샀던 책을 제법 오래 갖고 다녔는데, 다시 읽으려고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분명 어딘가에 있겠지만, 찾다가 포기하고 새 책을 한 권 샀다. 같은 표지의 책이 보였지만, 똑같은 책 2권이 생기는 것보단 낫겠지 싶어 이 책을 선택하였다. 1854년 오리지널 초판본 디자인이란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이 책도 이름은 알지만 읽지 않은 사람이 더 많겠다 싶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 책을 쓸 당시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 숲속에 혼자 살았다. 그가 월든 호숫가로 간 목적은 돈을 들이지 않고 살기 위해서도, 대단한 희생을 치르며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개인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일은 형 존과의 추억을 글로 남기는 것이었다. 소로는 '집을 마련하고 나면, 농부는 그 집 때문에 더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가난해진다."(P.52)고 하였다. 이 문장을 읽는데 딱 지금의 현실과 어쩜 이리도 들어맞을까 싶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마침애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현대식 주택을 소유하거나 빌릴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해 보자. 문명의 발달과 함께 주택도 개선되었지만, 그곳에 거주하는 인간의 수준까지 똑같은 정도로 향상되지는 않았다."(P.53)

나는 아직 내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부동산'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많이 섞여버린 요즘, 내 집 하나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가 사는 곳이 곧 그의 신분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몇 십억 짜리 집에 사는 이들은 구입한 물건을 배달하는 사람들에게 단지 내에 차를 갖고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그들만의 세상에 우리는 없다. 아파트 브랜드와 평수가 우리를 규정짓는다. 소로의 말대로 집이 문명의 혜택을 받았다고 해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도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늘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하고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로는 "그런 집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그 집을 등껍질 삼아 사는 거주민의 삶이지, 집 자체의 독특함이 아니다"(P.72)라고 말한다.

소로의 숲 속 생활을 엿보는 것도 좋았지만, 직업 탓인지 관심사가 그러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독서'에 관해 쓴 글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고전은 인류의 생각을 담은 가장 고귀한 기록"(P.150)이라는 그는 "책은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조심스럽게 쓴 만큼 열심히 삼가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P.150)고 주장한다. "책은 세상의 소중한 재산이고 모든 세대와 민족에 속하는 유산이다."(P.152) 고전을 원어로 읽지 못하는 사람은 인류 역사에 관해 충분히 배울 수 없다. (P.153)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자를 읽을 줄 알거나, 남이 읽어주는 글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 그러나 책을 읽는 이는 삶을 더욱 유익하게 살아가며 지혜도 쌓여간다.

소로는 숲에서 지낸 첫 여름에 책을 읽지 못했다고 말한다. 노동의 참맛을 알아가던 그 여름은 몸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던 터다. 자기가 지은 집에서 이런 저런 방문자들을 맞이하며 숲 속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았다. 소로는 집을 사기 위해 빚을 지고 집값을 갚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안타깝다고 여겼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소로가 2020년대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추가: '월든'을 읽으면서 소로가 그리스 신화와 이야기들, 동서양의 고전이 이야기하는 가치들을 인용한 문장이 꽤 많다는 것을 알았다. 서양 인문학의 중심에 '그리스 신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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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창비세계문학 7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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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외래어 표기는 여전히 적응이 잘 되지 않아 '똘스또이'는 낯설다. 톨스토이의 작품은 '읽고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하지도 못했던' 중학생 때 읽었다. 그래서 늘 읽었다는 기억은 있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거의 떠올리지 못했다. 얼마 전에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읽었고, 이번에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었다.

"이반 일리치는 방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동료였고 그들 모두가 사랑했던 사람이다. (중략) 그가 사망하고 나면 알렉세예프가 그 자리에 임명될 것이고 알렉세예프 자리에는 빈니꼬프나 시따벨이 임명될 것이라는 설이 이미 나돌고 있었다. 사정이 이러했기 때문에 사무실에 모여 있던 이 고위급 인사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으로 인해 발생할 자신과 동료들의 자리 이동이나 승진에 대한 것이었다." (p.8~9)

이 장면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를 신문에서 읽은 그들 동료들의 생각으로, 소설의 서두를 장식한다.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면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며,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추모하기에 앞서 남은 자들의 삶을 걱정하거나나에게 닥쳐올 변화에 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리게 된다. 1800년대의 그들과 지금의 내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

동료의 죽음을 듣고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직장 내 보직 이동 밖에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죽은 이가 자신이 아니라 '그'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그리고 예의상 추도식에 참석해서 미망인을 위로하고 귀찮지만 인사는 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이반 일리치의 부인도 장례를 치르며 남편의 동료들을 상대하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갈 일에 대해 이것 저것 준비를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 대성통곡을 하며 쓰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 익히 아는 장례식장의 풍경을 떠올려보라. 그들이 죽은 이반 일리치를 생각하며 울지 않는다고 욕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죽은 이의 보험 처리를 하고, 재산을 분할하며 남은 자들의 삶을 챙긴다.

소설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알린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동료들은 '귀찮지만' 예의상 추도식에 참석하고, 아내와 딸은 그가 남긴 재산과 더 받을 것이 없는지만 생각한다. 이반 일리치는 어떤 삶을 살아 온 사람일까?

이반 일리치는 항소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중 4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삶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었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지극히 끔찍한 것이었다고.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인정되는 한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는 착실하게 근무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졌고 모든 일을 수준 높고 절도있게 수행했기 때문에 그를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도 없었다.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고 예의 바르게 처신했기 때문에 모두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결혼도 평생 그렇게 해왓던 것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진행하였다. "쁘라스꼬비야 표도로브나와 같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어 자만심이 채워졌고, 동시에 고위층 사람들이 옳다고 하는 일을 행한다는 생각이 들었기"(p.31) 때문에 결혼을 하였다.

이반 일리치에게 가정은 갖춰야 할 조건이었다. 사랑이 없는 아내와의 관계는 당연히 삐걱댈 수 밖에 없는데, 그는 가정을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갔다. 아내가 매달릴수록 이반 일리치는 생활의 중심을 자신의 직무로 옮겨갔다. 이반 일리치에게 가정은 '남들이 보기에 겉으로나마 품격을 잘 지키는 것'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이쯤 되니 이반 일리치의 아내가 장례를 치르며 슬퍼하기보다 현실적 문제를 더 고민했던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이기에 모든 것을 용서해야 한다거나 고통을 감내하면서 받아줄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가정보다 일을 중시하는 것이 워커홀릭이어서가 아니라 가정이나 아내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녀'를 더 응원하게 된다.

이반 일리치는 "혼자 있으면 견딜 수 없이 끔찍하게 외롭고, 누군가를 부르자니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면 상태가 더욱 악화된다는 것"(p.89)을 잘 알고 있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통증보다 혼자라는 끔찍한 외로움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죽음' 앞에 서면 '더 살고 싶어질까?'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나는 3년 전 암 수술을 하였다. 암이라는 것이 워낙 '죽음'과 가까운 병이어서 나 또한 그것에 관해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만약 죽는다면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아주 어리지 않다는 것에 안도했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만큼 의료보험 덕을 볼 수 있다는 것에도 안도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아, 내가 '삶'이라는 것에 그렇게 미련이 있는 사람은 아니구나. 그저 살아있는 동안에 보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해야겠구나.

이반 일리치는 죽음 직전에야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죽음의 순간이 온다. '고통' 없는 죽음이라는 것이 있겠나마는, 그래도 나는 이 한 세상 잘 살다 간다고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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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14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하양물감님 그런 일도 있으셧군요. 잘 견디고 이겨내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죽음앞에서 어떨지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인간 대부분의 죽음이 저렇지 않을까 싶어 씁쓸하네요. 톨스토이 같은 대가가 그려낸 죽음의 진실 같기도 하구요.

하양물감 2021-04-11 23:16   좋아요 0 | URL
누가 알 수 있겠어요? 죽음이 나에게 닥치지 않는 이상 뭐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