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지식재산권으로 평생 돈 벌기 - n잡러시대 방구석에서 창업하기
남궁용훈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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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돈벌기....와 같은 제목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돈'과는 상관없이 살아도 될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 생각 안하고 살아도 될만큼 고고하지도 않다. 취향의 차이라고 할까? 어차피 자기계발서 혹은 경제경영서들이 '돈 벌기'를 도와주거나 목적으로 하는 책일텐데... 하여튼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 하나 '특허와 지식재산권'에 대해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나의 업무는 아니지만, 상표권 분쟁이 있었고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터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두 아들과 함께 여러 도전을 하고 있고, 특허와 지식재산권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발명대회 등에도 참가하며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시대는 변혁의 시대로 정해진 길로 가지 않아도 자신의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한, 기술혁신이 나라의 미래를 담보하기에 도전하는 청년과 지원자들을 정부지원사업으로 돕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도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프로롤그 p.11


저자는 특히 젊은 세대의 친구들에게 이것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사실 월급생활자로서 사는 삶이 힘든 것은 모두 알고 있다. 그나마 정규직으로 사는 사람들은 조금 낫겠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세대들이 아니던가. 나 역시 잘 나가는(^^) 책 한권 써서 저작권으로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일하지 않아도 꼬박꼬박 들어오는 수입 말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알고보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스스로 조사하고 스스로 하다보면 느리게 갈 수밖에 없다. 


저자가 알려주는 특허와 지식재산권에 대한 정보, 출원부터 실제 사업에 적용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내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행동하여 먼저 움직이고, 또 법적으로도 권리를 따져놓아야 '수익' 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허'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말이 가장 남는다. 


제1장에서 소개하는 특허와 지식재산권으로 인생역전을 이룬 사람들은 특허와 지식재산권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사업이 될 수 있는지 동기를 부여해주는 소재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서 발전시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애쓴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제2장에서는 아이디어를 발명으로 이어지게 하고, 그 아이템을 비즈니스로 안착시키는 과정을 설명한다. 발명에도 '선행기술조사'가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논문을 쓸 때도 '선행 연구 조사'를 가장 먼저 하는 것과 같다. 


제3장에서는 지식산업설계도를 그리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특허제도를 설명한다. 특허는 산업재산권 중 하나이다.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도 특허를 몇 개 가지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사실 이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꽤 유용하다. 지식재산권에는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이 포함된다. 그동안 나는 저작권에 대해서만 일부 알고 있는 정도였는데, 이 책을 통해 '산업재산권'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회사 기술부에서는 늘 이 부분을 신경쓰고 있다. 산업재산권에는 특허와 실용신안, 그리고 상표 디자인 등이 포함된다. 특허는 특허청에서 소관한다. 특허청에서는 산업재산권과 부정걍쟁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 반도체집적회로 배치 설계 보호 등을 관리한다고 한다. 특허의 목적은 '내 기술을 지키기 위한'것인줄 알았더니 '기술 공개를 통한 산업발전'이라고 한다. 이런~~ 나의 좁은 소견이 민망해졌다. 이 장에서는 특허 등록 요건인 산업상 이용 가능성, 신규선, 진보성 등을 설명한다.


제4장에서는 특허를 지키고 지식산업설계도를 완성하기 위한 다른 제도들을 소개한다. 실용신안의 보호 기간은 10년, 특허의 보호 기간은 20년이기 때문에 같은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면 권리의 보장 기간이 길고 넓은 특허가 더 낫다. 하지만 특허의 등록여건을 만족하기가 어려울 것 같으면 실용신안으로 등록 받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특허와 거의 동일한데 실용신안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제도는 미국에는 없다고 한다. 이 법은 빠른 경제성장을 목표로 했던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허가 되지는 않지만 산업화를 할 수 잇는 아까운 지식들을 보호하고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중국에 진출하고 싶다면 특허보다 실용신안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신지식재산권은 특허로 등록되지 않아도 나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권리이다. 부정경쟁을 방지하고 영업 비밀 보호를 위한 법률이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특허와 지식재산권을 상품화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직무와 관련하여 종업원이 발명한 것을 직무발명이라고 한다. 그 외의 것은 자유발명이다. 직무발명은 종원원의 사기 증진과 특허 출원 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세제혜택과 직무발명 보상 우수기업 인증 시 혜택도 많다. 직무 발명에 대한 보상금에 대한 내용은 처음 접하는 것이라 도움이 되었다. 회사의 업무에 꼭 필요한 내용인 것 같다. 직무발명제도는 발명가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중국은 지식재산권보호를 더 강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정부지원을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창업이라는 높은 산을 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어렵기 마련이다. 이런 길라잡이 같은 책들이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지식재산권' 관리를 위한 기초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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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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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2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다가 이번에 동아리 모임 도서로 선정되어서 읽게 되었다. 도서관에도 '불편한 편의점2' 있냐고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구입해놓았다. 앞선 '불편한 편의점'에서 독고씨의 마지막 행선지가 조금 아쉬웠는데, 이번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였다. 


불편한 편의점 2는 코로나 시국이 때로는 배경처럼, 때로는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그렇게 등장한다. 문학 뿐만 아니라 많은 미디어와 예술계가 코로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있을까? 앞으로 당분간은 펜데믹 상황을 배경이나 사건으로 상정하는 작품이 나올 것이다.



정 군의 용건이 퇴사는 아니었지만 선숙은 또 한 번 스트레스를 받아야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제저녁 한 사내가 찾아와 야간 알바로 일하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점장님이 계신 낮에 다시 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왜 내 번호로 연락을 하라고 하지않았냐고 선숙이 묻자, 정 군이 황당한 답을 내놓았다.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흥분한 나머지 선숙은 지금 야간알바 다급한 걸 모르냐? 내 전화번호 알려주는 게 모슨 힘든 일이라고 그거 하나 못하냐? 마구 쏘아붙였다. 이에 정군이 당황해하며 자기는 점장님 쉬는 시간에 전화받기 싫어하실 것 같아 안 알렸다고 답했다. 거짓말이다. 그냥 귀찮았을 뿐이다. 무신경하고 관심이 없을 뿐이다. 일하는 가게에 문제가 생겨도 동료가 곤란해져도 자기 시급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p.33~34) 


이 페이지를 읽는데,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훅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선숙 점장의 마음이 읽혔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저런 성향이 강한 것 같다. 물론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요즘 젊은 것들이란 그랬다고 한다. 라떼는~~을 시전하지 않더라도 세대차이를 저런 태도와 성향에서 직면하게 된다.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직장에서 업무를 하다 불쑥 불쑥 예고없이 들어오는 문장이다. 업무분장표에 적혀있지 않으면 '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일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세트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있고, 또 어떤 일은 '내 일은 아니지'만 내가 하면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더라.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더라고."


"음...."


"여기서 잘하는 일은 특기야. 하고 싶은 일은 꿈이고.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직업이라고 하자. 이것에 모두 해당하는 교집합이 있을 거란 말이야, 그 교집합을 찾으면 돼. 그러니까 특기가 꿈이고 그게 직업이 돼서 돈도 벌면 최곤거지."(143~144)


편의점에 전편의 독고와 비슷한 '홍금보'가 야간 알바를 하고 있다. 묘하게 독고와 닮아 있는 '홍금보'의 실체는 뒤에 가면 나온다. 편의점에 오는 동네 주민들은 홍금보와 옥수수수염차를 먹으며, 혹은 폐기 음식을 먹으며 다시 삶을 찾아간다. 홍금보는 어떤 사람일까? 민규가 편의점에서 투플러스원 상품을 사서 시간을 떼우는 동안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책을 추천해주거나 독서토론을 하거나 하는데서 그의 전직을 짐작해보기도 한다. 밍기뉴란 별명을 갖게 된 민규는 이제 편의점이 아닌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확실히 이런 구성과 내용은 지나치게 '교훈적'이어서 조금 아쉽기는 하다.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p.186)


"각자를 자각해야 각각이 되는거야. 가족이자 각각이어야 오래 갈 수 있는 거고."(p.255)


"변화.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스스로의 변화 말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바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야 했다.(p.281)


특히 이번 책에서는 염여사의 아들, 강사장이 변화한다. 사업을 벌이다 뒤통수를 맞은 후 다시 사업을 준비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마저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책의 말미에서 확실히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전부 '긍정'과 '희망'를 찾아 자신의 길을 간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런 '희망'이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희망고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아, 취준생이던 시현이 편의점을 주제로 한 유튜브로 성공하고 스카웃까지 되었지만, 펜데믹 상황의 장기화로 또다시 취준생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시현 마저 사족처럼 붙은 '여러 계절이 흐른 뒤' 억지로 '희망'을 준 것은 정말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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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너머 (특별 한정판 골드에디션)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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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작 『12가지 인생의 법칙』에 이어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전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전작과는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이 책만 읽고 알게 된 것과 느낀 점을 쓰고자 한다. 책을 덮은 지금 저자의 생각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내 삶을 돌아보게 하였다. 그리고 영화나 이야기들, 특히 이야기를 예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돕기도 하였다. 


조던 피터슨은 부인의 말기 암 진단과 자신의 약물 부작용을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사이에서 분명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질서 너머』에서는 혼돈을 잠재울 뿐만 아니라 그 안의 가능성을 껴안고, 냉소와 두려움의 껍질을 깨는 법칙을 제시한다. 


법칙 1.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법칙 2.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법칙 3. 원치 않는 것을 안개 속에 묻어두지 마라

법칙 4.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법칙 5.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법칙 6.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법칙 7.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법칙 8.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

법칙 9.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기억이 있다면 아주 자세하게 글로 써보라

법칙 10. 관계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성실히 계획하고 관리하라

법칙 11. 분개하거나 거짓되거나 교만하지 마라

법칙 12.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사람은 타인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마음의 질서를 유지한다. (p.29)


우리는 모두 생각을 통해 만물의 질서를 유지하지만 생각하기는 주로 말하기를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에 대하여, 현재 상태와 미래 계획에 대하여 얘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받아 그 효율성과 적응력을 검증해야 한다. 말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타인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평가하고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에서 안정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심리적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남의 눈치'를 보라는 말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사회적 행동을 통해 그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것이다. 


충분히 안다 생각하고 꽉 막힌 사람이 되기보다는 모른다 생각하고 가르침을 청하는 편이 낫다. 내가 아는 것들과 친해지기 보다는 모르는 것들과 친해지는 게 백배 낫다. 아는 것은 유한하지만 모르는 것은 끝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p.43)


우리는 초보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기꺼이 배우려는 사람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무지하고 서툴고 미숙한 상태로 계속 남있는 사람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이런 사람들과 자주 마주 한다. 자신이 '책임'지지 않으면서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 말이다. 할 줄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자신이 잘 못하는 것을 오히려 당당하게 내세우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비난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책임감 있는 사람은 공동체의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 열정적으로 부지런히 해결에 나선다. 그리고 다른 문제들을 고려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쓴다. (p.51)


첫째, 어떤 일이 매일 일어난다면 그건 '중요한' 일이다. 만일 점심 시간에 사소하지만 성가신 일이 상습적으로 일어난다면, 주의를 기울릴 필요가 있다. 둘째, 이른바 사소한 짜증(계속되면 결코 사소하지 않다)은 표출하거나 해결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지속되도록 놔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p.115)


결혼 생활에 대해 저자가 한 말이다. 즉...이런 일들이 백 가지 천 가지 쌓이면 삶은 비참해지고 결혼생활은 파탄이 난다는 것이다.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하지 않다고 표시를 내라.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상의하고 싸움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저자의 시각으로 보자면 우리의 결혼 생활을 제대로 운영하고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다. 행복하지 않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생각도 없다. 분명 처음에는 그랬을 것 같다. 바꿔보려고 했을 것이고, 새롭게 시작해보려고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비록 결혼생활을 깨버릴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나의 어떤 노력을더하는 것은 에너지 소비처럼 여겨져 그냥 이대로 지낼것이다. 모두가 사소하게 여기는 일상적인 사건일수룩 바로잡는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나는 저자의 말을 그냥 흘려 들으려고 한다. 


저자의 내담자들 중에는 직장 동료나 부하직원이나 상사가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담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현명하고 세심한 사람이라면, 그런 동료들 때문에 가치 있는 일들이 무수히 방치되고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은 대개 필요하지만 위험하고 어렵다. 이는 그 일이 가치 있고 중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우선 작은 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경 쓰이는 어떤 일이 있는데 내가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 일을 해결해보는 것이 좋다. 삶을 가장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의미는 책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당신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잘 지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당신 둘만 유독 힘든 것이 아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결혼했어도 마찬가지다.(p.320)


어떤 사람과 가정을 꾸렸다면, 당신은 '좋아함'과 '사랑함'을 함께 유지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협상을 벌여야 한다. 당신이 누군가와 함께 살 때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정하는 틀이 없다면 매번 싸워서 이기거나 협상을 해야 한다. 당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앞으로도 계속 좋은 감정을 유지하면서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고 싶다면 누가 무엇을 할지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그것이 성 역할을 대신한다. (p.334)


한번도 부부 간의 역할에 대해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협상이 아니라 당연히 함께 하는 가사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이런 기대는 상상이고 망상이 되어버렸지만. 그렇다면 저자의 말처럼 애초에 협상을 통해 무엇을 누가 할 것인지를 정해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누구의 경력을 우선시할 것인가? 언제 그리고 왜인가? 아이들 교육과 훈육은 어떻게 시키고,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청소는 누가 할까? 식탁은 누가 차릴까? 쓰레기 내놓는 일은? 욕실 청소는? 은행 계좌는 어떻게 개설하고 관리할까? 장보기는 누가 할까? 옷 구입은? 가구 구입은? 누가 무슨 비용을 책임질까? 세금은 누가 처리해야 할까?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가정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200가지 일을 처리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일이 매일 되풀이된다. (p.335)


이 협상에서 평등하고 공정하게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직까지도 누군가의 경력을 우선시하는데 있어서 남편보다 아내를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나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자면 나는 협상 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한 채 패했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나는 나의 에너지를 거기에 쏟고 싶지 않다. 이제라도 나의 남은 살날을 위해 조금은 개인주의적으로 움직이고 싶다. 저자는 결혼 제도, 출산 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않는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책이었지만, 딱 저 부분만은 동의하지 않는다. 앞으로 나의 생각이 어찌 변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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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념 - 나와 세상을 바꾸는 힘에 관하여
피트 데이비스 지음, 신유희 옮김 / 상상스퀘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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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선택지 열어두기 문화'와 '전념하기 반문화'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우리는 한 가지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열광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탐색 모드에만 머무르고 있다. 왜 우리는 망설이는 걸까? 

저자는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첫째,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다. 어느 하나에 전념했다가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둘째, 유대에 대한 두려움이다. 무언가와 관계를 형성하고 헌신하면 그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 평판, 통제감에 혼란이 생길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셋째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다. 하나에 헌신하면 책임감 때문에 다른 것은 될 수 없고, 아무 데도 갈 수 없으며 아무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택지 열어두기 문화는 우리 경제가 특정한 장소, 사람, 사명 등의 특정 대상에 충실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명예 대신 무관심이 도덕성의 기준이 되고, 기술이나 신념을 갖기 보다 경력을 쌓고 출세하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 되었다. 저자는 과거 어쩔 수 없이 헌신하거나 지금의 선택지 열어두기문화를 대체할 수 있는 긍정적 대안으로 '자발적 전념하기'를 제시한다. 자기 스스로 특정 신념과 기술, 장소와 공동체, 직업과 사람에 전념하기로 선택을 하는 것으로 그것들과 충실하게 관계를 맺자고 말한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이 무한 탐색 모드에서 벗어나 전념하기 반문화에 합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변화에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변화는 느리게,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일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만약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것이라면 꾸준한 헌신은 필요없을 것이다. 초반에 느끼는 환희나 분노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꾸준함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변화를 만드는 일이 전투 전략을 짜는 일보다 관계를 일구고 유지하는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 변화의 길에는 '단순화'하거나 '조정'하거나 '자동화'할 수 없는 과정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기관과 공동체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뉘앙스를 배우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와 흐름을 가져야 한다. 

만약 우리 세계가 끝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꾸준히 유지하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우리를 밤새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전쟁이나 폭동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상적인 것 즉 가꾸지 않은 정원, 오갈데 없는 사람들, 무시당하는 대중의 소리 등으로 밤을 지새우곤 한다. 그러나 이런 불안을 실제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 

전념하기는 개인적인 기쁨, 사회적인 번영, 자신의 존재와 삶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보상을 준다. 전념하기는 우리 안에서 믿음이 유기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어느 한가지에 몰입하면 두려움이 희미해질 수 있다. 전념하기의 핵심은 시간을 통제하는 것에 있다. 

무한 탐색 모드에도 장점은 있다. 특히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효하다. 이 시기에는 여기저기 탐색하는 것이 즐겁다. 탐색을 통해 자기에게 맞는 공동체나 정체성을 찾았을 때 느끼는 기쁨 또한 매우 크다. 무한 탐색 모드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고 재밌으며, 큰 위험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새로운 경험을 아주 많이 할 수 있다. 융통성은 탐색의 가장 분명한 장점이다. 융통성과 탐험의 기회가 가져다 주는 중요한 결실은 진짜 자아를 찾는데 도움을 준다. 또다른 장점은 새로움이다. 삶에서 가능한 많은 새로움을 즐기겠다는 생각은 욜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반대로 포모는 한 번뿐인 인생에서 남들만큼 충문히 경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공포감을 가리킨다. 

언젠가는 이 탐색을 마치고 전념하기를 해야 할 순간이 온다. 무한 탐색 모드의 융통성은 '결정 마비'로 이어진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여기저기 탐색만 하고,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며, 전념할 자신이 없어진다. 더 많은 선택지를 탐험할수록 선택하지 않은 대안에 미련을 갖고, 존재하는 모든 매력 요소를 결합한 허구적인 대안에도 사로잡힌다. 그 많은 선택지와 노력에도 결과는 언제나 기대만 못하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쾌락의 쳇바퀴'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만족감을 좇고 있다는 것이다.

무한 탐색 모드는 고립을 낳을 수도 있다. 아노미는 경기에서 패배했을 때 느끼는 절망이 아니라, 득점판이 없을 때 느끼는 절망이며, 여행 중에 길을 잃었을 때 느끼는 절망이 아니라, 가치 있는 목적지가 없을 때 느끼는 절망이다. 아노미의 해독제는 진짜 공동체이다. 삶의 의미에 대해 같은 시각을 공유하는 사람들, 우리가 애정을 가지고 또 우리에게도 애정을 가져주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아노미는 공동체의 부족, 규제의 부족, 문화적 규범, 도덕적 지침, 규칙이 부족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같이 어울릴 친구뿐만 아니라 거기에 부여되는 책임, 사명, 기대치, 열망, 명예까지도 원한다. 구성원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집단이 오히려 더 번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책임을 지기 원한다. 책임감이 우리를 의미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현대는 과거에 비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지역, 역할, 생활방식, 기대치와의 관계가 한결 느슨해졌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방식으로 선택지가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사람들은 비자발적 헌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지만, 속박에서 벗어난 다음 무언가를 하기를, 헌신하기를 원한다. 

전념하려면 '전념하기의 미덕'을 가꿔야 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목표를 마음 속에 그릴 수 있는 상상력,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통합력,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는 근성, 관계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열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선택지가 있어도 계속해서 하나에 매달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비자발적 헌신에서 벗어났지만 자발적 헌신을 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탐색과 전념 사이의 긴장감이 계속되면 결국에는 결정 마비, 아노미, 피상적인 삶이 주는 괴로움이 융통성, 진짜 자아찾기, 새로움이 주는 즐거움을 저해한다. 이러한 긴장감을 잠재적 불안, 번아웃, 일방적인 동요, 단순 무기력 상태 등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p.83)

전념하기를 향해 가는 길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우리가 헌신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전념하기 반문화에 합류하는 것이 위대한 운동에 뛰어들거나 공동체를 위한 슈퍼맨이 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신념은 별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스스로 전념할 수 있는 한 가지면 충분하다. 우리의 헌신을 기다리는 기술, 프로젝트, 지역, 공동체, 기관,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념하기 반문화에 합류하기 위해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다양하다. (p.113)

대의에 헌신하는 것은 시민의 헌신이다. 사회의 운명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시민은 비전을 행동으로 옮긴다. 자신이 사는 지역과 공동체에 헌신하는 것은 애국자이다. 애국심은 우리나라가 '최고'라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우리나라의 한 부분이기에 사랑한다. 내가 알고 내가 속한 나라이기 때문에 사랑한다. 진정한 의미의 애국심은 국가와 사람들에게 헌신하는 마음이다. 건축가의 전념하기는 꿈을 현실로 만든다.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이상적인 방향으로 밀거나 끌어당기는 시민과 달리 건축가는 무언가를 창조함으로써 자신의 비전을 그려본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유지하려면 누군가는 관리인이 되어야 한다. 혁심은 기술 발전의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기술의 대부분은 유지보수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든 작업을 하는 사람은 유지하고 지키는 사람이다. 

친구 하나가 지역 도서관에서 열리는 월간 독서 토론에 갈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유난히 춥고 비가 오는 날이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녀는 코트를 집어들고 "아무래도 내가 가야 할 것 같다."라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내가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세상을 지탱한다. (p.132)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전념하기의 한 갈래다. 오랫동안 노력해서 기술을 갈고닦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수의 경지에 오른 후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전념하기의 마지막 갈래이면서 가장 중요한 헌신은 다른 사람에게 헌신하는 것이다. 동료를 말한다. 누군가에게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되는 일은 금세 또는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좋은 친구가 된다는 것은 상대방과 완벽하게 잘 맞는 사람이나 공통점이 아주 많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좋은 친구가 되는 기술을 쌓은' 사람이라는 내용이다. (p.142)

전념하기의 길을 갈 때 무언가에 전념했다가 나중에 다른 것에 전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까 두려워한다.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려운 마음을 극복하려면 선택에 대한 부담감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 잘 안 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부담감 없이 전념하고자 결심할 수 있다. 

부담감을 내려놓았다면 이제 결정마비를 극복해야 한다. 그것은 감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선택지의 장단점을 생각하느라 결정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선택이 가능하다. 그리고 가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자기가 중시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방법은 존경하는 영웅의 사례를 수집해서 이 상황에서 '영웅'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대입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장단점 목록은 이때 도움이 된다. 결정을 내렸으면 실천을 해야 한다. 일단 해보고 생각하라. 선택지 고르기의 과제는 '올바른'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래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니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유대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의 정체성, 평판, 통제감'이 위협받을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자아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자신의 자아를 고정적이고 독립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자신의 개인적 특성이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이런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자아를 바라보는 관점을 자신의 자아가 정지된 것이 아니라 역동적이며, 유기적인 것이라고 보다면 여러 관계를 통해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헌신하는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정체성 형성을 도와준다. 

또한 자신의 자아가 과정적이고 독립적이기 않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평판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보편적인 사랑을 얻으려고 노력하기 보다 매력점이 분명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특정 소속을 피하려는 사람을 우리는 실체가 없다고 표현한다. 특정한 것에 헌신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존경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공명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독립적이고 고립된 상태에 있을 때 통제감을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공동체에 속해 있으면 오히려 그보다 더 강한 통제감을 느낄 수 있다. 타인과 함께 공동체를 이룰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혼자일 때는 스스로 변화하기가 어렵지만 공동체는 그런 불안과 걱정을 이겨낼 수 있게 하여 변화가 가능하게 도와준다. 전통을 바꾸려면 전통이 필요하고, 규칙을 바꾸려면 규칙이 필요하다. 공동체를 변화시키려면 공동체 안에 속해야 한다. 인간 관계는 특히 더 먼저 상대방의 신뢰를 얻어야 조언할 수 있다. 독재정권은 시민들이 자신의 신념에 대해 사유하고 헌신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갈등을 힘으로 다룬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유대를 형성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일에 모두가 참여한다. 전념하기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존재할 수 없다. 

고립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고를 수 없었던 다른 선택을 아쉬워하는 것만이 아니라, 전념하지 않았더라면 누릴 수 없었을 모든 새로운 순간을 아쉬워 하는 것이다. (p.202) 

우리가 새로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만성적인 포모가 찾아온다. 새로운 경험이 주는 보상은 갈수록 줄어들고 즐거움이 지루함으로 변한다. 그러나 목적은 이와 반대로 작용한다. 목적은 지루하게 시작해서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목적이 삶의 원동력인 사람은 깊이 있는 경험을 한다. 그들은 깊이가 곧 새로움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사는 인생이니 깊이 파고드는 것이 낫다. 깊이 파고드는 것이 좋은것임에도 우리가 항상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정이 힘들수록 성취감도 크다. 기다림은 힘들었지만 열매를 수확할 때가 되면 그동안의 기다림은 보상을 받는다. 전문지식을 갖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식을 쌓으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사라진다. 전문지식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포착하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능력도 갖출 수 있다. 작은 전념이라도 거기에 깊이가 더해지면 폭발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 깊이 파고드는 것을 막는 위협들은 지루함, 산만함, 불확실성, 유혹, 목표 변질, 고통과 피로가 있다. 


과거에 비해 확실히 선택지가 많아졌다.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져 있다. 소셜미디어는 점점 더 짧은 컨텐츠로 승부를 본다. 새로운 것을 찾고, 그것이 지루하고 즐겁지 않으면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동안 '경험'은 다양해질 수 있을 지 모르나 '깊이'는 전혀 없게 된다. 들어는 봤지만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다. 본 적은 있지만 그것의 의미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내 삶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지도 않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툴을 이용해서 생각하지 않고도 쉽게 살 수 있다. 쉽게 사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 또한 내 한 평생 잘 살았다고 마무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념하기'를 통해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두 가지의 삶을 비교해볼 수 있었으니 그 다음 실천은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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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 문학 작품에 숨겨진 25가지 발명품
앵거스 플레처 지음, 박미경 옮김 / 비잉(Being)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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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책읽기, 글쓰기, 그림책...이런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면 일단 사고 보는 게 '나'이다. 한때는 국내 작가들의 소설에 푹 빠진 적도 있고, 한때는 일본문학을 내도록 읽기도 했다. 전공 도서인 국어학과 국문학을 다룬 책, 실용 국어와 한국문화를 뒤지고 다닌 적도 있다. 최근에는 독서와 그림책 등을 다룬 책을 주로 읽는다.


어지간해선 벽돌책도 마다하지 않는데 특히 그 내용에 푹 빠져 읽을 때는 7~800 페이지의 분량도 많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이 그랬다. 앞서 읽었던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파크에 이어 또 벽돌책이었다. 책을 펼쳐 들고 읽기 시작하자 묘한 재미가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였다.


이 책은 문학에 숨겨져 있는 25가지의 발명품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문학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쉽게 알려줄 수 있을까? 문학의 원작자라고 칭할 수 있는 최초의 발명가인 엔헤두안나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테크놀로지를 끌어온다. 테크놀로지란 문제 해결을 위해 인간이 고안해낸 모든 것을 뜻한다. 수많은 발명품들이 우리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해왔다. 그렇다면 문학은 어떤 점에서 테크놀로지란 말인가? 저자는 인간 존재 자체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문학이 풀어나간다고 본다. 인간의 뇌가 제기하는 온갖 문제와 감정을 다룬다.


"창조물은 세상에서 살아남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외부로 눈을 돌렸지만, 문학은 우리 자신으로서 살아남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내부로 눈을 돌린다."(p.24)


무슨 주제를 다루더라도 이 사람 '아리스토텔레스'를 비껴가진 못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직접 작성하지는 않은 걸로 보이지만 여기에서 발굴한 첫 번째 발명품이 있다. 바로 플롯 반전이다. 플롯 반전의 밑바닥에는 '확장'이 있다.


'확장은 플롯이나 캐릭터, 이야기 세계, 서술 스타일 또는 스토리의 다른 핵심 요소에서 일반적 패턴을 취한 다음 그 패턴을 확대하는 것 '(p.36)을 말한다.


확장은 모든 문학의 근저에서 놀라움, 황홀감, 경외감을 일으킨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비극에서 카타르시스라고 부르는 치유 과정을 강조한다. 카타르시스는 건강에 좋지않은 것을 정화한다는 뜻으로 두려움을 정화한다. 그리스 비극의 치유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기 효능감', 즉 외상 후 두려움을 잘 처리해서 극복할 수 있다는 내적 확신이 있을 때 더욱 효과적이다.


제1장부터 저자는 문학 속에 숨겨진 발명품을 하나씩 꺼내 보여준다. 호머의 《일리야드》에서는 용기를 불러온다.


'용기는 우리가 요즘 서술자라고 부르는 문학 테크놀로지와 함께 시작되었다. 서술자는 스토리 뒤에 숨겨진 마음을 가리킨다."(p.58)


스토리텔링은 구술되었기 때문에 어조와 취향이 드러난다. 일인칭 화자인 나의 목소리로 전하는 시에서는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문학은 어떤 스토리든 튀해서 사랑 이야기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p.96)


공감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기분이다. 우리의 공감력을 개선할 도구로는 '사과'가 있다.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현하는 행위이다. 우리 뇌가 사과를 받아들이면, 분노와 피해의식 같은 부정적 감정은 줄어드는 반면 신뢰와 사랑 같은 긍정적 감정은 늘어난다.'(p.113)


풍자가의 발명품은 세 가지가 있다. 패러디, 암시, 아이러니가 그것이다. 풍자는 원래 남을 비웃으려고 고안되었지만 우리 자신을 풍자하면 기분이 고양되고 통증도 억제할 수 있다. 남들을 풍자하면 우리 자신을 끌어내려 불안감과 심장마비로 몰아간다.


'흥미진진한 논픽션은 또다른 수수께끼이다. 논픽션 자체는 스릴러와 반대된다.교과서나 교육 매뉴얼, 또는 궁금해서 펼쳤다가 지루해서 금세 덮어버리는 책들의 영역이다. 그런데 미래에서 들려준 이야기와 결합하면'(p.163) 우리의 심장을 고동치게 할 수 있다.


스트라파롤라는 반전의 감정적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상정했다. 하나는 반전이 부여하는 행운을 확대하는 것이다. '행복하게 살았다'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로 줄폭시킨다. 또 하나는 왕실 신부를 불완전하고 무능하게 그릴 수 있다. '그녀를 공주로 만든 것은 미덕이 아니라 우연이었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순전한 우연이었어.'(p.203~204)


샤를 페로는 동화의 반전을 걱정하였다. 나쁜 스토리텔링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유발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비논리적 스토리텔링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운에 대한 믿음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햄릿》은 슬픔과 이룬 타협의산물이요, 슬픔을 이겨낸 치유의 산물이었다.(p.220)


세익스피어는 《햄릿》에서 음모 없는 플롯을 보여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애도뿐만 아니라 상실의 아픔에서 비롯된 눈물도 동시에 처리한다. 복합적 슬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정신적 장애를 유발한다. 세익스피어의 극에서 복합적 슬픔의 원인은 죄책감이다. 햄릿은 우연한 깨달음읠 결과로 죄책감을 없애게 된다. 햄릿의 치유 역시 운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설은 산문 장르의 하나로 교묘한 주장으로 논리를 뒤덮는다. 역설은 본래의 진실을 철회하게 할만큼 강력하거나 설득력이 있지는 않았다. 대신 역설은 반대되는 진실에도 우리 마음을 열게 할 만큼의 설득력이 있었다. 문학적 역설을 뒤집는 대신에 진실을 두 가지로 확대한다.


이 책에서 나는 그동안 읽은 여러 책을 다시 만났다. 그때는 잘 몰랐던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도 많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 모두 타당한 것은 아니지만, 문학의 목적, 존재 이유를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면 묘하게 이끌리는 점이 많다.


제인 오스틴이 구사하는 자유 간접 화법이 무엇인지, 메리-셀리가 아드레날린으로 맥박을 고동치게 하고 코티솔로 눈을 이글거리게 하여 우리의 스트레스를 나쁜 괴물에서 착한 괴물로 전환시키는 것을 본다. 조지 앨리엇은 실패를 치유할 시도로 감사 테크놀로지를 개선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 루이스 케럴의 '좋아, 그래서' 스토리, 소설의 독백, 재발견까지 다양한 문학적 발명품은 우리의 뇌가 하는 질문과 호기심을 풀어나간다.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은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룬 문학적 발명품들이 거의 다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의 각 장의 마지막에는 문학발명품을 즐길 수 있는 여러 책을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읽은 책이 좀 늘어서 이 목록 중에도 제법 있었다. 앞으로 읽어야 할 책을 선정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제목은 익히 알지만 읽어보지 못했던 책을 계속해서 읽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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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7-19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원서를 읽고나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소개하는 책을 다 읽지는 못하니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읽고 다시 원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잘읽었습니다.
하양물감님, 더운 하루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하양물감 2022-07-20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읽은 책일 때 더 이해가 잘되었어요. 앞으로 읽을 책도 그럴것같아요