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책 - 세미나 시작부터 발제문 쓰기까지, 인문학공부 함께하기
정승연 지음 / 봄날의박씨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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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몇 가지 동기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의 나의 관심사가 인문학과 경제경영서(자기계발서)로 옮겨가고 있어서

관련된 책을 보면 덮어놓고 사고 본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다.

특히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세미나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발제문과 정리글을 쓰는 방법을

상세하고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나는 8~9년에 걸쳐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는데,

그동안 여러가지 방법으로 함께 읽기를 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그림책 읽기로 가볍게 시작했던 모임이 이제는 인문학 도서나 고전을 읽고 있다.

오래된 모임이 그러하듯,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에서

'세미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문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정작 많은 인문학자들은 '경쟁'에서 빠져 나오라고 가르친다.

'부자'보다는 '절제'를, 마음껏 분출하는 '욕망'보다는 진짜 '욕망'을 찾으라고 한다.

그러므로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의 기준으로 보자면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창의적인 낙오자'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 공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른 관점'의 획득이다.


이 책은 인문학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내용과 함께

'세미나'를 하나의 방법으로 소개한다.

세미나는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여 배우는 방법을 말한다.

세미나를 통해 배움을 수평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배움의 수평적 공유'가 잘 되려면, 참가자 개개인이 세미나 준비를 성실하게 해와야 합니다. 그래야 세미나 모임이 '남(준비를 해온 사람)'의 이야기 듣는 모임'이 되는 걸 피할 수 있습니다. 또 세미나 과정 속에서 한마디라도 더 말하려는 적극성도 필요합니다. 그 두 가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세미나'가 갖는 가치가 확연하게 떨어지고 맙니다. 그럴 것이, '남의 이야기 듣는 모임'이라면 검증된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편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P.25)


우리가 독서 모임을 하면서도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을

읽지 않고 참석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 그 대책을 세워야했다.

저자는 세미나는 미리 읽어온 책(또는 그에 상응하는 자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읽은 텍스트의 문장, 문단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용은 정합적인지,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단지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적인지, 그 텍스트가 현재 시점에서 어떤 의미나 시사점을 주는지, 그로부터 내가 느낀 바는 무엇인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다른 참가자와 나의 생각이나 느낌 사이의 차이를 발견하게 되고, 그 차이를 어떻게 해소할지, 남겨 둘지, 차이를 남긴 채로 어떤 또다른 의미를 생산할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합니다."(p.26)


저자는 인문학 공부에 왜 세미나라는 형식이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세미나 모임에서 할 말을 준비하려면 미리 책을 읽어야 하고,

발제를 맡았다면 발제문도 준비해야 하니 텍스트를 읽어야 한다.

이것이 오래 지속되면 '나'는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인생도 변화한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고,

자주 하는 일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날마다 시간을 내어 공부를 하기에 삶이 달라진다.

그리고 여러 사람과 함께 책을 읽다보면 읽기의 밀도가 높아진다.

혼자서 책을 읽다보면 독서의 권태기가 찾아오는 때가 있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읽고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독서의 권태기가 오는 확률이 낮아진다.

그리고 정해 놓은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과정도 거치게 된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

공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는 그냥 친구보다 훨씬 탄탄한 관계가 된다.


그렇다면 세미나는 독서 모임과는 어떻게 다른가?


"대부분의 '독서 모임'이 '독서'에 방점이 찍혀 있는 데 반해, '세미나'는 '공부'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독서 모임'은 말 그대로 책 한 권을 완독해 내는 데 목표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세미나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고 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책읽기' 그 자체보다 그 책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p.59)


독서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책과 관련된 동호회 활동'을 하러 오는 느낌이 강하다면

세미나는 학생의 마음으로 참가한다.

세미나에서는 '함께-공부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세미나의 전 단계로 독서 모임을 한다면 세미나의 내용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

세미나는 발제와 토론, 강독과 요약, 정리문 쓰기 등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열의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세미나의 시작은 내가 세미나에 참여하기로 한 순간부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는 세미나에서 읽기로 한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이다.

세미나를 한다는 건 그동안 읽어온 책을 텍스트로 바꾸는 것이고

독자였던 자신을 해석자로 바꾸는 능동적 읽기이다.

'읽기'가 막히면 '쓰기'가 막히고 '말'도 막힌다.


막힌 읽기를 뚫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읽기의 잔기술로

여러 번 소리내어 읽기, 마음에 드는 문장 찾아내기, 따라서 써 보기를 소개한다.

즉, 세미나 과정 속의 읽기는 말하기와 쓰기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읽기의 큰기술! 즉 읽기를 원활하게 하는 기술은 다음과 같다.

목차외우기, 여러 판본을 동시에 읽어가기, 평소에 책 읽어두기.

결국 읽기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 되는 셈이므로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다음은 세미나에서의 쓰기.

발제문은 세미나를 한다면 무조건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발제란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질문 던지기를 위한 글쓰기이다.

발제문을 통해 이끌어내야 하는 것은 말하기이다.

질문을 던지는 이유 또한 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이다.

이 책에서는 질문을 만들고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으로 발제문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이 모든 읽기와 쓰기 과정을 거친 다음에는 말하기에 집중한다.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하게도' '듣기'이다.

결국 세미나를 통해 인문학을 공부하면

'나'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전하는 바는 바로 그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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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리더 - 조직을 움직이는 22가지 실용기술
신경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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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회사가 인사 영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목표설정의 구조화, 두 번째는 평가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싱행방안이다. 조직이 추구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설정과 함께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 보상이 제대로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사 체계와 전략이 있어도 어려움에 봉착하는 기업을 보고 전략이나 제도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 고민하였고 그것이 '사람의 마음'임을 알게 되었다고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기본으로 '육성, 팀워크, 관리, 성과'라는 테마를 도출한다.

1. 멤버 육성: 팀원이 팀장, 임원으로 승진하였을 때 가장 빨리 적응해야 하는 것이 업무 이관에 따른 권한 이양이다. 최악의 리더는 승진하기 이전의 일을 그대로 안고 가는 시람들이다. 플레이어는 나의 힘으로 100을 완성하는 사람이지만, 리더는 멤버들의 힘으로 100을 만드는 사람이다. 따라서 리더는 멤버들이 100을 만들 수 있도록 그들의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p.8) 저자는 리더로서의 역할 인식과 뒤처진 멤버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2. 팀워크 향상: 성과는 개인이 아니라 팀이 내는 것이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그 조직을 떠나서 다른 조직으로 옮겨가게 되었을 때, 계속해서 과거의 실력을 발휘하게 될 확률은 5%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음으로 양으로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회사생활이다. 때문에 조직은 양질의 인성과 태도를 가진 사람들로 채워져야 한다. 조직 분위기도 바이러스와 같아서 악성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p.8~9)

3. 위기관리: 우리가 리더의 위기 관리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이런 갑작스러운 사건사고에 대해 리더가 어떻게 초기대응을 하느냐가 회사의 운명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스마트한 리더의 현명한 초기대응은 조직을 다시 살리지만, 멍청한 리더의 부실한 대응은 조직을 순식간에 훅 가게 만든다. (p.9~10)

4. 성과관리: 리더십을 포함한 조직의 모든 활동은 결국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멤버들에 대한 육성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 팀 내부의 단합이나 협동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 조직에 예상치 않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자세와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는 이유는 모두 결과적으로 팀의 성과, 나아가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p.10)

5. 지속적인 성장: 리더십과 조직문화이다. 조직문화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분위기 개선 운동이라고 본다면, 리더십은 위로부터 이를 지지해주고 응원해가는 이미지다. (p.11)

이 책은 1~4까지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를 통해 어떻게 리더십을 함양하고, 조직문화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사총무 파트 뿐만 아니라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에 관여하고 있거나 앞으로 그런 일을 하고자 한다면 알아야 할 내용이 아닐까.

Part 1 멤버 육성

1. 관리보다 교감이 우선이다

리더십은 조직의 발달 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초기에는 상황 판단력이 중요하지만 일정의 시간이 지나면 '공감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본인의 성향을 확인하여 보는 것이 필요하다.

2. 회사는 단지 일만 하는 곳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꽤 높아졌었다. 업무 외 소모적인 시간을 쓰지 않아서 성과적인 측면에서 나았기도 하고, 출퇴근 시간의 신체적 피로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어나는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을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젊은 직원들은 배울 기회를 놓치고 있거나,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회사에 대한 애정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럿이 함께 한다는 것은 배움이나 조직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3. 저성과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저성과자 문제의 원인과 관련하여 사람들은 역량/자질 부족과 같은 본인의 문제를 많이 꼽는다. 약간 다른 특이점이 있다면 직무의 미스매칭과 같은 조직의 문제가 은따 문제에 대한 답변에서는 그렇게 크게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성이 낮거나 높을 경우 참여 집단에 비해 왕따 집단의 조직공헌도는 현저하게 하락 되어 간다. 특히 특히 지위가 높거나 외부와의 관계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왕따를 당했을 때 조직 공헌에 대한 의욕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한다.

무관심이란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해 일체의 관심이나 애정을 갖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조직 내에서 외면을 받으면 무관심의 정도가 올라가고 동료들의 외면에 의해 불안 정서와 분노로 더욱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조직은 저성과자 문제를 그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4. 자존심만큼은 지켜주어야 한다

팀 전체를 대상으로 한 비난이나 지적은 나하고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는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는 개별적 비난은 자존감에 상처를 줄 뿐 실제적인 개선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동료를 비난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므로 문제가 있는 해당 직원만을 따로 불러 지적하는 것이 낫다.

5. 채용보다 안착이 더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있다. 아마도 인사 쪽 업무를 해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챕커에서 안착을 위한 6단계 프로세스를 소개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① 준비 - 과거를 잊고 새로운 일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② 학습 - 무엇을 배워야 할지, 누구에게 배워야 할지를 정확히 알려준다.

③ 상황 -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④ 관계 – 상사 관계, 기대 역할이 무엇인지를 세부적으로 알려준다.

⑤ 성공 - 장기적인 성공에 연계된 단기성공체험을 하게 지원한다.

⑥ 협력 – 사내 생활에 도움을 줄 만한 사내/외 그룹을 만들어 준다.

Part 2 팀워크 향상

팀워크는 조직이라면 다들 갖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아래와 같은 7가지를 근거로 팀워크 향상의 필요성과 함께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1. 조직은 분위기가 전부다

2. 정신적 거리 이전에 물리적 거리다

3. 신체적 접촉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4. 조직의 정서적 전이는 강하고 빠르다

5.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을 결정한다

6. 완벽한 팀은 동료를 대하는 모습이 다르다

7. 우리만의 의식은 동료애를 강화시킨다

Part 4 위기관리

위기관리는 리더의 덕목이다. 리더십이라 함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싶다. 이 장에서는 위기에 강한 리더가 되기를 주문한다. 리더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라고 한다. 멤버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되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조직을 이동시켜야 한다. 또한 팀과 팀의 교류를 늘려 불필요한 갈등구조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라고 주문한다.

Part 4 성과관리

마지막으로 성과관리이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공감하는 능력이며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집단의 성과에 자신의 기여 수준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보상에 있어서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신뢰=결과-약속이라고 말한다. 최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공정성이 무너졌다고 여겨질 수 있다. 약속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이 책은 실무적인 면에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용이 명확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단시간에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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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 - 카이사르에서 콘스탄티누스까지, 제국의 운명을 바꾼 리더들 서가명강 시리즈 20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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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협찬 받은 도서를 읽고 쓴 글입니다.

서가명강 시리즈 20번째 책.

로마를 다룬 책을 꽤 많이 읽었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이름이 어려워서이기도 하고, 남의 나라 역사를 줄줄 외운다는 것이 쉽지 않아서기도 하다.

그래도 몇 권 읽다 보니 이제는 등장인물(?)에서 낯설음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번에 읽은 이 책은, 로마라는 제국의 운명을 바꾼 리더 4명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디오클레티아누스, 콘스탄티누스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역사 이야기지만, 리더십을 다룬 도서로 봐도 무방한 이유다.

리더 한 사람으로 인해 나라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훌륭한 리더는 그 자신에게도, 국민에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로마의 역사가 말해 준다.

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 p.10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로 우리에게 익숙한 카이사르를 먼저 살펴보자. 이 말은 카이사르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너 이탈리아로 갈 때 병사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원래 그리스 희극 작가 메난드로스의 작품과 플루타코스의 영웅전에도 나오는 말이다. 카이사르는 던져진 주사위처럼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의외로 우리는 카이사르의 말을 몇 가지 더 알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이고 또 하나는 '브루투스 너마저'이다. 그가 남긴 말이 우리가 자주 쓰거나 볼 수 있는 문장이라는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카이사르의 풀네임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이고 '줄리어스 시저'는 카이사르의 영어식 이름이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을 때 신들의 이름이 다르게 읽히는 것과도 같다. 가이우스는 이름이고 율리우스는 성에 해당하며 카이사르는 가문명이다. 율리우스는 우리 식으로 하자면 '경주김씨'인지 '광산 김씨'인지 구분할 수 있다. 이런 설명은 '솔직히 뭔지 잘 모르겠는데 물어보기에는 부끄러운'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찰떡 설명이다. '카이사르'는 코끼리라는 뜻의 카르타고어 'caesai'에서 유래한 것으로 카이사르가 발행한 은화에는 코끼리가 있다.

카이사르의 시대가 열리면서 그가 내건 구호는 '클레멘티아', 즉 '관용'이었다. "폼페이우스는 공화정을 위해 카이사르를 상대로 싸우지 않은 사람을 적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지만, 카이사르는 자기에게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은 사람을 자기편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p.53 또한 개혁을 통해 로마의 재건을 약속했는데 그중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태양력이다. 로마달력은 카이사르의 씨족 이름을 근거로 율리우스력이라 불리는데 16세기 들어서여 수정되어 그레고리우스력으로 바뀐다.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롱기누스는 배신자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지만 오늘날에는 독재 타도의 관점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카이사르는 정치가로서는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로 평가받지만 권력욕에서 해방되지 못한 독재자로 평가받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위대한 정치 지도자로, 누군가에게는 폭군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어느 한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관점과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이유기도 하다. 역사 속에서도 시대의 흐름이나 그 시대의 가치에 따라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는 것을 우리도 익히 알고 있다. 지금의 선택이 언제나 최선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장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잊어서는 안된다.

팍스 로마나의 서막을 연 로마의 초대 황제는 아우구스투스이다. 팍스 로마나는 기원전 1세기 말 아우구스투스가 내전을 수습하고 제정을 수립한 때로부터 약 200년간의 안정된 시기를 말한다.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의 유언장에 이름을 올린 옥타비아누스이다. 불과 19세의 나이에 카이사르의 죽음으로 갑자기 후계자가 된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 레피두스 등과도 싸워야했다. 그러나 카이사르를 죽인 자들에 대한 복수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제2차 삼두정치가 등장한다. 제1차 삼두정치에서는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가, 제2차 산두정치에서는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가 주축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후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와 손을 잡았고 옥타비아누스와의 경쟁을 펼쳤지만 악티움해전에서 옥타비아누스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와 달리 원로원과 로마 인민에게 국가를 이양한다고 선포를 한다. 그러자 원로원은 옥타비아누스에게 '존엄한 자'라는 뜻의 '아우구스투스'라는 새로운 칭호를 제안하였고 이는 이후 로마 황제를 뜻하는 호칭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과 땅이 있었다. 개인 재산이 많다보니 나랏일에 자신의 돈을 아낌없이 썯아붓기도 하였다. 저자는 이 점을 오늘날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공금을 제 돈인양 써대는 것과 비교한다.

나는, 아우구스투스가 개인 재산이 많아서 나랏일에 돈을 썼다기보다 인간성 자체가 돈에 물욕이 없고 써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국민으로부터 나온 정치권력과 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할 지는 알아서들 판단하길 바란다.

아우구스투스의 평소 죄우명은 '천천히 서둘러라'였다고 한다. 제2차 삼두정치의 최후의 승자이면서 내전이 재현되지 않도록 애쓴 탁월한 군주였다고 평가받는다. 이 평가 역시 고정된 것은 아니기에 어떤 관점, 어떤 가치에 따라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의 정치적 행동이 어떤 평가를 받든지 간에 그가 로마 인민을 위해 일했다면 그것만큼은 변함없이 기억될 것이다.

다음은 디오클레티아누스이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위기에 처한 로마제국을 구하고 로마의 새로운 시대를 연 황제로 평가받는다. 그의 초기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그의 조상은 노예였다. 그러나 그는 전제정을 확립하고 4제 통치 체제를 창안하여 로마의 안정을 꾀하였다. 로마제국은 로마 본토 출신만이 황제 자리를 독점하지 않았다. 능력만 있다면 제국의 어디 출신이라도 황제가 될 수 있었다. 저자는 이것이 로마의 힘이라고 말한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아우구스투스와 달리 원로원의 권위를 무시하였다. 군대와 정부 행정 기구를 강화해 황제권 체제를 유지하였다. 화폐재도를 개혁하고 세제를 개편하여 경제적 안정을 꾀했지만 물가상승과 인플레이션은 막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 상황과도 비교가 가능할 것 같다. 미친듯이 치솟았던 부동산 가격을 잡느냐 못잡느냐 하는 것으로 지금의 정부를 평가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코로나로 인해 방역 성과를 놓고도 여러 가지 평가를 해댄다. 어느 것이든 후대에 다시 재평가되겠지만, 기본은 이 역시도 '국민'을 먼저 생각했는가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종교박해를 통해 폭군의 이미지가 크지만, 죽기 전에 스스로 황제 자리에서 물러난 특별한 사례를 남기기도 하였다. 종교 박해는 민감한 사안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



네 번째황제는 콘스탄티누스이다. 콘스탄티누스는 그리스도교를 정책으로 삼았던 황제이다. 그리고 수도를 옮겨 콘스탄티노폴리스를 건설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리스도교에 대한 관심이 적어서 흥미가 조금 떨어지는 황제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 네명의 황제를 다루면서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는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짐을 이야기한다. 리더 개인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국가가 망하기도 하고 흥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국가의 이미지는 그 어느때보다 최고조를 향해 달리고 있는데 정치인들의 생각과 행동은 그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고 정치를 맛보고 나면 다들 왜 그렇게 똑같아 지는지. 물론 이 모든 것도 후대의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지금의 잣대가 가장 정확하고 공평한 잣대는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사람을 좀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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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스트 -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 EBS CLASS ⓔ
유영만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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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강조되는 시대를 살면서 철학을 만난다. 어렵고 난해하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부러 외면하게 되긴 하지만 우리 삶의 모든영역에서 '철학'을 만나게 된다. 철학의 과제는 개념 창조에 있다고 말했던 들뢰즈의 말처럼 수많은 철학자들은 각자의 '개념'을 만들어왔다.

사람은 '개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개념만큼 세상을 보고, '개념'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을 보는 관점도 바뀌지 않습니다.

아이러니스트 P.9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철학자를 사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리고 내 삶에 사유를 투영하여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리처드 로티는 기존의 문법을 파기하고 자기만의 언어 사용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다르게 만들어가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이르러 아이러니스트라고 불렀다. 즉 아이러니를 의도적으로 창조하는 사람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관성적으로 움직이려는 삶을 버리고 나다운 삶을 위해 결단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이 책에는 열 두명의 철학자가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 존 듀이, 프리드리히 니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마이클 폴라니, 질 들뢰즈, 움베르트 마투라나, 미셸 푸코, 리처드 로티, 자크 데리다, 조지 레이코프, 브뤼노 라투르가 바로 그들이다. 익숙한 이름도 보이고 낯선 이름도 보인다.

지식으로 지시하지 말고 지혜로 지휘하는 방법: 아리스트텔레스의 실천적 지혜

몇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시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왔지만, 과연 그런 날이 올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다면, 지금은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어느새 우리 삶에 쑥 들어와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아리스토텔레스'를 소환해내다니.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실천적 지혜는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신천인지를 숙고하고 이 상황에적절한 대응을 취하는 자세를 말한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는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능력, 타인의 아픔을 가슴으로 생각하는 능력(감수성), 이연연상의 상상력, 그리고 현실 구현의 실천력을 말한다. 질문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이 변해야 하고, 공감능력을 키우면 상상력도 키울 수 있다.

가장 와 닿았던 철학자는 비트겐슈타인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관심사의 영향이기도 하다. 언어가 틀에 박히면 생각도 틀에 박힌다.

언어적 해상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상응하는 적확한 단어를 선정해서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휘력이 짧은 사람은 감정 표현에 동원할 수 있는 단어가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쓴 글을 봐도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알 길이 없습니다. 언어의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은 여러 분야의 책을 편식 없이 읽고 적확한 개념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아름다운 문장을 많이 만나는 것입니다.

P.117

한국어처럼 의도를 함축적인 언어로 우회해서 표현하는 고맥락 문화에서는 본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은연중에 드러내서 상대방이 알아서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표현이 많다. 그래서 어떤 말이 왜 여기서 사용되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소통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대체로 세상의 변화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위깊게 관찰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사고의 한계를 규정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언어경작이 필요하다.

질 들뢰즈에 의하면 사건은 반복할 때마다 이전과 다른 차이를 드러내며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모든 현상은 낯선 의미, 낯선 기호를 품고 있다. 들뢰즈가 말하는 기호는 나한테 색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모든 현상이다. 낯선 기호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전과 동일한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 우리가 공부하는 과정은 나한테 다가오는 낯선 기호를 해석하는 과정이다. 기호를 품고 있는 사건은 '아장스망'일 때 발생한다. 아장스망은 기존 사물의 낯선 조합과 우연한 마주침으로 형성된 낯선 환경을 말한다. 전문가일수록 낯선 사람과 마주치는 기회보다 깊이 있는 분야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동일성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아장스망을 마주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만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 전공에서 느끼지 못했던 깨움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장스망일 때 가능하다.

조지 레이코프의 체험적 은유법은 체험해보지 않으면 사유는 멈춘다고 말한다. 레이코프에 의하면 은유를 바꾸면 부정적 사고방식이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바뀌고, 은유가 바뀌지 않으면 사유는 틀에 박힌대로 움직인다. 은유의 핵심은 겉으로 보기에는 닮지 않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닮은 점을 포착해내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방법은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거나 기좀 개념에 담긴 나의 신념을 바꿔서 재정의하는 것이다. 비유는 막힌 사유를 뚫어주는 치유라고 한다.(P.343) 나만의 독창적인 비유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한 권을 읽었을뿐인데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인생 제2막을 시작하는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인문학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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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 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속 명언 320가지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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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 속 명언 320가지,

유독 지친 날, 한 줄기 위로가 되어주는 동화 속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계몽사에서 나온 소년소녀세계명작 같은 전집을 집에 들여놓기가 바쁘게 바깥놀이도 하지 않고 책을 읽어대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기도 했다. 그림책을 읽은 기억은 거의 없고 동화책을 읽은 기억은 많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동화는 모두 25편. 그 중에 몇 권을 제외하고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르게 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내 또래 독자라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감동을 받거나 마음에 위로를 느끼는 인물의 대사나 작가의 메시지는 독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을 읽지 않아도' 멋진 문장이나 챙겨야겠다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어떤 맥락과 어떤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원작을 찾아보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또 저자는 좋은 문장이라고 뽑았지만 나는 '전혀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문장도 당연히 있다. 어쩌면 이 책은,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쓰윽 훑어보는 느낌으로 읽어도 괜찮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첫 책은 E.B.화이트의 '샬롯의 거미줄'이다. 아이들 독서 수업 때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친구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오랜 시간을 들여 우정을 쌓은 소중한 친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를 보자. 틸틸과 미틸의 이야기로 기억되는 책이지만, 작가의 이름은 낯설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벨상을 받은 작가이다). "단지 네가 그걸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거지... 앞으로는 우리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어. 그러면 더 고귀하고 고상한 행복들을 만나게 될거야."

J.M.데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랜지나무'를 중학교 2학년 때 읽었다. 무려 35년 전 이야기다. 그때는 여섯 살짜리 제제와 밍기뉴의 이야기가 마음을 끌었다면, 지금은 제제와 친구가 되어주었던 뽀루뚜가 아저씨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괴로움을 견디고 기운을 내는 데는 맑은 날이 더 좋잖아요. 슬픈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가 주인공인 것처럼 씩씩하게 고통을 이겨내는 상상을 하는 건 재미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겪는 건 별로예요." 아, 정말 이런 말은 '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다. "또 다른 걱정거리들이 생길 거예요. 항상 골치 아픈 일들은 새롭게 일어나니까요. 한 가지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이어지죠. 나이를 먹으니 생각할 것도, 결정해야 할 일도 많아져요. 뭐가 옳은지 곰곰이 생각하고 결정하느라 늘 바빠요. 어른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한국 작가가 쓴 동화가 있었으면 했는데,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과 정채봉의 '오세암', 이현의 '푸른사자 와니니', 루리의 '긴긴 밤'이 보인다.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은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좋은 캐릭터였다.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 그래서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는 게 잎사귀니까. 잎싹도 아카시아 나무의 그 잎사귀처럼 뭔가를 하고 싶었다."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읽었던 책을 다시 한 번 리뷰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이 책들을 읽지 못했다면(아마도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책도 있을 것) 지금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때의 감성과는 달라진 내게 이 책들도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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